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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빌딩 투자, 수익성보단 환금성·안전성에 무게 둬야”
-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주택시장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여파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인 이른바 ‘꼬마빌딩’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꼬마빌딩은 일반적으로 연멱적 99~330㎡(30~100평)의 5층 미만 건물로 시세가 약 50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꼬마빌딩은 아파트와 달리 정형화한 상품이 아니어서 당장 월 수익률만 보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코다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입지는 물론 매물의 권리분석과 용적률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상가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윤수 빌사님 대표.김윤수 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꼬마빌딩은 최소자금 20억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몰렸다. 주택도 나인원한남 등 하이엔드급 주택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며 “아파트시장에서 빌딩이나 고급주택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꼬마빌딩 투자에는 최소 20억원 이상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 실패 시 충격도 배가된다. 따라서 월세 수익보다는 환금성이나 안전성에 비중을 두고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김 대표는 투자시 주의할 점으로 “임대수익률에만 현혹돼 계약하면 나중에 안 팔리거나 금리인상 등으로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됐을 때 자칫 투자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수익과 시세차익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환금성과 안전성이 좇으려면 무엇보다 상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서울이면 강남, 홍대, 성수동, 한남동 등 수요가 꾸준히 많은 입지의 건물을 사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건물이 노후화가 됐어도 입지가 좋은 곳에 사서 리모델링을 하면 임대 수익률은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상업용 부동산의 입지적 특성으로는 상권의 확장성, 일자리나 주거지 등 배후지, 유동인구, 접근성 등을 살펴야 한다. 또 건축물은 준공연도, 전용면적, 주차대수, 승강기 유무, 시설물하자, 불법건축물 존재 등을 알아봐야 한다. 김 대표는 또 “꼬마빌딩에 투자하기 전 건축물대장이나 토지이용계획서를 떼 용적률은 몇 퍼센트나 되고 얼마나 더 증축이 가능한지도 알아봐야 나중 기존 건축물을 헐고 더 높은 빌딩을 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차인의 면면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건물에 유명 커피숍 등 인기 업종이 임차하면 건물값이 올라가듯 반대의 경우도 살펴야 한다”며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 계약기간이 10년이어서 나중에 꼬마빌딩을 팔 때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퇴폐 유흥업소 등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임차인이 존재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꼬마빌딩 투자는 아파트 매매를 위한 과정처럼 서류상 사전정보를 얻고 현장조사를 통해 빌딩을 실사하고 주변 시세는 어떤지 매물 평판은 어떤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초보 투자자라면 전문가의 조언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상계미도 신고가 9.4억인데..7억에 낙찰 [경매브리핑]
-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3주째 90%대를 나타냈다. 1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2월 21일~25일)서울 아파트 경매는 총 8건이 진행돼 2건이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94.3%로 이달 들어 3주째 90%대를 나타냈다. 총 낙찰가는 15억1417만원, 평균 응찰자수는 2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미도 아파트 전용 88㎡는 2번 유찰된 끝에 7억41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8억8000만원의 80% 수준이다. 응찰자수는 1명으로 나타났다. 미도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20일 9억4000만원(7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신원지벤스타 전용 130㎡가 감정가 7억2500만원에 111.70%의 수준인 8억1007만원에 매각됐다. 응찰자수는 3명으로 집계됐다. 경매 물건보다 조금 더 큰 전용 132㎡의 경우 지난해 12월 10억(5층)에 거래됐다. 법원 경매는 총 2442건이 진행돼 이중 949건이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73.4%로 전주(79.70%)보다 소폭 하락했다. 총 낙찰가는 2633억원을 기록했다. 수도권 주거시설은 341건이 경매에 부쳐져 이중 124건이 낙찰돼 낙찰률은 36.4%, 낙찰가율은 90.9%를 기록했다.법원 경매 동향을 보면 이번주 최다 응찰자 수 물건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소재한 근린시설(토지 262.1㎡, 건물 623㎡·사진)로 63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11억1500만원)의 164.1%인 18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남동측으로 약 6m 도로가 접해 있어 차량 접근이 가능하고, 왕복 4차선 도로인 광남로 진입이 용이해 부산 지하철 2호선 광안역과 BEXCO 방면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지하층과 지상 4층 건물로 대부분 용도는 사무실이다. 광안리해수욕장과 편의시설이 밀집된 상업지역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전반적인 입지가 좋고, 주변에 업무.상업시설도 밀집해 있어 임대수익형 또는 사옥 등으로 활용하기 좋은 조건이다. 낙찰자는 법인으로 조사됐다.이번주 최고 낙찰가 물건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소재 근린시설(토지 5만3670㎡, 건물 1만345㎡)으로 감정가(340억9332만원)의 47.9%인 202억1200만원에 낙찰됐다. 법원조사 내용에 따르면, 2012년 8월부터 목욕시설 등의 운영이 중단됐고, 장기간 공실로 인해 건물내부에 누수 및 파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체 감정평가금액 중 90% 이상이 토지의 평가금액이고, 건물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매각 당시 7명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낙찰자는 법인으로 조사됐다.
