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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접수한 셰퍼드 페어리…"눈 크게 뜨고 세상 움직여라"
  • 롯데월드타워 접수한 셰퍼드 페어리…"눈 크게 뜨고 세상 움직여라"
  • 작가 셰퍼드 페어리가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에 건 자신의 작품 ‘열린 마음’(Open Minds·2021) 앞에 섰다. 470여점을 걸고 30년 거리예술의 궤적을 더듬는 서울전을 대표하는 한 점이다.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내는 기술인 수압파쇄법의 이중성을 꼬집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시작은 장난에 가까웠다. ‘거인 앙드레에게는 그의 패거리가 있다’란 프랑스의 한 프로레슬러를 향한 팬심에서 비롯한 선언 같은 응원. 1989년 열아홉 살의 그는 스티커에 앙드레 얼굴을 박고 문장을 올리곤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 거리 곳곳에 단속반을 피해가며 붙이고 다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팬심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복종하라’(Obey)란 단어를 붙인 ‘오베이 자이언트’(거인에게 복종하라)를 연호하면서. 그러니 헷갈릴 지경이 아닌가. 과연 누가 자이언트인지, 앙드레인지 아니며 바로 저 사람 ‘셰퍼드 페어리’(52)인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그의 이름 앞에는 별 의심 없이 이런 수식이 붙는다. 도대체 무슨 영향이기에. 굳이 꼽아보면 특이할 것도 없다. 하나는 메시지고, 다른 하나는 기법이니까. 누구나 거들 수 있는 평화·반전·정의·환경·인권 등의 주제를 누구나 이해할 만한 이미지로 눈앞에 들이대니까. 그런데 그 강도와 파장이 단순치 않은 거다. 시각을 뒤흔드는 건 물론 가슴에 콕 박히는 듯하니까. 번쩍거리는 광고로 가득 찬 세상에 비록 몇몇 도상과 문구를 박은 납작한 평면 포스터에 불과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곧 따라나서야 할 듯하니까.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 전경.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페어리 자신이 직면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시각화한 포스터 140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실크스크린·콜라주 등의 방식으로 제작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납작 포스터’의 위력을 확인할 자리가 생겼다. 페어리가 그들을 이끌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진격한 거다. 사실상 국내 최대 규모의 개인전일 롯데뮤지엄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그의 다부진 선언이 먼저 보인다.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그 테마 아래 ‘눈을 뜨다, 마음을 열다’(Eyes Open, Minds Open)가 부제, 아니 세부강령으로 달렸다. 페어리 작업의 핵심이라 할 평면작품을 앞세우고 영상·사진·벽화 등까지 날아온 작품 수만 470여점. 1990년대 초반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으로 세상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때부터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져 시각예술로 진화해온 오늘까지, 30년 궤적을 한자리에 집대성했다.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 전경. ‘지구보존’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한 데 모았다. 지구온난화, 석유산업 등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담은 ‘환경 시리즈’다. ‘미국이 좋아하는 것’(2013·정면 왼쪽), ‘파라다이스로 돌아가다’(2015·정면 오른쪽), ‘검게 칠해주세요’(2019·맨오른쪽) 등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오베이 자이언트’로 살아온 거리예술 30년 집대성 1970년 미국 남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페어리는 어린시절을 “지루했다”고 회상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스케이트보드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티커를 만들어 보드에 붙이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다는데. 그때 그 ‘스티커 사건’이 터진 거다. 그 ‘작품’이 순식간에 동부 전역으로 퍼지면서 말이다. 프로레슬링 분야의 역사가 된 앙드레 르네 루시모프(1946∼1993). 그가 본명 대신 ‘앙드레 더 자이언트’란 별칭으로 불린 건 223㎝, 227㎏의 거구 때문. 한 시대를 풍미했다지만 오래전 한물간 그가 어느 날 다시 회자된, 참으로 엉뚱한 계기였다. 작가 셰퍼드 페어리가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에 건 자신의 작품 ‘오베이 3’(연작·2022), ‘여기 당신의 광고’(2022)를 둘러보고 있다. ‘오베이 자이언트’의 첫발이 된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얼굴을 끊임없이 변주해오던 중 발표한 신작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저 어느 대학생의 치기로 여겼던 그 사건 이후 ‘셰퍼드 페어리’란 이름을 확실하게 띄운 건 2008년이었다. 미국 대선 당시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의 초상화를 바탕으로 ‘희망’(2008)을 제작한 일인데. 오바마를 지지하는 아티스트로서 만든 작품은 이내 캠프의 공식포스터로 채택됐고, 페어리와 오바마 둘 다를 대중에 각인했다. 이후 반전·평화·환경 등 민감한 문제를 단출하면서도 강렬하게 옮겨낸 그의 작업이 힘과 날개를 단 건 물론이고. 그 ‘오바마 희망’(2008)이 서울로 날아와 ‘바스키아’(2010), ‘워홀’(2010), ‘마틴 루터 킹 주니어’(2007) 등과 나란히 걸렸다. 사실 페어리의 작품에서 유명인을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세계사에서 긍정적 변화를 이끈 인물을 의식적으로 등장시켜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를 좀더 극적으로 전달하려는 영리한 방식 덕이다. ‘오베이 자이언트’의 첫발이 된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얼굴 또한 초기작(‘앙드레 헨드릭스 프린트’ 1993 등)부터 변주(‘반복작업’ 2011 등)를 거쳐 최근작(연작 ‘오베이 3’ 2022 등)까지 수시로 접할 수 있다.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 전경. 셰퍼드 페어리란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킨 ‘오바마 호프’(2008)가 중앙에 걸려 있다. 왼쪽으로 ‘처크 D: 권력과 싸우다’(2020), 오른쪽으로 ‘바스키아’(2010)가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원색의 색감, 명료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페어리 작업의 핵심은 ‘반복’이다. 정치·문화·사회이슈에서 빼낸 이미지를 되풀이하고 비틀어대는 ‘실험’을 거듭하는데. 이때 즐겨 참여하는 ‘도우미’가 있으니 꽃(주로 장미), 별, 비둘기, 지구, 천사 등. 때론 주연, 때론 조연인 이들의 도상을 설명하며 페어리는 “역경을 이겨내는 좋은 의미의 상징”이라고 했다. 이번 서울전을 대표하는 ‘눈을 뜨다’(2021) 역시 그중 하나다. 장미와 카네이션을 결합한 가상의 꽃을 큰눈이 달린 지구본 위에 피워낸 작품은 페어리의 삶과 작품세계 30년을 집약한다. “눈을 크게 뜨고 우리 사는 환경과 세상을 살피라는 뜻”이란다. 꽃을 머리에 꽂은 매력적인 여인을 등장시킨 또 하나의 열쇠작인 ‘열린 마음’(2021)은 좀더 구체화한 현실에 접근한다.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내는 기술인 수압파쇄법의 이중성을 꼬집었다니까. “미국을 가스·석유 최대생산국으로 만들어준 이 기술이 지구환경에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작가 셰퍼드 페어리가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에 건 자신의 작품 ‘눈을 뜨다’(Eyes Open·2021·오른쪽)와 ‘열린 마음’(Open Minds·2021) 사이에 섰다. 470여점을 걸고 30년 거리예술의 궤적을 더듬는 서울전을 대표하는 두 점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석촌호수·도산대로…전시장 밖에 걸린 대형벽화 “끊임없는 소통이 내 발전의 원동력”이란 페어리의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가 해온 대단한 일 중 하나는 거리에 벽화를 내걸고 ‘세상과의 소통거리’를 계속 던져댄 데 있으니까. “예술은 대중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벽화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고, 그 벽화를 통해 도시가 개인의 표현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는 생각에서다. 전시장 밖으로 나온 셰퍼드 페어리의 대형벽화 ‘눈을 뜨다’(2022).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입구에 걸렸다.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에 맞춰 페어리는 서울 시내 다섯 곳을 선별해 ‘대형벽화’를 설치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시도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번 서울전에도 예외없이 따라왔다. 서울 시내 다섯 곳을 선별해 ‘대형벽화’를 설치한 건데. 3명의 팀원과 함께 제작했다는 벽화는 석촌호수 문화실험공간 호수의 외벽(‘평화의 비둘기’ 2022), 도산대로의 한 건물 외벽(‘장미의 족쇄 위로 올라’ 2022), 성수동 피치스도원 외벽(‘오베이 자이언트’ 2022)과, 롯데월드타워의 1층 로비(‘정의를 재배하다’ & ‘글로벌 하모니’ 2022), 롯데월드몰 입구의 외벽(‘눈을 뜨다’ 2022) 등에 걸려 시민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전시장 밖으로 나온 셰퍼드 페어리의 대형벽화 ‘정의를 재배하다’(2022).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 로비에 세웠다.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에 맞춰 페어리는 서울 시내 다섯 곳을 선별해 ‘대형벽화’를 설치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시도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장 안팎의 페어리 작품을 꿰뚫는 철학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든 것에 의문을 던져라’다. “다른 말로 풀면 ‘눈을 뜨고 마음을 열라’가 된다. 이를 토대로 작품마다 내거는 원칙이 있는데 ‘내가 대우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해야 한다’는 심플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 ‘심플한 생각’이 결국 복잡한 세상을 움직였다. 인종과 성평등 문제를 풀고, 지구를 존중하고, 이민·종교를 불문한 인간의 기본 존엄성을 회복하고. 그렇다면 과연, 세계가 러브콜을 보내는 이 ‘거리예술의 거장’에게도 버거운 문제란 게 있을까. 아티스트로서 어려움이 뭔가를 묻자 대뜸 나온 대답이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창작자의 감성이 척박한 문화를 만났을 때” “아이디어를 나누자 했는데 가혹한 비판이 돌아올 때” 등 진짜 힘들어 보이는 난제조차 어쩔 수 없이 ‘생계’ 뒤로 밀렸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작가 셰퍼드 페어리가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에 들어서는 초입에 섰다. 뒤쪽으로 ‘오베이 자이언트’의 첫발이 된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얼굴을 단순화한 도상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2.08.02 I 오현주 기자
포스코청암재단, 화재서 이웃 구한 시민 등 5명 '포스코 히어로즈' 선정
  • 포스코청암재단, 화재서 이웃 구한 시민 등 5명 '포스코 히어로즈' 선정
  •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포스코청암재단은 흉기 난동범을 제압해 이웃을 지킨 정구관 씨(41세), 김유진 씨(43세)와 화재 건물에 뛰어들어 주민을 대피시키고 인명피해를 막은 김재원 씨(41세), 그리고 바다에 빠져 익사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조한 강태우 소방교(29세)와 김지민 소방교(29세)를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하고 상패와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31일 밝혔다.정구관 씨, 김유진 씨는 지난 7월 16일 아파트 복도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현장에 뛰어들어 난동범을 제압하고 피해자를 구출했다. 당일 밤 10시께 아파트 복도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집 밖으로 뛰어나온 정구관 씨는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며 여성에게 위해를 가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에 정구관 씨는 지체없이 난동범에게 달려들어 칼을 빼앗아 제압했지만, 난동범은 부러진 칼날을 주워 다시 여성에게 달려들었다.다시 난동범을 쫓아가 제압한 정 씨는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때 소리를 들은 이웃 김유진 씨가 합류해 범인의 손에 든 칼날을 빼앗았고, 경찰에 신고 후 난동범을 경찰에 인계했다. 당시 피해자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는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정구관 씨는 “범인을 경찰에 인계하고 나서야 공포가 밀려들었다. 내가 어떻게 건장한 남성을 제압했는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당시 피해자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다. 피해자께서 회복 중이라고 하니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왼쪽부터) 김지민, 강태우, 김재원, 김유진, 정구관 씨.김재원 씨는 지난 6월 5일 화재 건물의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았다. 당일 저녁 8시경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인근에서 본인이 운영하는 치킨집(철인7호)에서 일하던 김재원 씨는 매캐한 냄새에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폈고, 옆 건물 1층 한 상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 후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당시 1층 다른 상점에 있던 사람들은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지만 2~3층과 옥탑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화재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에 김 씨는 잠겨 있던 화재 건물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각 세대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화재 소식을 알려 대피시켰다. 주민들이 대피하던 사이 연기가 빠르게 위층으로 번졌고 화재 발생지인 1층 상점은 전소했다.김재원 씨는 “불이 켜진 세대를 보자 빨리 화재 소식을 알려 주민을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시기에 자녀 장학금을 받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더 어려운 이웃 주민들을 살피며 살아가겠다”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강태우, 김지민 소방교 부부는 함께 익수자를 구하고 심폐 소생하여 생명을 살렸다. 지난 6월 18일 강태우, 김지민 소방교는 충남 당진 왜목마을 해수욕장을 찾아 해변을 걷던 중 바다에 사람이 빠졌다는 다급한 소리를 들었다. 바다 쪽을 바라보니 멀리 튜브만 보였고, 강태우 소방교는 긴급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즉시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약 20미터를 헤엄쳐 바다에 빠진 여성을 해변까지 무사히 구조해냈지만 익수자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위중한 상태였다.이때 강태우 소방교의 아내이자 당진소방서 소속 119 구급대원인 김지민 소방교가 나서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했고, 얼마 뒤 익수자 스스로 호흡하며 의식을 찾았다. 김지민 소방교는 출산을 얼마 남기지 않은 만삭의 몸으로 최근 병가를 내고 안정을 취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한 생명을 살려냈다.강태우, 김지민 소방교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포스코히어로즈라는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곧 태어날 아이 장학금이라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욱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을 희생한 의인이나 의인의 자녀가 안정적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9년 제정돼 현재까지 총 62명의 포스코히어로즈를 선정했다. 포스코청암재단은 사회적 본보기가 되는 공직자나 시민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의로운 행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도울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2022.07.31 I 함정선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 ‘국가 돌봄’ 없인 우영우도 없다
  •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다음은 27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국가 돌봄’ 없인 우영우도 없다-용산 정비창 일대, 亞 실리콘밸리로 만든다-올해 韓성장률 2.3%로 하향 IMF “내년 경제 더 어렵다”-용산 정비창 일대, 아시아 실리콘밸리로-경찰국 신설 이어 경찰대 개혁 예고△종합-[궁즉답]해외여행시 수하물 분실하면 보상 규정은 어떻게 되나요-총수와 사실혼도 규제…재계 “너무 경직” 반발△경제분야 대정부질문-野 “전형적 부자감세로 사기 행위”…추경호 “노무현도 법인세 내렸다”-이창양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앞당길 것”-김주현 금융위원장 “125조 민생대책 시작…추후 보완책 필요”△법무부·행안부 업무보고-“졸업만으로 경위 임관 불공정”…총경회의 주도 ‘경찰대 출신’ 개혁 의지-“쿠데타” “기강 문란” 경고에도…더 거세진 경찰 내부 반발기류-尹 “기업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개선하라”△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결리포트-“낮시간 돌봄으로 가정 붕괴 막고, 직업·주거 지원 통해 ‘자립’ 도와야”-커피 내리고 미소로 손님맞이…여기선 베테랑-“취업이 곧 치료…직업훈련 더 확대했으면 좋겠어요”△종합-2분기 민간소비로 방어했지만…“성장동력 없는 하반기 먹구름”-‘용산-여의도-노들섬’ 삼각편대로 도시 경쟁력 높인다-“제2의 강남”…재개발·재건축 탄력 받을 듯-우리銀, 8년간 700억 횡령 ‘깜깜’ 금감원, 부실관리 등 제재 예정△정치-권성동 힘 실어주고최고위에 ‘윤핵관’ 기용…새 판 짜기 돌입한 與-‘방송장악’ 두고 논쟁중인 여야 이번엔 KBS 수신료 놓고 으르릉-“의원들 개혁 도와 100년 정당 만드는 데 일조할 것”-‘한국판 뉴딜’ 홈피 접속 차단 文정부 흔적 지우기 일환인 듯-여야 민생특위, 29일 유류세 인하폭 확대 의결△경제-시대 뒤처진 ‘대형마트 온라인배송 제한’ 손본다-“취약층 제2금융 대출 소외 막으려면 법정 최고금리, 시장금리와 연동해야”-“농촌 소멸은 국가위기…활기차고 잘사는 곳 만들 것”-은행연합회, 한은 금융통화위원에 신성환 홍익대 교수 추천△금융-국정원, 농협은행 ‘외환 이상거래’ 들여다본다-금리 높은 예·적금으로 우르르 은행들 펀드·보험 판매 줄었다-수출입은행장에 윤희성 전 부행장…첫 내부출신-교통비·넷플릭스 할인…‘삼성 iD MOVE 카드’ 젊은 직장인에 딱△글로벌-독일행 가스관 더 잠그는 러…유럽, 올겨울 ‘혹독한 추위’ 비상-‘닥터둠’ 루비니 “美, 가벼운 경기침체는 망상”-시진핑, 조코위 만나 ‘대면외교’ 시동-교황 “캐나다 원주민 학살 기독교인 악행 용서 구한다”-中 선전 코로나 확산…“기업에 폐쇄 루프 지시”△산업-25억弗 투자 유치, 합작법인 설립, 공장 증설…LG엔솔, 반격 시동-불황엔 ‘경차’ 불티 난다더니…상반기 판매량 34.1% 껑충-현대제철, 2Q 영업익 8221억…글로벌 경기침체 뚫었다-8월 기업경기전망 ‘90선’ 붕괴 전경련 “메르스 이후 최대 낙폭”△ICT·소비자생활-펄어비스, ESG경영 신속 ‘업그레이드’-“폰트회사 넘어 ‘콘텐츠 플랫폼’으로 변신”-‘스몰럭셔리’족 잡아라…제주 상륙 나선 특급호텔-GS더프레시, 국내 슈퍼마켓 최초 PVC 사용 ‘제로’ 달성△증권-롤러코스터 주가에 손절이냐, 버티기냐 상장사 M&A ‘골머리’-증궈주 빼고 방어주 넣고…국민연금 ‘株전교체’-월마트 쇼크에…반등세 이어가던 이마트·롯데쇼핑 불안-부동산 침체 우려…中 주식형 펀드 한달새 2000억원 이탈-에그플레이션 시대 농업기업 ETF 나왔다△부동산-상가 조합원 ‘재초환’ 부담 줄어든다-“LH 기강해이 문제, 합당한 문책할 것”-서울 아파트 전셋값 3년3개월 만에 ‘하락’-“집은 완벽한 인플레 방어책…전세가율 높은 지역 노려라”△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文정부 실정으로 대선·지방선거 이겨…당 혁신해야 총선서 승리 가능”-“항상 정치적 외풍 겪는 감사원…스스로 원칙 지키는게 중요”△상반기 히트상품-내 몸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는 착한 소비 뜬다-국산 밀 소비 활성화 앞장…우리 농산물 상생 함께해요-해외 품평회서 호평…국산 프리미엄 맥주의 자존심-마·야관문·꿀…추성훈의 활력 레시피 하나에 담았네-작아진 만큼 공간 활용도 ‘굿’…제빙 성능은 그대로-1초에 28병씩…출시 3년 만에 28.8억병 팔렸다-머리만 감았는데 새치커버 끝…탈모증상 완화는 덤△상반기 히트상품-스파이시 마요와 만난 고추치킨으로 라인업 확대-나트륨·지방 낮춘 건강 캔햄 ‘로 푸드’ 바람타고 인기-“피부 톤 보정, 13시간 자외선 차단” 여름철 필수품-배·홍고추·동치미 넣은 ‘매콤·새콤’ 비빔장으로 1위 위협-커피 전문점 맛 담은 ‘국내 대표 인스턴트 원두커피’-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자연주의 간편식-여름철 면역력 관리 ‘정관장 홍삼정’ 스틱 하나면 끝-친환경 작물 귀리로 만들어…맛과 영양 챙긴 먹거리△건강-만성신부전 고통 끝내는 ‘신장 이식’, 수술후 5년 생존율 97%로 높여-“홍삼, 독성 바이러스로 변하는 시기 늦춘다”-퇴행성 관절염 앞당기는 ‘십자인대 파열’△Book-나는 누구인가…속하지 못한 자들의 외침-30대에 쓴 ‘청춘의 문장’ 50대에 곱씹다-실패한 ‘부자감세’는 왜 좀비처럼 살아남을까△오피니언-‘민주유공자법’은 공정한가-이지은 ‘소금 바람’-셋방살이하는 이웃 새 집 뺏은 기재부-‘회계 개혁’은 기업 가치 높이는 투자△피플-“자폐인에 상처 줄까봐 많은 고민…결과 좋게 나와 하루하루 행복”-SK이노, 노사 참여 ‘1% 행복나눔기금’ 5년간 271억원 조성-코오롱 임직원, 지역주민과 ‘릴레이 헌혈캠페인’ 펼쳐-김가람·김한가희 등 12명 대한변협, 우수변호사 선정△사회-학업성취도 전수평가 5년 만에 부활…전국 대부분 학교 참여할 듯-‘여가부 폐지’ 다시 꺼낸 尹 발등에 불 떨어진 김현숙-확진자 또 10만명 육박…당국 “2~3주 증가세 이어질 것”-슬픈 1위…극단선택 비율 OECD 최다-‘오징어게임’ 단역배우, 음주운전 혐의로 집행유예-이혼 요구한 아내 살해…남편 징역 20년 확정
