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772건
- 일본인 사망자 유족, 사고 이틀 만에 입국해 시신 인도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에는 2명의 일본인이 포함된 가운데 이들 중 한 명인 20대 여성의 유족은 31일 고인이 안치된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을 찾았다.경찰이 지난 30일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이 안치돼 있는 서울 순천향병원 앞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유족들은 이날 일본에서 출발해 오후 7시가 넘어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오후 8시가 넘어서 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순천향병원을 찾았다. 유족은 병원 앞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과는 접촉하지 않았다. 병원 앞에는 일본 방송사 니혼테레비, TBS 등 취재진들도 모여 있었다. 일본 언론 NHK는 이날 사고로 숨진 일본인 2명 중 1명이 홋카이도 출신의 유학생 T(26)씨라고 보도했다. T씨는 전문학교에서 웹디자인을 배웠고, 지난 6월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온 것으로 전해졌다. T씨는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한국어를 배워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T씨의 아버지는 NHK와 인터뷰에서 “(사고 당일인) 29일 저녁 7시쯤 딸로부터 ‘비빔밥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프랑스인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만난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받았다”며 “사고 소식을 접한 후 계속해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결국 한국 경찰이 받아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다른 일본인 희생자는 10대 여성으로 경기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이 희생자의 유족 역시 이날 한국에 입국해 시신을 본국으로 인도하기 위한 절차를 거쳤다.지난 29일 이태원 참사로 인한 총 사망자는 154명이다. 이중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일본을 포함, 이란,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다. 순천향병원에는 일본인 희생자뿐만이 아니라 이란인 1명의 시신도 안치돼 있다.한편 순천향병원에 빈소를 마련한 한국인 희생자는 총 3명이며, 이들은 내달 2일 발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213.5만명…안산 9.5만명 시·군·구 최다
-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주민은 약 213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시·도 기준으로는 경기도로 71만명이 넘어 남양주시 인구(약 73만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시·군·구 기준에선 경기 안산시가 인구의 15%에 달하는 약 9만 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주민은 본인 또는 부모 중 한명 이상이 출생시 또는 현재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국내 90일 초과 거주한 한국 국적 미취득자와 취득자 및 그 자녀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자료=행안부)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2021년 11월 1일 기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213만 4569명으로 전년 대비 2만 1848명(1%↓)이 감소했다. 이는 현황 발표를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외국인주민이 처음으로 감소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사가 이어진 것이다.유형별로 살펴보면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 164만 9967명(77.3%) △한국국적을 취득한 자 21만880명(9.9%) △외국인 주민 자녀(출생) 27만 3722명(12.8%) 등이다. 지난해 대비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는 4만 5676명(2.7%↓) 감소했지만, 한국국적을 취득한 자는 1만 1752명(5.9%↑) 증가, 외국인주민 자녀는 1만 2076명(4.6%↑) 증가했다.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의 증감 내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근로자는 2020년에 이어 6만 112명(13.2%↓) 줄어 전체 외국인 주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유학생은 1만 4038명(9.8%↑) 증가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16만명)을 회복했다. 외국국적동포는 2만 3471명(6.8%↑) 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시·도별로는 경기 71만 4497명(33.5%), 서울 42만 6743명(20.0%), 인천 13만 4714명(6.3%), 충남 12만 4492명(5.8%), 경남 12만 3074명(5.8%) 순으로 외국인 주민이 많이 거주했다. 시·군·구별로는 안산(9만 4941명), 수원(6만 5885명), 시흥(6만 4570명), 화성(6만 2542명), 부천(5만 3080명) 순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주민 수가 많은 상위 5개 지역이 모두 경기도에 해당됐다.외국인 주민이 1만 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주민 집중거주지역’은 총 86곳으로 경기 23개, 서울 17개, 경남 8개, 충남·경북이 각 7개 지역 등이다.최훈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지난해에 이어 외국인근로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여 지역에서 근로 인력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부처와 협력해 외국인주민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유입과 통합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친구 못 구했다" "딸 좀 찾아달라"…'이태원 참사'에 곳곳 '눈물...
