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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형제 "신사옥서 마음 다잡아…'K' 안 뗀 K팝 음악 계속 만들 것"(인터뷰③)
  • [단독]용감한형제 "신사옥서 마음 다잡아…'K' 안 뗀 K팝 음악 계속 만들 것"(인터뷰③)
  • 용감한형제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이영훈 기자)[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걸그룹 캔디샵(Candy Shop·소람, 유이나, 수이, 사랑)은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이하 브레이브)가 신사옥 시대를 연 이후 처음으로 론칭한 아티스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브레이브 신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단독으로 인터뷰한 ‘수장’ 용감한형제는 “202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고 공황장애까지 찾아와서 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저에게 신사옥 준공은 마음을 다잡는 일이기도 했다”면서 “새로운 터전에서 음악 작업을 다시 왕성하게 해나가보자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음악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아요. 결국 난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요즘 들어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 신사옥에는 연습실, 작업실, 녹음실, 사무 공간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용감한형제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서울 강남구 서초동과 역삼동에 있던 구사옥을 매각하고 신사옥에서 새 출발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는 “음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질 높은 음향 장비를 공수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확실히 일하기 수월해졌어요. 지금과 같은 환경이 갖춰진 가운데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이나 콘텐츠 공개가 늦어지는 것은 질책과 질타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쉬지 않고, 대중이 좋아해주실 만한 다양한 곡들을 많이 써내보겠습니다.”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신사옥(사진=홈페이지)캔디샵(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용감한형제는 K팝 글로벌화 흐름 속 해외 음악 프로듀서들이 입지를 점차 넓혀가는 상황 속 K팝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는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음악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있다. 그렇기에 예전부터 해외가 아닌 국내 시장에 방점을 두고 활동해왔고, 국내에서 히트곡을 만들어냈을 때 큰 행복감을 느껴왔다”고 밝히면서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K팝에서 ‘K’를 떼어내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해외 프로듀서들이 흉내낼 수 없는 K팝만의 감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비에서 ‘빵’ 하고 터지는, K팝 특유의 스타일대로 음악을 못 만들어내겠다고 하는 해외 프로듀서들도 실제로 많은 걸로 알고 있고요. 다들 너무 해외만 바라보고 있는데 전 그러다가 K팝이 뭔가 놓치고 가는 게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해요. ‘국뽕’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우리가 팝을 따라할 게 아니라 외국 친구들이 K팝을 따라하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앞으로도 대한민국 리스너들을 최우선에 두고 음악을 해내가려고 합니다. 캔디샵 데뷔 앨범에 한국적 감성을 입힌 것도 그런 지향점을 반영한 것이고요.”한편 용감한형제는 브레이브 소속 보이그룹인 다크비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다크비는 퍼포먼스 실력이 정말 뛰어난 친구들이다. 그렇기에 지금보다 더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고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진다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다크비 친구들과도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열심히 새로운 결과물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3.30 I 김현식 기자
칭기스칸의 최종 병기, '순대'
  • 칭기스칸의 최종 병기, '순대'[이우석의 '식사'(食史)]
  • 매일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그저 배를 채우려는 끼니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치열히 살았던 인류의 식문화는 곧 우리의 역사가 되었고 삶의 방식으로 남았습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한 접시의 음식 속에 녹아든 인문학은 또 하루를 지탱할 에너지와 지식을 줄 뿐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더욱 맛깔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식사(食史) 한 끼를 지면의 식탁 위에 차려보려 합니다. 눈으로 맛보고 머리로 씹어보는, 어쩌면 포만감이 오래도록 남을 식사의 시간입니다. <편집자주>[글·사진= 이우석 먹고놀기연구소 소장]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음식문화는 태평성대, 또는 강력한 권력에 의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인류가 혼란을 겪는 전쟁을 할 때면 늘 새로운 음식이 탄생했다. 비스킷과 건빵, 그리고 통조림이 그랬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전쟁 역시 식후에나 가능한 것이었다. 병참의 기본이 군량이라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음식이 발명됐다.대학로의 순대전문식당 ‘순대실록’이 고증을 통해 재현한 전통순대.(사진=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뜨거운 물만 넣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광둥성 명물 이푸몐(伊府麵)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푸몐은 현재 세계인들이 먹는 인스턴트 라면의 근간이 됐다. 전쟁 기간에 탄생한 대부분의 ‘전투식량’(MRE)은 현재 일상 메뉴, 아니 요리가 되기도 했다. 식품공학은 전쟁 기간 눈부시게 발전한 셈이다.13세기 유라시아 북부 유목민의 서진(西進) 침략전쟁에서 육포와 순대가 전 세계에 퍼졌다. 말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원리의 육포. 그리고 고기와 부산물을 오랫동안 저장하도록 한 순대는 인류의 요리사에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순대와 서양의 소시지는 그 맥락이 유사한, 아니 같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지금 한국에선 허드레 고기 요리로 간식거리나 국밥 재료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순대는 한때 세계를 정복한 유목 제국의 대표 전투식량이었다. 느린 가축 떼를 끌고 원정을 떠날 수 없는 유목제국의 기마병단은 순대를 고안했다. 가축을 모조리 도축해 육포와 순대를 만들어 이를 둘둘 말아 안장에 차고 출정했다. 육포와 순대는 고기를 상하지 않게 보관하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고열량 음식이어서 전투식량으로 더할 나위 없었다. 18세기 병조림과 통조림이 개발되기 1전까지 순대(소시지)는 동서양 모두에게 매우 유용한 병참 물품으로 각광받았다.생각해보면 순대의 제조 원리는 매우 그로테스크하다. 가축을 도축해 살과 내장 따위를 발라낸 뒤, 다시 그 내장에 피와 함께 채워 넣는다. 동물은 자신의 겉과 속이 뒤집히는 일을 겪는 셈이다.순대실록의 ‘순대 스테이크’누가 상상했을까. 살과 혈액을 되레 제 창자에 집어넣는 이런 작업을. 어찌 됐든 주변에 온통 풀밭밖에 없는 환경에서 발휘된 유목민들의 창의성은 당대 최고 포장재를 개발해 냈다. 적당히 투과되고 또 적당히 밀폐되는 창자는 운반과 조리가 간편하다는 이점 이외에도 그 자체로도 맛이 좋다는 결정적 장점을 갖고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껏 훌륭한 포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의 ‘콜라겐 케이싱’ 따위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풍미’까지 있다.과연 효과는 최고였다. 양쪽을 실로 밀봉하면 휴대하기에 편했다. 그을려 두면 따로 조리하지 않고도 그대로 썰어 먹을 수도 있었다. 영양가도 충분했다. 고기의 단백질과 지방의 열량, 피의 무기질에다 함께 넣은 푸성귀의 섬유소까지 들었다. 가축의 내장 속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소화효소도 남아 있었다. 초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염분까지 혈액 속에 있으니 한마디로 완전식품이었다. 최강 몽골 기마병의 가공할 만한 진격 속도는 당시 최고의 전투식량 ‘순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동고트 에르마나리크 왕이나 아바스의 칼리파 알무스타심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고작 순대에 당한 셈이다.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강력한 기마병에 견고한 유럽의 성곽은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속절없이 당했다. 잿더미가 된 터에 결국 순대만 남았다. 유럽판 순대(소시지)의 탄생이었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중국 둥베이 순대 ‘샹창’몽골 전래설과 배치되는 의견은 유럽 자생설이다. 애초 그들도 낙농과 유목을 했고 육식을 했다. 또한 기나긴 겨울을 나야 했기 때문에 창자에 고기를 넣어 보관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는 이론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미 피순대와 유사한 내장 요리가 생겨났다는 기록도 있다.유럽과 아시아가 침략과 전쟁이라는 상호 접촉을 통해 서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가설은 소시지와 순대 관계 해석에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곡물과 채소를 넣고 창자를 말리는 방식은 중앙아시아에서 만들어져 전해졌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도 매우 유사한 원리로 만들어진 각국의 전통 순대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우리 찹쌀순대와 외양이 비슷한 모르시야(스페인), 부댕(프랑스), 피순대 격인 블랙푸딩(영국), 비롤도, 부리스토(이탈리아), 해기스(스코틀랜드), 슈바르츠부어스트(독일) 등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순대가 존재한다. 이외에도 헝가리나 슬로베니아, 체코 등에서 순대와 형태와 맛에서 흡사한 소시지 종류를 발견할 수 있다.결국 소시지와 순대는 제조와 섭취법에 있어 그 궤를 같이해 왔다. 마치 국수와 파스타처럼, 각각 발달해 지금에 이르렀다. 특히 선지와 곡물을 함께 넣은 소시지는 누가 봐도 순대와 똑같다. 유럽의 ‘유사 순대’는 독자적 발전을 통해 훌륭한 식문화 장르를 개척했고, 지금은 그들의 ‘찬란한 전통 식문화’가 됐다.용인 백암순대서양에만 전래된 것이 아니다. 북적(北狄)의 음식으로 자연스레 중국에 전파된 순대는 샹창(香腸)과 라창(臘腸)의 형태로 각각 발전했다. 둥베이(東北) 지방의 샹창은 그곳에 살던 조선족의 피밥(선지찹쌀순대)과 함께 별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둥베이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광둥(廣東) 지방의 라창은 촉촉한 샹창과는 달리 바싹 말라 있다. 보존이 어려운 습한 기후 탓이다. 라창은 소시지처럼 잘게 썰어 볶음밥 재료로 쓰거나 삶아서 먹는다.‘그 군대’는 한반도에도 내려왔다. 이때 우리 땅에 순대가 전래됐다. 만주어로 셩지 두하(senggi duha·피와 창자)는 발음이 바뀌어 ‘선지 순대’가 됐다. 농경 정착사회인 한국에서의 순대는 유목민과는 달리 곡물과 푸성귀를 많이 넣는 형태로 발전했다. 메밀이나 찹쌀을 넣고 아예 채소를 듬뿍 썰어 넣기도 하는데 대부분 선지는 들어간다. 선지와 쌀만 넣거나(혹은 오직 선지만 굳혀 넣는다), 케이싱으로 대창을 쓰는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근대에 들어 시꺼먼 당면순대가 등장하면서 순대 하면 떠오르는 지금의 형태가 대중에 인식됐지만, 구황식품에 가까운 당면순대는 한민족의 순대 역사에서 매우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세계적으로 순대가 상용되고 있지만 거의 유일하게 탕류로 끓여 먹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서민들의 국밥을 대표하는 순댓국은 싼 가격에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는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장이 서면 늘 순댓국집이 붐빈다. 고깃국 중에 가장 저렴하고 푸짐한 까닭이다. 푸짐한 전골로 변신하면서 맛좋고 든든한 안줏감으로서 별미의 지위를 계승하고 있다.순대는 한민족에 유독 인기를 끈 덕에 많은 다양성을 낳았다. 경기도 용인 백암순대, 충청남도 천안 병천순대, 전라북도의 피순대, 전라남도 암뽕(대창)순대, 강원도 속초 아바이순대(그 이전에 함경도 순대), 제주 메밀 순대(수애) 등 지역색을 선명히 드러내며 각자 자리를 잡았다.전남 곡성 피순대와 암뽕각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이용해 각각 특색 있는 순대를 고안했고 세월이 흐르며 뿌리를 내렸다. 특히 국내 여행이 활성화된 2000년대 이후 지역 별미로 입소문을 탔다. 이 중 대창이나 막창을 쓰는 것은 속초 아바이순대와 전남 암뽕순대, 제주 수애다. 실제 창자 부위라 두툼하고 고기 맛이 지배적이라 일반 소창 순대보다는 고급 요리로서 이미지가 강하다.이름에도 나타나 있듯 아바이순대는 원래 함흥의 것이다. 6·25전쟁 당시 실향민이 대거 월남하며 고기소가 꽉 찬 아바이순대를 이남에 알렸다. 돼지가 귀할 때 쓰는 오징어순대나 명태순대는 생선을 쓰는데 ‘속을 채워 넣는다’는 순대의 원리만 빌려온 이름이다.암뽕순대는 사실 암뽕(새끼보)과는 상관없다. 순댓집에서 막창으로 순대를 만들어 내주는데 곁들이는 고기류에 따로 암뽕을 끼워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순대의 제주 방언인 수애는 막창 속에 메밀이나 보릿가루를 선지에 섞어 넣어 겉은 존득하며 속은 죽처럼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용인 백암순대는 선지 대신 다진 고기와 채소를 터질 듯 두둑이 넣은 것이 특징인데 푸성귀가 많이 들어 특유의 담백한 맛으로 사랑받는다. 한입 깨물면 마치 고기만두처럼 가득한 소가 입안에서 터지며 만족감을 준다. 선지를 거의 넣지 않아서 색도 밝아 순대에 거부감이 있는 이들에게 문턱이 낮다.‘아우내(竝川) 장터순대’로 유명한 병천순대는 채소가 많이 들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신선한 선지에 채소와 찹쌀 등을 다져 넣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국밥에 넣으면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피순대는 처음 맛보는 이들에겐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막창 순대 안에 선지 덩어리만 들었다.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졌지만, 사실 전북에선 순대 하면 피순대를 떠올리는 게 보편적이다. 쫄깃한 막창과 부드러운 선지 덩어리를 함께 씹을 때 터져 나오는 진한 풍미에 길들어지면 고기나 채소를 넣은 순대는 싱겁게 느껴진다.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른 정복자의 식량 순대는 전란이 끝난 후에도 유물로 남아 인류의 식탁을 여전히 점령 중이다.전북 피순대국밥◇순대 요리 맛집▶순대실록 =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대학로에서 따끈하고 고소한 순대국밥을 맛있게 말아내는 집으로 유명하다. 국내산 돼지머리 고기와 직접 만드는 순대가 적절히 들어가고 사골에서 우려낸 국물이 이를 넓게 포용한다. 진하지만 의외로 깔끔한 국물에 제법 묵직한 꾸미 맛이 조화를 이룬다. 강한 맛이 아니어서 오히려 질리지 않는다. 손님층이 젊고 재방문객이 많다. 달군 철판에 올려내는 순대 스테이크와 볶음 등 안줏거리도 다양하다. 서울 종로구 동숭길 127. 9000원.▶2대째 순대집 = 두툼한 대창에 선지만 가득 채운 전라도식 피순대를 판다. 요즘은 관광객도 어찌 알고 찾아들지만 원래는 지역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 장날이든 평일이든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창은 자체가 씹는 맛이 좋아 속에 부드러운 선지만 채워 넣어도 식감 대비가 좋다. 한 번에 툭 터지는 선지와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을 뿜는 대창이 조화를 이룬다. 전북 순창군 순창읍 남계로 58. 8000원. 새끼보 4만원.
