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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살 돈이 없어서"…베네수엘라 살인물가에 범죄마저 줄었다
  • "총알 살 돈이 없어서"…베네수엘라 살인물가에 범죄마저 줄었다
  • 거리에서 ‘엘 네그리토’로 불리는 24세의 한 베네수엘라 범죄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손에는 총을 든 채 AP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NBC방송 홈페이지 캡쳐)[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베네수엘라 경제가 5년 만에 반토낙 났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등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범죄자들조차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29일(현지시간) 국내총생산(GDP), 물가 등 일부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했다. 작년 GDP 성장률의 경우 마이너스(-) 18.7%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소비가 9% 줄었고, 제조업과 소매업은 22.5%, 34.1% 각각 뒷걸음질쳤다.파이낸셜타임스는 “2013년과 비교하면 GDP가 5년 만에 47% 쪼그라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학자들이 추정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2014년 이후 후퇴하기 시작한 GDP가 2015년 말부터 매분기 최소 10% 이상 감소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GDP를 공개한 것은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식량난이나 정전사태, 의약품 부족 등 인도주의 위기와 관련된 지표들을 의도적으로 숨겨왔기 때문이다.월스트리트저널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영아 및 산모 사망률이 공개된 직후 보건부 장관을 즉각 해고한 적도 있다”면서 “공개하길 꺼렸던 경제지표를 돌연 발표, 그 배경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가 경제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GDP가 반토막 난 것은 경제 버팀목인 원유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3만배럴로, 10년 전 320만배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CNN은 “2013년 3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국가 GDP가 52% 하락했다”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석유산업에 크게 의존하는데, 원유 수출량이 2013년 850억달러에서 2015년 350억달러, 작년엔 30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물가상승률은 2017년 863%, 지난해 13만60%로 각각 집계됐다. 다만 그대로 믿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당에서 발표한 170만%, IMF가 추정한 2017년 93만%, 2018년 137만% 등과 비교하면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편 베네수엘라 경제난은 범죄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두로 정부는 최근 “지난 3년간 살인 사건이 39%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비영리단체인 베네수엘라 폭력감시기구(VOV)도 같은 기간 살인 건수가 20% 줄었다고 거들었다. AP통신은 지난 13일 24세 길거리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베네수엘라에선 범죄자들조차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명 ‘엘 네그리토’라는 이 범죄자는 인터뷰에서 “총알 한 알에 1달러다. 총을 많이 쏠수록 그만큼 지출이 많아진다. 반면 거리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난으로 범죄로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권총을 잃어버리거나 경찰에게 압수당하면 800달러가 사라진다. 탄창 하나를 다 비우면 15달러다. 총을 쏘는 것조차 이제는 사치”라고 설명했다. (사진=AFP)
2019.05.30 I 방성훈 기자
“안중근 의사, 거사부터 사형까지…당당하고 의연했다”…러 언론 보도 공개
  • “안중근 의사, 거사부터 사형까지…당당하고 의연했다”…러 언론 보도 공개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설립 50주년 및 공공기록물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 의거일 다음 날인 1909년 10월 27일부터 1910년 4월 21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 신문이 보도한 안 의사 관련 기사 24건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하얼빈, 10월 26일 아침 9시에 최전선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토 공작이 기차 칸에서 내리는 순간, 브라우닝 권총으로부터 몇 발의 총알이 발사됐고, 이토 공작은 치명적 총상을 입었다…조선인으로 밝혀진 범인이 체포됐다.”(달리니 보스톡紙 1909년 10월 28일자 보도)“암살자 안은 심문에서 ‘이것은 우리 조국 역사의 마지막 장이 아니며 아직 살아 있는 것이 기쁘며, 자신의 유골에 자유가 비출 것이다’라고 했다.”(보스토치니야 자랴紙 1909년 11월 4일자 보도)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후 첫 심문부터 사형집행까지 과정을 담은 러시아 언론보도가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에는 중국 뤼순(旅順) 감옥 묘지 등으로 추정됐던 안 의사의 매장지가 교도소 인근 ‘기독교 묘지’라는 언급도 나왔다. 그동안 안 의사와 관련된 일본과 중국 신문기사들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러시아 극동지역의 여러 신문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러시아 ‘쁘리 아무리예’지는 1909년 11월 2일 보도를 통해 안 의사의 의거 준비부터 체포 과정과 심문 내용까지를 르포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해당 보도에는 차이자거우 우편열차 정거장에서 안 의사 일행이 내리는 것부터 안 의사가 하얼빈으로 떠날 때 서로 큰절을 하면서 눈물로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해당 보도는 이어 안 의사가 거사를 치룬 뒤 체포돼 심문을 받는 내용도 있었다. 안 의사는 일본 총영사관에서의 첫 심문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당신들의 고문도 두렵지 않다. 나의 이성과 조국에서 일본인들에 의해 병을 얻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죽으면서 나는 기쁘다”며 “나는 조국 해방을 위해 첫 번째 선구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이번 안 의사와 관련된 보도들에서는 안 의사의 유해가 묻은 곳을 언급한 내용도 포함됐다. ‘우수리스카야 아크라이나’지의 1910년 4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안 의사는 사형 직후 교도소의 예배당으로 옮겨졌다가 지역의 기독교 묘지에 매장된 것으로 나온다. 이 신문의 해외 소식란에는 “아사히 신문 특파원에 따르면…(안중근 유해는)관에 넣어져 감옥의 작은 예배당으로 옮겨졌다”며 “암살에 가담한 3명의 동료에게 안과 이별하는 것이 허락됐다…이후 관은 지역 기독교 묘지로 옮겨졌다“고 언급했다. 기존의 안 의사의 유해는 일본 외무성이 소장한 사형보고서와 일본·중국 매체 보도 등을 통해 감옥묘지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형국 국가기록원 연구협력과장은 “당시 아사히신문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파견 나온 것은 확인했다”면서도 “언급된 장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고, 해당 언급 내용이 단순 오류일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안중근 의사와 하얼빈 의거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뿐만 아니라, 의거 준비, 체포와 일본영사관 인계과정 등 사후 조치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2019.05.28 I 최정훈 기자
