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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자 책꽂이]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외
-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이매뉴얼 사에즈 외│360쪽│부키)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18년 한 해 동안 40억 달러에 가까운 소득을 냈지만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책은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부자들이 평범한 노동자들보다 세금을 덜 내는 왜곡된 미국 조세 제도의 실상을 고발한다. 조세 정의를 위해서는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의 소득세 누진율을 높이고 법인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장벽의 시간(안석호│384쪽│크레타)20여 년간 국제 분쟁 전문기자로서 목격한 분쟁지역에 대해 담았다. 저자는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세력과 세력 간의 분쟁과 위기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바로 장벽이라고 말한다. ‘냉전의 상징’ 베를린 장벽부터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등 장벽은 누가 만드는지 갈등과 분쟁의 역사, 주민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에 주목한다.△슈퍼팬(팻 플린│290쪽│RHK)65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비즈니스 분야 1위 팟캐스트 진행자 팻 플린은 팬 중에서도 ‘슈퍼팬’이야말로 모든 비즈니스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무슨 제안을 하든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어떤 제품을 내놓든 선뜻 지갑을 열어 구매하고, 자발적 홍보도 나선다. 책은 이 브랜드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한 ‘슈퍼팬’을 만드는 19가지 전략을 소개한다.△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양창모│288쪽│한겨레 출판)강원도 왕진 의사로 활동 중인 저자가 가파른 산길과 고개를 넘어 도착한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56편의 글로 썼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질병’이지만 왕진에서 마주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돈이 없어서’, ‘차편이 없어서’ 병원에 오지 못한 환자 각자의 사연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려 노력한다.△사장님이 알면 돈 버는 회계(최용규 │176쪽│처음북스)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창업자나 현재 자신의 사업을 운영 중인 개인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회계 입문서다. 세금을 줄이고 이익은 늘릴 수 있는 세무·회계법을 담았다. 장부, 세금신고, 재무제표 등 꼭 알아야 핵심 요소들만 책에 담았다. 매출세액, 매입세액, 적격증빙 등 낯선 용어들도 일상의 사례를 통해 친숙해질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썼다.△자율조직(신경수│300쪽│21세기북스)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보상과 처벌이라는 과거의 조직 운영 모델보다는 현장의 자율성이 중요해졌다. 조직 관리 전문가인 저자는 권한을 주거나 업무 범위를 넓혀주는 등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조직의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그 비법을 24가지로 설명한다. 조직 행동에 대한 심리와 경영 분야의 연구도 덧붙인다.
- 바이든, 첫 예산안 공개…국방비 동결, 사회복지 대폭 증액(종합)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 1일~2022년 9월 30일) 예산요구안을 공개했다. 인종간 형평성 재고, 공교육 강화,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등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각 부문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 반면 국방비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액했던 예산은 대폭 축소, 공화당이 요구해온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이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1조 5200억달러 규모의 2022년 회계연도 예산요구안을 공개했다. 이는 2021회계연도 1조4000억달러보다 8.4%(118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공개한 예산안은 사회보장 연금, 메디케어 등과 같은 ‘법정 의무 프로그램(mandatory programs)’에 따른 예산이 아닌, 미 행정부가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지고 조정·집행이 가능한 ‘재량 프로그램(discretionary programs)’에 따른 예산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대항하기 위해 국방비를 대폭 확대해 온 트럼프 전 정부의 예산 기조를 정면으로 뒤엎는 조치로, 이번 예산요구안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의료보건, 교육비 지출 등 사회복지 예산에 큰 무게를 뒀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예산요구안은 비국방 예산을 줄여온 지난 10년 간의 추세를 되돌려 놓는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의료, 교육 등 미국의 펀더멘털에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비국방예산이 7690억달러로 전년대비 15.9% 급증한 것에서 확인된다. 교육비 지출이 1028억달러로 무려 41% 늘었고, 보건분야도 23% 증액되는 등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개발 등 기후변화에 1400억달러가 배정됐으며, 빈곤층 학교 지원에 200억달러, 신종 질병 치료 개발 지원에 65억달러 등이 각각 추가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예산은 20년만에 최대인 16억달러가 늘었다. 대중교통과 환경정화에도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고 총기 판매 시 신원조회 자금을 확대했다. 