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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분위기 배낭여행] 남아공이 그리워지는 4가지 경험
- 아프리카에서 펭귄을 만날 수 있는 볼더스 비치. (사진=공태영)‘용의 산’에 올라 끝없이 뻗어나가는 산맥 줄기를 감상하기, ‘아프리카스러운’ 오지 마을의 전통가옥에서 하룻밤을 지내기, 해변에서 서핑하다가 펭귄과 함께 일광욕하기...지루한 일상의 때를 말끔히 씻겨줄 이 일탈 행위들의 공통점은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와 테이블마운틴, 월드컵과 ‘부부젤라’로 익숙한 남아공은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여행자에게 제공한다. 그 중 4가지 이색적인 경험을 여기서 소개한다. '용의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드라켄즈버그. 왼편으로 보이는 수직 암벽의 높이는 1000m가 넘는다. (사진=공태영)'드라켄즈버그', '용의 산'과 하나가 되는 경험산의 경치에 매력을 느끼는 여행자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드라켄즈버그(Drakensberg)’이다. 아프리칸스어로 ‘용의 산(Dragon's mountain)'이란 뜻을 가진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다양한 멸종 위기종 및 고유종, 방대한 암벽화(bushman painting)로 인해 산 일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산맥으로 쭉 이어지는 이곳에선 산을 구경하기보다 직접 올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악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드라켄즈버그 근처 숙소에서 매일 아침 제공하는 트레킹 일정에 참여하면 전문 가이드,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당일치기로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이 1220m의 수직암벽이 5km 이상 이어져 원형극장처럼 보이는 '앰피시어터(Amphitheatre, 3050m)', 봉우리가 대성당의 꼭대기 모양을 한 '커씨드럴 피크(Cathedral Peak, 3004m)' 등의 다양한 코스가 있으며, 소요 시간은 왕복 4~5시간에서 8~9시간까지 코스별로 다양하다. 커씨드럴 피크는 왕복 8시간 이상의 오랜 산행을 요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풍경은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사진=공태영)아침 일찍 트레킹을 나갔다가 오후 늦게 숙소로 돌아와서 먹는 식사와 시원한 음료, 그리고 숙소 주변으로 펼쳐지는 드라켄즈버그 산맥의 경관. 드라켄즈버그는 삶의 기쁨이 가깝고 단순한 것에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드라켄즈버그 가는 길드라켄즈버그는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눠져서 찾아가는 길도 다양하다. 자차가 있다면 북쪽의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나 남쪽의 더반(Durban) 양쪽에서 모두 이동이 가능하다. 차가 없는 여행자라면 ‘바즈 버스(Baz Bus)'를 이용해 이전 숙소에서 드라켄즈버그 숙소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바즈 버스 대신 장거리 버스를 이용해 피터마리츠버그(Petermaritzburg)나 해리스미스(Harrismith) 같은 드라켄즈버그 근처 도시에 내린 후 드라켄즈버그 쪽 숙소에 픽업을 요청할 수도 있다. 불룽굴라는 남아공에서 가장 전통적인 아프리카의 모습을 간직한 곳 중 하나다. (사진=공태영)'불룽굴라', 단순한 생활 속에서 가까워지는 사람과 자연남아공에 ‘아프리카스러운’ 모습을 기대하고 온 여행자라면 그 도회적인 모습에 실망할 수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아직까지도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귀중한 장소가 남아 있으니, 바로 ‘불룽굴라(Bulungula)’이다.불룽굴라엔 원뿔 모양 지붕의 집들이 푸른 언덕에 듬성듬성 박혀 있고, 마을 앞 바다에는 ‘와일드 코스트(Wild Coast)'라는 이름처럼 크고 성난 파도들이 연일 몰려온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통신은 기대할 것도 없고 그나마 태양열을 이용해 최소한의 전기만 사용한다. 화장실은 당연하게도 재래식이고, 샤워는 파라핀 연료와 성냥을 이용해 직접 물을 데우면 짧게나마 온수 이용이 가능하다.이런 점들이 불룽굴라에서의 생활을 단순하게 만든다. 날이 좋으면 숙소에서 제공하는 봉사활동이나 액티비티(승마, 카누 등)에 참여하거나 숙소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비가 올 땐 별 수 없이 숙소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공용 공간에서 다른 여행자와 얘기를 한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지면 거실에 빙 둘러앉아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열 명 남짓한 여행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불룽굴라에 오기까지 각자 어떻게 여행을 해왔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최근의 국제 이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각자가 자신의 나라의 대표라도 된 마냥 ‘비정상회담’을 하다 보면 밤이 깊어가는 줄 아무도 모른다. 커피 베이로 가는 길에는 자유롭게 풀을 뜯는 동물들을 마주칠 수 있다. (사진=공태영)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는 20km 이상 떨어진 ‘커피 베이(Coffee Bay)’로 해안 트레킹을 떠나는 것이다. 