‘조장풍’ 류덕환, 권총은 왜?…막강 존재감
  • ‘조장풍’ 류덕환, 권총은 왜?…막강 존재감
  • 사진제공=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캡처[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우 류덕환이 ‘조장풍’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지난 27일 방송한 MBC 월화 미니시리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극본 김반디·연출 박원국)에서는 정의의 편으로 돌어선 우도하(류덕환 분)의 변화가 통쾌한 쾌감을 선사했다. 그는 적반하장으로 으름장을 놓는 양인태(전국환 분)에게 “끝까지 못 갈 겁니다”라고 반박하며 등장했다. 양인태는 자신이 소유한 공장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악덕 사장이자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었다. 우도하는 그런 양인태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그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이러한 우도하의 극적인 등장은 안방극장을 짜릿함으로 물들였다. 그동안 양인태 의원의 최측근으로서 모든 능력을 동원해 그를 도왔던 우도하가 왜 이런 심경의 변화를 겪은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우도하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돼 있었다. 과거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그의 아버지가 사실은 양인태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임을 알게 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류덕환은 섬세한 연기로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우도하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흘린 눈물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울분과 상처, 아버지를 원망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방송 말미 예고는 양인태에게 총을 겨누는 우도하의 모습을 담았다. 양인태와 마주한 우도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마지막 회는 28일 오후 10시 방송한다.
2019.05.28 I 김윤지 기자
여경 체력기준 높인다…현장 무기활용 적극적으로
  • [여경논란]여경 체력기준 높인다…현장 무기활용 적극적으로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번 대림동 여경 논란으로 인해 여경의 체력시험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낮고 이 때문에 현장에서 피의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결과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체력 기준을 상향하는 한편 물리력 사용기준을 마련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경찰청은 최근 경찰대학과 간부후보생 체력 기준을 개선,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 방안은 남녀 체력기준 전반을 높이는 것과 함께 남녀 격차를 줄이고 여성의 팔굽혀펴기 자세를 남성과 동일한 정자세로 변경하는 등 여경 체력 기준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 기준은 앞으로 2022년 채용 때부터는 순경 공채 체력시험에도 적용될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 마저도 여전히 낮은 편이다. 실제 우리나라 여경의 윗몸일으키기 최저기준은 1분당 22개로, 아시아권의 싱가포르(15개)보다는 조금 높지만 미국(LA, 32개)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팔굽혀펴기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최저 기준은 1분당 6개로, 최저 기준이 15개인 미국·뉴질랜드·싱가포르·일본 등보다 낮았다.경찰은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점차 기준을 선진국 수준까지 높여갈 방침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체력기준이 선진국에 비해 조금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선진국 수준에 맞게끔 점점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에게 경찰이 우월감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기준도 있기 때문에 경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체력기준을 갖출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경찰은 물리력 사용 기준도 마련했다. 이번 대림동 사건이나 올초 암사동 흉기 난동 등에서 볼 수 있듯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소송 등을 우려해 장구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것. 이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대상자의 행동은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나뉘며 이 중 경찰의 실질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구간은 적극적 저항 단계부터다. 체포 중 달아나거나 경찰관을 밀고 잡아끄는 행위 등을 하게 되면 적극적 저항으로 간주, 경찰이 관절 꺾기나 조르기·누르기 등을 통해 피의자를 제압할 수 있다. 경찰관 혹은 제3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경우(폭력적 공격)에는 경찰이 신체부위 혹은 경찰봉으로 피의자를 가격하거나 전자충격기(테이저건)를 활용할 수 있다. 또 흉기를 들고 위협을 하거나 목을 세게 조르는 등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경우(치명적 공격)엔 권총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대림동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등 일종의 공격성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것도 무방했다고 본다”면서 “지금까지의 기준을 더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현장경찰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05.23 I 박기주 기자
'대림동 사건' 피의자, 앞으론 테이저건으로 제압…警, 물리력 사용기준 마련
  • '대림동 사건' 피의자, 앞으론 테이저건으로 제압…警, 물리력 사용기준 마련
