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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안전한 바다'로 항해를 떠나며
-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초대 이사장.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공[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한 국가를 선진국으로 분류하기 위한 잣대에는 경제, 정치, 건강, 교육, 삶의 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충족되면 국민의 안전은 자연스레 보장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진입 단계인 안전 분야에서 미흡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교통안전의 경우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재정이 우선 투입되고 체계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도로, 항공, 철도 분야는 1981년 한국교통안전공단(구 교통안전진흥공단) 설립 이후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업 및 교통체계 운영·관리 지원 사업을 꾸준히 수행해왔다. 대국민 교통안전캠페인 등 교육·홍보 사업도 효율적으로 펼쳐온 결과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교통 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양교통 분야의 경우 그간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전담기관 없이 해양안전 유관기관들이 그 기능을 나눠 수행했다. 그 결과 일원화된 체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안전 대책을 현장에서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2017년 12월 정유섭 의원이 발의한 ‘해양교통안전법’ 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7월 1일 해양교통안전관리의 종합적·체계적 수행을 위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출범했다. 신설 공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업무 유사성과 중복성을 고려해 기존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기능을 확대·개편하는 것으로 관계당국과 협의가 됐다.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바다는 육지만큼 활기 넘치고 역동적인 생활의 공간이다.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어부는 말할 것도 없고, 연간 1700만 명에 이르는 인원이 연안여객선으로 이동하고 낚시인구도 8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바다 위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사람’을 위한 일이다. 바다 위 사람들을 돌보고, 이들이 안전한 항해를 통해 바다에서 행복과 번영을 더해갈 수 있도록 함께 삶을 만드는 일인 것이다. 생업의 바다로 나가는 어부의 거친 손을 잡아주고, 섬 여행에 가슴 부푼 가족들의 안녕을 보장해주는 일. 요트를 몰며 한 주의 피로를 푸는 아마추어 항해사의 안전한 귀가를 도와주고, 짐을 싣고 떠나는 화물선의 긴 항해길과 함께 하는 일. 뱃고동 소리에 가슴 설레며 “나도 어른이 되면 큰 배를 모는 선장이 될 거야”라는 꿈을 꾸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 거려주는 일. 그렇게 바다를 통해 사람들이 꿈을 꾸고 실현해 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것이 공단의 사명일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공단은 지난 7월 1일 출범하면서 10년 내 해양사고 50% 감축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일각에서는 실현하기 힘든 목표라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공단은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공단은 해양사고의 사전예방활동 및 4차산업 혁명기술을 활용한 능동적 안전관리 수행을 통한 ‘안전한 바다’, 안전하고 성능이 우수한 친환경 선박의 인증 개발 및 선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종합관리 등을 통한 ‘깨끗한 바다’, 해양교통안전 통합 정보 인프라 구축과 연안여객선 운항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한 ‘스마트한 바다’, 해양안전교육 및 해양교통 전문방송을 통한 해양안전문화 확산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복한 바다’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공단법이 발의·제정되고 공단이 출범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해양교통안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발굴 추진되고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도 충분히 보강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학계·연구기관·산업계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공단은 해양안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선진 해양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 동시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많이 개발돼 현장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정부와 현장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무엇보다 해양사고 예방을 위하여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바다에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다.
