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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상태 빠진 울진·삼척산불, 진화 장기화 가능성
  • 교착상태 빠진 울진·삼척산불, 진화 장기화 가능성
  • [울진·삼척=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울진·삼척산불이 나흘째로 접어들었으나 진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며 지지부진하다. 이날 바람이 잦아드는 등 기상 여건이 호전되면서 소방·산림당국이 주불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으나 현장에 짙은 연기와 안개로 헬기 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진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사실상 주불 잡기에 실패한 당국은 8일 오전까지 주불잡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기상 여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데다 연기와 안개가 섞이면서 산불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산불에 타버린 울진 북면 소곡리 마을 모습(사진=연합뉴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일 오전 11시 기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울진·삼척·동해·영월·옥계 산불 등으로 피해를 본 면적은 서울(6만524㏊) 면적의 약 32.3%에 달하는 1만9553㏊(울진 1만4701, 삼척 772, 영월 80, 강릉 1900, 동해 2100 등)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상태에서만 2000년 이후 최대 피해 규모다.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산불 진화 진도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50%에서 추가로 진도율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한구역 한구역이 보통 산불의 대형 산불과 비교할 정도로 넓은 면적이다 보니 헬기를 59대나 투입해 진화했으나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최 청장은 “구역이 너무 넓어 완전 진화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 구역 완전 진화는 내일 어렵다고 보고 부분적인 소나무군락지와 인접한 지역의 화선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산불 진화 작업의 장기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오늘 바람은 남서풍이 불어 작업하기엔 좋아서 공세적 작업을 했음에도 면적이 너무 넓어 작업량이 쌓여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생각보다 화세가 너무 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산림·소방당국은 전날에 이어 밤새 방화선을 구축하고 금강송 군락지까지의 불길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와 울진읍을 가로지르는 36번 국도에 ‘배수진’을 치고 진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 청장은 “국가적으로 소나무군락지가 가장 중요해 이쪽을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정부는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지면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산불방지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겨울 가뭄과 강풍으로 올해는 예년에 비해 많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어제까지 발생한 산불은 2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6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전 장관은 “잠깐의 방심과 부주의로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산림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데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특히 올봄과 같이 불리한 기상 여건에서는 앞으로도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 2개월여 간 대형 산불 예방을 위해 정부와 국민 여러분의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고의나 과실로 산불 피해가 발생하면 관계 법령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며 “최근 발생한 산불도 발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고의나 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조치하겠다”고 했다.
2022.03.07 I 문승관 기자
돌풍에 무섭게 번진 울진·삼척·강릉산불…주불 진화 안간힘
  • 돌풍에 무섭게 번진 울진·삼척·강릉산불…주불 진화 안간힘
  • [울진·삼척=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 오후 3시 브리핑을 통해 현재 울진·삼척 산불로 현재 축구장 8896개 면적인 6352㏊(울진·삼척 6066㏊, 강릉 286㏊)와 216개소(주택 159, 창고 38, 비닐하우스 8)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6280명이 대피했다.5일 오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 일대에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이곳에는 가스충전소와 주유소가 있어 소방당국이 진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동해고속도로·7번 국도 양방향 통제…헬기 65대 투입현재 건조상태에서 돌풍을 동반하며 산불이 다시 남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동해시 망상·묵호쪽으로 이동 중이다. 중대본은 오전보다 14대 늘린 헬기 65대(산림 16, 지자체 15, 소방 5, 군 26, 경찰 2, 국립공원 1)를 투입했다. 장비 513대(지휘차 8, 진화차 69, 소방차 436), 총 7002명(진화대 821, 소방·경찰 1692, 군 1337, 공무원 1991, 기타 1161)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중대본은 동해고속도로 옥계IC에서 동해IC 양방향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7번 국도 동해 사문재사거리에서 동해병원 양 방향을 통제하고 시내구간으로 우회조치하고 있다. 철도도 영동선 동해에서 강릉을 운행하는 모든 열차 운행을 이날 정오부터 중지한 상황이다.중대본은 현재 추가 투입한 헬기와 산불진압 인력을 통해 주불 진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밤사이 강한 바람을 타고 울진에서 삼척으로 북상한 산불이 무서운 속도로 남하하고 있다. 불길이 기존 산불 영향구역을 벗어난 울진읍과 죽변면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인근 지역주민의 대피령도 확대하고 있다.울진읍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져 이를 막기 위한 소방·산림 당국의 치열한 진화작업이 펼쳐지기도 했다. 당국은 산불 남하 저지와 함께 원전, 가스저장소, 송전설비, 소광리 금강 소나무숲 등 보호에도 인력과 소방력을 집중하고 있다.현재 울진에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불면서 화재진압을 위한 헬기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와 강릉 등 인근지역에서 산불이 잇따르면서 헬기투입도 애초 예상과 다르게 분산돼 울진·삼척산불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 등 다른 지역 산불이 잡히면 추가로 울진에 헬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동해시 묵호항에서 바라본 산불 상황(사진=소방청)◇옥계산불, 동해시까지 확산…전쟁터 방불5일 새벽 강릉 옥계에서 시작한 산불이 동해시까지 삼키며 도심 전체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동해시가지와 묵호항 주변은 산불을 피해 대피하는 차들로 주차장을 이뤘고 7번 국도 통제로 소방차와 경찰라, 대피 차량이 엉키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산불은 묵호항 뒤편까지 번지면서 메케한 연기와 재로 뒤덮여 시야 확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마스크 착용에도 메케한 연기와 냄새를 막진 못해 숨쉬기도 불편한 상황이다. 불에 탄 재는 강풍에 날려 눈처럼 날리고 있다. 대부분 도로는 현재 완전 통제 상태다. 길 위에 멈춘 차량에서 관광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묵호항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던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은 연기에 휩싸여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지역 주민은 양동이와 바가지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동원해 지붕에 물을 뿌리며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진화 예방에 손을 거들며 나서기도 했다. 옥계 산불은 이날 오전 1시20분쯤 남양리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산으로 옮겨붙으면서 오전 5시30분쯤 동해지역으로 확산했다. 밤사이 산불 현장에는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9m에 달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강릉과 동해에는 건조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산림 당국은 현재 헬기 16대와 인력 20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동해 500㏊(헥타르), 강릉 옥계 60㏊와 가옥 4채가 불에 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2.03.05 I 문승관 기자
울진·삼척산불, 축구장 1만2000개 면적 ‘잿더미’
  • 울진·삼척산불, 축구장 1만2000개 면적 ‘잿더미’
  • [울진·삼척=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울진·삼척산불 피해가 눈덩이 불듯 늘어나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무서운 기세로 남하하면서 피해면적도 전날보다 세배에 육박하고 있다. 짙은 연기와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불로 피해를 본 면적은 현재 8571㏊(헥타르)로 추산하고 있다. 울진이 7941㏊, 삼척이 630㏊다. 축구장(0.714㏊) 1만2004개가 하루 새에 잿더미로 변했다.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지난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 최초 발생한 산불은 밤에 북쪽인 강원 삼척으로 확산했다가 5일 바람 방향이 바뀌어 다시 남쪽으로 재확산하고 있다. 불길이 기존 산불 영향구역을 벗어난 울진읍과 죽변면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인근 지역주민의 대피령도 확대하고 있다.울진읍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져 이를 막기 위한 소방·산림 당국의 치열한 진화작업이 펼쳐지기도 했다. 당국은 산불 남하 저지와 함께 원전, 가스저장소, 송전설비, 소광리 금강 소나무숲 등 보호에도 인력과 소방력을 집중하고 있다.현재 울진에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불면서 화재진압을 위한 헬기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와 강릉 등 인근지역에서 산불이 잇따르면서 헬기투입도 애초 예상과 다르게 분산돼 울진·삼척산불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 등 다른 지역 산불이 잡히면 추가로 울진에 헬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헬기 46대를 투입해 공중진화를 하고 있으며 지상에는 인력 4296명을 투입해 구역별로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설물은 주택 153채, 창고 34동 등 206곳이 불에 탔다.5일 오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 일대에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이곳에는 가스충전소와 주유소가 있어 소방당국이 진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2.03.05 I 문승관 기자
올해 임업·산림공익직불제 첫 시행…임업경영 시대 전환 원년
  • 올해 임업·산림공익직불제 첫 시행…임업경영 시대 전환 원년
  • 최병암 산림청장이 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새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산림청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임업인들과 산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제도가 올해 첫 시행된다. 정부는 임업·산림 공익직불제 시행과 함께 임업경영산림에 산림휴양·체험·숙박 등을 추가 제공해 임업인들의 소득 증진을 위한 숲 경영 체험림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기후위기에 대응한 산림복원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보전원 관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강화하는 한편 산림훼손 방지를 위해 보호·단속에도 힘쓸 계획이다. 산림청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새해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올해 업무계획의 비전을 ‘숲과 사람이 함께하는 임업경영 시대로 전환’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4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우선 산림청은 지속가능한 산림순환경영 활성화를 위해 신규조림을 확대하고, 기후변화에 강한 산림자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유휴토지 내 새로운 숲을 조성해 탄소흡수원을 확대하고, 생태계 영향 등을 고려한 미래수종 발굴과 조림권장 수종을 개편한다. 산림의 건강증진을 위해 기능별 숲가꾸기를 정착하고, 미세먼지 저감 숲가꾸기, 산불예방 숲가꾸기 등으로 산림의 공익기능을 최적화하기로 했다. 산림순환경영 활성화에 필요한 경제림육성단지 중심으로 955㎞ 구간의 임도를 조성하고, 자작나무숲, 울진 금강소나무숲과 같이 경관과 자원 가치가 우수한 국유림 명품숲 50개소를 발굴하기로 했다.국산목재 이용 활성화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건축물, 생활시설에 국산목재를 활용하는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목재 이용으로 탄소저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나선다. 국산목재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일환으로 목재이용법을 개정하고, 탄소저장량 표시제도 등을 정비한다. 국민의 관심이 높은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도시숲, 정원 등 생활권 중심의 산림복지 기반도 확충한다. 이를 위해 도시숲과 실내·외 정원, 스마트가든 등 국민체감형 생활권 정원기반 조성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수요에 대응해 산림휴양·치유 인프라를 구축하고, 산림치유 관련기관간 협업으로 수혜대상을 확대한다. 노령산맥권 휴양·치유 구역, 국립지덕권산림치유원, 국립 치유의 숲 등 산림치유 기반을 확대하고, 장거리 탐방로를 조성한다. 산림복지 서비스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산림복지서비스와 IoT, 웨어러블, 5G기반 VR·AR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산림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맞춤형 산림치유 지원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산림복지시설의 예약·결제 통합시스템인 ‘산림복지통합플랫폼’을 운영하고, 산림자원을 활용한 소득사업, 맞춤형 교육 등으로 귀산촌인의 정착지원 및 산촌공동체 자립역량 제고에도 힘쓴다. 특히 임업인의 소득구조 개선과 자긍심 증진을 위한 제도를 강화한다. 올해 10월 발효되는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제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하위법령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의견수렴과 홍보·교육으로 정책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임업인이 임업경영산림에 산림휴양·체험·숙박 등을 추가 제공해 소득을 증진할 수 있도록 숲경영 체험림 제도를 도입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산림생태계 구현을 위한 방안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산림복원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보전원 관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강화하는 한편 산림훼손 방지를 위해 보호·단속에도 힘쓸 계획이다. 