그러나 국경장벽에 대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모두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우선순위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예산 삭감 또는 증액이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조롱하며 삭감하려 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 지출 우선순위를 뒤집으려 한다”고 진단했다. 방점은 국방예산에 찍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국방예산은 75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역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요구한 예산보다 70억달러 적은 규모일 뿐더러 공화당이 요구한 4~5% 증액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러시아로부터 불안정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작년과 같은 수준 또는 퇴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0.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의회 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요구안이 의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공화당 상원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요구안의 많은 부분에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회 논의과정에서 예산의 우선순위를 바꾸기 위한 몇 개월 간의 긴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방예산을 10%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 등 민주당 진보진영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국방 분야와 비국방 분야 예산 증가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온 최근 예산 전통과도 결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WSJ은 “공화당이 지지해온 것보다 훨씬 적고,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해온 것보다는 훨씬 많다”고 평가했다.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을 강하게 유지하려면 국방과 비국방 지출 우선순위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양당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에 대해 “자유주의자들의 희망 목록 우선순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사회보장연금 등 의무지출과 세입 및 재정수지 전망 등이 포함된 전체 예산안은 조만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2조달러의 인플라 투자와 법인세율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다.
- 美 무역대표부 "中은 과잉 생산 만드는 '세계 최대 범죄국'..계속 싸울 것"
-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 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이 또 다시 무역 부문에서 중국을 걸고 넘어졌다. 중국을 여러 부문에서 과잉 생산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범죄자(world’s leading offender)’라고 지적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기업과 농민에게 해를 끼치는 중대한 무역 장벽으로 간주되는 문제와 계속 싸우겠다”며 중국을 ‘세계 최고의 범죄자’로 지목했다. 무역대표부는 “미래의 미국 성장 기회와 세계 경제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 과제를 제시하는 중요한 장벽이 있다”며 “디지털 정책, 농업 무역 장벽, 기술 장벽 등 미국 수출 업체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외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연례보고서는 570페이지에 달하는데 잘못된 무역 관행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철강, 알루미늄, 태양열 부문에서 과잉 생산을 만들고 있는 데다 조만간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보조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 “비경제적 역량을 창출하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범죄자”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2025년 산업 계획에 따라 중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 천 억 달러를 투자해 다른 산업에서 심각한 과잉 생산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대표부는 이러한 ‘유해한 무역 관행(harmful trade practices)’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간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대표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중국, 베트남, 터키가 부과하는 데이터 제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제품 관세, 오스트리아와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영국의 현지 콘텐츠 요구 및 차별적인 세금 조치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미국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 수출을 복잡하게 만들고 국경을 넘어 데이터를 이동하는 미국 기업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에 대해 외국 정부와 합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과학 기반의 규제 조치, 농업 생명 공학 제품에 대한 불투명한 승인 절차, 부담스러운 수입 허가 및 인증 요구 등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일자리 사다리 만들 텐가, 1억씩 줄 텐가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한때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선 후 자유무역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사다리를 걷어차 개발도상국이 올라서지 못하게 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사다리 걷어차기가 국가 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국가 안에서도 더 좋은 교육, 경제, 학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각종 사다리가 있다. 