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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챙'하고 울릴 날 돌아온다"
  • [인터뷰] "살다보면 '챙'하고 울릴 날 돌아온다"
  • 이강백 작가는 유쾌하다. 연극 ‘챙!’에서도 곳곳에 웃음이 터진다. 한 남자 관객에게 함석진의 장모 역을 맡겨 무대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직접 심벌즈도 치게 한다. 다만 글 앞에서는 엄격하다. 이 작가가 대학 강단에 섰을 때 졸업학기가 된 학생들에게 꼭 했던 말이 있다. “애인을 만들지 마라.”(사진=김정욱 기자 98luke@)[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1997년 11월 19일. “이리떼가 나타났다.” 세상이 숨죽이는 수능 1교시 언어영역 듣기평가 시간. 소년과 촌장이 객관적 사실의 은폐를 놓고 격론을 벌이는 내용이 전국 중·고등학교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희곡 ‘파수꾼’ 얘기다. 작가는 이강백(67). ‘파수꾼’ 외에도 그의 ‘결혼’ ‘들판에서’ 등이 교과서에 실렸다. 고희를 앞둔 작가가 새 얘기를 들고 왔다.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의 삶을 다룬 연극 ‘챙!’(6월 9일까지 산울림소극장)이다. “새 작품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을 때” 쓴 작품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직에서 퇴임한 이 작가는 “어서 빨리 정년이 오길 기다렸다”며 웃었다. “10년 동안 강단에 서다 보니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신작의 소재가 특이하다. 왜 심벌즈일까. 물었더니 독일 유학 때의 얘기를 꺼냈다. 1987년 우리나라 광부들이 많이 갔던 보훔으로 독일어를 배우러 갔을 때다. “5층짜리 허름한 어학원 기숙사에 묵었다. 어느날 터키에서 온 음대생이 기숙사에서 심벌즈를 쳐대자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정말 시끄러웠거든. 그런데 그 학생은 사람들의 박대를 받고도 악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더라. 연주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심벌즈는 대접받는 악기가 아니다. 대부분 침묵한다. 교향곡에서도 소리 한 번 안 나올 때가 있다. 연극 속 대사처럼 ‘무당이 굿할 때 치는 바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이 작가는 그런 악기 심벌즈가 던지는 철학적 의미를 길어 올렸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절정의 순간 ‘챙’ 울리는 게 심벌즈다. 그게 참 멋있더라.”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오케스트라와 닮았다. 당신은 어떤 악기인가. “난 심벌즈라면 좋겠다”는 이 작가는 관객에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진다. 연극은 극중 오케스트라 심벌즈 연주자인 함석진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뒤 그의 아내와 지휘자가 나누는 대화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파탄과 갈등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다. 마치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슬픔을 위로하듯 따뜻하다. ‘인생의 멘토를 만난 것 같다’ ‘추억하며 아프지 않게 떠나보내는 법을 알려줬다’ 등의 평이 많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 오랜만에 착한 걸 봐 즐기는 것 같다. 또 요즘 관객들이 워낙 웃는 연극에 질려 조용하게 생각하게 하는 연극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이 작가는 극단 산울림 대표인 임영웅(78) 연출과 ‘챙!’ 소리를 냈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거목의 만남이다. 서로 ‘믿고 가는’ 사이다. ‘주라기 사람들’(1982),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1987), ‘자살에 관하여’(1994) 등의 작업을 통해 여러 번 호흡을 맞춘 덕이다. 알고 보니 친해진 계기는 따로 있다. “내가 다녔던 직장 그만두고 전업작가 선언을 했을 때다. ‘유료관객 입장료 5%를 작품료로 받겠다’고 했다. 방자했지(웃음). 그때 들어온 돈이 얼마 안 됐다. 이거 갖고 어떻게 먹고 사나 싶더라. 술도 못 마시는데 잔뜩 마시고 홧김에 ‘산울림서 공연하면 성을 갈겠다’고 했다. 객기를 부린 거지. 몇년 지나 임 선생이 ‘산울림서 공연하면 성 간다고 했다며?’라고 그때 일을 기억해내곤 웃더라.” ‘대한민국문학상’(1986)에서부터 서울연극제 희곡상(1989)까지. 1971년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으로 등단해 44년 동안 주목받는 작가로 살아온 비결은 성실함이다. 이 작가는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영감이 작가를 만드는 건 아니란다. “글은 근육이 쓰는 거다. 그만큼 습관이 돼야 한다”는 이 작가는 아직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책상 앞에 앉는다. “머리가 좋아서 작가가 아니다. 약간 멍청해야 하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처마 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져 갯돌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다.”노 작가는 지난해만 세 작품을 썼다고 했다. 한국사회의 모순을 풍자하는 데 주력해온 그가 ‘챙!’에선 차분히 삶을 돌아본다. 다음은 뭘까. “‘즐거운 복희’다. 서늘한 반전을 볼 수 있을 게다. 하하하.”연극 ‘챙!’의 한 장면(사진=바나나프로젝트).