2022.07.26 I 김정현 기자
이은주 "尹 내각엔 검찰만 가득…적폐청산 도돌이표 끝내야"
  • 이은주 "尹 내각엔 검찰만 가득…적폐청산 도돌이표 끝내야"[전문]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5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통치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며 일침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대표 발언에서 “내각에는 검찰만 가득하고, 내각 검증도 감찰이 도맡는 ‘검찰 정부’만 있다. 유능하다는 검찰이 검증한 장관 후보 중 이미 넷이 낙마했고, 엄연한 통치 실패에도 반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1차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는 대북문제로 적폐청산의 칼을 꺼내 들었다”며 “누구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지지율 상승을 꾀하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적폐청산의 도돌이표를 여기서 끝내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은 정치보복은 없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시행령 통치로 국회와의 협치를 파괴하면서 최고 수준의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연금·노동시장·교육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권 몰락의 출발점이 특별감찰관이었고, 문재인 정부는 임명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약속했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즉각 밟아달라. 이것이 백 마디 말보다 법치주의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등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오직 강자를 위한 것들 뿐”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복지급여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대폭 인상하고, 주거 약자 보호책과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에 대한 선제적 채무조정 실시, 납품단가연동제 실시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 비교섭단체대표발언문 전문이다. 사랑하는 동료시민 여러분! 김진표 의장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원내대표 이은주 의원입니다.저는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선에서 시민들은 보수정당의 본류가 아닌 후보를 선택해서라도, 민주당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주권적 판단을 했습니다. 역대 가장 적은 표차였지만 결과를 거부하는 대규모 시위도, 투표에 대한 논란도 없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4번의 평화로운 정권교체는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하고 안정됐는지를 보여줍니다. 민주주의의 진짜 위기는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됐습니다. 컨벤션 효과도 없이 지지율이 추락해 최근에는 30%선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이렇게 표차가 적은 대선도 처음이고, 이렇게 빠른 속도로 시민의 신뢰를 상실한 정부도 처음입니다.저는 지지율 하락이 정부의 통치 붕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로벌 경제와 정세가 예측 불가입니다.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부의 실패는 시민의 고통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모두가 똑같이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위협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줄이고, 청년들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포기하며, 누군가는 절망감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진보정치인인 제가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 이유입니다. 진심 어린 충고를 하고자 합니다. 꼭 새겨들어 주시기 바랍니다.첫째, 윤석열 정부는 통치를 우습게 여기지 마십시오. 검사의 유능함과 통치자의 유능함은 다르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합니다. 통치권의 핵심은 인사이며 민주주의에서 이는 <정당정부>의 핵심 기능입니다. 하지만 내각에는 검찰만 가득하며 내각 검증도 검찰이 도맡는 <검찰정부>만 있습니다. 그렇게 유능하다는 검찰이 검증한 장관 후보 중 이미 넷이 낙마했고, 아빠찬스 입학, 논문표절, 성희롱, 정치자금법 위반, 음주운전 같은 기초적 검증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엄연한 통치실패에도 반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대통령의 발언은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인사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쇄신방안을 발표하십시오. 반성하지 않는다면 바닥 밑의 지하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적폐청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주주의 정부는 비록 정권이 바뀌더라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창조할 수 없습니다. 장점을 계승하고 단점을 수정해, 느리지만 오래가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혁명이 아닌 정치의 장점입니다. 그래서 저도 정치를 통해 진보를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는 정치가 아닌 혁명의 방식인 적폐청산에 나섰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향하는 칼날을 거부하다 내로남불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었습니다. 이 적폐청산의 기간 동안 우리 정치는 얼마나 황폐해졌습니까? 사람이 죽고, 다치고, 반대 의견에 대한 증오와 적대가 시민들 사이에 만연했으며, 정치는 통합이 아닌 분열의 원천이 됐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북문제로 적폐청산의 칼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그 칼을 도로 집어넣으십시오. 북송어부사건은 당시 국민의힘도 양해 했었고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따른 제도의 미비가 큰 원인입니다. 누구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지지율 상승을 꾀하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적폐청산의 도돌이표를 여기서 끝내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정치보복은 없다던 약속을 지키십시오. 셋째, 말이 아닌 실질적 협치를 해야 합니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대통령께서 협치를 강조했지만 그 연설이 끝이었습니다. 청문회 없이 임명한 각료가 이미 넷입니다. 안부 경찰국이나 법무부 인사검증단처럼 법률 개정 사안을 시행령으로 대체해, 헌법상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연금·노동시장·교육 개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대공존을 위한 연금 개혁과 노동시장의 불평등 극복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시행령 통치로 국회와의 협치를 파괴하면서, 최고 수준의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임기 내내 ‘일하지 않는 국회’ 프레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심지어 국회 과반을 차지한 후에도 국회를 계속 혐오했습니다. 똑같이 하실 겁니까? 일하는 국회를 원한다면, 협치의 비용 없이 개혁을 이루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즉시 시행령 통치를 중단하고, 야당과의 대화를 복원하십시오. 넷째. 강자에게만 관대한 가짜 법치주의를 멈추십시오. 정부가 약속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과 공정거래법 처벌 완화를 위한 TF가 설치되고, 주 52시간 근무제는 경쟁력 저하의 원흉이 됐습니다. 불법적 노조파괴에 항의해 노동자가 수개월째 단식 중인 파리바게뜨는 사실상 노동법의 치외법권 지대입니다. 0.3평이라는 사제 감옥에 31일간 자신을 가뒀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유최안을 기억하실 겁니다. 22년 차 용접공인 그의 월급은 207만원이었고, 그 처참한 현실을 고백한 그에게 대통령은 손해배상소송이 법과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법치주의는 오직 약자에게만 엄격합니다.법치주의는 시민을 규율하는 원리가 아닙니다. 자의적인 법집행을 막기 위해 권력을 규율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측근을 비호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가진 자만 비호하는 <계급적 인치주의>로 법치주의를 또 한번 타락시키고 있습니다. 법치주의는 목숨 내놓고 일해야 하는 위험한 산업현장과 기술탈취와 갑질에 신음하는 중소기업부터 적용돼야 합니다. 법치주의는 이동권 시위를 하는 장애인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동권을 약속한 법률이 지켜지도록 예산편성의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법치주의는 손배가압류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헌법이 보장한 쟁의권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을 입법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근혜 정권 몰락의 출발점이 특별감찰관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명을 거부했고 그 뒤 크고 작은 의혹이 터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당선인 시절 약속했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즉각 밟아주십시오. 이것이 백 마디 말보다 법치주의를 되살리는 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윤석열 정부는 보수이지만 민주적이고 유능한 정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아야 통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동료시민 여러분!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지금 시기 정부가 총력을 기울일 곳은 경제 위기 극복입니다. 지지율 추락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에 집착하고, 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초보 운전 아니 무면허 운전을 하며 우왕좌왕하는 것에 시민들이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인플레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불러온 강달러는 수출대기업에게는 기회지만, 평범한 소비자에게는 큰 고통이 되고 있습니다. 고유가와 에너지 대란을 가져온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발적 사건이 아닙니다. 2차 대전 이후 성립된 국제적 평화체제와 자유무역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지정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과 함께 새로운 냉전의 도래를 예고합니다.더 근본적인 위기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합계출생률 1.1명 세계 198위의 최하위권 출생률과 급격한 고령화로 조용히 소멸 중입니다. 일자리의 질을 하락시켜 출산과 양육을 엄두도 못 내게 만든 대가입니다. 이 경향이 계속된다면 경제활동인구는 급감하고, 노령층에 대한 부양 부담은 증가하며, 고령자 중심의 정책은 장기적 시야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같은 문제로 저출생·고령화가 심해진 일본은 최근 후진국 전락에 대한 공포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자리와 부동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선진국 탈락을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위기 극복의 원칙부터 세워야 합니다. 코로나 팬더믹과 마찬가지로 3고 위기 또한 불평등 구조의 아래에 있는 약자를 먼저 위협합니다. 이들에게 가중되는 고통을 조정하고 분담하는 것은 시장도 기업도 아닌 정부의 몫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최우선 순위도 이들 약자여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오직 강자를 위한 것들 뿐입니다. 세법 개정안은 MB식 부자감세의 부활입니다. 동유럽 등 세율이 낮은 국가들이 포함된 OECD 평균 법인세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대기업인만큼 G7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들에 비해 결코 법인세가 높지 않습니다. 또한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는 석유화학 대기업 다수는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합니다. 주요국가에서는 횡재세 도입 주장이 나오는데,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횡재에 선물까지 더 주겠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종부세 중과 폐지와 공제분 인상 등 보유세 완화입니다. 백번 양보해 법인세 감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는 투자 감소를 막는다는 명분이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유세 감세가 어떻게 인플레를 막고 침체에 대비한 정책입니까? 주거목적 이외 추가적 아파트는 묻지마 투기라는 점에서 <현대판 튤립 투기 사태>입니다. 이를 조장하는 <계급입법>, 비생산적인 투기수요만 자극하는 <포퓰리즘 입법>은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코로나 재확산, 가계부채증가, 고물가로 위기 가구가 급증한다면 재정지출도 늘어납니다.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부가 증가한 기업과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으로 공정과세를 실현해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합니다.저와 정의당은 복합 위기에 맞서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곱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복지급여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대폭 인상해야 합니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하는 시민은 정액소득을 받는 집단이며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심각한 생계곤란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2022년 기준중위소득의 30%인 1인 가구 생계급여는 58만원에 불과하며, 고물가를 감당하는게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8월 1일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을 대폭 인상해야 합니다. 또한 생계급여를 기준중위소득의 35%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조기에 달성해야 합니다. 둘째, 임대료 폭등으로부터 주거약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올해 7월은 2년 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 임대차가 끝나는 시점입니다. 집주인들이 상한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대폭 올리면 인플레는 더 심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대출 규제 완화를 철회하고, 고점에 집 사서 고금리 상환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수요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셋째,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에 대한 선제적인 채무조정을 실시해야 합니다. 정부의 <금융부문 민생안전대책>에는 93조에 이르는 이들 금융약자의 채무에 대한 정책이 없습니다. 대출을 돌려막는 저신용·다중채무자에게 만기연장불가나 카드한도 축소는 곧 경제적 사형선고이며, 신용불량으로 공식적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면 생계곤란으로 이어집니다. 채무를 통합하고 상환기간을 늘리는 등 선제적인 채무조정으로 고금리가 금융취약계층을 덮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넷째, <납품단가연동제>로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야 합니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제값 못 받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일을 막기 위해, <납품단가연동제>는 필수적입니다. 정부가 시범 운영과 도입을 약속하고 국민의힘도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한 만큼, 국회는 조속히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다섯째, 실효적인 고물가·고유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의 할당관세 0%는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아놓고 물가대책도 되지 못했습니다. 비료·사료·인건비 등 생산비 급등과 농산물 시장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이 이중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요 농산물 최저가격제>를 실시하고 생산비 절감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유류세 인하는 고가의 중·대형차를 가진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역진적 정책입니다. IMF도 최근 유류세 인하 등 감세 방식의 물가개입이 비효율적임을 지적했습니다. 과거 시행한 바 있는 <소득규모별 유류세 환급>과 같은 실효적 방식으로 고물가와 고유가에 대응해야 합니다. 