- [갑자기 배낭여행] 별 보러 갔다 맞닥뜨린 곰? 총악수의 아찔한 1박2일
- 키르기스스탄(Kyrgyzstan)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총악수 계곡(Chong Ak Suu Valley)’은 사실 별 기대가 없던 곳이었다. 여행자가 많이 찾는 황금온천 ‘알틴 아라샨(Altyn Arashan)’이나 ‘송쿨 호수(Song Kul Lake)’는 정보나 사진이 많았지만, 총악수는 인기만큼이나 정보도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탓이다. 때문에 큰 기대 없이, 그저 알틴 아라샨 가는 길에 있으니 한번 들러볼 만한 곳으로 생각했었다.역시 사람 일은 겪어봐야 아는 것 같다. 3주 간 키르기스스탄을 여행하면서 총악수처럼 1박2일 동안 그렇게 다채로운 일을 경험한 곳은 없었다. 좋은 일, 안 좋은 일 가리지 않고 말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예사롭지 않았던 총악수에서의 이틀. 오늘은 그 기억을 소개해본다.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풀과 나무가 우거진 총악수 계곡. 이곳에서의 1박2일은 상당히 알차고 기묘했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한국분이세요?” 한마디에 따라온 행운아프리카 여행 땐 두 달 동안 딱 3번 한국인을 봤었다. 중앙아시아 역시 한국인에게 인기도 없고, 인지도 있는 여행지도 아니니까 한국인 보기가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키르기스스탄 총악수 계곡에서 덜컥, 한국인을 만나버렸다.발단은 이랬다. 키르기스스탄에 같이 간 동생이랑 총악수 계곡 트레킹을 하고 있었다. 계곡 입구에서부터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SUV차량 한 대가 옆을 지나서 올라갔다. 차를 힐끗 보니 동양인이 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차가 저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 ‘뭐지?’하면서 그쪽으로 갔더니 창문이 내려가면서 “한국분이세요?”라는 말이 건너왔다. 한국인 아저씨 두 분이 차에 타고 있었다. ‘엥?’ 상상도 못한 한국말에 두 귀를 의심했다. 한국인이 신기한 건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 조심히 잘 여행하라는 말을 남기고 차는 다시 산길을 올라갔다. 우리 빼고 한국인 안 올 것 같은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 아저씨들을 만나다니, 정말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걸음을 계속했다.10분쯤 걸었을까. 아까 그 차가 다시 내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우리 옆에 멈추더니 또 창문이 내려갔다. 한국인 아저씨가 ‘밥 먹을 건데 생각이 나서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면서 일단 차에 올라탔다. 자리가 불편하진 않을까,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을까 걱정이 든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여행하면서 이런 기회가 다신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송어구이와 양고기 샤슬릭. 중앙아시아 여행이 끝날 때까지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은 다시 먹지 못했다.(사진=공태영 인턴기자)그 걱정은 다 기우였다. 차는 계곡 바로 옆에 자리한 ‘유르트(yurt, 유목민 천막)’에 우릴 내려줬는데 거기서 대낮의 만찬이 시작됐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빵과 차를 정신없이 먹는데 향긋한 고기 냄새와 함께 송어 구이와 튀김이 나왔다. 유르트 옆 계곡에서 갓 잡아 올린 송어는 두께도 상당했지만 고기의 질이 남달랐다. 평소에 생선을 즐겨먹지 않는 편인데도 고기가 싱싱하고 맛있다는 느낌이 충분히 느껴졌다. 송어 자체도 워낙 실해서 4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슬슬 배가 차는 느낌이 드는데 갑자기 중앙아시아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샤슬릭(Shashlik, 꼬치 구이)’이 또 나왔다. 길거리에서 팔던 샤슬릭에 비해 양고기 크기가 2~3배는 큰 샤슬릭은 비주얼부터가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다. 배부른 건 문제가 아니었다. 입 안 가득 샤슬릭을 채워넣고 씹으니 육즙이 터져나왔다. 이 집 생선요리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고기도 잘 굽네.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언제 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을까 싶어 남김없이 싹싹 샤슬릭을 해치웠다.그렇게 중앙아시아 별미로 배를 가득 채우고 나서, 식사를 대접해주신 아저씨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같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이렇게 풍성한 대접을 베풀어준 아저씨들이 참 멋있었다. ‘우리도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대가 없는 친절에 마음이 부른 채로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아시아 느낌이 폴폴 나는 유르트에서 하룻밤을 잔다면 무슨 느낌일까. 그 호기심이 때문에 총악수로 갔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계곡의 주인은 별이 아닌 곰이었다총악수 계곡에 간 목적 중 하나는 전통 천막인 유르트에서 자보는 것이었다. 