2024.03.15 I 강경록 기자
한동훈 “제3지대 통합, 영주권 얻기 위한 위장결혼”
  • 한동훈 “제3지대 통합, 영주권 얻기 위한 위장결혼”
  • [이데일리 김형환 조민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제3지대의 통합에 대해 “영주권을 얻기 위한 위장결혼 비슷한 것”이라고 평가했다.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개혁신당은) 선거에서 금배지를 다는 방법을 위해 만들어 지향점과 정체성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앞서 지난 9일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는 통합 신당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하고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가 당을 이끌어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정당은 지향점과 정체성은 같아야 한다”며 “우리 당의 경우 김경율 비상대책위원도 있지만 오른쪽에 치우친 인물도 있다. 그렇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자유경제를 지킨다는 지향점이 같다”고 말했다.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전날 ‘검찰 독재 종식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조 전 장관이 국회의원 되고 싶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라고 지적했다.한 위원장은 “우리당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조 전 장관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없다”며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야합으로 관철하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틈이 보인다”고 주장했다.이어 그는 “이 대표 때문에 극단적으로 도덕성이 낮아진 곳에서조차 조 전 장관의 공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 조 전 장관이 뒷문으로 우회해서 (금배지를) 달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이 제도다. 얼마나 문제 있는 제도인지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한 위원장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운동권 청산 논리는 독립운동가를 청산한 친일파 논리’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국뽕’ 정치를 위해 친일파와 일본을 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는 “독립운동가들이 재벌에게 뒷돈 받고 룸살롱에서 여성에게 욕을 했는가”라며 “이번 총선을 한일전이라고 하는데 그런 식의 말은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와 나라에 해를 끼치는 정치”라고 꼬집었다.
2024.02.13 I 김형환 기자
술자리 잦은 연초...간편한 속풀이 돕는 '해장템' 주목
  • 술자리 잦은 연초...간편한 속풀이 돕는 '해장템' 주목
  • 오뚜기 제공.[이데일리 문다애 기자] 각종 모임이 이어지는 연초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숙취’다. 숙취를 다스리는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음식을 통한 해장이다. 지난해 7월 롯데멤버스가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주로 먹는 해장 음식은 국물류로 나타났다. 1위는 ‘콩나물국, 북엇국 등 해장국류(23.7%)’, 2위는 ‘라면, 짬뽕 등 빨간 국물류(22.6%)’, 3위는 ‘쌀국수, 칼국수 등 맑은 국물류(9.3%)’가 차지했으며, ‘파스타, 피자 등 기름진 음식류(9.2%)’,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류(7.7%)’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음식으로 쓰린 속을 달래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간편한 해장템으로 쏠리고 있다. 국물류는 대표적인 해장 음식으로 꼽히지만, 숙취를 이겨내고 해장국을 끓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조리와 휴대가 간편한 컵밥이 직장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오뚜기 ‘황태콩나물해장국밥’은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황태, 콩나물 등을 활용한 컵밥으로, 개운하고 칼칼한 황태국물과 아삭한 콩나물이 조화를 이룬다. 컵밥 형태의 짬뽕밥도 눈길을 끈다. 오뚜기 ‘진짬뽕밥’은 인기 제품인 진짬뽕에 말아먹는 짬뽕밥을 컵밥으로 구현한 제품으로, 칼칼하고 진한 국물에 특유의 불향이 어우러진다. 오뚜기 컵밥도 있다. 오뚜기는 컵밥에 포함된 밥의 양이 적어 아쉽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2020년 업계 최초로 컵밥 전 제품의 밥 양을 20% 늘렸다. 내용물이 손에 묻지 않도록 기존 제품보다 긴 슬라이드 스푼을 동봉해 취식 편의성도 높였다. 과음한 다음날 쉽고 빠르게 조리 가능한 라면을 찾는 이들도 많다. 오뚜기는 얼큰하고 자극적인 국물 대신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을 내세운 라면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18년 오뚜기가 선보인 쇠고기미역국라면은 미역국을 라면에 접목시킨 제품으로,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듬해 내놓은 오뚜기 ‘북엇국라면’도 있다. 북어에서 우러나오는 고소한 풍미를 담은 국물 맛이 특징이다. 파스타, 피자 등 기름진 음식이나 달콤한 디저트도 해장 메뉴로 인기다. 최근 풀무원식품은 이탈리아 파스타 브랜드 ‘바릴라’와 공동 개발한 서브 브랜드 ‘아티장(Artisan)’의 파스타 및 소스를 선보였다. 파스타면은 스파게티, 링귀니, 푸실리, 통밀스파게티 등 4종으로 최상급 듀럼밀을 사용했으며, 알 덴테(Al dente) 식감을 구현했다. 함께 선보인 파스타 소스는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를 활용한 냉장 소스다.지난해 동원F&B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전문 회사인 제스트코와 손잡고 가공유 ‘덴마크 초코초코 우유’의 아이스크림 버전 ‘덴마크 초코초코콘’을 선보였다. 2015년 출시한 덴마크 초코초코 우유 맛을 그대로 살린 제품으로, 초코칩을 더해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초콜릿 풍미를 극대화했다.식품업계 관계자는 “새해를 맞아 각종 모임, 회식 등 술자리가 늘면서 간편한 해장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4.01.23 I 문다애 기자
스피어에 '삼성 갤럭시' 광고, 국뽕 차올라…마블도 등장
  • [영상]스피어에 '삼성 갤럭시' 광고, 국뽕 차올라…마블도 등장[CES 2024]
  •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A New Era of Galaxy AI is Coming(‘갤럭시 AI’의 새로운 시대가 온다)”세계 최대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구형 공연장에 마블 캐릭터와 함께 ‘삼성 갤럭시’란 문구가 함께 떠올랐다. 오는 17일(현지시간) 열리는 ‘갤럭시 언팩(제품 공개)’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 영상으로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의 불빛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구형 공연장 ‘스피어’에 삼성 갤럭시 언팩 광고가 상영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삼성전자(005930)는 9일(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10일 오전 3시까지 약 18시간 동안 갤럭시 언팩 광고를 상영한다고 밝혔다. 홍보물은 90초 분량으로, 10초가량의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연속 상영된다.광고엔 마블의 히어로인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가 먼저 등장한 뒤 ‘캡틴 마블’이 멀티버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번 언팩 행사명인 ‘Galaxy Unpacked 2024: Opening a New Era of Mobile AI(갤럭시 언팩 2024: 모바일 AI 새 시대 개막)’ 문구가 광고를 마무리한다. 구체적인 광고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피어 광고비는 하루 최소 45만 달러(약 6억 원)로 알려져 있다. 고가의 가격에도 스피어의 광고 효과가 큰 탓에 6일(현지시간)엔 중국 대표 가전업체이자 ‘CES 2024’ 후원사인 TCL의 로고를 표출하는 광고도 이뤄졌다.스피어는 지난해 9월 개장해 한 번에 1만 7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형 공연장이다. 외벽은 5만 3884㎡로 축구장 2개 반을 합쳐놓은 듯한 크기로 높이는 아파트와 비슷한 111m, 지름은 157m에 달한다. 미국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MSG)이 7년 전부터 기획해 총 23억 달러(약 3조원)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구형 공연장 ‘스피어’에 삼성 갤럭시 언팩 광고가 상영되고 있다.(영상=조민정 기자)
2024.01.09 I 조민정 기자
'노량' 허준호 "도망가려다 김한민 감독에 홀려…쇠질·벌크업까지"①
  • '노량' 허준호 "도망가려다 김한민 감독에 홀려…쇠질·벌크업까지"[인터뷰]①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노량’ 배우 허준호가 명나라의 장수 등자룡을 연기하기 위해 고대 중국어 대사를 연습하고, 체격을 벌크업한 과정을 털어놨다. 허준호는 지난 20일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 개봉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일 개봉한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을 거쳐 10년 만에 완성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허준호는 영화가 개봉한 소감을 묻자 “이 시리즈에 들어간 배우로서 참 영광스러웠다”면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관객으로서 실화를 재밌게는 보지만, 내가 (출연) 하는 건 조금 도망다니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여러 실화 이야기에 출연했지만 할 때마다 부담은 엄청났다. 내가 표현하는 인물은 물론, 그분의 가족, 주변 지인분들까지 아플 수 있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순신 3부작의 첫 작품인 ‘명량’은 2014년 개봉 당시 1700만 관객들을 ‘국뽕’ 열기에 빠뜨리며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박해일 주연의 ‘한산: 용의 출현’도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집결시켰다. 두 작품 연속 좋은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만큼, 유종의 미를 장식할 ‘노량’에 쏠린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주인공 이순신 역의 김윤석을 필두로,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박훈, 이무생, 이규형, 안보현 등 연기력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대별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도 한몫한다. 허준호는 명나라의 부총병으로 당대 위대한 장수였던 ‘등자룡’ 역할을 맡아 첫 고대 중국어 연기에 도전했다. 등자룡은 자신보다 어린 상사인 도독 ‘진린’(정재영 분)을 모시지만, 연륜과 지혜,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장군으로 당시 명나라 백성들에게 큰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진린조차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며, 진린과 마찬가지로 조명연합체로서 7년 전쟁을 함께한 조선의 장군 이순신을 마음 깊이 친애하며 존경하는 캐릭터다. 진린이 조선을 빠져나가려는 왜군을 보내주고 이 전쟁을 그만하자고 이순신 장군을 종용할 때도, 등자룡은 상사 진린의 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이순신의 전투를 지원사격한다. 허준호는 “역사를 잘 모르는데 대본을 보고서 (이 인물을) 알게 됐다”며 “사실 이 작품을 처음에 시작할 땐 중국어를 해야 해서 도망갈 구멍을 보며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그가 앉은 자리에서 두시간 반 만에 날 홀려놨다”고 출연 계기를 털어놨다. 그는 “이순신 장군님과 관련해선 분 초 단위까지 이야기하며 전쟁을 다 꿰고 있더라.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싶었다”며 “등자룡과 관련한 자료는 처음에 몇 개 찾아보다 그냥 덮었다. 당시 명나라 사람들에게도 그가 굉장한 인물이었더라. 자료에 의지해 내 개인적으로 평가를 내릴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역사적, 사실적인 고증 면은 연출부와 기획팀에 맡긴 채 대본으로 바로 들어갔다”고 캐릭터에 몰입한 과정을 전했다. 