푸른 풀로 뒤덮인 언덕을 오르다가 풀을 뜯는 말들과 조우하고,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걸으며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또 언덕과 언덕 사이에 숨겨진 보물 같은 해변을 발견하기도 하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민가에서 나온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며 걷기도 한다. 그렇게 해질녘쯤 커피 베이 숙소에 도착하면 하루의 피로를 씻겨줄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허겁지겁 빈속을 채우고 숙소 뒤편 언덕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면 오늘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평안함이 찾아온다.*불룽굴라로 가는 길불룽굴라는 말 그대로 오지여서 가는 길도 멀고 불편하다. 가장 가까운 도시는 차로 4~5시간 떨어진 ‘음타타(Mthatha)’라는 곳인데 이곳 외곽의 주유소에서 불룽굴라 숙소의 차가 여행자들을 픽업해 간다. 바즈 버스 또한 이 주유소에 들른다. 차를 몰고 가는 여행자라면 음타타에서 '불룽굴라 롯지(Bulungula Lodge)'를 찍고 운전을 하면 된다. 단, 가는 길 대부분이 비포장이고 가는 도중에 전파가 끊길 것이며, 최소 한 번은 차를 세우고 “여기가 대체 어디야?”라는 탄식을 뱉을 것이 분명하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는 게 좋다. 뮤젠버그에서 한 번 서핑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사진=공태영)'뮤젠버그' '볼더스 비치', 서핑과 펭귄이 있는 바다살면서 한 번쯤은 서핑을 배워보고 싶었다면, ‘뮤젠버그(Muizebberg)'로 가보자. ‘케이프타운(Cape Town)’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이곳의 해변은 얕은 수심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로 수많은 서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서핑 강사는 이곳이 세계에서 서핑 배우기 가장 좋은 10곳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숙소 앞으로 펼쳐진 넓은 해변은 서핑을 배우는 사람, 능숙하게 파도에 올라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서핑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근처 숙소나 서핑 장비 렌탈샵에서 진행하는 서핑 레슨을 신청할 수 있다. 2~3시간의 레슨을 받고 나면 능숙하진 않아도 혼자서 파도를 탈 정도의 능력은 갖추게 된다. 그 후엔 장비만 빌리면 말 그대로 ‘바다가 놀이터’다. 파도는 끝없이 밀려오니 지칠 때까지 원 없이 보드를 탈 수 있다. 한 번 파도 위에 올라타 바람을 가르는 맛을 보면 그 중독성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루만 머물려던 게 이틀이 되고, 그렇게 1주일이 ‘순삭’되는 곳이 뮤젠버그다. 서핑보드와 파도가 있는 이곳은 이미 천국이다. 늦은 오후에 모래사장에 가만히 서서 일광욕을 즐기는 볼더스 비치의 펭귄들.(사진=공태영)서핑을 하다가 잠시 한숨 돌리고 싶다면 펭귄을 보러 가보는 건 어떨까. ‘아프리카에서 무슨 펭귄이야’ 싶겠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뮤젠버그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만 내려가면 ‘사이먼스 타운(Simon's Town)'이 나오는데 이곳의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에는 ’자카스 펭귄‘들이 서식하고 있다. 10~20℃의 따뜻한 해류에서 사는 이 펭귄들은 평소 덤불 속에서 지내다가 먹이를 잡으러 바닷물로 들어가거나 모래사장에 가만히 서서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해변의 일부는 관광객에게도 개방돼 있어서 펭귄 옆에서 같이 일광욕을 하는 진기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펭귄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펭귄이 화가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뮤젠버그와 볼더스 비치로 가는 길뮤젠버그와 볼더스 비치 모두 케이프 반도의 최남단인 ‘희망봉’으로 가는 길 위에 있는데 케이프 타운에서 멀지 않다. 차로 가면 뮤젠버그는 30분, 볼더스 비치는 1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차가 아니어도 케이프 타운에서 사이먼스 타운까지 운행하는 기차를 통해 쉽게 도착할 수 있다. 특히 뮤젠버그부터 사이먼스 타운까지는 기차가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리기 때문에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다./스냅타임
- [여행] 화려한 부산은 잊어라…'봄향' 가득한 기장