전기도 없는 산 속에서 밤에 별도 보고,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유르트에 누워 잠들 생각에 기대감이 상승했다.아저씨들과 헤어지고 나서 총악수 트레킹의 목적지인 호수에 올라가봤는데, 호수보단 저수지 같은 모습에 실망만 하고 다시 내려왔다. 그날 머물 유르트에 도착하니 유르트 주인인 키르기스스탄 가족이 음식을 잔뜩 차려줬다. 거하게 먹은 점심으로 아직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성의를 봐서 열심히 이것저것 입에 넣었다.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둘러앉아 구경을 했다. 이런 산 속에서 지내는 애들은 얼마나 심심할까 싶어 애들을 데리고 천막 밖으로 나가서 놀았다. 말은 안 통해도 같이 공도 차고 술래잡기도 하면서 두세 시간을 열심히 놀아줬다. 우리가 열심히 놀아줬던 애들은 사실 우리가 불쌍해서 놀아준 천사들이었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해질녘이 되자 천막을 정리하고 잠자리를 준비해주길래 주인집 천막은 따로 있나보다 했는데 같이 놀았던 아이들이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온가족이 차를 타고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사실 천막에서 잠 자는 건 외국인들뿐이고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아래쪽 마을에 집이 따로 있던 것이다(!) 딴에는 산속에 사는 애들과 열심히 놀아준 건데, 돌이켜보니 산에서 자는 외국인들이 심심할까봐 애들이 우리와 놀아준 거였다(!!) 충격적인 반전에 어안이 벙벙했는데 유르트 주인이 떠날 때 남겼던 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숲에서 곰이 나올 수 있으니 밤에 절대 유르트 밖으로 나가지 마.” 곰!? 공기 좋고 계곡물 소리가 시원해서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말고 곰도 살기 좋은 곳이었다. 여기선 밤에 별 구경은커녕 생명을 지키기도 불투명했다.곰이 나올까봐 천막 문을 꽁꽁 닫아놓고 전기도, 전파도 없이 누워 있으니 할 게 없어서 일찍 잠들었다. 하지만 곱게 자진 못했다. 분명 두꺼운 이불을 여러 겹 덮었는데도 사방에서 덮치는 냉기를 막진 못했다. 낭만적으로 보이는 유르트는 사실 아무런 방한 장치가 없는 텐트였다. 오들오들 떨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해가 밝자마자 짐을 챙겨서 유르트를 떠났다. 그저 따뜻하고 싶어서 뛰다시피 하며 산을 내려갔다. 다행히 곰은 만나지 않았다. 총악수에서의 기묘한 1박2일은 그렇게 다급하게 끝나버렸다. 우리는 얼어죽지 않으려고 아침에 유르트를 뛰쳐나왔다. 다행히 곰은 없었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스냅타임
- [폭염탈출①] 송골송골 땀방울이 '쏙', 더위 피해 도심 속 동굴로
- 천곡황금박쥐동굴 탐방의 하이라이트, 샘실신당[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동굴 탐방을 위해 꼭 깊은 산골까지 갈 필요는 없다. 도심에도 꽤 운치 있는 동굴이 있다.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은 국내에서 유일한 도심 속 천연 동굴이다. 수억 년 세월을 간직한 동굴 옆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시내버스가 빈번하게 오가는 낯선 풍경이다. 동굴 뒤쪽에는 석회암 지형과 어우러진 탐방로가 조성되어 인근 주민이 산책로로 애용한다.안전 헬멧을 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신비한 지하 세계 탐험이 시작된다.◇평균 기온 10~15℃, 천국이네동해시 동굴로의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1996년 일반에 공개됐으니 알려진 세월이 20여 년에 불과하다. 동굴은 총 길이 1,510m이며, 깊이는 10m에 달한다. 생성 시기는 4억~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810m가 관람 구간으로 개방된다. 동굴의 본래 명칭은 천곡천연동굴. 올 봄 동굴 훼손을 막기 위한 개·보수를 하고, 지난 6월에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에는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박쥐(붉은박쥐)는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종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 야생동물이다. 동굴 입구에는 황금박쥐 모형이 커다랗게 장식돼 분위기를 더한다. 안전 헬멧을 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신비한 지하 세계 탐험이 시작된다. 입구부터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동굴은 피서지로 손색없다. 동굴의 평균기온은 10~15℃.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이내 사라진다. 동굴은 석회동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연결된 석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흥미진진한 동굴 탐방을 이끈다. 오백나한상, 사천왕상, 피아노상 등 다양한 2차 생성물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려면 보통 수만 년이 걸린다는데, 아슬아슬하게 만남을 기다리는 석회 지형도 볼거리다. 종유석은 1년에 0.2mm 정도 자라며, 손으로 만지거나 부러뜨리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석회암의 용식작용이 계속되는 현재진행형 동굴이다. 