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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묘년 새해 음식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라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행지의 특색 음식을 음미하고 독특한 식문화를 접하는 즐거움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묘미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흥미로운 시도가 거듭되면서 음식 종류도 더욱 다양하고 새로워지고 있는 덕분에 식도락 여행의 수요는 날이 날수록 배가되고 있다. 부킹닷컴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 10명 중 6명(59%)은 2023년 새해에 여행을 떠나면 이색 먹거리와 진귀한 별미를 먹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덴마크의 풍미 넘치는 버터 보드부터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매콤달콤한 맛까지 2023년 떠오르는 음식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베스트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덴마크 렘비그 ‘버터 보드’◇덴마크 렘비그 ‘버터 보드’버터 보드는 작년 틱톡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입소문을 탄 후, 샤퀴테리 보드의 인기를 넘어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애피타이저로 자리매김했다. 주로 커다란 나무 도마 위에 버터를 두껍게 펴 바른 다음 그 위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완성하는데, 향긋한 허브부터 과일, 알록달록한 식용 꽃까지 곁들여 다양한 방법으로 맛볼 수 있다. 버터 보드의 메인 역할인 풍미 있는 버터는 덴마크 문화와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덴마크 서해안에 위치한 전통 있는 해안 마을 렘비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버터 생산지를 방문해볼 수 있다. 빵에 버터를 너무 많이 발라 치아 자국이 남는 것을 의미하는 ‘탄스뫼르’(tandsmør)라는 단어가 존재할 만큼, 덴마크는 그야말로 버터에 진심이다. 렘비그에서 차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스코블라이드 뷰티풀 팜하우스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매력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숙소다. 농장이 있어 투숙객은 닭과 말을 보고 주변 들판을 둘러보는 등 현지 체험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아침으로 제공되는 유럽식 조식을 먹는 동안에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신선한 버터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모로코 자고라 ‘대추야자’◇모로코 자고라 ‘대추야자’흔히 자연의 사탕이라 불리는 대추야자는 팬데믹 이후로 이어지고 있는 건강 열풍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NS에서 빠르게 확산된 수제 초콜릿과 초코바 레시피에 자주 등장하는 등 건강한 단맛을 첨가하는 식재료로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추야자는 특히 모로코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환대를 상징하는데, 현지인들이 집에 손님을 맞이할 때 환영의 의미를 담아 내놓곤 한다. 모로코에서 자라는 100여 종의 대추야자 중 가장 유명한 건 대추야자의 왕이라 불리는 ‘메드줄’(Medjool)이다. 역사적으로 왕실 귀족 출신들만이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대추야자를 맛보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드라 계곡에 있는 아름다운 산악 마을 자고라를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30여 종의 대추야자를 기르고 있으며, 현대화의 흔적이 거의 없는 마을로 전통적인 모로코 생활을 경험하기 좋다. 자고라 야자 숲 중심부에 무성한 야자수로 둘러싸인 리야드 다르 소피안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멋진 야외 수영장과 해가 질 때 술 한 잔을 즐기기에 완벽한 환상적인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숙소에서는 대추야자, 부드러운 닭고기, 아몬드 등으로 만든 소박한 파이에 따뜻한 향신료를 더한 달콤 짭짤한 북아프리카 요리인 파스티야와 같은 맛있는 모로코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멕시코 미초아칸 ‘아보카도 오일’◇멕시코 미초아칸 ‘아보카도 오일’슈퍼푸드로 통하는 아보카도가 전 세계 사람들의 식단에서 스테디아이템이 된 지 수년, 이제는 아보카도 오일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심혈관과 눈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며 맛 또한 훌륭한 아보카도 오일은 세계인들의 주방에서 없으면 안 될 필수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아보카도 오일의 주요 생산지로는 멕시코 서부에 위치한 미초아칸이 있다. 토착 문화유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특히 멕시코 최대 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이 열리는 파츠쿠아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모렐리아 역사지구는 미초아칸에서 꼭 방문해봐야 할 도시다. 멕시코에서는 아보카도가 들어간 수많은 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데, 현지인들과 같은 아침 식사를 맛보고 싶다면 토르티야 위에 검은콩, 치즈, 계란프라이 등을 얹어 먹는 우에보스 모툴레뇨(huevos motuleno)라는 요리를 시도해보길 바란다. 모렐리아의 아름다운 석조 건물에 들어선 매력적인 숙소인 마하 호텔 부티크는 현지의 멋을 그대로 살린 전통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또한, 스테이크, 타코와 같은 맛있는 현지 요리와 시원한 칵테일을 선보이는 환상적인 바 및 레스토랑도 갖추고 있다.벨기에 브뤼셀 ‘버섯’◇벨기에 브뤼셀 ‘버섯’초콜릿과 와플로 유명한 벨기에에서 최근 급부상하는 음식 트렌드이자 인기 식재료는 버섯이다. 벨기에의 광대한 숲은 표고버섯과 포토벨로 버섯, 크레미니 버섯, 느타리버섯 등 수많은 종류의 버섯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자연의 향을 가장 잘 품은 식품인 버섯은 영양가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육류 대체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버섯 애호가들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는 모든 요리에 버섯을 넣는 것으로 유명한 ‘카페 데 스포르스(Cafe des Spores)’라는 레스토랑 있다. 포르치니 버섯 치즈케이크와 같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저트도 맛볼 수 있으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벨기에 생질(Saint-Gilles)에 위치한 우아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사부아는 풍부한 자연광을 자랑하는 세련된 아파트 숙소를 제공한다. 매력적인 테라스와 발코니가 마련되어 있으며, 반려동물 동반 투숙을 허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카페 데 스포르스가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 투숙객은 맛있는 버섯 요리를 즐기고 편리하게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대한민국 서울의 양념치킨◇대한민국 서울 ‘스와이시’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푸드의 열풍과 함께 새롭게 떠오른 단어가 있다. 바로 ‘스와이시’(swicy·Sweet과 Spicy의 합성어)다. 달콤한 맛과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독특한 맛을 표현한 단어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매콤달콤 콤보를 넘어 고추장 아이스크림, 비빔장 품은 빵, 칠리 다크초콜릿 등 이색 궁합 메뉴까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두 가지 상반되는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스와이시 음식은 고대의 전통과 혁신 기술이 공존하며 역사적인 사찰과 고층 건물이 대조되는 한국의 역동성을 잘 대변해주는 문화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스와이시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특히 떡볶이, 양념 치킨, 쫄면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아름다운 마천루에 자리 잡고 있는 5성급 호텔인 시그니엘 서울은 환상적인 실내 수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객실에서 도시와 아름다운 한강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호텔이 자랑하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비채나는 솔잎을 곁들인 풍부한 육즙의 돼지고기와 생복만두와 같은 정교한 한식 요리를 선보인다.