모든 자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에 개인과 사회는 저마다 처한 환경과 역량에 근거해 노력과 경쟁을 하고 일부가 사다리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누구든 처음부터 사회 각 부문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는 없다. 밑바닥부터 경험과 실력을 쌓고 사다리 한 칸씩 차근차근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 큰 것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점진적으로 교육받고 경험하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회는 의지만 있다면 가급적 많은 이들이 얼마든지 경쟁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경쟁은 치열한데 사다리를 밟고 올라설 수 있도록 선택된 사람의 수가 너무 적으면 양극화는 심화한다. 높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손쉽게 사다리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면 공정의 가치가 위협받고 사회 구성원 간 불신이 팽배해질 것이다. 일반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고 튼튼한 사다리 시스템이 자리 잡은 사회를 우리는 선진국이라 부른다.일자리, 취업 시장에도 사다리가 있다. 경기가 아무리 좋아도 모두가 선망하는 많은 급여, 좋은 복지를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는 늘 구직자 수보다 적다. 모든 일자리를 신의 직장으로 만드는 일은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의 최선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갈 능력을 갖출 수 있게 기회를 가급적 평등하게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다양한 층위의 일자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가정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졸업이 늦어지면 대기업 취업이 물 건너갔다는 말이 회자되고, 첫 직장이 중소기업이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있다. 일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일자리 사다리를 밟고 올라서는 사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취업 시장에서 뛰는 플레이어들의 합의된 인식이다. 누구나 원한다면 일할 수 있고, 기회가 오면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사다리가 확충되어야 청년들의 좌절과 눈물을 닦아줄 수 있지 않겠는가.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수시채용으로 직원을 뽑는 추세는 일자리 사다리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공채가 불필요한 스펙 쌓기, 과도한 수험 열풍으로 사회적 낭비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평한 취업기회 보장이라는 측면에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수시채용이 보편화되면 동일한 조건 하에서 공정한 평가의 잣대로 직원을 선발하는 공채제도의 장점이 사라진다. 해외연수, 인턴경험, 실무경험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문턱을 넘기 힘든 수시채용 제도 하에서는 좋은 인턴 자리를 제안해 줄 수 있는 학교 선배의 존재가 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용환경의 유연성, 즉 취업, 퇴직, 전직이 자유롭지 않은 탓에 오히려 취업 기회는 박탈되고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신입사원을 대거 육성해 사회에 유용한 인력으로 공급하는 대기업 공채와 직원 육성제도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학교와 기업, 학문과 실용, 질과 속도라는 격차와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 해온 것은 물론, 전문가 양성과 일자리 이동을 위한 사회적 교육시스템에 일정부분 기여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공채제도를 없앤다면 사회적 역할과 공정성의 문제가 오히려 더 후퇴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합리적 의사결정인지 대학과 국가 인재 양성시스템 간의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오히려 부모찬스를 쓸 수 없는 계층의 공정한 채용기회를 없애는 사다리 걷어차기 일 수도 있다.작년에도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반과 경쟁력이 있을 때 우리에게 좋은 일자리는 많아진다. 정치경제 노동 사회적 환경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년층 입장에서는 그들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다. 이들이 가난해지는 것을 어느 누가 바라겠는가. 어느 부모가 바라겠는가. 과연 일자리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1억씩 줄 수 있는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우리 아이들을 빌어먹게 할 것인가, 벌어먹게 할 것인가. 고기를 잡아 줄 것인가 잡는 방법을 알려줄 것인가. 결국 사다리론의 중요한 부분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 공평한 분배가 아닌 기여 한 만큼의 보상을 바라는 추세에 적합한 사회시스템에 있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직장선택의 사다리 통로를 더 넓히는 데 사회적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전통적 의미의 정규직 일자리가 급속도로 ‘긱’ 일자리로 대체되고, 일자리에 국경과 시간의 장벽이 없어지는 시대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 20대, 30대들이 멸종당하지 않고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층위의 일자리들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보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좋은 사다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지에 따라 당장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 많은 기회, 더 공정한 기회가 모두에게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이사회의 역할이 아닐까.