이어 “나로선 이 사람이 왜 이순신을 도와줬을까 그 마음이 우선이었다. 왜 이 사람들이 관계가 있었을까, 뭘까. 그러기엔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면서도, “목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도와준 건 거의 이 사람을 혈연과 다를 바 없이 느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다루기 힘든 분들이니 그렇게 일단 상상했다”고도 덧붙였다. 고대 중국어 연기에 도전하는 건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어려운 과제였다. 허준호는 “외우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냥 외웠다”며 “한 번이라도 호흡을 생각하면 안됐다. 생각하면서 이야기하는 수준이 아니고, 툭 치면 쭉 나와야 하는 말이었다. 그 정도가 가능하게끔 외웠다. 뉘앙스나 음율이나 띄어쓰기, 숨표 같은 건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분들이 내 중국어 연기를 보시고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다”며 “아무리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해도 그들이 보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우리끼린 틀려도 모르고 넘어가지만, 본토 분들은 바로 아시지 않나. 하지만 틀려도 조용히 넘어가주셨으면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갑옷을 입고도 액션을 무리 없이 수행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체격을 만들었다고도 전했다. 허준호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는데도 갑옷을 입고 안 움직여지니 힘들더라”며 “웬만한 팔 힘으론 안되어서 계속 헬스를 다니며 쇠질했다. 벌크업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차기작 ‘광장’ 때문에 ‘노량’ 때와 비교해 20kg 정도 살을 뺀 상태”라고 덧붙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허준호는 ‘노량’을 비롯해 올 한 해 드라마,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와 관객들을 만났다.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2’,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으며, 추석에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에도 출연해 연휴 내내 극장 무대인사를 바삐 누볐다. 내년 역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 등 다양한 작품들로 대중을 만날 준비 중이다. 허준호는 “한동안 배우를 할 생각이 없던 때가 있었다. 배우 생활을 완전히 접고 다른 생활을 하던 중 신앙을 만나 마음이 바뀌었다”며 “하느님을 만나며 많은 걸 느끼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게 배우를 다시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렇게 다시 기회가 다가올 줄 몰랐다. 그래서인지 나를 찾아준다는 사실들 만으로 너무 감사하다.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계속 받고 있는 듯하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불과 1, 2년 전만 해도 극장에 가면 보이는 게 빨갛고 파란 좌석 색깔밖에 없었다”며 “‘천박사’ 때까지만 해도 극장에 사람이 없어서 객석이 채워지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오죽하면 무대인사하러 극장에 가면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게 맞나’ 싶어서 극장 건물의 쇼핑몰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서울의 봄’이 잘되며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시니 그야말로 ‘땡큐 썰’(Thank You Sir)인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노량’으로 개봉 전 부산, 여수 무대인사를 다녀왔는데 아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득 채운 객석을 참 오랜만에 봤다. ‘노량’은 전 연령대가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라 좋다”고 전했다.
2023.12.21 I 김보영 기자
'노량' 김윤석 "최민식·박해일과 동병상련 느낌으로 이순신에 매달려"①
  • '노량' 김윤석 "최민식·박해일과 동병상련 느낌으로 이순신에 매달려"[인터뷰]①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노량’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에서 최후의 이순신을 연기한 소감과 성웅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느낀 깨달음, 앞서 이순신 역할로 활약한 최민식, 박해일에게 느낀 동질감 등을 털어놨다. 김윤석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개봉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일인 오늘 개봉한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을 거쳐 10년 만에 완성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노량’에선 ‘명량’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에 이어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의 말년과 최후를 입체감있게 표현했다. 김윤석과 김한민 감독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 김윤석은 마침내 ‘노량’이 개봉한 소감에 대해 “2년이 넘었다. 드디어 개봉하는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다”라며 “여름에 개봉하느냐 겨울에 개봉하느냐 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3부작의 마지막이고 노량해전은 겨울에 일어났던 전쟁이다. 그 전에 명량과 한산은 여름 전쟁이었다. 겨울 전쟁이었던 만큼 그에 맞게 겨울에 개봉하고 싶었다. 그리고 장군님이 돌아가신 날 며칠 차이로 개봉하게 됐다. 감개무량한 마음도 있고 떨리는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노량’은 개봉일 예매량이 32만 장을 돌파, 전작들을 뛰어넘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예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의 첫 축포를 터뜨렸다. 김윤석은 “예매율이 1위라곤 하지만 그거갖고 막 좋다고 할 수도 없는 듯하다. 앞으로의 추이를 보고 좀 더 성원이 있어준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고 소망을 밝혔다. 2014년 개봉한 최민식 주연의 첫 작품 ‘명량’을 시작으로 피날레인 ‘노량’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는 하나의 시리즈 주인공에 세 명의 다른 배우를 캐스팅한 파격적인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시도였다. 특히 첫 작품인 ‘명량’은 당시 1700만 관객들을 ‘국뽕’ 열기에 빠뜨리며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박해일 주연의 ‘한산: 용의 출현’도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집결시켰다. 두 작품 연속 좋은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만큼, 유종의 미를 장식할 ‘노량’에 쏠린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김윤석은 처음 시나리오를 제안받았을 당시를 “명량과 한산이 나왔을 때 ‘아 이 사람(김한민 감독)이 노량까지 가겠구나’ 이 생이 들었다. 처음엔 ‘명량’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기어코 ‘한산’을 만들어냈다. ‘노량’은 특히 장군님의 마지막 가장 중요한 해전이었다. 그 대본이 나에게 왔을 때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호기심이 컸다”고 기억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봤는데 역시나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명량은 명량, 한산은 한산이고, 노량은 노량이기 전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의미다”라며 “명의 입장이 있다. 이때부터 드디어 명나라가 나오기 시작해서 삼국(조선, 명, 왜군)의 관계가 중요했다. 시나리오에서 드러난 드라마의 밀도가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성웅 이순신의 못지 않게 시나리오와 시리즈 자체가 가진 무게와 부담감도 컸다. 김윤석은 “앞서 두 분(최민식, 박해일)이 훌륭히 작품을 해주셨지만 더 중요한 건 이순신 장군님 자체다. 두 배우님과 저는 똑같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 앞에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심전심으로 수고가 많다 서로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재영 등 ‘노량’을 함께한 배우들은 현장에서 고뇌에 빠져있던 김윤석의 자태가 이순신 장군의 모습 자체였다고 입을 모아 말하기도. 다만 김윤석은 이에 대해 “아군이라고 고맙게 말씀해주신 거 같다. 부끄럽다”고 겸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노량’에서의 이순신 장군님은 워낙에 말수가 적고 감정을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은 빡세고 즐거웠지만 이전에 참여한 영화에서처럼 동료들과 담소를 나눌 분위기는 아니었다. 워낙 비장한 장면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특히 10년간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이끌며 누구보다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친 김한민 감독에 대한 신뢰가 출연하기로 결심을 굳힌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윤석은 “시나리오로 러브레터를 보내셨다. 제가 읽어보고 감독님과 만나 하루동안 시나리오 전체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며 “이 시나리오의 모든 글과 페이지를 한 장 한 장씩 넘기며 왜 이 장면을 넣었고 이런 것들을 쫙 설명해주셨다. 우선 제가 그 자리에 나갔다는 것은 글만 보고도 이 작품에 매력을 느낀 거다. 그러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브리핑을 듣고 나니 모든 취지에 충분히 공감됐다. 그때부터 남은 건 둘이 함께 오로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을 믿고 ‘온전히 이순신 월드에 자신을 맡기겠다’고 선언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김윤석은 그 이유를 묻자 “브리핑을 들은 후 대한민국에서 이순신에 대해 김한민 감독만큼 아는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 장군님의 가족부터 부하 장수들의 가족들까지 다 알고 있더라. 또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부분에 VFX가 들어간다. 사전에 CG팀부터 촬영, 조명, 감독까지 완벽히 서로 합의 하에 그렇게 큰 사이즈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모든 절차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혼란이 생긴다. 그 계산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일 사람에게 배우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당신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현명한 촬영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영화 ‘미성년’으로 장편 영화 연출 경험이 있다. 연출을 해본 감독의 입장에서도 김한민 감독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김윤석은 “정말 배짱 좋다. 지그시 기다리며 하나하나씩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볼 때 역시나 저 사람은 진짜 굉장히 대단한 감독 중 한 사람이구나 생각한다”며 “화살 쏘는 모양 하나까지 급한 와중에도 차분히 이야기하고 뜯어고치면서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봤다. 사실 영화를 찍다 보면 압박이 온다. 촬영일수에 대한 압박도 오고. 그런 압박들을 버텨내면서 원하는 걸 이루어나간다는 게 대단하다. 끈기는 감독이 가져야 할 굉장히 중요한 능력인데 이를 지녔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존경을 표했다. 한편 ‘노량’은 20일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2023.12.20 I 김보영 기자
이태신이 이순신 동상 봤듯…'노량'·'서울의 봄' 쌍끌이 잭팟?