멸종위기 고산침엽수종의 정밀 조사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확대 등 산림생물자원 보전·관리를 강화한다. 백두대간 등 핵심 산림생태축을 복원하고, 정밀 조사를 지속해 체계적인 사후관리와 복원 품질을 향상한다. 불법산지 훼손 등 감시·단속을 상시화해 인위적인 산림훼손을 최소화한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산불 예방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산불예방을 위한 기반 구축과 산불위험예보시스템 고도화, 확산예측시스템을 활용해 예측력을 강화한다. 산불특수진화대와 드론, 진화헬기 등을 전략적으로 운용해 초기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산사태도 산사태취약지역 중심으로 사방사업과 현장점검을 6월 우기 전에 완료한다. 산림병해충도 예찰·진단을 고도화해 피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한다. 제15차 세계산림총회의 성공적 개최와 성과 확산에도 행정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세계산림총회를 계기로 평화산림이니셔티브(PFI) 고위급 라운드테이블, 산불 토론회 등을 개최해 기후변화 대응과 평화 확산을 위한 산림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산림협력 국가를 다변화하고, 개발도상국의 산림 복원·관리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 협력을 확대한다. 산림전용·황폐화 방지 사업(REDD+) 활성화로 국가온실가스 감축(NDC)달성에 기여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산림분야 국외감축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체계 마련을 추진하고, 협력지역 확대와 기존의 시범사업을 준 국가 수준으로 격상한다. 한반도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위한 남북산림협력을 추진한다. 양묘장 현대화, 산림병해충 방제 등 산림협력사업을 준비하고, 올해 6월 산림병해충 협력에 특화된 철원 남북산림협력센터를 건립한다.최병암 산림청장은 “지난 4년간 산림의 질적 성장을 촉진해 입목축적 증가율이 OECD 평균을 넘어서고,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제를 도입해 임업경영 기반을 마련했다”며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민이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풍요로운 산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2.01.05 I 박진환 기자
 한해 동안 묵은 시름, 이 해에 모두 묻으렴
  • [여행] 한해 동안 묵은 시름, 이 해에 모두 묻으렴
  • 충남 서천 선도리갯벌체험마을의 당섬 일몰[서천(충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남 최남단에 자리한 서천. 우리나라 서해 중심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어촌 마을이다. 북서쪽에서 뻗어내린 차령산맥과 해발고도 100m 이하의 낮은 구릉과 분지, 우리나라 4대강 중의 하나인 금강, 그리고 갯벌과 모래사장이 발달한 리아스식 해안 등 풍부한 관광자원도 품고 있는 고장이다. 특히 서천의 해안선은 72.5㎞에 달해 어디서든 해넘이를 볼 수 있다. 그중 해변과 여러 개의 작은 산, 그리고 바다와 맞닿아 있는 기암절벽과 잘 어우러진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낙조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올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잠시 멈춰 그동안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1년 365일 반복되는 새로운 날들이 쌓여 만들어진 지금의 이 순간. 한 해의 마지막 태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그렇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행복했던 순간도, 괴로웠던 시간 모두 뒤로하면서 말이다.충남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의 장항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13만여 그루의 해송 위에서 신축년 한해를 마무리하다서천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장항읍. 이곳에 서천 9경 중 하나로 꼽히는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있다. 한겨울에도 푸른 기운이 넘치는 곳이다. 해변을 따라 1.8㎞ 길이로 이어진 해송 숲이 청정한 공기를 내뿜는다. 은은한 솔향기와 흙냄새가 진동하는 숲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갑갑했던 숨통이 저절로 트이는 기분이다.장항송림산림욕장이 각별한 이유는 전국 해안 사구에 있는 유일한 해송 숲이기 때문이다.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산림욕장 곁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넓은 갯벌을 끼고 있는 것도 이곳만의 자랑이다.이 산림욕장에는 50년 넘게 자라온 검갈색 해송 13만여 그루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모래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결 따라 다부지게 굽이친 나무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솔숲 사이로 고즈넉한 산책길이 여러 갈래 이어진다. 흙길처럼 단단한 모랫길 위로 마른 솔가리를 사박사박 밟는 느낌이 특별하다. 그윽한 솔향에 파묻혀 걷다 보면 매서운 갯바람이 실어 나르는 알싸한 공기조차 달게 느껴진다.충남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의 장항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장항제련소의 굴뚝숲 너머에는 일망무제로 펼쳐진 갯벌 풍경이 언뜻언뜻 보인다. 곳곳에 마련해 놓은 벤치에 앉아 숲과 마주한 바다 풍경을 즐기기 좋다. 8~9월 보랏빛 맥문동꽃이 카펫처럼 깔리는 절경도 멋지지만 겨울 바다가 주는 운치도 그에 못지않다. 숲길의 끝자락에는 바다로 향한 길이 열려 있어 숲을 빠져나와 해변을 거닐어도 좋다.장항송림산림욕장 북쪽 끝. 바닷가와 마주한 자리에 위치한 장항스카이워크는 일몰 감상지로 유명하다. 높이 15m, 길이 250m의 스카이워크로, 사철 푸른 해송 숲 위를 마치 카펫을 걷듯 거닐 수 있다. 해송 숲 위에서 탁 트인 하늘과 푸른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높이 지은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해변의 풍경 또한 특별하다.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려다보는 해송 숲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솔숲 길을 따라 청량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걷다보면 온몸이 코발트빛으로 물들 것만 같다.스카이워크 끝은 전망덱이 있다. 지금 같은 겨울철이면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갯벌이 민낯을 드러낼 무렵의 일몰 풍경은 장관이다.충남 서천 장항해송산림욕장 장항스카이워크에는 기벌포해전전망대가 있다.이 장항송림 앞바다는 오랜 옛날 기벌포 해전이 펼쳐진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676년 신라와 당나라가 금강 하구인 기벌포 앞바다에서 전투를 벌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신라는 서해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당의 세력을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내게 된다. 이후 22회의 크고 작은 싸움에서 당나라는 상당수의 전함과 4000여명의 군사를 이곳에서 잃었다고 전해진다. 남쪽 해안 너머로는 장항제련소의 굴뚝이 보인다. 1970년대 산업화의 상징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210m의 전망산(바위산) 정상에 우뚝 솟은 모습이 일몰 풍경과 어우러지며 더 스산하게 다가온다.서천 선도리갯벌체험마을에서 바라본 쌍섬. 해변이 아주 고운 모래로 덮여 있어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해안도로 따라 펼쳐지는 서천의 해넘이 포인트충남 서천 선도리갯벌체험마을 당섬 일몰서천군 종천면 장구리에서 서면 신합리까지 17.7㎞의 해안도로. 이 해안도로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낙조 감상하기 좋은 해안길’로 선정된 곳이다. 이 도로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곳에서 차를 멈추더라도 일몰 무렵이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해넘이 감상법이다.충남의 해안이 대부분 리아스식이라서 들고 나는 게 복잡하지만, 서천의 장구만에서 비인만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비교적 단순하다. 때문에 해안과 나란한 군도 5호선 드라이브 코스는 직선 주로에 가까워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저녁 무렵의 드라이브는 환상적이다. 이 시간대는 도로 어느 곳에 차를 세워도 일몰의 감동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니 붐비지도 않는다.도로 중간에는 선도리해변이 있어 한번쯤 차에서 내려 해안가를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바람막이 숲을 이루고, 바로 앞에 쌍섬과 할미섬이 바다에 떠 있어 풍광 또한 뛰어나다. 여기에 해변은 아주 고운 모래로 덮여 있어 물이 빠지면 그 끝이 아득히 보일 정도로 멀리까지 물이 빠진다. 쌍섬과 할미섬까지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다.해안에도 넓은 공원이 조성돼 있어 호젓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해변 남쪽 끝 작은 바위섬에는 소나무 세 그루가 아슬아슬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마을에서 안녕을 기원하는 당섬으로 부르는데, 이 소나무 뒤로 떨어지는 일몰 또한 장관이다.서천 마량포구 동백나무숲 동백정서천에서 가장 이름난 해넘이 명소는 북쪽 끝인 마량포구다. 해넘이와 해돋이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제법 알려진 곳이다. 매년 해넘이·해돋이 행사가 열렸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가 취소됐다. 그래도 조용히 해넘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천 화력발전소 뒤편 언덕, 마량리 동백나무 숲 꼭대기에 자리한 동백정이다. 천연기념물 169호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가파른 해안을 따라 언덕에 동백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300~400년이나 된 나무들이지만 한결같이 작달막하다. 이 정도 수령이면 7m까지도 자라지만, 마량의 동백나무는 해풍을 견뎌내느라 안으로 더 단단하게 다져져 기껏해야 2~3m다.충남 서천 마량면 동백나무숲의 동백꽃동백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먼저 바닷내가 콧속으로 훅 들어온다. 서해의 비릿한 내음과 끈적한 바닷바람이 동백 숲보다 먼저 여행자를 마중한다. 바다와 숲의 오묘한 조화다.키 작은 동백나무 숲 위로 동백정이 있다. 이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서해의 풍광은 장관이다. 해넘이가 유명한 서해답게 이곳 역시 제법 이름이 알려진 해넘이 포인트다. 바다 위 오력도라는 작은 섬이 떠 있는데, 이 섬 주변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해가 진다. 오력도에는 옛날 어느 장수가 바다를 건너다가 빠뜨린 신발 한 짝이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서천 선도리갯벌체험마을 당섬 앞의 일몰 풍경
2021.12.31 I 강경록 기자
등산·트레킹센터, 친환경 추천여행지로 '대관령소나무숲길' 선정
  • 등산·트레킹센터, 친환경 추천여행지로 '대관령소나무숲길' 선정
  • 대관령소나무숲길 전경사진=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는 한국관광공사, 전국관광기관협의회와 공동으로 대관령소나무숲길을 친환경 추천 여행지로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대관령소나무숲길은 1922~1928년 소나무 씨앗을 직접 뿌리는 직파조림 방식으로 조성됐으며, 2018년 100여년 만에 일반에 첫 개방됐다. 총면적 4㎢, 축구장 571개 규모로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존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됐다. 2017년에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경영·경관형 10대 명품 숲에 뽑혔다.금강송(황장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대관령소나무숲길은 올해 5월 산림청에서 국가숲길로 지정했다. 이에 앞서 2019년부터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에서 운영·관리를 시작해 친환경 여행 정보 제공을 통한 맞춤형 숲길 안내 및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친환경 추천 여행지는 탄소중립 실천 여행지와 친환경 가치확산 여행지, 친환경 생태체험 여행지 등 모두 31개소를 선정했으며, 이 중 대관령소나무숲길은 친환경 생태탐사 여행지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20일까지 친환경 여행 관련 오엑스(OX) 퀴즈와 친환경 여행 슬로건 제안 기획 이벤트를 진행한다. 김정란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대관령숲길팀장은 “대관령소나무숲길이 친환경 추천 여행지로 선정됨에 따라 앞으로 친환경 여행 확산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1.12.14 I 박진환 기자
산림청, ‘내포문화숲길’ 국가숲길 지정 기념식 개최
  • 산림청, ‘내포문화숲길’ 국가숲길 지정 기념식 개최
  • 최병암 산림청장(가운데)이 27일 충남 예산군 내포문화숲길 예산방문자센터에서 열린 내포문화숲길 ‘국가숲길 지정 기념식’에서 기념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숲길을 걷고 있다.사진=산림청 제공[예산=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림청은 ‘내포문화숲길’의 국가숲길 지정을 기념하기 위해 27일 내포문화숲길 예산방문자센터에서 국가숲길 지정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에 앞서 산림청은 올해 5월 처음으로 지리산둘레길, 백두대간트레일, 대관령숲길, 디엠지(DMZ)펀치볼둘레길 등 4곳을 대표숲길을 지정했다. 이어 2번째로 내포문화숲길과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을 국가숲길로 추가 지정했다.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국가숲길로 지정된 충남도의 내포문화숲길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아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명품숲길이다.내포문화숲길은 충남도 서산시와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에 걸쳐 조성한 320㎞의 둘레길로 숲길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주제별로 4개 주제로 운영, 다양한 역사·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또 가야산의 식생 자생 및 노랑상사화 등 특이수종이 분포하고 있어 볼거리가 많은 숲길이다. 주제별 숲길은 △원효깨달음길(103.5㎞), 불교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숲길 △백제부흥군길(110.3㎞), 백제부흥운동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숲길 △내포천주교순례길(47.8㎞), 천주교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숲길 △내포역사인물 동학길(58.5㎞), 내포의 인물 및 동학의 역사가 깃든 숲길 등이다.앞으로 산림청은 생태·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숲길을 연차적으로 국가숲길로 지정할 계획이다. 국가숲길에 숨어있는 문화·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인문학적 가치를 덧입혀 품격 있는 숲길을 재창출해 모든 국민이 숲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산림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국가숲길에 숨어있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인문학적 가치를 더해 다양한 산림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2021.11.29 I 박진환 기자
