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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언론자유, 형식조차 사라질까 우려"
-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 전 위원장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해직 방송기관장 긴급 간담회’에서 “언론 보도의 내용에 대해 국가 권력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고, 보도 제작 시스템도 손보겠다는 얘기를 대놓고 하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가 형식조차 사라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그는 방송기관장들의 해직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고, 법이 정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 법원이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해임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을 언급하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도중에 결론도 안 나온 내용을 해임 사유에 넣은 것으로 안다”며 “오죽했으면 법원에서도 인용이 됐겠냐”고 했다.11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해직 방송기관장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임유경 기자)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해임 과정뿐 아니라, 공영방송 전반과 비판적 언론에 대해 진행되는 일들을 보면서 문명사회의 바탕인 합리, 상식, 이성이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직전 보도된 김만배 씨 인터뷰에 대해 “사형에 처해야 할 반국가 범죄”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집권 세력이 사형, 1급 살인죄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은 검열국가나 전체주의 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남영진 전 KBS이사장은 KBS2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KBS2 재허가 심사를 해서 분리시키겠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봐서는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TV조선 재승인 심사평가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한 전 방통위원장을 해임해놓고, KBS2에 대해선 심사에 영향을 미칠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 전 이사장은 해임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현 정부들어) 언론이 전두환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권 이사장은 “정권의 뜻에 맞지 않는 보도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아웃하고,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검열하겠다고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을 다시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이 권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권 이사장은 현직에 복귀하게 됐다.해임 방송기관장들은 간담회에 앞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계 모두가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법부를 향해서도 “권력을 남용한 방통위를 사법적으로 통제해 헌정질서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尹 경제정책 공세↑ 민주당…김민석 “윤석열 정부는 경제바보”
- [이데일리 김유성 이수빈 기자] “윤석열 정부는 경제바보 정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표어였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인용해 “윤석열 정부는 경제바보정부”라고 지칭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날(8일) 김 의장은 “머리 속으로는 부자감세를, 말로는 건전 재정을 외치지만 현실은 세수 부족 엇박자에 정책 교조주의의 전형”이라면서 “성장률은 역대 최저, 생산과 소비, 투자 수출, 재정과 부채는 빨간불”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성적만 놓고는 전두환, 노태우 정부보다도 ‘무능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이 대체 불가라고 한 중국 시장은 정부가 손 놓은 사이 위축됐고, 그 틈에 대중국 수출 1등이 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자동차를 챙긴 실리도 부실하다”면서 “정부는 하반기에 좋아진다고 ‘상저하고’라지만, 여론은 ‘윤저저저’다.”고 했다. 그는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 압박을 해쳐나갈 종합 해법, 수출 여건 개선, 내수 활성화와 적극 재정, 한반도 긴장 완화 등이 절실하다”면서 “대한민국 잼버리를 한방에 국제망신시킨 윤정부의 실력으로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자존심마저 간당간당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금융부채공제제도 허점으로 디딤돌·버팀목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급등 사례가 많다는 점도 김 의장은 지적했다. 그는 “실거주용 대출이 자산 증가로 간주돼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한 제도가 주택금융부채공제제도인데, 이 대상에 디딤돌버팀목대출이 빠져 있다”면서 “전세 자금 1억 2000만원 대출에 건보료가 2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뛰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은 디딤돌 ·버팀목 대출이 공제 혜택에서 빠져있는 건강보험법 72조 개정을 즉각 추진하겠다”면서 “지역 가입자들이 건보료 폭탄을 받는 불합리한 부담을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 대통령 여름 휴가지는 어떻게 정해지나요?[궁즉답]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 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Q. 최근 여름휴가를 떠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변에서 상의 탈의한 모습이 포착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화제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휴가를 앞두고 있는데, 역대 대통령의 휴가지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합니다. 또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 중 공개하는 사진 가운데 담긴 정치적 의미도 있었을까요?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연극 공연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으며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하며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을 청취하고 배우들을 격려했다. (사진=연합뉴스)A. 윤석열 대통령은 2일부터 8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취임 후 두 번째 여름휴가입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을 만나 “공식적으로는 2일부터 8일까지 휴가를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휴가 중 일정 기간은 대통령 별장이자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靑海臺)가 있는 경남 거제의 저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대통령들은 대개 7월 말에서 8월초에 3일에서 5일 정도 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지는 어떻게 결정이 됐을까요. 딱히 정해진 규정은 없습니다만, 안전(경호)과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또 국민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도 갈 수 없습니다. 경호 문제로 교통과 숙박시설 등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대통령이 휴가를 갈만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휴가의 목적에 따라 장소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우선 저도는 휴양지인 만큼 휴식을 취할 때 역대 대통령들이 많이 찾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족, 경호원들과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며 사격, 골프,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저도를 찾아 휴가를 보냈습니다. 