  •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자료= 경찰청)[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앞으로 경찰은 ‘대림동 여경 논란’의 피의자처럼 경찰관이나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자에게 테이저건(전자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총이나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권총의 사용까지 허용된다. ‘암사역 흉기 난동’ 등 기존에는 경찰들이 소송 등을 우려해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 같은 가이드라인 제시로 보다 활동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찰청,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 규칙’ 제정…11월 중 시행경찰청은 지난 20일 열린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제정안은 경찰청 예규로 발령될 예정이며,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11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전자충격기나 수갑 등 일부 장구에 대한 사용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경찰관이 현장에서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물리력을 판단해 사용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통일된 기준과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해 6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초안을 만들고 학계·시민단체·국가인권위원회·현장경찰관 등이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등 1년 동안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경찰은 새롭게 만든 물리력 행사 규칙에 3대 원칙을 적용했다. 이 원칙은 △평균적 경찰관의 객관적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객관적 합리성의 원칙’ △대상자가 제기하는 위해 수준에 상응해 물리력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대상자 행위와 물리력 간 상응의 원칙’ △급박하지 않은 경우 대상자를 설득·안정시켜 보다 덜 위험한 물리력을 통해 상황을 종결해야 한다는 ‘위해감소노력 우선의 원칙’ 등이다.◇폭력 피의자엔 테이저건, 흉기 위협땐 권총 사용도경찰은 위험 정도에 따라 물리력 기준을 5단계로 나눴다. 이번 규칙에 따르면 현장 피의자가 경찰관의 지시 통제에 따르는 ‘순응’ 단계에서는 언어 등을 사용해 협조를 유도하거나 체포를 위한 수갑을 사용하는 등 물리력만을 사용하게 된다. 이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경찰관의 지시나 통제에 응하지 않는 ‘소극적 저항’ 단계에서는 신체 일부를 잡아끌거나 경찰봉 양 끝 또는 방패를 신체에 안전하게 밀착한 상태에서 밀거나 잡아당길 수 있다. 체포를 거부하고 경찰관을 밀고 잡아끌거나 경찰에 침을 뱉는 등의 ‘적극적 저항’ 단계에서부터는 실질적인 물리력이 행사된다. 이 경우 경찰은 관절꺾기나 조르기·넘어뜨리기·누르기 혹은 분사기 등 통증을 느낄 수 있으나 신체적 부상을 당할 가능성은 낮은 물리력을 행사한다. 경찰이나 시민 등 제3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실제 공격하는 ‘폭력적 공격’의 단계에선 신체부위·경찰봉을 이용한 가격, 전자충격기 사용 등으로 피의자를 제압하게 된다. 최근 ‘대림동 사건’은 이 경우에 해당 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은 경찰봉 등으로 적극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총기나 흉기·둔기 등을 이용해 위력을 행사하고 있거나 목을 세게 조르는 등 경찰관 혹은 제3자에 대해 사망 또는 중상을 입힐 수 있는 행위를 하는 ‘치명적 공격’ 단계에서는 권총을 사용하거나 경찰봉이나 방패 등으로 급소 부위를 타격하는 등 대상자의 사망 혹은 중상을 초래할 수 있는 물리력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장 경찰은 낮은 단계의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상자의 위해 정도와 급박성 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물리력을 행사하게 된다. 또한 권총 사용에 대해선 엄격한 기준을 추가적으로 명시해 오용될 수 있는 여지를 막았다. 경찰은 이와 함께 경찰봉이나 전자충격기·권총 등 주요 물리력 수단의 구체적인 사용한계와 유의사항도 규정하고, 경찰관이 총기 등 고위험 물리력을 사용한 경우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일된 기준으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균질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필요한 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법집행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향후 이 기준에 따라 부단한 교육훈련을 실시해 모든 경찰관이 기준을 제대로 숙지하고 체화하도록 하는 한편 휴대 장비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자료= 경찰청)
2019.05.22 I 박기주 기자
디지털 영상으로 보는 ‘위대한 대한민국 문화유산’
  • 디지털 영상으로 보는 ‘위대한 대한민국 문화유산’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LG전자(대표이사 조성진)와 공동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문화재를 소재로 한 디지털 영상체험 특별전 ‘위대한 대한민국 문화유산’을 오는 19일부터 내달 1일까지 경복궁에서 개최한다.‘위대한 대한민국 문화유산전’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를 거부하고 자주독립 의지와 역량을 보여준 3·1운동과 지속적인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문화재 콘텐츠로 이야기를 엮은 디지털 영상콘텐츠 전시다.‘100년의 대한민국’을 주제로 3개 부문의 전시와 체험구역으로 구성했다. 독립운동가와 대한민국임시정부 회의실, 전시장소인 경복궁의 100년 역사를 소개하는 편집 영상을 LG 올레드TV로 상영한다.전시관에 들어서면 ‘역사와 문화재’ 구역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소개하면서 3·1 독립선언서(등록문화재 제664-1~2호),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9호) 등 문화재가 된 태극기,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사용한 권총과 백범 김구 회중시계(등록문화재 제441호) 등 독립열사들의 유품(복제품 포함)과 3·1운동 등 당시 역사적 사건이 영상으로 나온다.두 번째 순서인 ‘인물과 문화재’ 구역에서는 독립운동에 이바지한 역사적 인물의 흑백 사진을 원색으로 복원한 영상을 상영하고, 김구,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4명의 사진을 원색 복원하여 전시한다. 일제강점기 수난의 시대를 거쳐 온 경복궁의 변화를 영상으로 구성한 ‘100년 과거와 미래의 경복궁’, 독립운동 주요 인물의 기념관 소개와 함께 LG의 독립운동 분야 사회공헌을 소개하는 ‘항일독립유산과 후원활동’,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사료와 영상이 준비되어 있다.‘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회의실’ 구역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회의실에서 사용했던 의자와 책상, 명패, 다기도구 등 각종 소품으로 전시실을 꾸몄다. 이곳에서는 태극기와 관련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역사문화 체험존’과 100년의 대한민국 문화유산을 고화질의 빔프로젝트로 생생하게 관람하는 ‘대한민국 역사문화 시네빔관’도 마련했다.이번 전시는 문화재청과 LG전자가 2015년부터 문화재 홍보와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문화재지킴이 협약으로 추진하는 연속 사업이다. 독립기념관, 한국문화재재단(문화유산채널), 식민지역사박물관, 안중근의사숭모기념회, 예산군 등의 지원이 있었다. 경복궁 야간관람과 연계해 야간에도 운영할 계획이다.