여섯째, 취약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합니다. 인플레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와 닥쳐올 침체에 큰 피해를 입을 시민들은 사회보험도 노동조합도 없는 프리랜서, 플랫폼, 자영업, 특수고용 노동자입니다. 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근로기준법이라 할 <일하는 시민 기본법>과 <일하는 시민의 결사권 보장을 위한 기본법>으로 노동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일자리 질 하락으로 인한 인구감소라는 장기적 위기에 대처해야 합니다. 일곱째, 노조 혐오와 배제를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야 합니다. 조선업 원하청 구조개선, 인플레 대책, 녹색 전환에 따른 일자리 충격 완화와 같은 주요 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여당 대표까지 노조 혐오와 배제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은 국회에서 야당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와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진짜로 개혁이 하고 싶다면 상대에 대한 험한 말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 복원에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사랑하는 동료시민 여러분! 정의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창당 이후 가장 냉혹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의당은 존재의 이유를 검증받는 시간에 들어섰습니다.정의당의 위기는 일시적 위기가 아닙니다. 정치의 방법으로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흔들림 없이 양당 정치의 대안을 추구해 왔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리더십 교체는 지체됐습니다. 조국 사태와 검수완박 국면에서 진보의 원칙을 훼손하는 정무적 판단이 반복됐습니다. 무상의료·무상교육 이후 진보적 정책과 비전의 업데이트도 지체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창당 정신인 <6411 정신>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약한 시민들에게 정의당이 정치적 대안으로 선택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끝장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시민의 존재 자체가 진보정치의 부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가장 가혹한 자기평가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지난 10년 혼돈의 정치노선을 정리하겠습니다. 변화된 현실에 맞게 노동 대표성을 확장하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연대를 주도하겠습니다. 지역정치의 재생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차기 혁신지도부가 쇄신을 이끌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하겠습니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으로 9월 혁신지도부 선출까지 논쟁하고 토론하는 정의당, 하지만 통합과 변화를 통해 한층 더 단단해진 정의당을 만들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료시민 여러분! 정의당의 변화는 단지 정의당의 존속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변화는 정의당이 없으면 자신의 목소리가 사라질 시민들과,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정의당에 대한 응원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07.25 I 박기주 기자
비트코인·주식 다음은 부동산?…치솟는 미 집값도 꺾이나
  • 비트코인·주식 다음은 부동산?…치솟는 미 집값도 꺾이나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코로나19 팬데믹 내내 초저금리를 등에 업고 호황을 보였던 미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청 건수가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택 거래는 1년 전보다 14% 이상 급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긴축에 금리가 뛰면서 부동산 위축이 가시화하는 기류다. 특히 주택은 거래 액수가 크고 많은 부채까지 동반하는 만큼 주식 등 다른 자산들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을의 주택에 매물 팻말이 걸려 있다. (사진=AFP 제공)◇모기지 신청 건수, 22년래 최저20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가 전주 대비 6.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최저치라고 CNBC는 전했다.주택 매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은 한주간 7%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위한 재융자 신청은 4% 감소했다. 재융자 신청 건수 역시 2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조엘 칸 MBA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전망 악화, 높은 인플레이션, 가격 부담이 구매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에 금리가 뛰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공포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대출액 64만 7200달러(약 8억 5000만원) 이하에 대한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5.74%에서 5.82%로 상승했다. 모기지 신청이 줄면서 거래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집계를 보면, 6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 대비 5.4% 줄어든 512만건을 기록했다. 전문가 전망치(535만건)를 큰 폭 하회한 수치로,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4.2% 감소했다. 6월 매매 건수는 올해 1월 619만건을 정점으로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뉴저지주 북동부에서 활동하는 한 부동산 중개인은 “높아진 금리로 인해 처음 집을 사람들(first home buyers)도 주택 매수에 주춤하지만 투자자들은 특히 더 망설이고 있다”며 “투자 목적으로 사는 고객들에게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금리가 뛰면서 ‘내 집 마련’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S&P 글로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처음 집을 사는 사람들 중 하위 40%는 이미 시장에서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집을 살 때 떠안아야 하는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위 20% 가구의 경우 월 모기지 비용을 지불하려면 소득 전체를 써야 한다고 S&P 글로벌은 전했다.◇3년만에 처음 주택 매물 쌓였다상황이 이렇자 부동산 시장에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NAR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주택 수는 126만건으로 3년 만에 처음 증가했다.이 와중에 주택 가격은 아직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6월에 팔린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1만 6000달러(약 5억 500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전년 동월 대비 13.4% 급등한 수치다.하지만 상당수 수요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기류가 뚜렷해, 집값 폭등세가 곧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주식과 가상자산 등에 이어 부동산이 본격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와 주택 가격이 너무 단기간 급등했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각 가구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자산들보다 커서, 추후 실물경제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근래 도지코인 창업자인 빌리 마커스가 주식과 가상자산으로 이어진 가치 폭락의 다음 순서가 부동산이라는 의미의 그림을 공유하며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종말”이라는 트윗을 올리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이다”(True)라는 짤막한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매튜 그레이엄 모기지뉴스데일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시장이 (공격 긴축을 하겠다는) 연준의 최신 통화정책을 소화하면서 주택 수요가 줄었다”며 “(11년 만에 금리를 올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발표 역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출처=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
2022.07.21 I 김정남 기자
박홍근 "대통령실, '문고리 육상시'에 장악…검찰공화국 만들었다"
  • 박홍근 "대통령실, '문고리 육상시'에 장악…검찰공화국 만들었다"[전문]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비판했다.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여 이같이 말했다.그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문고리 3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무부, 행안부, 국정원 등 권력기관 정점에 한동훈, 이상민, 조상준 등 핵심 측근을 임명했다. 대한민국을 마침내 검찰공화국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윤석열 정부는 대선 이후 인수위 두 달 동안 허송세월만 보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강행하느라고 정작 챙겨야 할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라며 “오죽하면 ‘쇼라도 하라’는 말이 나오겠느냐. 대책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과 각 경제주체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 온 민주당의 정체성,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민주당의 가치를 지켜내고, 시대적 변화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다음은 박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문 전문이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재외동포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입니다. 1.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정 운영의 기본으로 돌아오십시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우리 국민은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했는지와 별개로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줍니다. 새로운 시작은 누구에게나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40.3%의 득표율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71%였습니다. 48.6%의 득표율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32%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국민 삼분의 일이 지지를 철회한 것입니다. 곧 30%도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옵니다. 출범한 지 두 달 만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정권 말기의 레임덕 수준입니다. 이런 초유의 상황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은 의미 없고, 국민만 생각하겠다”고 합니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국민의 여론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겠다는 국민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입니까? 국민은 대선 이후 두 달 가량의 인수위 기간에 새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오직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뿐입니다. 취임 뒤 면밀히 검토해서 차분하게 추진해도 될 일을, ‘단 하루도 청와대에 있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밀어붙였습니다.인사 대참사에 비견되는 내각 인선은 부실한 사전 검증으로 네 명이 줄줄이 낙마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사 난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입니다. 부적격 사유가 명백했던 정호영, 김승희 후보자조차 시간을 질질 끌며 인사 강행의 명분용으로 활용하느라고,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만취운전 경력 등으로 낙마 사유가 분명한 박순애 교육부총리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았다”며 공직 후보자의 당연한 검증과정에 대해 부당하다는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잇따른 부실 인사로 지적을 받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며 반문했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태도에서 국민은 쓴소리에 귀를 닫는 오만과 불통을 절감했습니다. 이 정부가 소통의 상징이라 여기는 ‘도어 스테핑’은 더 이상 소통의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말실수를 걱정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측근 챙기기는 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검찰의 주요 보직은 온통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특수통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내 식구 챙기기’식의 검찰 인사는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 내부에서조차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핵심 요직도 검찰 출신 측근들로 채워졌습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문고리 3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무부, 행안부, 국정원 등 권력기관 정점에 한동훈, 이상민, 조상준 등 핵심 측근을 임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마침내 검찰공화국으로 만든 것입니다.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대통령실 지인 채용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인사 논란은 점입가경입니다. 대통령의 6촌 친척과 40년지기 황모 씨와 우모 씨의 아들에 이어, 이번엔 검찰 시절 인연을 맺은 지인의 아들까지, 모두가 대통령실에 채용되어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친인척과 지인 채용 추가 사례를 찾기 위한 취재 경쟁이 붙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이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함께 해온 동지라며 아무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긴말 드리지 않겠습니다. 엄격한 공사 구분은 공직자에게 더구나 대통령에겐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입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시 민간인 지인이 수행해 논란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민간인 신분으로 1호기에 탑승하고, 영부인 관련 업무를 처리한 일마저 벌어졌습니다. 성비위 논란이 있음에도 대통령실 내부 운영과 인사 채용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과장을 임명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까?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합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습니다. 경고합니다.!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과 국민의 우려에 윤석열 대통령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던 대통령의 부인이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권력의 실세라는 말까지 나와서야 되겠습니까?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충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께 간곡히 그리고 엄중하게 말씀드립니다. 지지율 추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민심, 즉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주변을 엄격히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정치기획수사가 연이어 본격화되더니, 이제 서해 공무원 사건, 탈북 흉악범 추방 사건 등 종북몰이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지율의 급락은 권력 사유화, 인사 난맥, 경제·민생 무능에 더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정치보복성 기획수사와 구시대적 종북몰이로는 국면 전환에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수준의 더 큰 국민적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의 권력은 자기 주변사람 챙기라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입니다. 정치와 국정 운영의 본질은 국민이 맘 편히,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비상한 경제 상황으로 대다수 국민이 불안하고,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위기 국면입니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촉구합니다. 국정 운영의 기본으로 돌아오십시오!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십시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2. 민생이 우선입니다.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 상승해서 IMF 경제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6월 경제고통지수는 9.0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로 상승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고유가, 원자재·곡물가격 상승에 더해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웠던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나려는 시점에, 또다시 재확산 추세가 심각합니다. 이제 장사가 좀 된다며 희망을 가지셨던 동네 가게 주인의 탄식이 참으로 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직장인들은 점심 한 끼 식당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구내식당을 찾습니다. 편의점 도시락 판매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5만 원 지폐 한 장으로는 기름통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운데, 차량으로 생업을 하는 분들은 고스란히 그 부담을 져야 합니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사상 최고치라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의 고물가·고유가·고환율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금리 상승의 속도와 폭입니다. 