동굴에 물이 차면서 굴곡을 형성한 천장 용식구는 국내 동굴 중 최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용식구 가운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한 용굴은 크기가 압권이다. 동굴은 몸을 절반으로 낮춰서 통과하거나, 앉아서 올려다봐야 진면목을 관람할 수 있는 코스가 이어진다. 툭툭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라 헬멧 착용은 필수다.동해의 사계, 반딧불이 등을 감상하는 특수 조명 쇼◇ 특수 조명으로 더 신비로워 져동굴 탐방의 하이라이트는 샘실신당이다. 천장을 떠받친 석주와 좌불상 등이 한자리에 모인 지형으로, 조명 시설도 새롭게 갖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탐방로 중 최근 개방된 저승굴은 어두침침해 오히려 실감 난다. 발을 디뎌야 불이 들어오는 조명효과로 동굴 탐험의 묘미가 전해진다. 저승굴 구역에는 천곡황금박쥐동굴에서 발견된 동물 뼈를 전시한다.동굴 내에서 동해의 사계, 반딧불이 등을 감상하는 특수 조명 쇼도 올해부터 관람할 수 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은 개방 시기가 비교적 짧아 생성물의 원형이 잘 보존된 상태다. 동굴이 들어선 천곡동은 예부터 큰 샘이 있던 마을로, 동네 이름이 여기서 비롯됐다. 구릉에 어미 소와 송아지를 풀어놓으면 송아지만 엉뚱한 곳에서 발견돼, 주민들이 어딘가 지하 비밀 통로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는 사연도 내려온다. 동굴 밖으로 나서면 돌리네탐방로가 이어진다. 돌리네(Doline)는 동굴 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석회암 분지로, 천곡황금박쥐동굴 위쪽으로 군데군데 형성됐다. 나무 데크 탐방로를 따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으며, 야생화 군락지와 쉼터가 어우러져 산책 코스로 좋다. 동굴관리사무소 2층에는 동굴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화석을 전시한다.시내에서 천곡황금박쥐동굴로 향하는 길은 제법 편리하다. 동해시청에서 10여 분이면 걸어갈 수 있으며, 동해종합버스터미널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다. 동해시의 필수 관광 코스인 논골담길, 무릉계곡 등이 동굴 앞에서 시내버스로 한 번에 연결된다. 동굴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주차료 1000원). 여름 성수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예약하면 문화관광해설사가 동굴에 담긴 흥미진진한 얘기를 무료로 들려준다.논골담길 바람의언덕전망대◇논골담길·대진해변·무릉계곡 등 볼거리 많아어두컴컴한 동굴과 달리, 동해시의 화창한 골목은 논골담길로 연결된다. 묵호 논골담길은 옛 묵호항의 사연과 바다 풍경이 담긴 길이다. 묵호등대로 이어지는 비탈진 골목에는 바다에 의지해 살아간 주민들의 삶이 벽화로 표현됐다. 논골담길은 1길, 2길, 3길, 등대오름길로 구분되는데 무작정 배회하며 느닷없이 일상과 마주하는 것도 골목을 즐기는 묘미다. 오징어와 명태를 지게로 날랐다는 길목 정상은 묵호등대로 연결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서 하룻밤 묵거나, 바람의언덕전망대에서 바닷바람에 취해 커피 한잔 마셔도 좋다. 번잡한 논골담길을 벗어나 동해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탁 트인 대진해변을 만난다. 대진해변은 서퍼들이 사랑하는 해변이다. 양양 죽도해변이 서핑 포인트로 알려졌지만, 최근 서핑 마니아들은 한적한 파도를 찾아 이곳 대진해변을 찾는다.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진 대진해변 입구에는 서핑 강습을 하는 상가와 민박, 카페 등이 오붓하게 들어섰다. 대진항을 품은 대진마을은 경복궁의 정동방에 위치한 동네다.여름 동해 여행에서 무릉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무릉계곡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백두대간의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무릉계곡 초입의 무릉반석은 희고 커다란 바위가 펼쳐진 경이로운 공간에 다양한 기념 석각이 있다. 그중 조선의 4대 명필인 봉래 양사언이 새긴 석각이 풍류를 더한다. 무릉계곡 물줄기는 비 온 뒤에 더욱 활기찬 소리를 뿜어낸다.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쌍폭포, 용추폭포, 학소대 등이 계곡의 청량함을 완성한다.청량한 무릉계곡 쌍폭포◇여행메모△여행 코스= 천곡황금박쥐동굴→무릉계곡→동해무릉건강숲→숙박→ 논골담길→대진해변→북평민속시장→추암촛대바위출렁다리△가는길= 동해고속도로→동해 IC→동해대로→운동장사거리 우회전→천곡황금박쥐동굴△먹을곳= 짬뽕은 대동로의 덕취원, 물회는 일출로의 부흥횟집, 곰칫국은 일출로의 칠형제곰치국, 해물탕은 한섬로의 천곡해물탕이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추암촛대바위출렁다리, 북평민속시장, 동해무릉건강숲, 묵호야시장서퍼들이 사랑하는 대진해변
- [리뷰]잭 블랙이 그랬듯, 나도 "완전히 즐겼다"