- [인터뷰]"ESG 제 역할 못한 정부, 이제라도 기업과 머리 맞대야"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자체는 늦은 편이지만, 금융당국이 기업들에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른 나라들이 ESG 차원에서 도입하는 각종 규제와 제도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기업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기업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야만 합니다.”이재혁 고려대 교수 (사진=방인권 기자)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서 교내 사회적기업센터 소장과 지속가능경영 연구그룹장을 맡고 있고, 지속경제사회개발원 창립 멤버, 코트라(KOTRA) 글로벌 CSR사업 심의위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민관합동 태스트포스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혁 교수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이 ESG를 제대로 준비하고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 이 같은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내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관점에서 투자하겠다는 국민연금의 계획에 대해서도 적절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지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다음은 이재혁 교수와의 일문일답.-국내 기업들이 ESG를 잘 받아 들이고 있나.△우리 기업들도 ESG의 중요성은 기본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고 이사회 내에도 ESG 전문가를 포진시키고 별도 위원회도 만들고 있다. 이를 보면 어느 정도 ESG를 이해하고 있는 듯도 하다. 다만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다 다르다 보니 기업들마다 ESG 전략도 다 달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대체로 비슷하긴 하다. 물론 아직은 ESG를 내재화하려는 단계다 보니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 지는 이제부터 따져 봐야할 것이다. 일단 ESG를 이해하는데서 진전이 있는 정도라고 하겠다. 이제 첫 단추를 꿰고 있는 수준이다. -기업들이 ESG와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공시하는 일이 시급한데.△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에 전 상장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자체만 보면 우리의 입법화나 제도 도입은 결코 빠르다고 할 순 없다. 그렇다 보니 이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ESG 논의가 활발해지고 난 뒤 금융위가 의무화 방침을 밝히기까지의 기간만 놓고 보면 오히려 굉장히 압축적으로 수용하고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우리 당국 발표는 오히려 너무 서둔 감도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이런 제도 도입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줬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런 논의를 이제부터라도 해야 하겠다.△금융위 발표를 보면 지배구조 이슈는 지배구조 보고서에, 나머지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기업들에게 공시 부담을 완화해줄 지 미지수다. 기업들과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함으로써 기업들의 공시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나 학계 모두 기업과 협업하면서 ESG라는 도전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결국 ESG가 누굴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기업들이 ESG 경영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지 스스로 고민하고 이를 잘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가 기업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 속성으로 가고 있는 감이 있다. -ESG에 속도를 내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사업하거나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영향을 받고 있을 것 같다.△기업들을 만나보면 꽤나 높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이 의무화되고 있는데, 이에 들어가지 못하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제외될 수도 있고 해외로 갈 수도 없다. 또한 벌써부터 전통적인 관세를 넘어 탄소국경세까지 고민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물건을 수출하려면 탄소배출에 상응하는 관세를 내야 하는데, 이건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무역장벽이다. 특히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명분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더 싸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직접구매 등 각종 제도로 인해 재생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준비를 해오지 못했던 탓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 게다가 탄소국경세 등에 대한 정보도 우리 정부가 기업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 산업부나 환경부 등이 그 역할을 했어야 했다. -수많은 ESG 평가지표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좋은 지표는 어떻게 가려낼까.△측정하지 못하면 개선하지 못한다고 했다. 모든 평가지표가 더 중요하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봐도 평가지표들 간에도 서로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 평가지표 마다 평가회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만 해도 테슬라의 ESG 지표를 높게 평가하지만, 서스테이널리틱스는 테슬라보다 GM을 더 좋게 본다. 공개된 지표만 보느냐, 기업들이 공개하는 정보까지 보느냐, 기업 피드백까지 감안하느냐 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다 다르다. 결국 어느 지표를 중요하게 볼 것인가는 해당 기업이 선택할 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평가지표를 통일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평가지표들이 등장할 것이다. 