2014.05.26 I 양승준 기자
"올해 창작뮤지컬 발전 주역은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 "올해 창작뮤지컬 발전 주역은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사진=연우무대)[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풍월주’ 등을 배출한 CJ크레이티브마인즈가 제2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하 SMF)에서 예그린어워드 예그린상을 받았다. 예그린어워드는 창작뮤지컬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나 작품, 단체에 주는 상이다. CJ크리에티브마인즈는 CJ문화재단이 신인 창작자 지원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다. 페스티벌사무국은 6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개막 갈라쇼에서 예그린어워드 시상식을 개최했다. ‘심야식당’(적도 제작)이 혁신상, ‘그날들’(이다엔터테인먼트·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작)이 흥행상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됐다. ‘심야식당’은 일본 만화가 아베 야로의 동명만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벌어진 실종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변해가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등 가수 김광석(1964~1996)의 히트곡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이기도 하다. 스태프가 뽑은 배우상은 한지상에게 돌아갔다. 배우가 뽑은 스태프상은 장소영 음악감독이 받았다. 어린이·청소년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는 아시테지상에는 ‘하얀 눈썹 호랑이’가 선정됐다. 앞서 예그린어워드 명예의 전당 ‘예그린상 0호’에는 예그린악단장이자 ‘살짜기 옵서예’의 작사가인 박용구, 같은 작품을 연출한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가 선정됐다. SMF는 12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는 창작뮤지컬 육성지원 프로그램인 예그린앙코르 본선진출작 네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내 인생의 특종’(7일), ‘라스트 로얄 패밀리’(8일), ‘문리버’(9일), ‘주그리 우스리’(10일) 등이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차례대로 공연된다.
2013.08.07 I 양승준 기자
"한국 뮤지컬 세계로" 서울뮤지컬페스티벌 변화는?
  • "한국 뮤지컬 세계로" 서울뮤지컬페스티벌 변화는?
  •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왼쪽),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이 24일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제2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개최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창작뮤지컬 콘텐츠를 개발·육성해 국내 뮤지컬을 세계화하는 데 목표를 둔다.” ‘2013 서울뮤지컬페스티벌(SMF)’이 8월 막을 올린다. SMF는 뮤지컬 종사자들이 직접 만드는 창작뮤지컬 축제로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한국뮤지컬협회와 중구 문화재단은 24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개최 기념식을 열고 올해의 시작을 알렸다. 주최측은 ‘SMF가 대한민국 뮤지컬을 응원합니다’를 이번 행사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한국창작뮤지컬의 세계화에 구심점이 되는 기획과 제작, 유통환경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일환으로 국제적인 뮤지컬 콘텐츠 교류와 한·중·일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프리 서울뮤지컬마켓’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세계에 한국 뮤지컬을 알리기 위해 뮤지컬 정보를 망라한 디렉토리 북도 제작한다.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현재 중국 정부와 공연업체들이 한국 뮤지컬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 들었다”며 “이는 한국 창작뮤지컬이 세계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축제가 국내 뮤지컬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공연 프로그램도 변화를 줬다. 일반인 참여를 유도했다. 대학생들이 만든 창작뮤지컬을 소개하는 ‘예그린 프린지’를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주목할 만한 창작뮤지컬, 배우 등에 시상하는 예그린 어워드와 창작뮤지컬육성지원사업인 ‘예그린 앙코르’ 등은 예년처럼 진행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날아라 박씨!’는 지난해 ‘예그린 앙코르’에 선정, 제작비 일부와 대관을 지원받아 정식 공연의 기회를 얻었다. 예그린어워드 명예의 전당 ‘예그린상 0호’에는 예그린악단 단장이자 ‘살짜기 옵서예’ 작사가인 박용구, 같은 작품을 연출한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가 선정됐다. SMF는 8월5일부터 12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열린다.
