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알박기 논란 기관장 교체 본격화…정책효과 극대화 기대
- [이데일리 윤종성 김형욱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공공기관장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문재인 정부에서 선임된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 철학이 다른 전임 정부 출신 ‘알박기 인사’들이 각종 정책을 일선에서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를 꿰차다 보니 정책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1년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선임된 약 180명의 기관장들이 올해부터 떠나기 시작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기관장 교체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 집행 속도가 높아지고, 정책 효과도 보다 뚜렷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4월 총선과 맞물려 있어 경력·전문성과 무관한 정치권 인사의 무차별 낙하산 투하는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2021년 文이 선임한 135명, 임기 만료 ‘카운트다운’24일 이데일리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공공기관 346곳의 기관장·상임감사의 임기 및 교체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2022년 5월 10일) 이전에 선임된 기관장은 총 17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기관장의 52%가 전임 정부 인사인 것이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는 “정권 교체후 2년이 다 된 시점에 전체 기관장의 절반 이상이 전임 정부 인사인 건 역대 어느 정부에 견줘봐도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최근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강원랜드와 대한석탄공사를 비롯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폴리텍,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한국교육개발원, 새만금개발공사, 태권도진흥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 24곳은 수장 공백 상태로 나타났다. 이들 24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장들의 임기 시작일을 연도별로 살펴봤더니 △2017년 1명 △2018년 1명 △2019년 2명 △2020년 15명 △2021년 135명 △2022년 69명 △2023년 이후 103명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에 선임됐던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3명은 연임을 거쳐 5년 넘게 기관장 직을 수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집권 3년차 尹 정부, 이제서야 기관장 교체 본격화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부터 2022년 퇴임 전까지 총 161명의 기관장(재임자 기준)을 신규 선임했다. 퇴임 직전인 2021년 12월에 13명, 이듬해 1월부터 대선(2022년 3월 9일) 직전까지 두 달여간 26명의 기관장을 무더기 선임해 ‘알박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선임된 기관장들이 ‘불편한 동거’에도 3년 임기를 꽉 채우고 올해부터 떠나기 시작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집권 3년차 들어서야 기관장 교체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출자해 설립하거나 상당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공공기관의 경우 부처의 손발이 돼 국정 과제와 각종 정책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행동대장’ 격인 공공기관들이 정부정책 방향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책 성과가 좌우된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전 정부의 ‘공공기관장 알박기’로 인해 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떨어뜨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기업, 공공기관의 수장이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 본연의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물이 공공기관을 맡아야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책 기조를 잘 따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산업부 산하 기관장, 상반기에만 20명 임기 끝나부처별로는 산업과 에너지정책 등을 총괄해 거대 공기업이 다수 포진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내달 한국전기안전공사를 시작으로 한전원자력연료, 로봇산업진흥원, 전력거래소(이상 3월), 동서·남동·남부·서부·중부 등 발전 5개사, 한전KDN(이상 4월), 한국전력기술, 한국가스기술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상 5월), 한국석유공사, 한전KPS, 디자인진흥원(이상 6월) 등 상반기에만 기관장 20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하반기에도 한국세라믹기술원, 석유관리원, 에너지정보문화재단, 광해광업공단 등의 기관장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다. 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한국연구재단,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기초과학연구원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연구기관장 25명의 임기도 이미 만료됐거나 연내 마무리된다. 