`치유의 항구`…강원도 고성이 품은 고즈넉함의 미학
  • `치유의 항구`…강원도 고성이 품은 고즈넉함의 미학
  • 이데일리는 해양수산부, 한국어촌어항공단과 함께 ‘가고, 머물고, 살고 싶은 어촌 만들기’ 연속 보도를 시작합니다. 누구나 가서 머물고 살고 싶은 어촌을 발굴·소개하고, 농어촌 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하는 정책을 모색하는 취지입니다. 기획 연재 두 번째로 강원도 고성군을 소개합니다. 강원도 고성 오호항 모습. (사진=임애신 기자)[고성(강원도)=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그래, 이 맛에 동해에 오는 거지”교통체증을 견딘 보람이 있다. 강원도 고성의 뻥뚫인 하늘과 넓은 바다를 보니 언제 피곤했나 싶다. 마치 청량음료 10캔은 마신 듯한 시원함이다. 사람들이 바다를 보고 싶을 때마다 동해를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리라. 고성은 아는 사람만 오는 강원도의 숨겨진 ‘원석’이다. 고성은 흔히 군사도시로 알려졌지만, 1000m 이상의 산맥과 푸른 바다를 동시에 안고 있는 자연도시다. 강릉이나 속초, 양양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고성에서 나고 자란 김민석(42) 씨는 “고성은 언제나 변하지 않고 우리를 품어주는 우직함이 있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이 낙후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모습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통일전망대에 올라 금강산 보고 가실래요?차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다 보면 막다른 곳에 다다른다. 그곳이 고성이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최북단에 있는 셈이다. 통일전망대라고 하면 대부분 파주를 떠올리겠지만, 이런 이유에서 고성에도 통일전망대가 있다.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풍경.(사진=고성군청)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한 후 안보 영상을 시청해야 한다.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뿐인데 출입신고서까지 써야 하는 이유는 통일전망대가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있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DMZ)와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해발 70m 고지에 있는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일상생활에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사실이 불현듯 떠오른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였지. 휴전선 철책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초소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와닿게 한다. 통일전망대 아래에는 6·25 전쟁체험 전시관과 분단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DMZ 박물관도 있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에겐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여행의 기회가 될 것이다. 통일전망대는 우리나라에서 금강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지척에 보이는데 맑은 날에는 신선대, 옥녀봉 등 천하절경까지 볼 수 있다. ◇유명인이 사랑한 고성…“이곳에 쉬어가리”고성은 천혜의 자연을 보유한 곳으로 유명하다. 정치인들이 쉬었다 가기 위해 만든 별장이 고성 화진포에 몰려 있다. 이 이상 그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강원도 고성 화진포 인근에 있는 김일성 별장. (사진=한국관광공사)화진포 주변에는 휴전선이 생기기 전인 1948년부터 1950년까지 김일성 주석이 가족과 여름휴가를 보내는 별장으로 사용한 곳이 있다. 언뜻 유럽의 자그마한 성처럼 생긴 김일성 별장은 건축 당시 회색돌로 지어진 건물이 해안절벽 위 송림 속에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어 ‘화진포의 성’으로도 불렸다.별장 2층에 올라가면 ‘이래서 여기에 별장을 지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둥근 아치형의 파노라마 창으로 화진포 해변의 비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송림의 나뭇잎들이 흔들리는데 이 소리가 마음에 여유를 가져준다. 김일성 별장 인근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도 있다. 화진포에 갔다면 소나무숲길산림욕장을 꼭 들려야 한다. 화진포 응봉 숲길의 피톤치드는 1467~1802ng/S㎥로 일반 숲길보다 3~5배 많은 양이 뿜어져 나온다. 특히 비가 오고 난 후에는 비냄새와 흙냄새, 풀냄새가 한 데 엮여 치유(힐링)되는 기분이 절로 든다.◇바다와 맞닿은 고요한 호수 송지호공현진항과 오호항 사이에 있는 송지호 둘레길도 가볼만 하다. 총 5.2km로 걸어서 약 2시간이 걸린다.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송지호관망타워 앞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리길 권한다. 송지호 둘레길은 투박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롭다. 잔잔한 호수에 찾아오는 철새가 마냥 반갑기만 하다. 송지호 둘레길에서 본 송지호 모습. (사진=임애신 기자)자전거를 타다 보면 왕곡마을이 나온다. 생경한 모습에 발길이 절로 멈춰진다. 강릉 최씨와 강릉 함씨의 집성촌인 왕곡마을은 50여가구가 옛것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마을 전체가 전통 북방식 겹집 구조로 만들어진 가옥으로 이뤄져 마치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한 착각이 든다. 영화 ‘동주’를 왕곡마을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왜 이곳을 촬영지로 정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전쟁과 고성 산불의 큰 재난 속에서도 왕곡마을은 제 모습을 온전히 지켜냈다고 한다. 고놈 참 대견하다. ◇어촌생활 궁금하다면 “체험마을에 살아보세요”막연히 생각하기만 했던 어촌생활을 경험하고 싶다면 거진어촌체험마을을 권한다. 동해안 최북단 최대 항구인 거진항을 거점으로 앞바다의 흰섬과 주변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1리 해변, 아담한 방파제와 하얀 백사장 모래알이 어우러진 11리 해변을 끼고 있어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거진어촌계원 어업인들이 운영하는 배낚시를 체험할 수 있고, 7~8월 여름철에는 2인승 카누와 4인승 패달보트, 스노클링 등을 경험할 수 있다.거진어촌마을 (사진=거진어촌체험마을)일출을 즐기고 싶다면 들러야 할 곳이 아야진항이다. 아야진항은 국가 어항이자 고성의 대표적인 항구 중 하나다. 아야진은 외지인 접근이 적어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아야진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또 주변에 바위가 많아서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렇게 자연환경이 우수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노후 시설물이 많다. 내년에는 아야진항이 다시 태어난다. 해수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65억원을 투입해 ‘아야진항 어촌테마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항의 환경을 개선하고 콘텐츠를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개발 중이라고 하니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된다. ◇서핑부터 선상낚시까지…“즐길거리 얼마나 많게요”고성에는 레저와 스포츠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최근 고성은 새로운 서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양양과 강릉, 속초 등의 해변이 서핑 인구로 북적이자 한산한 곳을 찾던 서퍼들이 하나둘씩 고성을 찾기 시작했다. 고성군도 2016년부터 매년 삼포 해변에서 서핑 페스티벌을 열며 서퍼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성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서퍼들. (사진=고성군청)특히 고성은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해안가 쪽에 있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 특성을 가지고 있다. 파도 또한 적당히 높아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바다낚시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고성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선상에서 회를 떠먹는 재미가 일품이다. 초보여도 걱정할 것 없다. 선장이 낚싯대 잡는 법부터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까지 알아서 준비해준다.고성은 전국의 스쿠버다이버들이 모이는 곳 중 하나다. 봉포항과 문암리 능파대 앞바다는 ’수중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바닷속 절경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이 밖에 승마, 골프, 등산, 화암사 템플스테이, 농촌체험 등 가족과 함께 즐길 거리가 구비돼 있다. 야영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숙박을 캠핑장에서 해결하면 된다. 송지호오토캠핑장, 명파오토캠핑장, 봉수대오토캠핑장, 자작도캠핑장, 백도오토캠핑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오도독 터지는 도루묵 알 “이런 식감은 처음이야”고성에 왔으면 꼭 먹여야 하는 음식이 있다. 10월에서 12월이 제철인 알 밴 도루묵이 바로 그것. 도루묵 알을 씹으면 알알이 씹히며 터지는데 이렇다 할 맛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맛보다는 식감을 만족시키는 쪽에 가까웠다. 맛을 받쳐주는 것이 도루묵 찌개의 맛깔스러운 양념이다. 매콤 달콤한 양념에 오도독 씹히는 도루묵 찌개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도루묵 찌개 (사진=임애신 기자)동쪽 바다에 왔는데 싱싱한 회를 안 먹은 것은 위장에 죄를 짓는 거나 다름없다. 공현진항에 가보자. 1999년 1월 1일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공형진항에서는 어부들이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매일 배를 탄다. 갓 잡아 온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울러 명태 맑은탕과 막국수, 물회, 문어숙회, 추어탕도 고성에서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고성군은 연중 내내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관광지로 변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여름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며 “이 같은 계절성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 거점을 확대하고 지역 간 연계 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10.22 I 임애신 기자
비건 메뉴부터 어메니티까지…호텔가에 부는 ‘비거노믹스’ 열풍_
  • 비건 메뉴부터 어메니티까지…호텔가에 부는 ‘비거노믹스’ 열풍_
  • 최근 호텔가에는 MZ세대 중심으로 확산된 가치 소비가 ‘비건’ 열풍으로 이어지자 발빠르게 ‘비거니즘’ 시장 공략에 나섰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최근 MZ세대 중심으로 확산된 가치 소비가 ‘비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호텔업계도 발빠르게 국내 ‘비거니즘’(Veganism) 시장 공략에 나섰다. 코로나19로 건강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건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8월 발표된 한국채식연합 집계 결과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올해 250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15만 명에서 지난해 200만 명으로 10배 이상 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거노믹스(Veganomics)를 ESG 경영의 일환으로 접목시켜 비건 메뉴 개발이나 비건 브랜드 협업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경북 경주의 코오롱호텔◇입문자도 부담 없이 즐기는 ‘비건’ 메뉴코오롱 계열 리조트 및 호텔은 ESG 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저탄소 실천을 위한 다양한 비건 메뉴를 호텔별로 도입했다. 경주의 올인원 특급호텔 코오롱호텔은 버섯 2종(표고·새송이) 구이, 옥수수·고구마·단호박 찜, 허브솔트 그린빈 새송이 구이 등 육류 대신 채소를 이용한 비건 요리 5종을 조식으로 제공한다. 건강한 조식을 즐긴 후 레스토랑 ‘파노라마’에서는 토마토를 토핑으로 사용한 ‘토마토 비건 빙수’를 맛볼 수 있다.씨사이드 레지던스 호텔 코오롱 씨클라우드호텔 또한 비거니즘을 처음 접하는 고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비건 조식 메뉴를 선보인다. 호텔 셰프의 노하우로 건강과 맛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밤 및 야채 구이, 호박·고구마 샐러드, 단호박 수프, 호밀빵 샌드위치, 녹두전 스테이크 등의 메뉴를 제공한다. 나물, 버섯볶음, 오이냉채, 양념 가지 두부 조림 등 ‘비건 한식’ 메뉴도 준비돼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비거니즘을 경험해볼 수 있다.경북 울진의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에 위치한 체류형 산림 휴양시설 금강송 에코리움은 석식과 조식을 비건 스타일로 제공해 친환경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석식의 경우 견과류죽과 함께 취나물, 참나물, 숙주나물 등 제철 나물을 맛볼 수 있다. 조식으로는 잡곡밥과 들깨 미역국, 깻잎 김치, 해초 샐러드 등이 제공된다.서울신라호텔은 운동과 비건 식단 등을 즐기며 건강한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할 수 있는 ‘어번 웰니스’(Urban Wellness) 패키지를 내달 14일까지 제공한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체험하고 호텔 셰프의 레시피로 준비한 그린 샐러드, 채소덮밥 등 비건 요리를 룸서비스로 즐길 수 있다.코오롱 계열 리조트 및 호텔 친환경 비건 어메니티◇피부는 물론 환경까지 생각하는 ‘비건 뷰캉스’코오롱 계열의 경주 코오롱호텔과 서울 호텔 카푸치노는 MZ세대의 가치·윤리 소비에 따른 비건 뷰티 열풍에 발맞춰 전 객실 친환경 비건 어메니티를 도입했다. 핸드워시부터 샴푸, 바디워시까지 비건 인증을 받은 ‘제네바 그린’(Geneva Green)의 대용량, 다회용 디스펜서형 비건 어메니티로 교체해 고객들의 ‘착한 소비’를 독려한다. 해당 제품은 100% 재생플라스틱 소재 용기를 사용해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할 기회까지 제공한다. 부산 코오롱 씨클라우드호텔 또한 올 연말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호텔 카푸치노는 제로 웨이스트 일상용품 브랜드 ‘얼스박스’와 함께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CSV 카푸치노 박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대나무 칫솔, 곤약으로 만든 무스 샤워볼, 천연 루파 비누받침 등 100% 천연 식물성 ‘플라스틱 프리’ 제품으로 구성된 욕실용품 키트가 제공돼 손쉽게 ‘그린캉스’를 즐길 수 있다. 패키지는 오는 15일까지 이용 가능하며 호텔 1층에서 ‘얼스박스’의 욕실용품 키트 외에도 주방용품 및 홈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시그니엘 부산은 프리미엄 비건 뷰티 브랜드 ‘샹테카이’와의 협업을 통해 ‘센트 오프 어텀’(Scent of Autumn) 패키지를 내달 30일까지 선보인다. 객실 1박과 함께 피부 진정에 효과적인 샹테카이 오렌지 플라워 워터를 제공해 피부는 물론 환경까지 생각했다. 이 밖에도 유기농 코코넛 마카롱, 주중 2박 투숙 시 ‘더 뷰’ 조식 2인 등 혜택이 제공된다.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는 비건 및 인기 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뷰티 인 더 시티’ 패키지를 준비했다. 비건 뷰티 브랜드 ‘트리앤씨’의 티마누오일 마스크팩부터 ‘가히’의 링클 바운스 멀티밤, ‘루시스’의 트래블 키트 5종 세트를 제공해 환경까지 고려한 건강한 ‘뷰캉스’를 제안한다. 투숙 가능 기간은 내달 30일까지다.
