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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땅 끝에서 만난 해남 달마산 달마고도
  • [등짐쟁이 기파리의 유랑]④ 땅 끝에서 만난 해남 달마산 달마고도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어서 와, 달마고도는 처음이지?”지쳐가는 길 위에 달마대사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 웃음에 뭔가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대답할 힘이 없었다. 서울에서 해남 땅끝까지 가는 길이 너무 먼 거리감에 걷기도 전에 이미 어지러움과 현기증의 멀미가 시작되었다. 산사로 오르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예상한 숙영지와 거리를 만만히 보고 너무 여유를 부려 늦게 시작한 탓에 달마산 미황사에는 결국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땅 끝 마을 전라 해남의 달마산은 명칭답지 않게 까칠한 바위 능선이 압권이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대둔산의 꿈틀거리는 바위 능선이 도열하듯 늘어섰는데 그 바위산들의 맥이 마지막으로 뭉쳐지는 곳이 달마산이다. 그러니 암릉 산들의 꼬리는 바다에 떨어지기 싫어 사나운 개의 꼬리처럼 치켜 올라가 까칠하기가 이태리 때 타올 보다 더 까실대지만, 벌벌 기면서 오르면 아름다운 남해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이 무척 좋은 산이다.달마고도는 이 까칠한 달마산의 미황사를 출발해 미황사로 돌아오는 17.74km의 트레일로 달마산의 7부 능선을 걸어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마치 불자들이 염주를 한 바퀴 돌리듯 이 달마산을 한 바퀴 돌면 깨달음이 내게 있을까. 싱겁게 먹는 식성에 미황사 달마선원에서 먹은 연밥은 공양주의 덕이 넘쳤는지 몇 걸음 걷기 시작하면서 갈증이 났지만 희한하게도 달마고도의 숲 그늘에 들어서면 갈증이 수그러졌다. 목마름보다 그늘의 시원함이 앞섰다.숲을 나오면 너덜겅을 만나고, 너덜겅을 지나면 숲을 만났다. 너덜겅에 이르면 마치 공룡의 등뼈를 보듯 울퉁불퉁 각진 돌들이 수없이 많이 무너져 내렸고, 그 위를 척추가 지탱하고 있듯 암릉들이 펼쳐졌다. 햇볕이 얼마나 강한지 초록이 짙어진 계절에 초록이 바래 보이기까지 했다. 숲으로 들어서면 이 까칠한 암릉 산에 어떻게 이런 숲 그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걷다 보면 달마고도의 정성이 보인다. 곡괭이와 삽, 호미만으로 돌을 메꾸고 채워서 손으로 다져 오롯이 수작업으로 길을 낸 정성이 이 길에 숨어 있다. 숲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의 흐름에 맡긴 흔적도 더러 있다. 어느 길이든 뭔가를 만든다고 하면 깨끗하게 그리고 최대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요즈음의 길과는 달랐다. 마치 순수혈통을 만난 격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간혹 부러진 나무가 길에 뻗정다리마냥 널려 있어도 치우지 않았고, 걷는 이는 겸손함을 가리키는 줄 알고 지레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익살스러운 달마대사 몇 분을 만났다. 누가 진짜 달마대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새겨진 면면의 웃음을 보니 내 보기엔 다 달마대사였다. 그가 걷는 내게 말을 걸었다. “어서 와, 달마고도는 처음이지?” 그는 내게 사람이 걷는 길은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정석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달마고도는 순전히 사람 손으로만 만든 길인 탓에 그 폭이 넓지 않다. 