- “수당만 쏙~”먹튀 설계사 NO...연대보증 담보까지 등장
-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법인대리점(GA) 등에서 ‘먹튀 설계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수당 지급 담보에 ‘연대보증’까지 설정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모두 받기도 전에 설계사가 퇴사해버려 계약이 실효되는 것을 막는 장치다. 회사 입장에선 불량설계사를 막기 위함이나, 일각에선 ‘과도한 처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의 자회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는 올해부터 지점장급 이상 관리자의 수당지급담보 사안에 인보증을 추가했다. 보험사나 법인대리점 등에서는 지점장급 이상 직원들의 수당 ‘먹튀’ 사례를 막기 위해 근저당이나, 예금질권, 이해보증보험 등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 보험계약의 경우 설계사에게 판매수당을 미리 주는 선지급이 관례인데, 보통 2년 안에 대부분의 수당이 지급된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이같은 수당 제도를 악용해 초반에 수당만 챙기고 회사를 퇴사하거나, 이동하는 ‘먹튀 설계사’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만약 계약이 만기까지 이어지지 못하면 회사는 지급한 수수료에 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이에 보험사나 법인대리점은 설계사가 중도 퇴사시 수수료 지급으로 인한 손해발생에 대비해 일부 금액에 대해서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보증보험을 가입하거나, 계약에 대한 적립금을 쌓는 등의 대비책을 세운다. 신한금융플러스 관계자는 “다른 담보방법이 안되는 경우에 인보증으로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열어 놓은 것”이라며 “인보증 하는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내에서는 ‘인보증’ 담보가 등장한 것을 두고, 먹튀설계사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옹호하는 분위기다. 실제 일부 GA에서는 시책(수수료 외 별도 수당)이 걸린 상품을 판매한 뒤 수당만 챙기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버리는 사례가 발생해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료=보험연구원)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500인 이상) GA설계사 정착률은 평균 51.6%로 지난 2016년 70.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설계사 정착률은 등록된 신규 설계사가 13월차(1년) 이후 남아있는 비율을 의미하는 것인데, 신계약건수 및 유지건수가 일정 숫자 이상이어야 활동 중인 설계사로 계산한다. 설계사 정착률이 하락할수록 이동이 잦다는 의미며, 59.7%라는 수치는 1년 안에 10명 중 4명이 그만두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사가 이동하게되면 그에 따른 고아계약도 발생하게 된다. 고아계약이란 보험계약을 체결해준 담당 설계사가 퇴사 또는 이직 등으로 사라지는 계약을 말한다. 보험은 장기계약이 대부분이라 사후관리가 중요한데, 설계사가 없어져 고아계약의 경우 실효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홍성국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고아계약은 439만건을 나타났다. 월평균 36만5918건의 고아계약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회사형 GA치고는 인보증을 담보로 넣은 게 이례적이긴하다”며 “아무래도 신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고객으로부터 ‘불완전판매’, ‘먹튀’ 등의 뒷말이 나오게 하지 않으려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플러스의 경우 2020년 영업 조직 이탈 등의 논란이 있었던 GA(리더스금융) 일부 조직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금융당국은 인보증 추가 등에 대해 일단 회사와 설계사 등의 고용관계에 따른 내용이라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적 사안은 아니고, 고용계약에 관한 내용이라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산안으로 보이며, 관련해 위법이 판단되면 시정조치 등을 취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킹달러 꺾였다' 돌아온 외국인
-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다음은 11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킹달러 꺾였다’ 돌아온 외국인-이재명, DJ·盧 거론하며 “정치검찰의 함정”-“목동 매물 있나요”…부산에서도 발걸음△종합-훔쳐보면서 당당히 평점까지…뻔뻔한 中-창고에 쌓여가는 D램·낸드…제조업 ‘재고와의 전쟁’ 비상△강달러 꺾이자 시장 꿈틀-“바닥 다졌다”…외국인, 낙폭 컸던 반도체·금융·플랫폼주부터 담았다-美인플레 둔화에…되살아나는 긴축완화 기대감△종합-‘방역빗장’에 中 ‘비자보복’…출장 막히고, 봄 성수기 관광수요 놓칠라-항우연 “이달 갈등 수습…5월 누리호 발사 이상無”-이복현 “대출금리 과도한 인상 안돼”…‘8% 주담대’ 금리 내린 우리은행△이재명 검찰 출석-“당당하게 맞서겠다”면서…지도부·개딸 둘러싸여 호위받은 李-대장동·백현동·변호사비 대납 등 남은 수사도 줄줄이△정치-나경원, 尹에 사표 與 전당대회 ‘요동’-與 “신현영” VS 野 “이상민” 이태원 참사 네탓 공방 여전△경제-경상흑자 1년 새 3분의 1토막…11년 만에 최악-온라인 도매거래소 구축…농산물 유통비 연 2.6조 아낀다△금융-일자리 잃은 금융맨, 절반은 “다시 일하고 싶다”-GA “먹튀 설계사 막아라” 연대보증 담보까지 내세워△글로벌-성장 급한 中, 올해 특별채 한도 ‘역대급’ 695조원 검토-“S&P500, 22% 더 떨어질 수도” ‘월가 족집게’ 마이크 윌슨 경고△산업-SK온 등진 포드…LG엔솔에 ‘유럽 배터리 합작공장’ 러브콜-현대차가 품은 포티투닷 ‘SW기반 미래차’ 개발 이끈다△ICT-논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 등급제…정부안 강행?-‘아이디어스·텀블벅 운영’ 백패커, 200억 유치△소비자생활-“가격경쟁력·가치소비 앞세워 ‘인공 다이아’ 대중화 앞당길 것”-지난해 편의점 3사 최다 판매 제품은 ‘PB커피’△증권-‘삼전 사랑’ 동학개미의 변심-‘머스크 리스크’에도 테슬라 산다-한파 닥친 대어급 IPO 시장…중소형 공모주가 뜬다△부동산-규제 완화에 살아난 매수심리…경매시장 살아날까-SR, 코레일과 ‘헤어질 결심’…국토부 속내는△건강-만성 폐쇄성폐질환부터 폐암까지 원스톱 진료…지역주민 교육도-뜨거운 커피·국물 ‘후루룩’…식도암 부른다△북-허무하디 허무한 삶을 위하여…-10년 배터리戰 거품은 없다△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반도체 의존 줄이고 신산업 키우려면…稅감면 등 친기업 환경 조성해야”-제2의 IRA 사태 대비해 전경련, 민간외교役 최선△오피니언-부동산시장이 안정되려면-KT 인사 더는 늦추지 말아야△피플-“세계가 주목하는 K패션…유럽서 럭셔리 브랜드와 승부”-최수연 “포시마크 사업+네이버 AI기술…원팀 시너지”△사회-“지방대 재정 숨통”…“외부인 범죄 노출”-오세훈 VS 전장연 갈등 결국 ‘6억 소송전’으로
