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문화대상 추천작_연극]엠비제트컴퍼니 '빵야'
-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엠비제트컴퍼니 ‘빵야’(2023년 1월 31일~2월 26일, LG아트센터, 김은성 작가·김태형 연출)는 비극적인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사라져간 사람들과 상실의 아픔, 남은 이들의 부채 의식과 슬픔을 되짚는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유경오)작품은 한물간 40대 드라마작가 ‘나나’가 1945년 인천조병창 제3공장에서 만들어진 99식 소총 한 자루를 소품창고에서 우연히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나는 이 낡은 장총에 ‘빵야’란 이름을 붙이고, 빵야가 여러 주인을 거치며 겪은 이야기들을 시나리오로 써 재기할 계획을 세운다. 빵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것을 요청하며 나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장총을 남성으로 의인화해 주인공으로 내세웠다.연극은 170분의 러닝타임동안 여러 주인을 만나 일제강점기부터 제주 4.3사건, 6.25 전쟁 등 한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거쳐간 빵야의 삶, 자본주의 시대 현실적 고민에 빠진 나나의 삶을 분주히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을 사는 우리가 지난 역사와 상실의 아픔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뭉클함을 주는 동시에, 지루한 신파로 번질 있는 소재의 우려를 음악 등을 활용해 유쾌히 풀어낸 연출이 눈에 띈다.△한줄평=“글쓰기를 이야기하기로 전환하면서 마련되는 생동감 있는 전개와 연극적 활기의 배면을 흐르는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이 깊이 있고 윤기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꾼 김은성이 반갑다.”(김소연 연극평론가), “흔한 재료를 개성 넘치는 레시피로 안정적으로 세팅한 공연. 치밀하게 배치된 음악이 풍미를 더하다.”(조형준 공연프로듀서)(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유경오)
- "빚내서 빌라 사라고요?"…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는 웁니다
-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지원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는 수준에 그쳐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우선 매수권을 준다고 하지만, 전세대출에 추가로 경락자금까지 빌려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이번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보면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 금융권이 진행하는 대환대출, 장기 저리 대출 등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 20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이 연이어 전세사기 피해자 자체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들 은행의 지원책은 전세 사기 주택의 경·공매 유예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신규 대출 금리를 감면해 주는 게 골자다. 우리·신한·국민은행이 피해자들에게 전세자금대출, 주택구입자금대출 및 경락자금대출의 금리를 1년간 2%포인트 감면해주기로 한데 이어 하나은행은 해당 대출의 이자를 1년간 전액 면제키로 했다. 농협은행도 조만간 관련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5대 은행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발 벗고 나섰지만 은행 내부적으로 또 다른 대출을 내어주는 대책은 실질적 지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이자 부담은 줄어들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돈을 떼인 피해를 회복할 수준의 지원책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전세 사기 피해 가구에 각각 53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내부 추산을 바탕으로 한 지원액 최대치다. 실제 피해자들이 얼마나 혜택을 볼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시중은행이 합심해 선보이는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사기 피해자 대환대출은 피해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다른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더라도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등의 요건을 갖추면 연 1.2~2.1%, 2억4000만원(보증금의 80% 이내) 한도의 저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24일 전산개편이 완료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은 내달 15일, 국민·하나은행은 내달 중순, 농협은행은 내달 29일 전세사기 피해자 대환 대출을 시작한다. 다만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을 받은 피해자 경우에만 해당돼 수요는 제한적일 수 있다.