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⑥르뽀-삼성 탕정LCD단지

기업이 도시전체 먹여살려..지역경제 활성화
세계적 크리스탈밸리 되려면 인프라가 중요
인허가에만 도장 수백개..복잡한 절차 아쉬움
  • 등록 2004-10-07 오전 10:30:00

    수정 2004-10-07 오전 10:30:00

[아산=edaily 안승찬 기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두시간여를 달려 내려간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 이 곳에 들어서면 포도밭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탕정은 원래 포도로 유명한 지역이다. 올해는 볕이 좋아 포도 단맛도 빼어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탕정을 조용한 포도 명산지로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005930) LCD단지가 탕정에 조성되면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첨단 산업단지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탕정 1단지의 경우 단지 면적만 총 61만평에 달한다. 향후 10년간 20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연매출 10조원, 2010년까지 누계매출은 48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7월말 추가로 지정된 63만 9000평 규모의 탕정2단지까지 포함하면 탕정에는 총 125만평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첨단 LCD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셈이다. [삼성 탕정단지 계획도] ◇기업이 도시전체를 먹여살리다 지역의 경기상황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것은 `택시`라는 얘기가 있다. 현재 아산지역 택시기사들의 입가에 웃음에 떠나질 않고 있다. 삼성전자 LCD총괄 이승호 부장은 "아직 탕정1단지에 계획되어 있던 4개의 LCD 라인 중 현재 1개 라인만 셋업중이지만, 그를 위해 4000~5000명이 이 지역을 드나들고 있다"며 "벌써부터 지역 택시기사들이 삼성을 굉장히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LCD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이 지역이 받는 경제적 이익은 그야말로 막대하다. 2010년 탕정 LCD단지가 본격 가동될 경우 삼성전자 직접인력만 2만명, 협력업체와 간접사업을 포함해 6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삼성단지로 인해 충청남도의 매출은 800억달러, 수출은 700억달러까지 늘어나 충청남도가 전국 최고 수준의 생산거점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충청남도 경제통상국 삼성지원팀 이인범 주사는 "이는 2002년 충청남도 지역총생산의 4배, 2003년 수출액의 3.5배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삼성의 탕정단지로 지역경제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사는 "충남도의 전체 생산유발효과는 30조원에 달하며 전체 인구도 8만~10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를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탕정2단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만약 5만명이 월급 300만원씩을 받고 이중 3분의1 정도 쓴다고 가정하면 매달 500억원의 자금이 시중에 돌아다니게 되는 셈"이라며 "지역에 엄청난 내수진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인프라 완비를 원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단지가 형성되면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탕정단지 관계자는 "당초 삼성의 LCD주력 생산지인 천안사업장이 충청권에 있다는 점과 여러 물류동선 등을 감안해 탕정을 LCD클러스터로 선택했던 것"이라며 "집적될 수록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측은 대규모 단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산업단지에 생산지원 뿐 아니라 주거, 교육 문제 등이 원천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 이에 삼성전자는 현재 조성중인 탕정2단지를 연구시설과 사원 아파트 등 인프라 중심으로 꾸밀 계획이다. 특히 이곳에는 6만평 규모의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하고, 외국인 직원들의 자녀를 위해 외국인학교 등도 짓는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35~40층짜리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해 우수인력들이 전혀 불편함 없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210억원을 투자해 단지내 외국인학교를 설립, 7-1라인 합작사인 소니 임직원들 뿐 아니라 각종 해외 우수인력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탕정단지 관계자는 "해외업체들이 산업단지 입주에 관심을 가질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인프라 상황"이라며 "세계적인 클러스터로 키우기 위해서는 인프라 완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한편으로 아쉬움도 많다. 삼성전자는 당초 탕정2단지를 98만7000평 규모로 지난 4월 지구지정을 요청했지만, 주민반발과 특혜시비로 조성규모가 63만9000평으로 대폭 축소됐었다. 사립학교와 병원도 지으려고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삼성측은 "기본적으로 지역 자체적인 인프라가 미미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조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단지 규모가 축소되면서 토지이용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기업과 지역의 첨예한 대립..토지수용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향후 기업도시 수준으로까지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토지확보가 가장 핵심적 사안이다. 정부의 `강제적 토지수용권`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기업측의 어려움을 배려해서다. 그러나 실제로 토지수용 문제가 떠오른 지역에서는 첨예한 갈등의 골이 싹트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지난 5일 탕정면 사무소에서는 지역주민들에게 탕정2단지에 대한 환경·교통·재해영향평가 설명회가 있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삼성공단반대투쟁위원회 김환일 전략분과 과장은 "우리도 삼성단지가 들어와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누가 생계대책이나 이주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없이 토지를 헐값에 내놓을 수 있겠나"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산업단지로 지정될 경우 단지내에 지정되는 땅값이 공인감정평가에 의해 보상되지만, 원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단지가 지정되지마자 부근 지역의 땅값이 급등하는 것과 비교하면 속이 타는 상황인 셈이다. 충청남도와 삼성측은 주민들과의 보상문제를 원만한 해결하길 원하지만 토지수용과 관련해 법으로 규정된 보상범위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에게 내놓고 있는 `당근`은 이주민 자녀를 위한 취직 등과 같은 간접적 주민지원책이다. 삼성탕정단지 관계자는 "탕정단지에 필요한 인력을 아산과 탕정지역에서 상당부분 충원될 것"이라며 "특히 이주민의 경우 아무래도 더 신경쓰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충청남도 경제협력국 삼성지원팀 이인범 주사는 "법으로는 공인감정평가로 나온 가격을 보상해줄 수밖에 없지만, 주민들과 협의해 마을회관 등과 같은 각종 공공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방법 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탕정단지 관계자는 "토지수용의 경우 기업이 아니라 지방정부에서 일괄매입해 분양하는 방식이 그나마 마찰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라며 "향후 경제적 효과를 감안한 주민들의 인식전환도 아쉽다"고 말했다. ◇기업이 성공해야 지역이 성공한다 탕정단지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뭐냐는 질문에 충청남도 삼성지원팀 조정현 국장은 거두절미하고 "기업이 잘되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삼성의 탕정LCD단지를 중심으로한 일종의 기업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우선 성공해야한다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주장이다. 충청남도는 삼성의 LCD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인근 둔포지역에 98만평 규모의 LCD 협력업체 단지 조성을 추진중이다. 충청남도는 총 4000여억원을 투입해 부지를 매입, 협력업체에 분양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또 삼성LCD단지를 위한 도로지원이나 하수처리 등 사회 간접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행정기관의 지원과 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삼성LCD단지는 세계적 크리스털밸리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없지는 않다. 삼성측은 "탕정2단지 단지조성 및 토지수용을 위한 인허가에만 수백번 도장을 찍은 것 같다"며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절차상 어려운 점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성공해야 그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지만, 결국 기업의 성공여부가 지역의 지원과 노력에 상당부분 달려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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