- 패스트파이브, 서울 공유오피스 40호점 돌파
-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국내 오피스플랫폼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누적 멤버 2만5188명, 지점수 40개를 돌파했다고 23일 밝혔다.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40호점은 사당점으로 핵심 업무지구가 아닌 지역에서의 12번째 지점”이라며 “사당점은 임대차 계약이 아닌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통해 리스크와 수익을 공유하는 빌딩솔루션 지점”이라고 설명했다.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4월 영등포점을 시작으로 구로, 용산, 한남 등 공유오피스 최초 진출 지역을 늘려왔다. 건물주에게는 리모델링 및 공실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패스트파이브는 고정 비용없이 빠르게 지점을 확보할 수 있는 빌딩솔루션 도입을 통해 빠르게 진출 지역을 확장했다.지점 평균 공실률은 오픈 후 6개월이 지난 지점의 경우 입주율이 9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오픈 지점을 포함한 전체 패스트파이브 평균 공실률은 3.2%로 집계됐다.지난해 멤버수는 2만5188명으로, 2017년 이래 연평균 성장률 55%를 기록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 규모와 사용 형태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년대비 70.4% 늘어난 3만1768평에 달하는 면적을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에는 빌딩솔루션을 바탕으로 서비스 면적을 약 1만평 이상 늘리고, 지점수도 최대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고객의 규모와 이용 기간이 늘어난 만큼 고객 스펙트럼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스타트업부터 자동차, 통신, 보험, 방산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에서도 거점오피스 등 다양한 형태로 패스트파이브를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유오피스에 입점하기 어려운 대형 기업의 경우 매물선정, 인테리어, 운영 및 관리까지 올인원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파이브스팟과 모버스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프리랜서부터 대기업까지 일하는 공간을 찾는 거의 모든 수요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도 플랫폼을 활용해 비임대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韓 나랏돈 풀기 멈춰야" 라구람 라잔 前인도중앙은행 총재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3년 9월부터 2016년 9월까지 3년 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로서 고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졌던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2003년 미국 내 40세 이하 이코노미스트들에게 2년 마다 시상하는 `피셔블랙상(Fischer Black Prize)`을 받은데 이어 2016년엔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도 선정된 유력 경제학자다. 라구람 라잔그런 그가 한국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해 충분히 살펴본 건 아니지만, IMF에 있으면서 한국 경제를 세밀하게 연구했다”고 전제한 그는 재정부양을 이어가면서도 대선과 맞물려 포퓰리즘에 가까운 과도한 돈 풀기 공약까지 난무하는 한편 한국은행은 작년 8월 이후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 대해 그는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건 유용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으며, 자동차 엔진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또 라잔 교수는 재정과 통화정책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팬데믹 이후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으니 재정과 통화정책을 좀더 보수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래야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위기로 인해 다시 올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라잔 교수는 22일 이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변화를 우리와 세상에 더 나은 쪽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음은 라잔 교수와의 일문일답. -팬데믹 상황인데 대학원에서 강의는 하고 있나.△그렇다. 꽤 오래 전부터 대면 강의를 하고 있다. 다만 수강하는 학생들 모두 강의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한다. -경제학자로서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뭔가.△팬데믹으로 인해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행동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변화를 우리와 세상에 더 나은 쪽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자면 기후변화 같은 것이다.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재앙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팬데믹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재앙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이 무엇을 해야하는 지, 또한 그런 행동이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 지 탐색하는 일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화두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이제 수요 측면으로 옮겨가고 있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보나. △사실 현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얼마 만큼은 공급 측 요인이고 다른 얼마는 수요 측 요인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긴 어렵다. 일단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첫째는 락다운(경제 봉쇄) 하에서 없었던 수요들이 폭발했다. 팬데믹 하에서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가 봉쇄가 풀리면서 사람들은 외식하러 식당에 가고 헬스장에 가고 하는 식으로 움직이면서 수요를 늘렸다. 특히 각국 정부의 재정부양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로 거대한 수요가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공급 측 요인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에서의 차질이 생겨났다. 