2019.05.17 I 이정현 기자
 확 달라진 JSA…“이제 북한군과 아침 인사 나눌 정도”
  • [르포] 확 달라진 JSA…“이제 북한군과 아침 인사 나눌 정도”
  • 1일 오전 안보견학을 온 관광객들이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산책 후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를 견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판문점=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6개월 만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광이 재개된 1일 오전, JSA 경비대대 요원들은 첫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관광객 안전 등의 이유로 지난 해 10월 말부터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었다. 현재 JSA 비무장화 조치는 완료됐지만, 관광객들이 남·북 지역을 넘나드는 자유왕래까지는 현실화 되지는 못했다. 남·북·유엔군사령부 간 JSA 공동 근무 수칙 합의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 지역까지 견학이 확대될 수 있도록 판문점 남측 지역 견학을 재개키로 했다. 이날 오전 JSA 견학에 참가한 일반인 관람객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대학생들을 포함해 총 81명이었다. 이날 예정된 관광객은 4개조 총 320여명이었다. 이날 방문객의 최대 관심은 역시 작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 둘이 대화를 나눴던 ‘도보다리’였다. 도보다리가 일반 관광객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도보다리는 진입로 포장공사와 교각 안전조치 등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관람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두 정상이 마주 앉았던 테이블 위에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하늘색 커버가 덮여져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공동 기념식수 장소도 개방됐다. 두 정상은 지난 해 판문점 회담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군사분계선(MDL) 인근 ‘소 떼 길’에 소나무 한 그루를 공동 식수했다. 이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해인 1953년생이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문구와 함께 양 정상의 서명이 새겨져 있었다. 1일 오전 안보견학을 온 관광객들이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날 관광을 안내한 경비대대 요원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권총 뿐 아니라 방탄헬멧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앞서 남북한과 유엔사는 JSA 내 화기·탄약을 철수하고 감시장비도 조정한 후 이를 서로 검증한바 있다. 경비대대 관계자는 “비무장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원들이 모두 실탄이 들어있는 권총을 휴대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판문점 경계를 맡은 전력은 유엔사 경비대대 소속 인원 35명과 북측 인원 35명이다. 모두 비무장 인력들이다.이날 북측 판문각쪽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등 수백 명의 북측 방문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남측 관람객들을 향해 환호성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 측은 그동안 관광이 제한됐지만 북측은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받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많으면 1주일에 900여명의 관광객이 JSA 북측 지역을 찾고 있다고 했다. JSA를 빠져 나오는 길가에 황토색 컨테이너로 만든 북측 근무 초소도 눈에 들어왔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JSA 내 남측 4곳과 북측 5곳의 초소를 폐쇄하고, 대신 초소를 상대방 지역에 각 하나씩 두기로 했었다. JSA를 방문하는 민간인 등의 월북·월남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북측 판문각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남측 관광객과 취재진에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션 모로우(미 육군 중령) 판문점 경비대대장은 “과거 긴장감이 감돌았던 판문점은 이제 상당히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북측) 카운터파트를 만나 아침 인사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곳 판문점이 대화의 장·신뢰구축의 장이 되어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견인하는 장소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대대의 임무는 판문점에서 대화와 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05.01 I 김관용 기자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 간도서 독립선언서 읽는다
  •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 간도서 독립선언서 읽는다
  • [수원=이데일리 김미희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다음달 9~13일까지 경기학생대표 33명과 인솔자로 구성된 ‘2019 경기학생 동북아 평화역사 유적지 탐방단’이 연길, 훈춘 등 간도지역을 방문한다고 3일 밝혔다. 탐방단은 9일 청산리 전적지를 시작으로 백두산 등반, 해란강, 일송정, 봉오동 전적지, 은진중학교, 명동중학교, 명동교회 등을 찾아간다. 김약연 묘소를 참배하고 윤동주 생가, 송몽규 생가, 문안골(안중근 의사 권총사격장)도 답사할 예정이다.답사 일정에는 간도 독립운동 전문가 김재홍(규암 김약연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의 해설, 독서토론과 탐방지 관련 인물들에 대한 발표와 토의도 함께 진행한다.민족 독립운동 모태이자 교육운동 중심지인 간도지역 탐방은 체험과 토론을 통해 항일투쟁 과정을 느끼고,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학생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으로 기획됐다. 이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영상물로 제작해 공유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특히 학생 탐방단은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일인 11일 온라인을 통해 ‘100년을 거슬러 간도에서 다시 읽는 독립선언서’를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상의 항일투쟁 과정과 미래 평화와 상생, 통합과 번영을 향한 경기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낼 계획이다.경기도교육청은 31개 시·군 중학교 2학년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1000명이 참여하는‘응답하라 1919, 중학생 역사원정대’사업을 경기도청과 협력해 8월부터 10월까지 추진할 예정이다.김광옥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100년을 거슬러 경기학생 33명이 간도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뜻깊은 행사로 학생들이 지난 100년을 비춰, 평화와 분단극복에 대한 신념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19.04.03 I 김미희 기자
안병용 의정부시장 "안중근 의사의 평화의지 후세가 완성할 것"
  • 안병용 의정부시장 "안중근 의사의 평화의지 후세가 완성할 것"
  • 안중근 의사 동상에 고개숙여 예를 표하고 있는 안병용 시장.(사진=의정부시)[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안중근의 도시 의정부시에서 안 의사를 기리는 자리가 마련됐다.경기 의정부시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9주년을 맞은 26일 오전 의정부역전근린공원 안중근 동상에서 안 의사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식을 가졌다.추모식에는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광복회의정부시지회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국민의례, 안중근 의사 유언 낭독, 헌화 및 분향과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의정부역전근린공원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동상은 중국의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학회가 의정부시에 기증해 설치했으며 2.5m 높이의 청동재질로 안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드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추모식에 참석한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의정부시)안병용 시장은 안중근 의사의 평화사상을 설명하면서 “안 의사가 평화사상을 안타깝게 완성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남은 만큼 미완성된 그의 평화사상은 후세대가 완성해 나가자”고 당부했다.한편 의정부시는 2015년부터 차하얼학회와 ‘한중 평화포럼’을 매년 공동 개최하고 있으며 학회는 2009년 중국 정·재계와 학계에 영향력이 있는 한팡밍(韓方明) 주석의 주도로 창설됐다.