  • 이태신이 이순신 동상 봤듯…'노량'·'서울의 봄' 쌍끌이 잭팟?[스타in 포커스]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순신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가 개봉일인 20일 예매량 32만 장을 돌파하며 흥행의 첫 축포를 힘차게 쐈다. 이는 전작인 ‘명량’, ‘한산: 용의 출현’의 예매량을 모두 넘는 시리즈 최고 기록이다. 최근 900만을 넘어 천만을 향해 흥행 중인 영화 ‘서울의 봄’의 개봉일 예매량(19만 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의 희망을 선사한 ‘서울의 봄’의 배턴을 ‘노량’이 이어받아 쌍끌이 연말 흥행을 터뜨릴지 주목된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2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실시간 예매율이 오전 7시 기준 49.3%, 사전 예매량 32만 444장을 기록하며 전체 영화 예매율 1위를 수성 중이다. 이는 지난 해 전작 ‘한산: 용의 출현’의 개봉 당일 오전 7시 기준 예매량 31만 4310장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로써 ‘노량: 죽음의 바다’는 ‘명량’, ‘한산: 용의 출현’까지 이순신 3부작 전편을 모두 뛰어넘는 시리즈 최고 사전 예매 신기록을 달성했다. 기념비적인 기록을 달성한 만큼 9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지난 17일(일) 전체 예매율 1위에 오른 ‘노량: 죽음의 바다’는 개봉 전 5일 동안 가파른 예매량 상승세로 흥행의 불씨를 지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을 거쳐 10년 만에 완성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2014년 개봉한 최민식 주연의 첫 작품 ‘명량’을 시작으로 피날레인 ‘노량’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는 하나의 시리즈 주인공에 세 명의 다른 배우를 캐스팅한 파격적인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시도였다. 특히 첫 작품인 ‘명량’은 당시 1700만 관객들을 ‘국뽕’ 열기에 빠뜨리며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박해일 주연의 ‘한산: 용의 출현’도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집결시켰다. 두 작품 연속 좋은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만큼, 유종의 미를 장식할 ‘노량’에 쏠린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순신 역의 김윤석을 필두로,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박훈, 이무생, 이규형, 안보현 등 연기력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대별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도 한몫한다. (왼쪽부터)김한민 감독, 김성수 감독.개봉 시기상으로도 유리하다. 앞서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뜨거운 극찬과 입소문을 낳으면서 저조했던 한국 영화 상황에 먼저 활기를 불어넣은 것. 업계에선 팩션(실화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이야기) 무비인 ‘서울의 봄’ 덕분에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그대로 ‘노량’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동시에 개봉하는 외화 ‘아쿠아맨2’을 제외하고, ‘외+계인’ 2부가 개봉하는 1월 10일 전까지 ‘노량’을 위협할 특별한 경쟁작이 없다는 점도 청신호다. 이번 주말부터 크리스마스인 25일(월) 연휴가 포함돼는 만큼 첫 주 스코어에 기대가 쏠리는 상황. 의도치 않게 형성된 ‘서울의 봄’과의 연결고리,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과 ‘노량’ 김한민 감독의 상부상조도 관객들에게 ‘노량’을 챙겨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서울의 봄’에서는 극 중 주인공 이태신(정우성 분)이 부대를 이끌고 전두광(황정민 분)의 반란을 막기 위해 광화문으로 진격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이태신이 진격하기 직전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지그시 바라보는 장면이 눈길을 끈 것. 이 장면이 ‘서울의 봄’ 바로 다음 주자로 개봉할 ‘노량’의 쌍끌이 흥행을 기대케 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서울의 봄’에 악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박훈(문일평 역), 안세호(장민기 역) 등 조연들이 ‘노량’에도 출연, 이순신 곁에서 정의와 충성을 지킨 조선의 장수들로 등장한다는 점도 관심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한민 감독은 인터뷰에서 “‘서울의 봄’에서도 이순신 동상이 나오더라. 마침 이태신 장군의 이름이 한글자 빼고 이순신 장군님과 두 글자나 겹친다”며 “‘서울의 봄’에서 쌓인 분노 게이지를 ‘노량’에서 완벽한 위안으로 치환되는 작업이 됐으면 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운명적인 인연인 것 같다. 저 역시 기분이 묘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김한민 감독이 앞서 한 달 전 ‘서울의 봄’의 GV에 참석해 김성수 감독을 지원사격한 이후, ‘노량’ GV로 김성수 감독과 재회하게 된 점도 반가움을 자아냈다. 김한민 감독은 “‘서울의 봄’ 메가토크 당시 우스갯소리로 ‘서울의 봄’과 ‘노량’이 한국 영화 점유율을 높여주지 않겠냐는 이야길 했었는데 ‘서울의 봄’의 배턴 터치를 받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다만 넘어서야 할 난관들도 있다. 가장 큰 숙제는 153분의 긴 러닝타임이다. 모두가 기다리는 해전 액션신과 이순신 장군의 최후 모습이 그려지기 전까지 조선과 왜군, 명나라 등 삼국의 관계성, 7년 전쟁의 변화 등을 설명하는 장면들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 시사 이후 대체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막, 설명신으로 소비되는 초중반부가 상당히 루즈하다는 지적역시 제기된다. 그럼에도 시리즈 사상 최장 시간인 100분에 걸친 야간 해전신 등 CG 기술과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탄생한 화려한 볼거리와 압도적 스케일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우려를 극찬으로 바꿀 긍정적 요소들이 훨씬 많다. 올 겨울 ‘노량’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감동의 바다로 빠뜨릴지 주목된다. ‘노량’은 오늘(20일)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2023.12.20 I 김보영 기자
'혐오논쟁' 빠질 시간 없다…韓게임 '노' 저어야 할때
  • '혐오논쟁' 빠질 시간 없다…韓게임 '노' 저어야 할때[생생확대경]
  • ‘더게임어워드’서 노미네이트됐던 ‘P의 거짓’(왼쪽)과 ‘데이브 더 다이버’. (사진=네오위즈, 넥슨)[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올해 한국 게임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매번 국내에만 갇혀 있던 한국 게임이 처음으로 해외시장에서 주목받는 모습들은 다소 낯설면서도 뿌듯했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오랜만에 게임 분야에서 ‘국뽕’(자국 찬양을 뜻하는 온라인 신조어)을 느낄 수 있었던, 많은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2023년이다.지난 8일 ‘게임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글로벌 트리플A(AAA)급 대작들이 ‘올해의 게임’(GOTY) 타이틀을 노리며 서로 경쟁하는 자리다. 단순 시상식을 넘어 신작 독점 공개,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축제이기도 하다. 이런 큰 자리에 한국 게임 2개가 처음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바로 네오위즈(095660)의 ‘P의 거짓’,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다. ‘P의 거짓’은 미술상과 롤플레잉 게임상에, ‘데이브’는 인디게임상 후보작에 올랐다. 물론 수상까지는 하지 못했다. ‘발더스 게이트3’, ‘젤다의 전설:왕국의 눈물’, ‘파이널 판타지16’ 등 대작들이 올해 집중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단순 후보작에 오른 것만 하더라도 의미는 있다. 매번 내수에서만 놀았던 한국 게임이 이제 막 알을 깨고 밖(글로벌)으로 나가는 신호탄 같다고나 할까. ‘P의 거짓’과 ‘데이브’를 통해 많은 해외 게임 이용자들이 한국 게임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만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어 지난 15일엔 영국 영화·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가 주최하는 게임어워드에서 넥슨의 ‘데이브’가 ‘올해의 게임’ 최종 후보 60종에 선정되기도 했다. BAFTA 어워드는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과 견줄 정도의 권위를 가진 시상식이다. 한국 게임은 이처럼 깐깐한 북미와 유럽 시장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 나가는 과정에 서 있다.이처럼 한국 게임 산업의 변화 측면에서 지금은 참으로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 난데 없는 ‘혐오’ 논쟁이 터졌다. 게임 내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하는 모 외주 스튜디오에서 ‘남성 혐오’를 뜻하는 ‘손 표현’을 교묘히 숨겨 게임사들에게 공급했다는 의혹이다. 게임 이용자들이 들고 일어났고, 문제 영상을 쓴 게임사는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너무 이상하다. 어찌 보면 피해자인 해당 게임사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확실치도 않은데 외주 스튜디오를 압박해 해당 직원을 퇴사시켰다”는 식이다. 냉정하게 보면 게임사가 전혀 의도치 않은 표현을 하청업체가 자의로 넣어 문제를 일으켰고 원청인 게임사가 고스란히 유무형의 피해를 떠안은 사례다. 잘못한 대상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하다. 여기엔 남녀간 갈등이라는 소모적 논쟁이 붙을 이유가 없다. 매번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아무 이유 없이 게임이 두들겨 맞았던 그간의 아픈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한국 게임은 이제 본격적으로 노를 저어야 할 때가 왔다. 올해가 시작이라면 내년, 내후년은 미지의 세상으로 더 힘껏 나가야 한다. 이런 시점에 ‘혐오’와 같은 소모적 논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다. 게임사는 고객인 ‘게이머’들만 바라보면 된다. 논쟁을 일으켜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엔 단호히 발을 빼고 글로벌시장을 향한 항해에만 집중했으면 한다.
2023.12.17 I 김정유 기자
" ‘물뽕’ 한 방울에 스티커 색깔이"…치안기술 한 데 모였다
  • " ‘물뽕’ 한 방울에 스티커 색깔이"…치안기술 한 데 모였다[르포]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스마트폰 뒷면에 1㎝짜리 원형 스티커를 붙여 주세요. 손가락으로 ‘물뽕(GHB·감마하이드록시 낙산, 대체 시료)’을 톡하고 찍은 뒤 스티커에 묻혀보세요. 이렇게 색깔이 살구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면 물뽕 성분이 있는 거에요.”본지 기자가 18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구수의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스티커형 진단키트를 이용해보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필메디)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이 열린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의 송도컨벤시아 내의 한 부스. 이 제품은 의료용 기기 업체인 필메디가 개발한 것으로, 강남 클럽 등을 중심으로 성범죄에 악용된 신종 마약인 물뽕의 성분을 구분해 내는 검사 키트다. 의심이 가는 술이나 음료를 손가락으로 찍어 검사용 스티커 표면에 묻히면 1분 이내에 색 변화 여부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물뽕 이외에도 필로폰(MET), 코카인(Cocaine) 등의 성분을 걸러낼 수 있는 동일한 방식의 진단 키트도 있다. 민홍기 필메디 선임연구원은 “스티커형 진단 키트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나 아마존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2년 전부터 판매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에서는 월 800~900개 정도가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균관대 등과 협업해 마약 성분 10가지를 검출할 수 있는 경찰 전문가용 스트립 진단 키트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오는 21일까지 4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184개사, 부스 816개가 운영된다. 지난해 열렸던 행사와 비교하면 전시규모는 11% 증가했다. 장비도 △개인장비·대테러 △모빌리티·로보틱스 △교통장비·시스템 △교육훈련·지원솔루션 △범죄수사·감식장비 △사회안전·통합관제 △마약예방대응 등 다양한 주제로 구분돼 전시됐다.18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구수의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는 저위험 권총과 음주운전 방지 장치 등이 전시돼 있다.(사진=황병서 기자)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제품은 글로벌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 SNT모티브가 선보인 ‘저위험 권총’이었다. 이 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겠다”고 말하며 관심을 끌었다. 저위험 총과 함께 사람의 피부·근육의 밀도와 유사한 젤라틴 블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총알 등도 전시돼 있었다.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 소속 경찰 관계자는 “저위험 총은 38권총 등보다 가벼워 반동이 적을 뿐 아니라 레이저 사이트도 있어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다”며 “권총보다 저위험 총이 쏘는 사람에게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SNT 관계자는 “경찰청에 저위험 총 100정을 납품했다”면서 “현재는 저위험 총알에 대한 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몰래 카메라계 보안관’으로 불리는 제품도 있었다. 첨단 보안기술 업체 지슨이 선보인 ‘상시형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은 몰래카메라가 내뿜는 열을 감지해 적발하는 방식으로, 주로 여성화장실과 민원실 등에 이용되고 있었다. 원형 형태의 탐지 모듈과 원격 컨드롤러로 구성된 시스템은 24시간, 365일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선정돼 서울경찰청 산하 21개 경찰서의 민원실 등에 설치돼 있으며, 서울특별시청 등 지방정부와 서울대학교 등 대학교 등에도 갖춰져 있다. 김정우 지슨 전략사업 팀장은 “이 시스템은 한 곳에서 이동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열을 25~30도 정도 발생하는 제품을 구분해 내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내년부터 도입예정인 음주운전 방지 장치도 이번 박람회에 선을 보였다. 음주운전 측정기 제조업체인 센텍코리아는 이용자들이 직접 이 장치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자동차에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소주를 물에 소량으로 희석된 액체를 마신 뒤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2~3초간 숨을 불어 넣는 방식이었다. 음주 상태인 것이 발각돼 이 제품에 ‘실패(Fail)’란 문구가 뜨며 자동차 엔진을 켤 수 없었다.