한국은행은 올해만 네 차례의 금리를 인상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0.5% 빅스텝도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미국 연준은 지난달 28년 만에 0.75%의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에 이어 이달 말에는 1%의 금리 인상, 즉 울트라스텝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고환율 기조가 지속된다면,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순유출도 지속될 것입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가 만들어낸 유동성 잔치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3,200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는 2,300선이 위협받고 있고, 가상자산 시장은 고점 대비 삼분의 일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작년까지 폭등을 걱정했던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세로 돌아서서, 내년이면 폭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 담보대출과 영끌로 주택을 매입했던 국민들은, 고금리로 인해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러워지고, 담보 가치 하락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집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이미 작년 말 기준 1,800조 원을 넘어서 GDP 대비 세계 1위인 가계부채 문제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7%가 되면,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빼고 원리금도 갚지 못하는 국민이 19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출로 가게 운영자금을 충당했던 자영업자, 벼락거지 신세를 면해보겠다고 소액대출이라도 해서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에 나섰던 2030 청년들, 두 차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될지 모를 심각한 위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이 이미 대선 전부터 예고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도, 지난 2월 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물가에 미칠 영향도 모두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선 이후 인수위 두 달 동안 허송세월만 했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강행하느라고, 정작 챙겨야 할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었습니다. 취임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5대 부문 구조개혁을 담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지만, 사회적 합의도 안 된 이런 중장기 구조개혁이, 과연 지금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한 대책이 되겠습니까? 당장 숨넘어가는 사람에게 목숨 살릴 처방은 하지 않고, 체질 개선하라고 주문하는 셈입니다.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참으로 한가한 태도입니다. 경제는 다급한 비상 상황이고 민생은 깊은 위기 속에 놓였는데, 정작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선 이후 넉 달, 취임 후 두 달이 지난 이달 초에야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구조적이고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 맞습니다.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려울수록 대책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과 각 경제주체들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오죽하면 “쇼라도 하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비전을 제시해 희망을 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국란에 비유되었던 IMF 경제위기 직후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면서도, “정부를 믿고 견뎌낸다면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IMF 역사상 최단기간인 1년 반 만에 조기 졸업을 해냈습니다. 경제가 위기일 때, 그로 인해 국민이 고통을 감수해야 할 때,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은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고통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계층일수록, 고통은 가중됩니다. 어려운 국민일수록, 고통을 견딜 여력이 없습니다. 불평등한 사회경제구조는 위기에 더 가혹합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일수록 국가는 어려운 서민과 민생을 챙기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국가의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 어려운 국민이 견뎌낼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재정의 역할이 절실한 때입니다. 무대책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정부가 뒤늦게 처방을 내놓았지만,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법인세를 감세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절반은 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를 내지 않습니다. 상위 1%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합니다. 결국 법인세 감세의 혜택은, 한해 수십 조원의 이익이 나는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금리 인상기 예대마진 폭리로 올해 1분기만 9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기업의 투자 유인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법인세를 낮추더라도 투자로 유인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객관적 통계로 확인되었습니다. 효과는 없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온통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뿐입니다. 물가대책이라고 내놓은 관세 인하에도,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고 기업만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국채 발행은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면 무슨 돈으로 서민을 지원할 것입니까? 재벌 대기업과 부자들은 챙기면서, 정작 어려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겠다는 것입니까? 부동산 세제의 불합리한 부분은 물론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열 일 제쳐두고 부동산 감세에만 몰두할 때가 아닙니다. 역대 어느 정부가 규제 개혁을 추진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까? 아무리 성공적인 규제 개혁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 년이 걸립니다. 올해 그리고 내년 계속될 민생의 고통을 규제 개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까? 당장 해야 할 일과 중장기적으로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은 국정 운영의 기본입니다. 올해 민주당은 예산 심사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들어내고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과 중산층을 지원하는 예산은 확실하게 증액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소수 재벌 대기업 등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 등으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한 달 넘게 <민생우선실천단>을 가동하여, 시급하게 처리할 민생입법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유류세 대폭 인하, 근로자 식비 비과세 한도 인상,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지원 확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장애인 이동권 보장, 대중교통비 한시적 환급 등입니다. 여야가 합의한 국회 민생경제특위와 해당 상임위가 가동되는대로, 관련 입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습니다.특히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손실보상과 피해지원의 대상과 기준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민생 관련 법안의 처리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습니다. 정부와 여야 모두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내놓았던 정책들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부동산 폭락, 그리고 부동산 PF와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위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입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책도 정부가 책임 있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 청문회도 없이 임명된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올해 9월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조치를 폐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입장을 바꿔서 새출발 기금, 채무경감 프로그램 등을 발표했지만, 이는 지난 5월 국회 추경에서 이미 반영된 것으로 9월 만기연장 상환유예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대출 구조를 전환시켜주고, 고금리 대출은 중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코로나 국면에 어렵게 버텨온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들이 파산하건, 신용불량자가 되건, 빚 독촉에 시달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몰리건, 그냥 방치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아니길 바랍니다. 민주당은 올 9월,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부 재정과 금융기관의 협조로 서민 금융 지원을 위한 기금을 확대하고 새로운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정기국회 내에 마련하겠습니다. 고통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어떤 국민도 국가로부터 버려졌다고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3. 미래를 여는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2017년 대선 이후 연이은 선거 승리, 특히 압도적인 총선 승리와 의석수에 취해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물론이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그로 인해 세대와 계층·성별에서 제각기 겪고 있는 국민의 고통을 집권당이면서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또 한편으론 이중적 태도와 행보로 국민께 실망을 드렸습니다. 국민이 민주당에 고개를 돌리게 된 원인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기지 않겠습니다. 철저히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전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어낸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개발독재와 IMF 경제위기는 우리 사회에 구조적인 불평등을 낳았고, 심화시켰습니다. 정치적 민주화에 비해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여전히 더딥니다. 독재시대에 비해 인권은 개선되고 정치적 자유는 확대되었으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차별과 혐오는 여전합니다.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차별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소득 불평등은 여전하고 자산의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상속 증여된 재산 규모는 886조 원으로 2021년 GDP 2,071조 원의 약 43%에 이릅니다. 2010년 53조원이었던 상속 증여 규모는 2020년 126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산업화 시대, 부모가 쌓은 자산이 자녀 세대로 본격 이전되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으로 나뉘어, 부모의 지위와 재산으로 자식 세대의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2022년‘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소득 중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서 46%로 늘어난 반면, 하위 50%의 비중은 21%에서 16%로 하락하여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습니다. 자산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58%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6%에 불과하여 불평등이 더욱 심각합니다. 이러니 금수저·흙수저 논란과 함께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이 끝났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입니다. 불평등 구조와 계급·계층 구조의 고착화는 필연코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됩니다. 사회경제적 이유를 떠나 사회통합적 차원에서도, 불평등 구조는 반드시 완화해야 합니다. 자산소득이 임금소득을 넘어서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어디서나 기회의 창을 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합니다. 차별의 해소는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성과 연령 차별은 불평등의 한 원인입니다. 또한 차별은 경제적 차원에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동거가족, 입양가족, 한부모가정, 재혼가족 등 여러 형태의 가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차별과 편견,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합니다. 냉전시대 이념적 혐오를 넘어 지향과 견해의 차이를 두고 극단적 혐오 또한 난무하고 있습니다.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차별의 대상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당화되기 어려운 혐오를 이유로 다른 집단이나 소수자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평등법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문제를 두고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 성숙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게 마땅합니다. 정치에서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정치의 지향은 반드시 사회통합이어야 합니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졌던 대한민국이 또다시 계층과 세대, 젠더로 갈라져서는 안 됩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평등법 등 다양한 형태의 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에도 본격 나서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든 의견을 수렴해가겠습니다. 국민의 여론을 존중하고 판단하겠습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이 처한 구조적 위기에도 과감하게 대처하겠습니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인구 문제의 위기는 한층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8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97명으로, 세계 유일의 한 명 이하 출산율을 기록했습니다. 2년 뒤인 2024년이면 이마저도 0.7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20대 인구는 2021년에 640만 명이었지만 2040년대가 되면 261만 명으로 약 60%가 감소합니다. 2014년 274만 명이었던 만 5세 이하 아동수는 2026년이면 절반 수준인 148만 명으로 줄어듭니다. 국내 소비시장은 축소되고, 보육 시설과 보육 교사는 물론 초중등 교사와 교실이 남아돌게 됩니다. 2021년 기준 대학 정원은 48만 명인데 20년 뒤 대학 입학생은 20만 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군 징집 자원도 채 10만 명이 안되어 현재의 병력 규모는 아예 유지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공약한 ‘선택적 모병제’도입을 본격 검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최대의 위기 요인입니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국가 돌봄 책임제’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합니다. 육아휴직제를 실질적으로 제도화해야 합니다. 공교육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정부가 공급하는 택지에는 공공임대와 1~2인 가구용 주택 공급을 확충해야 합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위험 지역이 2015년 80곳에서 2022년 113곳으로 늘어 전체 228개 시군구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습니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인구 문제는 지역 간 불평등에 더해져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이라는 양극단의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국토 균형 발전과 농촌 살리기, 농어업 지원도 국가적으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저출생과 함께 세계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역시 우리 사회의 위기 요인입니다.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복지비용 증가를 초래할 것입니다. 2030 세대의 인구 비중은 급감하는데 복지 비용이 증가하면 미래세대가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게 됩니다. 지금부터 적정부담-적정급여의 구조로 복지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연금개혁도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 개편과 함께 가야 합니다.더 나아가, 저출생·고령화, 4차산업혁명 등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변화에 조응해서, 전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적정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인구 정책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야의 입장 차도 크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습니다. 지구적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탄소 중립과 친환경적인 에너지 전환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의무이자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입니다. 애플과 테슬라 등 글로벌기업은 RE 100 즉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기업이 아닌 경우, 향후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추세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작년, 전 세계 신규 발전 설비의 85%는 재생에너지였습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원전보다 훨씬 큰 시장입니다.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단연 재생에너지입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로 향하는 문을 닫아걸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목표치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바보 같은 짓’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회귀 정책이 ‘바보 같은 짓’입니다. 민주당은 탄소 중립을 향한 전 지구적 과제에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경제와 산업을 위한 희망의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민의를 대변해야 합니다.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고 있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정당의 책무이자, 정치지도자의 역할입니다. 복수정당제에서 각 정당은 누구를 대변하는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 온 민주당의 정체성!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민주당의 가치를 지켜내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서고, 저출생과 고령화의 위기에 담대하게 대처하겠습니다.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은 민심의 바다에서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민주당의 부족한 점은 질책하시면서도, 민주당이 새로운 미래를 담대하게 열어갈 수 있도록 늘 함께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2022.07.20 I 박기주 기자