한때는 거의 대혼란에 가까운 지경까지 갔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노동시장까지 타이트해졌다.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고 자연히 임금도 올라가게 됐다. 결국 현 인플레이션의 출발은 공급 요인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들 중 어느 한 요인만을 탓할 순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는가. △현재로서는 공급과 수요, 노동시장 요인 등이 악순환처럼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지금보다 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중앙은행들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하에서도 중앙은행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대중들의 비판을 받지 않으려 애쓰는 존재들이다. 결국 중앙은행들의 대응으로 인해 내년엔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제어될 것으로 본다. -공급망 병목도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나.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일부에선 이미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고 있다고 하고 다른 분야에선 좀더 길어질 것이라도 한다. 정확히 알 순 없다. 다만 팬데믹 하에서 한동안 늘어났던 내구재 소비는 조만간 줄어들 것이다. 경제활동이 늘면서 서비스 소비에 더 많은 돈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공급망 문제는 다소 나아질 것이지만, 솔직히 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연준이 긴축에 서두를 것이라는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스럽다. 연준은 어떻게 움직일까. △근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첫 번째 요인이 연준 긴축 우려인 건 맞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잠재적 악재도 한몫하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를 더 끌어 올려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고, 시장에서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더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연준 긴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에게 매우 현실적이고도 어려운 문제다. 연준은 자신들이 이미 예고했던대로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행동할 것이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직후 기준금리를 서둘러 올리고 양적긴축(=보유자산 축소)까지 나설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실화한다면 유가가 더 올라가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수요를 위축시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도 있다. 연준이 너무 급하게 긴축을 쓸 경우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경기도 신중히 살필 것이다. 앞으로의 연준 행보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라구람 라잔-연준이 그동안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연준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던 건 분명하다. 연준이 행동하기 이전에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더 지속되고 얼마나 더 강할 것인지부터 판단했어야 했는데 이를 판단할 데이터가 충분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긴축에 나설 경우 이미 고평가돼 있는 금융시장을 망가 뜨리고 경기를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2년 간의 막대한 통화부양으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높아지다 보니 급작스러운 긴축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건 마치 새로운 정책목표를 하나 더 떠안 것 같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연준이 소극적으로 보였을 수 있지만 달리 행동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재차 확인하자면, 연준이 `뒷북(behind the curve)` 정책을 폈다는 데엔 동의하나.△글쎄. 처음 인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일관했다. 이 때만 해도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려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행동하기 이전에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강해질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 말이다. 이를 두고 `뒷북`이라고 비판들을 하는데, 굳이 그렇게 말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의도된 뒷북`이라고 말하겠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의도적으로 더디게 행동하자는 일종의 프레임워크를 세웠을 것으로 본다. 그걸 뒷북이라고 한다면, 그 뒷북은 의도된 것인 셈이다. -아직도 시장에선 주가가 폭락하면 연준이 다시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파월 풋(Powell Put·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어느 정도까지 주가가 하락해야 연준이 개입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상황에 따라선 파월 풋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주식도, 부동산 가격도 엄청나게 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연준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갑작스럽게 조정 받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 조정이 있더라도 매우 완만하고 부드럽게 이뤄지길 바랄 것이다. 자산가격 급락은 경제주체들의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낮추고 부의 효과를 크게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시장이 붕괴 수준까지 간다면 연준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 긴축이 현실화하면 신흥국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연준이 긴축을 펴면 신흥국들은 어느 정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신흥국으로 흘러간 자금은 일부 미국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무시해선 안된다. 