2021.10.02 I 강경록 기자
상상력으로 떠나는 100년 전 덕수궁으로의 시간여행
  • 상상력으로 떠나는 100년 전 덕수궁으로의 시간여행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897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나온 뒤 거처로 이용한 궁궐이 덕수궁이다. 조선 초기 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집터였던 덕수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궁궐로서 역할을 했다. 1919년 고종이 함녕전에서 승하하기까지 나라와 왕실의 크고 작은 사건이 덕수궁에서 일어났다. 석조전을 비롯해 덕수궁 곳곳에 세워진 서양식 건축물과 기하학적으로 꾸며진 서양식 정원은 근대기 덕수궁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처럼 격동의 역사 속에서 덕수궁에 살았던 인물들은 정원을 거닐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신혜우의 ‘면면상처_식물학자의 시선’(2021), 혼합재료(사진=국립현대미술관)‘정원’을 주제로 한 ‘덕수궁 프로젝트 2021:상상의 정원’이 그것이다. 덕수궁 정문인 대안문에 들어서서 짧은 금천교를 건너면 미디어아티스트 이예승이 설치한 QR이 나타난다. 스마트폰에 인식을 하면 덕수궁 정원과 관련된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지며 과거 덕수궁에 대한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즉조당과 준명당 앞 정원에 설치된 십장생 중 하나인 사슴, 폐목을 잘라 만든 조선 여성들의 조각상 등이 만들어내는 덕수궁의 색다른 풍경은 마치 100여년 전으로 시간여행에 빠져드는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덕수궁 프로젝트’는 궁궐 안에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으로 2012년, 2017년, 2019년에 이어 네번째로 개최되는 것이다. 이번 ‘덕수궁 프로젝트’에는 현대미술가뿐만 아니라 조경가, 만화가, 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수개월간 덕수궁을 드나들며 오랜 세월 동안 덕수궁과 함께해 온 식물과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영상, 조각, 설치, 전통공예, 조경, 만화영상, 식물세밀화 등의 작품 10점을 덕수궁 곳곳에서 전시한다. 함녕전에서는 근대적인 대한제국을 꿈꿨으나 외세에 의해 꿈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던 고종의 삶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애니메이터 이용배와 조경학자 성종상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몽유원림’은 고종이 겪은 현실과 그가 꿈꿨지만 직접 가보진 못한 이상적 정원을 담았다. 평소 입장할 수 없는 함녕전 안을 전시 기간동안만 특별 개방해, 관람객은 고립된 삶을 살았던 고종이 바라봤던 덕수궁 정원의 모습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이용배·성종상의 ‘몽유원림’(2021), 애니메이션(사진=국립현대미술관)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인 신혜우는 대한제국 황실 전속 식물학자가 존재했다면 어떤 공간에서 연구를 했을지 상상력을 발휘했다. 우리나라의 식물학은 일제강점기 나카이 다케노신 도쿄대 교수 등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들어왔다. 작가는 함녕전 행각에 전시된 ‘면면상처 : 식물학자의 시선’에 가상의 조선 식물학자 공간을 꾸몄다. 올해 봄부터 덕수궁에서 발견되는 식물을 대상으로 직접 채집과 조사, 관찰, 기록한 식물들을 표본과 그림, 글 등으로 표현했다. 대한제국이 망한 뒤 온 나라에 퍼져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로 불린 거대한 망초는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권혜원 작가는 덕수궁 정원을 오랫동안 가꿔온 정원사들과 공존해온 새, 나무 등 자연의 대화를 보여준다.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에서 이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덕수궁 정원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설명한다. 작품이 설치된 중화전 행각 기둥의 재료인 금강소나무와 행각 주위의 나무들이 나누는 대화는 사람의 기억을 뛰어넘는 자연이 기억하는 역사를 전하기도 한다. 박혜성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문화재인 덕수궁을 존중·보존하면서 어떻게 현대미술과 어우러질까 고민이 많았다”며 “산책하듯 덕수궁을 거닐며 작품을 느긋하게 감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김명범의 ‘원’(2021), 스테인리스 스틸과 혼합재료, 37x510x380cm(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9.14 I 김은비 기자
"내가 이건희 회장 전속화가였지…그래도 뭘 그려달라진 않았어"
  • "내가 이건희 회장 전속화가였지…그래도 뭘 그려달라진 않았어"
  •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에 건 ‘불국설경’(2021) 앞에 섰다. 생애 세 번 그렸다는 ‘눈 오는 불국사 풍경’을 담은 작품은 폭 448㎝ 높이 199.5㎝의 대작이다. 1999년부터 경주에 정착해 화업을 이어가고 있는 화백은 “신라의 훌륭한 창작혼이 우리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소산 박대성(76). 우린 그이를 두고 ‘한국 수묵화의 대가’라고 불러왔다. 시비 걸 여지없이 맞는 말이다. 겸재 정선(1676∼1759)부터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으로 이어지는 진경산수화의 맥을 지켜내면서도 전통 수묵화를 현대로 끌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명쾌하고 간단한 이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화백, 또 화백 작품과 더불어 한국현대사를 타고 흘렀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전속작가란 개념조차 없던 1984년, 가나화랑(가나아트의 전신)의 1호 전속작가가 됐던 일, ‘대통령이 좋아하는 작가’로 청와대에 줄줄이 작품이 불려들어갔던 것도 모자라 2018년 남북정상회담 환담장에 두 점(1990년 작 ‘장백폭포’ ‘일출봉’)을 걸었던 일, 2015년 830점을 기증해 경북 경주에 솔거미술관을 세우게 한 일, 그 미술관에 지난 6월 폭 11.5m의 국내 최대 수묵화 ‘몽유 신라도원도’(2021)를 걸고, 역시 그 미술관에서 지난 3월 자신의 전시작 위에서 용감하게 미끄럼을 탔던 한 꼬마를 “애들 눈엔 그렇게 보일 만했다”며 대인배답게 용서를 했던 일도 있다. “훼손도 작품의 역사”라며. 사실 이 모두에 늘 따라붙는 아픈 사연이 있는데. 그이가 ‘왼손 없는 화가’라는 거다.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네 살 때던 1949년, 왼쪽 팔꿈치 아래를 모두 잃게 된 비운은 평생 화백의 이름 석 자에 엉겨붙어왔더랬다. 그이가 화가가 된 동기와 무관치 않았던 탓이다. “우연찮게 호작질(‘낙서’의 경상도 사투리) 하는 걸 본 집안 어른들이 그랬지. ‘대성이가 그림 잘 그린다.’ 부모도 없고 팔도 하나 없는 아이가 안쓰러워 던진 말일 텐데,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 놨어. 진짜 그림을 시작한 거야.” 박대성의 ‘한라산 봉우리’(2021·490.5×347.5㎝). ‘불국설경’(2021·448×199.5㎝), ‘금강설경’(2019·772×223㎝)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규모로도, 지형적으로도 세 꼭짓점을 이뤘다. 전시장 인사아트센터의 천고를 넘어선 작품은 바닥으로 늘어뜨려 폭포수가 고인 듯한 인상을 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화업의 정수 ‘불국설경’…26년 동안 세 번 그려경주에 살며 작업하는 화백이 모처럼 서울에 ‘떴다’는 소식은, 그이의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보단 조금 늦게 당도했다. 서둘러 만나러 나섰다.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 펼친 전시는 서울 개인전으론 3년 만이다. 이번엔 개인전 그 이상의 의미가 보태졌다. 내년 ‘미국 순회전’을 향한 출발점으로서란다. ‘미국 순회전’이 뜬금없는 행보는 아니다. 1990년대 초반 화백의 미국행부터 시작된 인연 덕이라니. “다들 모더니즘, 모더니즘 하는 데 그게 뭔지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뉴욕으로 갔지.” 달랑 먹과 붓만 들고 향한 그곳에서 배워온 게 있다면 “내가 있을 데가 아니다”란 것.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제 뭘 해야겠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니. 1년 남짓 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이가 향한 곳이 경주다. “내가 왜 이리 돌아다녔을까 생각하니 바로 불국사가 떠오르더라고. 귀국하자마자 경주로 갔고 문 닫기 5분 전 가까스로 대웅전 앞에 섰지. 아랫도리가 흔들리고 전율이 엄습하더라고.” 박대성의 ‘버들’(2021·69.5×50㎝). 보름달이 뜬 어느 봄날, 버드나무가지 뒤로 보이는 고즈넉한 전경을 애잔하게 잡아내 화면에 옮겼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날 이후 화백은 1년간 불국사에서 ‘얹혀살게’ 된다. “그 큰 절에 객을 위한 방이 세 개뿐이라고 안 된다는 것을 우기고 우겨 허락을 받았어. 나중에 주지스님이 그러더라고. ‘그림은 전혀 모르지만 뭔가 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고.” 70년 화업에서 ‘핵심’이라고 할 1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후 20여년을 지켜온 경주시대를 연 시작점이자 화업의 정수 ‘불국사’가 등장한 결정적 계기였으니까. 눈이 좀처럼 오지 않는 경주에서 ‘불국사 설경’을 봤고, 화폭에 옮겼던 것도 천운이랄까. 폭 8m 높이 252㎝에 달하는 ‘불국설경’은, 그 뜨거운 한 해를 보낸 뒤 가나화랑 전시에 등장했다. “그때가 1995년이니 26년 동안 불국사 설경을 세 번 그린 거네.” 박대성의 ‘금강’(2021·79×88.5㎝·왼쪽)과 ‘백두폭포’(2021·140×60㎝). 화백의 또 다른 시그니처라 할 폭포 연작으로, 이 두 점 외에도 ‘구룡폭포’(2021·140×60㎝)와 ‘제주 천제연’(2021·140×60㎝)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세 번째 설경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폭 448㎝, 높이 199.5㎝의 ‘불국설경’(2021)은 ‘금강설경’(2019·772×223㎝), ‘한라산 봉우리’(2021·490.5×347.5㎝)와 함께 규모로도, 지형적으로도 세 꼭짓점을 이룬 작품이다. 이들을 앞세워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위주로 70여점을 걸었다. ‘구룡폭포’(2021), ‘버들’(2021), ‘만월’(2021) 등 자연소재의 풍경, 수집한 도자기에 화백의 독특한 글씨를 올려 사실적으로 묘사한 ‘고미’(2021) 연작 16점 등. 전시작 대부분은 미국 LA 카운티미술관을 시작으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등을 도는 미국 순회전에 따라나선다. 박대성의 ‘고미’ 연작 중 한 점(2021·60×50㎝). 수집한 도자기에 화백이 직접 쓴 글씨를 올려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중 한 점이다. 도자기에 수없이 난 상처와 균열까지 품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건희컬렉션이라…만감이 교차하더라고”70년 화업과 나란히 동행해온 그이의 크고 작은 사연에 키워드가 있다면 ‘대쪽 같은 고집’과 ‘그 고집까지 끌어안은 인연’이라 할 거다. 그렇다면 빼놓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인연이 하나 더 있다. 이건희(1942∼2020) 회장과의 인연. 그 지점을 회고한 것은 이번 ‘이건희컬렉션’ 기증작 중 화백의 작품 세 점이 포함된 것과 연관이 있다. 이 회장 유족은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일출봉’(1988), ‘서귀포’(1988), ‘향원전 설경’(1994)을 보냈다. 그런데 왜 하필 연고도 없는 전남도립미술관이었을까. 연한 미소를 띠던 화백은 “글쎄”라면서도 “한국화라서 그랬을 거다”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남도의 붓’으로 한국화단을 이끌었던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작품과 나란히 전남도립미술관으로 향한 배경이라면 말이다.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에 건 ‘금강설경’(2019·772×223㎝) 앞에 섰다. 담대하면서도 섬세한 붓질과 농묵·담묵의 기술이 들어간 화백의 수묵화는 파노라마 뷰를 연출할 때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감회를 물으니 “만감이 교차하더라”란 대답이 왔다. 잠시 옛 생각에 빠져들던 화백은 그 시절 어디쯤에 멈춰섰다. “내가 이건희 회장의 전속화가기도 했어. 월급 받고 그림 그리고, 그게 전속이지 뭐. 여러 가지를 그렸어. 그때 많은 작품이 호암갤러리에 들어갔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쯤이려나. 그래도 이 회장은 뭘 그려달라고 하진 않았어. ” 세상에 처음 꺼내 놓은 말이다. 사실 그이의 또 다른 별칭 중엔 ‘이건희가 사랑한 한국화가’가 있다. 변변한 미술수업 한 번 받지 않고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1969년부터 8번에 걸쳐 입선을 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선 대상까지 받아낸 그이를 이 회장은 물론 부친인 이병철 회장도 많이 아꼈더랬다. 결국 화백은 1988년 ‘대작 100점’으로 호암갤러리 650평을 채운 개인전을 열었고, 이 회장은 그때 전시작 대부분을 사들였다. 내친김에 ‘이건희미술관’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말해 뭣해? ‘이건희’ 자체가 명품이잖아. 이름도 쓰고 제대로 짓기도 해야지. 그 소장품을 다 들여놓고 ‘OO구청미술관’이라고 하면 그게 되겠어?” 사실 화백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830점을 기증해 만든 솔거미술관 말이다. “결국 내 이름을 못 달았어. 지방의원들이 반대를 해서.” 박대성의 ‘청우 1’(2021). 수묵채색화로 그린 ‘소 그림’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색을 흘려내 이중섭의 ‘붉은 소’와 묘하게 겹치는 접점을 만들어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어느 하나 눈과 발을 붙들지 않는 작품이 없지만 전시작 중 유독 한 점이라면, ‘푸른 소’를 그린 ‘청우 1·2’(2021)라 하겠다. 이중섭의 ‘붉은 소’와 묘하게 겹치는 ‘소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오랜만에 화백의 ‘색’을 보는 짜릿함이 적잖다. 한동안 사라졌던 그이의 채색이야기도 이번에 들었다. “호암갤러리 개인전 이후 온전히 먹으로만 돌아섰지. 그즈음 나온 아크릴물감을 섞어 쓰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더는 안 되겠더라고, 나를 잃을 거 같아서.” 연신 ‘잘한 일’이었다며 껄껄 웃는 화백은 편안해 보였다. “맑은 화선지에 뭘 찍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그런 인생을 살았다는 화백의 얼굴이. 전시는 23일까지.