2019.03.26 I 정재훈 기자
"윤중천, 피해자 '권총 협박'… 특수강간 혐의 적용 가능"
  • "윤중천, 피해자 '권총 협박'… 특수강간 혐의 적용 가능"
  • 23일 출국을 시도하다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JTBC 캡처)[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층들에게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권총 협박까지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25일 서울신문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 여성 이모씨의 이같은 증언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4년 이씨 변호인으로 활동한 박찬종 변호사는 “이씨가 당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도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은 윤씨에게서 공간적으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윤씨의 노예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최초 수사 당시 검찰은 동영상 증거까지 제출됐음에도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윤씨의 지속적인 폭행, 협박으로 완전히 구속돼 저항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박 변호사는 “윤씨가 권총으로 협박하는 등 이씨가 갇혀 있던 곳은 폭력성과 강제성 그 자체 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피해 여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성관계를 강요한 뒤 영상 공개를 협박하는 등의 방식이 윤씨의 수법이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보도는 경찰 수사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윤씨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김 전 차관이 인지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특수강간 혐의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03.25 I 장영락 기자
네덜란드, 반자동소총 판매 금지…"판매된 총도 되산다"
  • 네덜란드, 반자동소총 판매 금지…"판매된 총도 되산다"
  • △21일 테러사건이 발생한 뉴질란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사원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물이 놓여있다.[사진=AFP제공][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슬람사원(모스크) 총기 테러 참사로 50명이 희생된 뉴질랜드에서 대량 살상이 가능한 반자동 소총 등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 및 반자동 소총의 판매를 즉각 금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총기 테러 방지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15일 테러 발생 엿새 만에 나온 것이다.대용량 탄창과 범프스톡과 같이 소총 발사 속도를 높이는 장치 등도 일괄적으로 판매가 금지된다. 범프스톡은 일반 총기를 반자동으로, 또는 반자동을 자동소총으로 개조할 때 쓰이는 장치다. 뉴질랜드 정부는 일반인들이 소유한 총기를 정부가 사들이는 이른바 ‘바이백’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지난 15일 테러 사건을 계기로 오랜 기간 총기를 허용해왔던 뉴질랜드 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테러 사건 범인이 범행 당시 사용한 총기 5정이 모두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뉴질랜드 총기 법은 16세가 넘으면 누구나 권총 소지를 위한 총기 자격증을 딸 수 있다. 18세가 되면 대량 살상에 이용될 수 있는 반자동 소총을 구매·사용할 수 있는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구입한 총기를 경찰에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자 허술한 총기 규제가 테러를 발생하게 된 원인이 됐다는 자성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뉴질랜드 최대 총기 판매업체 가운데 하나인 ‘헌팅&피싱 뉴질랜드’는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돌격용 소총의 매장 구비나 온라인 총기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뉴질랜드 의회 역시 정부 대책과 별개로 총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의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새 법안은 총기 면허 제한과 더불어 총기 보관 및 규정 위반에 따른 처벌 조항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2019.03.21 I 정다슬 기자
'아이폰을 권총오인' 흑인청년 사살한 美경관들에 '정당방위'
  • '아이폰을 권총오인' 흑인청년 사살한 美경관들에 '정당방위'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휴대전화에서 새나온 불빛을 권총으로 오인해 비무장 흑인청년을 사살한 경찰관 2명에게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했다.2일(현지시간) AP통신·폭스뉴스에 따르면 새크라멘토 지방검찰청 마리 슈버트 검사는 흑인청년 스테폰 클락(22)을 사살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경찰관 테런스 메르카달, 자레드 로비넷에 대해 “합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슈버트 검사는 61쪽 분량 보고서에서 “이들 경찰관에게는 죽음 또는 신체손상의 임박한 위협을 느낄 만한 합리적인 믿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검찰은 이 사건으로 일어난 비극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며, 공동체 내부의 분노가 있다는 점도 무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사건은 작년 3월 18일 새크라멘토 주택가에서 벌어졌다.차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는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관 2명은 한 주택 뒷마당에서 클락에게 접근한 뒤 ‘손을 보여줘’라고 계속 외쳤다. 무기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요구였다.사건 당시는 칠흑같은 밤이었고 클락의 손에는 아이폰이 있었다.아이폰 손전등 기능이 켜져 있어 하얀 불빛이 새 나오고 있었다.경관들은 이를 보고 ‘총, 총’이라고 반응하며 무려 20발의 총탄을 클락에게 퍼부었다.경관들이 다가가보니 쓰러진 청년의 손에 쥐어진 물체는 권총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경관의 보디캠(웨어러블 카메라)에 찍힌 영상도 공개됐다. 경찰의 흑인청년 오인사살 항의시위더구나 클락이 쓰러진 주택이 남의 집이 아니라 자기 할아버지 집 뒷마당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에 대한 과잉진압 비난이 커졌다.특히 이 사건은 2014년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에서 일어난 흑인 소요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불렀다.‘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등 민권단체들이 퍼거슨 사태 당시 구호를 본떠 ‘휴대전화 들었으니, 쏘지 마!(Cells Up, Don’t Shoot!)‘라는 구호를 외치며 새크라멘토 등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퍼거슨 사태 당시 구호는 ’손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였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검찰의 결정에 대해 “우리 사법시스템이 젊은 흑인과 라티노 남성을 백인과 달리 대우한다”며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 운명의 지침을 바꿔 놓고