- 일광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광객. 미세먼지가 거의 없어 봄바람과 봄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다.[기장=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덮었다. 산과 들을 매만지며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의 진원지는 남녘일진데, 서풍에 밀려온 미세먼지에 봄바람도 맥을 못춘다. 그나마 멀리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찾은 곳은 동해안. 그래도 불안해 더 멀리 떨어진 부산 기장으로 향했다. 굽이굽이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싱그러운 봄내음과 푸릇푸릇한 봄빛, 자글자글한 온갖 봄 소리가 담긴 봄바다 풍경이 그리워서다. 차장 안으로 미세먼지 대신 봄바람과 봄바다를 가득 채우며 해안길과 포구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영화 ‘친구’의 촬영지인 대변항 주변의 해안가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풋풋하고 소박한 어촌 마을 ‘연화리’부산에서 내로라하는 곳 대부분은 바다를 품었다. 해운대와 광안리, 남포동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깡통시장 모두 부산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있다. 부산 바다는 낙동정맥의 종점인 다대포를 시작으로 송도~태종대~광안리~기장 등이 남해에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동해로 이어진다.기장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운대를 지나 달맞이 고개를 넘으면 동해다. 바다가 남해에서 동해로 바뀌고 처음 닿은 곳은 송정해수욕장. 여기까지가 해운대구 담당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송정해수욕장에서 계속 북쪽으로 동해를 따라 올라가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 기장이다. 기장은 1995년 부산으로 편입했다. 만약 동해안을 따라 부산으로 내려온다면 가장 먼저 만나는 첫 관문이다. 울산과 부산의 가운데 즈음이라고 생각하면 좋다.기장 일광해변과 붉은부리갈매기들기장에서 가장 여행객이 많은 곳은 아마도 용궁사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십이지석상이 일렬로 늘어선 숲길이 나타난다. 이어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108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 입구에서 둥근 배를 드러낸 득남불이 호쾌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 덕분에 배 한 쪽만 까맣게 손때가 탔다.용궁사를 나와 다시 북쪽으로 더 가면 연화리다. 날것 그대로의 어촌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화려한 해운대나 광안리와 달리 수수한 바닷가 풍경을 볼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수십개의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다. 어린 시절 간이 욕조로 쓰던 빨간 고무 대야에 낙지부터 성게, 멍게, 개불, 참소라, 갯고둥, 전복 등이 가득 들었다. 싱싱한 해산물에 절로 침이 고인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포장마차들이 제법 운치 있다. 부산 사람들이 조용히 한잔하고 싶을 때 찾는 연화리 해물촌은 워낙 구석구석 다니는 관광객들이 늘어난 덕분에 외지에서도 찾는 이들이 제법 있다.따스한 봄바다에서 만선의 꿈을 실은 어선이 갈메기와 함께 출항하고 있다◇ 멸치 고깃배 대신 미역 따는 해녀를 만나다기장 연화리 앞바다에서 물질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해녀1연화리에는 죽도라 불리는 섬이 있다. 기장에서 유일한 섬이다. 사실 섬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작은 편. 그래도 기장 팔경 중 2경으로 꽤 이름난 곳이다. 섬 중앙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외곽은 방문자를 완강히 거부하듯 철조망과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다. 육지와 죽도를 잇는 연죽교 역시 섬 근처까지만 이어진다. 섬 전체가 사유지여서다. 사람들을 따라 다리를 건너자 갯바위에서 산책을 즐기는 연인들이 제법 보인다. 여기서 대변항도 지척이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멸치그물 터는 광경을 담고 싶어서다. 이미 봄빛으로 물든 항구와는 달리 거리는 한적했다. “아직 멜치 몬 잡는다. 물이 차가버서 깊은 바다로 드가뿟다.” 수온이 아직 낮은 탓에 멸치 떼가 깊은 바다로 들어가버렸다는 게다. 3월 초나 중순에는 조업이 가능하다고 어촌계 한 분이 말을 건넨다.기장 연화리 앞바다에서 미역을 채취중인 어민이 직접 미역을 들어보이고 있다.대신 미역 수확 중인 해녀는 제법 많다. 부산은 제주를 제외하고 해녀가 가장 많은 곳. 30개 어촌계에 등록된 해녀만 모두 953명(2016년 12월 말 기준)이다. 이 중 기장에만 601명의 해녀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출향 제주해녀이거나, 그들의 2세다. 또 이들에게서 물질을 배운 현지 해녀들이다. 이 마을에도 10여명의 해녀가 물질 중이다. 이들 중 가장 나이 어린 해녀인 박말애(62·사진) 씨는 다른 해녀와 달리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06년 ‘문예운동’ 봄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전문 글쟁이다. “지금 물에 들어가면 엄청 시렵심더. 물속도 사계절이 있심더. 겨울에는 오히려 따숩어예. 봄으로 가기 전 지금이 엄청시리 추버예. 바다도 새로운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통증을 견디는 중이라예.” 요즘은 ‘앙장구’라 부르는 말똥성게를 주로 잡는데,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한다.기장 죽성리 최고의 사진 명소인 ‘죽성성당’◇ 윤선도가 반한 해안 절경을 따라 달리다대변항에서 죽성 드림성당까지는 3km 남짓. TV드라마 ‘드림’을 찍기 위해 2009년 세운 드라마 세트장이다. 겉모습은 성당이지만, 사실 내부는 작은 전시실이다. 