대통령은 군사시설에 머무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해군기지,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경남 진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긴 안전은 물론 철통 보안까지 갖춰진 곳이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진해를 찾아 낚시를 하며 휴가를 보낸 바 있습니다.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영·호남 1박 2일 지역 행보를 할 당시 진해 해군기지 공관에서 숙박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경호가 용이한 대통령 공식 별장 ‘청남대’도 대통령들이 애용했던 휴가지였습니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을 가진 이곳에서는 골프, 보트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도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2003년 4월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됐죠.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 중 공개하는 사진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기기도 합니다.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사진 중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도 해변가에서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사진일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휴가를 보냈던 곳에서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당시 감회를 글로 남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골프, 조깅, 낚시 등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대중에 공개하며 역동성을 강조했을 지도 모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공개돼 소탈한 대통령의 이미지가 부각된 적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도 작년 첫 여름휴가 때에는 연극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낸 문화·예술계의 고충을 듣고 정부의 지원을 약속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올해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휴가를 보내는 만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지역 민생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낼 당시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정국 구상을 밝혀왔던 것처럼, 윤 대통령도 휴가기간 동안 하반기 정국 구상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입니다.
- 청와대서 만난 역대 대통령 가족들…“역사적 화해 상징 장면”
- 지난 29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초대로 청와대를 찾은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시를 관람했다. 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보균 장관, 박지만 회장, 노재헌 이사장, 김홍업 이사장, 윤상구 대표, 조혜자 여사, 김현철 이사장(사진=문화체육관광부).[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역대 대통령들의 가족 6인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초대로 지난 29일 청와대를 찾아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젼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함께 관람했다. 이들은 전시를 둘러본 뒤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자유와 통합, 연대’의 시대정신을 강조했다.30일 문체부에 따르면 이날 전시 관람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며느리 조혜자 여사와 윤보선 전 대통령 아들 윤상구 동서코포레이션 대표,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시를 관람한 뒤 “이런 만남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이라며 “자학과 부정의 대통령 역사관에서 벗어나 통합과 긍정의 대통령 문화를 다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지난 29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초대로 청와대를 찾은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시를 관람했다(사진=문체부 제공).청와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는 역대 대통령들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소품을 중심으로 꾸며진 전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국민 품으로 돌아간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마렸됐다.역대 대통령 가족들은 전시장을 둘러보며 “청와대에서 펼쳐진 리더십의 역사를 소품과 사진을 통해 관람자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공과의 논쟁에만 치중하거나, 약점 찾기 위주의 대통령 역사문화를 새롭고 건강하게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조혜자 여사는 “아버님(이승만 전 대통령)이 쓰시던 영문 타자기가 꿈틀대는 듯하다.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윤상구 대표는 “아버지(윤보선 전 대통령)가 경무대라는 이름을 청와대로 바꾸셨다”며 “여기 전시실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나라 발전의 집념만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박지만 회장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는 군인 이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그림도 잘 그리셨다. 상징 소품인 반려견 스케치는 관람객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것 같다”며 ”누나(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통령 시절 사진 ‘저도의 추억’은 아버지의 시 제목인데, 어린 시절 가족 모두가 저도에서 보낸 휴가가 기억난다”고도 했다.노재헌 이사장은 “아버지(노태우 전 대통령)는 노래를 잘하셨고 퉁소와 휘파람 솜씨도 좋았다. 멕시코 방문 때 환영식에서 ‘베사메 무초’를 부르셨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이전에 음악 정상외교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당시 아버지를 모셨던 분들이 말씀하시곤 한다”고 말했다.김현철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화를 보며 “새벽 조깅은 아버지에게 담대한 결심을 하는 일종의 집무 의식이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실명제를 선포한 그날 새벽”이라고 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한 만찬 기념사진을 보며 “우리 역사에서 드문 사진이다. 아버지는 회고록에서 ‘나는 국민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들과 국정 경험을 나누며 국난 극복의 지혜를 얻고자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이날 참석자들은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박보균 장관은 이날 만남에 대해 “선대의 갈등·대립을 후대가 통합·전진의 정신으로 역사적 화해를 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했다. 지난 29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초대로 청와대를 찾은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시를 관람했다(사진=문체부 제공).지난 29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초대로 청와대를 찾은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시를 관람했다(사진=문체부 제공).지난 29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초대로 청와대를 찾은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시를 관람했다(사진=문체부 제공).