- '택배견 경태' 후원금 6억 먹튀…택배기사 징역 5년·여친 7년 구형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반려견을 택배차량에 데리고 다니면서 유명세를 얻은 후 걷은 약 6억원의 후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배기사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5년형, 7년형을 구형했다.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 중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후 도피했던 여자친구를 도왔던 이들에 대해서도 검찰은 징역형과 벌금형 등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피고인들은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최후 진술까지 서로에게 혐의를 떠넘기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택배견 ‘경태’ (사진=‘경태아부지’ SNS)◇ ‘택배견’ 경태로 유명세… 후원금 갈취 후 도주까지 6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민성철 판사는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택배기사 A(34)씨와 여자친구 B(38)씨에 대한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구속 도중 도주했던 B씨의 도주를 도운 B씨의 지인 C씨, D씨에 대한 범인도피교사,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사건이 병합돼 진행됐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형을, 경찰 수사 당시 주범으로 지목된 여자친구 B씨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반려견에 대해 선량한 마음을 이용해 1만여명이 넘는 피해자들로부터 6억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했고, B씨는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고 도주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 A씨는 2020년 유기견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녀 ‘경태아부지’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팔로워를 모았고, 경태 이후 유기견 ‘태희’를 추가로 입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A씨와 B씨는 “경태와 태희가 아픈데 택배 차량이 고장나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내용의 글 등을 올려 기부금과 차용금 등 6억1070만원을 모은 후 이를 돌려주지 않고 계정을 삭제 후 잠적했다. 이후 팔로워들의 국민신문고 신고 등으로 인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 이들은 잠적 6개월여 만에 대구에서 붙잡혔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받은 돈 대부분이 B씨의 계좌에 들어간 사실 등을 기반으로 B씨를 주범으로 지목해 그를 구속기소하고, A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구속 상태였던 B씨는 지난해 11월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아 병원을 방문 후 약 한 달간 도주, 지난해 12월 다시 체포되기도 했다. ◇ 이날도 서로 책임 미루며 ‘공방’…“선한 마음 악용했다” 질타 이날 열린 공판에서 ‘주범’으로 주목됐던 B씨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B씨 측은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받은 후원금은 A씨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전부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는 지속적으로 불법 도박을 해와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며 “받은 돈을 자신의 계좌를 통해 도박 계좌로 인출해 전부 탕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B씨가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 줄 몰랐으며, 기존 채무를 ‘돌려막기’하는 중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첫 공판 당시에도 공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 주도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아울러 검찰은 B씨의 도주를 도왔던 C씨에겐 징역 1년형을, C씨를 도와 유심칩 개설 등에 나섰던 D씨에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추가로 드러난 C·D씨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위해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결국 수술을 받지 않은 채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C씨와 D씨는 그의 도피를 돕고 유심칩 개설 등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C씨는 “B씨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며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 시간 가까운 공방의 막바지에 피고인 중 B씨가 ‘사람의 선량한 마음’을 두 차례나 이용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여전히 “A씨와 B씨는 서로 돈을 쓰지 않았다고 부인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을 한 차례 이용하고, 임신중절에 대한 임신부의 선택권을 존중해 인도적인 이유로 구속을 정지시켜줬던 법원을 이용하기까지 한 것 아니냐”며 B씨를 질책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정말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한편 A씨와 B씨 커플, 그리고 B씨의 도주를 도왔던 C씨와 D씨 등 총 4명에 대한 선고는 오는 27일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 코인만 허위공시? 코스닥은 '한달에 4번' 관행됐다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허위공시가 한 달에 약 4건꼴로 발생했다. 호재성 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관련 내용을 변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으로 허위공시에 대한 처벌 수준이 솜방망이에 불과해 상장사들의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허위공시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허위공시에 멍드는 코스닥…올해 50건 넘을듯28일 김진표 국회의장실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불성실공시 위반 법인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는 47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가 20건인 것에 비하면 2배 더 많다.연도별 추이를 보면 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줄었지만, 코스피 상장사는 증가하는 양상이다. 