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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새벽배송]우크라發 긴축 불확실성↑…美 증시 '롤러코스터'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뉴욕 증시가 하루 만에 하락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긴축 스케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장중 벨라루스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서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 이동 통로를 개설하는데 합의했지만, 다우 지수는 플러스(+)에서 다시 하락으로 전환하는 등 투심은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대규모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부도 위험에 가까운 CCC- 강등했다. 중국에서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오늘(4일)부터 8일간 열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4월말 종료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LNG 할당관세 0% 적용을 7월말까지 3개월 연장하고 유류세 인하폭 확대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4일 개장 전 주목할 만한 뉴스다.(사진=AFP 제공)◇美 나스닥 1.6%↓…길어지는 우크라 사태에 긴축 불확실성 영향-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9% 하락한 3만3794.66에 마감.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53% 내린 4363.49를 기록.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6% 내린 1만3537.94. 이날 주요 3대 지수는 하루 만에 반락했다.-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0.85% 소폭 하락한 30.48을 기록.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57% 하락한 7238.85에 거래 마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2.16%,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84% 각각 하락.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2.06% 떨어짐.-미국 증시는 이날 장 초반부터 약세. 전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불확실성을 줄여주며 반등했지만, 상승세는 하루도 가지 않음.-우크라이나 사태가 투자 심리를 억눌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간30분간 전화로 대화했지만, 설전만 벌이다가 끝남. ◇국제유가 반락…이란 합의 기대감에 ↓-뉴욕유가가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한 후 반락.-3일(미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93달러(2.65%) 하락한 배럴당 107.67달러에 거래 마감. WTI 선물 가격은 이날 한때 배럴당 116.57달러까지 치솟음. 이는 2008년 9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배럴당 119.84달러까지 급등.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란 핵 합의 복원에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는 반락. 이날 외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오는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현지 고위 관리들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파월 “전쟁으로 美 경제 타격받을 수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물가상승과 소비 및 투자 위축 등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전쟁의 궁극적인 영향이 어떨지는 불투명하다”면서 이같이 밝힘.-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것은 원자재 특히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형태로 미국 경제를 관통할 것이라고 언급. 그는 또 더 낮은 투자는 물론 사람들이 소비에 망설이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것이 수요와 공급 모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함.-다만 연준은 이미 높아져 있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자 이번 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 앞서 파월 의장은 전날 하원 금융위에 출석, 이달 FOMC에서 연방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자신은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음.◇원조 채권왕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주식 살 때 아니다”-월가의 원조 채권왕으로 명성을 떨친 빌 그로스는 3일(현지시간) CNBC에 나와 “연방준비제도(Fed)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에 큰 하방 압력을 가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해.