2013.06.25 I 양승준 기자
반세기 배우인생 손숙 "치매환자 연기는 새 도전"
  • 반세기 배우인생 손숙 "치매환자 연기는 새 도전"
  •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에서 치매 환자 윤금숙 역을 맡은 배우 손숙이 열연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아직은 살아남은 내 얘기들을 그냥 죄다 쏟아내고 싶어. 날려보내고 싶어. 누구에게냐고? 나에게, 내가 살았던 이 세상 모두에게….” 연극배우 손숙이 데뷔 50주년을 맞아 산울림극단의 임영웅 연출과 함께 기념 무대를 꾸몄다.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다. 치매에 걸린 80세의 노인 윤금숙이 흩어져 버린 과거 기억들을 되찾기 위해 외로운 투쟁을 하는 이야기다. 사회로부터 폐기되고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주인공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라고 세상을 향해 말한다. 손숙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스스로의 발언을 못하던 시절에 억누르던 게 쌓이고 쌓여 한국적인 우울증을 만들어냈다”며 “치매 환자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밌는 발상이다.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연극 ‘위기의 여자’ ‘담배 피우는 여자’ ‘셜리 발렌타인’ ‘엄마 안녕’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연기했던 손숙에게도 치매에 걸린 어머니 역은 처음이다. 손숙은 “한 달 만에 돌아온 남편이 가방 하나 들고 휙 나가버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주인공이 느꼈을 상실감 등이 절절하게 다가왔다”며 “어느 가정에나 있을 수 있는 아픈 이야기를 윤금숙을 통해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인공의 내면까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결국은 딸도 엄마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나쁜 딸은 아니지만 엄마의 과거 아픔 등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며 “혼자서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윤금숙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나 대사를 곱씹었다”고 말했다. 50주년 기념 무대로 소극장 산울림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산울림극단의 창단 멤버로 활동했던 인연 때문이다. 손숙은 “친정으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휴가를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임 연출의 전화를 받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며 “산울림극단 창단멤버인데 이 무대에서 꽤 오랫동안 공연을 못 했다. 50주년 기념무대를 평생의 스승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공연이다”고 말했다. ‘나의 황홀한 실종기’는 5월 12일까지 서울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02-334-5915.
2013.04.22 I 이윤정 기자
 산다는 건 기다림의 연속
  • [공연리뷰] 산다는 건 기다림의 연속
  • ▲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사진=산울림 소극장)[이데일리 장서윤 기자] “이제 가야겠다.”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차, 그렇지.” 나무 한 그루 덩그러니 서 있는 언덕에서 늙수그레한 두 남성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루한 기다림을 계속하는 두 남자는 대화를 하고 웃고 쓸데없는 농담을 던지며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다 만난 포조와 럭키는 이들의 기다림에 또 다른 화두를 제공하며 관객들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현대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새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다시 돌아왔다. 산울림 소극장 개관 26주년 기념작이다. 1969년 초연한 후 산울림 소극장에서만 19차례 무대에 올린 작품은 난해한 만큼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비춰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볼 때마다 다른 해석의 여지를 주는 이 점이 바로 장수 요인이 됐다. 무려 16년 동안 블라디미르 역을 맡아 온 한명구와 감칠맛 나는 에스트라공을 만들어낸 박상종의 연기는 이번 공연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자랑한다. 배우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철학적이면서도 위트와 코믹함까지 들어 있어, 15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딱히 지루하지 않다. 포조 역의 이문수와 럭키 역의 박윤석, 소년 역의 윤준호 또한 두 사람의 연기와 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극의 매력을 더해준다. 극의 빼어난 완성도에는 42년째 작품을 만들고 다듬어온 임영웅 연출의 관록이 숨어 있다. 그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발가벗겨 무대에 올려놓고 구경하는, 그래서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라고 전했다. 11월6일까지. 02-334-5915.
2011.10.26 I 장서윤 기자
`산불` 전쟁은 무엇을 불살랐을까?
  • [공연리뷰]`산불` 전쟁은 무엇을 불살랐을까?