2023.10.19 I 황병서 기자
오랜만에 본 ‘K-게임의 희망’…시작이 반이다
  • [생생확대경]오랜만에 본 ‘K-게임의 희망’…시작이 반이다
  • 네오위즈 ‘P의 거짓’. (사진=네오위즈)[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한국 게임 산업은 단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뤘다. 엔씨소프트(036570), 넥슨, 넷마블(251270) 등 소위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도 탄생했고, 국내 콘텐츠 수출에서도 67%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분명히 한국 게임은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게임의 존재감은 어떨까. 아쉽게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게임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특히 콘솔 플랫폼 수요가 많은 북미, 유럽 등에선 특히나 더 그렇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나 할까. 산업적으로 급성장시킨 건 한국 게임사들의 노력 때문이겠지만 냉정하게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한국 게임의 이미지와 정체성은 글로벌 기준과는 상당히 동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사실 한국 게임은 특정 장르(MMORPG)와 특정 플랫폼(모바일) 중심으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을 덧입히며 성장한 케이스다. 해당 분야에서 한국 게임사들의 기술은 상당하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도 먹히는 소위 ‘트리플A’(AAA)급 게임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어렵다. 글로벌 게임 시장, 특히 콘솔 시장은 북미, 유럽,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의 게임’(GOTY) 등도 매번 그들만의 잔치다. 내수 기반으로 성장했던 한국 기업은 외국에선 아직 변방으로 취급받는다. 한국 게임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올해 콘솔 게임에 본격 도전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는 이유다.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네오위즈(095660)가 산하 개발사 라운드8을 통해 출시한 ‘P의 거짓’은 ‘K-게임’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게임이다. 오랜만에 게임 분야에서 ‘국뽕’(자국 찬양 의미의 신조어)을 느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한국 게임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물론 ‘소울라이크’(일본 프롬소프트의 ‘다크소울’과 비슷한 장르의 게임) 장르여서 유사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장르적 한계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기반으로 다양한 차별성을 부여했고, 무엇보다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민감한 최적화에서 있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메타크리틱(게임 평가 사이트)에서도 81점으로 준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하지만 이 같은 호평에도 네오위즈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대가 너무 큰 것이었는지, 아니면 모바일보다 콘솔 게임의 매출 외형이 작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2만 3000~4000원 대를 오가는 모습이다. 증권가서도 “과도한 저평가”라는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시장에선 움직임이 없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 게임사 창업주는 ‘P의 거짓’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P의 거짓’이 분명히 호평을 받았지만, 콘솔 패키지 게임은 모바일 게임보다 들어가는 품에 비해 돈이 덜 되는 것도 사실이다. “철저히 ‘수치’를 보는 시장은 달리 생각할 수 있을 거다. (네오위즈) 경영자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당연히 매출과 수익을 올리려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모바일 게임에 여러 BM을 붙여 출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P의 거짓’은 편안한 길을 버리고 도전을 했다. ‘P의 거짓’은 첫걸음일 뿐이다. 향후 제2·제3의 ‘P의 거짓’이 나와 글로벌 시장에 한국 게임에 대한 존재감을 각인시켜려면 시장에서의 따듯한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당장의 수익성을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 회사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움직이는지, 앞으로 한국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건 욕심일까.‘P의 거짓’ 외에도 넥슨이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을 통해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도 싱글 패키지 게임으로 나와 글로벌 시장에 신선함을 안겨주는 등 한국 게임사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성공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향한 K-게임의 도전이 끊기지 않기를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소망한다.
2023.10.16 I 김정유 기자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역사물 유독 많은 건…무지한 세상 무서워져"②
  •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역사물 유독 많은 건…무지한 세상 무서워져"[인터뷰]②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1947 보스톤’으로 돌아온 강제규 감독이 영화를 둘러싼 ‘국뽕’ 및 ‘신파’ 우려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작품을 향한 올곧은 진심을 전했다. 강제규 감독은 12일 오후 영화 ‘1947 보스톤’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1947 보스톤’은 촬영은 사실 2018년 강 감독이 시나리오를 받고 2019년 촬영을 시작해 2020년 크랭크업했던 영화다. 2021년 설 연휴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까지 거의 마무리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2020년 11월 출연 배우 배성우의 음주운전 혐의로 오랜 기간 개봉을 미뤘다. 약 4년 만인 올 추석 연휴 관객들을 만나는 상황. 강제규 감독은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2021년 구정 쯤에 개봉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후반작업을 했는데 이렇게 늦어질 줄은 상상도못했다. 영화를 다 만들어놓고 이렇게 오랫동안 개봉을 못 한 게 처음이었다”며 “아마 이 시기에 영화를 만들고 개봉한 많은 감독들이나 연기자들, 스태프들 다 똑같은 입장이었을 거다. 좀 답답하고 힘든 시간이었던 거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영화를 준비하면서 편집실과 녹음실을 그렇게 자주 갔다. 또 제가 만든 영화 중 블라인드 시사도 가장 많이 거친 작품”이라며 “개봉 사이 2년 반이란 시간이 그런 면에서 한편으론 작품의 내실을 다질 수 있던 시간들이었다고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만들며 들었던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는 1947년 시대를 산 세 명의 실존 인물들의 삶과 여정을 요즘의 관객들이 얼만큼 동화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였다고 한다. 강제규 감독은 “영화를 보고 동화되는 것은 둘째치고 이 작품에 관심이나 가져주실까 걱정했다”며 “관심이 있어야 영화를 보고 공감이든 비판이든 일으킬텐데. 무관심이 제일 무섭지 않나. 이를 미리 알고 싶어 블라인드 시사들을 거쳤다”고 회상했다. 특히 영화의 소재가 가질 수 있는 ‘국뽕’, ‘신파’에 대한 관객들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게 어렵고 궁금한 지점으로 다가왔다고도 설명했다. 강제규 감독은 “이 영화의 로그라인만 봐도 국뽕이나 신파가 셀 것 같은 느낌들이 제가 관객이었어도 들 것 같은 거다. 그걸 극복하는 게 숙제였다”며 “픽션이면 마음대로 극적인 상황과 반전을 섞을 수 있는데 실화 기반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한계는 많은데 탈출구는 적은 느낌이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또 “당시엔 옳은 판단이라 생각해 넣은 장면을 5년이 지나 다시 보면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못 봐주겠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이번 작품은 세월이 흐른 뒤 이 작품을 보더라도 ‘낯간지럽게 저건 왜 넣어가지고’ 후회할 짓을 최대한 없애고 싶었다”고도 부연했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촬영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유사한 감동이나 상황을 반복되는 상황을 막고자 덜어낸 장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관객들에게 신파나 국뽕으로 비춰질까. 강제규 감독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 팩트 그 자체다. 팩트라 할지라도 보시는 사람에 따라 국뽕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그런 상황들을 표현해냈다면 작위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국뽕이라 생각될 수 있겠지만, 우린 팩트를 그대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궤가 다르지 않나 싶다”라며 “국뽕이지만 궤가 다른 국뽕”이란 귀여운 해명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시나리오상 캐릭터를 구축하며 실존인물들의 유족과 기념재단 등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나간 과정들도 풀어냈다. 강 감독은 “세 위대한 마라토너들을 한 영화에 담을 수 있는 게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이자 큰 행복,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시나리오 단계에서 저마다의 의견 제시들이 조금씩 다 있었다. 세 분 모두 훌륭한 분들이시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더 훌륭한 업적을 남기셨는데’ 아쉽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겠나. 그런 의견들을 전해 듣고 함께 이야기나누며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나름 쉽진 않았다”고 떠올렸다. 또 “왜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우리 선생님의 분량이 적나 등등 목소리들은 당연히 생긴다. 그게 실화를 다루는 작품에서 피치 못하게 겪을 일인 거 같다”면서도, “나름대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잘 경청해 녹여낸 것 같다. 완성본 시사가 지금 계속 진행 중인데, 가편집본은 그 분들이 이미 다 보셨다. 다행히 대부분 만족하셨다. 큰 이견이 없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은행나무 침대’를 시작으로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 웨이’ 등 이번 작품을 포함해 강제규 감독의 화제작은 대체로 전쟁과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아픔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 많다. 이에 대해 강제규 감독은 “어떤 시공간에 대한 특별한 개념을 갖고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라면서도, “어느 순간 지나온 과거에 애착을 많이 갖게 된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싶다”며 미소지었다.역사에 얽힌 개인적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그는 “‘마이 웨이’ 때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당시 일본 대학에서 현지 대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한 기억이 있다. 그 자리에서 느낀 게 일본 학생들이 역사를 너무 모르더라”며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본에선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지 않았다. 1020 젊은 세대 중 현대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학생이 별로 없었다. 특별히 관심갖지 않는 이상 역사적 진실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거였다”라고 회상했다.이어 “이런 세상이 좀 무서워지더라”며 “우리나라라고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 않나. 과거와 현재, 미래는 그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띠일 뿐이다. 그런 것들을 나누며 분리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온 궤적을 잘 살펴봐야 미래도 멋지게 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전도사처럼 제가 나서서 우리는 역사를 알고 반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고 있다”는 소신도 덧붙였다. 한편 영화 ‘1947 보스톤’은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대한민국 마라톤의 전설이자 영웅인 손기정(하정우 분)과 그의 제자 서윤복(임시완 분)의 실화를 다뤘다.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장수상회’ 등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약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추석연휴인 9월 27일 개봉한다.