결국 모든 지표가 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평가기관별로 주완점이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국내 지표라도 글로벌 평가지표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한국적인 상황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나 협력업계와의 관계, 경력단절 여성 등 한국적인 색채가 덧씌어진 지표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해당 지표가 가져다주는 수익률에 따라 한 두 개로 수렴될 것이다. -국민연금도 내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투자로 확대한다는데 문제는 없을까.△국민연금이 총 자산의 50%를 ESG 투자로 하겠다는데 대해서는 반대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투자할 것인 지가 궁금하다. 또 이 같은 ESG 투자 확대가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높여줄 수 있을 지도 걱정된다. 이렇게 ESG 투자를 늘렸는데 혹시라도 투자에 따른 재무적 성과가 낮아진다면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ESG 추구 펀드가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IT 기업들이고 코로나19로 인해 수혜를 받은 기업들이다 보니 ESG 투자에 따른 수익률 제고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이다. 국민연금이 50%를 ESG 투자로 한다고 했지만 고민스럽긴 하다. 올해 안에 완벽한 투자 평가지표를 만들어낼 것인가도 다소 걱정이다. 현재 ESG 평가 결과가 좋은 기업들도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다. ESG 등급이 좋은 우량 기업이라도 주가는 예상과 달리 갈 수도 있다. 평가방법이 얼마나 과학적이냐는 건 시간과의 싸움일 수 있다. 수 많은 데이터를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SG본드를 통한 자금 조달이 느는데 그린 워싱이나 임팩트 워싱에 대한 우려도 있다.△원래 침소봉대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지라 그린 워싱은 불가피하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가려내는 역할을 하는 게 금융섹터다. 내가 돈을 빌려 주려면 떼일 염려가 없는 상대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해당 기업의 리스크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사들은 기술 평가도 하고, 신용 평가도 한다. 결국 그린 워싱이나 임팩트 워싱이 있을 순 있지만, 금융권 스스로가 이를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 '경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모습을 바꿨을 뿐'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본국으로 귀국하려고 출국 심사를 받는 와중에 자신의 나라에 쿠데타가 터지며 내전이 터졌다. 모든 비자와 여건이 정지됐다. 순간 자신의 국적은 사라졌고 또한 돌아갈 자신의 고국도 남을 타국도 사라졌다. 터미널이라는 ‘무국적’의 공간에 남겨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 톰 행크스 주연의 미국 영화 <터미널>의 한 장면이다.1990년 일본 경영학자 오마에 겐이치의 책 『경계 없는 세상』이 출간되었다. 인류가 머지않아 국가 간 경계와 장벽이 무너진 하나의 지구촌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확신했었다. 실제로 유튜브와 SNS가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들을 전해주고 상품과 사람의 국경을 넘는 이동이 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반기를 드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방법으로서의 경계』(저자 : 산드로 메자드라, 브렛 닐슨. 출판 : 갈무리)의 저자들은 ‘경계 없는 세상’이라는 이미지로는 더는 우리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경계는 확산하고 증식하고 있다. 2019년 멕시코의 ‘불법 이주민’을 겨냥한 트럼프의 장벽이 세워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후 전 세계 각국에서 ‘백신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경계는 굳건하고 오히려 강화하는 양상을 보인다.저자들은 ‘경계는 확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민족국가가 귀환하고 있다거나, 민족국가가 전지구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말한다. 민족국가는 오늘날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되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형식을 띠게 되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경계 연구자’는 국경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구획들을 탐구해야 한다. 경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현대 사회에서 경계는 복합적인 사회 제도다. 경계는 사람, 화폐, 물건의 전지구적 통로들을 관리하고, 통치하는 장치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경계지’(borderland), ‘변방’(frontier)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해서 경계를 다양한 행위자들과 움직임,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인식한다.경계를 사고하는 익숙한 방식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경계는 가로막고 배제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이는 경계를 철조망, 장벽, 장애물의 이미지로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경계의 목적은 통제하는 것이다’라는 통상의 이해에 도전하면서 ‘경계는 생산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경계는 현대의 전지구적이고 탈식민적인 자본주의의 다양한 시공간들을 생산하는 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경계, 시간, 통치성, 시민-노동자, 번역, 그리고 공통적인 것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경계’를 주제로 한 책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지며 독자들에게 수많은 개념무기들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인 산드로 메자드라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인문학부 교수로, <유로노마드>의 공동 창립자이며 탈식민주의 비평과 전지구화와 이주 및 정치의 관계, 현대 자본주의 등을 연구해왔고, ‘포스트-오뻬라이스모’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브렛 닐슨은 호주 서시드니 대학 문화사회연구소 교수로, 전지구화에 대한 대안적 인식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이주 행위, 노동 및 자본의 변혁, 기술 변화, 지정학적 과정 등을 연구한다. 남청수 옮김. 512쪽. 2만7000원.