2021.08.02 I 오현주 기자
 무더위 씻는 숲속 은밀한 폭포를 찾아가다
  • [여행] 무더위 씻는 숲속 은밀한 폭포를 찾아가다
  • 강원도 철원의 매월대폭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일상을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세상일이 그렇듯, 모든 일도 다 때가 있는 법. 멀어진 일상도 때가 되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자연도, 풍경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화려한 봄날에는 꽃을, 한여름에는 진초록 숲을 만날 수 있다. 폭포를 만나겠다면 장마의 뒤끝으로 접어드는 지금이 가장 좋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 북부의 연천과 포천, 그 윗동네인 철원에는 시원하면서도 장쾌한 폭포가 여럿 있다.경기도 연천의 재인폭포◇제주 천지연 폭포와 비견 ‘재인 폭포’오른쪽으로는 한탄강과 왼쪽으로는 임진강이 흐르는 경기도 연천.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자연과 역사 유적이고, 눈길 닿는 곳 어디서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약 27만년 전 분출된 용암이 한탄강과 임진강으로 흘러넘쳐 물길은 용암길이 되었고, 그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지형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수많은 절경 중 재인폭포는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특히 유명하다. 제주도의 천지연폭포와 비견될 정도다.재인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 주차장에서 폭포까지 이어진 협곡 위로 덱을 깔아 놓았다. 이 덱을 따라 들어가면 먼저 출렁다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다리 위에 올라서자 거대한 협곡과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도 연천의 재인폭포현무암을 뚫고 자란 나무들은 하늘을 가릴 만큼 웅장하다. 그 협곡 끝에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태의 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높이만 무려 18m의 폭포수가 너비 30m, 길이 100m의 소 위로 떨어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다이아몬드 기둥처럼 떨어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와 에메랄드빛 소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가 거대한 동굴처럼 파인 현무암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 곧은 기둥이 되어 쏟아지는 물소리 또한 그 모습만큼이나 경쾌하면서도 시원스럽다. 재인폭포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협곡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협곡 아래서 폭포를 올려다보는 것이야말로 재인폭포를 제대로 보는 법이다. 지금은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혔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낙석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경기도 포천의 비둘기낭폭포◇숲 속 은밀하게 숨은 ‘비둘기낭 폭포’연천 옆 동네인 포천에는 은밀한 폭포가 있다. 정확한 위치는 영북면 대회산리다. 이 마을 협곡에는 비둘기낭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신비로운 폭포가 숨어 있다.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두가지 사연에서 비롯됐다. 예부터 비둘기들이 폭포 협곡의 하식 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비둘기낭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설도 있다. 지금은 이곳에서 비둘기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대신 곳곳에 비둘기 조형물을 배치해 두었다.은밀하게 숨어 있는 폭포지만, 그렇다고 산자락 깊은 계곡 사이에 자리하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숲 속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 협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현무암 침식으로 만들어진 이 폭포는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보여준다. 경기도 포천의 비둘기낭폭포특히 비가 내리면 폭포는 굵직한 아우성을 만들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폭포는 현무암 절벽과 동굴에 휩싸여 밖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서면 거대한 목욕탕처럼 보이는 소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폭포 주변으로 하식 동굴과 절리 등 수직 절벽이 채워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한국전쟁 당시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대피 시설로 이용했을 정도로 은밀하다. 이후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이 정착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을 촬영한 포인트인 점도 한몫했다. ‘추노’ ‘선덕여왕’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는데, 폭포 초입에 관련 포스터를 전시해놓았다.강원도 철원의 삼부연폭포◇조선 천재화가도 반한 ‘삼부연 폭포’포천의 위쪽 동네인 철원(강원도)에는 삼부연 폭포가 있다. 비둘기낭 폭포처럼 삼부연 폭포도 정말 편하게 만나는 폭포다. 찾는 길도 수월하다.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의 군청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읍내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바로 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보통 산 중턱에 있는 폭포와 달리 길가에 있어 산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편하다고 해서 폭포의 감동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20여m의 암벽을 타고 거대한 물줄기가 수직낙하하는 모습이다. 마치 수묵화를 제몸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거대한 폭포를 가까이 가서 볼 수는 없지만, 그 장쾌함은 멀리서도 그대로 전해져온다.경기도 철원의 삼부연폭포삼부연은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이 층암으로 된 바위벽을 세번 걸쳐 내려와 물이 모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는 도를 닦던 네 마리의 이무기가 있었는데 세 마리가 폭포의 기암을 각각 하나씩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고 한다. 그때 생긴 세 곳의 구멍에 물이 고인 것이 삼부연이라는 것이다. 상단의 못을 ‘노귀탕’, 중간 못을 ‘솥탕’, 하단의 가장 큰 못을 ‘가마탕’이라 부른다. 이 모습에 반한 조선의 천재 화가 겸재 정선도 금강산을 그리러 가다 이곳에서 삼부연 폭포를 화폭에 담았다고 전해진다.매월대폭포◇자연 그대로의 모습 간직한 ‘매월대 폭포’철원 근남면 잠곡리 복계산(1057m). 과거 휴전선과 가까운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통제했던 산이다. 이 산 중턱에 아직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매월대 폭포가 있다. 훼손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폭포다. 폭포가 쏟아지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점도 매월대 폭포의 장점이다. 폭포의 높이나 물줄기는 근처의 삼부연처럼 웅장하지도, 그리 넉넉하지도 않다. 하지만 주위를 감싼 청량한 기운에 몸은 싱그러운 초록에 흠뻑 물들어 버린다.찾는 길도 그리 어렵지 않다. 복계산 등산로 입구에서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도 10여분이면 닿는다. 이 폭포의 원래 이름은 ‘선암’(仙巖) 폭포. 폭포에서 약 200m 더 오르면 산을 뚝 잘라놓은 듯한 40m의 층암절벽이 있는데, 이 바위를 ‘선암바위’라고 불렀다. 이후 ‘생육신’ 중 한 사람이었던 매월당 김시습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선암바위 대신 ‘매월대’라는 이름을 얻었고, 폭포도 매월대 폭포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시습은 조선 전기 문학의 백미로 평가되는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의 작가이자,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21세가 되던 세조 1년(1455년).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소식을 들은 김시습은 대성통곡하며 보던 책을 모두 불태우고 산으로 숨어들었다. 이후 그는 조씨 성을 가진 육형제와 두 조카를 데리고 복계산 매월대에 은거했다고 전해진다.매월대폭포
2021.07.16 I 강경록 기자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여행]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이 있다.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 이 마을에는 한 일가가 무려 400여 년간 길러온 숲이 있다. 이 숲이 자리한 곳은 철마면 연구리와 이곡리, 일광면 용천리와 경계를 이루는 아홉산. 이 자락 아래에는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그리고 지키고 있는 ‘숲’이 있다. 금강송이며, 참나무며, 편백이며, 맹종죽이 뒤덮고 있는 숲이다. 분수도, 인공적인 꽃길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 규모도 자그마치 52만㎡(15만 7000여평). 나무를 스치는 바람, 점점 짙어지는 나무향과 풀향, 새들의 소리와 댓잎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가득한 곳이다. 긴 세월 지키고 가꿔 온 문씨 일가의 고된 노동의 흔적도 있다. 이 모든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숲으로 비를 맞으며 들어간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특히 비오는 초여름 대숲을 거닐때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임진왜란 피해 들어와 일제강점기에도 지켜온 숲아니나 다를까. 주말이 가까워 오자, 어김없이 비가 또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두가지. 비를 피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실내로 들어가거나, 또는 비 내리는 풍경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이다. 부산 기장의 아홉산을 찾은 이유는 후자다. 비 오는 날의 숲은 짙어진다. 숲의 색도, 향기도, 그리고 빗속을 걸어가는 연인의 마음도…. 그래서 비 오는 대숲에서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댓잎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와 조심스레 소리를 내어서다. 때로는 교향악단의 웅장한 행진곡처럼, 아니면 경쾌한 왈츠마냥, 어느 재즈바의 몽환적인 선율처럼… 그렇게 습기 머금은 대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조금씩 풍경의 일부가 되어 간다.여행길은 혼자여도 좋지만, 때로는 동행자가 있는 것도 좋은 법. 오랜 지인이자, 부산관광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부산 지리와 역사에 밝은 최부림 씨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는 퇴직 후 ‘재미난투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그에게 이 숲이 가진 이야기를 청했다. 이 숲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에서 살던 남평 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와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에 대숲을 일구고 금강송·편백·참나무 등을 심었다. 그렇게 4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큰 위기도 여러차례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들이 아홉산 숲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쳤다. 일제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나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남평 문씨의 일가 어른들은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켰다. 일제는 놋그릇을 뺏었고, 남평 문씨 어른들은 조상들 제사를 어떻게 모시냐며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 이에 일본 순사들은 놋그릇만 가지고 슬며시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고 했다.