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는 지난 2019년 119건, 2020년 121건, 2021년 99건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2019년 14건, 2020년 15건, 2021년 18건 등을 기록했다.올해 코스닥 시장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 47건의 유형을 분석하면 공시번복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공시불이행 16건, 공시변경 1건 순이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공시불이행이 15건으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공시번복과 공시변경은 각각 4건, 1건으로 집계됐다. 한 기업이 여러 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경우도 상당수였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2회 이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업체가 5곳이나 됐다. 엘아이에스(138690)는 올해 11월까지 4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가장 많았다. 지정 사유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철회, 전환사채권 발행 결정 철회, 소송 판결 지연 공시 등이었다. 이외에 지티지웰니스(219750), 지나인제약(078650), 케어젠(214370), 싸이토젠(217330) 등도 올해만 2건의 공시 위반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선 비케이탑스(030790)가 횡령·배임혐의 발생 지연 공시, 소송 판결 미공시 등을 이유로 올해 3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 대규모 에디슨모터스 먹튀 사태…공시 제재금은 1억이처럼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허위 공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제34조에 따르면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부과벌점이 8점 이상이거나, 공시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5억원 이내에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법인을 제외하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46건 중 벌금이 부과된 경우는 18건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무엇보다 허위공시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에 비해 제재금액은 ‘새 발의 피’ 수준이어서, 이를 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에디슨모터스 먹튀’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검찰은 에디슨모터스의 관계사인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136510))의 주가를 허위 공시로 띄워 16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에디슨EV 관계자 등을 기소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관계사인 에디슨EV를 통해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진행할 것처럼 허위공시 했다는 게 근거다. 실제 에디슨EV 대주주들은 인수·합병(M&A) 투자계약 체결 및 유상증자 발행 공시를 낸 후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지분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다음 공시를 철회했다. 거래소 측이 이에 대해 부과한 허위공시 제재금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4건, 8건의 공시번복을 합해 총 1억2800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제재금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개인투자자가 사법 절차를 통해 소송을 청구하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공시 제도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제재금은 공시 자체에 대해 물리는 것이고 부당이득은 자본시장법에 의거에 최종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거래 관련 제재 수위가 가상화폐 시장에 비해 약하다는 시선도 있다. 위메이드(112040)의 가상화폐 ‘위믹스’는 지난달 24일 유통량 허위 공시로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0월27일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지 약 1달 만이다. 이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최근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거나, 2년간 3회 이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야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허위공시 문제가 확산할 수 있는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래도 부적절하게 공시가 이뤄지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경기나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국면에서 불공정 공시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불성실공시법의 부당 사례와 처벌 수준을 비교해보면 제재 수준을 높이는 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방향성”이라며 “다만 공적인 규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법 체계가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다시 기본으로”…먹튀 논란 카카오페이, 반성과 쇄신의 한 해
- [이데일리 김현아 김국배 기자][이데일리 김일환 기자]‘경영진 먹튀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카카오페이(377300). 주가는 현재 5만 5000원 대로 공모가(9만 원)에도 못 미치고 있지만, 올 한 해 통렬한 반성과 함께 쇄신에 나섰다. 신원근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문제가 된 주식을 재매입하고, 인센티브를 전액 반납했다. 카카오페이 성장의 원동력인 ‘사용자 경험’에 집중한 덕분에 분기 거래액이 30조 5000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플랫폼금융사로서의 지위는 단단해지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나, 서비스 경쟁력이 날로 좋아지고 있어 내년에는 대출, 보험, 투자 영역에서도 한 단계 발전할지 관심이다.주식 재매입 완료하고 최저임금만 받는 신원근 대표신원근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5인은 주식 재매입에 법적 제약이 없어지는 시점부터 회사 주식을 재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매도했을 때 주가(약 20만 원)와 매입 주가 간의 차액은 전부 회사에 환원하고 있다. 27일 현재, 신원근 대표는 작년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수익 중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전부(약 33억 원)를 주식 재매입에 사용해 총 5만주를 샀다. CEO가 된 뒤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나머지 4명의 경영진도 지금까지 2만 2000주의 페이 주식을 재매입했다. 