그러니 이 넓지 않은 길에 마주 오는 사람과는 소통과 양보를 해야 온전히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소통과 양보. 인생살이의 가장 기본을 달마고도는 체험이 아닌 경험으로 가르친다. 1km를 걸을 때마다 한 개씩 거리를 알리는 표지목 17개가 나와야 달마고도는 끝난다. 10km를 알리는 표지목 10개째가 나오고 너덜겅을 지나면서 도솔암으로 올라가는 분홍색 이정표가 나왔다. 도솔암 300m. 오늘 목적했던 곳까지 남은 거리다. 잠시 쉬고 올라가는데 언제나 정상 직전은 치받는 고개가 있는 게 정석이라는 듯 마지막 남은 300m가 지친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마음의 거리 3km가 되었다.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 길은 사나운 바위 절벽 아래를 아주 길고 느린 갈지(之)자로 휘돌아 오른다. 숫자 세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1, 2, 3... 300. 300이 지났는데도 도솔암이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숫자를 더 센 후에야 도솔암 종무소의 공사장이 나왔다. 먼저 도착한 길벗들은 도솔암 삼거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절벽 위에 세워진 도솔암을 돌아보는 중이었고, 나는 이제껏 지고 왔던 배낭을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여기까지 왔다는 안도감보다 실망감이 앞서서였다. 내가 이 풍경을 보려고 오후 내내 걸어왔단 말이던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조용한 암자보다 관광지가 되기를 택한 공사 현장이었다. 사진발이었어. 목적지를 도솔봉으로 바꿨다. 몸은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쳐 있었고, 마음은 도솔암 삼거리에서 공허해졌으며 발바닥은 불이 났다. 그러는 중에도 땅 끝 바다에 떨어지는 일몰은 놓치지 않으려고 고개는 연신 바다 쪽으로 돌리기 바빴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실망감을 위로받았다. 도솔봉 임도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찼다. 걷는 내내 옷을 적시고 흐르던 땀이 어느샌가 쏙 들어가면서 몸이 으실대 재킷을 꺼내 입었다. 구름이 도솔봉을 넘나들며 바람을 몰고 왔다가 몰고 갔다. 잠시 쉬며 어떻게 할지 머리를 맞대고 얘기 중에 송지면 개인 콜택시 번호를 보자마자 모든 게 ‘멈춤’이 되었다. 숲, 너덜겅의 반복적인 길을 내일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지루하고 심심해진 탓이다. 우리는 땅끝 송호리 해송 숲에서 머물기로 했다. 기다리던 택시가 오고, 방법이야 어찌되었던 낮에 출발했던 미황사로 돌아왔다. 어둠이 내린 지 한참 후라 관광객도, 산객들도 떠난 미황사 주차장은 조용하고 어두컴컴했다. 차를 출발하려다 하루 종일 땀을 흘려 끈적거리는 몸뚱이가 찝찝해 불이 켜진 지린내가 진동하는 미황사 아래 주차장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나니 그제야 나갔던 정신줄이 되돌아왔다. 지독한 지린내 속에서도 몸을 닦고 시원해하는 서로를 보며 ‘세상 별것 아닌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숙영지로 가는 내내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조차 없다던 우리는 텐트를 펼쳐 놓고 나니 맥주 한 캔에 노곤한 하루를 풀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앉아 있을 수도 없는 피곤함이 몰려와 텐트 안에 몸을 눕히며 떠올랐던 건 암벽에 드문드문 드러난 나무들, 나무가 우거진 숲이었다. 마치 달마대사의 눈썹 같고, 수염 같고, 털 같았던 달마산의 암봉들과 숲이 지겨워 중탈하고는 생각이 나다니 우스웠다. 잠결에 달마고도를 걸으면서 보았던 한 구절이 지나갔다. ‘달마고도, 생각이 멈추는 그곳에 보리수가 자란다.’ 나의 보리수는 지금 어디에서 자라고 있을까.