촬영이 끝난 후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아예 관광객을 위한 시설로 재정비했다. 드라마 세트장과 회색 벽돌, 흰색 벽체, 주황색 지붕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경관을 빚어낸다. 그렇게 죽성성당은 기장과 죽성리의 명물이 됐다. 죽성리는 작은 해변 마을이다. 원죽, 두호, 월전 3개의 자연부락을 합한 행정구역이지만, 꼬불꼬불 해안을 다 합해도 1.5km 남짓이다. 비록 작은 해변 마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죽성성당 바로 옆 방파제 초입에 작은 산봉우리가 있는데, ‘황학대’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고산 윤선도가 신선이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중국 양쯔강의 ‘황학루’에서 빗대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윤선도는 1618년 6년간 기장에 유배됐는데, 매일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죽성리 해송죽성리에는 명물이 또 하나 있다. 마을 중앙 둔덕에 고고하게 가지를 늘어뜨린 ‘죽성리 해송’이다. 품 넓은 소나무가 멀리서 보면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다섯 그루가 서로 의지하고 있다. 원래 여섯 그루였는데, 2003년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휩쓸 때 한그루가 희생됐다. 이 아름드리 기둥 한가운데에 작은 당집이 끼워져 있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 주민들이 풍어제를 지내고, 나라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서낭당이다. 해송은 어디서 보든 당당하고 기품이 넘쳐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써 부족함이 없다.죽성리 해송에서 뒤쪽 언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죽성리 왜성‘이다. 이 성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이듬해인 1593년 왜군 장수인 구로다가 축성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 왜군이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고 남해안에 장기간 주둔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전란이 끝날 무렵에는 퇴각하는 왜군이 집결한 곳이기도 하다. 죽성리왜성 정상에서 본 두호마을과 죽성리해송, 죽성드림성당 풍경◇여행메모△먹을곳= 기장에서 맛집을 원하면 기장시장에서 토속적인 음식을 먹거나 죽성리, 대변항, 연화리 등 횟집촌에서 대게 등 싱싱한 해물을 음미하는 것이 좋다. 기장은 미역,다시마,멸치로 유명하다. 멸치잡이 철에는 멸치회나 구이, 정식 등을 많이 찾는다. 연화리의 ‘손큰할매’는 해녀가 직접 채취한 전복과 해물 등으로 만든 전복죽과 해물모둠회가 유명하다. ‘오가다짬뽕’의 해물짬뽕도 별미다.△잠잘곳= 기장에는 펜션 등 숙소가 제법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평소 숙소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힐튼호텔·아난티코브가 있다. 해운대에도 숙소가 많다. 최근 문을 연 페어필드호텔은 가성비가 좋은 곳. 만약 아이와 함께라면 해운대 터줏대감인 ‘파라다이스호텔부산’도 있다. 교육놀이 전문가이자 호텔 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부모들에게 자유시간을 보장해주는 키즈 케어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손큰할매 대표 메뉴인 ‘전복죽’기장 연화리 대변항 야구등대
- [미리보는 이데일리신문]골목 센서 850개로…미세먼지 미세감시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다음은 15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 △1면 -골목 센서 850개로… 미세먼지 미세감시 -文 대통령, 최저임금 동결 호소에 “충분히 반영할 것” -“정치인에겐 달콤한 소주성 이론, 성장엔 도움 안돼” -스마트워치로 심전도 체크, 4월부터 가능해진다 △줌인&-VR·AR 접목한 생생뉴스… “우리 경쟁자는 넷플릭스” -미·중 협상 시한 60일 연장할 듯 △ICT 규제 샌드박스 첫 승인 -애플보다 앞서고도 묻힐 뻔한 ‘심장관리 스마트워치’, 사업 길 열렸다 -허용된 3건 중 2건이 의료 관련… 헬스케어업계 화색 -부처 협의 시간 걸린다며… 2차로 미뤄진 ‘블록체인 송금’ △경제학자들 3년차 J노믹스 진단 -“비정규직 소득 되레 줄어 효과無”… “고작 1년 데이터로 무의미” 반론도 -남북경협… “북 퍼주기” vs “新성장동력” △빅데이터로 진화하는 공공 서비스 -240년 걸릴 조사 빅데이터로 단축… 23만가구 월 관리비 3만원씩 낮춰 -기상 분석해 수확량 파악… 농산물 가격 안정 도와 -기관장이 감으로 의사결정한다면 데이터 분석 △종합 -“최저임금 동결해달라” “카드수수료 협상권 달라” 자영업자 호소 쏟아져 -대법 “경영 어려움, 엄격히 따져야” 오락가락 ‘신의칙 기준’ 불씨 남아 △정치 -‘전대 출마’ 김진태·김순례 빼고 이종명만 제명… 더 거세진 뭇매 -정치 개혁, 盧의 못다이룬 꿈.. 