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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는 잠들지 않는다 [물에 관한 알쓸신잡]
-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박사/기술사)] 바다와 육지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기는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와 육지의 정의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닷물에 잠긴 곳은 바다라고 하고 잠기지 않은 곳은 육지라고 합니다. 문제는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바닷물에 잠기는 곳이 계속 변한다는 겁니다.(사진=이미지투데이)바닷물이 들어오는 밀물 때는 바다가 되었다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이곳을 갯벌 또는 간석지(干潟地)라고 합니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되기도 하고 육지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간석지는 바다일까요, 육지일까요? 간석지 단어에 ‘땅 지(地)’가 들어있기 때문에 육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틀렸습니다. 이곳은 바다로 분류됩니다. 바다와 육지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가장 높은 밀물(사리) 때의 해안선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지요.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아졌을 때도 물에 잠기지 않아야 육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 때문에 애매했던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이 마련된 셈입니다.밀물과 썰물의 바닷물 움직임 때문에 기준을 정하기에 애매한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산과 건축물 높이의 기준이 되는 해수면입니다. 높이를 나타날 때 해발 몇 m라고 표시하는데, 해발은 해수면으로부터 얼마나 높은가를 의미합니다. 육지에 있는 대상의 높이를 재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해수면 높이가 정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밀물과 썰물로 해수면의 높이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해수면 높이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해수면 높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해 동안 해수면 높이를 측정해 평균치를 해수면의 기준으로 정하는 것입니다.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평균 해수면 높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평평하게 보이는 바다도 지역에 따라 높낮이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해수면에 대한 자료는 우리가 아닌 일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13~1916년에 걸쳐 청진, 원산, 진남포, 인천, 목포의 5개 바다에서 해수면의 높이를 측정해 평균값을 기준 높이를 정했습니다.평균 해수면 높이를 정했으니 이제 높이를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야 합니다. 마치 땅을 측량하고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말뚝을 꽂아두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땅은 위치가 고정돼 말뚝으로 표시하기 쉽지만, 바다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높이를 알려주는 표시를 고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높이를 알려주는 표시를 육지에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수준원점(水準原點)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수준원점은 인천광역시 인하대학교 부지 내에 설치돼있습니다. 이 수준원점은 대한민국 국토에 있는 산과 건축물의 높이를 재는 기준점이 됩니다.평균 해수면과 해발고도. (이미지=최종수 박사)수준원점을 기준으로 측정한 산 높이는 한라산 1950m, 지리산 1915m, 설악산 1708m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은 2,744m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백두산 높이를 찾아보면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이 표시하고 있는 백두산 높이가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2750m, 중국은 2749.2m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백두산을 두고 왜 나라마다 측정한 높이가 다른 걸까요? 이유는 나라마다 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바다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동해안의 원산 앞바다를 기준으로 하고 중국은 톈진 앞바다의 해수면을 기준으로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단체에서는 2030년이 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천공항이 잠길 것이라는 섬뜩한 자료를 내놓기도 합니다.하지만 해수면 상승은 영화나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의견입니다. 세계기상기구와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2021년 발표한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 상승 높이는 매년 3mm 정도입니다.해양환경공단의 자료를 이용해 해수면 상승을 예측해 보아도 상승 높이는 2050년 0.4m, 2100년 1.1m 정도입니다. 일부 단체에서 제시했던 인천공항이 바닷물에 잠길 것이라는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하지만 이 예측이 해수면 상승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에 대한 지나친 과장으로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박사/기술사)
- 해양문화유산이 문학을 만났을 때…'학술대회' 개최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민족문학사연구소와 함께 오는 8월 12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세미나실에서 ‘해양문화재+문학사’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양 기관의 연구협력 프로그램인 ‘해양문화재+(더하기)’의 일환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해양문화재+’는 해양문화유산과 서로 다른 분야와의 만남을 통해 해양문화유산 연구의 지평을 심화·확장하고, 연구 결과를 발전시켜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해양문화재와 문학사를 접목한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제1부 ‘상상, 바다의 재해석과 형상화’에서는 △선도소설(仙道小說)의 바다 상상 : 조여적의 ‘청학집’ 다시 읽기 (양승목, 동국대) △바다 밖 존재에 대한 상상: ‘태원지’에 재현된 타자들(김선현, 숙명여대) △‘어우야담’ 속 바다 형상-상상과 현실의 넘나듦(이승은, 한림대) 등 3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예정돼 있다. 제2부 ‘현실, 바다의 재현과 인식’에서는 △방조제와 간척지, 그리고 잊힌 포구와 갯벌의 기억과 이야기 -서산 대호방조제, 천수만방조제 지역을 중심으로(서유석, 경상대) △바다 설화에 나타난 생태 인식 연구 -구비문학대계를 중심으로(강지연, 서원대) △근대전환기 여성 한시에 나타난 바다 이미지(임보연, 대진대) 등 3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펼친다. 제3부에서는 장경남 숭실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이 펼쳐질 예정이다.