  • [목멱칼럼]우리 운명의 지침을 바꿔 놓고
  • [정영훈 한국여성연구소 소장]“그 일이 있고나서, 동백기름에 젖은 머리를 탁 비어 던지고 일약 주의자가 되었지요.” 한남권번의 기생이었던 금죽은 3·1 만세를 경험한 이후 변화한 자신의 삶을 그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겨우 일곱 살의 나이에 기생학교에 입학했다. 열여덟 살에 서울로 와 제법 이름 있는 기생으로 살던 그가 3·1 만세를 경험한 것은 스물두 살이었다. 그 사건 이후 그는 금죽이 아니라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자 정칠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평양 진명여학교의 교장이었던 조신성은 3·1 만세 이후 ‘강도’가 되었다. 임시정부에 보낼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월급을 운반 중이던 우체부를 습격하여 3000원을 빼앗은 것이다. 그는 이전까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학교 운영에 골몰하던 교장선생님이었지만, 3·1 만세에 참여했다가 사직을 당한 후 더욱 치열하게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 청년들을 규합하여 대한독립청년단을 결성했고, 다이너마이트 도화선, 권총, 인쇄기 등을 사들여 평안남도 맹산 선유봉의 한 동굴 속에 숨겨놓고 일본 관헌과 친일파에게 협박장을 보내고 경찰서와 군청을 공격하는 등 무장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3·1 만세 당시 총독부의원에서 간호부로 일하고 있던 박자혜는 본래 덕수궁의 궁녀였다. 아홉 살에 입궁하여 10여 년간 궁인 생활을 하다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자 궁을 나와 간호부가 되었다. 만세 시위로 부상한 사람들이 그가 일하는 병원으로 실려 오자 그들을 치료하는 한편 자신도 만세 운동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그 후 병원을 사직하고 중국 북경으로 떠나 회문대학 의예과에 입학했다. 조화벽은 3·1 만세 당시 개성의 호수돈여학교 학생이었다. 호수돈에서 친구들과 시위에 가담했던 그는 일제가 휴교령을 내리고 학생들을 강제로 귀향시키자 어머니가 계신 강원도 양양으로 왔다. 버선목에는 독립선언문을 감춘 채 말이다. 일제 경찰의 검문에서 간신히 지킨 그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를 고향 청년들과 함께 몰래 인쇄하여 들고 4월 4일 양양 장날에 장터에서 만세 시위를 주동했다. 이후 학교를 세우고, 교사로 독립운동가로 살던 그는 독립운동가문의 기둥이 되어 간난의 세월을 강인하게 살아냈다. 유관순 열사가 그의 손아래 시누이다. 평양여자고등보통학교를 나오고 고향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안경신은 3·1 만세가 일어나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가 1개월 구류를 살게 된다. 석방 된 후 그는 대한애국부인회에 참여해서 군자금을 거두어 상해 임시정부로 보내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예 상해로 망명하여 광복군총영에서 국내로 파견하는 결사대의 일원이 되어 다시 입국했다. 평안남도 경찰국 청사에 폭탄을 던져 평양 시내를 들썩이게 하고, 평양시청과 경찰서에도 투척하였으나 도화선이 비에 젖어 불발에 그쳤다. 체포 당시 그는 임산부의 몸이었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919년 3월에서 5월까지 세 달 동안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난 만세 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103만 명이 넘는다. 시위는 국내에서만 모두 1593건, 국외에서는 99건이 일어났다. 당시 한반도의 인구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1911년에는 1100만 명, 1925년에는 1900만 명이었다는 총독부 자료를 바탕으로 어림잡아 볼 때, 집집마다 모두 만세 시위에 가담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1 운동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바꾼 대 사건이었다.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어 왕의 백성도 아니고, 제국의 신민도 아닌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거듭나는 기점이 되었다. 그리고 3·1 운동은 거기에 참여했던 수많은 개인들의 운명도 바꿔놓았다. 그가 기생이었든 간호부였든 학생이었든 교장이었든 간에 그들은 자기 운명의 주체로, 민주공화국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났다.
2019.02.28 I 최은영 기자
14일은 안중근 사형 선고일…조력자 최재형 선생 조명
  • 14일은 안중근 사형 선고일…조력자 최재형 선생 조명
  • 서경덕 교수팀이 SNS에 배포한 카드뉴스(사진=서경덕 교수팀).[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발렌타인 데이로만 알고 있는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기도 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은 안중근 사형 선고일을 맞아 ‘안중근 의거를 도운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카드뉴스를 SNS에 배포했다.매년 같은 날에 ‘안중근 조력자’를 소개하는 캠페인으로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의거가 성공하기까지 함께한 우덕순·유동하·조도선 의사들의 활약상 소개에 이은 세번째 이야기다. 이번 주제는 안중근 의거의 가장 큰 조력자 역할을 한 러시아 한인민족운동의 대부이자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이다. 6장으로 구성된 이번 카드뉴스는 안중근 의거에 사용한 권총 준비, 의거 뒤 변호사를 선임해 구명활동을 펼친 일, 안 의사 서거후 남겨진 가족을 돌본 것도 최재형이었다는 것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서 교수는 “올해는 안중근 의거 11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라며 “하얼빈에서 거사까지의 ‘안중근 루트’를 널리 알리고자 ‘네티즌 홍보단’을 꾸려 조만간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 교수팀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 서훈등급 상향을 위한 서명운동 전개와 3.1독립선언서 전국민 읽기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9.02.14 I 이윤정 기자
분홍크래커로 총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왜? 저항하려고!