아바타도 '법 울타리'가 필요해
  • [법조프리즘]아바타도 '법 울타리'가 필요해
  • [박주희 법무법인 제이 대표변호사]전 세계 유튜브 통계 분석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유튜버 중 슈퍼챗을 가장 많이 받은 유튜버는 ‘우루하 루시아’다. 그는 슈퍼챗으로만 2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얻었다. 2, 3위에는 키류 코코, 유키하나 라미가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버튜버’ 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가상의 캐릭터들이다. 캐릭터 속에서 연기하는 사람은 단순히 정해진 대사를 읊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성격과 정체성에 맞게 실시간으로 구독자와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에니메이션 속에 갇혀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구독자와 소통하는 ‘살아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버튜버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 해 전 세계 슈퍼챗 상위 10위 중 9명은 모두 버튜버였고 우리나라도 최근 성우 서유리가 연기하는 ‘로나로나땅’이라는 버튜버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사람들이 가상의 캐릭터에 열광하는 것처럼 메타버스 즉, 가상공간은 이제 더 이상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가상공간의 삶에 갖는 애착도나 심리적 몰입은 현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상공간에서의 나의 아바타는 곧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그곳에서 아바타가 겪는 일들은 현실에서 겪는 일처럼 개인의 심신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현실의 삶만큼 복잡 다양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에 대한 성추행 행위가 급증하고 있으며, 한 버튜버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성 글이 온라인 게시판에 지속적으로 게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현행법으로 과연 이를 처리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대법원은 현행법상 아이디나 캐릭터 자체는 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해당 아이디나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는 이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나라 형법은 ‘실체적인 사람의 명예’만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버튜버를 연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버튜버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가 있다 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성범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하지만 아바타에 대한 인격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아바타에 대한 성추행은 처벌할 근거가 없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느끼는 충격이나 당혹감은 현실에서 범죄를 당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유명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사용하는 ‘진명황의 집행검’이라는 아이템은 현금 2억원에 거래가 될 정도로 게임 세계에서는 막강한 능력을 부릴 수 있는 아이템인데, 몇 년 전 60대 여성이 게임사를 상대로 해당 아이템이 소멸됐다며 복구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혹자는 만져보지도 못하는 게임 아이템을 거액을 주고 거래하고 소송까지 제기하는 세태를 보면서 손가락질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가상공간에서 휘두를 수 있는 권력과 힘이 현실의 개인에게 차지하는 의미와 가치가 크다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가상공간에 대한 삶의 밀착도가 높아진 만큼 이제는 여기서 벌어지는 분쟁들을 어떻게 법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상공간, 가상 캐릭터는 일부 마니아의 문화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가상공간에 학교가 세워지고 기업이 진출하며, 부동산을 사고파는 등 또다른 삶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앞으로 가상공간에서의 삶이 더 가속화되면 기존 시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재산의 유산상속 문제라든지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계약 분쟁이라든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법은 인간 삶이 이뤄지는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결하는 수단이다. 인간 삶의 차원이 변화되고 확장되어 간다면 법적 시각도 그에 맞춰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법률가가 세상의 변화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마음 빚은 건축물 품은 숲에서 ‘나’를 비우고, 담다
  • [여행] 마음 빚은 건축물 품은 숲에서 ‘나’를 비우고, 담다
  • 사유원 느티나무 숲 가장자리에 대나무로 높이 세워 지은 ‘조사’(鳥寺)는 ‘새들의 수도원’이란 이름 뜻 그대로 새를 위한 건축물이다. 비무장지대(DMZ)의 설치미술 프로젝트로 기획된 작품으로, 세월이 지나면 썩어 넘어져 자연으로 되돌아가도록 의도해 만들었다. [군위(경북)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군위의 수목원인 ‘사유원’(思惟園). 사실 수목원으로 규정하기에는 모호한 공간이다. 보통 수목원의 주인공은 나무와 꽃 등 식물이다. 이곳에선 조금 다르다. 사유원의 주인공은 관람객이다. 그 이름에 힌트가 있다. 사유원의 글자를 풀이하면,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대상이란 이런 것들이다. 오랜 풍상을 이겨낸 나무와 하나하나 의미를 단 이름과 문구들, 그리고 숨 막히게 아름다운 건축물들…. 단순한 관람이라는 행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관람객은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 속에서 위안과 평안을 얻고, 익숙한 물건 하나에도 세심하게 이름 붙인 주인장의 정성에서 그 가치를 되돌아보며, 거장이 만든 위대한 건축물 앞에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사유원의 시작은 모과나무였다사유원의 설립자는 대구의 태창철강이라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군 유재성 회장이다. 태창철강은 철강유통을 주업으로 하는 향토기업이다. 잘 나가는 중견기업의 회장은 왜 이곳에 수목원을 만들었을까. 그 시작은 ‘모과나무’였다. 유 회장은 태창철강 정원을 관리하던 정원사의 귀띔으로 300년 남짓 수령의 모과나무 4그루가 일본으로 밀반출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그는 부산항으로 달려가 컨테이너에서 모과나무를 발견했고, 2000만원에 웃돈을 더주고 그 나무를 도로 사 왔다. 당시가 1989년이었다. 이후에도 유 회장은 30여 년간 끊임없이 귀한 나무를 수집했고, 그 나무들이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이곳에 약 66만㎡(약 20만 평)가 넘는 땅을 사들였다.사유원의 터줏대감인 풍설기천년의 모과나무. 저마다 전위적인 모습으로 서 있다.그렇게 수십년간 수집한 고목 수천 그루가 이 땅에 옮겨 심어졌다. 이후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에게 의뢰해 이곳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건축물을 지었다. 여기에 장인이라 불리는 한국과 일본의 조경 전문가에게 맡겨 풀과 나무, 그리고 돌과 물의 위치를 정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만든 공간이 바로 사유원이다. 무려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누구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할 오랜 시간과 적잖은 돈, 그리고 가늠하기 어려운 정성을 이곳에 쏟아부은 것이다.지난달 30일 거친 빗속을 무려 6시간을 달려 겨우 사유원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넉넉잡아 3시간 30분이면 도착했을 거리였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약속했던 시간은 훌쩍 넘어 버렸다. “비가 많이 와서 늦었습니다”라는 기자의 말에 담당자는 오히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다”며 인사부터 건넸다. 이어 “여기는 비가 너무 안와서 걱정입니다. 계속 물을 뿌려주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네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유원 관리자들은 더위와 가뭄에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른 땅에 물을 계속 뿌려도 금세 말라버릴 정도였다. 나에게는 야속했던 비가, 다른 이에겐 간절함이었던 것이다. 사유원에서의 첫 ‘사유’는 그렇게 시작됐다.건축가 최욱이 설계한 사유원의 카페 ‘가가빈빈’ 앞에는 물에 발을 담그고 팔공산 능선을 바라보며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관람객 뒤편으로 보이는 팔공산까지는 무려 1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시야를 하나도 가리지 않아 더 장쾌하게 느껴진다.◇스님이 알려준 사유하는 방법사유원에서 가장 외딴 장소에 들어서 있는 수도원 ‘와사사유원을 찾은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언젠가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더니, 작은 시골 마을인 군위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입장료만 5만원(학생은 4만 5000원), 식비까지 합하면 20만원 이상의 비용을 이들은 기꺼이 지불했다. 사유원을 방문하기로 한 건 그 공간의 가치보다 ‘인기 비결’에 더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그게 방문객들의 단순한 호기심인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 이유를 잣대 삼아 현미경 안을 들여다 보듯 사유원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안내를 받아 천천히 사유원을 둘러봤다. 좁은 길을 따라 사유원의 대표 공간과 건물들, 그리고 나무 사이사이에 난 길을 한참을 돌아다녔다. 사유원은 일정한 규칙을 갖춘 공간은 아니었다. 곧다 싶으면 둥글어지고, 둥글다 싶으면 툭 불거졌다. 길도 마찬가지. 곧은 길인가 했더니, 금세 돌아가고 꼬불꼬불 경사도 많았다. 안내 지도를 펼쳐봐도 어디쯤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관람객에게 비콘 목걸이를 입구에서 걸어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중앙통제실이 관람객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리 넓지는 않은 공간이지만 숲 속이나 나무 사이의 길을 걷다보면 가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잃어버릴 때가 있다는 설명이다. 곳곳에 CCTV와 비상벨을 설치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충 넘겨도 될 듯 싶은 시설들이지만 이마저도 승효상 건축가가 손을 댔다.사유원의 한국식 정원 ‘유원’자연스럽게 상상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건물이 왜 여기 있을까’, ‘이 커다란 나무는 어떻게 옮겨졌을까’,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등등. 어느새 상상은 호기심으로, 호기심은 다시 의문으로, 의문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커다란 벽도 만났다. 생각지도 못한 걸출한 거장의 이름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고, 몇백년 묵은 나무 앞에선 먹먹해졌다. 사유원이라는 공간과 건물, 그리고 오래된 나무가 주는 중압감이었다.우연히 한 건물 속으로 들어서는 스님을 만났다. 경남 창녕의 한 사찰에서 왔다는 그 스님에게 ‘이곳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를 묻자 “사찰을 증축하려고 하는데 답사를 겸해서 왔습니다. 건축가가 사유원을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해서요”라고 말했다. “스님께선 사유가 일상이실 텐데, 이곳에서는 어떤 사유를 하실 건지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스님은 망설임 없이 “공간과 건축 작품에서 얻는 사유는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서 얻는 사유와는 또 다릅니다”라고 답하며 뒤돌아 건물 속으로 사라졌다.작고 고요한 예배당 ‘내심낙원’의 내부◇사유원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그제야 사유원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곳곳에 적힌 ‘이름’과 ‘문구’들. 사유원에는 온갖 사소한 것에도 이름이 붙어 있다. 그중 화장실 문패 앞에 눈길이 먼저 갔다. 사유원 화장실의 이름은 같은 게 하나도 없다. 독락사(獨樂舍), 세욕소(洗慾所), 망아정(忘我亭), 귀락와(歸樂窩), 망우정(忘憂亭) 등등. 이 모든 이름은 한학에 정통한 유 회장이 직접 지은 것이라고 했다. 글씨는 중국의 유명한 서예가인 웨이량이 썼다.한자의 의미를 풀어보면 더 재미있다. 혼자 즐기는, 욕망을 씻어내는, 나를 잊는, 근심을 잊는 곳으로 화장실을 표현했다. 같은 목적에 의미를 다르게 부여했을 뿐인데, 공간이 달리 보였다. 사유원의 의자(평상, 나무, 철)에도 글씨가 쓰여 있다. 앉아서 모두 잊어버리라는, 마음을 비우라는 뜻의 ‘좌망심재’(坐忘心齋)다. 걸음을 늦추고, 시선을 낮추면 보이는 글귀들이었다. 물론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설립자의 세심한 정성에 저절로 눈이 가고 마음이 갔다. 또 어떤 글귀로 나를 이끌지 기대도 더해졌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깊은 사유에 빠져들었다. 앉아서 모두 잊어버리라는, 마음을 비우라는 뜻의 ‘좌망심재’(坐忘心齋)곳곳의 건축 작품에서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 건물들은 한데 모여 있는 게 아니라, 길 줄기 사이사이에 열매처럼 들어서 있다. 승효상·알바로 시자·최욱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가들의 작품들. 승효상은 지난 2010년 유 회장의 집 별채를 설계하고, ‘모헌’(某軒)이라는 이름도 지어 주었을 정도로 둘의 인연은 깊다. 이후 유 회장은 승효상에게 수목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상의했고, 그는 단순한 수목원이 아닌 사유와 명상을 위한 장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그렇게 승효상은 사유원의 출입구부터 화장실, 벤치까지 사유원의 인공적인 요소 대부분을 디자인했다. 명정·사담·와사 등 사유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그의 작품. 재미난 점은 승효상은 모든 건물을 땅속으로 넣거나, 묻히게 했다는 것이다. 그의 건축노트를 살펴보면 그 뜻을 잘 헤아릴 수 있다. 그는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듯한’ 건물을 짓기를 바랐다. 지나치게 건축에만 집중하면 수목원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뜻이었다.사유원의 대표적인 건축 작품인 알바로 시자의 소대(앞)와 소요헌(뒤). 소대는 소요헌을 전망하기 위해 만든 전망대다.◇사유원을 빛나게 하는 주인공들그래도 사유원에는 유별나게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있다.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인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작고 고요한 예배당인 ‘내심낙원’과 본래 스페인 마드리드에 지으려 했으나 건축이 취소되며 설계도로만 남은 것을 사유원에 세운 ‘소요헌’, 그리고 소요헌 전망대인 ‘소대’가 그의 작품이다. 뜻밖의 사실은 길이나 의자 등 공간 하나하나에 이름과 설명을 붙였던 그런 세심함은 여기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알바로 시자뿐아니라 다른 건축가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소요헌만 해도 그렇다.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미술 작품이라 할 만한 공간. 하지만 작품 설명이 없으니 도무지 건축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설명이 감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무 선입견 없이 사유원을 직접 경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것이 사유원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저마다 신선한 경험과 영감으로 소요헌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관람객은 건축 작품 하나하나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인 알바로 시자의 작품인 ‘소요헌’ 내부에 설치된 설치작품. 소요헌은 입구에서 y자 형태로 갈라진 구조물 양 끝에 각각 폭력을 주제로 한 공간과 생명을 주제로 한 공간을 조성했다. 본래 스페인 마드리드에 지으려 했으나 건축이 취소되며 설계도로만 남은 것을 유재성 태창철강 회장의 오랜 설득으로 사유원에 세워졌다.이곳의 터줏대감인 모과나무에선 또 다른 생각에 빠진다. 사유원의 시작은 모과나무 네 그루부터였다, 그래서 이들을 터줏대감이라 불러도 되겠다. 이 모과나무가 자리한 곳은 ‘풍설기천년’이라고 이름 붙은 나무밭이다. 바람과 눈을 1000년을 이겨내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사유원 정상부에서 다시 입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다. 이 밭에만 모두 모과나무 108그루가 식재돼 있다. 수백년을 이겨온 나무들은 저마다 전위적인 모양으로 들어앉았다. 108번뇌에 빠진 다양한 인간의 모습 같기도 하고, 인간의 오욕을 모두 짊어진 늙은 고승의 수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유원에서 가장 사유원 다운 공간이라고 꼽고 싶다.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인 알바로 시자의 작품인 ‘소요헌’ 내부에 설치된 설치작품. 소요헌은 입구에서 y자 형태로 갈라진 구조물 양 끝에 각각 폭력을 주제로 한 공간과 생명을 주제로 한 공간을 조성했다. 본래 스페인 마드리드에 지으려 했으나 건축이 취소되며 설계도로만 남은 것을 유재성 태창철강 회장의 오랜 설득으로 사유원에 세워졌다.