- 뻔한 국내여행 이제 그만, 이제 ‘승우더하기’ 하세요
- 경남 마산 저도 트레킹(사진=승우여행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승우여행사가 가벼운 트레킹과 다채로운 볼거리를 동시에 즐기는 프리미엄 국내 여행 브랜드 ‘승우더하기’를 출시했다.승우더하기는 국내 유명 문화적 자원과 계절별 아름다운 자연을 여행하며, 제철 음식을 맛보고 편안하게 쉬어가는 품격 있는 승우여행사만의 프리미엄 국내여행 브랜드다. 기존 패키지여행에 더 편하고 더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서비스를 더해 4일 이상의 여행 상품을 기획했다.승우더하기 상품의 특징은 기존 패키지여행의 부담을 줄이고 여유로움을 더했다는 점이다. 좌석이 넓고 편한 우등버스로 이동하고, 지역별 4성급 이상의 호텔 또는 동급 리조트에 투숙한다. 쇼핑 및 옵션 관광, 가이드 팁 등 불필요한 비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최소출발인원은 8인으로 줄여 여행 출발 가능성을 높이고 소규모 인원으로도 여행을 진행한다.여행 일정은 24년의 여행 경험을 가진 승우여행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60대 이상의 시니어층이 가기 좋은 추천지를 골라 지역을 나누고 코스를 정했다. 일정에는 가벼운 트레킹이 포함되어 길 위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며 걷기여행과 관광여행을 모두를 만족한다. 여행마다 공연 또는 체험이 포함되어 다채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가장 먼저 공개된 상품은 포항, 경주, 부산을 여행하는 ‘동쪽바다 더하기 4일’과 변산, 목포, 고흥을 여행하는 ‘서쪽바다 더하기 4일’ 여행이다. 서쪽바다 더하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섬과 갯벌을 품고 있는 서해의 멋진 풍광과 함께 발달한 미식 문화를 경험한다. 동쪽바다 더하기는 탁 트이는 동해안의 해안 절경을 따라 도시와 자연을 오가며 우리 역사의 과거와 문화재를 만난다.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한다.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는 “앞으로 남쪽바다 더하기, 제주바다 더하기 등 가볍게 걸으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스의 국내 여행 상품을 지속해서 오픈할 예정“이라며,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출발 가능하니 부모님 효도여행, 부부 모임여행, 단체여행으로도 제격”이라고 전했다.한편, 1998년에 문을 연 승우여행사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며, 알려진 명소부터 숨은 오지마을까지 걷기 좋은 길을 찾아다니는 자연여행 전문여행사다. 최근에는 전국 일주 여행 ‘대한민국 팔도유람 24박25일’, 영주 야간여행 ‘영주야 한밤에’, 대한민국 가장 높은 3개 봉우리 오르기 ‘Korea 3peaks Challenge 5570m’ 등 기발한 국내여행상품 기획한 바 있다.