중앙은행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브라질과 한국 등이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고, 적절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신흥국이 포함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이 있다 보니 더 유의해야할 것이다. -최근에 한 컬럼을 통해 `공짜점심의 종말(the end of free lunch)`을 얘기했다. 어떤 의미인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게재한 컬럼에서 `공짜점심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썼다. 여기서 공짜점심은 포퓰리즘적인 성격의 재정지출을 뜻한다. 팬데믹 하에서 막무가내 식으로 많은 나랏돈이 풀렸는데, 이는 굉장히 보편적인 수혜자를 낳았다. 그러나 앞으로 비슷한 위기상황이 온다면 보다 분명한 타깃을 정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팬데믹 위기로 인해 궁핍해지거나 일자리를 잃고 파산한 사람들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공짜점심을 바라게 되면 그 점심값의 청구서는 결국 가당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현명한 경제정책을 펴려면 현 시점에서 희생해야 하는 고통과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는 상충된 요소를 균형 있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개 선출된 정치 리더들은 현재 정책 집행의 결과로 인해 앞으로 치러야 할 예견되는 부작용이 자신이 현직에 있는 동안엔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사회적 합의가 잘 형성되지 않는 신흥국일수록 이런 교훈을 잘 새겨야 하며, 그런 경험을 가진 선진국도 이를 다시 배워야만 한다. -당신 얘기처럼 이제 이제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으니 재정과 통화정책도 정상화해야 할 시점인데.△팬데믹 초기 재정과 통화부양은 매우 적절했다. 특히 산업화된 국가들은 적절한 생산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쏟아 부어야 했다. 또한 다음에 또다시 올 수 있는 재앙이나 비극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했다. 다만 이제는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으니 재정과 통화정책을 좀더 보수적으로 바꾸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니 향후 다시 올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유례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 하나는,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 지나치게 과도한 돈 풀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통제하기 힘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또 하나는, 통화부양정책이 과도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팬데믹에서도 막대한 통화부양이 자산가격을 지나치게 높였고, 이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너무나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아서 무작위로 재정을 풀진 마라. 또한 비전통적인 수단까지 총동원해 통화부양을 하지 마라.`-선진국들이 재정정책을 정상화로 전환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재정부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이미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어떻게 평가하나.△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있을 때 한국 경제를 세심히 들여다 보긴 했다. 다만 최근 한국 상황을 충분히 팔로업하진 않았다는 전제 하에 답하겠다. 일반론적으로 한 쪽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다른 한 쪽에서 액셀레이터를 밟는 정책은 그리 유용하거나 효과적이지 않다. 이는 자동차 엔진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물론 선별적으로 특정 피해계층이나 빈곤계층을 잘 타깃팅한 재정지출의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건 사회안전망의 차원이니 말이다. 그러나 경기 부양 차원의 재정지출 확대라면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연준 긴축 상황에서는 달러화가 더 뛸 것으로 보는가. △달러가격을 누가 알겠는가. 특히 달러화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자산 중 하나다 보니 연준 통화정책 하나만으로 전망할 수 없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전제로 한다면 달러화 강세는 어느 정도 더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시장에서도 달러 매수 포지션이 월등히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도 예의주시하고 있나. 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나 금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나.△지정학자도 아니고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인이 아니어서 자세히 보고 있진 않다. 다만 앞으로 수 개월 간 전 세계 경제와 금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3대 변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연준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이고, 둘째는 중국 경제 침체 우려이고, 세 번째 변수가 바로 우크라이나 사태라고 본다.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는 원유나 곡물 등 원자재 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우려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벤치마킹해 도입하고자 한다. △글쎄. PPP가 성공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시장과 고용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제도 자체는 매우 많은 비용을 치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만약 한국이 이를 벤치마킹하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매우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보다는 대기업이나 은행, 대형 임대업자 등에 주로 지원금이 갔다고 한다. 또 기업으로 들어간 지원금이 뒷문을 통해 부적절하게 빠져나가는 허점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와 그에 따른 운용이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유발되는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얘기가 많다.