이밖에 기술보증기금, 한국투자공사, 주택관리공단, 주택금융공사, 콘텐츠진흥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동북아역사재단, 영화진흥위원회, 독립기념관, 국가철도공단,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도로교통공단, 어촌어항공단, 해양진흥공사, 공영홈쇼핑, 한국환경공단 등을 포함해 153곳에서 연내 기관장 임기 만료로 교체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특히 총선 직후인 4월말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자리만 무려 70개에 달해 주목된다. 평균 연봉 1억8000만원에 3년 임기가 보장되는 공공기관장 자리를 정치권에선 주로 ‘보은’ 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박진 교수는 “기관장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장 선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학연금 새 사옥 TP타워, 2월 말 준공…운용수익률 14% 넘어설 듯
-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하 사학연금) 새 사옥 ‘TP타워’ 오피스빌딩이 다음달 말 준공된다. 당초 운용수익률 목표치는 9.4%였지만 이를 웃도는 14%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서울 오피스 ‘품귀현상’으로 임대료가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에 운용수익률이 예상치보다 높아진 것. 내년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 지역에 공급될 오피스가 21만평에 이르지만 TP타워는 이미 90% 이상 선임차가 끝났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90% 이상 선임차 완료…올해 1분기 공실률 ‘약 11%’22일 사학연금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재건축되는 TP타워(사학연금 서울회관)는 오는 4월 말경 개최되는 ‘창립50주년 행사’를 앞두고 다음달 말 준공될 예정이다.(자료=서울시, 사학연금, 코람코자산신탁)TP타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7-2 일대 들어서며 지하 6층~지상 42층, 연면적 14만1669㎡(약 4만2930평) 규모로 재건축된다.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 바로 앞에 있다. 내년 4월경 여의도역에 신안산선이 개통하면 교통여건은 더 개선된다.서울 오피스 ‘품귀현상’으로 임대료가 계속 오르는 만큼 TP타워 운용수익률은 1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사학연금은 TP타워 재건축 사업의 운용수익률 목표치를 9.42%로 세웠지만, 서울 오피스 시장이 호황을 보여 운용수익률 예상치가 더 높아진 것.앞서 주명현 전 사학연금 이사장은 지난 2022년 10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 참석해 업무현황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운용수익률로 14%를 예상한다”고 밝혔었다. 주 전 이사장은 작년 3월 말에 3년 임기가 끝났으며, 작년 7월 1일자로 송하중 제20대 이사장이 취임해 재직하고 있다.종합 부동산 서비스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서울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작년 11월 기준 2.8%, 여의도권역(YBD) 공실률은 3.3%로 집계됐다. 자연공실률(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저 공실률) 5%를 밑도는 수치다. 특히 YBD 내에서도 초대형 오피스(연면적 2만평 이상) 공실률은 1.9%에 그친다. 대형(1만평 이상~2만평 미만)은 7.5%, 중대형(5000평 이상~1만평 미만)은 1.7%, 중형(3000평 이상~5000평 미만)은 0.9%, 소형(3000평 미만)은 4.7%다.오피스 공급 규모 추이 (자료=젠스타메이트 ‘2024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전망’)게다가 향후 오피스 공급 규모도 적다. 올해 서울·분당 지역에 공급될 오피스는 21만7000평으로, 지난 2010~2022년 평균치인 34만평을 밑돈다. 내년에는 마곡 지역에 공급될 오피스가 21만평에 이른다. 하지만 TP타워는 이미 다음달 준공을 앞두고 임대차계약이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관리 회사 컬리어스에 따르면 TP타워는 90% 이상 선임차가 완료됐다. 올해 1분기 기준 공실률은 약 11%로 추산된다.젠스타메이트 관계자는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내년 오피스 공급규모가 마곡 지역을 제외하면 크지 않아 오는 2026년까지는 임대료가 크게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4월 장기차입금 2600억 만기…국민은행·농협 등TP타워 재건축 사업은 사학연금이 직접 출자하고, 리츠형태가 더해진 간접개발투자 방식이다. 이는 연기금 중 첫 사례로 알려졌다.리츠(REITs)란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용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를 말한다.건축주는 코크렙티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코크렙티피)로, 사학연금과 코람코자산신탁이 같이 투자하고 있다. 사학연금 지분은 95.17%,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은 4.83%다. 사업의 총 투자비는 4685억원이며 이 중 47%(악 2202억원)는 출자금으로, 53%(약 2483억원)는 차입금으로 충당한다. 코크렙티피 감사보고서를 보면 건설 중인 자산의 장부금액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2761억567만원이다.(자료=투자보고서)또한 오는 4월 15일에는 코크렙티피가 받은 장기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온다. 앞서 코크렙티피는 총 2600억원 규모 대출약정을 맺었다. 이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총 1347억원이며, 만기 일시상환 조건이다.차입처 및 실제 집행된 대출금액은 △트랜치A(이자율 3.2%) 국민은행 476억원, 농협협동조합중앙회 448억원, 농협생명보험 423억원 △트랜치B(이자율 5.10%) 하나금융투자(대출금 없음) 등이다. 시공사는 삼성물산이다.장기차입금을 담보하기 위해 사업부지에 대해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트랜치A 채권자가 1순위 근저당권을, 트랜치B 채권자가 2순위 근저당권을 갖고 있다.