-그로스는 1971년 핌코(PIMCO)를 공동 설립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운 전설적인 투자자다. 이때 채권왕 명성을 얻으며 월가를 풍미했던 인물.-그로스는 “역사적으로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기준금리 인상을 자주 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세계에 갇히면 경기 둔화와 맞물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 그는 그러면서 “그건 아마 스태그플레이션을 의미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강조◇러시아-우크라이나가 민간인 대피 이동로 개설 합의-러시아 측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협상단 대표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벨라루스에서 열린 2차 회담 이후 “러시아는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 이동 통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일시 휴전과 함께 인도주의 통로를 만들자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민간인 이동로를 운영하기 위한 채널을 만들 것으로 알려져.-다만 포돌랴크 고문은 “유감스럽게도 기대했던 결과는 얻지 못했다”고 밝히며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빚고 있음을 시사. 양측은 3차 일정을 통해 협상을 이어갈 예정.◇S&P, 러 신용등급 CCC- 강등-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대규모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부도 위험에 가까운 쪽으로 대폭 추가 강등. AFP,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S&P는 3일(현지시간) 서방 제재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졌다며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8단계 하향 조정. BB+는 투자가 부적격하다는 평가. -CCC-는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로 국가부도를 뜻하는 등급인 D보다 두 단계 위. -S&P는 “이번 강등 조치는 본사가 보기에 디폴트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 조처들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라며 “가혹한 경제 제재에서 루블화 가치를 보호할 목적으로 러시아 당국이 도입한 자본통제 등이 그런 조처에 포함된다”고 설명.-러시아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 ‘양회’ 오늘 개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4일부터 8일 동안 개최.-올해 양회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안정 중심의 성장’을 기조로 한 경제 및 사회발전 정책을 모색.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기점으로 ‘안정’을 경제 운영 기조로 삼은 가운데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잇따라 인하하고 신속한 공공 인프라 투자 집행에 매달리고 있음. 이를 위해 이번 양회에서도 재정지출 증가, 세율 감면, 금융비용 인하 확대 등 투자와 소비 진작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용산구 서울역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기표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홍남기 “유류세 인하 7월 말까지 연장…인하폭 확대 여부 검토”-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4월말 종료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LNG 할당관세 0% 적용을 7월말까지 3개월 연장하고 유류세 인하폭 확대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 등으로 가격·수급불안 우려가 있는 품목 중심으로 할당관세 적용 및 물량 증량을 추진하고 가공식품·외식업계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각각 0.5%포인트 인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2월 소비자물가 3.7%↑…5개월째 3%대 상승률-통계청이 4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7% 상승.-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3.2%, 11월 3.8%, 12월 3.7%, 1월 3.6%에 이어 5개월째 3%대를 지속. 휘발유(16.5%), 경유(21.0%) 등 공업제품이 5.2% 크게 올랐고 서비스가 3.1% 오름. ◇전국 3552개 투표소 사전투표 시작-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4일 오전 6시 전국 3천552개 사전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사전투표는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 이 기간 유권자는 별도 신고 없이 가까운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어.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붙은 관공서 혹은 공공기관이 발행한 신분증을 지참해야.