핵심은 ‘법안소위 활성화’-美 “北 비핵화땐 예상 뛰어넘는 상응 조치”△경제 -정부, 해외수주 6.2조원 금융지원… 이라크 등 초고위험국까지 발 넓혀 -균형위 “文대통령 공약사업 예타면제 검토를” -기재부 “구글세 도입 신중… 자칫 네이버 이중과세 부를수도” △금융 -로저스 “北, 중국 대체할 유망 투자처 부상” -신한금융, 인터넷銀 지분 20%로 늘리나 -대우조선 2.3兆 영구채 놓고… 수은·현대重 협상 나서 -주담대 있는 고령자, 주택연금 가입 쉬워진다 △산업&기업 -LCD 7배 가격 ‘롤러블 OLED’ 독점 생산… LGD ‘V자 반등’ 보인다 -구광모 올해 첫 대외 행보 ‘R&D 인재’ 챙기기-윤부근, 오스트리아 총리와 5G 회동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 규모 커진다 -하나씩 베일 벗는 코란도… ‘티저 광고’ 화제 △산업 -앱 102개 깔아도 거뜬… 스마트폰 ‘TB 시대’ -넥슨 모바일 부진… ‘트라하’로 만회 노려 -LGU+ ‘케이블TV 1위’ CJ헬로 8000억원에 인수 -카카오 작년 매출 2조4176억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반토막 △소비자생활 -‘송객수수료’ 증가에… 면세점, 최대 실적에도 한숨 -‘명품 로고’ 새긴 IT기기… 밀레니엘 세대 지갑 연다 -‘레고’처럼 립스틱·아이섀도 조합… 정용진표 ‘뷰티 놀이터’△중소기업·바이오 -최대실적·복권사업 두 토끼 잡고… 자동차용 메모리 상용화에 매진 -아로나민 매출 780억원… 3년 연속 일반의약품 1위 -LGD, 中 공장에 2.5조 추가 투자… 장비업체 ‘가뭄에 단비’ △Auto&Life-착한 가격 첨단 사양… 참 알車네 -[타봤습니다]벤츠 더 뉴 CLS △증권&마켓 -‘3년 연속 적자’ 코스닥 37개사 투자주의보 -‘특례적용’ 노리는 바이오株.. 차바이오텍 ‘관리종목’ 떼나 -‘옵션 만기일’에 기관 자금 몰려… 대형주 웃었다 △증권 -상승률 상한제, ‘자산 200억원 미만’ 中企 적용 배제-대한전선·태림포장 매물로… IMM PE ‘2호 펀드’ 투자회수 나서 -건설 실적 쇼크에… 두산그룹 계열사 신용도 줄줄이 강등 -Levis의 부활… 34년 만에 뉴욕증시 재상장 추진 △여행 -식민지·독립·근대화… 격동 100년 지켜본 역사의 관문 -약현성당따라 맛집순례… 고즈넉한 멋, 넉넉한 인심은 덤 △스포츠 -‘꿀벌 킬러’ 손흥민… 달콤한 결승골 -한국, 쿠바·호주·캐나다와 한조 ‘행운’ -K리그 진출 애제자 홍보 팔 걷어붙인 박항서 -올 시즌 KLPGA 투어 총 30개 대회 열린다 △피플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中企 빛낸 27명 동판 헌정 -한경호 행정공제회 이사장 “직원들 성과 창출위해 임금올리고 인력 확충” -정태영 부회장 “디지털 혁신은 도래했고 피할 수 없다” -금투협·인프라개발지원公, 해외진출 업무협약 -전자산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정명화 텔코전자 대표 재선임 -부영, 이색 시무식 눈길 △오피니언 -[허영섭 칼럼]차라리 위안부합의 파기가 당당하다 -[목멱칼럼]제약산업이 미래성장 열쇠다 -[기자수첩]예상밖 호실적에 머쓱한 카드사 △부동산 -‘깡통전세’ 걱정?… 전세금반환보증 ‘반값 가입’도 되네요 -3기 신도시, 토지보상부터 ‘가시밭길’ 예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송파구 마천동에 공급 -인천 검단신도시에 ‘1군 브랜드’ 들어선다 △사회 -임신경험 20% “낙태 해봤다”… 年 5만건 달해 -자치경찰제, 2021년 전국 확대 -여성 넷에 세명 “현행 낙태죄 바꿔야” -“이것은 초콜릿인가, 포장뭉치인가…” 밸런타인데이, 뻥튀기포장 여전하네 -‘여직원 성추행’ 호식이치킨 前 회장 징역형 -9개월새 8명 사망… 한화 대전공장 또 폭발사고
- [목멱칼럼]아기 예수도 난민이었다
- [정영훈 한국여성연구소 소장] 며칠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첫 방문이었다. 그동안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몬트리올의 이미지는 올림픽이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양정모 선수가 자랑스러운 메달을 걸고 카퍼레이드를 벌였고, 학생이었던 나는 내내 몬트리올 올림픽을 입에 올리는 뉴스와 특집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도시의 곳곳에서 나는 성당을 보았다. 거의 매 구역마다 크고 아름다운 성당이 있어서 안에 들어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내부를 구경했고, 불어는 물론 영어조차 더듬거리면서도 꼼꼼하게 그 연혁을 들여다보곤 했다. 특히 노트르담 성당은 짧은 기간 동안 세 번이나 갔었다. 노트르담(Notre-Dame)은 성모 마리아란 뜻이다. 당연하게도 이 이름을 가진 성당이 세계 곳곳에 많이 존재한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이 중세 고딕 건축의 걸작이라고 알려진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일 것이다. 몬트리올의 그곳은 특히 성당 내부가 아름다웠다. 1824년에 처음 건축을 시작해서 여러 번의 개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채광과 조명이 21세기적으로, 초현대적으로 보였다. 소리 울림도 좋아서 크고 작은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고 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언어에 둘러싸여 낯선 예배당에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므로) 혼자 앉아 있자니, 자연히 낯선 곳으로 떠도는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예수 가족도 난민이었습니다’라는 말이 기억났다. 올 여름 예멘에서 온 난민들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해준 말이었다. 마리아와 요셉을 부모로 두고 태어난 예수는, 두 살 이하 사내아이를 죽이라는 왕의 명령을 피해 살던 곳 베들레헴을 떠나 남의 나라 이집트까지 갔다. 다행히 이집트 사람들은 그들을 내쫓거나 죽이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그곳에서 3년간 살며 영아살해라는 끔찍한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10여 년이 지났을 때,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시리아를 떠났던 세 살 배기 소년 크루디가 있었다. 2000년 넘는 시차를 두고 난민 가족이라는 점에서 두 소년의 모습은 꼭 닮아 있었다. 