- [이데일리 이용성 윤정훈 권효중 기자]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수도권 병원과 장례식장 등에서 통곡이 넘쳐나고 있다. 전날 밤 함께 놀던 유쾌한 친구가, 이태원으로 놀러 간다던 착하고 예쁜 자녀가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오자 유족들은 오열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한 외국인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153명 사망 ‘이태원 참사’에…병원 곳곳 ‘울음소리’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은 혹시라도 가족과 지인의 시신이 이곳에 안치돼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이들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는 6명의 희생자가 안치됐다. 오후 6시 기준으로 1명은 신원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실종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희생자들의 생사 여부는 물론, 사망했다면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 장례식장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한국을 여행하던 중 핼러윈데이를 맞아 전날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사를 목격한 호주 국적의 A(24)씨는 “밀려드는 사람 속에서 나는 빠져나왔지만, 친구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금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A씨는 곁에서 사망한 친구의 시신을 목격했지만, 출입이 가로막혔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녀의 가족들은 아직 이 소식을 모른다.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빨리 찾고 싶다”고 오열했다. 이란 대사관 측에서도 이곳을 방문,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관계자는 “이란 유학생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고 있고, 신원을 확인하러 왔다”며 짤막하게 말했다. 친구를 찾으러 왔다는 20대 남성 2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는데 어느 병원인지 몰라 찾아왔다”며 방문했다. 다만 이들 역시 친구를 찾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자녀의 신원을 확인 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한 중년 여성은 “아이고”라며 연이어 자녀의 이름을 외치며 외마디 통곡을 했다.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에서도 한 젊은 여성이 “여동생이 죽었다”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 여성은 사고를 모르고 있다가 여동생의 휴대전화가 경찰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그래픽=이데일리DB)◇“생사라도” 실종자 찾아 헤매는 가족들…‘사망’ 확인 후 실신도실종자 접수 상황실이 꾸려진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도 이따금 적막을 깨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망자 명단에 실종된 자녀의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한 한 중년 부부는 오열하다 결국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구급대원에 의해 실려 나갔다. 지인이 사라졌다며 실종자 신고를 하러 온 남성도 사망자 명단에 올라온 지인의 이름을 보고 황망하게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다급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곳을 방문한 50대 B씨도 “대학생 딸이 어젯밤 핼러윈 축제를 간다고 한 후에 연락이 안 된다. 딸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은데 경찰도, 실종자 센터도 왜 확인이 안 되느냐”며 울부짖었다. 이 같은 일은 백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등록증이 없는 미성년자나 여행 등으로 한국에 방문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외국인의 경우 더욱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찰은 과학수사 긴급대응팀을 긴급 편성해 성인은 지문 채취를, 미성년자는 DNA(데옥시리보핵산) 감식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30일 오후 4시 반 현재 90% 이상 신원 파악을 마쳤다.실종자 신고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직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자 신고접수 상황실을 설치했다. 이날 오후 5시기준 주민센터에 접수된 실종자 접수 건수는 총 4024건으로 집계됐다.전날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153명으로 서울·경기도 등 소재 39개 병원과 장례식장에 분산돼 안치됐다. ‘이태원 사고 관련 사망자 병원별 안치 현황’에 따르면 일산동국대병원 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 7명, 성빈센트병원 7명 순천향대서울병원 6명 삼육서울병원 6명, 보라매병원 6명 등이다.정부는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해 다음 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유지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오는 31일부터 서울광장과 이태원 광장에 각각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 내년부터 취업 포기 청년이 직업훈련 받으면 최대 300만원 준다