◇신규확진 25만명 안팎 폭증 속…거리두기 ‘6인·11시’ 완화 유력 -각 지방자치단체 집계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24만4889명이 확진. 전날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추가로 집계된 확진자까지 합치면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향해 가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거쳐 이번 주말부터 시행될 새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정부는 현행 ‘사적모임 6명·영업시간 10시’의 거리두기 조치에서 인원 제한 조치는 유지하되, 영업시간 제한만 오후 11시로 1시간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음.
- 'AI 가상세계'에 '체력단련장'까지…리움미술관, 젊어지다
- 삼성미술관 리움의 기획전 ‘이안 쳉: 세계건설’에 나온 영상 5점 중 ‘사절, 신들의 품 안에 거하다’(2015)의 한 장면. AI와 게임엔진으로 가상 생태계를 만들고 ‘인간의식’을 탐구한 작가의 장구한 스토리가 시작되는 지점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낯설 수 있다. 지난 행보를 지켜봤다면 말이다. 전시장 구석구석까지 채워 넣은 디테일, 그 바탕에 올린 묵직하고 장중한, 한마디로 ‘기죽이는’ 전시작들이 무기였으니까. 그런데 달라졌다. 거추장스러운 분위기를 거둬내고 날 듯이 가벼워졌다고 할까. 슬쩍 흉내만 낸 것도 아니다. 작정한 듯 보인다. 담벼락 밖 트렌드를 따라잡자고 했든, 내실을 다진 새로운 지향을 만들자고 했든. 삼성미술관 리움이 올해 첫 전시로 올린 기획전 얘기다. 한쪽에선 AI가 주역인 미래 가상세계를 펼쳐 놓고, 다른 한쪽에선 역사·제도·기술·편견·국적 등이 엉킨 현실의 제약을 극복해 보자는 시도를 모아뒀다. 그 한쪽에선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폭발시킨 애니메이션 영상을 계속 돌리고, 다른 한쪽에선 6m 높이의 벽화 같은 회화를 배경으로 제대로 단단히 짠 목재 체력단련장을 통째 들이기도 했다. 이 모두는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에 걸친 젊은 작가들의 손과 기량, 실험정신이 빚어낸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지난 2일 기획전 둘을 동시에 개막했다. 미국 LA에서 나고 뉴욕서 활동 중인 이안 쳉(38)이 제작한 영상 5점으로 꾸린 ‘이안 쳉: 세계건설’ 전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국내 작가 8명(김동희, 김정모, 노혜리, 박성준, 소목장세미, 안유리, 전현선, 차재민)이 회화·설치·영상·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든 17점을 내놓은 ‘아트스펙트럼 2022’ 전이다. ‘아트스펙트럼 2022’ 전에 참여한 8인의 작가 중 소목장세미가 제작한 ‘체력단련활동장’(2021∼2022). 뒤로 전현선의 회화 ‘두 개의 기둥과 모서리들’(2021)이 보인다. 리움미술관이 ‘젊은 작가 발굴·지원 프로젝트’로 20여년 전부터 진행해온 기획전이기도 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갑자기 튀어나온 ‘뜬금없는 복병’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재개관전에 이미 심어뒀던 그 한 가지는 놓치지 않고 쥐었다. ‘인간’이다. 굳이 붓으로 사람을 그리고 칼로 사람을 조각하지 않더라도 결국 사람이 이어갈 세상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큰 그림이 깔렸다. ◇인간의식 찾아가는 AI로 ‘작가만의 세계’ 쌓아 고대 인류의 공동체. 이들에겐 ‘의식이 없다’. 주술사가 들려주는 조상의 목소리가 판단과 목표의 전부일 뿐. 그러던 어느 날 주술사의 딸이 화산서 날아온 파편에 머리를 맞는 사고로 더 이상 조상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니 어쩌랴. 생각이란 걸 해야 할 수밖에. 이 아이는 ‘의식을 가진’ 최초의 인간이 된다(이안 쳉 ‘사절, 신들의 품 안에 거하다’). 쳉이 거대하게 키운 ‘세계건설’은 두 개의 키워드로 하나의 주제어에 접근해 간다. ‘사절’과 ‘밥’(BOB)이란 열쇳말로 ‘인간의식’이란 테마를 꿰어내는 건데. 말처럼 복잡할 건 없다. ‘사절’ 연작 3편과 ‘밥’ 연작 2편이 ‘인간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펼쳐내는 거다. ‘이안 쳉: 세계건설’ 전에 나온 영상 5점 중 ‘사절, 완벽을 향해 분기하다’(2015∼2016)의 한 장면. 인간이 사라지고 시바견만 남은 세상에 AI가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찾는 여정을 다뤘다. ‘사절’ 연작 3점 중 두 번째 에피소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2015∼2017년 제작한 ‘사절’ 연작은 ‘주술사의 딸’을 주인공으로 삼은 ‘사절, 신들의 품 안에 거하다’(2015)를 도입부로 삼는다. 이어 인간이 사라지고 시바견만 남은 세상에 AI가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찾는 여정을 다룬 ‘사절, 완벽을 향해 분기하다’(2015∼2016)가 두 번째 에피소드. 세 번째는 몸은 없지만 슈퍼지능을 가진 어머니AI가 결국 생명체까지 점유하는 ‘사절, 스스로 일몰시키다’(2017)다. 3편의 에피소드는 전시장 내 별도의 벽면을 차지하고 끊임없이 스토리를 토해낸다. ‘사절’ 연작의 특징은 ‘무한길이’다. 아무도 시작과 끝을 봤거나 볼 사람이 없다는 뜻인데. 마치 AI를 작품 안에 박아 진짜 살아 있는 듯 스토리를 개척해나가는 듯하달까. 