  • 분홍크래커로 총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왜? 저항하려고!
  • 인도네시아의 현대미술가 F.X. 하르소노가 대표작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1977)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옮겨왔다. 분홍색 크래커로 만든 총을 산더미처럼 쌓아, 과자인지 무기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일상을 파고든 폭력성을 고발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과천=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두운 구석공간에 조명을 받은 분홍빛이 뻗쳐 나온다. 슬금 다가가니 산처럼 쌓인 분홍더미. 그건 다름 아닌 권총이었다. 시선을 끄는 건 한 가지 더 있다. 총을 만든 소재, 크래커다. 깨물면 바삭 부서지는 담백한 과자 말이다. 이 얼마나 코믹한 상황인가. 결국 ‘핑키’한 색을 따라 다다른 산이 분홍색 크래커로 만든 총더미였다니. 도대체 애들이 장난친 것 같은 이 ‘작품’이 의미하는 게 뭔가.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더 있다. 플라스틱 음료수병이 빙 둘러 원을 만든 한가운데 흰 천으로 싸맨 무언가가 누워 있다. 죽은 코뿔소 형상이란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한쪽 벽에선 빛바랜 영상이 돌고 있는데. 바닥에 들인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음료수병과 코뿔소 모형. 다른 점이라면 둘러싼 군중 사이에 한 남자가 둔탁한 둔기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 이 섬뜩한 퍼포먼스와 모형이 의미하는 건 또 뭔가. 싱가포르 작가 탕다우가 30년 전 퍼포먼스 ‘그들은 코뿔소를 포획하고 그 뿔을 채취하여 이 음료를 만들었다’(1989)의 현장을 재현했다. 당시 작가는 코뿔소의 뿔로 만든 음료를 담아냈던 플라스틱 음료수 병 사이에 죽은 코뿔소 모형을 두고 그 죽음을 애도하는 ‘과격한’ 제스처를 선보였더랬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혀 소통하지 못할 듯 보이는 두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 1960∼1990년대 아시아의 상황이란 거다. 한쪽에선 이전 시대의 사회·문화적 관습에 저항하는 변화를 열망했고, 다른 한쪽에선 민중을 억누르는 독재체제를 향해 투쟁의 비수를 꽂아댔다. 또 한쪽에선 빠른 도시화·산업화가 몰고 온 소비자본주의의 역기능에 시달렸고, 그 다른 한쪽에선 권력·제도를 비판하는 이슈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혼란과 격동, 저항과 연대가 아시아 곳곳에서 우후죽순으로 뻗쳐 나온 그때란 얘기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60년을 거스른 당시의 이 상황이 한 공간에 모였다.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펼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전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인도·미얀마·캄보디아 등 아시아 13개국에서 날아온 작가 100명의 작품 170여점을 걸고 세웠다. 당대에 기고 날았던 각국 원로급 작가의 색과 행위, 목소리를 망라한 만큼 대규모다. 탈식민과 민족주의, 근대화와 민주화운동, 전쟁반대와 이념대립, 도시개발과 환경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단 하나의 키워드 아래 묶어냈는데, ‘세상에 눈을 뜬 현대미술’이란 거다. 필리핀 작가 레나토 아블란(66)의 ‘민족의 드라마’(1982). 1976년 설립한 필리핀 젊은 미술운동가 단체인 카이사한의 창립멤버로 활약한 작가는 당시 마르코스 독재정권으로 고통 받던 민중의 모습을 마치 연극무대의 한 장면처럼 묘사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항거·비판의 역사…각국 원로급 총출동인도네시아에 현대미술을 상륙시킨 ‘아버지’로 불리는 F.X. 하르소노(70)는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 한국을 직접 찾았다.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1977)다. 1965년 수하르토 통치가 시작된 이후 검열의 1순위가 됐던, 그 예술을 주도한 신미술운동의 실험적인 풍자였다. 이전과는 달리 설치·레디메이드·해프닝·오브제 등으로 관람객의 자발적인 반응까지 유도해낸 선도적인 미술이라고 할까. “실제 ‘분홍 크래커 총’을 제작했을 때 모여든 아이들이 크래커 총을 집어먹기도 했다”고 작가는 회고했다. 하지만 의도는 따로 있단다. 일상을 파고든 폭력성. 과자인지 무기인지를 구분할 수 없게 한 사회적 상황 말이다. 싱가포르에선 탕다우(76)가 나섰다. 30년 전 플라스틱 음료수병과 코뿔소 모형을 두고 퍼포먼스를 벌인 그이다. ‘그들은 코뿔소를 포획하고 그 뿔을 채취하여 이 음료를 만들었다’(1989)는 당대 소비자본주의가 잉태한 환경문제를 환기하려 제작·연출한 작품. 줄줄이 세운 병은 열을 내리는 치료에 효과적이란 코뿔소의 뿔로 만든 음료를 담아냈던 거다.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적 제스처를 과격하게 내보였던 40대 예술가가 이젠 70대가 돼 당시를 재현한 영상과 모형 앞에 섰다. 탕다우는 이 작품 외에도 ‘도랑과 커튼’(1979)을 함께 선뵀다. 도랑의 흙물이 잔뜩 밴 커튼 7조각을 늘어뜨린 작품은 땅에 대한 관심이란다. 자신이 살던 동네가 재개발로 철거된 이후 반영한 소재라고 했다. 싱가포르 작가 탕다우가 자신의 작품 ‘도랑과 커튼’(1979) 곁에 섰다. 