  • ▲ 연극 `산불`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북한군이 38선 이북으로 퇴각한 무렵. 소백산맥 자락 두메마을. 정신을 놓은 노인만 사내일 뿐 마을에는여인들만 남았다. 전쟁통에 사내들이 죽어나가서다. 사내 없는 마을에서 여인들의 삶은 고되다. 믿고 의지할 남편과 아들, 아버지의 부재는 이들의 한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밤이면 나타나 식량을 강탈해가는 공비들까지 가세했다. 젊은 청상 점례(서은경 분)와 사월이(장영남 분)는 그 와중에 믿고 의지하는 이웃집 친구다. 시어머니 양 씨(강부자 분)와 어머니 최 씨(권복순 분)가 서로 으르렁 되어도 이들은 한밤에 만나 서로 신세를 한탄하고 마음을 나눈다. 하지만 빨치산 부대에서 도망친 규복(조민기 분)이 점례네 대밭으로 숨어들면서 파국의 불씨가 피어오른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선구자 차범석의 5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 `산불`이 지난 5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랐다. 해오름극장은 3층 객석을 막고도 1200명이 앉을 수 있는 대극장이다. 이곳에서 3주 이상 연극이 상연되기는 지난 1973년 개관 후 처음이다. 제작을 맡은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8억원의 제작비를 댔다. 점례와 사월이네 두 채의 초가집이 무대의 양쪽을 채우고 그 사이 꽃이 피고 지는 언덕길이 생겼다. 점례의 집 뒤에는 200여 그루의 대나무를 세워 무성한 숲을 만들었다. 모처럼 연극 무대에서 리얼리티와 규모의 미학을 완성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막이 오름과 동시에 한국전쟁 당시 소백산맥에 고립된 산골마을의 시공간으로 쉽게 진입한다. 꼼꼼하게 고증한 의상은 무대 위의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도왔다. `산불`은 빨치산이 죽는다는 이유만으로 70년대 군부독재 시절 반공연극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산불`의 근간은 전쟁의 광란을 버틴 평범한 여자들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임영웅 연출은 이번 `산불`에 대해 원작의 재해석보다 복원에 중점을 뒀다. 시대에 의해 왜곡된 원작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살리겠다는 의도에서다. 한국전쟁 기념일이 있는 6월 한 달 간 넓은 대극장 무대에서 복원된 `산불`은 그 자체만으로도 극적인 의미가 있다. 강부자를 비롯해 권복순, 서은경, 장영남의 연기는 비록 마이크를 사용하나 강약 조절과 대사의 전달이 자연스럽다. 다소 과장된 캐릭터도 있지만 극의 흐름을 깰 정도는 아니다. 공을 들인 마지막 산불 장면 역시 화마의 복판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다만 막과 막 사이에 들어간 피아노 연주와 그에 맞춘 구음은 극의 분위기와 겉도는 느낌이다. 오는 26일까지 공연된다.
2011.06.09 I 김용운 기자
8억 대작 `산불`, 관객 가슴에 불 지른다
  • 8억 대작 `산불`, 관객 가슴에 불 지른다
  • ▲ 연극 `산불` 포스터(사진=신시컴퍼니)[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故 차범석의 희곡 `산불`이 연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제작비 8억원이 투입되어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12일 오후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열린 `산불`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연극계에 대극장 연극이 희귀 연극이 되어가고 있었다"며 "대극장 연극을 재건하고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6월5일부터 26일까지 `산불`을 공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산불`은 1962년 초연된 작품으로 한국전쟁 당시 밤에는 인민군, 낮에는 국군의 편을 들어야 했던 산골 아낙들의 파국을 통해 전쟁의 비극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산불` 공연에서는 최대한 무대 메커니즘을 고급화했다"며 "그러다 보니 8억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그간 뮤지컬 공연을 통해 중장년 관객의 저변확대를 이뤘다"며 "`산불`을 통해 관객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해 비싼 티켓을 살 수 있는 고급 관객층을 유치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출을 맡은 임영웅 연출은 "초연 당시 `산불`이 빨치산이 죽는다는 이유로 마치 반공연극으로 해석이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원래 테마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약 1500석 규모의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라가는 만큼 이번 `산불`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와이어리스를 사용할 예정이다. 임 연출은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불나는 장면은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다"며 :다만 영상으로 처리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무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이번 공연에는 강부자가 양씨로 출연하며 차범석의 제자였던 조민기가 규복 역을 맡았고 권복순이 최씨 역, 장영남이 사월 역, 서은정이 점례 역을 맡았다. 강부자는 "산불 초연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후 산불 공연에 꾸준히 참여했다"며 "젊었을 때도 사월이나 점례를 하지 않았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줘 웃음을 자아냈다. 티켓가격 7만~1만원.
2011.05.13 I 김용운 기자
  • 故차범석 연극 `산불` 대극장에서 어떻게 공연될까?