△그린플레이션은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신산업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전통산업에서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일종의 공급 충격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지만,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지 않고 매우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 같진 않다. 중앙은행이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그린플레이션이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체를 크게 올리진 못할 것이다. -인도 정부는 가상자산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어떻게 평가하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나. △가상자산의 경제적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투자 측면에서는 투자자 기반이 늘고 있어서 이제는 주류 자산군으로 봐야할 듯도 싶다. 또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앞으로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만 지금 수천개가 넘는 가상자산 중 어느 것이 미래에 살아 남을 것이고, 킬러 앱이 될지 예상할 수 없다. 물론 가장 널리 알려지고 투자자가 많은 비트코인이 그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매우 많아졌고 그들은 큰 돈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내 친구가 코인에 투자해서 100배 수익을 냈다고 하니 나도 투자해야지` 하는 식으로 부화뇌동하는 것을 적절히 막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책 당국자들의 고민이다. 결국 가상자산을 배척하기보다는 어떻게 규제 범위 안으로 끌어 들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가상자산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가.△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과거 2007~2008년에도 수천억달러 정도의 모기지담보증권 부실화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 이미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를 넘는다. 이 시장이 어느 순간 무너진다면 금융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수도 있다. 단 금융시스템이 큰 충격을 받을 지는 자신할 수 없다. 가상자산 투자자 기반이 넓어졌다고 해도, 아직은 대형 투자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이 본격 투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개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는다면 경제에도 어느 정도 충격이 될 순 있다.■라구람 라잔 교수는△1963년 인도 출생 △인도델리공과대 전기공학과 △아마다바드 인도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MIT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초빙교수 △MIT 초빙교수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연구이사 △미국 재무학회 회장 △제23대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국제결제은행(BIS) 부의장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수훈교수(현)
- 전방위 물가 폭등 쇼크, 미 증시 강세장 저무나[김정남의 월가브리핑]
-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예상보다 높습니다. 10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노동부가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는데요. 그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5%였습니다. 1982년 2월(7.6%) 이후 40년 만의 최대 폭입니다. 말로만 듣던 1974년과 1980년 당시 오일쇼크발(發) 초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는 걸까요.안타깝게도 팬데믹 변수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을 안기고 있습니다. 월가는 올해 2분기 혹은 3분기부터 물가 폭등세가 잦아들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그 근거는 불분명합니다. 전망보다는 희망 아니냐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니까요. 팬데믹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역시 다들 얘기하는 게 약간씩 다릅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지정학 위험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고요. 이 때문인지 이날 뉴욕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미국 경제와 시장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 걸까요.(출처=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충격 안긴 1월 미국 물가 폭등충격을 안긴 1월 CPI를 뜯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시장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인데요. 특히 채권시장은 CPI 발표 직후부터 요동쳤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640%까지 치솟았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하루 만에 무려 30bp(1bp=0.01%포인트)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이라는 견해는 점차 컨센서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준 같은 대다수 중앙은행은 한 번 통화정책 방향을 잡으면 2~3년 중기 시계로 그 기조를 이어갑니다. 2년물 국채가격은 연준의 행보와 사실상 연동돼 있다는 뜻입니다. 2년물 금리는 몇 달 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0.2% 안팎이었습니다. 연준이 첫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2023년으로 시사했을 때입니다. 심지어 이는 기존 2024년보다 1년을 앞당긴 겁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는 기준금리 인상과 거리가 멀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지금 들으면 어색하기 짝이 없네요. 근래 2년물 국채금리가 폭등하는 건 0%대 안팎의 수익률로 비싸게 산 채권의 가격이 이미 많이 떨어졌음에도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돼 있습니다. 묻지마 투매입니다.덩달아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이날 2.050%까지 급등했습니다. 