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꽃'은 1편의 영화 혹은 20편의 드라마스페셜이었다

  • 등록 2013-09-06 오전 9:42:11

    수정 2013-09-06 오전 9:42:11

‘칼과 꽃’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KBS2 수목 미니시리즈 ‘칼과 꽃’이 종방됐다. 엄태웅과 김옥빈이 맡은 연충과 무영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칼에 맞아 끝나버린 두 사람의 비극적인 운명이었지만 죽어서라도 함께 하고 싶었던 꽃 같은 이들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칼과 꽃’은 마지막까지 슬프지만 행복하고, 아프지만 아름다운 입체적인 결말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칼과 꽃’은 시청률 면에선 아쉬운 작품이다. 전작인 ‘천명’의 후광효과 없이 힘겨운 대진운 싸움을 이어간 것도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이었다. 연이은 사극 장르가 시청자들과 만나게 되면서 방송 환경 자체도 흥미가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5%대 시청률에 머물며 부진한 것은 엄태웅, 김옥빈, 최민수, 김영철 등 극의 핵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호연이 가려지는 안타까움을 안겼다.

일각에서는 ‘칼과 꽃’의 연출을 맡은 김용수 PD의 무리한 연출 때문에 드라마가 길을 잃었다는 지적도 내놨다. 첫회부터 공주인 무영 캐릭터가 연충에게 한 눈에 반하는 장면에서 공중 회전으로 날아와 운명적인 눈 맞춤을 한다는 식의 연출이 중국 무협 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혹평이 나왔다. 이후 ‘칼과 꽃’은 난해한 사극, 익숙하지 않은 그림 등의 거리감을 만들며 시청자와 호흡하는데 실패했다.

‘칼과 꽃’ 마지막회.
하지만 ‘칼과 꽃’을 함께 한 배우들과 제작진, 끝까지 눈을 놓지 않은 애청자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 동안 KBS2 드라마 스페셜로 수 많은 작품의 연출과 프로듀서를 맡으며 쌓은 김용수 PD만의 연출 감각은 어느 때보다 뛰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칼과 꽃’이 20편의 드라마스페셜이었다면 혹은 한 편의 영화였다면, 지금과 다른 결과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김용수 PD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미니시리즈 촬영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연출 고집을 포기하지 않은 ‘집녑의 PD’다. KBS2 드라마 ‘적도의 남자’ 당시부터 이런 ‘장인 정신’으로 유명했던 김용수 PD 때문에 엄태웅 역시 ‘칼과 꽃’ 합류를 두고 “이번에도 고생하겠구나 싶었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를 믿고 따른 배우와 스태프는 ‘적도의 남자’에 이어 한층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칼과 꽃’을 합작해낼 수 있었다.

김용수 PD는 대하사극의 기존 관습을 과감히 깼다. 연극 요소를 드라마에 합치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실제 연극 극단인 ‘여행자’ 단원들이 드라마에 총출동해 단 5분의 장면을 위해 3일 밤낮을 투자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국내 사극 장르 최초의 일이었다.

배경음악에 대한 고정관념도 엎었다. 사극에 어울리는 노래는 이렇다는 공식 대신 참신함을 안겼다. 100% 손수 제작한 배경음악은 고전적인 느낌보다 블루스에 가까운 장르로 선택했다. ‘칼과 꽃’의 주요한 감정선인 남녀 주인공의 멜로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사극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에서 탈피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었다는 전언이다.

김옥빈.
김용수 PD의 실험적인 연출 정신으로 배우들도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됐다. 이번 작품으로 드라마 ‘선덕여왕’ 후 두 번째 사극에 도전하게 된 엄태웅은 사극이란 장르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확실히 사극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버리게 된 계기였다”면서 “김용수 PD의 진가를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시간동안 얻은 것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으로 6년 여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김옥빈도 의미가 깊었다. ‘칼과 꽃’으로 드라마 현장을 오랜만에 겪어보기도 했고 숱한 영화 출연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극 장르에 애착을 갖게 됐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 환경 자체가 굉장히 달라 그것만으로도 연기 생활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얻게 된 가르침이 많았다”면서 “여기에 더해 김용수 PD와 엄태웅, 김영철, 최민수 등 동료 선배 배우, 스태프와 어울리며 현장에서 소통하는 법, 빠르게 적응하는 법 등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칼과 꽃’은 ‘고구려 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라인업이 확정되기 전부터 최고의 기대작이자 사극으로 꼽히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다. K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에서 아쉽다는 반응은 어쩔 수 없다”면서 “그 외에 얻은 칭찬과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던 사극 장르의 가능성 등에 의미를 깊이 두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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