- 신세계면세점, ISO14001 인증 획득…ESG 경영 강화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환경경영 국제표준 ‘ISO14001’ 인증을 획득했다고 29일 밝혔다.유신열(좌측)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와 임성환 BSI KOREA(영국왕립표준협회 한국지사)대표이사가 ISO14001 인증 수여식 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신세계면세점)지난 28일 서울 중구 회현동 신세계디에프 본사에서 진행한 인증식에는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임성환 BSI KOREA(영국왕립표준협회 한국지사)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ISO14001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인증으로, 기업이 환경경영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그를 관리, 달성하기 위한 조직적인 관리체계를 갖췄는지 종합 평가인증하는 국제 규격이다.신세계디에프 본사와 신세계면세점 본점, 인천공항점, 부산점, 통합물류센터까지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판매, 마케팅, 물류 등 온·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환경경영시스템을 인증 받았다.이번 인증은 그 동안 신세계면세점이 환경경영을 전체적인 사업 활동에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신세계면세점은 올해 5월 환경경영방침을 선포하면서 ESG 경영 활동을 강화하고 환경경영을 최우선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 철저한 환경 법규 준수와 엄격한 내부 관리 실행을 약속했다. 동시에 환경경영시스템 구축과 임직원의 친환경 경영 실천 의지를 밝혔다.2020년부터는 비닐 소모품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 ‘그린백’을 2020년 2월에 최초 도입해 인천공항 및 시내 면세점에 확대해 지속 사용하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는 통합물류센터에서 공항 인도장까지의 상품 운송 방식을 ‘무빙랙’으로 전면 도입해 에어캡 사용 문제를 해결했다. 효율적인 적재 및 이동으로 쇼핑 환경 개선을 했을 뿐 아니라, 상품 파손을 막기 위한 에어캡 사용을 줄여 쓰레기 발생량을 대폭 줄였다. 올 하반기에는 100% 재생지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한 종이 쇼핑백을 도입해 비닐 쇼핑백 사용량을 줄이는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더불어 비닐 소모품 감축뿐 아니라, 생태계 가치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6월, 4번째로 영종도 갯벌 보전 활동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9년 이래 매년 세계 5대 갯벌인 영종도 갯벌 보전 활동을 펼치는 인천녹색연합을 후원해 왔다.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환경경영방침을 수립하고 전체 사업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환경’을 핵심 가치로 두고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여행] 천년의 지혜가 담긴 '팔만대장경', 그 경이에 빠지다
- 경남 합천 가야산 자락의 자리한 해인사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인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 법조전 내부의 모습. 이 건물에는 팔만대장경을 수백년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던 우리 선조들의 정성과 지혜가 담겨 있다.[합천(경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오랜 역사와 내용의 완벽함, 고도로 정교한 인쇄술의 극치를 엿볼 수 있는 세계 불교 경전 중 가장 중요하고 완벽한 경전이다.” “ 장경판전은 대장경의 부식을 방지하고 온전한 보관을 위해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보존과학의 소산물이다.”국보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두 국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이렇게 평가했다.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보유 중인 경남 합천 해인사는 지난해부터 그 일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주지인 현응 스님의 결단에서다. 그는 “법보이자 세계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팔만대장경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아직도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보는 것은 주말(토·일요일)에 단 10~20명에게만 허락된다. 언제 다시 관람이 중단될지 모르는 만큼 지금이 이 국보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해인사로 향했다.◇팔만대장경판 620여년간 보관한 장경판전“대장경판을 절대 만지면 안됩니다. 벽이나 경판에 꽂힌 판가에 기대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합니다. 특히 라이터 등 화기는 절대 안됩니다. 카메라를 제외한 가방 등은 보관함에 두시길 바랍니다. 사진 촬영은 허락된 곳에서만 가능합니다.”해인사팔만대장경연구원 보존국장 일한 스님은 당부 또 당부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 말에 마음을 가다듬고 엄숙하게 장경판전으로 들어섰다. 그만큼 해인사와 이곳 스님들은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귀하게 여긴다.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20명 미만으로 제한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탐방에서 팔만대장경을 보는 시간은 고작 20여 분. 이 시간 동안 대화를 최소화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장경판전은 해인사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해인사의 주요 건물들을 지나야만 장경판전에 이를 수 있다. 일주문에서 봉황문, 해탈문, 구광루를 지나 해인사의 중심 건물인 대적광전 뒤로 돌아가면 해인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해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해인사 경내에서 가장 위쪽에 자리한 건물이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이다장경판전은 ‘ㅁ’자 형태다. 