개막에 맞춰 방한한 쳉은 이를 두고 “작품의 환경과 캐릭터는 만들어내지만 작품 속 전개는 모두 컨트롤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작가 이안 쳉이 아시아 첫 개인전 ‘세계건설’을 연 리움미술관의 전시장 입구에 앉았다. AI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세상을 만들어두고 역설적으로 ‘인간의식’의 본질을 묻고 있는 작가는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실제 생명체가 아닌 AI로 가상 생태계를 세웠다”고 말했다(사진=리움미술관).이후 ‘밥’ 연작은 작가의 ‘인간의식’에 대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역시 결말이 없는 ‘밥’(2018∼2019)과 48분으로 한정한 ‘밥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2021) 두 편이 상영을 이어가는데.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신념이 담긴 가방’(Bag of Beliefs)을 줄인 ‘밥’(BOB)이란 타이틀에 숨겨뒀다. 먼 미래에 진화한 AI가 ‘무엇이 도대체 인간이고 그 본질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수시로 꺼내놓고 담아내는 과정이니. 하지만 대단히 역설적이라고 할 수밖에. AI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인간의식’의 본질을 따져 묻고 있으니 말이다. ‘이안 쳉: 세계건설’ 전에 나온 영상 5점 중 ‘밥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2021)의 한 장면.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접점을 찾아내는 신작은 리움미술관이 제작지원해 완성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48분짜리 영상으로,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뒀다(사진=리움미술관).미국 심리학자 에릭 번의 이론 ‘인생각본’(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인생각본을 수정할 수 있다는)에 영향을 받았단다. 쳉은 “사람은 누구나 부모에게 받는 각본을 취하고 버리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내 이야기가 아주 새롭지 않다”며 “다만 AI를 끌어들인 건 인간의식이 너무 복잡한 구조여서 빼고 갈 순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엔진을 도구로 가상 생태계를 만드는 건 쳉의 장기기도 하다. 리움미술관 학예사들이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일찌감치 점찍은 뒤 제작지원을 하면서까지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연결시켰다는데. 결국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세상에 인간의식을 들이대며 작가만의 ‘세계건설’을 일구는 데 힘을 보탠 셈이다. 리움미술관 ‘이안 쳉: 세계건설’ 전 전경. 이안 쳉의 영상 5점 중 ‘밥’(2018∼2019)을 한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작가는 뱀을 닮은 인공생명체 ‘밥’을 등장시켜 인간의식이 장동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구현하며 ‘도대체 무엇이 인간인가’란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젊은 작가 8인에게 내맡긴 ‘새로운 현대미술’시간을 주고 예술을 산다. 마치 진짜 거래인 양 계약서를 쓰고 증명서도 발급하면서(김정모 ‘시간-예술거래소’ 2022). 전통 소목장 기술로 원형 트랙과 평균대, 그네를 만들어 매달고, 클라이밍벽까지 세워둔 놀이터이자 체육관, 서커스장(소목장세미 ‘체력단련활동장’ 2021∼2022). 여기에 작은 캔버스를 모아 붙여 장대한 벽으로 쌓고 공간을 만든 회화(전현선 ‘두 개의 기둥과 모서리들’ 2021)까지. ‘아트스펙트럼’ 작가들의 공통주제는 ‘불합리하고 답답하며 꽉 막힌’ 벽을 넘어 ‘도전하고 외치며 새로운 참여·경험’을 자극하는 데 있다. 사실 ‘아트스펙트럼’은 리움미술관이 진행해온 ‘젊은 작가 발굴·지원 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이다. 미술관이 개관하기 전인 호암갤러리 시절, 한국작가 서베이 전시(2001)로 시작한 이후 이번이 7회째다. 4년여간 운영을 멈췄던 미술관을 따라 함께 쉬어야 했던 그 기획전이 올해 다시 돌아온 셈이다. 미술관은 “올해는 내부 큐레이터 4인과 외부 큐레이터·평론가 4인이 추천해 8명의 작가를 선정했다”며,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5월쯤 이 중 1인을 뽑아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상금 3000만원)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트스펙트럼 2022’ 전에 참여한 8인의 작가 중 김정모가 설치한 ‘시간-예술거래소’(2022). 예술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과정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여기선 돈 대신 시간을 지불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AI, 가상세계, 미래사회란 테마, 이게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 영상’만으로 꾸린 기획전은 예전 리움미술관에선 ‘없던 일’이다. 태현선 학예연구실장은 이렇게 가름했다. “애니메이션, 디지털 매체는 동시대에 중요한 화두가 아닌가. 인간과 더불어 기계와 과학이 공존하는 사회의 모습이 어떤가에 대한 전망도 우리의 숙제다.” 젊어지자 작정한 리움미술관의 행보는 이번 한 차례만이 아닌 듯하다. 7월 3일까지 여는 두 전시 이후 9∼11월에는 공간 제약을 넘어서 어디서나 접속·감상할 수 있게 한 ‘증강현실’(AR·가제) 전, 미래사회 문제에 대응하며 세상의 변화를 찾아나갈 아시아그룹전 ‘구름산책자’ 등을 줄지어 세웠다.