2023.09.13 I 김보영 기자
'1947 보스톤' 시대 영웅들을 향한 헌사…스포츠 실화의 감동까지
  • '1947 보스톤' 시대 영웅들을 향한 헌사…스포츠 실화의 감동까지[봤어영]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들이 ‘국가대표급’ 앙상블로 빚어낸 국가대표 영웅들의 뭉클한 도전과 인간승리.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이 1947년, 꿈과 용기를 일깨운 역사적 순간으로 올 추석 한국 영화에 또 한 번의 희망을 선사할지 주목된다.지난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올 추석 극장 기대작 ‘1947 보스톤’이 언론 배급 시사회로 처음 베일을 벗었다. 이날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은 ‘1947 보스톤’은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대한민국 마라톤의 전설이자 영웅인 손기정(하정우 분)과 그의 제자 서윤복(임시완 분)의 실화를 다뤘다.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장수상회’ 등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약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하정우 분)의 모습을 흑백화면으로 열며 시작한다. 손기정은 올림픽으로 ‘국민 영웅’에 등극했지만,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손 키테이’란 일본식 이름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나라를 잃은 설움과 일본의 성취로 기록됐다는 수치심에 손기정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승 기념 월계수 화분으로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고, 그로 인해 받은 일제의 탄압으로 그는 더 이상 마라토너로 뛸 수 없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1947년. 광복 이후에도 혼란한 정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으로부터 어렵게 독립을 거머쥐었지만, 조선은 여전히 난민국으로서 미군정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손기정은 여전히 영웅으로 조선 사람들의 환대를 받고, 그의 이름을 딴 ‘손기정 마라톤대회’까지 열리고 있었지만 베를린 올림픽 때의 쓰라린 트라우마를 안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제2의 손기정’으로 불리는 마라톤 유망주 서윤복(임시완 분)이 나타난다. 마라톤을 멀리했던 손기정은 나라 잃은 설움을 딛고 독립국으로서 태극기 마크를 달고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자는 동료 남승룡(배성우 분)의 설득에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힌다. 손기정과 남승룡이 거머쥔 세계적 기록이 ‘일본’에 귀속돼있고, ‘대한민국’으로서 세계 마라톤 대회 참여 경험이 없기 때문에 출전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이때 제51회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손기정이 대회 감독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조선의 태극 여정이 시작된다. 서윤복은 한때 ‘제2의 손기정’을 꿈꾸며 마라토너의 꿈을 키웠으나, 병든 어머니의 간호와 어려운 생계로 냉면 배달과 일용직 노동을 전전 중이었다. 손기정 마라톤 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지만, 상금부터 찾는 시니컬한 청년이 돼있었다. 달리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인왕산과 무악산 고개를 뛰어오르고, 배달 일로 체력과 스피드가 단련돼있던 덕에 손기정을 제칠 꿈나무로 금세 주목받았다. 그렇게 손기정과 남승룡의 제안으로 보스톤 마라톤 대회 출전을 결심한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세 사람이 어렵게 재정보증인과 보증금을 구해 대회 출전을 준비해나가는 과정부터 본격 시작된다. 독립은 했지만 ‘난민국’으로서 불완전한 지위를 지닌 조선이 낯선 땅 미국에서 ‘태극기’를 단 유니폼을 입기 위해 갖은 우여곡절과 좌절을 거치는 과정들을 실감나게 그렸다. 나라를 잃은 마라토너로서 손기정이 겪은 아픔이 나라를 되찾은 후 난민국의 설움으로 서윤복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모습을 담담한 듯 처연하게 그려낸다. ‘국뽕’, ‘신파’ 등 삭막하고 시니컬한 요즘 단어로 누를 수 없는 실화의 벅찬 감동이 있다. 영웅들을 향한 존경심으로 정성껏 빚은 시대극이지만, ‘마라톤’을 통해 각본 없는 ‘스포츠’의 매력까지 동시에 살린 작품이다. 특히 서윤복이 그리스, 미국, 영국 등 쟁쟁한 서양 선수들과 마라톤 레이스를 시작하는 후반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꼭 봐야만 하는 이유이자 백미라 볼 수 있다. 레이스 시작 후 42.195km 완주 결승선을 통과하기까지 흐르는 시간과 코스의 고비들을 수치와 선수들의 표정 변화를 통해 담아낸 연출 기법이 인상적이다, 정적인 듯 치열하며, 나와의 외로운 싸움을 지속해야 하는 마라톤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연출 방식이다. 어떤 스포츠 영화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손에 땀을 쥐고 숨죽여 지켜볼 수 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침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서윤복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의 클라이맥스에선 소름이 돋는다. 주연 배우들의 담담한 듯 울림있는 열연이 이 영화의 매력을 최대치로 살렸다. 그 중에서도 배역을 위해 체지방 6% 마라토너의 외형과 정신으로 무장한 ‘서윤복’ 역 임시완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실제 국가대표가 된 듯 임했다”는 임시완의 말처럼, 그는 영화에서 연기 아닌 ‘마라토너’ 그 자체가 됐다. 우상 손기정을 향한 실망과 어려운 처지로 인해 꿈을 희생해야만 했던 ‘서윤복’이란 청년의 울분, 악과 깡으로 장애물들을 딛고 꿈을 이루는 근성 등 인간적인 면모도 세심히 그려냈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의 입체적 모습을 그린 하정우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백남현 역)와는 물론, 단역 외국인 배우들까지 만나는 인물들과 각기 다른 케미로 캐릭터들의 다채로움을 살려낸 일등공신이다. 음주운전 이슈로 자숙 기간을 거친 배성우가 표현한 ‘남승룡’은 이 영화의 숨 쉴 구멍이 되어준다. 엄마같은 다정함과 넉살로 다소 딱딱하고 무뚝뚝해질 수 있던 서윤복과 손기정의 관계를 환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다만 후반부 마라톤 장면을 제외한 연출 방식과 장면의 흐름들이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박은빈, 박효주, 정명주 등 다른 배역들의 활용 방식과 음악 사용,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 등이 누군가에게 올드하게 비칠 수 있다. 몇몇 효과음과 현장음 때문에 인물들의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장면들이 많아 몰입을 방해한다. 몇몇 장면들은 자막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생각될 정도.9월 27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2023.09.12 I 김보영 기자
음바페가 감싼 이강인 ‘국뽕’ 영상, 1100만명 속인 가짜였다
  • 음바페가 감싼 이강인 ‘국뽕’ 영상, 1100만명 속인 가짜였다
  •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한국 축구선수 이강인을 저격하는 일본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파리 생제르맹 소속 킬리안 음바페가 ‘일침’을 놓는 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음성 합성 기술(TTS)을 이용해 만들어진 이 영상은 반일 감정에 편승해 조회수만 1100만회 넘게 시청됐다.(사진=유튜브 캡쳐)문제의 영상은 지난달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영상 제목은 ‘이강인 무시하는 일본 기자 질문에 불쾌하다는 음바페’다. 이 영상에서는 한 기자가 영어로 “이강인이라는 한국 선수가 (PSG에) 온다고 들었다. 당신은 이것이 단순한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라고 생각하느냐”며 “다른 일본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자막에는 ‘일본 기자’라는 설명이 붙었다.그러자 음바페는 불쾌한 표정으로 얼굴을 저으며 대답한다. 한국어 자막에서는 “(이강인을) 신뢰하고 있다.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이라며 “질문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으로 온다는 것은 준비가 됐다는 것이고 팀원으로서 그를 신뢰한다”는 내용이 나온다.하지만 해당 영상은 지난 2021년 ‘유로 2020’ 기자회견에 참석해 답변한 영상이었다. 이강인의 PSG 이적설이 돌기 시작한 것은 올해 6월 중순으로, 음바페의 기자회견 영상은 시점상 맞지 않는다. 실제로 음바페가 프랑스어로 답한 영상은 PSG와 재계약 여부에 대한 답변이었다. 음바페는 한 기자가 프랑스어로 ‘PSG와 재계약을 유로 이후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장 재계약에 관심이 없다. 다른 선수들과 팀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프랑스 팀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고 답했다.조작된 영상 속 일본 기자의 음성은 컴퓨터를 이용해 텍스트로 음성을 만드는 TTS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가짜 영상에 ‘낚인’ 사람들은 음바페를 두고 “우리 형이다”, “거지 같은 질문에 주옥 같은 답변”이라는 등 열광했다.한편, 인공지능과 합성 등 기술로 조작된 영상과 사진을 만드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펜타곤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사진이 공유되며 사재기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해당 사진은 이미지 생성 AI가 만든 가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싼 흰색 패딩을 입어 논란이 된 사진도 딥페이크를 활용한 조작 사진이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당하는 사진이 조작돼 떠돌기도 했다.
2023.07.06 I 김혜선 기자
라면·밀가루 가격 일부 내렸지만…서민·자영업자 "실감 안 나네"
  • 라면·밀가루 가격 일부 내렸지만…서민·자영업자 "실감 안 나네"
  •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영민 수습기자] “이달부터 라면과 밀가루 등 가격을 내렸다고 하는데 일부 품목에다 인하폭도 적어 딱히 체감은 안 되네요. 식당에서도 음식값은 그대로고요.”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라면류 제품들이 진열된 모습.(사진=이영훈 기자)지난 4일 점심시간 서울 시내 마트와 식당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부쩍 오른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 1일부터 마트와 편의점에서 일부 라면·과자·빵 ·밀가루 등 소비자가격이 평균 5% 안팎으로 낮아졌지만, 주요 제품들은 제외가 많은데다 최근 1~2년 사이 무섭게 오른 물가폭을 감안하면 ‘찔끔’ 인하 수준에 그치면서 구매자들의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 분위기다. 음식점에 들어서며 내심 메뉴가격 인하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변동 없는 가격표를 확인하고 이내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정성훈(44)씨는 “라면이나 과자 같은 건 개별 구매보다 할인마트에서 묶음으로 주로 사다보니 실질적인 구매가격은 마케팅의 영향을 더 받는 것 같다”면서 “6000~7000원하던 순댓국도 요즘 1만원씩 받고, 외식비가 많이 올라 가족 외식을 주 3일에서 2일로 줄였다”고 말했다.은평구에 거주하는 김해준(35)씨도 “밀가루랑 라면이 가격을 조금 내렸다고 해도 그 전에 올린 게 커서 소비 지출액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용산구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서모(61)씨는 “값이 오른 게 너무 많아서 10만원으로도 별로 살 게 없어 장보기가 여전히 겁난다”고 한숨을 내뱉었다.지난달 19일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서 중화요리 음식점이 판매하는 자장면 메뉴 소개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사진=뉴시스)식당 등 음식점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재룟값 인하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밀가루(소맥분) 등 원재료 구매 비용이 조금 낮아지긴 해도 유통 과정에서 기존 재고분 소진 전까지 도매가격에 아직 반영이 되지 않은데다, 최근 소금(천일염) 등 다른 원·부재료들의 수급 불안정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올 들어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요금도 크게 올랐고 인건비와 임대료도 꾸준히 오르면서 메뉴 가격 인하보다 인상을 검토하기도 했다.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휘승(58)씨는 “과자 1봉지 가격이 1500원에서 1400원 정도로 약간 낮아졌는데 인하율이 낮아 잘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며 “판매량이 크지 않은 몇 개 품목에 한정되다 보니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미비하고 손님도 그대로”라고 말했다.종로구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이기성(48)씨는 “빵을 재료로 많이 쓰는데 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은 아직 느끼진 못한다”면서 “아직 매출에 변화가 없지만 생산비가 다 오르진 않아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용산구에서 중국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밀가루 가격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공급 받는 구매비는 아직 그대로”라며 “재료 비용 부담이 조금 줄어도 다른 비용이 이것저것 워낙 많이 오른 탓에 짜장면 값을 내리는커녕 오히려 올려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지난 1일부터 농심(004370)은 대표 제품 ‘신라면’(봉지면)의 소매점 기준 가격을 1000원에서 950원으로 50원(5%), ‘새우깡’ 가격도 1500원에서 1400원으로 100원(6.7%) 인하 조정했다. 오뚜기(007310)도 ‘진짬뽕’ 등 자사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했고, 삼양식품(003230) 역시 ‘삼양라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팔도도 11개 제품을 평균 5.1% 인하했다. 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도 스낵과 음료 등 일부 PB(자체 생산 브랜드) 제품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이는 최근 국제 밀가격이 전년 대비 약 50%가량 떨어지면서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한 영향이다. 소맥분 시장 기업 간 거래(B2B) 1위 사업자인 대한제분도 지난 1일부터 ‘곰표 밀가루 중력분 20㎏’ 등 자사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4% 인하했다.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면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라면·제빵·제과업계의 원가 부담도 줄어든다.