- 새마을금고 최초 감독권은 '재무부'…'전두환 동생' 사무총장때 내무부로
-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지난달 연체율이 6%대를 넘어서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불거진 새마을금고. 예금과 대출 업무를 하는 새마을금고는 왜 금융정책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가 감독할까.새마을금고를 처음부터 행안부가 담당한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최초 감독권은 ‘재무부’가 갖고 있었다. 당시엔 재무부가 금융정책을 총괄했던 시기라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감독했던 것이다. 감독권이 행안부로 넘어온 것은 1983년부터다. 고(故) 전두환씨 동생인 전경환 ‘새마을운동 중앙본부’(현 새마을운동 중앙회) 사무총장 시절 감독권이 ‘내무부(현 행안부)’로 이관됐다.(사진=연합뉴스)◇1972년 ‘8·3조치’…신협법서 마을금고 관리새마을금고가 제도 금융권으로 들어온 것은 1972년 8월이다. 사채 시장이 커지며 부실기업이 속출하자 정부는 그해 8월 2일 밤 ‘8·3 긴급 금융조치’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사금융 양성화 3법’을 만들어 같은 달 17일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사금융 양성화 3법은 △신용협동조합법(신협법) △단기금융업법(종합금융회사법으로 대체된 뒤 2009년 현 자본시장법으로 흡수) △상호신용금고법(현 상호저축은행법)이다. 이들 3법의 관할 부처는 모두 재무부였다.새마을금고는 이중 신협법으로 들어갔다. 당시 마을 단위에서 ‘계’ 조직으로 사금융처럼 운영되는 금고에 대한 법적 감독권을 재무부에 부여했던 것이다.특이하다고 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출발이 다를 뿐 신협과 새마을금고 모두 지역민(또는 조합원)에게 예금을 받고 돈을 빌려주는 동일한 역할을 했다. 1972년 8월 17일 제정 신협법 제2조(정의)를 보면, 주어가 ‘신용협동조합 또는 마을금고’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법적 정의를 각각 짓지 않고 사실상 동일한 기관으로 보고 정의했다.차이라면 신협은 고(故) 메리 가브리엘 수녀가 1960년 5월 부산 ‘성가신협’을 설립하며 ‘신협 운동’을 통해 퍼져 나간 형태인 반면, 새마을금고는 과거부터 마을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꾸려온 조직이었다는 점이다.특히 신협법은 새마을금고 설립부터 감독 및 제재까지 모든 업무를 규율했다. 신용사업 감독권만 갖고 있던 게 아니라, 지금의 신협법이 신협 업무 전체를 담당하는 것처럼 새마을금고 일체를 관할했다. 제정 신협법 제2조에서 신협과 새마을금고 두 조직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은 이 때문이다. 신협법이 신협과 새마을금고 규율을 위한 법이었다는 의미다.이는 농협과 수협보다 더 강한 감독권이었다. 농협과 수협은 각 근거법인 농업협동조합법(1957년 제정)과 수산업협동조합법(1962년 제정)이 이미 제정된 상태였다. 신협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농협과 수협은 신협법 특례 조항(제정 신협법 제93조)을 통해 신용사업에 대해서만 신협법을 따르도록 했다.◇명칭 바꾸고 새마을운동 조직에 힘 실었다사실 신협법 제정 당시 새마을금고의 법적 명칭은 ‘마을금고’였다. 마을금고 명칭이 ‘새마을금고’로 바뀐 것은 신협법에서 마을금고만 따로 떼어 내 ‘새마을금고법’을 만들면서다. 그게 1982년 12월 31일(시행일은 1983년 1월 1일)이다.그리고 이때부터 새마을금고 감독권 일체가 재무부에서 내무부로 이관됐다. 신용사업 감독권뿐 아니라 설립 인가권, 제재권, 청산권 등 모든 업무에 대해서다. 새마을금고법 조문에 ‘신용협동조합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신협법을 준용받는 게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당시 마을금고 명칭을 새마을금고로 변경하고, 관련 법을 별도로 제정해 감독권을 내무부로 이관한 명확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는다.다만 1982년 12월 31일 신협법 개정이유(새마을금고법 제정이유)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새마을금고는 상호부조적 정신의 계발과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이념을 실천하는 한국적 협동조직체로 (중략) 우리의 현실과 실정에 부합하는 한국적 협동조직으로 정착시키려는 것임.”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새마을 이념’이다. 마을금고를 새마을 이념 실천조직으로 봄으로써 새마을금고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있다. 새마을운동을 담당했던 곳이 내무부였던 만큼 새마을금고법을 내무부 관할로 두더라도, 신용사업에 대한 감독권까지 내무부로 이관한 점이다. 다른 부처가 담당하던 농협법, 수협법과 다른 점이었다.이는 당시 ‘새마을운동 중앙본부’에 힘을 싣기 위함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앙본부는 제5공화국이 들어선 뒤인 1980년 12월 설립되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새마을운동 담당 기구와 업무를 모두 이관받았다. 같은 달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이 제정되며 중앙본부는 법정 기구가 됐다. 그리고 초대 사무총장에 전두환씨 동생 전경환씨가 올랐다. 전경환씨는 이후 1985년 중앙본부 회장이 됐다.