-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스쿨 오브 락은 즐거움(Joy)에 대한 작품이다. 작품을 하는 내내 행복했고,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그럴 것이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스쿨 오브 락’을 제작하면서 바랐던 것이 관객들의 ‘즐거움’이었다면, 이번에도 그는 제작 의도에 딱 들어맞는 ‘웰메이드 뮤지컬’을 만들어냈다. 즐거움에 관한한 ‘스쿨 오브 락’의 평점은 100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그 만큼 유쾌하고 즐겁다. 그렇다고 가벼운 오락물은 아니다. 틀에 박힌 교육 현실을 비판하면서 “왜 주어진 대로만 사느냐” “권력자에 당당하게 맞서라”라고 외치는 묵직한 메시지는 재미와 감동 사이에서 균형잡힌 즐거움을 선사한다. “웨버가 브로드웨이를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웨버 5성급의 업적”, “미친 듯한 즐거움”이라는 해외 언론의 찬사를 받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여기에 한 줄평을 하나 더 얹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작품은 즐거움에 대한 정의다” 내지는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한 뮤지컬은 없었다~”라고 쓰겠다. “웃고, 울고, 완전히 즐겼다!”라던 원작 영화의 주인공 잭 블랙의 뮤지컬 관람평처럼, 커튼콜이 끝난 뒤 머릿 속에 떠오른 문장은 딱 하나. “나도 완전히 즐겼다”였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라이브 연주로 ‘최고조 카타르시스’ 선봬줄거리는 익히 알려진대로다. 자신이 만든 락 밴드 ‘노 베이컨시(No Vacancy, 빈방 없음)’에서 쫓겨난 기타리스트 듀이는 친구 네드와 그의 여자친구 패티의 집에 얹혀살던 중 ‘호레이스 그린’이라는 학교에 교사로 위장 취업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사립학교 ‘호레이스 그린’의 아이들은 ‘하버드’ 진학을 내걸고 입시 지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가르칠 마음이 전혀 없었던 ‘가짜 교사’ 듀이는 우연히 교장 선생님의 음악 수업을 엿보고는 아이들의 음악 실력에 감탄해 락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아이들도 저항 정신이 가득한 ‘락 스피릿’에 공감하며 밴드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경연대회인 ‘배틀 오브 더 밴드’ 무대에 오른 듀이와 아이들은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면서 굳게 닫혔던 학교와 부모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자칫 식상함이 밀려올 수 있는 뻔한 줄거리. 하지만 귀에 착 달라붙는 17곡의 노래로 꽉 짜여진 공연에 식상함이 비집고 들어올 ‘틈’ 따위는 없었다. 700개 이상의 조명과 200개가 넘는 스피커를 통해 펼쳐지는 주인공 듀이와 아이들의 라이브 연주는 최고조의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주제가 격인 ‘권력자에게 맞서라(Stick it to the man)’와 ‘너도 이제 밴드야(You’re in the Band),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 ‘락은 어디로 갔나(Where did the rock go)’ 등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참이나 귓가를 맴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아빠 미소’ 짓게 하는 16명의 아이들 ‘엄지 척’ 2017년부터 듀이로 활약한 코너 글룰리와 교장역의 카산드라 맥고완이 극을 이끈다. 하지만 ‘스쿨 오브 락’의 진짜 주인공은 16명(얼터네이트 4명 포함)의 아이들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지에서 지원한 1000여 명 중에서 선발된 10살 남짓 아이들은 공연내내 연주하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관객 마음을 훔친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저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똑부러지는 성격의 잔소리꾼 매니저 썸머와 △수즙음을 극복하고 메인 보컬이 된 토미카 △기타와 작곡에서 재능을 발견하는 잭 △패션에 관심 많은 스타일리스트 빌리 등 아이들의 야물딱진 연기가 개성있는 캐릭터를 제대로 살렸다. 커튼콜에선 흥이 정점으로 치닫는다. 밴드 경연대회에서 순위에 못 들어 의기소침했던 아이들은 “스쿨 오브 락”을 연호하는 관객들의 외침에 힘을 내고 다시 무대에 오르는데, 아이들의 앵콜 무대가 커튼콜이다. 듀이가 아이들을 한 명씩 소개하자, 각자 맡은 악기로 독주 무대가 펼쳐진다. 마지막 노래는 듀이와 교장이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 ‘밤의 여왕(Konigen der Nacht)’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아아아아아아아 아~’로 잘 알려진 그 대목이다. 완성도 높은 무대는 2시간 30분이란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단언컨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만든 웨버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작품이다. 음악과 춤, 연기 등 뮤지컬 3요소에 탄탄한 스토리까지 어느 하나 웨버의 전작들과 비교해 꿀리지 않는다.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작품이다. 뮤지컬 입문작으로도 최고의 선택이다. 8월 25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9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1~1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21~29일)로 자리를 옮겨 공연한다. 티겟 가격은 6만~16만원.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스쿨밴드 기타리스트 잭 역의 아역배우 브랜든 러틀리지(왼쪽부터), 듀이 역의 코너 글룰리, 썸머 역의 빌리-로즈 브라더슨(사진=에스앤코).