시중은행들이 금융지원 외에도 펼칠 수 있는 비금융 지원도 다방면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 변호사 선임, 기타 법률 상담 등의 업무를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무료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사기를 당했지만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출에 나서는 방침은 환영할 일이지만 당장 수천억원대 지원을 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尹대통령, 방미 때 ‘한국전 참전’ 용사에 무공훈장 수여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3명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직접 수여한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헌화를 위해 기념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도중 한미 주요 인사 300여명과 감사 오찬을 갖고, 그 자리에서 참전용사들에게 훈장을 친수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윤 대통령은 랄프 퍼켓 예비역 육군 대령, 앨머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해군 대령에게 훈장을 친수하고,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에게는 조카인 조셉 로페즈가 참석한 가운데 훈장을 추서할 계획이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 현지에서 무공훈장을 친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 25일 미 제8군 유격중대 중대장(중위)으로 참전해 평안북도 소재 205고지 진지를 6회에 걸쳐 사수하고 대원들의 목숨을 구했다.윌리엄스 대령은 1952년 11월 적군 미그15기 7대와 교전 끝에 4대를 격추했고, 로페즈 중위는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서 수류탄에 몸을 던져 부하들의 희생을 막았다.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6·25 전쟁을 통한 한미동맹의 역사와 의미, ‘미래로 전진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이번 오찬에는 한미동맹의 상장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셉 맥 크리스천 주니어와 백선엽 장군의 장녀인 남희 씨가 초청됐다.또 제2연평해전 승전의 주역인 이희완 해군 대령, 연평도 포격전 당시 포7중대장이었던 김정수 해병대 중령,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과 참전 장병인 전준영 예비역 해군 병장,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사건 부상 장병인 하재헌 예비역 육군 중사와 김정원 육군 중사, K-9 자주포 폭발 부상 장병인 이찬호 예비역 육군 병장, 김포 지뢰 폭발 사고 부상 장병인 이주은 예비역 해병대 대위 등 8명도 참석한다.대통령실은 미 포로·실종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오찬장 안에 빈 좌석의 테이블을 둘 예정이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과 함께 마련한 추모 테이블이다.윤 대통령 부부는 이 테이블에 촛불을 켜면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참전용사를 끝까지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 집주인 잠적에 위조문서 제시까지…전세사기에 우는 피해자들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 상담 시간인 오후 2시 30분께 한 민원인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는 A4용지로 본인이 직접 정리한 ‘전세사기 피해상담 신청 내용’, ‘여쭤볼 내용 정리’ 등의 서류가 담긴 파일을 손에 꼭 든 채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이 여성은 센터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초기 상담을 시작했다. 접수 신청서에 임대차 계약정보, 권리관계, 피해 사실 등을 적어 담당직원에게 전달했다. 곧 직원이 ‘변호사 상담’으로 민원인을 안내했으며, 상담이 진행됐다.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사진=황병서 기자)◇ “전세사기 피해 상담자, 2030세대·보증금 1억원대”전세피해지원센터는 국토교통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전세사기피해방지대책 후속 조치로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전세 피해자에게 유형별 대응 방안을 상담하고 법률, 주거, 금융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조속한 피해 회복을 돕고자 마련됐다. 변호사 2명, 법무사 1명, 공인중개사 1명 등이 상주하며 방문상담과 전화상담을 한다. 문을 연 이후 이달 12일까지 4160명이 센터를 이용했으며, 전세사기 피해접수 등의 프로그램에 8524건의 신청이 접수됐다.이 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오는 사람들 연령대가 대부분 20~30대”라며 “간혹 50대 분들이 있긴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4개월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전세 보증금 3억원 이상을 잃어 오는 분들은 열 명 상담 중 한 분이 될까 말까 한다”며 “대개 7000만원~1억원 사이에 있는 세입자들”이라고 했다.전세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줬다. 그는 “오늘 상담한 분은 선 순위가 두 분 있는 상황에서 3순위로 들어간 경우였다”며 “공인중개사가 건물 가격이 10억이니까 괜찮다고 했는데 지금은 경매에 넘어가서 보증금 7000만원 중에서 1400만원 정도만 받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설명을 잘못한 과실로 공인중개사에게 소송을 걸어 승소해도 30% 정도밖에 인정이 안 되는데, 이런 경우에 변호사 비용도 나가다 보니 (챙겨갈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고 했다.방문자 중엔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를 당한 20대도 있었다. 그는 “집안 상황이 안 좋아서 일찍 독립해 1억 1000만원 전셋집을 구해 살던 22세 여성이 있었다”며 “도와주고 싶었어도 이미 계획적으로 전세사기를 설계한 터라 1억1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했다.