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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별 1호 발사 30년, 누리호로 결실”
-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한국이 우주개발의 서막을 연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된다. 국가 우주개발에 뛰어든 지 한 세대 만에 독자 우주발사체 개발까지 성공해 감격스럽다.”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산 로켓 누리호 2차 발사 장면을 지켜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우주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이 우주 개발에 뛰어든 건 지난 1989년이다. 항공우주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신)로 시작할 당시 연구인원은 30여 명에 불과해 미국, 일본 등 우주 강국에 비해 인력, 예산, 역사 등이 뒤처졌다. 이를 딛고 1992년 8월 과학위성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이듬해 ‘과학 1호’와 ‘우리별 2호’를 잇달아 우주로 보내며 우주 강국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인공위성이 지구를 돈다면 로켓은 우주로 갈 길을 연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해외(러시아)에 의존하며 두 차례 실패를 겪은 뒤에야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던 아픔을 딛고 독자적인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끝에 이뤄낸 결실이다.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 보다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했지만, 기술격차를 빠르게 추격해 왔고, 누리호를 통해 후속 우주세대를 위한 유산을 남겼다”며 “누리호 개발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연구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발사에서 이륙 순간과 페어링 분리 순간, 위성 궤도진입과 분리 순간을 주의 깊게 봤다. 작년 발사에서 계획보다 빨리 연소가 끝난 3단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작년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3단 산화제탱크 내부 고압헬륨탱크 이탈이 반복되지 않으면서 누리호의 진정한 성공을 확인한 기회가 됐다. 지난 발사와 달리 실제 운용되는 위성이 탑재돼 목표 궤도(700km)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조 센터장은 “누리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임무를 달성하면서 1·2차를 통해 누리호에 사용된 약 37만개 부품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조 센터장은 누리호가 우주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는 ‘씨앗’으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고 국가 우주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이어지도록 우주를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그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에는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고 13년 동안 약 2조의 예산을 썼다”며 “총사업비의 약 80%인 1조5000억원이 산업체를 통해 집행됐는데, 독자 발사체 운용과 후속 발사체 개발을 위한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앞으로 누리호는 반복 발사를 통해 위성들이 임무 수행도 도울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 우주시대가 도래하면서 우주가 새로운 인류 활동의 공간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누리호 발사를 기회로 우주의 안정적인 이용 능력과 자유로운 우주로의 접근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조 센터장은 “우주에 자산을 투입하는 우리 고유의 수단이 처음 생긴 것이 누리호 발사의 가장 큰 의미”라며 “저궤도 대형위성 발사, 달 착륙선 자력 발사 등 국가 우주개발 수요에 대응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어 “누리호 참여기업들이 앞으로도 국내 산업 생태계와 건강하게 성장하면서 발사 서비스 주관 기업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인프라로 우주를 활용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 환경을 조성하고 우주 외교, 전문인력양성 등 국가적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민간 기술 집약된 누리호…우주로 비상
-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박민 기자] 21일 우주로 쏘아 올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한국 우주기술의 집약체다. 설계에서 제작, 조립, 시험, 발사 운용 체계까지 모든 과정이 우리 손으로 진행됐다. 특히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을 비롯해 37만개에 달하는 부품 제작과 조립에 민간 기업이 참여해 일궈낸 성과여서 ‘민간 주도 우주 개발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 개발에 참가한 국내 민간 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현대중공업, 두원중공업 등 300여 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500여명 기술진은 누리호 사업을 주도한 항우연과 함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누리호 개발과 발사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했다. 누리호는 아파트 15층 높이에 맞먹는 총 길이 47.2m에 중량 200톤(t) 규모의 발사체다. 지구 저궤도인 600~800㎞에 1.5t급 실용위성을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3월부터 개발해 왔으며, 12년간 투입된 예산은 총 1조 9572억원이다.누리호는 3단형 발사체로서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t급 엔진으로 구성됐다.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이 엔진 개발을 통해 세계 7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엔진 기술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특히 과거 러시아 기술로 개발한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등 전 과정이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됐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은 KAI와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 조립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대를 제작한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KAI는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하며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았다.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 과정에는 24명의 KAI 엔지니어가 참여해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이번 2차 발사를 준비했다. 특히 1차 발사 실패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 이미 조립이 끝난 누리호 발사체 일부를 해체하고, 구조 보강작업 후 재조립하기도 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차 발사와 마찬가지로 누리호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진’ 총 조립을 비롯해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 등을 담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 ‘75t 액체로켓 엔진’은 누리호의 핵심 부품으로,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 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 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를 위해 높이 45m 규모의 한국형발사체 발사대 건립을 총괄했고, 현대로템은 누리호 연소 시험과 유지·보수를 담당했다. 이외에도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이노컴, 한국화이바 등 수많은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도 누리호 사업에 함께 했다이번 누리호 개발·발사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이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 산업을 뒤로 하고 우주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다만 민간 단독으로는 중대형급 발사체를 이용한 발사 수요를 창출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정책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 발굴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누리호의 후속사업인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과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을 연계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민간산업체에 대한 지원과 발사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