- '일로 만난 사이' 유재석-이효리 "안 친해"..."내 스타일 아냐"
-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24일 첫방송되는 ‘노동힐링 프로젝트’ tvN ‘일로 만난 사이’가 첫방송에 앞서 출연자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일로 만난 사이’ 첫 회에서 유재석과 ‘일로 만난’ 동료,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모습이 공개됐다.과거 ‘예능 남매’로 환상적인 케미를 보여준 유재석과 이효리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재석과 이효리가 서로를 처음 본 때를 회상하며 본심을 드러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분을 처음 본 게 20년이 지났다”고 입을 뗀 유재석은 “일할 때 그 분이 어떤 스타일이냐고요?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이라고 말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어, 일손을 도우러 간 곳에서 나눈 대화인 듯, “오빠, 키스 해 봤어 최근에?”라고 묻는 이효리의 목소리에 넋을 놓고 듣다가 허탈한 미소를 터트리는 유재석의 모습이 폭소를 안긴다.이효리 역시 유재석에 대해 여과 없는 본심을 드러냈다. “핑클 초창기 때 만났으니까, 20년 전? 그냥 일적으로 정말 찰떡궁합이었다”고 회상하는 이효리의 얼굴 위로 “개인적으론 안 친한?”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유재석의 얼굴이 겹쳐진다. 특히, 이효리는 “일 외에는 연락해본 적 없어요.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라고 덧붙여 진정 ‘일로 만난 사이’의 쿨한 매력을 뿜어낸다.반면, 사랑꾼으로 알려진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대화에서는 ‘일로 만난 사이’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속마음이 터져나와 훈훈함을 전한다. “소개팅으로 만났을 때는 잘 안됐는데...”라는 이효리의 말에 이상순은 “슈퍼스타였으니까, 딱 그런 감정밖에는 없었는데...”라며 회상하다, 이내 “상냥하고 친절한 (효리)”, “다정하고 포근한 (상순)”이라며 애정표현을 주고받아 부러움을 산다.‘효리네 민박’ 시리즈를 연출한 정효민PD가 tvN에서 처음 선보이는 예능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이 매회 스타 게스트와 함께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가 땀 흘려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첫 동료로 합류해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유재석과 이들의 케미가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전문]홍남기 “日 수출규제 159개 품목 대응…내주 대책 발표”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조치와 관련해 159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이 159개 전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대응하되 특히 대일의존도, 파급효과, 국내외 대체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보다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밀착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다음주 중 그 구체적 내용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브리핑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규제 및 보복조치 관련 발표문’ 전문이다.1. 유감 표명일본 아베 정부는 금일 오전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각의 결정을 통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7.4일 3개 품목 수출규제 시행에 이어 이번 백색국가 배제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조치는 그간 양국이 어렵게 쌓아온 협력과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행위라 할 것입니다.이에 정부 는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정당한 근거 없이 취해진 무역보복 조치들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일 양국은 1,500년이 넘는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며,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입니다.이러한 인식에서 우리 정부는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해 나가되, 실질적으로 필요한 협력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는투트랙(two-track)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작년 강제징용(동원) 피해 관련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여 이미 일본 정부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또한, 일본 정부가 지난 7.4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전격 시행한 이후, 그 조치배경으로 양국 신뢰관계 손상, 우리 수출관리 미비, 안보상의 이유 등 명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그때 그때 말을 바꾸며 아전인수 격 주장을 되풀이해 왔으나, 우리 정부는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고, 양국 간 대화를 촉구한 데 이어 UN안보리 전문가 등 국제기구에 공동조사까지 제의하는 등 대화와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에최대한 성의를 갖고 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공식 협의를 끝내 거부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우리 정부의 노력을 외면한 채 일방적ㆍ차별적 무역보복 조치를 재차 강행한 것입니다.2. 日조치의 부당성 지적일본 정부가 행한 이러한 일련의 수출통제 조치는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만 봐도 매우 부당하다 할 것입니다.첫째, 일본 정부의 조치는 역사적 사법적 사안에 대해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여 보복을 가한 잘못된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조치의 근거도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양국간 신뢰 손상(7.1)”, “불화수소 북한 반출의혹”(7.5), ”재래식 무기 캐치올규제 신뢰 저하(7.12)“와 같이 일관성 없이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최근의 수출규제 조치가 얼마나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행해진 것인지 명백히 보여주는 것입니다.둘째, 전후 자유무역주의의 최대 수혜국인 일본이 WTO 등 국제무역 질서를 크게 훼손하는 처사입니다. 즉, 자유무역주의 기반 국제질서에 힘입어 오늘날의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일본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그 기반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은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를 거둬들이게 만드는 이율배반적 모습입니다.