2019년 8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상승 폭은 2년물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그 방향은 비슷합니다. (출처=블룸버그)◇상품과 서비스 물가 함께 급등1월 CPI는 도대체 어떤 걸 담고 있었을까요. 가장 도드라지는 건 상품과 서비스를 망라한 전방위 물가 상승입니다. 상품부터 볼까요. 연료유(fuel oil)와 휘발유는 1년 전보다 각각 46.5%, 40.0% 급등했습니다. 에너지 상품은 전체를 통틀어 39.9% 치솟았습니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눈앞인 국제유가를 떠올려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소고기(16.0%), 돼지고기(14.1%), 닭고기(10.3%), 생선·해산물(9.6%), 계란(13.1%), 우유(6.8%)처럼 요리에 꼭 필요한 식재료 가격은 폭등했고요. 오렌지(10.6%), 사과(6.8%) 같은 과일 가격 역시 꽤 올랐습니다. 마가린, 설탕 가격은 각각 9.2%, 5.6% 뛰었습니다. 돈을 아끼려고 집에서 요리를 해먹어도 예년보다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게 차량인데요. 중고차 가격은 40.5% 폭등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5%로 직전 달(3.3%)보다 낮지만, 절대치로 보면 마냥 낮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흥미로운 보도를 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지난해 12월 CPI를 통해 분석한 결과, 미국 가정이 월 평균 250달러(약 30만원)를 더 지출한다는 건데요. 특히 중산층의 체감 물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중산층이 고소득층보다는 상품을 구입해 직접 무엇인가 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일 테지요. 팬데믹발(發) 노동력 부족→공급망 붕괴→상품가격 급등→인플레이션 심화의 경로가 지금까지 물가 폭등을 설명하는 주된 방식이었습니다.그런데 1월 지표에서 주목할 건 서비스 물가까지 꿈틀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식(food away from home)의 경우 1년 전보다 6.4% 올랐습니다. 미국에서는 식당에서 밥 먹은 후 음식값의 15~20%를 팁으로 줍니다. 그런데 요즘 20%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인력도 모자라고 장사도 안 되니 빚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외식값이 뛰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외에 렌터카(29.3%), 스포츠경기 입장료(23.5%), 비행기 요금(4.9%), 자동차 수리(4.8%) 등은 큰 폭 상승했습니다.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업종에서 이미 임금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망 이슈가 잦아든다고 해도 이런 상황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공급망 대란이 풀려도 물가는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주거비 부문도 주목할 만합니다. 주택 임대료(렌트)는 1년 전보다 3.8% 올랐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좋은 동네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정도입니다. 집주인 등가 임대료(Owners’ equivalent rent of residences)는 4.1% 뛰었습니다. 주거비는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장기간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지요.(출처=더 하버드 가제트)◇최고 석학마저 “잘 모르겠다”모든 인플레이션이 그랬을 테지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준 목표치(2.0%)를 밑돌았습니다. 같은 해 3월 2.6%로 올랐고요. 그때만 해도 지금 같은 현실을 점친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4월(4.2%)과 5월(4.9%)을 지나면서도 물가는 곧 잦아들 것이라고 본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10여년간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경제에 익숙했기 때문에 나온 편향이었다고 기자는 보고 있습니다.그 와중에 지난해 봄부터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던 석학이 있었지요.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석학을 지낸 최고 석학인 래리 서머스입니다. 그가 1월 CPI 공개 직전인 지난 4일 하버드대 학보 ‘더 하버드 가제트’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몇몇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 소개합니다.그는 “팬데믹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팬데믹이 끝나면 물가 상승세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겁니다. 서머스는 “팬데믹이 완화하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공급망 압력은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소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팬데믹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팬데믹이 경제 곳곳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의 두 가지 불확실성을 모두 갖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단순히 팬데믹 완화를 기다리는 건 충분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한 줄 요약이 가능할 정도입니다.미국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긴축하면 침체 피하기 어렵다”서머스는 또 연준이 긴축 쪽으로 돌아선 것 자체는 “기쁘다”고 했지만, 추후 연준의 정책이 먹힐지는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긴축을 해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0.48%(지난 9일 기준)입니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뜻입니다. 대출 받아 투자 혹은 소비할 유인이 크다는 의미지요. 서머스는 “얼마나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아직 알기 어렵다”면서도 “몇%(several percentage points)는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가가 너무 폭등한 이상 가파른 긴축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지만, 그 정도는 불확실하다는 토로로 읽힙니다.