신원근 대표는 ‘신뢰회복을 위한 실행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주가가 20만 원에 도달할 때까지 계약된 연봉과 인센티브 수령을 보류하고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고 있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은 월 191만4400원(주40시간 근무·유급 주휴 포함·시급 9160원)이니, 연봉으로 치면 3000만 원이 안 된다. 류영준 전 대표의 연봉(6억 6000만 원, 2022년 반기보고서에서 퇴직금 2억 8600만원 제외한 급여와 인센티브)과 비교하면 22배 정도 차이가 난다.신 대표 본인은 최저임금만 받고 있지만, 직원들 연봉은 1000만 원씩 올렸다. 사내 복지 제도도 핀테크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개선했다. 회사에 위기를 몰고 온 것은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각건 때문이지 직원들이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먼저 전 직원 연봉 1000만 원 인상을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은행과 플랫폼금융으로 업의 본질은 다르나, 카카오 그룹 내 핀테크 회사라는 점은 같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기본으로 돌아가니 거래액, 사용자 증가세 뚜렷 올해는 안팎의 혼란이 컸던 해였지만, 사업적으로는 탄탄한 기반을 다진 해였다. 카카오페이의 3분기 거래액(TPV:Total Payment Volume)은 30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월 활성 유저(MAU)는 229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유저당 거래금액은 지난해 3분기 41만 원에서 8% 증가한 44만 3000원을 기록했고, 유저 당 거래 건수 역시 16% 증가한 102건을 기록했다. 덕분에 카카오페이 3분기 별도 기준의 영업이익은 102억 원으로 올해 들어 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신규사업 투자로 연결 기준으로는 97억 원 영업손실을 봤다. 회사 관계자는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의 가맹점과 혜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내 주변 서비스’로 오프라인 결제도 늘었고, 마이데이터 기반의 카드 추천 서비스 등으로 금융 중개에서도 새로운 수익이 나오고 있다”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는 모토 하에 사용자 경험의 향상과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 확보에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내년에는 카카오페이의 근무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카카오가 코로나19 때 시행했던 전면 재택 근무제 대신,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하는 근무 방식을 3월 1일부터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출근이 ‘기본’이 되지만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직장 재량으로 필요 시 개인별·조직별 재택·원격 근무도 가능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의 사무실 출근 우선제를 어떻게 도입할 지 사내에서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 버텨라, 맨몸뚱이로…작품이 된 '고된 삶'[정하윤의 아트차이나]<11>
- 장환의 ‘연못의 수면 높이기’(To Raise the Water Level in A Fish Pond·1997). 이주노동자 40명이 연못에 들어가 수면을 높이려고 벌인 퍼포먼스다. 별 소용없는 노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수면은 1m 상승했다. 계급 사다리의 가장 아래 위치한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온몸으로 전달했다. 가운데 아이를 어깨에 올리고 있는 남자가 작가 장환이다. ⓒ장환·페이스갤러리 제공.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1994년 6월 2일 오전 11시 30분 중국 베이징 외곽의 한 공용 화장실. 37.8도까지 치솟은 숨막히게 더운 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악취 가득한 좁은 공간에 나체의 한 청년이 딱딱한 의자에 앉았다. 온몸에 꿀과 생선기름을 바른 채. 온갖 날고 기는 벌레들이 그의 몸을 뒤덮었고, 코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땀범벅이 된 남자는 가히 지옥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을 그곳에서 60분을 버티고서야 근처의 연못으로 걸어 들어갔다. 작가 장환(張洹·57)이면서 장환의 작품인 ‘12평방미터’(1994)다. 극한의 고통을 견디는 것. 이것이 1990년대 장환의 작업이고 작품이었다. 구역질 나는 화장실에서 벌레에게 온몸을 내줬던 것은 세 발의 피다. 굵은 철사에 묶인 채 한 시간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작업도 했다(‘65㎏’ 1994). 혈관에는 주사바늘을 꽂아 자신의 피를 달궈진 알루미늄 통으로 내려보내던 그때도 그는 맨몸이었고, 방 안에는 피 끓는 냄새가 진동했다. 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강철을 갈면서 튀는 불꽃 아래 나체로 누워 한 시간을 견뎠고(‘25㎜ 스레딩 스틸’ 1995), 고가 아래 누워 지렁이가 자신의 입과 코 위를 기어 다니도록 했으며(‘오리지널 사운드’ 1995), 얼음 위에 온몸을 대고 엎드린 채 저체온증으로 목숨이 위험해질 때까지 버텼다(‘순례: 뉴욕의 바람과 물’ 1998). 이 모두가 장환의 ‘바디아트’다. ◇백도 돈도 없이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는 자신의 경험 녹여아아. 괴롭다. 이런 게 정말 ‘아트’인가. 장환이란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예술이 정말 꼭 이래야만 하는 건가. 답을 하자면 ‘그렇다’. 적어도 29세의 장환은 그래야만 했다. 1965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난 장환의 본래 이름은 ‘둥밍’(東明)이었다. 마오쩌둥의 ‘둥’자를 딴 것이다. 자식의 이름에까지 마오쩌둥에 대한 찬양을 담을 만큼 충성분자였던 장환의 부모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우파로 몰려 재교육을 받으러 떠나야 했다. 한살배기 아들은 홀로 시골로 보내져 할머니와 살았다. 더럽다는 말로는 다 형언할 수 없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던 동네였다. 장환의 ‘12평방미터’(12 Square Meters·1994). 1990년대에 대담하고 실험적인 퍼포먼스로 인지도를 얻은 장환이 미술계에 이름을 크게 알린 강렬한 퍼포먼스다.