최근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장군이 아홉산을 홍보하면서 여행객들이 몰려서다. 이후 반세기의 고요를 간직했던 아홉산 숲은 고기 굽는 냄새와 행락객들의 음주·가무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트럭을 몰고 와 대나무를 베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야생난은 자취를 감췄고, 희귀식물은 뿌리째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에 철조망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2년여에 걸쳐 숲 둘레에 2.5km 길이의 철조망을 세웠다. 이후 숲은 조금씩 살아났다. 문씨 일가는 2003년 3월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학술적 목적으로만 민간의 입장을 허락했다. 같은 해 9월 아홉산 숲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아홉산 숲사랑 시민모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최근 이 숲에서는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드라마 ‘더 킹 영원한 군주’를 촬영하기도 했다.◇맹종죽·금강송·편백…숲의 향연에 빠져들다이제 아홉산 숲을 본격적으로 걸어볼 차례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숲의 향연이 시작된다. 조금 걷자 가장 먼저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선 금강소나무는 두 팔 벌려 안아도 부족하다. 남평 문씨 가족 묘역을 지나면 금강소나무가 또 한 번 장관을 이루며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영남 일원에 수령 400년에 이르는 금강소나무가 드물 뿐더러,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한 흔적 하나 없이 잘 가꿔 116그루나 보호수로 지정됐다.금강소나무 군락지 앞으로는 맹종죽 숲이다. 굿터와 평지대밭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촬영했다. 드라마에서 평행 세계로 넘나들던 차원의 문(당간지주)이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한 넓은 터에 있다. 포토존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대호’, ‘협녀, 칼의 기억’ 등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굿터를 지나면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마주 보는 ‘바람의길’을 지난다. 아홉산숲에서 가장 시원한 길이다. 이 길을 지나면 ‘대호’를 촬영한 서낭당.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과 삼나무 숲을 거쳐 평지대밭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참나무 숲을 지나자마자 평지대밭이다.‘평지대밭’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인 이 맹종죽 숲은 1960~70년대 부산 동래지역 식당에서 잔반을 얻고 분뇨차를 불러 거름을 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오솔길만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더 킹’에서 주인공 이곤(이민호 분)이 말을 타고 달리던 곳이 바로 ‘평지대밭’이다. 좁은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큰 맹종죽이 3만 3000㎡(약 1만 평)가 넘는 공간에 빼곡하다. 맹종죽 단일 종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숲이라고 한다. 이 길을 걸으면 평행 세계로 들어가는 듯 신비롭다. 대숲을 가득 채우는 빗소리도 너무 좋고, 비좁은 대숲을 딱 붙어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도 애틋하다.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 소리와 댓잎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결혼 행진곡마냥 경건하다. 평지대밭을 지나면 굿터 맹종죽 숲 입구에서 지름길을 따라 내려갈 수 있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는 마음으로 아홉산숲을 조성한 남평 문씨 일가의 종택(관미헌), 거북 등딱지처럼 생긴 희귀 대나무(구갑죽), 여름이면 분홍빛 꽃을 피우는 100년 된 배롱나무 등도 만나볼 수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여행메모△부산의 특급호텔들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운대나 서면, 기장 쪽에 대부분 몰려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은 금정구에 자리한 농심호텔이다. 역사만 무려 50년이 넘었을 정도. 한강 이남 최초의 호텔이라고도 부른다. 농심호텔로 이름을 바꿔 단 것은 지난 2002년 8월. 이전까지는 1970~80년대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던 ‘동래관광호텔’이었다. 지금은 디럭스, 럭셔리, 스위트 룸 등 240실을 보유한 특급호텔로 변신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세 곳. 하나는 동래온천을 즐길 수 있는 ‘허심청’과 독일 전통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허심청브로이’, 제철 식재료로 한식 정찬을 맛볼 수 있는 ‘내당’ 등이다. 특히 호텔 투숙객(2인)에게는 허심청 온천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2021.06.11 I 강경록 기자
100m 병풍 펼친듯..한폭의 동양화 따로 없네
  • [인싸핫플]100m 병풍 펼친듯..한폭의 동양화 따로 없네
  • 금강 건너편 카페에서 바라본 부소담악[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우리 조상들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흔히 금강산에 비유했다. 충북 옥천의 부소담악(赴召潭岳)도 그중 하나다. 병풍을 펼쳐 놓은 듯 이어지는 바위절벽과 호수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 모습에 반한 우암 송시열은 ‘작은 금강’이라고 예찬했을 정도다.부소담악으로 가는 길. 옥천읍에서 4번 국도에 올라 대전 방면으로 향하다 환경사업소에서 우회전해 이지당을 거쳐 15번 군도를 따라가면 부소담악에 닿는다. 고리산(환산·581m) 둘레를 도는 이 길은 대청호 상류의 물길을 바라보며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 부소담악은 대청호 상류 쪽 추소리 부소무니 마을 앞에 자리하고 있다. 부소무니는 고리산 자락 아래 물에 뜬 연꽃(연화부수·蓮花浮水)의 명당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부소담악은 부소무니 마을 앞 물가에 떠 있는 산이라 해서 부르는 이름이다.부소담악의 지금의 모습은 대청댐 준공으로 물에 잠기면서다. 이후 칼날 같은 능선만 수면 위에 길게 드러났다. 물에 잠긴 부분의 흙은 씻겨나갔고, 물가에 비친 절벽은 정교한 아름다움을 빚어냈다. 700m에 이르는 이 절벽의 이름은 병풍바위. 봄이면 연둣빛 신록으로, 가을에는 붉은 단풍으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옥천 최고의 비경으로 사랑받았다.금강 건너편 카페에서 바라본 부소담악 병풍바위고요한 물길을 따라 잘 다듬어진 덱길을 10여 분 따라 걷다보면 장승공원이다. 이곳을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면 조그만 정자 ‘추소정’이 나타난다. 추소리 마을 이름을 딴 정자다. 대청댐으로 수몰되기 전 이곳에는 추동마을·부소마을·절골 등 세 마을이 있었다. 이후 절골을 제외한 두개 마을 터가 물속에 잠겼다. 추소리는 추동마을의 ‘추’와 ‘부소마을의 ’소‘자를 가져와 붙인 이름이다. 수몰로 인해 마을주민들은 생활 터전과 비옥한 농토를 잃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운 기암괴석을 얻은 셈이다.추소정에 오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부소담악이 모습을 드러낸다. 앞쪽으로 야트막한 능선이 악어처럼 웅크린 모습이다. 능선이 강물과 만나는 절벽이 부소담악. 물이 차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강물과 능선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날카롭게 솟은 칼바위와 그 사이를 뚫고 나온 할배소나무 등 수천년의 세월의 버텨온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숙연해진다. 사실 이 모습 제대로 보려면 배를 타고 강 위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추소정 건너편 호숫가에 있는 미르정원에서는 입장객들을 배에 태워 부소담악 일대를 둘러보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소담악 건너편에 자리한 카페에서도 부소담악을 조망할 수 있다. 충북 옥천 부소담악 산책길
2021.06.04 I 강경록 기자
부채에 그린 그림 ‘선면화’ 기념우표 발행
  • 부채에 그린 그림 ‘선면화’ 기념우표 발행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선면화 기명절지도선면화 정양사도선면화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박종석)는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선면화를 주제로 기념우표 84만 장을 5월 17일 발행한다.선면화는 조선시대 화가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예품 중 하나인 부채에 그린 그림으로 정양사도, 송하관폭도, 서원아집도, 송계한담도, 매화도, 기명절지도를 기념우표에 담았다. <기명절지도>는 근대 서화가 이도영이 쏘가리와 주전자를, 고희동이 옥수수와 수박을 그리고 스승 안중식이 글을 더한 작품이다. 그림 속 과일과 채소는 복을 뜻하며, 여러 명의 서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채에 아름다움과 복을 나타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정양사도>는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정선이 금강산 정양사에서 바라본 일만 이천 봉의 금강산 실경을 산수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뾰족뾰족한 암산과 부드러운 토산이 정양사 지붕 넘어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이다. <송하관폭도>는 소나무 아래에 앉아 폭포를 바라보는 선비를 그린 이인상의작품으로 바위 중앙에 뿌리를 내리고 폭포수를 향해 구부러진 노송의 생명력이 폭포의 장쾌한 물소리와 어우러지는 듯하다. <서원아집도>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풍속화가 김홍도의 작품으로 중국 북송의 문인들이 황제의 부마인 왕선의 정원에 모인 모습을 그렸다. 소동파와 이공린과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분명한 동작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이인문의 <송계한담도>는 시냇가에 선비 세 명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소나무 바람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을 그려 맑고 청아한 인상을 준다. 그림에 담긴 여름날의 풍류가 부채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진다.<매화도>는 고운 꽃 그림으로 이름난 신명연의 작품이다. 반원형의 선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백매화와 홍매화 줄기를 먹과 엷은 색으로 그린 작품으로,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멋을 지향했던 신명연의 화풍을 잘 나타낸다.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은“이번 우표 발행을 통해 멋과 풍류를 즐겼던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을 느껴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1.05.17 I 김현아 기자
봉화 청옥산 생태경영숲, 5월의 추천 국유림 명품숲 선정
  • 봉화 청옥산 생태경영숲, 5월의 추천 국유림 명품숲 선정
  • 경북 봉화의 청옥산 자작나무 숲길.사진=산림청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림청은 5월의 추천 국유림 명품숲으로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일대의 청옥산 생태경영 숲을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해발 1277m의 청옥산은 백두대간에서 가지 쳐 나간 산자락이 봉화군에서 불끈 치솟아 산세가 험하고 오지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산나물 ‘청옥’이 많이 자라 산 이름으로 따왔다고도 하고, 산 아래 옥(玉) 광산에서 푸른 옥이 많이 나 청옥산으로 불린다는 설 등이 있다. 태백산을 중심으로 일대에 1000m가 넘는 산이 9개나 될 정도로 산세가 힘차며, 어떠한 산에도 뒤지지 않은 빼어난 풍경을 갖추고 있다. 산림청은 이곳을 금강소나무 육성을 위해 생태경영림으로 선정·관리 중이며, 숲길은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다. 소나무의 형질이 우수하며 참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산림 수종이 생육해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 중이다.2014년 민간에서 주최한 아름다운 숲길 상을 받았으며, 정상까지 계곡을 따라 3.5㎞의 거리를 편안히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청옥산 계곡 인근에는 소나무 우량 숲으로 여느 곳에 뒤지지 않고 야영하기 좋은 최고의 휴양림인 국립청옥산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해발 800m에 자리 잡고 있는 휴양림 주변에는 수령이 100년도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잣나무, 낙엽송 등이 울창하다. 봄철 계곡 부위에 자생하는 함박꽃나무의 꽃이 장관을 이루며, 여름철엔 피톤치드가 가득한 울창한 숲에서 산림욕하기에 알맞은 장소이다. 특히 휴양림 내에는 캠핑 애호가들이 전국 최고로 꼽는 오토캠핑장이 조성, 사계절 야영에 불편이 없도록 온수와 전기도 제공된다. 주요원 산림청 국유림경영과장은 “봄철 녹음 짙은 숲에서의 편안한 활동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며 “인근의 백천계곡 등 지역 명소도 찾아가보고 한적한 숲에서 거리 두기 휴식을 권한다”고 말했다.