2022.07.15 I 강경록 기자
책 펴낸 유시민 “난, 35년간 글 쓴 생계형 전업 작가”
  • 책 펴낸 유시민 “난, 35년간 글 쓴 생계형 전업 작가”
  • 여행기 시리즈 두 번째 책 ‘유럽도시기행 2’(생각의길)로 3년 만에 작가로 돌아온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뉴시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면 팔린다.”1988년 첫 책 출간 뒤 내놓는 신작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수성하는 믿고 보는 작가 유시민(63)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년만에 여행 작가로 복귀했다. 2019년 ‘유럽도시기행 1권’을 펴낸 이후 여행기 시리즈 두 번째 책 ‘유럽도시기행 2권’을 들고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번 새 책 역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종합 16위에 진입했다. 정치인 유시민으로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서점가에선 ‘시대의 이야기꾼’이 맞다.그가 최근 강연장에 섰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교보문고 유명 저자 초청 강연 프로그램 ‘명강의 빅(Big)10’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을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강연으로 대체해왔던 교보문고는 이날 작가 유시민의 강의로 2년 6개월여 만에 대면 강연의 시작을 알렸다.유시민 작가는 달변가답게 좌중을 압도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을 가리켜 ‘생계형 작가’라고 일축했다. 그는 “1988년 데뷔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펴낸 이후 소득 대부분이 인쇄수입이었다. 35년 동안 쭉 그래왔다”며 “책을 내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었다. 매년 한 권 씩은 꼭 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정치) 해석이 필요가 없더라. 심오하고 아카데믹한 비평이 필요하다면 해석하겠는데, 너무 투명해 가지고 비평할 일이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꺼내놓기도 했다. 유 작가는 평민당 시절 당시 이해찬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데뷔한 이래 대한민국 제16·17대 국회의원과 제44대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역임했다. 친노 대표주자로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면서 2013년 정계를 은퇴했다.3년 만에 신작 ‘유럽도시기행 2’(생각의길)으로 작가로 복귀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교보문고 유명 저자 초청 강연 프로그램 ‘명강의 빅(Big)10’ 강연자로 나서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교보문고).◇왜 여행서인가…유시민식 ‘콘텍스트’ 강조“나는 나를 의심한다.” 다작 작가인 그가 인문역사서 집필을 그만두고 여행서를 쓰는 이유다.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역사의 역사’, ‘나의 한국현대사’ 등을 통해 신랄한 논평과 전문지식을 쏟아내 이른바 ‘지식소매상’으로 주목받았던 그다. 특히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초판 출간 이후 100만부 이상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로, 올 상반기에도 세계사 분야 판매 1위를 차지한 책이다.그럼에도 유 작가는 “여행서는 집필을 위해 고도의 집중력이나 창의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를 옛날만큼 못 믿는 것”이라며 자신이 노년에도 쓸 수 있는 책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사회적 논의를 포함한 까다로운 책 대신 대중에 편안히 읽히는 여행서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신호를 위반해 딱지가 날라오고 그래요. 분명 좌회전 신호를 받고 돌고 보니 직진 신호였던 거예요. 바로 알아챈 뒤 그 자리에 섰는데 황망했죠.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떨어졌다는 거잖아요. 조심해야겠다, 몸 사리게 되더라. (인문·경제·역사·정치비평 책 출간) 그 정도 했으면 됐잖아요. 하하.”작가로 돌아왔다지만 여전히 정치권 이슈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지난달에는 1심 재판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이사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유 전 이사장 측은 판결에 불복해 쌍방 항소한 상태다. 그는 이번 재판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정치 비평을 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있었어요. 논리로 하는 싸움에 참전했는데 교전 수칙을 위반한 거예요.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면 안 되는데 약점을 잡혔으니까 기소되고 그런 겁니다.”생각의길 출판사에서 펴낸 유시민 작가의 신작 ‘유럽도시기행 2’이번 책에서 유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콘텍스트’(context·사물의 서로 잇닿아 있는 관계나 연관)다. 여행 과정에서 마주하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게 유 작가의 생각이다. “각 도시의 건축물이나 길과 광장, 박물관 같은 이런 것에는 다 발생사가 있어요.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고 이름은 왜 그렇게 붙였는지. 그런 배경 정보를 갖고 그 대상을 만나게 되면 충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도시는 콘텍스트를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며, 그 말을 알아듣는 여행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책은 도시와 인간,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지적 통찰력이 도시가 품은 가치와 맥락, 의미 있는 서사들과 어떻게 교감하는지 보여준다.이날 강연에서는 20대 청년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 받기도 했는데 그는 “잘못 말하면 꼰대소리 듣고, 마음에 들려면 아부해야 해서 안 한다”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들을 유리그릇 다루듯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청년들이 힘들다는 거 안다. 다만 세대마다 자기 고민이 있고,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잘 살고, 자기 앞가림만 잘해도 칭찬받는 시대”라며 “집 사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기성세대(부모님) 죽고 나면 그 집에서 살아라. (출산율 저조로) 지나고 나면 집 남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는 군대 가야 하고, 여학생들보다 학점도 낮다. 남자들 화낼 만하다”면서도 “화를 내려면 제대로 내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유 작가는 일흔 살까지 2년에 한 권씩 유럽 여행기 시리즈(총 5권)의 남은 3권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유럽 도시 기행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여행지를 사전 답사하고, 집필을 위해 다시 도시를 방문하는데, 하루에 10~14km씩 걸어야 하기 때문에 유 작가는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2년 안에 나올 3권에서는 이베리아반도의 바르셀로나·마드리드·리스본·포르투로 향한다. “도시의 건출물을 만난다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난다는 거예요. 본연의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여행이라는 외적 자극을 계속 줘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거죠. 나를 알고 감정을 진하게 느끼기 위해 유럽 도시를 다닙니다.”유 작가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인생이 그렇듯 여행도 정답은 없다.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면 그만이다. 이번에도 내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평가는 하나뿐이다. ‘흠, 이 도시에 이런 게 있단 말이지. 나름 재미있군”이라고.
2022.07.13 I 김미경 기자
박용진 "어대명?…이재명은 바닷물, 허망한 안방 대세론"
  • 박용진 "어대명?…이재명은 바닷물, 허망한 안방 대세론"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오는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주당 의원이 11일 “이재명 의원은 바닷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박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과 지지층은 민주당의 승리에 못말라 있다.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이재명이라고 하는 바닷물로는 승리를 향한 우리의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중도와 보수층은 우리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층에서는 오히려 박용진이라고 하는 신선한 샘물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는 지금 1위지만 허망한 안방 대세론에 불과하다. 이건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전 앞선 두 번의 선거의 패배의 원인에 대해 명확히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의 전쟁에 패배한 장수가 다시 전쟁의 지휘권을 쥐겠다고 하는 데에는 국민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패배의 원인이 분명해지고, 그런 부분들을 놓고 어떻게 혁신해 나갈 건지에 대한 자신의 계획과 내용이 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박용진은 민주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던 고비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행동해 왔다. 다른 민주당, 혁신 민주당을 구성하고 만드는 데에 내가 적임자”라며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중도와 보수층에서 집 나간 토끼들, 이탈 민주당 층에서는 박용진이 이 의원과 비등하거나 오히려 앞서나가고 있다. ‘이기는 민주당’으로 가는 급행열차는 박용진”이라고 덧붙였다. ‘97그룹’(90번대 학번·70년대생) 내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97세대 단일화든 아니면 다른 분들과의 단일화 문제든, 민주당 전당대회의 흥행과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며 “우리 당이 지금 갇혀 있는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는 체념의 울타리를 부수고 민주당은 달라질 수 있다. 이길 수 있다고 하는 희망으로 들썩들썩하는 전당대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일화도 중요한 하나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DJ와 YS, 또 이철승 이런 분들이 세대교체, 40대 기수론을 얘기할 때에도 다 계파도 다르고 지향도 다르고 의정활동의 내용들도 달랐지만 힘을 합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냈다. 얼마든지 그런 가능성은 있다”며 “그런 협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용기에 민간인을 태워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야당과 국민의 비판과 우려는 무시하고, 인사는 독주하고, 국정운영은 마구잡이를 하고 있는 모습 때문에 국민들이 정말 불안해하고 계시다”며 “국민들이 지금 대통령과 여당의 불안한 행동 때문에 숨 쉬기조차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이런 모습을 민주당이 보다 분명하게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모습의 민주당, 그리고 국민들이 신뢰를 얻는 민주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2.07.11 I 박기주 기자
“언니가 범인이죠?” 가양역 실종女 친언니가 공개한 악성문자
  • “언니가 범인이죠?” 가양역 실종女 친언니가 공개한 악성문자
  •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김가을(24)씨의 친언니가 악성 메시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동생을 찾는 전단지에 공개된 자신의 전화번호로 더 이상 제보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김가을(24)씨의 친언니가 악성 메시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사진=김가을씨 친언니 인스타그램 캡처)김씨의 언니 A씨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동생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보를 주신 분들 덕분에 동생이 사라진 후 지금까지 희망을 품고 버텨올 수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그러나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장난에 이제는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며 “번호를 곧 바꿀 예정이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제 번호가 올라가 있는 게시글은 비공개 및 삭제 처리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실제 A씨가 공개한 악성 메시지에는 A씨가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동생 제보받는 걸로도 정신이 없어서 답장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자 “뭐하러 그래요. 죽을 거면 세금 낭비나 하지 말고 죽으라 하지”라고 답장이 왔다. 해당 메시지를 보낸 이는 이어 “근데 목소리 인터뷰 들었는데 언니가 범인이죠? 무서우리만큼 태연하던데”라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또 다른 이는 A씨에게 “남자친구 있냐”라며 성희롱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이를 두고 A씨는 “앞으로 이런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발언은 삼가 달라”며 “이제 제 번호로 제보는 받지 않으려고 한다. 가을이를 찾게 된다면 꼭 도움 주신 분들에게 알리겠다”라고 전했다. ‘가양역 실종 여성’ 김가을씨 전단.한편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0시 22분께 택시를 타고 가양역 인근에 내린 뒤 1㎞ 정도 떨어진 가양대교 남단 방향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시내버스 블랙박스에는 김씨가 오후 10시 56분부터 11시 1분까지 가양대교 위 남단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실종 전 김씨의 행적을 살펴보면 당시 그는 퇴근 후 서울 강남구 소재 미용실에 들러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셀카 사진을 올렸다. 글에는 “파마하자마자 비바람 맞고 13만원 증발. 역시 강남은 눈 뜨고 코 베이는 동네”라고 적었다.이후 김씨는 오후 9시 30분부터 가족·친구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그런데 이날 밤 11시께 김씨 언니의 집에 돌연 구급차가 도착했다. 언니는 “동생이 ‘언니가 쓰러질 것 같다’라고 119에 신고했다더라”라며 “아무 일도 없어서 119구조대는 철수했다”라고 밝혔다.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 6일 김씨 소유의 태블릿PC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한글 문서를 발견했다. 2쪽가량의 문서에는 “유언, 내 죽음에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음 해”라고 적혀 있었다.이에 경찰은 오전·오후 각 1회씩 한강 수변을 수색하는 한편, 현재까지 범죄 관련성을 의심할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22.07.08 I 송혜수 기자
'이브' 서예지, 박병은과 위기→정체 발각?…유선 반격 시작되나
  • '이브' 서예지, 박병은과 위기→정체 발각?…유선 반격 시작되나
  • (사진=tvN ‘이브’)[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tvN ‘이브’ 서예지와 박병은의 관계에 위기가 드리웠다. 박병은에게 비밀 금고 출입을 들킨 데 이어, 유선에 의해 정체가 들통난 서예지의 모습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자아냈다.지난 7일(목) 밤 10시 30분에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극본 윤영미/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12회에서는 이라엘(서예지 분)이 기업 LY를 장악하고 한소라(유선 분)를 다각도로 압박하며 생지옥을 선사한 가운데, 소라가 라엘과 장문희(이일화 분)의 정체를 알아채고 반격을 시작해 이목을 집중시켰다.이날 강윤겸(박병은 분)은 언약식 도중 쓰러진 라엘을 보며, 그녀가 감추고 있는 두려움과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갔다. 하지만 라엘은 갑작스레 상황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라며 둘러댈 뿐이었고, 윤겸은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한편 소라는 라엘을 향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소라는 윤겸의 불륜 상대가 라엘임을 언론에 알리고, 비서 문도완(차지혁 분)에게 그녀를 죽여도 상관없으니 끌고 오라고 지시해 긴장감을 치솟게 했다. 하지만 도완은 라엘을 납치하려던 순간 그녀를 막아선 대통령 비서실장 서은평(이상엽 분)으로 인해 실패하고 심지어 서은평을 상해 입히고 말았다. 이에 소라는 혹여 배후가 자신임이 들통날까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이 같은 소라의 분노 폭주에 라엘 역시 전면전으로 맞붙었다. 라엘은 비자금 내역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기업 LY의 전략 기획실 총책임 자리에 앉아 소라는 물론 그의 부친 한판로(전국환 분)까지 긴장케 했다. 이어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소라가 성범죄를 교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가 하면, 윤겸의 집에서 소라를 쫓아내 기업 LY의 실질적 안주인임을 확고히 했다. 이에 소라는 윤겸을 찾아가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간청했지만, 곧 그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생지옥 같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그러나 곧 라엘의 복수 행보에 위기가 닥쳤다. 라엘은 아무도 없는 사이 윤겸의 비밀 금고에 있던 친부의 회사 제딕스를 기업 LY에게 넘긴 계약서 원본을 확인했지만, 윤겸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이에 윤겸은 라엘을 향한 의심의 촉을 곤두세우며 “내 찝찝함에 대한 답을 내가 찾게 만들지 마”라고 차가움을 드러내 긴장감을 형성했다.무엇보다 방송 말미 윤겸에게 정체가 탄로나는 라엘의 모습이 담겨 보는 이들까지 마른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소라는 라엘의 신상을 조사하던 중 문희의 이름을 보자마자, 과거 내부고발을 하다 목숨을 잃은 연구원의 엄마임을 기억해냈다. 이에 소라는 문희를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소라는 문희를 향해 복수하러 온 것이냐며 몰아세운 후 라엘과 윤겸의 식사 자리에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소라는 “당신,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르지? 내가 알려 줄게요”라고 폭탄선언한 후 라엘의 고등학교 입학 사진을 보여주며, 라엘의 정체를 폭로했다. 이에 소라는 승자의 미소를 짓고, 라엘을 향해 날 선 시선을 보내는 윤겸, 이에 아랑곳 않고 눈빛을 빛내는 라엘의 표정이 엔딩을 장식하며 몰입도를 수직 상승시켰다.이처럼 ‘이브’는 회를 거듭할수록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쫄깃한 전개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방송 이후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라엘-윤겸의 관계 변화 생기려나. 다음 주 전개가 기대된다”, “유선 연기 장난 아니네. 웃는 연기에 소름 돋았다”, “한소라-한판로-김정철이 어떻게 무너질지, 끝이 너무 궁금하다”, “소라가 라엘 복수 계획 다 알게 된 걸까? 보는 내내 내가 다 심장 떨렸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한편, tvN 수목드라마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 매주 수, 목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2022.07.08 I 김보영 기자
1423명 몰린 한샘 첫 상담대회, 1위 거머쥔 91년생 우승 비결은
  • 1423명 몰린 한샘 첫 상담대회, 1위 거머쥔 91년생 우승 비결은
  •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최대한 알기 쉬운 단어를 선택하고 특장점을 말할 때는 자세한 수치를 활용합니다. 현장 소통을 통해 고객의 니즈(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도 병행합니다.”총상금 1000만원을 두고 벌인 한샘 홈인테리어 디자이너(RD·리하우스 디자이너) ‘상담 서바이벌’에서 1423명의 참가자 중 1위를 거머쥔 이제인 RD(31)는 이같이 말했다. 한샘에 RD로 입사한 지 8개월에 불과하지만 길게는 십수년 경력을 지닌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한샘 ‘상담 서바이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제인 한샘 리하우스 디자이너. (사진=본인 제공)우승을 차지한 이 RD는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테리어 제품을 스펙만으로 설명하면 이해를 못 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럴 때 ‘부엌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시험을 6만 번 진행했다’, ‘AS(사후관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성, 내구성을 강화했다’와 같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노하우를 적용해 상담 건수 대비 80%가량 계약을 성사하고 있다.한샘 본사 가구 영업사원으로 3년을 일하다 퇴사한 그는 다시 RD로 입사한 지 이제 8개월째다. 이 RD는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5~10분 내 고객의 니즈에 맞춰 3개 이하 품목을 제시해야 한다”며 “본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여러 고객들을 만나본 경험이 현재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입사한 뒤 인테리어 현장 업무를 먼저 익힌 것 역시 업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 RD는 “입사한 뒤 교육을 받고 대리점에 배치됐다. 이후 고객과의 상담을 바로 하지 않고 3개월간 인테리어 현장 일을 배웠다”며 “폐기물 처리 등 철거를 직접 했는데 요령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한샘은 RD 입사자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한 달 동안 이론과 실무 등 전반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이후 배치된 대리점마다 방식이 달라 바로 상담을 시작할 수도 있고 현장을 경험한 뒤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이 RD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는 셈이다.그는 “3개월 동안 현장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솔직히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현장을 거치고 나니 꼼꼼한 상담이 가능했다.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없게끔 살피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은 옷을 모두 벗고 새로 다시 입히는 개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에 따른 작업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을 도우며 현장 일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특히 이 RD는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과 단체 채팅방을 만든 뒤 하루의 처음과 끝을 모두 공유하며 대화를 한다”며 “지금도 공정이 시작되면 철거부터 직접하면서 현장에 있다. 나만의 차별화 무기인 셈”이라고 했다.▲한샘리하우스 이제인 RD(리하우스 디자이너)가 3D 상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한샘)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한 만큼 매출에서도 1위를 찍고 싶다”며 “나의 노하우가 새롭게 들어오는 신입 RD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발판 역할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아울러 “자신감이 커진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론 전국 RD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상담할 때 보여지는 태도와 모습, 말 한마디에도 완벽함을 갖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샘은 이 RD의 상담 화법을 교육 자료로 제작한 뒤 전국 대리점에 배포할 계획이다.한샘은 올해 처음 상담 서바이벌을 진행했다. 예선전에는 2500여 전국 한샘 리하우스 대리점 소속 RD 중 1423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20일 진행한 결승전에는 6명이 진출했다. 결승전은 김진태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한샘 관계자는 “이번 서바이벌은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 기획했다. ‘고객의 집을 가장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고객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전국 매장과 대리점에서 고객을 만나는 RD들의 역량 또한 강화하고 있다. 이것이 곧 계약률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이번 상담 서바이벌에서 우승은 이제인 디자인혜움 RD, 2등은 정영학 부산중앙대리점 RD와 박한솔 광주센트럴대리점 RD, 3등은 김민지 드웰컴퍼니 RD와 이준희 더모티브디자인 RD, 조효상 타운인테리어 RD가 선정됐다.