그러나 아기 예수와는 달리, 크루디는 모든 곳에서 쫓겨나 결국 터키 해변에서 비극적인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한 아이는 살아 인류를 구원했지만, 한 아이는 죽어 받아줄 곳 없는 삶의 비극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신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에 관한 교리를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 모두는 사실은 한때 혹은 영원히 자기 땅에서 내쫒긴 자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난 수많은 이북 출신 피난민 가운데 나의 아버지도 있었다. 그는 인간이 고향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평생을 통해 비극적으로 증명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태초부터 이 땅의 주민인양 살고 있지만, 사실은 피난민의 자식으로 내 삶의 뿌리가 ‘난민의 기억’ 위에 있다는 것을 때때로 확인한다. 예수가 태어났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보잘 것 없어 서럽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졌음을 축하하는 시기이다. 이 세상의 삶이 언제든 덧없이 끝날 수 있으니 삶의 중심을 눈앞의 것에 두지 말라는 메시지가 전해진 때이기도 하다. 예수와 그의 가족이 한때 난민이었음을, 그래서 세상의 모든 고향 떠나 고달픈 이들에게 구원이 될 수 있었음을 일깨우는 나날이다. 낯선 이에게 관대한 것이 실은 자신에게 관대할 수 있는 길임을 일 년에 한 번쯤이라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꼭 노트르담 성당에 가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 [스냅타임] 북한,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 재지정 불명예
- [장휘의 북한엿보기]17년 재지정 기록…경제 제재 대상교황청 “내년 방북 계획 없다” 일축…미사도 黨 감시받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 방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미 국무부가 지난 11일(현지 시각)으로 북한을 포함해 10개국을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 북한은 지난 2001년 이후 17년 연속으로 특별우려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방북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내년에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일성 정권 당시 종교를 ‘아편’이라고 규정하며 탄압한 바 있다. 주민이 신앙생활을 하긴 하지만 공인 사제가 없어 미사만 진행하고 있다.北, 17년 연속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 지정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98년에 재지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북한, 중국, 이란, 미얀마, 에리트레아, 파키스탄,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10국을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북한이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 리스트에 올해도 오르면서 17년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별우려국이 되면 관련법에 따라 경제 제재 대상이 된다.지난 7일 교황청도 내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외 방문(World Tour) 일정에 방북 계획이 없음을 암시했다. 교황청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방북 계획 질문에 “다른 순방 스케줄 혹은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너무 많이 잡혀 있다”고 답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려면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교회법에서는 교황의 특정국 방문을 위해 해당국 정부와 천주교회(방문 도시 교구장)의 공식 초청이 있어야 한다.교황이 방문하면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과 방문 도시 교구장이 교황을 맞이해야 하는데 교황청(바티칸)이 인정하는 평양교구장(서리)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다. 북한을 대표해 남한의 염 추기경이 교황을 맞이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무엇보다 북한에는 교황청 공인 사제가 없다. 일각에서는 만약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이 만든 정치적 이벤트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사실 북한이 교황 방북을 추진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0년 당시 바오로 2세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을 권유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교황청은 북한 내 전교 활동 인정과 성직자 입북허용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내 무산됐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신자 3000명 불과…미사도 당 통제받아북한은 광복 이후 김일성 체제 당시 사회주의 체제에서 종교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반종교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김일성저작선집’에서 김일성 주석은 정권 수립 초기 “종교는 미신이자 아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등록된 천주교 신자가 3000명 정도라고 했다.