2021.05.04 I 박진환 기자
 지중해 정원서 열대 정글로, 여기는 동화 속 '원더랜드'
  • [여행] 지중해 정원서 열대 정글로, 여기는 동화 속 '원더랜드'
  • 국립세종식물원의 사계절온실 외관.[세종=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상. 우리네 일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코로나19의 산물이다. 너무나 당연했던 ’숨쉰다’는 행위도 더 이상 편하지 않은 세상. 답답한 공기를 해소하는 ‘숨’이 되고, 때로는 ‘쉼’이 되는 안식처가 그리워지는 시기다. 지난해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목원 곳곳에 들어선 2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삭막했던 마음도 자연스레 치유된다. 서로의 향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 상큼한 나무 향과 눈부신 햇살을 즐기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강소형관광지로 선정한 국립세종식물원의 사계절온실 외관◇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세종시 도심 한가운데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 산림청에 등록된 수목원(68개) 중 ‘국립’이란 두 글자가 붙은 세개의 수목원 중 하나다. 나머지는 국립수목원(경기 포천),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 3대 국립수목원 중 국립세종수목원은 가장 막내인 셈이다. 깊은 산속에 틀어박힌 국립수목원이나,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달리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형 수목원’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규모도 다른 국립수목원보다 작은 편이다. 축구장 90개 규모(65ha)로, 총 20개의 다양한 주제 전시원이 들어섰다. 규모는 작지만, 온실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국립세종수목원의 ‘사계절전시온실’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와 기후대가 다른 지중해식물과 열대식물 전시와 교육을 통해 식물종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곳이다. 특별히 식물을 중심으로 한 주제별 기획전시회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만나 문화를 형성하고 교류하는 공간이다.국립세종식물원 사계절온실의 열대우림온실. 마치 열대 우림에 들어선 듯 덥고 습하지만, 다양한 열대 식물들을 만나다보면 정글 탐험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전시온실, 열대전시온실, 특별기획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다. 지중해전시온실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재현했다. 이곳에서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960본을 만날 수 있다. 일단 온실로 들어서면 지중해 기후답게 서늘하고, 건조하다. 입구부터 푸릇푸릇한 나무와 형형색색 꽃들이 탐방객을 반긴다. 부겐빌레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어, 스페인의 예쁜 정원에 들어선 듯한 기분. 중생대 쥐라기 시대부터 오랜 기간 살아온 올레미 소나무와 그 옆으로 물병나무가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열대전시온실로 들어서면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온실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열대 우림에 들어선 듯 덥고 습하다. 5.5m 높이의 관람자 덱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온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식물은 수령 300년가량 된 거대한 ‘흑판수’. 주로 칠판이나 연필, 악기재료 많이 쓰이는 나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 옆으로 바나나와 파파야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화려하거나 크지 않아도 눈길을 끄는 식물도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는 ‘식충식물’.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로, 그중 ‘사라세니아’는 기다란 관처럼 생긴 잎에 벌레가 떨어지면 소화 효소로 분해한다.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황금 연꽃 바나나’는 몇 달씩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열매를 맺는다. ‘하와이 무궁화’ 종한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빨간 ‘산호 히비스커스’ 꽃이 피었다.국립세종식물원 사계절온실 중 특별전시실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식물과 꽃으로 함께 해석해 구현했다◇누구나 동화속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는 곳특별전시구간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구간이다. 현재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연출한 기획 전시, 꽃과 자연의 변화를 신비로운 움직임으로 형사화 ‘미디어 아트전’, 그리고 조지 오웰 작가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한 허윤희 작가의 ‘숨쉬러 나가다’ 초대전을 만날 수 있다.특별 전시의 메인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기획전시. 식물과 꽃으로 동화를 재해석해 구현해 놓았다. 자칫 화려하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로 수많은 꽃 속에 앨리스의 장식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작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들어온 듯, 동화 속 세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누구나 화사한 정원 속에서 ‘앨리스’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화려한 색감의 꽃밭 속에 체스판을 가로막은 동화 속 트럼프 병장이나, 앨리스가 탔던 찻잔 등은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국립세종식물원 사계절온실 중 특별전시구간은 탐방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다. 사진은 한국 정원의 사계절 모습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도록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모습.전시 중앙에는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있다. ‘원더랜드’로 들어가는 앨리스처럼, 문을 활짝 열면 평범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 펼쳐진다. 한국 정원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모습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도록 미디어아트로 구현했다. 계절의 변화마다 아름다운 꽃과 나뭇잎들이 흩날리고, 어둠이 찾아오면 360도 파노라마에 별빛으로 물든다. 홀 중앙부에 위치한 모래 쌓인 간이 정원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도 흥미를 돋운다.야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사계절전시온실에서 나와 ‘청류지원’을 건너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중 정원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창덕궁 후원을 재현한 ‘한국전통정원’이다. ‘솔찬루’라고 적혀 있는 현판과 웅장한 기와지붕이 눈길을 끌지만, 전통적인 배색 기업을 살려서 지어 과하지 않은 절제미가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예술작품으로 평가받은 분재를 전시한 분재원과 희귀 특산식물 전시 온실도 볼거리. 또 수목원에는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도 있다. 족보를 따지자면 4대손이다. 다른 후계목들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것들.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류지원은 수생식물의 천이와 습지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곳. 물은 금강에서 와서 금강으로 흐른다. 이 물가로 흰뺨검둥오리 같은 새들이 날아든다.창덕궁 후원을 재현한 한국전통정원◇여행메모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국립세종수목원의 관람 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동시 관람 입장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국립세종수목원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동시간대 입장객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국립세종식물원의 야생화원
2021.04.23 I 강경록 기자
"탄소중립 실천법 SNS에 올리고, 친환경 내나무 키트 받자"
  • "탄소중립 실천법 SNS에 올리고, 친환경 내나무 키트 받자"
  •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림청은 제76회 식목일을 앞두고, 올해 내나무 갖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주 특별한 나무 배달부’ 시즌2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이번 이벤트는 코로나19 시대 생활 속 탄소중립을 실천 할 수 있도록 모두 1000명에게 친환경 내나무 키트(Kit)를 집으로 배송, 소나무 씨앗을 심고 가꾸는 등 식목일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친환경 내나무 키트에는 친환경파우치, 금강소나무씨앗, 코코넛화분, 배양토 등이 담겨있다.이벤트는 1일 오후 1시부터15일간 산림청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행된다.채널별로 영상을 시청한 후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실천법’을 한 줄 댓글로 작성하고, 산림청 탄소중립식목일 친환경내나무키트 등 해시태그를 달면 이벤트 참여가 완료된다.당첨자는 오는 19일 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서 발표한다.또 오는 20일부터는 나무심기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증샷 이벤트인 ‘신나는 목(木)요일’이 후속으로 추진된다.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인증한 어떠한 사진·영상도 참여 가능하며, 인증샷은 추후 유튜브용 영상으로 만들어져 제76회 탄소중립 온라인 식목일을 마무리할 예정이다.최병암 산림청장은 “나무는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의 삶에 작은 위안을 건네고, 때로는 영감을 주어 삶에 동기를 불어넣기도 한다”며 “코로나19로 사람과의 교감이 드물어진 요즘 작은 나무 한그루와의 호흡으로 마음을 위로받고 더불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1.04.01 I 박진환 기자
 왕건과 궁예의 생사결단…바위, 전설을 품다
  • [여행] 왕건과 궁예의 생사결단…바위, 전설을 품다
  • 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춘천시내와 소양강. 소양강 한 복판에 떠 있는 섬이 붕어섬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기도 남양주부터 강원도 춘천까지 이어지는 46번 국도. 경춘가도라고도 불리는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다. 강촌 ·남이섬·의암호·소양강 등도 함께 즐길 수 있어 금상첨화다. 이 길의 끝이자 시작점인 경강교를 지나면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삼악산(三岳山·645m)이 지척이다. 삼악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물이 소양강과 의암호를 지나 의암댐 수문을 막 벗어날 즈음 서쪽으로 우뚝 솟아오른 산이다. 흙산의 몸뚱이에 세 개의 큰 돌산을 이고 있는 특이한 형상이다. 용화봉(645m)·청운봉(546m)·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있어 ‘삼악산’이라는 이름을 낳았다. 웅장하진 않으나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고, 간간이 바위 능선 길이 이어지는 데다 크고 작은 폭포가 숨어 있어 매력적이다. 등산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삼악산 등선폭포 매표소 입구쪽 금강굴◇신선이 살았을 것 같은 좁은 협곡을 지나다삼악산 산행 코스는 세 군데다. 강촌교 북단, 등선폭포 매표소. 상원사 입구 매표소 등이다. 삼악산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등선폭포 쪽에서 상원사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상원사를 들머리 삼아 등선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다. 코스 난이도로 본다면 등선폭포에서 상원사로 넘어가는 게 가장 편하다. 이 코스는 계곡과 폭포를 지나기도 하고, 잘 자란 노송과 바위를 배경 삼아 의암호도 조망할 수 있다. 보통 3~4시간 정도 걸린다. 상원사에서 등선폭포로 넘어가는 코스는 중급 정도의 난이도다. 상원사에서 정상까지는 산길과 암릉이 제법 가파르다. 지금 같은 겨울철에는 등선폭포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다시 등선폭포 쪽으로 넘어오는 게 좋다. 