- [기고]ESG-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 전문위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다.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 전문위원(법학박사·공학박사). 사진=법무법인 율촌.ESG 투자와 경영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에게 ESG는 기회라기 보다는 위기로 다가오는 것 같다. 첫째, 정보가 부족하다. ESG는 흔히 기업경영의 재무적 성과와 구별되는 비재무적 척도다. 기존의 사회적책임(CSR), 지속가능경영(CSM) 등과 유사한 개념이다. 아직 법률상 명확한 정의는 없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평가기준도 없고, 평가기관, 지표마다 결과가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들의 정확한 ESG 수준 등을 알기 어렵다.둘째, 새로운 규제다. 지난 1월 기업의 환경정보 공시·공개의 단계적 의무화 등이 포함된 ‘2021년 녹색금융 추진계획(안)’이 발표됐다. 또한 유럽의회는 ‘ESG 경영’을 의무화하는 입법 권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에 의한 ESG 관련 정보공개 요구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업에게는 ‘신(新)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셋째, 재무적 리스크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기업은 배출권 구매 등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앞다투어 ‘탈석탄’,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선언하고 있다. ‘탈석탄’을 위한 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사용도 시설투자 등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더해 EU를 중심으로 탄소세(Carbon Tax) 부과, 탄소국경조정(Carbon Border Adjustment) 등도 논의되고 있다.그렇다면 기업들은 ESG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 ESG는 광범위한 분야로서 매우 복잡하다.E분야는 전통적으로 매체별 다양한 이슈가 있다. 그 중 무엇보다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이다. 이때 배출권거래 등 관계법령만 준수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실현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ESG경영’은 기본적으로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후변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감소시켜 글로벌시장에서의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S와 G분야는 전통적인 기업 규제 영역이다. 공정거래, 산업안전, 노동, 인권, 개인정보보호, 지배구조 등 이슈가 너무 많다. 주주, 경영진, 직원, 소비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도 고려해야한다. 게다가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이제 준법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갑질 근절, 근로자의 인권보장 등 사회적인 요구가 높다. 이 모든 요소를 단기간에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결국 기업의 신뢰성, 경영 투명성 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은 지속적인 ESG 실천을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투자로 이어지고 기업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다. 기업 본연의 목적인 ‘이윤창출’로 연결될 수도 있다. 결국 기업에게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은 ‘ESG 액티브 경영’을 통한 가치향상(Value enhancement)을 지향해야 한다. ESG가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줌인]겹겹이 쌓인 난제 속…'트럼프 지우기'로 출항한 美바이든호
-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취임식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FP[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김정남 뉴욕특파원] “기다릴 시간이 없다. 즉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20일 낮 12시(현지시간) 취임식 이후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 들어서자마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장 업무에 착수했다. 이른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 책상에는 15건의 행정명령과 2건의 기관 조처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자리에 앉아 펜을 들고 거침없이 서명을 시작했다. 17건 중 9건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첫날 첫 업무는 ‘트럼프 지우기’였던 셈이다.◇향후 열흘…‘트럼프 다 지운다’ 의지행정명령 1호는 ‘100일 마스크 쓰기’다.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마스크 착용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였던 전임 트럼프와 차별화를 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연방정부 차원의 의무화 조치는 연방청사와 부지는 물론 주(州) 정부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3호는 30일 이내에 파리 기후변화 협약 복귀 명령이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에서 채택된 이 협약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으로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였다. 미국이 ‘리더 국가’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위한 비상사태 효력 중단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및 협력 재개 등 나머지 7개 명령에도 서명하며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트럼프·버락 오바마·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등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첫날 각각 4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에 비해 4배가 넘는 업무 수준이다. 향후 21일부터 2월1일까지 열흘간의 행보도 코로나 대응, 경제복원, 기후변화, 이민정책 등 ‘트럼프 지우기’ 일정으로 꽉 찼다.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야외무대에 설치된 취임식장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공)◇겹겹이 쌓인 난제 속 샌드위치 되나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비정상화의 정상화’ 작업은 멀고 험난할 여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트럼프 집권 4년간 양분된 미 사회, 코로나19 팬데믹 및 이로 인한 경기침체 등 하나같이 해결이 쉽지 않은 굵직한 난제들이어서다.팬데믹 충격은 여전히 실물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사망자가 4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백신 접종률은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형 회복세’는 대표공약인 ‘더 나은 재건’의 최대 걸림돌이다. 지난 6일 의회 난입사태가 웅변하듯 양극단으로 치달으며 둘로 갈린 미 사회와 맞물릴 경우 그 파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취임식 불참 등 막판까지 ‘불복’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는 이날 백악관을 떠나 플로리다로 향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행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상태다. 