2022.07.04 I 함지현 기자
엇갈린 한 주…`사면초가` 이준석 `차근차근` 안철수
  • 엇갈린 한 주…`사면초가` 이준석 `차근차근` 안철수
  •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친윤`(친윤석열)계와 갈등, `성 상납`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내 의원들과 접점을 늘리며 정책적으로 당정 토론 모임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안철수 의원, 이 둘의 운명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앙숙` 관계로 꼽히는 이 둘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이준석엔 `격동의 한 주`…윤리위·친윤계 봉합 관심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오는 7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징계 심의를 다시 연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과 당내 권력 구도 크게 요동칠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날은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윤리위에 참석해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 등을 소명할 예정이라 정치권의 관심이 주목돼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지시에 대해 전면 부정할 것으로 보인다. 약 10년 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성 접대를 받았는데, 문제가 불거지자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에게 의혹을 무마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성 접대도, 증거인멸 교사 지시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편 당 윤리위는 김 정무실장에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정치권에선 참고인 자격인 김 실장이 징계 대상에 이름을 올린 만큼 이 대표도 징계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나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대표가 위태로운 상황을 걷는 동안 당내 기류도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친윤계`와 이 대표의 잇단 갈등 끝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교 역할을 하던 박성민 전 당 대표 비서실장까지 사퇴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까지 이 대표를 `손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에서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을 마중 나간 것도 사면초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그의 불안한 마음을 잘 보여준다. 윤 대통령을 향한 구애와 함께 여론전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내에서는 `윤심`이 반영됐냐, 아니냐와 상관 없이 이 대표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은 그의 리더십이 점점 붕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건, 안됐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여당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당 내 의원들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모습, 동료 의원들을 저격하는 모습, 연이어 주변인까지 떠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미 당 대표로서 리더십은 상실한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안철수, `당·정 연계 토론모임` 곧 출범…무대 넓히는 중이와 반대로 안철수 의원은 정책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며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결정한 110대 국정과제를 공부하기 위한 `당·정(국민의힘·정부) 연계 토론모임`을 7월 중 출범시킬 계획을 잡았다. 자세한 방식은 다음 주 내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외교·안보·정치 등 분야를 총망라해 당내 의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자리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도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정부에 많은 네트워크를 갖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혹시 그런 일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같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최근 안 의원의 당내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8일 수도권 당협위원장 모임 `이오회`에 참석해 당협위원장과 당선자 등 100여명의 의원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27일엔 친윤 장제원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했다. 안 의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때문에 참석한 것이라고 했지만 친윤계와 접점을 늘리기 위함이란 해석이 나왔다. 특히 장 의원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협상을 이끌어내는 등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장 의원 매형이 안 의원와 인연이 있었고, 매형의 집에서 진행된 심야 회동이 단일화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14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이 가운데 여전히 이 대표와 안 의원 사이에선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안 의원은 최근 MBC ‘뉴스외전’에서 ‘이 대표가 왜 불편해한다고 해석하느냐’는 질문에 “선거 때 서로 경쟁한 적이 있다. 첫 인연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 상대방으로 서로 경쟁했다. 저는 3번(국민의당)을 달고 이 대표는 1번(새누리당)을 달고 제가 20%p 이상 이겼다. 그게 시작”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2016년에 살고 계신가 보다. 뭐 그런거 평생 즐기십시오”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두 사람은 2016년 4월 총선 때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맞붙었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52.33%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후보로 나온 이준석 대표는 득표율 31.32%로 2위로 낙선했다. 득표 차는 21.01% 포인트다.
2022.07.02 I 배진솔 기자
청년 대출한도 확대에..."무주택 4050이 더 우울한데"
  • 청년 대출한도 확대에..."무주택 4050이 더 우울한데"
  • [이데일리TV 심영주 기자] 정부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을 미리 반영해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중장년층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모습이다. 청년층을 위한 정책은 많은 반면 중장년과 노년층은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이다.(사진=뉴스1)2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어 대출에 제약을 받던 청년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장래소득 반영 비율을 확대하기로 했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은행권 40%, 2금융권 5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그간 금융업계 등에서는 소득이 낮은 사회초년생은 DSR 규제를 불리하게 적용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는 ‘대출시점과 만기시점 소득 간 단순평균’을 통해 상환능력을 계산하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과소평가된다는 것이다.하지만 금융당국이 DSR의 장래소득 반영 방식을 개선함에 따라 앞으로 무주택 청년은 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만20~24세 근로자는 현재 소득의 51.6%(30년 만기), 만25~29세 근로자는 31.4%, 만30~34세 근로자는 17.7%(20년 만기)를 더한 만큼 소득을 인정받아 DSR 규제를 적용받는다.사실상 혜택을 볼 수 없는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혜택이 매번 청년층에만 쏠리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40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집은 대출도 안되고 혜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며 “곧 있으면 자녀가 성인이라고 청약 점수도 깎인다. 20대는 혼자지만 40대는 가족이 생활하는데 정책은 거꾸로 돌아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무주택이 기준이라면 2030대보다 4050대가 더 급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이 밖에도 “20대가 무슨 30대보다 돈이 더 필요하냐. 상식적으로 20대는 돈을 모을 때”라거나 “청년과 노년 사이에 끼어있는 중년들이 제일 불쌍하다”, “실질적으로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등 반응이 나왔다.다만 일각에서는 대출 한도 확대가 ‘혜택’이 맞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이게 혜택이 맞긴 하느냐”며 “장래도 불투명한 청년층에 빚을 권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2022.06.24 I 심영주 기자
당정, 尹정부 첫 경제 방향 `민간주도`로…"과감한 규제개혁"(종합)
  • 당정, 尹정부 첫 경제 방향 `민간주도`로…"과감한 규제개혁"(종합)
  •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15일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한 결과, 경제정책 기조를 `민간주도`로 과감히 전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부에 민간 활력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민생안정을 위한 특단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은 `규제개혁`에 방점을 찍고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당·정·대 협의회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이후 결과 브리핑을 통해 “당정은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며 “당은 경제정책 기조를 ‘민간주도’로 과감히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민간활력 높이는데 정부가 총력 다해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대 협의회는 기획재정부가 곧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놓고 당정과 대통령실이 사전에 내용을 조율·확정하는 자리다. 권 원내대표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 확대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를 요청했다. 당은 의원 입법 시 자체적으로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권 원내대표는 “정부에서 대대적인 규제 혁파에 나서겠다는 마당에 의회에서 이와 반대로 가면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며 “의원들이 제출하는 입법 중 규제를 양산하는 것이 있나 원내지도부가 들여다보고 있으면 발의한 의원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물가 안정을 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노인 빈곤 완화 위한 기초연금 인상 방안 △저소득 국가유공자 생활 전용 수당 확대 △한부모 가족 양육비 지원 기준 상향 조치 등이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규제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비상한 각오로 민생 경제 회복에 나서야한다. 규제 혁신없이는 경제 혁신과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며 “역대급 폭탄을 떠안은채 윤석열 정부가 출발했지만 언제까지 지난 정부 탓과 세계 경제 위기 탓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기 내내 규제 혁신 성과를 직접 챙겨달라는 당부도 했다. 그는 “부처에 할당해서라도 바꿀 것은 제대로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욕먹을까봐 뒷걸음치지 말고 국민 이해를 요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당도 입법시 당 자체 규제역량평가 실시 방안을 검토하겠다. 민생경제를 발목잡는 과도한 규제 법안은 여야 협상으로 조율하겠다”고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권 경제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준비되지 않은 주52시간제, 이념 논리에 빠진 각종 경제 정책과 규제로 민간활력이 저하됐다”며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은 내집 마련 꿈을 잃고, 탈원전 고집으로 인한 전기가스요금 인상 은폐하다 새정부에 짐을 떠넘겼다. 연금개혁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 정권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새 경제 운영 기조 방향 네 가지를 발표했다. 먼저 경제 운용의 중심축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으로 전환한다. 또 공공, 노동, 교육, 금융, 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이밖에도 △과학기술 산업 혁신 등 미래 구조 전환 대비 △취약계층 사회 안전망 강화 및 맞춤 복지 확대 등이다. 추 경제부총리는 “최근 어려움이 1~2개월 내 쉽게 호전될 상황은 아니며 상당 기간 고물가 속 경기 둔화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이라면서도 “당면한 복합 경제 위기 상황을 이겨내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잠재력을 확충할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했다. 새 정부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당과 국회도 현 경제 위기 상황을 이겨나가는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선 당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한기호 사무총장·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와 후반기 기획재정위 간사에 내정된 류성걸 의원이 참석했다.정부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이정식 고용노동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영 중소기업벤처부·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한다. 대통령실에서는 최상목 경제수석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다.
2022.06.15 I 배진솔 기자
권성동 "규제혁신 없인 위기극복 없다"…추경호 "경제전쟁 대장정"
  • 권성동 "규제혁신 없인 위기극복 없다"…추경호 "경제전쟁 대장정"
  •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5일 협의회에서 현재 경제 위기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각종 규제 혁파와 체질 개선 등에 역점을 둔 새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짜야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한 각오로 민생 경제 회복에 나서야한다. 규제 혁신없이는 경제 혁신과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면한 경제 위기 상황을 이겨낼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당·정 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권성동 “경제가 곧 민생…尹, 규제 혁신 성과 챙겨달라”당·정·대 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했다.이날 협의회는 기획재정부가 곧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놓고 당정과 대통령실이 사전에 내용을 조율·확정하는 자리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가 곧 민생이다”라며 “역대 정부를 보면 경제 정책을 실패한 정권은 국민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폭탄을 떠안은채 출발했지만 언제까지 지난 정부 탓과 세계 경제 위기 탓만 할 수 없다”며 “특히 각종 요소 요소들에서 경제 규제들이 민생을 발목잡고 있다. 규제 혁신 없이는 경제 혁신과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기 내내 규제 혁신 성과를 직접 챙겨달라는 당부도 했다. 그는 “부처에 할당해서라도 바꿀 것은 제대로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욕먹을까봐 뒷걸음치지 말고 국민 이해를 요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당도 입법시 당 자체 규제역량평가 실시 방안을 검토하겠다. 민생경제를 발목잡는 과도한 규제 법안은 여야 협상으로 조율하겠다”고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권 경제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문 정권은 마지막까지 코로나 핑계를 댔지만 국민은 정권의 무능을 꿰뚫어봤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준비되지 않은 주52시간제, 이념 논리에 빠진 각종 경제 정책과 규제로 민간활력이 저하됐다”고 했다. 또 권 원내대표는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은 내집 마련 꿈을 잃고, 탈원전 고집으로 인한 전기가스요금 인상 은폐하다 새정부에 짐을 떠넘겼다. 연금개혁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 정권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당·정 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정부, `시장 중심 구조개혁` 경제정책 방향…추경호 “경제전쟁 대장정”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최근 경제 위기 상황의 엄중함을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국의 긴축 통화 등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성장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발 인플레이션의 국내 전이 확산과 지난 수년간 정부 재정 주도의 경제 운영과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에 따른 민간 활력 저하, 체질 개선 지연 등이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윤석열 정부 새 경제 운영 기조 방향성 네 가지를 발표했다. 먼저 경제 운용의 중심축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으로 전환한다. 또 공공, 노동, 교육, 금융, 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이밖에도 △과학기술 산업 혁신 등 미래 구조 전환 대비 △취약계층 사회 안전망 강화 및 맞춤 복지 확대 등이다. 추 경제부총리는 “최근 어려움이 1~2개월 내 쉽게 호전될 상황은 아니며 상당 기간 고물가 속 경기 둔화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이라면서도 “당면한 복합 경제 위기 상황을 이겨내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잠재력을 확충할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했다. 새 정부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당과 국회도 현 경제 위기 상황을 이겨나가는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선 당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한기호 사무총장·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와 후반기 기획재정위 간사에 내정된 류성걸 의원이 참석했다.정부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이정식 고용노동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영 중소기업벤처부·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한다. 대통령실에서는 최상목 경제수석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다.