2023.07.05 I 김범준 기자
경제난·대지진 고비에도…에르도안 '국뽕 카드' 먹혔다
  • 경제난·대지진 고비에도…에르도안 '국뽕 카드' 먹혔다
  • [이데일리=김상윤 기자] ‘권위주의와 민족 우선주의가 튀르키예 경제난, 대지진 여파를 이겨냈다.’튀르키예 대선 결과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부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악의 경제난이 이어졌지만, 튀르키예 민족주의와 애국심에 호소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소위 ‘국뽕 전략’이 먹혀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튀르키예 대선에서 정통 경제정책, 의회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은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대한 노골적인 호소에 가려졌다”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불안은 안정을 내세운 에르도안 대통령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탄불의 키시클리 지역에서 대선에서 승리한 후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경제난에도 포퓰리즘 정책으로 승기28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인 최고선거위원회(YSK)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선 결선투표 승리를 공식 발표했다. 개표율 99.99% 기준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정의개발당)이 52.16%, 경쟁자였던 야권 공동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공화인민당)는 47.8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6월1일 공식 발표된다. 결코 에르도안 대통령에 유리한 선거는 아니었다.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부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신속한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거세지면서 ‘에르도안 정권은 끝났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튀르키에는 지난해 10월 기준 전년 대비 85%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경제 파탄 직전까지 갔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경제 심판론’을 내세우며 지지율을 끌어 올렸다. 실제 선거 전 여론조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불리했다. 여론조사기관 폴리트프로(Politpro)가 대선 직전 30일간 시행한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클로츠다로을루 후보(48.9%)가 에르도안 대통령(43.2%)을 5%포인트 앞섰다.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49.52%의 득표율로 44.88%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5%가량 격차를 내며 1위에 올라섰다. 과반에 못 미치며 결선에 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승패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변화를 원하는 청년층과 달리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는 여전히 안정을 원하고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막판 저소득층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던 점이 주효했다. 정년 요건 폐지로 조기 연금 수령을 가능하게 하고 최저임금과 공공 근로자 보수를 대폭 인상하고, 한 달간 가정용 가스를 무상 공급하는 공약을 쏟아냈다. 장기 집권을 통해 사실상 언론을 장악하면서 유리한 선거 환경이 마련된 것도 도움이 됐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달 국영방송 ‘TRT뉴스’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보도한 빈도가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60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결정타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 3위(5.17%)를 기록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의 지지였다. 오안 대표는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게 튀르키예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며 지지층에게 에르도안을 선택해달라고 요청했고,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그는 쿠르드족 분리독립 투쟁에 대한 무관용과 난민 송환을 요구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일부 수용하면서 ‘딜’이 이뤄졌다.에르도안 대통령 재선을 환호하는 지지자들 (사진=AFP)◇‘21세기 술탄’ 증명한 에르도안특히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권위주의 및 민족 우선주의는 대다수 튀르키예 국민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그는 불리한 판세가 지속하자 튀르키예 최대 안보 위협으로 쿠르드족을 제물로 삼았다. 그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등 야권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테러 세력과 결탁했다며 유권자들의 민족주의와 안보 불안감을 자극했다. 반면 자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에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며 튀르키예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을 키운 리더로서 이미지를 강조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내세운 ‘경제 심판론’은 국가안보 불안에 가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21세기 술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술탄은 튀르키예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황제이자 이슬람 종교 지도자를 겸한 절대 군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을 지칭하는 수식어로 활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각종 스캔들과 부패, 반정부 시위, 쿠데타 위기를 겪었지만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늘 극복했다. 49세에 2003년 내각책임제 당시 총리에 오르면서 튀르키예의 최고 권력자가 됐고, 연이은 총선 승리로 3선 총리를 지냈다. 총리 퇴임 이후 법상 4연임이 불가능해지자 2014년 튀르키예 사상 최초의 직선제 대선을 통해 대통령이 됐다. 2017년에는 대통령에게 부통령 및 법관 임명권, 의회 해산권,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까지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도 이끌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임기 도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현재 69세인 그가 79세까지 집권할 길이 열려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한 셈이다.이슬람 정치 컨설턴트 걸펨 사얀 산버는 뉴욕타임스에 “에르도안은 이번 재선에 승리하면서 궁극적인 자심감을 얻었고, 패배는 전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야당에 대해 더욱 가혹한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05.29 I 김상윤 기자
“베트남인 10명 중 1명은 뽕” 거제시의원 논란에도…징계 없었다
  • “베트남인 10명 중 1명은 뽕” 거제시의원 논란에도…징계 없었다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한 국민의힘 소속 양태석 거제시의원의 외국인 노동자 혐오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의회 측은 해당 의원이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하는 모양새다. 양태석 국민의힘 거제시의원이 지난달 20일 거제시의회 상임위원회의에서 열린 ‘외국인노동자지원조례안’ 심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KBS뉴스 화면 캡처)양 의원은 2일 사과문을 내고 “어려움에 처한 우리 거제시 조선산업과 관광 활성화를 추구함에 있어 여러 걱정과 우려를 표현하는 방식에 신중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논란을 언급했다.그는 “이런 일로 상처를 드린 부분에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차후 발언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 하겠다”며 “다시 한번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 등 관계자 여러분에 마음에 상처를 드린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이어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겠다”며 “앞으로 상호 존중하는 거제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거제시의회 측도 당사자의 사과로 마무리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아직 논란의 여진이 남아있는 상태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우즈케이스탄 등 14개국 교민회로 구성된 경남이주민연대회의 측은 이날 “인종차별 양태석 거제시의원은 통렬히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양 의원에 대한 의회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이들은 “양 의원의 말에는 우리 이주노동자를 향한 예비적 범죄자 낙인, 노동능력 저평가, 근거 없는 두려움 조장 등 ‘혐오’와 ‘차별’을 구성하는 모든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며 “조선소에서 일해 봤다면서 조선소의 노동자들이 어떤 근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목격하지 못하셨느냐?”고 반문했다.이어 “열악한 근무조건과 환경으로 인해 한국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하는 우리를 격려하고 지지하기는커녕 되레 비하하고 혐오하여 지역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의회에 대해 “인종차별 동료 의원을 묵과하지 말고 중징계에 착수하고, 불미스럽기 짝이 없는 인종차별 발언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태석 국민의힘 거제시의원이 외국인노동자와 관련 혐오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거제시의회)민주노총 경남본부 거제지부도 “반인권·반노동 발언 서슴치 않은 양 읜원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거제시민을 대표하는 거제시의원의 입에서 어떻게 이런 전근대적이고 몰인권적이며, 반노동적인 발언이 나올수 있는지 귀를 의심하게 한다”며 “거제시의회는 재발방지 같은 경징계가 아니라, 베트남 외교부에서 문제 삼아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전에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중징계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더불어민주당 경남동당과 정의당 경남도당도 각각 양 의원의 발언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참담함을 주고 자존감을 훼손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전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도 “객관적 근거 없는 시대착오적 인종차별, 타국 모욕, 외국인 노동자 혐오 비하 막말”이라며 “타국을 모욕, 폄훼해 자칫 외교 분쟁, 무역 감소, 산업 위기로 번질 우려까지 제기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정의당 경남도당도 최근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혐오 발언한 것과 연관 지어 “이번에는 양 의원이 외국인노동자 혐오 발언을 했다. 중앙과 지역 정치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국힘 공직자들의 막말과 혐오 발언은 국힘 내에서 어떤 생각을 공유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면서 차별 행위를 멈추라고 강조했다.앞서 양 의원은 지난달 20일 거제시의회 상임위원회의에서 열린 ‘외국인노동자지원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베트남 애들, 이런 애들은 관리가 안 된다”, “베트남 애들 10명 중에 1명은 뽕을 한다. 지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걔들이 4~5명씩 모여 다니면서 침 뱉고 슬리퍼 끌고 시내 다니면 우리 관광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나”, “베트남인은 게으르다” 등의 발언을 하며 조례 제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거제시외국인노동자지원조례안’은 조선업에 내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지속적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이들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 복지 증진 등을 위해 같은 당 김선민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결국 이날 상임위 심사에서 보류됐다.