◇ “집주인 바뀌었는데 나도 혹시, 전세사기도 각양각색”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조모(50)씨는 사기 피해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저도 모르는 1년 사이에 집주인이 바뀌었다”며 “새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계속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 그래도 근저당이 없고 1순위 대항력이 있으니까 계속 살면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울먹였다. 하지만 이달 초 세무서에서 압류가 들어오며 불안감이 커졌다.조씨는 “정부가 분명 집주인 체남세금보다 세입자 전세금을 우선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세무서에서 압류를 걸었다”며 “상담을 받아보니 법안이 통과돼야 해서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토로했다. 이어 “새 집주인은 저희 골목에 있는 빌라만 최소 50채 넘게 갖고 있다”며 “이미 피해 입고 나가서 소송하는 집, 근저당 잡힌 집 등 피해 상황이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를 방문해 공인중개사에게 상담받은 이모(29)씨 또한 이번 집이 생애 첫 전셋집이었다. 같은 건물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최소 4명 이상이라고 했다. 이 씨는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을 계약조건으로 해서 전입신고도 하고 확정일자도 받았었다”면서도 “집주인이 보험에 가입한 것처럼 위조문서를 제시해 감쪽같이 속았다”고 했다.지난해부터 전세사기가 발생했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사진=황병서 기자)
- 선도아파트 50지수 낙폭 보합권 진입…"대장 아파트부터 반등 기대"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면서 이번달 전국 50개 고가 대단지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보합권에 진입했다. 특히 서울 매매 가격 전망지수는 여전히 하락 의견이 많지만 차츰 상승 할 것이란 예상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선도아파트 50지수는 0.04% 하락하며 보합권을 나타냈다. 올해 1월만해도 -2.17%로 월간 낙폭이 큰 편이었지만, 2월 -0.84%로 하락폭을 크게 줄이더니 2개월만에 보합권에 진입한 것이다.KB부동산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아파트단지 중에서 시가총액(세대수x가격)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하고 시가총액의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전체의 단지보다 가격변동에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체 시장을 축소해 선험적으로 살펴보는데 의미가 있다.전국 단위로 봐도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매매가 하락은 이어지고 있지만 낙폭은 줄고 있다. 이번달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78% 하락했고, 아파트는 1.14% 하락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주택 매매가가 전월대비 0.95% 하락했다. 5개 광역시(-0.79%)도 하락했고 기타지방(-0.44%)은 전 지역이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1.23%, 인천 1.01% 등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서울만 놓고 보면 주택매매가격은 0.55% 떨어졌다. 구별로는 동작구(-1.21%), 노원구(-0.88%), 성북구(-0.86%), 동대문구(-0.72%), 도봉구(-0.70%) 등이 크게 하락했다. 물건 별로는 아파트 매매가 0.97% 내렸고, 연립주택이 0.05% 하락, 단독주택은 0.02% 하락을 보였다.전세 가격 역시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낙폭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71% 하락을 기록했다. 서울(-0.72%), 경기(-0.93%), 인천(-0.95%) 모두 하락하면서 수도권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86% 떨어졌다. 서울 내 구별 전세가도 노원구(-1.82%), 서초구(-1.35%), 동작구(-1.19%), 동대문구(-1.07%) 등 다수의 지역이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5개 광역시에서 주택 전세가격도 대구(-1.26%), 부산(-0.77%), 대전(-0.74%), 울산(-0.59%), 광주(-0.25%) 등 모두 하락했다.집값 전망의 경우에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여전히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앞으로 상승 할 수 있단 기대는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기준점 100 아래인 83을 기록했다. KB부동산 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6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지역의 가격이 상승 여부를 조사해 0~200 범위의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지수가 100을 초과(미만)할수록 ‘상승(하락)’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KB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매매가격 전망 지수는 지난달보다 상승했지만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다’라는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전망지수는 매월 조금씩 높아지며 상승 전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LH 전세사기 물량 매입 논의…파장 '일파만파'