  • [노컷뉴스 제공]   사실주의 대표 작가 고(故) 차범석 5주기 기념 공연 연극 '산불'이 대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마이크와 음향에 의존하는 뮤지컬과는 달리 객석과 호흡하며 배우들의 육성으로 극이 진행되는 연극이 대극장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례적.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두메산골에서 펼쳐지는 연극 '산불'이 국립극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주목된다. 임영웅 연출가는 12일 오후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열린 연극 '산불' 간담회에서 "전쟁 후 피폐한 소백산맥의 부락과 대나무숲, 불타는 산, 계절의 변화 등을 영상을 이용하지 않고 연극적인 무대 미학만으로 실제 상황처럼 실감나게 표현해 대형 무대를 통해서 '산불'이 지닌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형극장인 만큼 배우들이 육성이 아닌 무선 마이크를 달고 연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대극장 뮤지컬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연극에서도 중장년 관객을 흡수하고 싶어 도전과 모험을 하게 됐다"며 "무대 메커니즘의 고급화를 위해 8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차범석 선생과의 오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1966년 공연 당시 최씨 역을 맡았던 중견배우 강부자는 45년간 양씨로 배역을 바꾸며 꾸준히 '산불'에 출연해왔다. 강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차범석 선생이 자신을 각별히 아꼈다는 일화를 전하며 '산불'로 지방 곳곳을 다니며 공연했던 추억도 떠올렸다. 차범석 선생의 제자로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조민기(규복 역)와 3번째 '산불'에 출연하는 권복순(최씨 역), 장영남(사월 역), 서은경(점례 역) 등이 출연한다. 지난 2006년 타계한 희곡 작가 고(故)차범석의 작품 '산불'은 한국전쟁으로 남자는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여자들만 남은 두메산골에 한 남자가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여인들의 심리와 욕망을 세밀하게 묘사한 사실주의 연극으로 손꼽힌다. 냉전이나 반공 이데올로기 사상이 아닌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갈등, 본성에 대한 탐구와 캐릭터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극 '산불'은 6월5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 올 가을 `공연 대풍년`‥120여편 상연
  •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가을을 풍성한 공연과 함께" 세계 24개국 120여 편의 수준 높은 공연들이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전역에서 상연된다. 2010 서울연극올림픽, 2010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10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대학로소극장축제와 서울아트마켓 등 5개 행사 관련단체는 지난 25일 오전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공연 작품을 소개했다. 이들 행사는 해마다 9월을 기점으로 같은 시기에 서울에서 열렸다. 올해는 2010 서울연극올림픽을 계기로 공동 마케팅을 결정했다. 이에 통합 할인카드 `가을애`를 도입해 티켓 가격을 최대 30%까지 상호 연계 할인하는 등 상생을 도모했다. ◇ 2010 서울연극올림픽 오는 9월24일부터 11월7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 등에서 막을 올리는 2010 서울연극올림픽에는 중국과 이란,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등 한국을 포함해 13개국 40여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세계 연극계에서 거장으로 존경받고 있는 미국 로버트 월슨의 `크리프의 마지막 테이프`와 스즈키 다다시의 `디오니소스` 등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또한 독일의 토머스 오스터마이어, 중국의 티엔 친신 등 각국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연출가의 실험적인 작품도 소개된다. 이 밖에 임영웅, 손진책, 오태석, 이윤택 등 국내 연극계 거장 연출가들의 대표작도 선보인다. 문의 (02)747-2901~3, 인터넷 홈페이지(www.theatreolympics.or.kr) 참조. ◇ 제10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 각국의 현대적 공연에 초점을 맞춘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10월2일부터 11월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대학로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 서강대메리홀 등에서 열린다. 김철리 예술감독은 “서울공연예술제가 10주년을 맞이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 매김을 했다”며 “올해는 초연작을 다양하게 선보이자는 취지에서 외국 극단과 국내 극단이 공동 제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에 리투아니아와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등 8개국에서 선별한 최신 연극과 무용, 음악극 등 28개 작품이 선보인다. 행사 기간 중 부대행사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울댄스컬렉션과 '코뿔소'를 연출한 알랭 티마르가 한국 배우에게 즉흥 연기를 선보이는 워크숍 등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문의 (02)3673-2561~5 홈페이지(www.spaf.or.kr) 참조. ◇ 제4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2007년 시작한 국립극장페스티벌은 각국 국립극장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마련됐다. 올해 행사는 9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두 달 동안 국립극장 내 4개의 극장에서 펼쳐진다. 개막식은 9월7일 오후6시30분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며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환타지 Soul, 해바라기`가 개막작으로 상연된다. 올해 국립극장페스티벌에는 한국을 포함, 총 9개국의 34개 작품이 무대에 오르며 과거 고전위주의 작품 선정에서 벗어나 `모더니즘 &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주제 하에 현대작품들 위주로 상연작이 결정됐다. 임영철 국립극장장은 "올해 국립극장 60주년을 맞이해 10년 전 국립극장에서 독립한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이 공식 초청작으로 참여해 한층 의미가 깊어졌다"며 "연극계 거장인 로버트 워슨의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헝가리 빅신하즈 국립극장의 `오델로` 및 이집트 카이로심포니오케스트라의 `그랜드 이집트 앤 아이다` 등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고 밝혔다. 문의 (02)2280-4115~6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참조. ◇ 제5회 대학로소극장축제 대학로소극장축제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분포된 소극장들의 협의회인 한국소극장협회가 `연극성` 회복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06년부터 시작했다. 올해 5회째인 대학로소극장축제는 '대학로는 극장이다'를 주제로 오는 10월11일부터 11월7일까지 대학로 일대의 대학로극장, 이랑씨아터, 상상아트홀 등에서 펼쳐진다. 28일간 80여 개의 공연 팀이 400여 회의 공연을 선보이며 일본 극단 고지마야 만스케의 거리 마임 등의 초청공연도 준비했다. 문의 (02)741-4188), 홈페이지(www.dfesta .co.kr) 참조. ◇ 제6회 서울아트마켓 민간 재단법인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공연 마켓으로 오는 10월11일부터~15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박용재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서울아트마켓은 세계 공연예술의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네트워킹을 하고 상호 교류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지난해 서울아트페어를 통해 이자람 주연의 브레히트 판소리 사천가가 프랑스국립민중극장에 초청되는 등 한국의 공연 예술작품들이 세계무대에 수출되는 효과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 행사인 `팸스초이스`(PAMS Choice)에는 사전 심사를 통해 선정한 국내 연극과 무용, 음악 공연 13편을 선보여 해외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올해 선정된 작품은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와 `페르귄트`,`다크니스 품바`,`천변살롱` 등이다. 문의 (02)708-2276 홈페이지(www.pams.or.kr) 참조.