- 나라 1년 살림, 국회 심사는 고작 한 달…결말은 '깜깜이' 쪽지예산
-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된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6.7일이었다. 한 달여 만에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가 살림살이가 결정된 셈이다. 그마저도 여야 지도부 극소수만 참여하는, 이른바 소(小)소위에서 ‘깜깜이’로 ‘손질’된 예산안이 처리됐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촉박한 심사…대안은 사전심의제·일정 조정예산국회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는 9월부터 시작한다. 국회는 소관 상임위원회에 예산안을 회부하고 예산안을 설명하는 대통령의 시정연설도 듣는다. 10월 중 소관 상임위가 예비심사보고서를 제출하면 예결위 심의, 본회의 의결을 거쳐 예산안을 정부로 이송한다. 지난 10년 동안 예산안이 예결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로 상정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예결위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인 12월1일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 부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동부의제 영향도 있겠지만 예산안을 심의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그래픽=문승용 기자)정기국회가 열리는 90일 동안 국회는 예산안 심사뿐 아니라 국정감사, 결산 심사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물리적으로 예산안 심의에만 쏟을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예산을 심사하는 예결위 소위는 11월 초중순 이후에나 가동됐다. 그러다보니 예산 심사는 ‘수박 겉핥기’로 이뤄지기 십상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지난 5개년 동안 정부 예산안 대비 조정 규모는 평균 3%를 밑돌았다. 윤석열 정부로만 좁혀도 2023년도 예산안은 639조원 편성됐다가 증액 13조5000억원, 감액 13조8000억원 등 27조3000억원(4.3%) 조정됐고 2024년도 예산안은 656조9000억원 편성됐다가 증액과 감액이 각각 4조5000억원, 4조7000억원 이뤄져 9조2000억원(1.4%) 조정됐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과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균형을 이루도록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기 전 미리 국회와 예산안 방향을 조율하는 ‘사전예산심사제도’ 필요성이 제기된다. 영국과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본예산안을 제출하기 3~5개월 전에 사전예산안을 보고하는 절차가 있다. 류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담은 사전예산서를 본예산 심의에 앞서 국회가 심의하는 과정을 통해 국회가 중장기적 관점으로 심사할 수 있고 정부가 독점하는 재정정보의 공개가 촉진되고 재정 운용의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예산안 심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와 결산 심사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에서 “국정감사는 원칙적으로 정기국회 전에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고 결산도 정기국회 이전에 심사를 마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심사 기한이 늦어진다”며 “결산 심사와 국정감사 조기 실시를 위한 국회 운영 일정을 수립하고 관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래픽=문승용 기자)◇“예결위서 지출 총한도 결정해야” 주장도예산안 심사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총 예산안 규모를 정하고 그에 맞춰 분야→부처→사업별 예산을 정하는 하향식(top-down)인 반면, 국회는 각 상임위에서의 예비심사를 거쳐 예결위가 종합심사하는 상향식(bottom-up) 구조다. 예결위가 개별 사업까지 들여다보면서 상임위 심사와도 겹치기도 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예결위는 총량과 분야·상임위별 한도를 정하고 각 상임위는 제한된 총량 범위 안에서 예산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결위가 각 상임위나 분야별 예산 총한도를 정한다면 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재정준칙도 지킬 수 있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총지출 규모와 상임위 지출한도를 미리 결정하면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늘리기 위해 다른 지역구 예산을 깎아야 한다”며 “의회에 예산편성권을 맡겼을 때 우려되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 관행이 없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결위를 1년 내내 운영되는 상임위로 전환하는 방안도 개선안으로 거론된다. 상설특위인 예결위는 소속 위원 임기가 1년으로 상임위 위원 임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다른 상임위와의 겸임이 가능하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2년 동안 꼼꼼하게 살피는 것과 달리 임기가 짧고 전문성이 떨어져 지역구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청회도, 정개특위도 열렸지만…멀고 먼 협의다만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며 국회의 예산 심의권 강화를 토대로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법률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개정은 불발됐다. 21대 국회에서 꾸려진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022년 9월 국회 예산·결산 심사 기능 강화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2022년 11월, 지난해 2월 두 차례 국회선진화소위원회도 열어 관련 내용을 논의했지만 법 개정까진 이르지 못했다. 현재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과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 맹성규 민주당 의원,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국회법’·‘국가재정법’·‘국회예산정책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정창수 소장은 “국회의원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더 키울 수 있는데도 번번이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안타깝다”며 “국회의 정책적 전문 역량을 키워 정치 경쟁이 아닌 정책 경쟁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김진표 “매년 예산 졸속심사로 혈세낭비…예산 상시심사가 해법”