서머스는 아울러 최근 월가의 화두 중 하나인 ‘물가 급등을 잡으면서 경기 침체를 피하는’ 통화정책의 방법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그걸 성공한 전례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어느 정도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가능성을 정책당국이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오래 지체할수록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할 수 있다”며 가파른 긴축의 불가피성을 주창했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불확실성은 넘쳐난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했습니다. 서머스는 현재 인플레이션 국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석학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 그조차 똑 부러지는 조언을 하지 못하는 게 현재 미국 경제와 시장이 처한 현실일지 모르겠습니다.최근 5년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간 차이 흐름. (출처=연방준비제도)◇더 좁혀지는 미 장단기 금리 차지난 <월가브리핑>을 통해 최근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렸습니다. 근래 월가의 최대 화두는 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입니다.이날 2년물 국채금리가 폭등했지요. 현재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는 42bp에 불과합니다. 2020년 8월 4일 이후 가장 좁혀졌습니다. 연준이 가파르게 긴축을 할 건 확실한데, 먼 미래 경제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돼 있다고 기자는 보고 있습니다. 돌려 말하면 자칫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공포가 수반돼 있는 겁니다. 월가의 한 뮤추얼펀드에서 일하는 인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급격하게 변했지만, 앞으로 더 가파르게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어떤 예상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정말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실제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3월 50bp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7월까지 100bp% 기준금리 인상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현재까지 월가 컨센서스를 ‘리셋’해야 할 수 있는 발언입니다.그렇다면 뉴욕 증시는 어떻게 흐를까요. 기자는 이날 CPI 발표 이후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와 시장 전반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증시는 매우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시장은 점차 연준의 긴축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뉴욕 증시는 낮은 한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입니다. 사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모야 분석가 같은 예상이 월가 컨센서스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하지만 근래 들어 약간씩 균열이 생기는 조짐입니다. 모야 분석가 같은 견해가 소수의견으로 전락하는 기류가 있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메모에서 “지금은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이 탄탄해 (주가 하락에 대한) 상쇄하고 있지만 연준이 더 공격적일 경우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며 “이는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기술주처럼 부채 의존도가 높다면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측은 내다봤습니다. 이래저래 투자하기 정말 어려운 시절입니다.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출처=AFP 제공)
-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변동성장에도 상장 후 7% 수익률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 상황에서 ‘정기적인 수익’에 중점을 둔 인컴형 기초자산이 주목 받고 있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상장한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8일까지 6.78%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75% 하락했고, 미국 대형주 중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1.21% 밀려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임대수익 확보로 꾸준한 인컴을 제공하고 가장 안정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미국에 투자하는 장점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미국, 서유럽 등 주요 선진국 핵심 지역에 위치한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및 오피스 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영속형 상장리츠다. 작년 12월 3일 상장한 해당 리츠는 상장 전 수요예측에서 1019.58대 1,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75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플로리다주 템파,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다. 기초자산인 각 물류센터는 임대면적 100%를 10년 이상 장기 임차하는 조건으로 글로벌 우량 기업인 아마존, 페덱스가 사용하고 있어 임대수익 안정성을 확보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 연간 배당률을 6%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각 물류센터는 임대차 기간 중 임대료 상승에 대한 내용을 계약에 포함하고 있어 배당수익 증가 또한 예상된다. 또한 3개 물류센터 모두 도심부까지 최대 3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글로벌리츠에 해외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오피스 등 우량 신규자산 추가 편입을 검토하고 있다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해외 부동산 투자 업계의 리더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오랜 노하우가 집약된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우량 자산 편입을 통해 외형성장을 본격화하고 내재가치를 향상하는 등 주주가치 증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기업대출은 `펑펑`…가계만 울린 기준금리 인상[최정희의 이게머니]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반 년 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면서 돈줄 죄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는 가계대출에만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가계에만 집중되면서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졌고, 대출 금리도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적게 올라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보다 낮다.