- [인싸핫플] 목마타고 떠난 시인의 품에 안기다
- 강원도 인제 박인환 문학관 앞 박인환 동상[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강원도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문학관 입구에 잘생긴 박인환(1926~1956) 동상 옆에 앉으니 시인의 대표작인 ‘목마와 숙녀’가 낭송된다. 시를 가만 듣고 있노라니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이 동상은 2011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이원경 작가가 만들었다. 작품의 제목은 ‘시인의 품’. 제목처럼 시인의 품에 안길 수 있다.인제 출신의 박인환은 1950년대 한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나라 시 역사에 남긴 영향은 매우 큰 인물이다. 그의 동상은 박인환의 젊은 시절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코트를 입은 시인은 바람에 넥타이가 날리며 만년필을 꼭 쥐고,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문학관 안으로 들어서자, 그가 살아생전 활동했던 해방 전후의 서울 종로와 명동로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마리서사’는 박인환이 스무 살 무렵 종로에 세운 서점이다.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시인인 ‘마리 로랑생’과 책방을 뜻하는 ‘서사’를 합친 것이다. 당시 마리서사는 김광균·김기림·정지용 등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이 일어난 발상지였다.강원도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마리서사 옆에는 선술집 ‘유명옥’이 있다. 이곳은 김수영 시인의 모친이 충무로에 낸 빈대떡집이다. 여기서 김수영, 박인환, 김경린, 김병욱 등이 모여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출발과 후기 모더니즘의 발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유명옥 맞은편의 ‘봉선화 다방’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다방은 고전음악을 듣는 곳으로 8·15광복이 되자, 명동에서 가장 먼저 개업했다. 문인과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시낭송의 밤, 출판기념회, 전시회 등을 열었다. 그밖에 ‘모나리자 다방’, ‘동방싸롱’, ‘포엠’ 등 박인환이 꿈을 키웠던 역사적 명소들을 재현해 당대 시인의 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문학관 밖으로는 ‘시인 박인환 거리’도 있다. 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공공미술작품들로 꾸며졌다. 거리 끝에는 상징적인 조형물도 서 있다. 그곳에는 시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와 술주전자를 앞에 둔 박인환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강원도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내부에는 해방 전후의 서울 종로와 명동로가 재현돼 있다
- 희비 엇갈린 이재명 vs 윤석열…野단일화 후 첫 유세대결
- [이데일리 박기주 이유림 김보겸 기자] 야권 단일화 선언 이후 첫 유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표정이 엇갈렸다.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는 짤막한 입장으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여성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킨 윤 후보는 “(민주당이) 지난 5년 동안 잘 좀 하지 이제 와서 정치를 교체한다고 한다”며 고무된 모습으로 유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여성 유세에서 ‘기적’이란 꽃말을 가진 파란 장미를 들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역사·국민 믿는다”…이재명, ‘女心’ 공략에 총력이 후보의 3일 첫 공식일정은 정순택 베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야권 단일화 소식이 알려지자 이 후보는 예방을 마친 후 예정에 없던 입장 발표를 했다. 그는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민생, 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밝힌 후 다른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이 후보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 앞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세상에 잔파도는 많다. 그러나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민주공화국에서는 정치인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국민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야권 단일화를 평가절하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취약 지지층으로 꼽히는 여성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파란장미’를 손에 쥔 이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확대와 육아휴직 부모 쿼터제 도입, 산부인과 명칭 여성건강의학과로 변경 등 여성을 향한 공약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 윤 후보 측을 겨냥해 “남녀를 서로 편 갈라 싸우게 하는 건 정말 나쁜 정치다.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고 그 미움을 이용하는 정치는 혼내줘야 한다”며 “혐오와 차별, 갈등과 증오는 세상을 점점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다. 포용과 존중, 공존의 정신이야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남녀가 평등하게 사회·경제적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평등한 대한민국 양성평등의 나라,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서울 영등포 유세에서는 이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대표가 함께 했다. 김 대표는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국민들은 나라의 비전은 뒤로 제쳐놓고 어떤 자리, 어떤 권력을 나눌지 묻고 있다. 이익에 따른 야합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야합이 아닌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광장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고무된 윤석열 “민주당, 패색 짙어지니 정치개혁”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충청지역 유세 현장으로 떠났다. 윤 후보는 충남 아산 지역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와 큰 뜻에서 단일화를 아침에 이뤄냈다”며 “이번 대선이 끝나면 즉시 저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절차를 밟을 것이다. 국민의힘 가치와 철학의 범위를 더욱 넓혀서 국민 여러분의 더 넓은 지지와 목소리와 의견을 잘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천안으로 자리를 옮긴 윤 후보는 한껏 고무된 목소리로 “자기들 패색이 짙어지니 선거를 열흘 앞두고 개헌을 한다고 한다”며 “이 선거 진다는 것을 자인하는 얘기가 아닌가. 자기들이 이길 것 같으면 절대 뭐 바꾼다는 소리를 안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선거제도 개편 이후 위성정당 창당으로 제도를 무력화했던 사례 등을 거론하며 정치개혁안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윤 후보는 “중소 정당을 키워준다고 정의당과 손잡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만든 다음에 또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의당 뒤통수를 친 민주당 아니냐”며 “패색이 짙어지니 대통령이 임명할 국무총리도 180석 국회가 추천해야 되고 국회가 임명에 동의해야 한다고 하는데, 언제 민주당 정권이 총리를 야당에서 추천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치교체’의 기치 아래 모인 이재명·김동연 단일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윤 후보는 “부패하고 무능하고 오만하고 무도한 그런 사람들이 깃발을 든다고 해도 정치교체 깃발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누가 모이겠나”라고 반문하며 “정치교체라고 하는 것은 잘못한 정치인들이 심판받고 물러나서 담당하는 사람이 바뀌는 게 정치교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