- [대담=이승현 정치부장, 정리=김기덕 이수빈 기자] “매년 되풀이되는 국회의 ‘예산 정치심사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정부의 예산 편성 단계부터 국회가 관여하면 점차 정치적 명분 싸움이 줄어들고 지각 심사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1일 국회의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어 혈세가 낭비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국회의 예·결산 심사를 한층 강화하고 상시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이데일리 기자)헌법 54조에 따르면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해 회계연도 개시 30일 이전(12월 2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다만 국회가 헌법에 규정된 예산 법정처리시한을 넘겨 지각 처리한 사례는 다반사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2년 연속 ‘꼴찌 예산처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김 의장은 “윤 정부의 첫 예산처리 당시에 여야가 정부가 추진하는 인사정보관리단, 행정안전부 경찰국 등 예산 5억원을 두고 정치적 명분 싸움을 벌이다가 전체 638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게 처리했다”며 “9월에 예산안이 넘어와도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 결국 11월 한 달 동안 여야는 9000여개가 넘는 사업을 개별 심사하는 대신 정치심사를 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궁극적으로 미국 등과 같이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주도하는 예산법률주의 도입을 강조했다. 다만 이는 개헌 사항으로 정부와 국회,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도입이 쉽지 않다. 이에 헌법과 별도로 국회법이나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의회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의장은 “국회 예산심의권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존중하면서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국회의 재정통제권, 더 나아가 재정 민주주주의를 강화하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 적재적소의 필요사업에 예산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 일문일답이다. -국회의 예산 심사가 왜 중요한가. △예산은 한 나라의 미래 비전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와 국민 전체의 뜻을 모아 합리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의회주의의 본래 목적은 자의적 조세부과를 방지하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강화하는데 있다.-우리나라의 예산 심의는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은 2016년 380조 규모였던 국가 예산이 2022년에 600조를 돌파할 정도로 국가 재정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낮은 전문성, 짧은 기간의 비효율적인 심의, 정파적 이해관계의 반영 등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예산 편성 및 심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는가.△현행 정부 예산안 편성은 예산안의 큰 방향을 정하는 국가재정 전략회의를 거쳐, 5월 말에 각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이후 9월 1일에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는데 같은 달 대정부질문, 10월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 겨우 11월 한 달 동안 전체 예산안을 심의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시간에 쫓길 수 밖에 없다.-국회가 정부의 편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가. △궁극적으로 예산법률주의를 위해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국회법과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면 된다. 이미 작년에 관련 법을 발의했다.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도 예산안 편성과정에 의회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어떻게 바뀌는가. △국가재정 전략회의를 하기 전에 경제부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와서 각 부처의 예산 요구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이후 여야가 토론을 거친 국회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뒤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큰 방향을 정한다. 또 5월 31일까지 각 정부 부처가 기재부에 사업별 예산을 제출하기 전에 각 국회 상임위원회에 예산 요구사항을 보고하고 이에 대한 국회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년도 예산에 대한 결산심사도 7월 15일까지 끝내도록 했다. 결산을 앞당기면 상임위의 예산 심사 시간도 늘어나고, 결산 지적사항이 예산 편성에 반영될 수 있다.-정부의 예산 편성권은 헌법에 보장권 권리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국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건 정부가 아니라 국회의원이다. 국회가 더 목소리를 내면 민생에 꼭 필요한 사업이 예산편성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국회가 예산편성단계부터 사업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에 9월 이후 시작되는 예산심의도 내실화할 수 있다. 국회가 예산편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 놓고, 최종 의견 반영 여부는 정부가 정하면 된다. 정부도 유능한 행정, 신뢰받는 행정을 하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이데일리 기자)-국회 예결특위 소소위를 통한 깜깜이 심사, 쪽지 예산 등 예산 시즌만 되면 되풀이되는 나쁜 관행이 있다. △결과적으로 예산 편성에 국회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산 심사에 쫓기다 보니 여야 진영논리로 정치적 명분 싸움만 한다. 많은 국회의원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기재부 등에 지역예산 증액을 압박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예산 편성 과정에 국회가 참여해 국민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면 증액 요구도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꼭 필요한 사업이 예산에 반영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되면 예산이 현행과 같이 단순한 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예산사업의 내용과 목적을 서술하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예산에 금액뿐만 아니라 사업의 목적, 집행방법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사업마다 책임성이 강화된다. 국회의 재정통제권, 더 나아가 재정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예산법률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취지다. 다만 이는 개헌 사안이어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 들어 여야가 예산안 뿐만 아니라 법안, 정부 인사 등 모든 사안을 두고 극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22대 국회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는가. △21대 국회 들어 다수당인 야당에 의한 쟁점 법안 강행 통과, 여당 요청에 의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재표결을 통한 법안 폐기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이 볼 때는 허공에 대고 하는 주먹질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격변하는 국내외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생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정치를 해야 한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 △매일 아침마다 빼 놓지 않고 스쿼트 3종을 50회 이상한다. (실제로 김 의장은 스쿼트 자세를 직접 취하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웬만한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올라간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며 스쿼트 자세를 직접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