매서운 한파가 연일 몰아치거나, 눈이 오면 바위와 땅이 얼어 낙상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아이젠과 스틱도 꼭 챙겨가야 한다. 삼악산의 명물인 등선폭포가 연초부터 이어진 강추위에 꽁꽁 얼었다.들머리는 등선폭포 매표소. 을씨년스러운 골목을 지나면 등선폭포 입구. 좁은 통로처럼 생긴 입구를 지나면 압도적인 풍광에 정신이 번쩍 든다. 가파르고 날선 거대한 석벽이 양옆으로 도열한 듯 서 있다. 마치 거대한 동굴 속에 들어온 기분. 그래서인지 이곳의 이름도 금강굴이다. 석벽을 울림판 삼아 겨울 바람소리가 마치 피리소리처럼 들린다. 이 거대한 석벽은 일명 ‘차돌’이라고 하는 규암으로 만들어져 있다. 25억년 전부터 5억 7000만년 전까지의 모래암석들이 높은 압력과 온도를 받아 굳어진 퇴적암이다. 이 규암층에서 지각운동이 일어나면서 절리들이 갈라져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모습이다. 금강굴을 지나면 등선폭포가 있다. 과거 빙하지역이었다는 이곳은 다시 빙하시대로 돌아간 듯 모든 것이 얼었다. 시베리아 한파에 물줄기는 물론 물소리마저 얼어버린 듯 너무나 고요하다. 승학폭포, 백련폭포, 옥녀담, 주렴폭포 등 이름마저 아름다운 폭포들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며 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폭포를 즐기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0분이다.삼악산은 계곡수가 규암을 깍아 만들어 놓은 지형이다.폭포를 지나면 계곡을 따라 좁은 산길이 이어진다. 계곡길이 끝나는 지점에 운파산막이라는 간이매점이 있다. 매표소에서 1.8km 정도 떨어진 곳. 백두대간을 뛰어서 돌파했다는 시대의 기인이자 노인봉 산장지기 털보 성량수 씨가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산막이다. 운파산막 앞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가면 흥국사가 지척이다. 흥국사는 894년 궁예가 창건한 사찰이다. 이곳은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운 곳으로, 궁예는 이곳 터가 함지박처럼 넓어 궁궐을 지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흥국사를 지어 나라의 재건을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절은 최근에 다시 지은 것이다. 이곳에서 그나마 볼만한 것은 낡은 삼층석탑이다. 전체 높이 134cm 정도로, 이 부근에 산재해 있던 탑의 부재들을 모아 다시 세웠다.궁예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진 흥국사◇설악산과 오대산 합쳐 놓은 듯한 설경에 반하다삼악산 7부 능선에 있는 333계단흥국사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 600m 정도 오르면 희미한 흔적이 남아있는 삼악산성을 볼 수 있다. 삼악산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해 마주 보고 있는 두 정상의 능선을 따라 쌓은 성. 주변에 널려 있는 자연석으로 축성한 초기 산성의 모습이다. 험준한 산세를 이용한 천혜의 요새다. 천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성은 많이 훼손된 상태. 현재는 군데군데 그 흔적만이 남아 있는 정도다. 삼국시대 이전인 맥국(貊國)의 성터였다는 전설이 있다. 맥국의 수도는 춘천이었는데 이 산성이 그 수도를 지키기 위해 지어졌다는 것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한 후 이곳에 성을 쌓아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당시 산성 중심에 궁궐이 있던 곳은 지금도 대궐터라고 부른다. 또기와를 구웠던 곳는 ‘왜(와)데기’, 말들을 매어 두었던 곳은 ‘말골’, 전투를 벌였던 곳은 ‘칼봉’, 군사들이 옷을 널었던 곳은 ‘옷바위’라고 부른다. 하지만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기에는 천년의 세월은 너무나 긴 시간. 지금 삼악산성은 과거의 웅장함이나 위압감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흥국사를 나오면 길은 급격히 가팔라진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km. 계단을 따라 두어번 가쁜 숨을 고르며 오르면, 작은초원이라는 팻말이 반긴다. 이름처럼 작은 평지다. 계단을 오르느라 힘들었을 산행객을 위해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나무의자가 있다. 잠깐 숨을 돌리고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다시 계단길이다. 계단 초입 안내판에 333개의 계단이라고 쓰여있다. 눈이 온 뒤라 어디가 계단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 천천히 계단 수를 세어가며 올라본다. 눈이 온 뒤라 어디가 계단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 계단 수를 세어가며 오르면, 큰 초원이 나타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불과 300m. 거친 바윗길 위로 눈까지 쌓여 더욱 험준하게 느껴지는 길이다. 울퉁불퉁한 암릉을 오르면 삼악산 정상이다. 두발과 양손을 이용해 온몸으로 올라서야 할 정도로 힙겹지만 정상에 오르면 마치 선계에 온듯 새하얀 풍경이 발 아래 놓여 있다. 의암호와 북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 서면 마치 다도해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산능선◇여행메모△가는길=강촌으로 가는 길은 경춘선 ITX 청춘열차나 전철을 이용하면 편하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춘고속도로 강촌IC를 빠져나오거나, 46번 국도를 따라가다 경강교를 지나면 삼악산이다.△먹거리= 강촌이나 춘천으로 여행을 간다면 닭갈비와 막국수는 필수 먹거리다. 대표적으로 후평동 1.5닭갈비, 온의동 유림닭갈비, 신북읍 유포리막국수와 시골막국수, 샘밭막국수, 단우물막국수 등이다. 따뜻한 국물이 그립다면 강촌의 발래골식당을 추천한다. 쏘가리매운탕 등 민물매운탕으로 유명하다. 다슬기 해장국은 별미다.
2021.01.15 I 강경록 기자
평창 언택트 여행지 best 3
  • 평창 언택트 여행지 best 3
  • [이데일리 트립 in 장세희 기자] 가을이 깊어지면 푸르고 울창한 숲이 울긋불긋 곱게 물이 든다. 단풍이 드리워진 숲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풍광, 지저귀는 새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속에서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올가을 숲이 건네는 위로와 평온을 만끽하러 평창으로 언택트 여행을 떠나보자.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 월정사오대산 동쪽 계곡의 울창한 숲속에 천년 고찰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림으로 둘러싸인 월정사에 가을이 찾아오니 곳곳에 물든 단풍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월정사에 가면 꼭 걸어야 하는 길이 있는데 천년 고찰 월정사와 말사인 상원사를 잇는 천년의 숲길 ‘선재길’이다. 선재길은 총 9km 길이의 숲길로 평탄한 흙길과 데크길이 섞여 산책하기 좋은 길이지만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단풍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속에서 느긋하게 보드라운 흙길을 걸으며 피톤치드 향에 취해 삼림욕을 즐기다 보면 그동안에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특히 월정사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약 1km에 달하는 전나무 숲길은 선재길이 품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길인데, 사람들이 반복하여 걸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 받는 길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수령 80년 이상의 전나무 1,800여 그루가 빽빽하게 자리를 지키며 가을 손님을 맞이한다. 40m까지 곧게 뻗은 전나무들의 든든한 품속에서 깊은 호흡을 하니 나무들의 맑고 싱그러운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 삐죽삐죽한 잎에서 상큼한 피톤치드 향이 뿜어져 나오는데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는 기분이 든다. 선재길뿐만 아니라 월정사 경내에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월정사는 자장율사에 의해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창건되었는데 조선시대까지 자리를 지키다 6·25전쟁으로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하지만 팔각구층석탑, 석조보살좌상이 버젓이 살아남아 천년이 넘는 시간을 기억한다. 월정사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경내를 찬찬히 둘러보면 사천왕문과 금강루 사이의 풍성한 단풍이 만든 운치 있는 분위기 속에서 마음이 경건해진다. 월정사에서는 예불, 108염주 만들기, 타종체험, 전나무 숲길 포행 등이 이루어지는 템플스테이도 진행하고 있으니 속세를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월정사에 머물러보기를 추천한다.오대천을 바라보며 마시는 향긋한 커피, 엘림커피오대천 바로 앞에 자리한 엘림커피는 경치가 아름다우면서 핸드드립 커피가 유명한 카페다. 하얀 외벽과 갈색 지붕으로 우아한 자태를 지닌 카페는 한적한 시골 한가운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카페로 안내하는 아기자기한 디딤돌을 밟으며 풀밭을 지나면 어느새 본관 앞에 도착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커피 도구와 소품들이 가득한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카운터 옆에는 커피 관련 자격증 및 수료증이 담긴 액자들이 무수히 걸려 있고, 지역 특산물인 메밀이 들어가 구수한 커피 ‘메미리카노’와 스페셜 원두팩이 즐비한 진열장이 놓여 있다. 엘림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Q-grader, 커피감정사가 유럽 로스팅 기술로 직접 선별하고 로스팅한 고급스러운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에스프레소 콘파냐, 더치, 아포가토, 아인슈페너 등의 커피와 드립커피인 메미리카노, 케냐, 예가체페, 사키소, 아리차, 코스타리카 따라주, 안티구아 등 세계 고급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피 외에 라떼, 차, 스무디, 생과일주스, 프라푸치노처럼 다양한 음료도 준비되어 있으며 크로와상, 앙버터, 마들렌, 치아바타, 커피콩빵 같은 베이커리도 함께 곁들일 수 있다. 본관 옆에 위치한 별관은 빈티지 가구, 피아노, 귀여운 소품들로 꾸며져 있는데, 아늑하고 멋스러운 공간이라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다. 야외에는 그늘막 있는 테이블과 넓은 잔디마당이 조성되어 있다. 테라스에서 강변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다 보면 숲속의 작은 별장에 온 것처럼 온전한 힐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 둘러싸여 휴식을 즐기다, 켄싱턴 호텔 오대산국립공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켄싱턴 호텔은 유럽풍 분위기의 호텔로 객실 발코니에서 탁 트인 단풍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IOC 총회가 개최되기도 했던 평창올림픽 명소라 로비에 들어서면 진귀한 올림픽 기념물들을 만날 수 있는데 박물관 느낌을 자아낸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피겨여왕 김연아의 친필 사인이 담긴 스케이트화도 발견할 수 있다. 1층에는 프로방스 스타일의 카페 겸 레스토랑인 ‘카페 플로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브런치와 디너를 즐길 수 있다. 카페 플로리 입구에는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와인마켓도 자리하고 있다. 켄싱턴 호텔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은데 아이와 함께 호캉스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2층에 위치한 ‘포인포 플레이 라운지’라는 키즈 전용 시설과 야외에 있는 애니멀 팜은 아이들에 꾸준히 인기가 많다. 애니멀 팜에서는 오리, 양, 토끼 등의 동물들에게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어 대관령 목장 못지않게 흥미로운 곳이다.부대시설로는 실내외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데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호텔은 총 306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페리어, 디럭스 마운틴뷰, 디럭스 가든뷰, 이그제큐티브, 포인포 키즈룸 등으로 나뉘고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호텔이 청정지역에 위치하여 밤에는 객실에서 아름다운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다. 야외에는 2만여 평의 프랑스식 정원인 켄싱턴 가든이 아름답게 가꿔져 있는데 곳곳에 조형물과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어 단풍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호수 옆에는 디너를 즐길 수 있는 글램핑 빌리지가 조성되어 있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느긋하게 야경을 감상하다 보면 낭만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2020.11.06 I 장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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