과거 금융당국 재직 시절 상호금융 업무를 담당했던 옛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마을운동 자체가 국가에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을 동원해 마을을 가꾸자는 거였다. 이를 내무부와 새마을운동 조직이 담당했다. 그런데 조직에 돈이 없으면 힘이 실리지 않는다. 새마을금고법을 만들고 신용사업 감독권까지 내무부가 가져간 이유가 다 있지 않았겠느냐.”(사진=새마을운동중앙회 새마을운동아카이브)◇‘참여정부 말기’ 행자부, 감독권 이관 추진했지만…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정부는 새마을금고 신용사업 감독권 이관을 추진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새마을금고를 행정자치부(현 행안부)가 관리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마을금고 신용사업에 대한 감독권을 행자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행자부는 그해 10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발의했다. 개정 제안 이유가 “금융감독위원회의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한 강화”였다. 이를 위해 금감위에 새마을금고 및 연합회(현 중앙회)에 대한 자료요청권 및 검사요청권, 검사결과에 대한 시정조치 요구권을 부여하도록 했다.행자부는 “새마을금고와 연합회의 각종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금융당국의 금융정책 수립이 용이하고,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로 경영건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개정안을 통해 밝혔다.하지만 국회가 도와주지 않았다. 2007년 10월 당시 17대 국회는 다음 총선(2008년 4월 9일)에 대비해야 했다. 정부도 청와대 지시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적극적이지 않았다. 17대 대선이 2개월 앞둔 시점이었고 사실상 ‘이명박 승리’가 확정된 때였다.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새마을 금고 예금자 보호와 건전성 확보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새마을금고 감독권, ‘행안부→금융위’ 이관될까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문제가 다시 금융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행안부의 ‘감독 실패’ 책임론이 커지면서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자산건전성 관리를 못했고, 이는 이달 초 새마을금고 뱅크런 조짐으로 이어졌다. 신용사업에 대한 감독권을 금융위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그러나 실제로 이관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22대 총선일(2024년 4월 10일)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표심은 마을 표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금융위 역시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론 새마을금고 사태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조직을 관리하는 행안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는 조직을 키우고 싶어한다. 정부 인력을 늘리는 것은 행안부 담당이다.이렇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용산’이 움직이지 않는 한 감독권 이관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TV수신료, 30년 만에 분리징수…12일부터 무엇이 달라지나
- [이데일리 김현아 김형욱 기자][이데일리 김일환 기자]내일(12일)부터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따로 낼 수 있게 됐다. 국무회의에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서다. 공포 즉시 법적 효력은 발생하나, 실제 고지서를 따로 발송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해 10월까진 혼란이 불가피하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①30년 운영된 통합징수, 분리징수로TV수신료는 당초 KBS가 전국 방방곡곡에 징수원을 두고 징수하다가 1983년 전두환 정부 내무부가 ‘공과금 일원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전기료, 상·하수도료 등과 통합 징수됐고, 이후 1994년 김영삼 정부부터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해 전기요금 고지서와 합산청구돼 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KBS와 EBS의 수신료를 한국전력의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2023년 7월 12일부터 분리징수로 바뀌게 됐다. 30년 만이다.