도랑의 흙물이 잔뜩 밴 커튼 7조각을 늘어뜨린 작품은 작가 자신이 살던 동네가 재개발로 철거된 이후 생긴 땅에 대한 관심을 담아낸 것이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한국에선 저항미술의 대가로 꼽히는 작가들이 줄줄이 나섰다. 조각·판화가 오윤(1946∼1996), 화가 김구림(83)·윤석남(80)·이강소(76)·민정기(70), 설치미술가 이승택(87) 등이다. 불·연기·안개·바람 등 자연현상으로 ‘형체 없는 조각’을 추구해온 이승택이 관습적 미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하천에 떠내려가는 불타는 화판’(1988), 한강 살곶다리 부근의 잔디에 불을 놔 삼각형 흔적을 남긴 김구림의 ‘현상에서 흔적으로: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1970) 등이 나왔다. 김구림은 “경찰에 연행돼 가던 작업”이라며 “모든 것이 내 캔버스란 생각으로 시도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라 불리는 작가 윤석남은 입체조각 ‘어머니 2-딸과 아들’(1992)을 선뵀다. 어머니의 가족사진 10장을 배경으로 폐목에 채색한 등신대 크기의 어머니와 딸, 아들을 만들어 세웠다. 지난 40여년을 일관되게 이어온 주제 ‘어머니’를 통해 “한국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화가로, 또 실험미술의 1세대로 활약한 원로작가 김구림이 자신의 대표적 퍼포먼스를 기록한 ‘현상에서 흔적으로: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1970) 앞에 섰다. 작가는 “우리가 젊을 때는 힘든 세상이었다”며 “언젠가 이런 기회가 한 번쯤 있을 줄 알았지만 아시아 작가들이 한 데 모인 이번 전시가 너무 영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라 불리는 작가 윤석남이 자신의 작품 ‘어머니 2-딸과 아들’(1992) 옆에 섰다. 폐목에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해 제작한 6점의 입체조각 ‘어머니 연작’ 중 한 점이다. 작가는 “1979년 마흔에 그림을 시작해 지금껏 어머니를 그려 왔다”며 “어머니 존재를 통해 한국여성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회화 중에선 1980년대 군사정권이 장려한 ‘영화’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암시한 민정기의 ‘영화를 보고 만족하는 K씨’(1981), 조선시대 불화 ‘화엄사 시왕도’를 차용해 1980년대 소비문화를 지옥으로 풍자한 오윤의 ‘마케팅Ⅰ: 지옥도’(1980)가 먼저 보인다. 이들 사이로 최근 단색화시장에서 뜨거운 이우환(83)과 하종현(84)의 옛 작품도 발길을 붙드는데. 이우환은 철·솜으로 거대한 덩어리를 꾸며낸 ‘관계항’(1969/1988)을, 하종현은 패널에 스프링을 잔뜩 붙인 ‘무제’(1973)를 내놨다. 한국 민중미술의 대표작가인 오윤의 ‘마케팅Ⅰ: 지옥도’(1980). 조선시대 불화 ‘화엄사 시왕도’를 차용해 소비문화가 팽배했던 1980년대 한국사회를 지옥으로 풍자했다. 코카콜라·맥심 등 당시에 인기를 끌던 광고문구를 거침없이 혼용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한국 전위미술 대표작가 이승택의 ‘하천에 떠내려가는 불타는 화판’(1988). 전통적인 조각·조형원리를 거부한 작가가 ‘형체 없는 조각’으로 관습적인 미술에 저항한 행위미술의 기록이다. 자신이 그린 화판에 불을 놓아 한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장면을 촬영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아시아판 ‘그날이 오면’…성찰의 무게감 가진 건 몸뚱이뿐이었다고 할까. 전시에는 자신의 몸을 도구로 쓴 작품이 유독 많다. 한 점, 한 점이 나라마다의 모진 족쇄를 감고 있고, 사회적 금기와 이데올로기에 저항한 행동주의를 입은 터다. 그나마 국가대항전은 지양한 모양새다. 딱히 어느 나라랄 것도 없이 온몸으로 항거한 예술혼을 몸 밖으로 꺼낸 대서사가 읽힌다. 다만 ‘왜 굳이 지금 한꺼번에 들춰야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해결을 못 봤다. 서구가 자극한 대로가 아닌, 모처럼 세상에 ‘스스로 눈뜬’ 아시아의 거대한 예술적 움직임이 21세기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때 ‘공명’을 이뤘다 할 이들이 지금은 어찌 흩어졌는지 혹은 연합했는지도 모호하다. 애써 다들 모아 수고롭게 올라섰는데 앞이 꽉 막힌 형국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막연히 그리워할 수 없는 ‘그 시대의 초상’이다. 다가서려면 어느 정도의 ‘공부’도,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단 얘기다. ‘아시아의 그때는 왜 이토록 하나같이 무겁고 어두워야 했나’에 대한 성찰이 저절로 떠오르니까. 아시아판 ‘그날이 오면’, 바로 그거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최근 단색화시장을 달구고 있는 이우환의 옛 작품 ‘관계항’(1969/1988). 철과 솜이란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해 거대한 덩어리를 만들었다.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비틀거나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기존의 편견·관습을 깨는 작업 역시 당대 예술가들이 추구한 도전·저항의식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19.02.11 I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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