-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년부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이 정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하면 최대 300만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학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에게도 취업을 성실하게 준비하면 월 25만원의 수당을 받는다.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외국인유학생 채용박람회’를 찾은 유학생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구직 단념 청년, 정부 직업훈련 참여 시 최대 300만원 수당고용노동부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청년고용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는 구직단념청년, 고졸 이하 학력 청년, 자립준비청년 등 취업애로청년부터 진로찾기나 취업준비를 어려워하는 재학 청년까지 맞춤 취업서비스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자료=고용노동부 제공먼저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이 확대된다. 1~2개월 단기 프로그램만 있던 청년도전지원사업은 내년부터 5개월 이상의 중·장기 특화프로그램이 추가로 신설된다. 특히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청년에게 주어지던 20만원의 수당도 오른다. 내년부터는 단기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50만원이, 중·장기프로그램은 최대 300만원의 수당이 주어질 예정이다.또 6개월 이상 장기실업 청년이나 자립준비청년, 고졸 학력 이하 청년 등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도 지원 기간과 규모를 내년부터 2년 최대 1200만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이번 발표에는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들의 취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재학 단계부터 조기에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학 1~2학년의 진로 찾기부터 3~4학년 중심의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까지 체계적으로 제공해 청년들이 조기에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고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3~4학년 청년들은 이제까지 준비한 취업역량을 진단해보고 전문상담원과 함께 목표 직업을 결정한다. 필요한 훈련, 일경험, 이력서·면접 관련 취업스킬 향상 프로그램 등을 패키지로 활용할 수 있다. 취업활동계획을 성실하게 수행한 청년은 월 최대 25만원의 수당도 받을 수 있다.고용부는 이러한 내용의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 10개 대학을 선정해 시범운영하고, 성과를 평가하여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일경험 기회도 확대…공정한 채용 문화도 확산이번 발표에는 일경험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기업과 공공부문의 일경험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청년이 참여한 이력정보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또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다양한 일경험 기회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5일 이내 단기 기업탐방 프로그램만 제공했다면, 기업이 실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보는 프로젝트형 일경험, 기업 현장에서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십 등의 유형을 추가하고 양적 규모도 확대한다.자료=고용노동부 제공아울러 채용부터 성과 중심의 보상, 근로시간 선택 보장 등 공정한 고용문화 확산에도 나선다. 특히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구직자에게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기업 채용경향조사 확대, 채용·직무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청년·기업 간 정보 비대칭도 완화해 나갈 계획이다.청년들의 채용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정채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제재 사항을 공정채용법에 명문화할 예정이다. 또 채용과정 중 직무와 관련 없는 혼인 또는 임신계획, 자녀 유무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고, 능력중심 공정채용 컨설팅 제공 및 채용 평가위원 교육 확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고도화되고 급변하는 산업·노동시장 환경 속에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업과 청년참여가 필수 불가결하다”며 “기업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청년의 시각으로 정책을 다듬고 홍보하여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새우 한마리가 3억원…평범해서 비범하더라[정하윤의 아트차이나]<2>