그동안은 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합산 징수돼 국민이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어려웠다. TV가 없는데도 수신료를 납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따로 납부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론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하고 징수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금액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잘못 부과된 경우에도 바로 대처할 수 있다. 한덕수 총리는 “(분리징수를 통해)국민들께서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고, 수신료에 대한 관심과 권리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②과도기엔 수신료 안내도 단전 불이익 사라져분리징수는 12일부터 법적 효력이 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재가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안을 이날 공포하기 때문이다.법률상으론 즉시 분리징수 해야 하기에, 통합징수되는 당분간은 TV수신료(월 2500원)를 납부하지 않아도 한국전력이 단전 등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없다. ‘전기료 미납’으로 볼 수 없어서다.다만, TV를 가지고 있는데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방송법(64조)에 따라 미납 수신료의 3% 만큼 가산금(월 수신료 2,500원 기준 70원)이 부과되니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KBS는 방통위 승인을 얻어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 방통위는 “국민 편익, 집행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③10월까지 분리징수 어떻게?…다소 불편한전이 KBS와 협의해 분리 고지와 분리 징수를 하는 데는 3개월 정도 걸릴 전망이다. 10월부터 완전한 분리납부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따라서 과도기엔 국민이 스스로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분리해 납부할 수 있다.구체적으론 △한전 고객센터를 통해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TV 수신료를 제외한 전기요금만 납부하고, 수신료 납부용 별도 지정계좌는 8월 초에 SMS로 일괄 고지하는 방식이나 △지정계좌나 은행지로, 편의점, 가상계좌를 통해 수동으로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하는 방식이다.다만, △한전과 계약이 안 된 아파트 등의 개별세대는 관리사무소에 TV 수신료와 관리비의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하고 △납기일이 7월 15일인 자동이체의 경우 신청기한이 7월 11일로 자동이체 분리 납부 신청이 불가능해 신용카드 등 다른 방법으로 바꿔야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④TV있다면 KBS, EBS 안 봐도 수신료 내야TV수신료는 안내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10월부터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돼도 TV수상기가 있다면 납부 의무가 있다.현행 방송법상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 수신료 납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KBS와 EBS를 시청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정부는 “OTT 등을 많이 이용하는 최근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감안하면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도 있겠으나, 현행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분리징수 후에도 유지된다”고 밝혔다. KBS의 수신료 수입은 6933억원(2021년 기준)으로, KBS 전체 수입의 40%에 달한다.⑤KBS 가처분 신청은 변수KBS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은 변수다. KBS는 6월 21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국회가 법률로 정한 사항을 특별한 근거 없이 행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한하려 한다는 점에서 헌법 원리에 어긋나는 시도라고 밝혔다. 별개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BS수신료 통합징수 규정을 명확히 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지 않으면 KBS는 1년에 2000억 원 정도 분리 징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여야 입장이 갈린다. 정부·여당은 국민여론상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어가는 것은 문제가 크고, 나라마다 징수 방식이 상이한 만큼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BBC, 독일 ARD·ZDF, 일본 NHK는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지금도 이의신청을 하면 단전 등이 불가능하고 TV수신료는 서비스 이용 대가가 아닌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수행을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국민의 의무라고 반박하고 있다.