2023.05.02 I 강소영 기자
대통령의 어깨엔 많은 것이 달려있다
  • 대통령의 어깨엔 많은 것이 달려있다[씬나는경제]
  •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 속 장면 곳곳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담겨있습니다. 씬(Scene)을 통해 보이는 경제·금융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미국 대통령인 제임스 먀살은 테러리스트 두목 이반 코슈노프와 비행기 안에서 치열한 격투를 벌인다. (사진=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러시아 테러리스트로부터 에어포스원을 통째로 납치당한 미국 대통령 제임스 마샬(해리슨 포드). 길고 긴 사투 끝에 테러리스트 두목 이반 코슈노프(게리 올드만)을 처치하는 순간 외칩니다. “당장 내 비행기에서 내려!”미국과 소련과의 기나긴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에어포스원’은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 난입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미국-러시아 관계, 납치된 가족과 승객들의 구출, 독재자의 석방까지 많은 책임을 짊어진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테러리스트와 육탄전, 대통령도 예외 없다영화는 1990년대 숱하게 나왔던 액션 영화의 구성과 상당 부분 비슷합니다. 당시에는 대(對)테러 경험이 많거나 임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혼자서 빌딩이나 열차, 선박, 항공기 등 제한된 공간에서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했습니다.1988년 첫 개봉했던 ‘다이하드’ 시리즈, 언더씨즈(1992년 개봉), 스피드(1994년 개봉), 더록(1996년 개봉), 콘에어(1997년 개봉) 등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에어포스원’이 특이했던 건 주인공이 미국 대통령이란 점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테러리스트와 육탄전을 벌이면서 자유를 수호(?)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줬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 역할을 맡은 것도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물론 주인공만 다를 뿐 급진적인 사상에 물들었거나 거액의 돈을 좇는 테러리스트와의 대결 양상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영화 속 대통령인 제임스 마샬은 카자흐스탄의 파시스트 독재자인 라덱 장군을 잡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합동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연설을 통해 “독재와 폭거는 응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냅니다.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납치돼 인질이 된 영부인과 딸. 마샬은 가족을 구하고 파시스트 응징이라는 명분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인다. (사진=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문제는 연설 장소가 러시아 모스크바였다는 점입니다. 라덱 장군을 추종하는 테러리스트들은 언론인으로 위장해 비행기에 탑승하고 결국 내부를 장악합니다. 이후 미국 백악관에 라덱 장군을 석방하라는 조건을 내밉니다.탈출선을 타고 피한 줄 알았던 마샬은 백악관에 연락해 라덱 장군 석방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는 한편 테러리스트들을 하나둘 처치합니다. 가족을 인질로 잡은 협박에 결국 라덱 장군을 풀어주지만 마지막에는 미국의 막대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영화는 행복하게 끝을 맺습니다.냉전은 종식됐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긴장은 여전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중국 연대의 사회주의 국가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간 대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와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제 정세에 더 민첩하게 대응해야겠죠.◇미·중 갈등, IRA·칩스 등 넘어야 할 과제 산적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부터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올라 30일 오후 귀국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상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만입니다.영화처럼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할 때 전용기 안에서 ‘때리고 부수는’ 액션을 보일 일은 없지만(그래선 절대 안되겠죠) 오히려 액션보다 더 격렬하고 치밀한 전략이 오고 가게 됩니다.특히 이번 미국 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적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한국과 미국간 관계에서도 많은 현안이 걸려있었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은 한·미 양국간 최대 쟁점이었습니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칩스법은 반도체 장비 등과 연관이 있는데 전기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주요 수출 상품이어서 미국이 규제를 하게 되면 큰 피해가 예상됐습니다. 테러리스트에게 일격을 준비하는 마샬. 하지만 현실은 영화처럼 단순히 때려 부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진=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미국과 중국간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최대한 조건으로 협상할지가 관건이었습니다.한·미 정상회담에서는 IRA·칩스법에 대해 협의와 조율에 나서기로 했지만 기대처럼 구체적인 협상안이 도출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미국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기획재정부는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경제 외교’로 규정하며 첨단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59억달러 규모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한 점도 높게 평가했습니다.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일명 ‘국뽕’ 영화라면 오히려 걱정이 덜하겠지만(적을 해치우면 되니까) 지금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은 많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해 앞으로 정치권은 한참 동안 정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중요한 경제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겠습니다.[영화 평점 3.0점, 경제 평점 2.0점(5점 만점)]영화 ‘에어포스원’ 포스터. (사진=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2023.04.30 I 이명철 기자
수식어 ‘K’의 무게감
  • [생생확대경]수식어 ‘K’의 무게감
  •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 한 장면(사진=KBS 한국방송 갈무리).[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백하건대, 국뽕(자국 찬양 행태를 비꼬는 말) 한 사발 맞다.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연이은 흥행에 ‘국뽕’이 차오른 적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를테면 BTS(방탄소년단)가 빌보드 차트를 여러 번 정복하고,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영국인들에게 조크를 날릴 때, 내 일인 양 한껏 취해 그 이면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더는 “두 유 노 김치? 두 유 노 싸이?”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인 것이다.우리는 ‘K 소비시대’에 산다. 대한민국의 영어 이름인 코리아(Korea)의 첫 글자를 딴 케이(K)가 붙지 않으면 얘기가 되질 않는다. 스포츠 국가대표팀 유니폼에서나 봐왔던 ‘K’는 방역, 주식, 반도체, 가요, 드라마, 문학 등 어느 분야든 마법의 수식어로 통한다.‘K’ 소비에 가장 열심인 건 정부다. 일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한 달여 간 언론에 내놓은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K술 K씨름 K클래식 K출판 K관광 K홍보 등 ‘K’ 일색이다. 급기야 스페인 언론매체 엘 파이스(El Pais)는 지난 12일 BTS의 리더 RM과의 인터뷰에서 “K라벨이 지겹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K팝 산업이 착취적이라는 지적과 함께다.역사상 한국문화의 위상이 가장 높은 시대라고들 하지만, 케이팝 영광의 이면에는 과도한 훈련과 노예계약, 미성년 성 상품화와 황제적 경영이라는 불공정한 구조가 깔려 있다. 한국 드라마 제작 현장도 악명 높다. 창작노동자의 권리보다 사업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최근 인기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이우영씨가 제작사와 법적 분쟁 끝에 별세했다. 이 작가는 숨지기 이틀 전 법원에 낸 진술서에서 “‘검정고무신’은 제 인생의 전부”라면서 “창작자가 권리를 찾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문체부는 뒤늦게 불공정 계약을 막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2차 저작물을 둘러싼 갈등은 만화출판계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돼왔던 사안이다.11년째 한국살이 중인 영국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는 자신이 쓴 책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민음사·2022)에서 “한국은 문화적 한류를 선두로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면서 한국 사회의 명암을 진중하게 톺아본다. 라파엘은 “한국만큼 엇비슷한 목표를 향해 모두가 무한경쟁을 펼치는 나라는 드물고, 정형화된 성공에서 낙오한 사람에겐 한국만큼 가혹한 곳도 없다”며 “대한민국이 산적한 미래 문제를 타개하고 선진국에 걸맞은 위상을 차지하려면, 타자를 배제하고 극단적 흑백 논리로 이익을 취하는 정치, 기업 등의 자성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K’는 자랑이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K’가 만능이어서는 안 된다. 알파벳 ‘K’가 글로벌시장에서 그 위상을 인정받으려면 보다 전략적 소비가 필요하고, 정교한 선순환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쓰임이 신중해야 하고, 적재적소여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 ‘K’는 소비재가 아니다.
2023.03.23 I 김미경 기자
그래서, 케이팝 어떻게 되나요?
  • 그래서, 케이팝 어떻게 되나요?
  • ‘케이팝 제너레이션’ 시즌 1의 4화 ‘What the K’ 비하인드스토리[이데일리 고규대 기자]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티빙(tving)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파트1를 마치고 오는 3월16일 파트2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팝 산업 발전의 맥락을 짚은 팩추얼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은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제작기를 6회에 걸쳐 들어봤다.<편집자 주>2021년의 여름날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만 같았던 코로나가 절정에 다다르던 어느 날, 케이팝 프로젝트는 야심 차게 시작되었다. 몇 편의 에피소드로, 누구와 어떤 내용을 담을지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수많은 난관을 전혀 예상치 못한 채 말이다.영화의 제목을 조금 변형해 보자면 그 당시 우리는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는’ 이야기를 찾고자 했다.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가 케이팝 다큐멘터리의 바이블이 되길 희망한 셈이다. 관련 논문과 책들을 찾아 읽었고, 매주 쏟아지는 최신 기사들을 놓고 토론했다. 팬과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하고, 그 반응을 살피는 것 또한 일상이 되었다. 당연히 각자의 다른 의견들이 존재했지만 분명했던 것은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케이팝은 과거의 회고가 아닌 현재로부터 출발해 그 미래를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것은 내 안의 ‘국뽕’을 지우고 “두유 노 (Do you know…?)”로 시작되는 질문의 관성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었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그렇게 K-객관화의 시간을 쌓아가던 제작진이 선택한 첫번째 촬영이 2021년 LA에서 열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라는 사실은 돌이켜보면 다소 아이러니하다. LA로 향하는 비행기는 소위 예절샷(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사진이 담긴 포토카드를 갖고 다니며 맛집, 여행지 등의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는 팬 문화)을 찍는 팬들로 가득했다. 경유지에서 탑승한 외국인 팬들이 가세하자 비행기는 이내 아미(BTS이 팬클럽 이름)들이 빌린 전세기가 된 듯했다.LA 전체가 들썩였다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마주한 LA는 평온했다.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SO-Fi Stadium’로 다가서자 도시의 풍경은 빠르게 달라져 갔다. 보라색 후드를 입거나 티셔츠를 입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팬들이 공연 전날임에도 굿즈를 사기 위해 수 천명에 가깝도록 줄 서 있었다. 공연 당일이 되자 스타디움 일대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을 만큼의 팬들로 가득했다. 눈에 띄는 촬영 장비를 지닌 우리를 향해 팬들은 환호하고 앞다투어 인터뷰를 자청해다. 고백하건 데 나는 그때 사라졌다고 믿었던 마음 속 국뽕이 저 깊은 곳에서 다시금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BTS 멤버들의 이름을 연호하고 한국어 노랫말을 따라 부르는 수 만 명의 외국인 팬들에 둘러 쌓여 하루 나절을 취재하고 나니 마치 세계가 케이팝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늦은 밤이 되어 공연장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자 도시는 다시금 고요해졌다. 뜨거웠던 함성의 존재를 덮어버리는 깊은 침묵 속으로.이 기묘했던 극과 극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에피소드가 전체 이야기 가운데 중심에 위치한 네 번째 에피소드 ‘What the K’이다. 제작진은 케이팝이 만들어낸 글로벌 단위의 문화적 현상에 대해 몇 가지 공통의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케이팝은 한국말로 만들어져야만 하는가?”로 시작해,“케이팝은 한국인 멤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가?”, “케이팝은 한국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결과여야 하는가?”, “케이팝은 아이돌 위주의 음악을 말하는가?” 등등.‘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이 공통의 질문들에 대해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모든 케이팝 아티스트들, 해외의 전문가 그룹, 산업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같은 정답을 내놓지 않았다. 100명의 인터뷰이에 따른 100개의 대답이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그룹의 멤버는 한국어 가사가 지닌 서정성이야말로 케이팝의 핵심이라 설명하는가 하면, 같은 그룹 내의 또 다른 멤버는 BTS의 ‘Dynamite’ 보여준 영어 노랫말처럼 한국어 가사는 더 이상 케이팝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케이팝이 아이돌의 댄스 음악이냐라는 질문으로 들어서면 대답은 좀더 복잡해 진다. 자신이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 가에 따라 케이팝의 경계는 무한히 확장되다가도 손쉽게 쪼그라든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아티스트, 산업 관계자들이 케이팝의 범주를 넓게 인식하는데 비해 해외에서는 케이팝을 특정 장르이자 스타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떤 외국인 프로듀서는 한국인 멤버가 반드시 한 명 이상은 포함되어야 하고, 한국어 가사로 불려지는 그리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에서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의 음악만이 케이팝이라고 정의내렸다. 물론 우리는 그에게 케이팝 흥선대원군이라는 별칭을 달아주었다.케이팝의 정의와 경계는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 일본에서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9인조 걸그룹 니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데뷔하고 일본에서 활동하지만, 케이팝의 대표적 페스티벌인 케이콘에 출연하고, 도쿄에 위치한 T 레코드샵 케이팝 판매 층에서 소개되고 팔린다. 필리핀 팝의 약자, P POP을 주장하는 필리핀의 보이그룹 SB19은 케이팝의 육성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케이스로, 케이팝의 군무와 사운드 시스템적 유사성이 존재한다. 이 예외적 사례들은 이제 차고 넘친다. 그리고 새로운 현상과 그룹의 출현에 대해 케이팝 감별사가 등장해 이들이 케이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다소 옛스럽게 느껴진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분명 케이팝의 고유한 특징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이것은 케이팝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심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고, 그 색채는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이제 케이팝의 에너지는 케이팝의 본질(만약 본질이 있다면)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있기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져있다. 실제로 케이팝 산업은 이제 아티스트를 만들고 홍보하기 보다는 케이팝이라는 시스템을 수출한다. 하물며 팬으로서도 변화하는 것을 바라보는 재미가 매일 똑같은 것을 보는 것보다 100배는 더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그러니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는” 케이팝의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시도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기획이었는지 모른다. 다시 정정해 말해 본다. 우리의 기획은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찾아 나선 모험이었다고. 그게 진짜 케이팝의 이야기라고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글=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④케이팝, 구멍이 뚫린 상자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필름 팍투라
2023.03.16 I 고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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