이마저도 사제가 없어 평신도들끼리 미사만 진행하며 철저히 당 통제를 받는다. 사회주의 헌법에는 북한 주민이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대외선전용이다.한 탈북자는 “중국을 통해서 성경책이 들어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몰래 봤다”며 “밤에 가끔 사람들끼리 모여서 미사를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북한에서 성경책을 가지고 있으면 정말 큰일 난다”며 “보안원에게 걸리면 잡혀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 예산철이면 빠지지 않는…의원님들의 ‘파출소’ 사랑
- 왼쪽부터 정성호 국회기재위원장, 안상수 국회예결위원장(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매년 다음년도 예산 확정 후 이어지는 국회의원들의 지역 예산확보 홍보전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이 경찰서 관련 예산이다. 파출소 신축 예산, 파출소보다 관할 범위가 넓은 지구대 신축 예산 등이 단골메뉴다.올해도 다르지 않다. 8일 새벽 내년 예산이 확정된 후 의원들의 지역 내 경찰서 관련 예산확보 성과가 속속 알려졌다.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인 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천 강화경찰서 불은파출소 신축비 8억4000만원을 확보했다. 같은 당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은 부산 사상경찰서 덕포파출소 신축비로 23억원을 따냈다. 한국당 몫으로 20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낸 심재철(안양 동안을) 의원은 안양만안경찰서의 안양지구대 신축 예산 20억원을 확보했다고 알렸다.이와 함께 같은 당에서 △김선동(서울 도봉구을) 의원은 도봉1파출소 신축 예산 20억원 △성일종(충남 서산시태안군) 의원은 충남태안서 안면파출소 신축 예산 6억4000만원 △김명연(안산 단원갑) 의원은 안산 백운동 원선파출소 신축 11억원 △홍문표(충남 홍성군·예산군) 의원은 충청 예산경찰서 사무동 증축 예산 10억2000만원 등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더불어민주당에서도 사무총장인 윤호중(경기 구리) 의원이 구리경찰서 갈매파출소 신축 20억8000만원을, 이춘석(전북 익산시갑) 의원이 성당파출소 신축 5억2000만원을 각각 증액시켰다고 밝혔다.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은 양주 옥정파출소 신축 예산으로 14억7000만원을 따내기도 했다.경찰서 등의 신·증축은 기재위 소관기관인 기획재정부의 국유재산관리기금으로 충당된다. 이 때문에 기재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재위,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올해도 영향력을 발휘했단 평가다.실제로 내년 예산안 심의가 이뤄지던 와중에 기재위, 예결위에선 경찰서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기재위에선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같은 당 김영진 의원의 ‘민원’을 염두에 둔 듯 “수원 팔달경찰서 신축 부지를 사려면 최소한 230억원이 있어야 하는데, 30억원 밖에 반영이 안돼 있다”며 “예산 증액의 답을 달라”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압박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도 “화성 서부서가 만들어지는데, 원래는 6000평 정도로 예상했지만 기재부와의 협의과정에서 4000평으로 짓게 돼서 주차난이 크다. 옆의 2000평 땅을 더 사야 한다”고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앞서 예결위에선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민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 여수경찰서 주차장으로 이게 큰 민원”이라며 “여수경찰서 주차타워 증축 건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김용진 기재부 2차관에 당부했다.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노후화된 파출소가 워낙 많아서 35년 넘는 노후도와 협소도 등 기준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는데, 요구가 워낙 많다보니 해마다 치열하다”며 “의원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크지 않고 예산을 따낸 뒤엔 홍보하기도 좋아 꼭 챙기려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다른 관계자 역시 “파출소 예산은 지역 치안, 안전에 관한 것이라 주민들도 관심이 많고, 민원도 적잖다”며 “도로를 까는 SOC(사회간접자본)와는 달라서 의원들이 요구할 때에도 부담이 적어 선호한다”고 전했다.한편 경찰청, 경찰서, 청사시설의 신·증축 예산이 포함된 국유재산관리기금은 기재위의 기재부 예산안 심사에서 정부안보다 406억7800만원이 증액됐다. 하지만 예결위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529억원이 늘어, 1조531억원에서 1조1060억원으로 확정됐다.