- 치바이스의 ‘새우’(1941). 세상을 뜨기 3개월 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는 치바이스가 남긴 작품 수는 수만점. 그중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새우그림’ 연작이 단연 돋보인다. 8마리 새우가 바로 튀어나올 듯 뒤엉켜 있는 작품은 그중 한 점. 치바이스의 새우를 특별하게 만든 요소는 생생한 현장감에 있다. 몸을 덮은 갑각은 물론이고 긴 수염, 집게발, 촉수 등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실체로 완성한 새우의 생생한 디테일은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경지”란 극찬을 받는다. 종이에 수묵, 101.5×34.5㎝.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화가가 있다. 청나라 말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격변하는 중국을 살다간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는 치바이스 기념관이 있고, 고향인 후난성 샹탄시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공원 안에 동상이 우뚝 서 있다. 14억명 중국인 중에는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치바이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외국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나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 같은 유수의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해 왔으며,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에서도 각광을 받는다.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미술품 경매에서는 그의 산수화 ‘산수 12조병’이 8억 1000만위안(당시 약 1500억원)에 낙찰되며 중국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거액에 거래되는 파블로 피카소나 앤디 워홀에 비견되는 가격대다. 이 낙찰로 ‘중국의 앤디 워홀’이란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한국 관람객에도 친숙하다. 2017년(‘치바이스: 목장에서 거장까지’ 전)과 2018년(‘같고도 다른: 치바이스와의 대화’ 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에 걸친 대형전시를 통해 치바이스의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당시 중국 국보급으로 들인 전시작의 보험가액만 1500억원쯤 된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계 한 해 전인 1956년에는 세계평화평의회로부터 세계평화상을 받은 적도 있다. 도대체 무슨 그림을 그렸기에 국내외에서 이토록 극진한 대접을 받는단 말인가. 얼마나 특별한 작품을 그렸기에. 치바이스의 대표작은 단연 ‘새우그림’이다. 새우라니. 어째 김이 빠진다. 희귀종이라도 되나. 아니다. 개천에나 사는 보통 새우다. 금이라도 발라 놨나. 역시 아니다. 일반 종이에 먹으로 그린 그림이다. 아니 이게 정말, 작품가로 따져보면 그림 속 새우 한 마리가 2억∼3억원쯤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만큼 특별한 그림인가. 대체 왜? ◇매란국죽 대신…일상 소재,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와 모순적이게도 치바이스의 새우는 ‘평범’하기 때문에 ‘특별’하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은 소재다. 치바이스는 ‘중국화’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저 세상의 무릉도원이나 선비의 절개·지조·기상 등의 온갖 상징을 담았다는 매란국죽을 그리지 않았다. 그는 실개천에 펄떡이는 새우와 개구리, 마당에서 종종대는 병아리, 삶의 냄새가 진하게 밴 농기구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고고한 문인이라면 쳐다보지 않았을 평범한 소재, 그것을 그렸다는 점이 바로 특별한 점이다. 굳이 치바이스를 워홀에 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단지 작품값 때문이 아니라, 코카콜라병이나 농기구 같은 일상의 소재를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왔기 때문이어야 한다. 치바이스가 사용하는 필법도 별것 없다. 그래서 파격적이다. 중국화는 그 유구한 역사만큼 따라야 하는 법칙이 많다. 점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붙는 준법의 종류도 많고, 선을 어떻게 휘두르는지에 따라 화파도 나뉜다. 치바이스는? 그중 어떤 법칙도 따르지 않았다. 나름의 방식으로 먹의 농담을 조절해 붓을 놀렸을 뿐이다. 그렇게 그린 그의 새우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생동감이 넘친다. 그래서 치바이스의 새우는 종이 위에 놓인 것이 아니라, 물 안에서 유영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림 옆 글귀도 허를 찌른다. 