이에 기업들은 대출을 통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몰리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업과 가계 간 대출 차별화가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 가계대출 금리 1%p 오를 때 기업은 0.5%p 올라 한은이 작년 8월,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반 년 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지만 가계과 기업대출 금리는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의 가중평균 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3.66%(신규취급액 기준)로 대출 금리가 가장 낮았던 2020년 8월(2.55%)과 비교해 1.11%포인트나 급등했다. 기준금리가 1.50%였던 2018년 8월(3.66%)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였다.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12%로 이 기간 무려 2.26%포인트 올랐다. 11월엔 5.16%까지 올랐는데 이는 2014년 9월(5.29%) 이후 7년 3개월 래 최고였다. 당시 기준금리가 2.5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2.50% 수준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한국은행)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작년 말 3.14%로 대출 금리가 가장 낮았던 2020년 8월(2.68%)에 비해 0.4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덜 오른 것이다. 금리도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3.19%)보다도 낮다. 기준금리 인상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가계와 기업 대출금리엔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대출 금리의 지표금리는 물론 가산금리에서도 차이가 났다.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가계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작년 말 은행별 평균 5.21%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0%,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던 2020년 5월 당시(4.16%)보다 1.05%포인트 높았다. 대출금리를 뜯어보면 지표금리는 0.46%포인트 올랐고 가산금리(우대금리 차감)는 0.58%포인트 올랐다. 반면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4.41%(2021년 10~12월)로 같은 기간 0.50%포인트 올랐는데 지표금리는 0.16%포인트 올랐고, 가산금리는 0.34%포인트 상승했다. 지표와 가산금리 모두 가계대출이 상승폭이 더 컸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은행채 5년물을 지표금리로 하는 등 장기금리에 연동되는 비중이 큰 반면 기업대출은 운전자금은 만기가 1년 미만이고 시설자금은 길어도 주담대보다는 짧아 주로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91일물, 은행채 3개월물·6개월물 등 단기 금리에 연동돼 있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채 3개월물 금리도 작년 말 1.426%로 올라 2020년 8월 사상 최저 수준(0.555%)에 비해 0.871%포인트 상승해 기업 대출금리 상승폭보다 높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탓에 은행이 기업대출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가산금리 상승폭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부분도 영향을 주고 있다. ◇ 임대료 떨어지고 공실률 높아지는데 ‘상업용 부동산’ 투자 급증기업대출 규제가 느슨하고 대출 금리 또한 덜 오른 탓에 가계보다 기업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작년 9월 말 1844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3조1000억원(9.7%) 증가한 반면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은 1530조7000억원으로 164조7000억원(12.1%) 늘어났다. 기업이 대출을 늘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했다면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이지만 상당 부분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흘러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 한국은행, 한국부동산원 등)부동산업의 시설자금 대출액은 9월 말 207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조원 늘어 사상 최대 증가액을 보였다. 전분기로도 9조4000억원 늘어나 역시 역대 최대치였다. 이는 부동산 개발·공급 등 부동산업만 따진 것이라 여타 업종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까지 고려하면 그 액수는 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실제 작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규모는 10만건(수도권 7만건, 비수도권 3만건)으로 2018년 1분기(10만2000건) 이후 최대였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본수익률도 오피스 1.05%, 상가 0.92%로, 1년 전보다 각각 0.6%포인트, 0.5%포인트 상승하는 등 우상향 흐름을 타고 있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가격지수는 2020년 상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특히 상가의 경우 공실률이 3분기 13.3%로 7개 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어 오히려 상업용 부동산의 내재가치는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동성에 의해 부동산 가격은 되레 상승세다. 금통위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다. 한 금통위원은 1월 금통위에서 “작년 금융기관들은 가계보다 기업에 더 많은 대출을 공급했는데 이 중 상당 규모가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유입됐다”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중소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업부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계에 이자 부담을 지우는 것은 기업, 가계 간 불균형을 확대시키고 예기치 못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