2022.06.15 I 배진솔 기자
'고딩엄빠2' 손은주 "임신 반대하던 父 교통사고로 돌아가셔"
  • '고딩엄빠2' 손은주 "임신 반대하던 父 교통사고로 돌아가셔"
  • ‘고딩엄빠’[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쭌형제 맘’ 손은주와 ‘지율 엄마’ 임수현이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효심을 보여줬다.지난 14일 방송된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이하 ‘고딩엄빠2’) 2회에서는 ‘쭌형제 맘’ 손은주가 ‘한지붕 대가족’ 일상과 함께 안타까운 가족사를 털어놓았으며, 고2에 엄마가 된 ‘지율 엄마’ 임수현이 부모님을 위한 ‘한상 차림’에 도전했다. ‘고딩엄빠’ 스튜디오를 다시 찾은 ‘쭌형제 맘’ 손은주는 “논산에서 서울까지 오기 힘들지 않았냐”는 MC 박미선의 질문에 “아들 둘과 있는 것보다 여기서 녹화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은주는 남편 문종인과의 운명적 만남을 재연드라마 형식으로 공개했다.고2 시절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던 손은주는 당시 카페 매니저인 남편 문종인을 처음 만났다. 문종인은 성실하게 일하는 손은주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고, 손은주도 자신을 챙겨주는 문종인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러다 문종인은 손은주에게 “곧 군대에 갈 것 같다”고 털어놨는데 이에 손은주는 울컥 하며 문종인을 붙잡았다. 이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고 임신을 하게 됐다. 하지만 손은주의 아버지는 딸의 임신을 결사 반대했고, 결국 손은주는 집을 나와 문종인의 집으로 들어가 첫째 하준이를 낳았다.잠시 후, 손은주네 일상이 공개됐다. 손은주는 두 아들을 돌보는 동시에 여덟 식구의 빨래를 하고, 쭌형제 장난감을 소독하며 바닥 청소까지 마무리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후 시동생 문종혁(14세)이 집으로 돌아와 조카 하준이, 유준이를 위해 온몸으로 놀아줬다. 그러던 중, 문종혁은 갑자기 손은주에게 “할 말 있다”며 면담을 신청했다. 집 근처 정자로 자리를 이동한 문종혁은 “(여자친구와) 영화 보러 간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라며 중1의 연애 고민을 털어놓았다. 시동생의 연애 카운슬러가 된 손은주는 남편이 자신에게 보여준 모범 답안을 알려줬다. 연애 고민까지 나누는 ‘시월드’ 모습과 일상에 3MC는 감탄하며 부러움을 표했다.그런가 하면, 손은주는 여동생 손현주와 함께 모처럼 나들이를 하면서 친정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가 보고 싶지 않냐?”며 여동생의 마음을 떠본 손은주는 굳은 결심을 한 듯, 납골당을 찾아갔다. 손은주는 “아빠가 작년에 돌아가신 후 처음 만나 뵈러 가는 길”이라고 밝혔고, 유해가 된 부친은 무연고자실 지하에서 두 딸을 만났다. 어려운 형편과 상황으로 무연고자실에 아버지를 안치한 두 딸은 눈시울을 붉혔고, 이후 손은주는 남편 문종인이 써준 편지를 대신 읽으며 애끊는 마음을 전했다.손은주의 부친 역시 생전, 비슷한 나이에 부모가 되어 두 딸을 홀로 키우느라 힘들었다고. 그랬기에 딸의 임신을 결사반대했던 것.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해 손주도 못본 채 세상을 뜨게 됐고 이에 손은주는 “난 아버지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백했다.이어 고2에 엄마가 된 ‘지율 엄마’ 임수현의 개과천선 일상이 공개됐다. 앞서 임수현은 낮과 밤이 바뀐 생활패턴으로 친정엄마를 독박 육아하게 만들었고, 친구와 늦게까지 어울리는 철부지 딸로 3MC의 걱정을 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임수현은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늦은 밤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배달 주소를 헷갈리거나, 음식을 쏟는 등 여러 실수를 했지만 돈벌이의 고단함과 돈의 소중한 가치를 알게 된 임수현은 배달 알바로 번 2만 2천원으로 국거리용 소고기와 낙지를 사서 부모님을 위한 한상을 준비했다.특히 아침 8시 알람소리에 지체 없이 기상해 요리에 나선 딸의 모습에 친정엄마는 “너 뭔 일 있니?”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이내 우왕좌왕하는 딸의 허술한 요리 모습에 “오늘 안엔 먹을 수 있는 거지?”라며 팩폭을 날렸다. 처음으로 딸에게 거한 상을 대접받는 임수현의 친정아버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흐뭇해했다. 친정엄마 역시 딸이 첫 시도한 낙지볶음이 “너무 맛있다”면서 음식을 무한 흡입했다. 임수현은 “부모님에게 미안했다. 크게는 아니어도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고, 지율이가 숨어 다니거나 상처받지 않게 하고 싶다”며 철부지 맘의 대변신을 예고했다.MBN ‘고딩엄빠2’는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
2022.06.15 I 김가영 기자
'이브' 서예지, 박병은에 "나 갖고 싶잖아" 도발…기습 입맞춤
  • '이브' 서예지, 박병은에 "나 갖고 싶잖아" 도발…기습 입맞춤
  • ‘이브’(사진=tvN)[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tvN ‘이브’ 서예지가 박병은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지난 8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3회에서는 이라엘(서예지 분)을 향해 속절없이 이끌리는 마음을 부정하는 강윤겸(박병은 분)과, 그런 윤겸을 끊임없이 도발하는 라엘의 모습이 담겼다.라엘은 윤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그의 아내 한소라(유선 분)를 이용하고자 했다. 이에 라엘은 소라를 찾아가 비위를 맞춰주며 환심을 샀고, 소라는 라엘의 속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사람으로 품고자 했다. 이후 윤겸 부부의 별장 파티에 초대받게 된 라엘은 가짜 모친 장문희(이일화 분)와 복수를 논의하며 치부책이 든 금고를 찾기 위해 윤겸의 집에 드나들 기회를 노렸다.이 가운데 윤겸이 아내 소라와 장인어른 한판로(전국환 분)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감옥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특히 한판로는 윤겸에게 경고를 전하고자 김정철(정해균 분)에게 윤겸과 교류가 있는 정마담을 정리하라고 지시하는 사악함을 드러냈다.이윽고 윤겸 부부의 별장에서 파티가 열린 세훈정의 밤 당일, 라엘은 분위기를 주도하며 윤겸의 시선을 이끌었다. 이어 윤겸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주한 라엘은 윤겸에게서 트윈 플레임(하나의 영혼에서 분리된 쌍둥이처럼 만난 순간 서로를 알아보는 연인)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결핍을 메워주고 싶다며 다가섰다. 하지만 윤겸은 정마담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후 자신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장인의 존재를 다시 깨달아 라엘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부정하며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이에 라엘은 윤겸의 반응에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춘 채 “우리가 트윈 플레임인지 모르지만 회장님이 도망가는 존재인 건 분명한 것 같네요”라고 윤겸의 약점을 들추며 도발해 긴장감을 형성했다.그러나 평정심을 지키던 라엘은 곧 예상치 못한 불청객, 김정철의 등장에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결국 도망치듯 밖으로 나선 라엘은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여 충격을 선사했다. 또한 윤겸이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자신을 붙잡는 윤겸에게 보내 달라고 청한 뒤, 홀로 눈물을 떨궈 그녀의 숨겨진 행적과 그간의 고통을 궁금하게 만들었다.한편, 서은평(이상엽 분)은 라엘의 뒷조사를 하던 중 남편 장진욱(이하율 분)이 라엘의 가족을 파멸로 이끈 사람 중 한 명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에 라엘이 인생을 건 복수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은평은 “너무 위험해요. 라엘이 그런 길로 가게 둘 순 없습니다”라며 복수극을 막겠다고 다짐해 관심을 높였다. 이와 함께 라엘의 가짜 모친 장문희(이일화 분) 또한 라엘과 같은 이유로 하나뿐인 딸을 잃고, 복수를 함께 설계 해왔음이 드러났다.무엇보다 극 말미 라엘이 윤겸을 과감하게 도발하는 엔딩이 그려졌다. 윤겸은 라엘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악기상가에서 자신과 똑같이 피아졸라의 반도네온을 찾고 있는 라엘과 마주하게 되자 “분명 뭔가 숨기고 있어 그게 뭘까. 당신 정체가 도대체 뭐야?”라며 몰아세웠다. 라엘은 정곡을 찔린 것 같은 느낌에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윤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때 라엘은 불현듯 윤겸에게 입을 맞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어 라엘은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솔직해지는 거 어때요. 나 갖고 싶잖아요. 미치도록”이라며 윤겸을 도발했고, 다시 한번 입을 맞춰 긴장감을 폭주시켰다. 과연 이로 인해 라엘과 윤겸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지, 향후 전개에 궁금증이 증폭된다.한편, tvN 수목드라마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 9일 오후 10시 30분에 4회가 방송된다.
2022.06.09 I 김가영 기자
전쟁의 공간에서 평화의 공간이 되다
  • 전쟁의 공간에서 평화의 공간이 되다[현충일 가볼곳⑤]
  •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곧 현충일(6일)이다. 6월 6일이 현충일로 지정된 것은 망종(忘種)과 관련이 깊다. 망종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로,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기에 알맞은 시기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망종에 나라를 지킨 영웅에게 예를 올렸다. 고려시대에는 망종에 전사한 장병들의 뼈를 돌려보냈고, 조선시대에는 이날 병사들의 유해를 매장했다. 그 의미를 되새겨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6년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 6월을 호국 보훈의 달로 지정한 이유도 현충일이 있어서다. 6월 중 하루쯤은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자취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픔이 깃든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분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을까라는 질문도 함께 던져보자.강원도 철원 노동당사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민통선이라는 족쇄에 묶여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노동당사는 지난 2000년 민통선이 북상하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 여행지로 거듭났다.평화 여행지로 다시 태어났지만 노동당사에는 깊은 아픔이 서려있다.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의 군정, 이어진 한국전쟁과 분단까지 아픈 시간이 힘겹게 지나는 동안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이 생채기는 기피나 외면이 아니라 직시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 아픈 과거일수록 제대로 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노동당사는 철원이 북한 땅이던 1946년,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었다. 소련 군정 아래 있다 보니 소련식 건축양식을 따랐다. 현관에 돌로 만든 원기둥 두 개를 세우고, 전면은 상승감을 강조한 아치 장식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시대상이 잘 반영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건축물이라는 지금의 평가와 달리, 당시 주민에게 네모반듯한 3층 건물은 공포의 대상이었을 터. 실제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많은 반공 인사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노동당사 좌우에는 경찰서와 법원도 있었다. 노동당사 왼쪽 정자 옆에는 여전히 당시 경찰서 터가 남았다.백마고지 휴게소에서 백마고지 전적비로 오르는 길노동당사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빈 성냥갑처럼 외벽만 간신히 남았다. 하지만 외형이 퇴락했다고 그 안에 담긴 역사가 사라진 건 아니다. 2002년 5월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이후 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등 다양한 평화 기원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2017년 정우성과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강철비’ 촬영지로 잠시 얼굴을 비쳤다. 매년 6월에는 노동당사와 고석정, 월정리역을 오가며 열리는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물이 고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 ‘삼부연’이라고 이름 붙은 ‘삼부연폭포’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역시 ‘막국수’다. 철원을 대표하는 식당도 막국수 전문점이다. 막국수 식당 중 첫손에 꼽히는 곳은 신철원의 ‘철원막국수’다. 60년 전통이라는데, 막국수 맛이 새콤달콤한 쪽에 가까워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집이다. 동송의 ‘내대막국수’ 맛은 좀 더 묵직한 편이다.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좀 있는 편이다.신철원의 농가맛집 ‘대득봉’은 산나물 비빔밥이 맛있다. 직접 재배한 나물로 투박하게 차려 내는 밥상이 정겹다. 신철원의 ‘고향식당’은 상호와는 다르게 중국집이다. 깊고 구수한 맛이 나는 짬뽕이 이 집의 대표 메뉴. 철원 식당으로는 드물게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철원식당’은 내장을 듬뿍 넣고 끓인 순댓국을 낸다. 순댓국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민통선한우촌’은 1층 매장에서 고기를 사다가 2층 식당에 차림비를 내고 먹는 이른바 ‘정육 식당’이다.강원도 철원 동송의 ‘내대막국수’
2022.06.03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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