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은 몸뚱이 하나로 톈안문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억압 속에 온갖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을 대신 표현했다. 이후 정치적·정서적·영적으로 인간 삶의 가혹한 복잡성에 대한 생각 혹은 항의를 자극하는 행위예술로 더욱 입지를 다졌다. ⓒ장환·페이스갤러리 제공.마오쩌둥의 사망과 함께 시대는 결국 변했고, 할머니와 살던 아이는 장성해 베이징의 미술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었다. 둥밍이 아닌 장환이란 이름으로. 새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장환의 생활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춥고 배고팠다. 대충 타협하면 먹고 살 수는 있었다. 나라에서 직장까지 정해주던 시대였으니 입에 풀칠을 못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장환은 그렇고 그런 직장에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영혼 없이 일하는 것도, 부당한 대우도 싫었다. 그러니 직장도 돈을 얻을 수 없었다. 가진 것은 오직 몸뚱이와 열정뿐이었다. 같은 상황, 같은 마음의 청년 미술가들이 베이징 외곽으로 모여들었다. 인근 마을 사람들이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중국 현대미술의 한 획을 그은 곳으로 기록된 가난한 예술가들의 마을 ‘동촌’이다. 1992년부터 장환은 그곳에서 살며 신체예술이란 것을 시작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현대미술에서 ‘몸’이 재료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1950년대 말이다. 서양의 미술가들이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인 미술에 지겨워지면서 새로운 재료와 형식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장환의 작품은 맥락이 전혀 다르다. 장환이 몸뚱이를 선택한 것은 백도 돈도 없이 맨몸으로 험난한 세상과 부딪쳐야 하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디아트’라든지 ‘퍼모먼스’ 같은 주류 미술사의 건조한 용어를 갖다 붙이기에 장환의 작업은 너무도 절박했다. 당시 중국에서 몸을 예술재료로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먼저 돈 문제. 장환이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벌레와 함께 앉아 있을 무렵, 베이징의 다른 편에서는 돈방석에 앉는 회화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장환은 동요하지 않았다. 고급 캔버스에 기름이 흐르는 총천연색 물감은 그 시절의 장환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중국 정부는 바디아트를 예의주시했다. 1989년 톈안먼사태 이후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다면 사시 눈을 뜨고 볼 때였다. 장환 또한 오픈 직전 전시가 취소되기도 하고, 벌금을 물기도 했으며, 퍼포먼스 도중 후다닥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작품 안팎의 맥락에서 ‘인내에 대한 믿음’을 읽을 수 있다. 장환의 작업은 고통을 드러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고통을 견딘다. 천천히 흘러가는 극한의 시간을 꼼짝 않고 버틴다. 약속된 시간이 지나면 퍼포먼스는 끝이 난다. 어려운 시간을 참아낸 뒤 유유히 연못으로 걸어 들어가 깨끗해지는 그를 볼 때, 그를 옥죄던 철근이 풀어질 때, 불꽃이 튀던 기계가 꺼질 때, 관람자는 안도감을 느낀다. ◇중년의 장환, 웃는 얼굴·해골 가득한 형형색색 회화 선보여작품 밖에서도 장환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부의 탄압을 견뎌냈다. 척박한 환경에서 맨몸으로 버티기. 이것이 장환의 삶이자 작품이었던 거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인내가 결국 승리한다는 예술가의 믿음이 담겨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그 말이 장환의 몸을 빌려 비로소 실체가 된 것이다. 장환의 ‘시기상조의 양귀비 No.15’(Premature Poppy No.15·2010). 퍼포먼스·설치·사진 등 혼합미디어에 몰입하던 장환은 2000년대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회화작업에 나섰다. 티베트 불화를 모티프로 웃는 얼굴, 해골 등으로 화면을 빼곡히 채운 작품을 두고 추상과 구상, 양귀비의 독성과 향기, 나아가 삶과 죽음이란 양면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리넨에 오일, 80×60㎝, ⓒ장환·페이스갤러리 제공.이 모두를 알고 장환의 작업을 대하자면 어떤 숙연한 마음도 든다. ‘인생을 걸고 그토록 절박하게 추구하는 것이 과연 내게 있던가’ ‘현실과 타협하기는 얼마나 쉽던가’ ‘적당히 대충 살면서 한 사람의 모든 것이 걸린 작품에 대해 쉽게 떠들어도 되는가’ ‘나는 얼마나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가’ 등등의 생각이 들어서다. 징그럽다고 인상을 찌푸리고, 이해 가지 않는다고 고개를 돌려버리기에 장환의 몸부림은 절실하고, 메시지는 묵직하다. 춥고 배고픈 날들을 무사히 견뎌낸 장환은 요즘 꽃길을 걷는 중이다. 1990년대 그의 작업은 중국 현대미술사에 공고히 기록됐으며, 퍼포먼스·사진·조각·설치를 섭렵한 뒤 국제적인 스타작가로 발돋움해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쓰레기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던 허름한 마을에 살던 장환은 현재 상하이에 커다란 스튜디오를 갖고 일류 미술관·갤러리와 일한다. 근래 그가 선보이는 것은 회화다. 형형색색 물감을 반 고흐가 울고 갈 만큼 두껍게 올린다. 멀리서는 흡사 추상화지만 가까이서 보면 웃는 얼굴과 해골이 가득한, 반전의 작품이다. 불교에 귀의한 뒤 티베트 불화로부터 도입한 도상이다. 장환의 ‘시기상조의 양귀비 No.15’(Premature Poppy No.15·2010)의 부분. 티베트 불화를 모티프로 웃는 얼굴, 해골 등을 빼곡히 채운 화면 속 도상을 클로즈업했다.화려한 장환의 회화는 30년 전 그의 고통스러운 신체예술과는 아주 달라 보인다. 이런 변화를 두고 ‘생활이 피니 헝그리정신이 사라졌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변화는 당연하다. 명실공히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중년의 장환이 여전히 절박한 나체의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좋은 작품’은 작가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법이다. 작가의 삶이 변하면 작품도 변해야 마땅하다. 장환의 말처럼 그는 삶에서 작품을 길어올리는 작가니까. 장환의 작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온몸으로 세상을 부딪치며 살아내는 생생한 기록이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 '나쁜년'에 '조또'까지…'파격퀸' 비비 사용지침서 등장[종합]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핫이슈 메이커’ 비비(BiBi) 사용지침서가 세상에 나왔다. 비비가 공들여 완성한 첫 정규앨범 ‘로우라이프 프린세스 - 누아르’(Lowlife Princess - Noir) 얘기다. 데뷔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앨범을 선보이는 비비는 총 12곡으로 자신의 비범한 음악 세계를 펼쳐냈다. 