그림에 덧댄 글은 자고로 그림에 대한 감상이나 그림의 의미를 현학적으로 표현하기 마련인데, “이 종이는 먹이 스미지 않아서 맘껏 붓질을 할 수 없다”처럼 일기장에나 끼적거릴 법한 말을 써 놨다. 치바이스를 중국의 피카소에 비유해야 한다면, 이 또한 단순히 작품값 때문이 아니라, 미술의 법칙에 파격을 가져왔다는 점 때문이어야 한다. 치바이스의 ‘연꽃 호수’(1924). 붓이 스치기만 하면 만물은 순식간에 튀어나올 듯 꿈틀대는 생물체가 된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생명력’과 ‘현장감’은 치바이스의 작품을 관통하는 특징. 문인화가 대부분이 매란국죽에 매달리고 고고한 산수에 빠져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종이에 수묵채색, 182×96㎝.치바이스가 나고 자란 환경 역시 지극히 평범하다. 그는 중국 후난성의 시골마을, 가난한 농민집안에서 태어났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대단한 그림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17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던 미술교본인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중국 청나라 초에 간행한 화보. 제1집은 1679년, 제2·3집은 1701년, 제4집은 1818년에 펴냈다. 산수·난죽매국·화훼·영모·인물 따위를 체계적으로 편집했다)를 보며 산과 나무, 꽃과 풀을 그리는 것을 연습하고, 목수일을 배우며 글자나 문양을 나무에 새기는 기술을 터득했을 뿐이다. 탄탄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약점이기도 했지만, 어떤 정통화법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 있는 화풍을 만들 수 있는 강점이기도 했다. 물론 생경한 그림 스타일과 비천한 출신이란 이유로 치바이스는 주류 미술계에서 쉬이 인정받지 못했다. 50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골 출신에 배우지도 못한 자가 그린 ‘듣도 보도 못한 그림’이란 취급을 받았다. 전환을 맞은 것은 1922년 일본에서 열린 ‘중일회화연합전’에서 큰 호평을 받으면서였다. 일본 사람들이 열광하고, 작품이 완판 되자 중국인의 인식도 달라졌다. 나라 밖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케이스다. ◇젓가락으로 귀후비는 사내…친근하고 익살스러운 그림이후로 치바이스의 명성은 하늘 높이 올라갔지만, 그는 일관되게 자기 그림을 그렸다. 예를 들면 ‘귓밥’(1947)과 같은 작품. 그림 안에는 콧수염 턱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식탁 앞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다. 생선을 먹던 젓가락으로 귀를 후볐나 보다. 젓가락에 들린 것이 생선살인지 귓밥인지 헷갈린다. 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그림을 보자니 웃음이 난다. 정신의 세계, 마음의 풍광을 다루던 이전 중국화에서는 느낄 수 없던 정겨움이다. 이처럼 치바이스의 그림은 저 멀리 난해한 별나라에 있지 않다. 생선을 먹으며 귓밥을 파는 우리의 일상에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치바이스의 ‘귓밥’(1947). 어수룩한 사내의 일상을 그린 작품은 치바이스가 추구한 ‘인물화’의 지향을 그대로 내보인다. 초상이라 하면 으레 떠올릴 경직된 얼굴과 포즈가 없는 데다가 복잡한 배경은 지우고 본질만 끌어내는 ‘생략’의 힘까지 얹어, 군더더기 없이 시대를 앞선 ‘현실주의적’ 인물화의 완성을 봤다. 종이에 수묵채색, 102×34㎝.1957년, 치바이스는 93세로 영면했다. 돌아가신 분을 두고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의 사망 시기는 참으로 적절했다. 이후의 중국 정세가 너무도 어렵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가 사망한 해인 1957년에 시작한 반우파투쟁부터 문화대혁명(1966~1976)까지, 중국은 정치적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고, 때문에 미술가들은 매일 살얼음판을 걸었다. 하루아침에 그림의 형식이나 소재, 출신성분에서 꼬투리가 잡혀 우파로 낙인찍히기도 하고, 그로 인해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으니 말이다. 험한 꼴을 당할까 무서워서 자신의 작품을 손수 불태우는 이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특히 치바이스가 그리던 중국화는 과거 봉건체제의 잔재란 이유로 ‘개조’냐 ‘폐기’냐의 기로에 섰던 장르였다. 먹이 너무 진해서, 산수화를 그려서, 또 다른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아야 했던 미술가가 너무 많았다. 다행히 치바이스의 명예는 안전히 보존됐다. 생전 워낙 정치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기도 했지만, 그의 평범한 배경과 일상적인 소재, 비전통적인 방식에서 타도 대상이던 문인화의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 출신으로 주변의 물건을 나름의 방법으로 그린 그림은 그래서 안전했고, 오히려 중국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지향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평범했기에 비범한 화가로 빛나게 됐다고나 할까. 혹 살다가 특출나지 않은 배경이나 능력, 외모 등으로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면 치바이스의 새우를 떠올려 봐도 좋겠다. ‘평범함이 비범함이 아니던가!’라고 되뇌면서.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