북쪽 법보전과 남쪽 수다라장, 동서로 동사간판전과 서사간판전 등 4개 건물이 이어져 있다. 이중 공개하는 곳은 화엄경 등 대승불교 경전이 새겨진 판본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전. 조심스럽게 그 내부로 들어섰다.마치 오래된 도서관처럼 가지런히 정리된 경판들이 나무로 된 5층 판가에 빼곡히 꽂혀 있었다. 경판 수만 8만 1258장, 목판에 새겨진 글씨는 총 5272만 자에 달하는 팔만대장경이었다. 꼬박 20년 이상을 읽어야 하는 방대한 양이었지만, 7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한장의 경판도 썩거나 뒤틀리지 않았다.대장경 연구원이 장갑을 낀 손으로 경판 하나를 꺼내 들어 보였다. 순간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팔만대장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 수백 년의 숨결을 품은 경판이 오롯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운 순간이었다.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의 출입문은 수다라장.◇8만여 경판에 5200여 만자로 부처의 말을 새기다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 때 강화도에서 만들어졌다. 부처의 힘으로 몽골군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불심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고려인들의 염원이었다.그 만큼 경판에는 놀라울 정도의 정성이 스며 있었다. 나무 선택부터가 그랬다. 글자를 촘촘히 새겨야 하니 목판의 재질은 너무 단단해서는 안됐다. 그렇다고 무른 재질의 나무를 쓰면 글 획의 시작이나 끝부분이 마모되거나 떨어져 나갔다. 깎기는 쉽지만, 새겨놓은 글 획은 흐트러지지 않아야 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낸 나무가 우리 산야에 널리 있었던 산벚나무와 돌배나무였다.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중인 팔만대장경경판을 만드는 작업도 까다로웠다. 우선 나무를 베어내 갯벌에 2년 이상 묻어두는 것에서 시작했다. 갯벌에서 건져낸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뒤 소금물에 삶았다. 마른 뒤에도 비틀림이 없고 보풀도 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또 1년이 걸렸다. 나무를 베어내고 도합 3년이 지나야 목재를 경판으로 쓸 수 있을지 감별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골라낸 나무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새긴 뒤 손잡이에 해당하는 마구리를 붙이고, 옻칠까지 마쳐야 비로소 경판이 완성됐다.글자를 새길 때도 정성을 가득 담았다. 글자 한 자를 새길 때마다 절을 세 번씩 했다. 무려 5200만자가 넘지만 오자와 탈자가 없을 정도. 그것도 마치 한 사람이 새긴 것처럼 글자가 동일하게 느껴질 만큼 지극정성이었다. 경판마다 빽빽하게 새겨진 이 글씨를 보고 있노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원을 바쳤는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팔만대장경이 수백년 동안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선조들의 지혜와 정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의 출입문인 수다라장은 해마다 춘분과 추분이면 둥근 문과 지붕의 기와 그림자가 중첩되면서 연꽃 모양의 그림자가 지는 것으로 유명하다.◇수백년 동안 팔만대장경은 어떻게 보전되었나팔만대장경은 조선왕조가 세워진 이후 지금의 해인사로 옮겨졌다. 그때 만들어진 건물이 장경판전이었다. 1488년 조선 성종 때 완공됐다. 길이 61m, 폭 9m. 장식도 기교도 없는 소박한 목조건물이지만, 여기에는 팔만대장경을 완벽하게 보존할 건축기술이 담겨 있다.먼저 장경판전의 자리를 세심하게 선정했다. 해인사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자, 서남향에 자리를 선택했다. 이유가 있었다. 태양의 고도와 일조량을 계산해보니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고, 겨울에는 햇빛이 풍부하게 드는 천혜의 장소였다.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은 습도·온도·바람을 치밀하게 계산해 설계했다. 오늘날의 첨단 건축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건축물이다.건물 구조는 바람의 방향을 고려했다. 건물 남쪽은 아래쪽 창문이 더 크지만, 건물 북쪽은 위쪽 창문이 더 크다. 동남쪽에는 부는 바람이 건물 내부를 돌아 공기를 순환시키는 구조다. 경판을 보관하는 판가는 건물의 길이 방향으로 배치해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가 되게 했다. 이는 목판이 썩거나 틀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직접 가서 보면 아래위 크기를 달리한 창문과 문살 하나하나가 신비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오늘날의 첨단 건축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바닥에는 소금, 횟가루, 숯을 차례로 깔았다. 경판을 보존하는데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장마철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할 때는 수분을 내보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게 한다.지붕도 마찬가지. 과거 장경판전의 지붕은 청기와가 덮여 있었다. 청기와는 상당한 고온에서 구워지기 때문에 백금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낙뢰가 떨어져도 청기와가 피뢰침 역할을 해 목판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세기 건축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장경판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해인사가 수차례 화재로 소실되는 동안 장경판전은 한 번도 불이 난 일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불법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해인사 입구에 있는 김영환 장군 공적비◇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구한 김영환 대령사실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항상 안전했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전쟁의 위기를 비켜나가지 못한다면, 파괴되고 마는 것이 또 역사다. 가장 큰 위기는 6·25 한국전쟁이었다. 당시 가야산 자락은 빨치산이 활동하던 주요 무대였다. 해인사 인근에서도 여러번에 걸쳐 격전이 벌어졌다. 이에 미군은 해인사 일대를 폭격하기로 했다. 