- [전문] 文대통령, ‘인권의 날’ 축사 “인권위 독립성 철저히 보장”
-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대통령으로서 약속한다. 국가인권위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한때, 국가인권위가 사회의 중요한 인권현안에 눈과 귀를 닫고 관료화되어간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지만 다시, 약자들 편에 섰던 출범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반갑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다”며 “인권은 일상에서 실현될 때 그 가치를 발한다. 국가인권위의 노력은 우리의 삶 속에 인권을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8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 전문내외 귀빈 여러분,오늘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입니다.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모든 숭고한 노력에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세계인권선언은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했습니다.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과 야만의 역사를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전문과 각 조항에 담겨있습니다.세계인권선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천명했습니다.이어지는 30개의 조항은국가를 비롯한 그 어떤 권력도 침해할 수 없는인간의 기본권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도자유와 평등을 향한 치열한 투쟁의 여정이었습니다.인간답게 살 권리를 갖기 위해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열망이 모였습니다.종교계, 법조계, 시민사회도 힘을 보탰습니다.우리가 모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곳곳에는영광스런 투쟁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한국 전쟁 당시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사제들과 수녀들의 순교가 이어졌습니다.성당 안쪽 뜰에 순교자를 위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에 항거했던민주항쟁의 진원지도 이곳이었습니다.1987년 6월 10일 오후 6시,민주주의를 알리는 종소리가 나지막이 성당을 채웠고그렇게 시작된 민주 항쟁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마침내 군사독재의 시대를 끝냈습니다.2년 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다시 회복시킨 촛불의 물결도예외 없이 이곳에서 타올랐습니다.오직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지금 그 역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아로새겨졌고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내외 귀빈 여러분,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무궁무진합니다.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를 가지며,노동자는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도 우리에게 있습니다.최근 많은 국민들이 아동폭력 문제를 염려하고 계십니다.국가인권위원회는 문제가 된 아동양육시설에아동인권에 대한 직무교육을 권고하고,관할 관청에 특별 지도점검을 실시하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아이들이 학대와 폭력에 장기간 노출될 때건강한 발육과 정서적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정신병원 환자에 대한 사물함 검사에 대해서는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열악한 환경에 있는 구금시설 수용자에 대해서는적절하고 전문적인 의료 처우를 제공할 것을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 권고 했습니다.최근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습니다.최영애 위원장님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앞장 서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우리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문화가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인권은 일상에서 실현될 때 그 가치를 발합니다.국가인권위의 노력은우리의 삶 속에 인권을 뿌리내리게 할 것입니다.한때, 국가인권위가 사회의 중요한 인권현안에 눈과 귀를 닫고관료화되어간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지만다시, 약자들 편에 섰던출범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국가인권기구로 인정받았던 활약을되살려주길 바랍니다.대통령으로서 약속합니다.국가인권위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입니다.아울러 정부도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최선을 다하겠습니다.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겠습니다.지난 8월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이번 기본계획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존중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이 나날이 향상되고인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바랍니다.내외 귀빈 여러분,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여기 계신 인권활동가 한분 한분의진정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가야할 길이 아직 멉니다.한반도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평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세계인권선언의 첫 초안을 작성한 존 험프리는“전쟁의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지금의 세계인권선언 서문도“인류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되는 것입니다.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입니다.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전 세계의 자유와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함께 실현되길 기대합니다.우리의 노력은 전 세계에 희망이 될 것입니다.내외 귀빈 여러분,대성당을 둘러보니,건축양식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서양식과 전통 한국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서로의 본질을 잃지 않고, 존중하며평화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건축과정도 경이롭습니다.모금활동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조금씩 모으며87년 동안 성당을 완성했다고 합니다.인권도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이고함께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어떠한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묵묵히 변화를 완성시키는 것입니다.또한 인권을 무시할 때야만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오늘 세계인권선언의 역사와 의미를 담아행사를 잘 준비해주신 인권위원회 관계자 여러분께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면서,결코 포기 하지 않고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인권과 평화를 향한 이 길에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길 희망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