2010.08.27 I 김용운 기자
`키스미 케이트`..`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유쾌한 변신!
  • `키스미 케이트`..`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유쾌한 변신!
  • [이데일리 편집부] 소외된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제12회 사랑나누기 공연캠페인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가 65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오는 8월 14일(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nbsp;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국립극장, 신시컴퍼니가 공동주최하고 어린이재단, 사단법인 꿈에품에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문화적 혜택이 부족한 한 부모 가정 어린이들과 소년소녀가장 등 500명을 초청한다.&nbsp;참석자들은 무료로 공연을 관람하고, 후원자와의 특별한 식사 시간을 통해 선물을 받는다.&nbsp;또 광복절을 맞이해 초청 어린이들에게 광복절과 태극기의 의미를 전하고, 애국심 함양 등 건전한 국가관을 심어주는 시간도 갖는다. 이번 작품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로 194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20여 년간 사랑을 받고 막을 내린 뒤 1999년 리바이벌됐다. 이듬해 토니상 5개 부문을 비롯하여 드라마데스크상, 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었다. &nbsp;탄탄한 원작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음악과 춤, 화려한 의상과 무대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완벽하게 조화시켰으며 낙천주의와 휴머니즘, 유머와 위트가 가장 잘 묻어나는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돼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고 같은 해 앙코르공연까지 흥행시키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nbsp;2002년 제8회 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연출상(임영웅)과 여우주연상(전수경) 두 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시켰다. 10여 년 만에 공연되는 2010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는 2001년 한국 초연 당시 신들린 연기를 펼쳤던 남경주와 최정원의 관록 넘치는 연기와 하지승, 오진영, 한성식, 이훈진, 이인철, 황현정 등 탄탄한 기량의 주 조연들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특히 타고난 춤과 가창력의 소유자로 뮤지컬 계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온 섹시 아이콘 아이비(박은혜)가 합류하며 작품의 기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nbsp;그뿐만 아니라 국내 굵직한 뮤지컬 작품에서 무게 있는 연출을 보여준 데이빗 스완이 연출과 안무를, 2010 뮤지컬 어워드에서 무대디자인 상을 수상한 박동우 디자이너가 2001년에 이어 무대를 책임진다.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삼총사> 등을 통해 아름다운 시대 의상을 보여줬던 한정임 디자이너가 고전적인 르네상스 초기의 의상으로 아름다움을 더하고, 우리나라 대표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16인조 오케스트라는 콜 포터의 다채로운 음악을 라이브로 선사하며 한여름 청량감 넘치는 웃음과 함께 꿈과 환상을 심어줄 것이다.&nbsp;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사랑나누기공연캠페인 (http://campaign.edaily.co.kr/) 사이트를 통해&nbsp;볼 수 있다.