비비는 전곡 작사를 직접 맡은 것은 물론, 작곡, 편곡, 프로듀싱, 뮤직비디오 기획 등 앨범 작업 전 과정에 고루 참여했다. 그렇기에 ‘로우라이프 프린세스 - 누아르’는 ‘파격퀸’ 비비의 활동과 작업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일종이 사용지침서라 하기에 손색없다.출격일인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비비는 “너무 감격스럽다. 재미있게 봐주시고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앨범을 내는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앨범명은 직역하면 하류인생 공주님이란 뜻”이라면서 “역설적인 면이 제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앨범명을 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곡에 담은 이야기와 세계관이 누아르 장르라는 생각이 들어 제목에 ‘누아르’를 붙였다”고 부연했다. 앨범에 담은 곡들의 색깔은 다채롭다. 비비는 “제 자신을 엄청난 음악가라기보단 재미있는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EDM, 알앤비,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앨범을 구성해 특정 장르의 음악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제 안에서 뽑아낸 슬픔을 지닌 캐릭터를 바탕으로 곡 작업을 했다”고도 했다. 타이틀곡으로 택한 곡은 4곡이나 된다. ‘나쁜년’(BIBI Vengeance), ‘조또’(ZOTTO), ‘철학보다 무서운건 비비의 총알’(Blade), ‘가면무도회’(Animal Farm) 등이다. 비비는 이 곡들의 뮤직비디오를 고퀄리티로 제작해 보고 듣는 재미를 높였다. ‘시네마급’ 완성도와 작품성이 돋보이는 ‘나쁜년’과 ‘조또’에는 각각 배우 현봉식과 박정민이 출연해 비비와 연기 호흡을 펼쳤다. ‘나쁜년’에는 안무 창작을 담당한 아이키 필두 댄스 크루 훅!도 여러 장면에 비중 있게 등장한다.비비는 “빠르게 오감을 만족시켜야 하는 시대라는 판단과 앨범을 즐기는 분들이 지루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타이틀곡 4곡의 뮤직비디오를 모두 제작했다”고 했다. 이어 “엄청난 철학이나 숨은 뜻을 담지는 않았지만,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 같은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박정민 섭외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비비는 “‘조또’ 뮤직비디오를 찍어야겠단 마음을 먹었을 때 박정민 씨가 출연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정민 씨가 출연한 ‘지옥’(넷플릭스 드라마)의 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던 어느 날 SNS DM(다이렉트 메시지) 목록을 내려보다가 박정민 씨가 보낸 DM을 발견했다”면서 “그 이후로 친분을 쌓은 뒤 출연 제안을 드렸는데 받아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 중 ‘나쁜년’과 ‘조또’는 제목이 강렬하다. 진행을 맡은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박지윤은 “방송 생활을 하면서 ‘나쁜년’과 ‘조또’를 발음해본 건 처음”이라고 언급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관련 물음에 비비는 “제목 때문에 방송 활동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간담회 현장에 자리한 소속사 필굿뮤직 대표 타이거JK는 “비비가 만든 곡들이 제목 때문에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며 “‘조또’의 경우 회사 내부에서 제목을 바꾸는 안도 검토됐는데 비비가 전체적인 맥락을 중요시 하는 아티스트라 마음껏 정면승부할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비비는 센 제목의 곡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더했다. ‘나쁜년’에 대해선 “힘든 일을 당했을 때 격분한 상태에서 열심히 가사를 쓴 곡”이라며 “상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번 한 번은 봐주지만, 다시는 봐주지 않겠다. 만약 또 잘못을 하면 나쁜년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는 상황을 풀어냈다”고 말했다. 어떤 일 때문에 분노를 했던 거냐는 물음에는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었다”며 “신고를 하면 감옥 가는 정도의 일을 당했었다”고 답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면서 비비는 “‘나쁜년’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만한 사이다이자 소화제 같은 곡”이라며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화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때 이 노래를 듣고 유연하게 살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바람을 드러냈다.‘조또’에 대해선 “여러 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웃은 뒤 “일본어로 따졌을 땐 ‘잠깐, 관심 없어’라는 의미로, 한국어로는 ‘아주’ ‘매우’ ‘무척이나’ 등의 의미 정도로 해석해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또’란 이름의 보드게임도 존재하긴 하는데 (해석의 방향이) 어디로 가든 위험하긴 한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더불어 “제목을 바꿀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럴 경우 저 조차도 (음악 플랫폼 내에서) 누르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 제목대로 곡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비비는 데뷔 후 빠른 시일 내 음악성을 입증한 뒤 예능, 연기, CF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솔직 당돌함과 파격 행보로 화젯거리도 자주 만들었다.비비는 “친한 친구이자 반려견 같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또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야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면서 “이번 신곡들과는 결이 다른 사랑스러운 곡들을 담은 앨범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거JK는 “비비가 시나 소설처럼 각 이야기에 대한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으로 곡을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캐릭터에 몰입해 비디오 구상까지 직접 하면서 마치 OST를 만들 듯이 곡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비비를 치켜세웠다.뒤이어 타이거JK는 “비비가 앨범을 작업하면서 새벽 밤마다 많이 울기도 했고, 가끔은 미친 듯 웃기도 했다. 그런 모습과 과정을 지켜보면서 굉장히 고된 작업을 한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비비의 신곡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접하면 앞으로 비비가 하는 언행이 더 잘 이해되고 재미있게 여겨지실 것”이라며 따듯한 시선을 당부했다.