셋째, 지난 6월말 일본이 G20 오사카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세계에 보여준 역할과 정반대의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일본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 무역환경”에 대한 합의 도출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습니다. 그런 일본이 G20 오사카 정상회의 선언문 발표 다음날부터 특정국가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행한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행동입니다.넷째, 이번 조치는 한일간 공동번영의 전제였던 호혜적 협력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즉 그동안 분업 협업 경쟁을 통해 유지되어온 양국의 경협파트너십을 돌이키기 힘든 위기상황으로, 나아가 동북아 안보협력의 근간을 흔드는 엄중한 상황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다섯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세계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교란하여,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 경제만이 아닌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입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일본 조치가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백색국가 배제조치를 비롯, 지금까지 발표한 일련의 수출규제 조치들을조속히 철회해야 할 것이며,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해서는관련 당사자들과 양국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진지하게 협의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하는 바입니다.3. 백색국가 배제에 따른 영향 및 대응【 영향 】다음으로, 이번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조치에 따른 영향과우리 정부의 대응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이번 백색국가 배제 조치로 인해 관련되는 전략물자의 수는 1194개입니다이 중 이미 민감품목에 해당되어 건별 허가가 적용되고 있는 품목, 국내 미사용, 일본내 미생산 등으로 관련이 적은 품목,그리고 소량 사용 또는 대체수입 등으로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특정품목들을 제외하면, 총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이들 품목의 경우도 상당 부분 품목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지나다만 대일의존도 높은 일부 품목들의 경우 공급차질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정부는 이 159개 전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 대응하되 특히 대일의존도, 파급효과, 국내외 대체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보다 세분화하여 맞춤형으로 밀착 대응해 나가고자 합니다. 【 대응 】이에 정부는 그간 품목별·업종별 영향 분석을 토대로백색국가 배제 상황에 대비, 종합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왔으며, 이제 준비된 대책에 따라 범정부적으로 치밀하고도 신속하게 총력 대응해 나가고자 합니다.대(對)일본 협의·대응 및 국제공조우선, 일본 정부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조치하고, 앞으로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여러 통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번 조치가 철회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양자협의 재개를 촉구할 것입니다.앞으로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지만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여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습니다또한,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사항은 관광, 식품, 폐기물 등의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그리고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려는 국제공조 노력도 가일층 속도낼 것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WTO 규범에 전면위배 되는 조치인 만큼WTO 제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그간 주력해왔던 주요국·국제기구·신평사 등에 대한 아웃리치에도더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겠습니다.<기업 피해 최소화 및 정부 지원>다음으로, 이번 일본 조치로 인해 당장의 어려움을 겪게 될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기업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보입니다. 즉 수출 규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정확한 정보제공과 즉각적인 애로 해소가 중요할 것입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일본의 수출규제 제도와 그에 따른 영향,정부 지원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충실히 제공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관련 정보들을 쉽고 편리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금일 전략물자관리원에 관련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 오늘부터 운영해 나간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또한 지난 7월22일부터 이미 가동을 시작한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는 그 인원과 기능을 신속히 확충하여 기업애로 상담 및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수급애로 등 어려움을 원스톱으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무엇보다 소재·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단기 공급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선, 정부는 물량 및 대체 수입처 확보를 지원하겠습니다. 수출규제 관련 품목 반입시,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 체제를 가동하고서류제출 및 검사선별을 최소화하여 물량 확보에 최선의 지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앞서 말씀드린 159개 관리품목의 경우, 보세구역내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수입신고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하겠습니다.