2010.07.19 I 편집부 기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극은 있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극은 있다
  • [조선일보 제공] 일흔 넘은 독거노인 장윤수가 빈 소주병들 사이에 엎어진 채 발견됐다. 냉장고는 비어 있었다. 사인(死因)은 알코올 중독과 영양실조로 인한 과로사였다. 연극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윤대성 작·임영웅 연출)은 이 쓸쓸한 죽음을 내시경 삼아 고령화시대를 들여다본다. 지금 부모 세대가 겪는 외로움과 공포, 다음 세대에도 닥칠 노년의 불안한 자화상이 펼쳐진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4층. 집의 형태를 표시하기 위해 바닥에 테이프를 붙인 다락방에서 연습이 한창이었다. 연극과 현실이 겹쳐졌기 때문일까. "우리 나이에 누가 밥을 해 주냐. 알아서 때우는 거지"라는 대목에서 너나없이 웃는다. 《한 번만 더…》는 작가와 연출가가 70대이고, 배우 4명도 평균 60세다. 오는 2018년이면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 이상)로 접어들게 되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의미의 '실버 연극'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은 노년문제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왼쪽부터 이호성·손봉숙·권성덕·이인철. /산울림 소극장 제공 ◆잊혀진다는 쓸쓸함 연극은 방송작가 나상일(권성덕), 명예퇴직한 은행 지점장 서우만(이인철), 배우 이영호(이호성) 등 친구들이 문상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의 대화나 독백을 들으면 우리 사회의 70대가 서 있는 비탈이 보인다. 빨리 출세하는 게 좋은 줄 알았던 우만은 명퇴 후 등산이나 다니며 시간을 죽이는 신세다. 상일은 방송 트렌드가 바뀌면서 잊혀졌다. 영호도 "PD들이 젊어져서 우리 같은 늙다리는 쓰려고도 안 한다"고 푸념한다. 노년은 길다. 상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지옥"이라고 말한다. "노인이 되면 망각이 다 잊게 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생생해진다"는 것이다. 무력감이 무대를 지배한다. 영호는 쓸쓸하게 말한다. "내 삶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나이가 되었다. 죽음만이 저만치 모퉁이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장식이 없는 무대 장윤수의 시골집 마루가 그대로 장례식장이 된다. 무대는 간소하다. 영정과 향, 병풍과 술상이 있을 뿐이다. 배우들은 분장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다. 연극은 장윤수와 이혼한 전처 홍 여사(손봉숙)가 등장하고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새 물길을 낸다. 화장(火葬) 장면에서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홍 여사의 진혼무(안무 조흥동)가 펼쳐진다. 박윤초 명창의 구음(口音)도 곁들여진다. 연습할 때 영정이 들어갈 액자는 텅 비어 있었다. 연출가 임영웅은 웃으며 "내 사진을 쓸까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 희곡 《출세기》 《남사당의 하늘》을 썼고 드라마 《수사반장》으로도 알려진 극작가 윤대성은 《한 번만 더…》의 주제에 대해 "점차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생각, 이 시대에 당면한 노년의 문제를 나와 친구들의 사례를 들어 고백적인 솔직함으로 접근한 작품"이라고 했다. 연극이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최희준의 〈하숙생〉을 부르기도 하고, 웃음도 터진다. 연극을 하기로 의기투합하는 엔딩은 삶의 의지의 상징이다. 임영웅은 "'노인 드라마' 같지만 핵심은 오래 산 사람들이 들려주는 지혜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산울림소극장 25주년 기념무대다.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관련기사 ◀☞(VOD)춤바람은 봄바람과 함께~ 화려한 댄스 공연 봇물
손숙·김석훈 출연 사실주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
  • 손숙·김석훈 출연 사실주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
  • [노컷뉴스 제공]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가 오는 9월18일~10월1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관록있는 임영웅 연출가가 작품을 맡아 새로운 번역과 대본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이해랑 서거 20주기 추모공연으로 이뤄진다. 1962년 이해랑 연출로 드라마센터에서 이해랑, 장민호, 황정순, 최상현 등이 출연해 국내 초연된 '밤으로의 긴 여로'는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연극에 매료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공연에서 메어리로 출연하는 배우 손숙 역시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이 작품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는 가족간의 소통이 단절된 채 자식들에 대한 기대가 체념과 절망으로 바뀐 부모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아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한때는 친밀한 가족이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몇년간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이들 가족에게서 관객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등장 인물들이 갈등하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가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도 맛볼 수 있다. 배우 손숙(메어리 타이런 역: 어머니), 김명수(제임스 타이런 역: 아버지), 최광일(제이미 / 제임스 타이런 주니어 역: 형), 김석훈(에드워드 타이런 역: 동생), 서은경(캐슬린 역: 하녀) 등이 출연한다.▶ 관련기사 ◀☞(VOD)안톤 체홉의 9개 에피소드 코미디 연극 ''굿닥터''☞냉동창고에 갇힌 남편… 아내들, "구할까? 말까?"