그 임무는 고 김영한 대령이 맡았다. 공군 폭격기 조종사였던 그는 명령을 받고 해인사로 출격했다. 하지만 그는 차마 해인사를 폭격할 수 없었다. 해인사에 소중한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해인사 폭격을 멈췄다. 단지 기관총만으로 가야산 일대에 숨어 있던 적군을 소탕했다. 대장경테마파크 천년관에는 팔만대장경 제작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김 대령이 문화재에 대한 식견과 보존의식을 갖춘 군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김 대령이 아니었다면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해인사 앞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잠시 그 비석 앞에 서서 김 대령의 용기에 감사를 전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공개를 했지만, 일반인이 장경판전의 팔만대장경은 만나기는 여전히 힘들다. 관리와 안전상의 이유로 한정적으로 탐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장경테마파크에서는 실물과 똑같은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대장경 제작 과정을 담은 디오라마와 대장경을 제작한 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옮기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해인사 소리길’은 여름철 걷기 좋은 길이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흐르는 물조차 붉다’고 해 홍류동이라 이름 붙은 계곡을 따라 6.2km의 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흐르는 물·바람 소리와 함께 내면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명상의 길이자, 해탈의 길이다.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홍류동계곡을 따라 이어진 해인사 소리길
- “카메라에 비친 갯벌의 숨은 매력을 찾아주세요”
-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공단과 함께 갯벌 사진 공모전 ‘뻘 in Love’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자료=해수부)이번 공모전은 오는 5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1주년을 맞아 기획됐으며 우리 갯벌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여행지로서의 색다른 매력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했다. 공모전에는 갯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갯벌을 주제로 갯벌의 아름다움 등을 담은 사진을 해양환경공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참가 신청서와 함께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응모작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주제적합성, 작품성, 전달력,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하여 대상 1명,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 등 총 7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9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다만 우리나라 갯벌에서 볼 수 있는 생물, 반려동물 등이 사진에 포함된 경우는 접수 해도 되지만 사람의 얼굴이 식별 가능한 경우는 제외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해수부 장관상과 상금 100만 원을 수여하며 이 외에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해수부 장관상,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상과 함께 상금 50만 원, 40만 원, 20만 원이 각각 주어질 예정이다. 공모전 수상작은 갯벌 홍보를 위해 해수부 및 해양환경공단 누리소통망(SNS), 각종 정책자료 등에서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이번 공모전이 우리 갯벌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갯벌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샌드박스, 新 오리지널 콘텐츠 '섬브로' 론칭
-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인기 유튜버 정브르, 헌터퐝의 생물탐사 섬 여행기가 온다.4일 오후 10시 케이블 TV (IHQ) 샌드박스 플러스에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오리지널 콘텐츠 ‘섬브로’ 첫 회가 공개된다.‘섬브로’는 인기 곤충 및 생물 유튜버 정브르와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의 생물 먹방 크리에이터 헌터퐝이 함께 3박 4일 간 섬으로 여행을 떠나 직접 생물을 탐사하며 펼쳐지는 본격 여행 예능이다. 해산물 요리 크리에이터 수빙수도 특별 게스트로 참여했다. ‘우리나라 섬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천연기념물이 많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충청남도 소재의 유부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유튜버들이 섬의 갯벌과 산, 숲을 뒤지고 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 생물들을 찾아다니며 삼시세끼까지 해결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집념과 케미스트리를 만날 수 있다.또한, 보름달 물 해파리부터, 꼬막, 골뱅이, 도둑게, 벼메뚜기, 큰조롱박먼지벌레까지 다양한 생물을 찾아 다니는 과정에서 유익한 즐거움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위기로 인해 멸종되거나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한국의 희귀생물들을 직접 탐사하는 기획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의미를 선사할 예정이다.‘섬브로’는 샌드박스 플러스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방송되며, 오는 11일 정브르 유튜브 채널에도 1화가 업로드된다.한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MCN 업계의 대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다채로운 신규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 [르포]345가구 남짓 작은 어촌마을에 ‘스타벅스’ 출점하는 이유는?