또한, 새로운 해외 대체 공급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조사비용 중 자부담을 50% 이상 경감하는 등 현지활동을 지원하고, 대체 수입처 확보를 도와주는 거점 무역관을 각 지역별로 지정, 지정된 거점 무역관은 지역별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토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백색국가 제도와 관계없이 특별 일반포괄허가를 허용하는 일본 ‘CP기업제도’도 가능하다면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이에 대한 안내 및 활용도 적극 유도해 나가겠습니다.또한, 소재·부품 부족 물량을 조속히 대체할 수 있도록생산설비 신·증설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수출규제 대응이 필요한 업체에 대해제품개발 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한시적으로 화학물질 등의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아울러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및 재량근로제의 활용을 적극 도모해 나가겠습니다. 피해기업에 대한 예산·세제·금융 등 정부지원도조속히 시행하겠습니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개발, 실증 및 테스트장비 구축, 설비투자 자금 지원 등 당장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착수해야 하는 사업예산 약 2700억원(2732억원)은 금번 국회 추경심의 시 우선 확보하고자 합니다.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소요예산은 지금 편성 중인 2020년 예산안부터 획기적으로 반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겠습니다.또한, 일본의 수출통제로 인해 대체국에서 해당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기존 관세를 40%p 내에서 경감해주는 할당관세를 적용하여 업체의 부담을 경감하겠습니다.이와 함께, 금번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국세 납기를 연장하고 징수를 유예하며,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고,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다각적인 세정지원조치도 추진하겠습니다.관세에 대해서도 부담 완화를 위해관세 납기를 연장하고 분할 납부를 시행하며,관세조사, 외환검사, 원산지 검증 등도 유예하겠습니다.아울러 피해기업의 자금애로가 최소화 되도록신속하고 충분한 금융지원을 최대한 강구해 나가겠습니다.먼저 피해기업 대상 대출·보증 만기연장을 추진하고, 최대 6조원의 운전자금을 추가 공급하겠습니다.소재·부품기업 대상 정책금융 지원프로그램(19년 하반기 공급여력 29조원)을 신속히 집행하고, 설비투자, R&D, M&A 자금수요도 다각도로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산업 경쟁력 강화·체질개선을 위한 근본적 조치한편, 이번 기회에 우리 산업의 대일(對日)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항구적인 대책도 마련하겠습니다.특히 우리의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을강화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역점을 두겠습니다. 주력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R&D 등에 매년 1조원 이상 대규모로 추가 지원해 나가고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에 대해서는 예타면제, 세액공제 등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이와 같은 소재부품장비산업 기술개발(R&D)과 함께 해외 핵심기술 확보, 해당 전문기업 M&A 등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의 펀드조성을 추진함은 물론 해외 M&A 인수금융 지원, 소재·부품·장비 M&A 세제지원 등도 적극 확대해 나가겠습니다.아울러 수요-공급기업 간 수직적 협력,수요-수요기업 간 수평적 협력모델을 구축하여소재·부품·장비산업영역에서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하는 강력한 국내공급망을 확고히 정착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정부는, 위와 같은 내용들을 골자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 중이며, 다음주 중 그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여 발표할 계획입니다. 한편 R&D와 관련해서는 핵심 원천소재 자립역량 확보를 목표로 R&D 투자전략 및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별도 종합대책을 8월 말까지 마련, 발표토록 하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산업파급력이 큰 전략소재 기술 등과 인재양성 분야에 과감한 투자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대응체계 재정립>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 내 대응체계를 보다 촘촘히 재정립하겠습니다. 우선, 현재 운영 중인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와 경제활력대책회의 등 장관급 협의체를 중심으로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되, 이와는 별도로 차제에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위원장: 경제부총리)를 신설하여 이번에 마련된 경쟁력 강화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각별히 힘쓰겠습니다.아울러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특별법은 상시법으로 전환하여 상시지원체제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정부의 장관급 회의체와 상시 협업할 수 있도록 CEO 이상의 고위 민관 협의체를 가동하는 한편, 지난 7월31일 출범한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 운영을 적극 활성화하여, 민간과 정치권, 그리고 정부가 힘과 지혜를 모아 한 목소리(One-Voice)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4. 대(對)국민ㆍ대일(對日) 메시지국민 여러분. 정부는 이상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에 대비하여그동안 촘촘하게 준비를 해 왔습니다.이번 일본의 배제조치는 8월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정부는 동 조치 시행에 앞서 그동안 준비해 온 대책들을 최대한 신속하고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국민을 믿고 흔들림없이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정부를 믿고 적극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온 국민이 합심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각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과 생업에 전념해 주실 것 또한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말합니다. 이번 사태의 시작도 책임도 모두 일본 정부에게 있는 만큼 일본은 부당한 수출규제조치들을 조속히 철회하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