- “美·中 반도체 패권 경쟁서 살아남으려면 한국·대만 협력해야”[만났습니다①]
-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 중간선거를 마친 미국이 조만간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중국 때리기에 따라 표심이 흔들리는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누르기 위해 기존과 같은 대중국 규제 기조를 유지하되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발사한 포탄의 파편은 주변국으로 튀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최신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둔 한국기업들은 앞으로의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1년간 수출 유예 조치는 받았지만 그 이후 어떤 리스크가 닥칠지 가늠할 수 없다. 칩(Chip)4 동맹 등 반도체 생산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속내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만 경제구조를 분석하며 반도체 산업의 학식을 쌓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전문가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미·중의 반도체 패권 갈등 속에서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의 장기말로 남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대만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이 높은 대만이 서로의 역량을 공유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패키징으로 협업체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와 대만 모두 미·중 갈등 속에서도 이권을 지킬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사진=김태형 기자)다음은 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대만과 한국이 반도체에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은.△미국이 일본과 대만, 한국 등 4개국 주도로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한 칩(Chip)4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원천 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 한국과 대만의 제조력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강점이 나뉘어 있는 현재의 반도체 생태계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칩4 참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칩4는 미국이 이끄는 미국 중심의 동맹이다. 우리가 아무런 대비 없이 칩4에 참여하면 미국의 요구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에 강점을 가진 우리와 대만이 서로 협력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칩4 안에서, 또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주장을 내세울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경쟁국인데 협력 가능성이 있을까.△한국의 삼성전자(005930)와 대만의 TSMC는 비록 경쟁관계에 있지만, 그 밑에서 활동하는 협력사들은 국경을 따지지 않고 협력하는 것으로 안다. 각국의 중소기업들이 함께 기술 공동 개발 등을 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만 부각되는데, 실상은 협력관계가 꽤 두텁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관련 교역액도 적지 않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대만으로 약 34억190만달러(약 4조5000억원) 수출됐고 반도체웨이퍼 측정검사 장치나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출 규모도 1억6400만달러(약 2165억4300만원) 정도다. 밑단 업체들의 협력관계가 삼성전자와 TSMC로 확장되기만 하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국이 견제하지는 않을지.△한국-대만 협력이 철저히 미국 주도 아래 이뤄진다면 당연히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칩4 내부가 아닌 밖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면 중국이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목소리를 키우는 한국-대만을 자기 영역권으로 끌어들이거나 미국에 본인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칩4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자신들의 입김을 넣을 수 있도록 한국과 대만이 미국 주도의 동맹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게 차라리 낫다. -우리가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는데, 반도체 협력을 추진할 명분이 있을지.△우리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면서 수교 관계를 맺었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을 국가로 인정했다. 그러는 동시에 대만과는 단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는 달리 말하면 중국을 국가로 인정한 정치적 입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지만, 역으로 경제, 사회, 문화적 교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제적인 경제 행위는 해야 하지 않나.중국도 대만과는 적대 관계이지만 반도체 수입 등 경제적으로는 교류를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대만이 중국으로 수출한 반도체는 430억달러 규모다. 정치적으로는 싸우지만 실상을 보면 실용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대만과의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그렇다면 구체적인 협력 방법은.△한국은 메모리 제조가 강점이지만 대만은 파운드리 강자다. 서로 강점이 다르다. 각자의 강한 부분을 기술이전을 통해, 양국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함께 키워가는 게 첫째다. 제조를 잘 하는 두 나라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자는 것이다. 물론 곧바로 기술이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국의 경제계에서 반도체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해 천천히 협력 분야를 확대해 간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협력의 종점은 단순히 각자의 약점 보완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패키징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거다. 현재 반도체기업들이 나노미터(nm) 단위의 경쟁을 하고 있다. 머지않아 1나노, 0.1나노 경쟁을 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반도체를 0나노 이하로 작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나노 경쟁이 무한히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시장을 찾아야 하고, 한국과 대만 모두 제조에 강점이 있으니 그 연장선상에 있는 패키징을 미래 먹거리로 한국과 대만이 함께 공략하자는 것이다.-최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는데 미·중 갈등이 완화되면 협력 필요성이 약해지는 건 아닐지.△중간선거가 끝나면 미국은 바로 대선 레이스에 들어선다. 중국에게 누가 큰 소리를 치느냐에 따라 표심이 움직인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대중 규제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 강한 압박에 나설 것이다. 대만이 반도체 패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니 국제적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 대만을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없다. 미·중 갈등은 결국 강경한 갈등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피곤해지는 건 인접한 나라들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대만과 한국의 협력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1962년 출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중국정치경제학 석·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 [e갤러리] 산과 물 길어낸 '오렌지'…이일구 '저 높은 곳에'
- 이일구 ‘저 높은 곳에’(2022·사진=갤러리인사1010)[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것은 산이고 흰 것은 물이다. 굳이 산과 물이 아니어도 희고 검게 나뉜 세상구경은 처음도 아니다. 하지만 흑백 전경에 저토록 화려한 화룡점정은 다신 없을 광경이 아닌가. 빨강보다 튀는 오렌지색, 지붕과 지붕을 맞댄 집 두 채로 산세의 분위기를 통째 바꿔버렸으니. 작가 이일구(66)는 단연 수묵화다. 먹의 깊이와 밀도, 번짐을 알고, 얇디얇은 한지에 그 전부를 심어낼 수 있는 붓선을 가졌단 얘기다. 그렇게 아쉬울 것 없는 무채색 세계를 빚어내던 작가에게 ‘오렌지’는 용기이자 실험이었을 터. 동서양의 극적인 랑데부가 된 이 조화는 진중하지만 공허할 수밖에 없는 무거운 시공간에 강렬한 파동을 만들었다. 그것이 희열이든, 성찰이든, 파격이든, 반전이든 간에 말이다. 사실 수묵화에 아크릴물감으로 찍어낸 ‘포인트컬러’는 이미 작가의 장기다. 그럼에도 “구도의 절제, 형태의 단순화, 수묵의 번짐으로 동양적 사유인 ‘무위자연’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의도는 여전히 단단하다. ‘산은 산, 물은 물’이란 철학이 흔들릴 리 없단 뜻이다. 아니 되레 선명해졌다. ‘저 높은 곳에’(2022) 올린 오렌지색 삼각지붕 덕에 말이다.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인사1010서 여는 개인전 ‘자연을 품다: 산산산 물물물’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먹·아크릴. 65×53㎝. 갤러리인사1010 제공. 이일구 ‘산산물물’(2022), 한지에 먹·아크릴, 131×87㎝(사진=갤러리인사1010)이일구 ‘달빛 흐르고’(2022), 화선지에 먹·아크릴, 93×63㎝(사진=갤러리인사1010)이일구 ‘산산산’(2022), 한지에 먹·아크릴, 155×82㎝(사진=갤러리인사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