''엄마''는 넘치고 아빠는 없던 5월…
  • ''엄마''는 넘치고 아빠는 없던 5월…
  • ▲ 《손숙의 어머니》에서 죽음을 준비하는‘어머니’손숙. 경상도 밀양 사투리에 웃음과 울음을 뒤섞으며 일생을 돌아본다./연희단거리패 제공[조선일보 제공] 엄마는 넘치고 아빠는 없다. 어버이날이 들어 있는 5월의 연극 목록은 그렇다.&nbsp;《손숙의 어머니》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친정엄마와 2박3일》…. 연극뿐 아니라 60만권이 넘게 팔린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이달 말 개봉하는 김혜자 주연의 영화 《마더(Mother)》까지 온 세상이 "엄마!"를 불러대는 것 같다. ◆엄마의 인생은 드라마다 《손숙의 어머니》(연출 이윤택)가 공연 중인 서울 이해랑예술극장에는 나이 지긋한 관객이 많다. 40~60대 부부, 모녀(母女)도 있다. 팔려가듯 시집가서 전쟁 통에 자식 잃고 온갖 고생을 하다 저승길로 가는 황일순 여사(손숙)의 일생에는 굽이마다 눈물이 잠복해 있다. "나는 안 간다. 못 간다. 내 만내 볼 사람 다 만내 보고 액 풀고 신주단지 깨부수고 입동 전에 갈라요." 꿈에서 죽은 지아비를 만난 황일순은 이렇게 저항한다. 문맹인 그는 드라마 작가인 아들에게 "받아쓰라"며 자신의 인생을 재생한다. 꿈과 실제,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다. 가슴에 묻은 첫사랑, 논 서 마지기에 팔려간 시집, 남편의 첩질, 6·25 피란 시절 아들의 죽음…. 순천 기생 출신 시어머니(김미숙)의 젓가락 장단에 웃던 관객은 어느새 눈가를 훔친다. 글을 깨우친 어머니가 쓴 꼬부랑 글씨 '황일순'이 무대에 크게 새겨지면서 막이 내린다. 24일까지. (02)6005-6731 ◆엄마의 부재(不在) 엄마(박정자)와 딸(서은경), 모녀만 등장하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연출 임영웅)에서도 엄마는 아빠와 사별한 상태고 결국 죽는다. 엄마와 불화했던 딸은 기억 속 엄마를 불러낸다. "(엄마가 없으니) 우리 남매는 아무리 합쳐봐야 영원히 외톨이로 남을 것"이라며 울먹인다. ▲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의‘엄마’박정자./산울림소극장 제공보조석을 낼 정도로 흥행 중인 이 연극에서 어머니는 친구 같다.&nbsp;딸과 수다를 떨다 '걱정 모드'로 급회전하고,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볼일 보면서도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자기 삶을 꿰뚫어보는 엄마의 눈길이 불편했던 딸이거나, 딸과의 갈등으로 가슴 아팠던 엄마라면 더 뜨거워질 이야기다. 젊은 시절부터 노역(老役)을 한 박정자는 엄마 연기에 능하다. 7월 명동예술극장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에서는 그가 맡은 온달 모(母)의 명대사로 기억되는 "눈이 오는군…"을 다시 들을 수 있다. 5월 10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딸을 가슴에 묻다 《친정엄마와 2박3일》(연출 구태환)에서 강부자는 딸과 가정을 돌보느라 좋은 세월 다 보낸 시골 엄마다. 마흔을 바라보는 딸에게 여전히 바리바리 싸주고 싶어하고, "너도 꼭 너 닮은 딸을 낳아보라"며 소리 지르는 엄마다. 이 연극에서도 엄마는 혼자지만, 엄마가 아닌 딸이 죽는다. 친정엄마는 매일 먹는 세끼 밥처럼 진부한 소재지만 이 연극은 올 초 전회 매진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다. 불치병에 걸려 친정에 온 딸이 엄마와 나누는 인생의 마지막 시간이 눈물샘을 건드린다. 16~17일 원주시청 백운아트홀, 23~24일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공연한다. 1544-1555 ▶ 관련기사 ◀☞5월, ‘가족’ 테마 연극 3선☞孝상징 ''바리'', 부모님과 함께 보는 대형무용극으로 돌아온다☞관객마다 다른 해석 낳는 연극 ''나쁜자석''(VOD)
영화배우 강리나 개인전外
  • 영화배우 강리나 개인전外
  • [노컷뉴스 제공] 이방숙 등 피아노 트리오 공연 피아니스트 이방숙(연세대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총신대 교수), 첼리스트 이은경씨가 3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피아노 트리오 콘서트 '봄을 여는 실내악'을 마련한다. 투리나의 피아노 3중주 작품 76, 브람스의 트리오 2번 작품 87 등을 연주한다. (02)497-1973 국립극장 문화교실 수강생 모집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립극장 문화교실'이 수강생을 모집한다. 오는 31일부터 6월 14일까지 12회에 걸쳐 진행되는 문화교실은 가야금 명인 황병기, 연출가 임영웅 등 예술가들과 공연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선착순 20명 모집.(02)2280-4012 영화배우 강리나 개인전화가로 돌아간 영화배우 강리나씨가 '아사달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 1, 2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유구한 역사와 민족의 정서, 그리고 고향의 향기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02)6731-6751 '킹 앤 아이' 오리지널팀 내한 뮤지컬 '킹 앤 아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이 내한한다. '킹앤아이'는 195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명 작곡가와 작사가로 활약한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콤비가 만든 걸작이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2세는 '오클라호마', '남태평양',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탄생시킨 주인공들이다. 율 브린너와 데보라 커가 출연한 동명영화로도 유명하다. 5월 18일부터 6월 2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02)541-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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