정치적으로도 샌드위치 신세다. 바이든표(標) 1호 법안인 이민법 개정안을 두고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좌파진영 모두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에는 불법체류 이주자에게 합법 체류 자격을 주고 8년에 걸쳐 미국 시민으로 흡수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공화당은 “무조건적인 집단사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좌파진영은 “충분치 않다”고 반대입장을 천명했다. 이미 예고한 코로나 대응 대규모 추가 부양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에선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당장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수행하고 야당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탤 각료들이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해 ‘나 홀로’ 취임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만이 의회 인준을 받았을 뿐이다.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야외무대에 설치된 취임식장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시스 제공)◇한반도 문제 뒷전으로 밀릴 수도문제는 북핵(北核)문제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이란과의 동결자금 및 선박 억류 문제 등 한국으로서는 미국정부의 협력과 동조가 필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날(19일) “중국은 미국의 최대 도전국가”라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의 언급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은 중국문제를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미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주도한 데 이어 유럽연합(EU)과 투자협정까지 합의하는 등 미래권력을 향한 노골적 행보를 펴고 있다.이란 핵 합의,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바이든 행정부 앞에 놓인 외교 과제들이다. 동맹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너진 동맹 복원 역시 한국 등 아시아가 아닌 유럽 쪽에 초점이 먼저 맞춰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고령인 탓에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동맹국들의 대미(對美) 외교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안 중 하나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가진 환송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공)
- 넷플릭스, 20년 4분기 실적 발표 “전 세계 유료 구독 가구 2억 개 돌파”
- 넷플릭스 로고[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2020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에서 가장 시선을 끈 부분은 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 구독 가구 수 2억 개 돌파한 것, 그리고 해외 대표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선전이다.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 가구는 전 분기 대비 약 850만 개가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2억 개를 넘어섰다. APAC(아시아 태평양)의 경우, 지난 4분기 동안 930만 개의 유료 구독 가구 순증을 이끌어내며 1,490만 개의 유료 구독 가구 순증을 기록한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이어 넷플릭스의 성장을 이끄는 두 번째로 큰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미국 외 국가에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집중 육성하며 한국 및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또한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제작한 ‘스위트홈’이 거둔 성과 역시 실적 발표에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18일 공개한 ‘스위트홈’은 평범한 사람이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욕망이 표출된 괴물로 변한다는 흥미로운 소재, 괴물들의 강렬한 비주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작품 공개 이후 첫 4주 동안 전 세계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스위트홈’을 선택해 시청했다. ‘스위트홈’은 ‘아리스 인 보더랜드(1,800만)’, ‘셀레나(2,500만)’, ‘오늘도 크리스마스(2,600만)’ 등 넷플릭스가 같은 시기에 공개한 로컬 오리지널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의 독특한 스토리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수천만 가구에서 사랑받았다는 소식을 접해 매우 기쁘다”며, “K-몬스터(크리쳐물) 장르 기반 시리즈라는 신선한 도전을 지원해준 넷플릭스와 제작에 힘써주신 스튜디오드래곤 및 모든 제작진과 배우 여러분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호주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VP는 “2,200만 이상의 넷플릭스 유료 구독 가구가 한국 창작자들이 빚어낸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즐거움과 스릴을 만끽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넷플릭스는 언제 어디서나 회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영 VP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한국의 ‘스위트홈’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 매우 감사하다”고 전하며,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국내 창작가들과 함께 더욱 즐거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여 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 콘텐츠 관련 업무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법인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Ltd’를 설립해 더 많은 한국 콘텐츠를 제작하고 투자 역시 확대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줬다. 올해 초에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위한 장기적인 제작 기반을 다지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및 연천군 두 곳에 위치한 콘텐츠 스튜디오와 다년간의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신예 작가, 특수효과 및 편집 분야 전문가, 영화 영상 전공 학생 및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웨비나와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한국 콘텐츠 업계 전반의 성장을 돕고자 힘쓰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유료 구독 가구 순증치는 역대 최대인 3,700만 개며,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250억 달러(한화 약 27조 5,625억 원), 영업 이익은 76% 증가한 46억 달러(약 5조 715억 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