-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혈세를 투입해 해결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매입이 쉽지 않다던 국토교통부가 기존 태도를 바꾼 배경에도 시선이 쏠린다.2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협의회에서 정부가 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전세 사기 피해자의 경매 주택을 대신 매입하고 공공임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놓고 당정과 대통령실이 머리를 맞댄다. 앞서 지난 2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러 루트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정부가 매입한 뒤 임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밝힌 것에 세부 내용을 조율·확정하는 자리다.국토부에서는 매년 3만5000호 정도를 LH가 매입해서 임대하고 있고 아직 올해 매입할 물건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전세피해 물건으로 돌리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들은 최장 20년, 시세 50% 수준까지 싸게 입주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쫓겨날 위험 없이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모양새다. 건축왕, 빌라왕 부채를 국민 혈세로 해결해 준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LH매입임대를 기다리던 수요자들의 역차별 우려가 나온다. LH의 매입임대 사업은 도심 내 저소득층의 주거지원과 청년·신혼부부 등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지난 18일 게시된 LH 매입임대 주택 공고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남부, 경기북부, 부산·울산,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경남, 강원, 충북, 전북, 제주지사 등 전국 13개 LH지사에서 총 85개 지역을 대상으로 매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전세사기 물량으로 돌린다면 인천 미추홀구나 서울 강서구 등지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다른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기존 복지 혜택이 축소되는 셈이다.이와 함께 실제 일부 피해자는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닌 임대 지원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피해 금액에 대한 고려 없이 셋방살이를 보장해 준다는 것은 와 닿지 않는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금을 되돌려받도록 해달라는 게 피해 본 사람의 입장”이라며 “임대주택지원으로 일단 주거지원은 되겠지만 피해를 본 사람이 원하는 것은 결국 피해금액 복구라서 간극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정부가 악용 우려 대응방안 등도 함께 마련 중이지만 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실제 적용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사기가 아닌 투자실패에 따른 개인파산을 어떻게 가릴 수 있을지도 문제다. 또 세입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세입자가 계속 거주하기 위해서 고의로 전세 사기 사건을 만든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냐”며 “이 경우 전세 공급을 제공하는 선량한 집주인이 범죄자가 되고 재산을 강탈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지적했다.LH 본사 전경
- [단독]정부 손 놓는 사이, 미추홀 경매 건수 5배 '껑충'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전세사기’로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미추홀구의 월별 경매 진행건수가 지난 1년간 5배나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추홀구의 경매건수는 매달 50건 안팎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 100건, 지난달에는 200건이 넘었다. 정부가 부랴부랴 경·공매를 중지시켰는데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23일 이데일리가 지지옥션으로부터 받은 ‘2022년 3월~2023년 3월 법원 경매 통계’를 보면 미추홀구 물건은 총 1093개, 낙찰건수는 267개로 낙찰률은 24.43%를 기록했다.흥미로운 점은 경매 진행 건수 추이다. 미추홀구의 경매 진행 물건은 지난해 3월 47건, 4월 35건, 5월 38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101건, 12월 116건 등 세 자리 숫자로 늘더니 지난달에는 239건까지 치솟았다. 3월 기준으로 비교하면 무려 5배나 증가한 것.공교롭게 미추홀을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7월. 지난 7월 말에는 미추홀의 아파트 2동 112세대 모두가 경매에 넘어갔다. 이후 8월에는 미추홀의 한 아파트 72세대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인천 경찰은 100여건의 전세사기 고소 건을 받아 수사를 개시하고 중개업소·임대사업자 10여곳의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아파트, 주상복합, 빌라를 가리지 않고 전세사기는 계속됐고 결국 세 명의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천 경찰은 지난달 31일 기준 ‘인천 미추홀 전세 사기’ 피해 금액이 총 380여억원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부랴부랴 지난 20일부터 경매 중단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간 경매 추이를 보고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제도를 미리 손보거나, 피해자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상황이 악화한 다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한편, 이날까지 4월 미추홀구 경매 진행물건은 245건, 낙찰된 물건은 44건으로 낙찰률 18.00%·낙찰가율 65.00%를 보였다. 다만 정부의 경매 중단 요청에 따라 해당 물건들은 순차적으로 연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