- [울산=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조성한 뒤 관광객도 많아지고, 귀어(歸漁)를 위해 어촌계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어요.”(강원보 주전마을 어촌계장)울산 동구 주전동 ‘주전마을’ 전경.(사진=강신우 기자)지난달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본부에서 차로 3시간30분을 내리 달렸더니 짙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형성된 작은 마을이 보인다. 행정구역상 울산시 동구 주전동에 있는 이곳은 ‘주전마을’. 2012년12월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이듬해인 2013년 8월 조성사업을 마쳤다. 다목적홀과 사무실, 숙소 등을 짓는데 사업비는 약 9억2700만원이 쓰였다. 해변은 모래가 아닌 작은 돌로 이뤄졌다. 그래서 이름도 ‘몽돌해변’이다. 검게 빛나는 자갈은 여느 해변과는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암초에 파도가 부딪히며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은 갖은 잡념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짙푸른 바닷물 사이에 암초가 곳곳에 있다.(사진=강신우 기자)어촌 체험과 관광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고 바다 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카누는 한강서 타는 카누체험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한 마을 해녀(나잠어업·총 39명)들과 함께 배우는 해녀 체험을 하고, 이들이 직접 채집한 돌미역, 전복, 성게, 해삼 등 특산물로 만든 ‘해녀밥상’을 식당이 아닌 어촌체험마을 안내센터에서 만끽할 수 있다. 강 어촌계장은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이후 관광객이 많을 때는 연간 4만5000명까지 방문했다”며 “더 많은 관광사업 개발과 귀어가족 유치로 마을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전마을은 이 같은 운영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대한민국 경관대상 우수상, 지난해 어촌관광사업 등급평가에서 ‘우수’를 받았다. 관광객이 늘면서 전체가구 345가구 남짓한 이 작은 어촌마을에 콧대 높은 스타벅스도 입점한다. 울산 동구청 관계자는 “3층 높이의 건축물을 허가했으며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카누 체험객들이 ‘투명카누’를 타고 큰 바다로 나가고 있다.(사진=강신우 기자)주전마을은 가족단위 체험형 관광사업에 더해 향후 ‘레저관광형’ 어촌을 꿈꾸고 있다. 수상레져와 스킨스쿠버 체험을 위한 이른바 ‘보트존’ 등을 개발하고 있다. 주전항은 지난 2020년 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300사업’에 선정돼 10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사업비는 보트존 외에도 방파제 신설, 물양장 축조, 해파랑길 경관 개선 등에 쓰인다. 해수부는 주전항과 같은 어촌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도시와 농어촌간의 교류촉진에 관한법’에 따라 어촌체험휴양마을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총 121곳의 최근 3년간 관광효과를 보면 체험객과 관광소득은 △2019년 150만명·254억원 △2020년 95만명·171억원 △2021년 113만명·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효과가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시 관광객과 소득이 느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지역별 어촌체험 관광객은 제주도가 23만1726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인천 16만2039명 △강원도 14만8672명 △전북 13만2928명 △경기도 12만2430명 등의 순이다. 현재 전국 121곳의 어촌체험마을에서는 갯벌체험, 낚시체험, 수상레포츠, 생태학습, 어업체험 등 282개 이상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업체험을 중심으로 어촌의 자연환경, 생활문화 등과 연계한 관광기반시설을 조정해 어업 이외 소득증대와 어촌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체험마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다소 줄었지만 어촌계에서도 다양한 관광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 유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