- ‘단죄’ 못한 전두환…손자 전우원의 ‘대리 사과’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3월31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 씨가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전 씨는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면서,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대신 거듭 사과했다. 전두환 일가가 5·18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43년 만에 사과를 들은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최근 논픽션 평전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사이드웨이)을 펴낸 소설가 정아은(48) 작가는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5·18유족에게 용서를 빈 ‘손자’ 전 씨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지금이 뭔가 (한국사회가) 변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정 작가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리 사죄는 가능하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법과 시스템은 아니지만, 정신과 마음, 변화의 움직임에는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전 씨의 등장으로, 5·18 신군부 세력에 대한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역사 진전의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사죄도 단죄도 없었던 ‘전두환’에 주목책은 인간 전두환의 대통령직 퇴임 이후 33년간의 생애를 다룬 논픽션이다. 사죄도 단죄도 없었던 전임 대통령 ‘전두환’에 주목했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한 1988년부터 사망한 2021년까지 33년 동안 정치적 논란은 많았지만 학술적으로 분석한 책은 별로 없었어요. 왜 객관적 평가가 안 됐는지 궁금했습니다.”정아은|400쪽|사이드웨이정 작가가 참고한 문헌만 해도 100여 권. 육군사관학교 출신 등 전두환 관련 인물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했다. 전두환을 영웅으로 미화하거나 악마화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했다고 했다. 그의 영광(1931년~1980년)과 모순(1981년~1987년), 몰락(1988년~2021년), 그리고 그런 인물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현대사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시민 학살의 책임자이면서 다정한 가장이기도 했던 복잡한 인물로 촘촘히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무데뽀 지도자’ 전두환은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이 아니다. 작가는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서든 우격다짐으로 했던 시대였다. 추구하는 방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도 초월해 바로 행동하는 인물을 요구해 온 시대적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이고, 한국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가치이기도 했다”면서도 “이런 것이 자기성찰 능력이 극도로 결여된 사람들에게 발현되면 (전두환의 경우처럼)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진상규명 시급…근현대사 제대로 교육해야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대한민국이 왜 퇴임한 학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는가’이다. 전두환을 지난간 역사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바라보는 작업이 왜 중요하고, 우리사회에 간절히 요구되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정 작가는 “국가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은 합법적 폭력을 독점해 사적 복수를 막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전두환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은 채 그가 사망한 일은 국가 존재 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일”이라고 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저자 정아은 작가(사진=연합뉴스).정 작가에 따르면 그를 단죄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11·12대 전직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해 4월 대법원판결을 통해 12·12쿠데타, 광주학살, 뇌물 착복 등의 혐의로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2년 만에 풀려났다. ‘영·호남의 해묵은 지역감정을 해소하자’는 이유로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사면을 요청한 것. 작가는 “전두환의 처벌을 시스템과 법치가 아닌 지도자 개인의 정치적 손익에 따라 이용한 대표적 예”라면서 “정치인이 줄기차게 전두환 단죄를 주장하고, 국회가 이를 위한 입법에 나서고, 검사가 이를 집요하게 추적해 바른 판결을 내렸다면 전두환은 제대로 벌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일각에선 “그래도 전두환 시절이 살기 좋았다”, “경제는 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가의 우려는 여기에 있다. 이제라도 전두환을 역사의 제 위치에 놓지 않으면 또 다른 변종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전씨의 사과를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 상황은 이 책의 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면서 “우리가 왜 전두환을 단죄하지 못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각성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책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전두환 사후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 작가는 진상규명을 당면과제로 지목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진상규명입니다. 시스템과 법치로 전우원 씨의 행보를 뒷받침하는 것, 그래서 아직도 막대한 재력을 누리는 사람들을 죗값받게 하는 것이 가장 당연하고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나와 관련된 가장 밀접한 근·현대사도 제대로 교육해야 합니다.”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지난 3월31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10층에서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전일빌딩245에서는 지난 2016년 5·18 당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탄흔 245개가 발견되면서 관련 조사 결과 계엄군 헬기에서 전일빌딩을 향한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