폭염에 온열질환자 속출...고령 만성질환자 '주의'
  • 폭염에 온열질환자 속출...고령 만성질환자 '주의'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보통 한여름 폭염은 장마가 끝난 뒤인 7월 25일쯤 시작돼 8월 중순까지 약 20일 정도 이어진다. 그러나 올해엔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폭염 기간이 한 달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뜨거운 여름철 불볕더위에 무리하게 실외활동을 하면 온열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1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국내에선 총 6,50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54명으로, 이 가운데 75.9%(41명)이 50세 이상으로 장년과 고령층이 온열질환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확인된 전체 온열질환자 중 50세 이상은 전체의 56.4%(3,669명)이다.온열질환의 종류는 열사병, 일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 다섯 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대표적인 온열질환은 열사병과 일사병이다. 가장 큰 문제는 폭염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열사병, 일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듯 다른 열사병과 일사병열사병은 우리 몸에 있는 체온조절중추가 능력을 상실하면서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장시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거나 무더운 장소에 오래 있으면 체온조절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열사병이 나타나기 직전에는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시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의식이 떨어지고 몸은 뜨겁고 건조하며 붉게 보인다. 체온이 40℃를 넘지만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사병은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되어 땀이 많이 나고, 이로 인해 체액이 부족해 생기는 온열질환이다. 체내 전해질과 영양분이 손실되고, 수분 부족으로 이어져 탈수가 올 수 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해봐야 한다. 이운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빠른 응급처치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온열질환이다. 특히 일사병과 달리 땀을 거의 흘리지 않아 스스로 신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무더위에 야외활동을 할 때는 주변에서 건강상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초기 대처가 무척 중요하다. 열사병 환자는 신속히 체온을 낮춘 후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환자를 그늘로 옮긴 후 옷을 벗기고 찬물로 온몸을 적시거나, 부채질로 시원한 바람을 쐬게 한다. 얼음·알코올 마사지로 체온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병원으로 이송할 때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쏘여야 한다.일사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긴 후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해 바르게 눕힌 후 젖은 수건 등으로 체온을 떨어뜨린다. 의식이 뚜렷하고 맥박이 안정적이면서 구토 증세가 없으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로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태양을 피하고 온열질환 막는 방법온열질환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무더위에 장시간 머물지 않는 것이다. 특히 구름이 없는 맑은 여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강한 햇빛은 피해야 한다. 외부 활동을 피할 수 없다면 기상청 날씨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야외 활동 중에는 수분을 자주 보충하고, 땀을 많이 배출했다면 염분과 미네랄을 함께 보충해야 체내의 전해질 이상을 방지할 수 있다. 통풍이 잘 되는 밝은 색 옷을 입고, 지나치게 꽉 끼는 옷은 피한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틈틈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또한 커피, 탄산음료, 술 등은 오히려 몸 속 수분을 빼앗으므로 되도록 피한다. 이운정 교수는 “온열질환은 70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 군에서 발생하면 건강이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고 강조하며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인 물, 그늘, 휴식을 반드시 기억하고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18.07.17 I 이순용 기자
 ⑫ 계획한 대로 된다면 여행이 아니다
  • [임택의 국경은 없다] ⑫ 계획한 대로 된다면 여행이 아니다
  • [이데일리 트립in 임택 여행작가] 리마를 빠져나오자 바로 사막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환경이다. 태평양에 떨어진 빛들이 어찌나 반짝이며 튀어 오르는지 눈을 뜨지 못할 지경이었다. 어찌 보면 잘게 부숴놓은 유리 조각에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첫날밤을 지내려는 곳은 이카(Ica)라는 도시다. 이카는 와카치나(Huacachina)라는 오아시스 마을이 있어 유명한 도시다. 이카는 페루의 수도 리마로부터 약 300km 떨어져 있는 메마른 도시다. 승용차라면 4시간 정도의 거리지만 은수로는 어림도 없는 시간이었다. 은수는 아직 시속 60Km의 속도도 버거운 상태였다. 도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이 도로의 이름을 ‘팬 아메리카나 하이웨이’라고 부른다. 북미와 중남미를 관통하는 도로를 그렇게 부른다.이 도로를 따라 그대로 달리기만 하면 육지의 끝에 도달한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해풍은 거친 황야에 거대한 모래언덕들을 만들어 놓았다. 언덕에 오르면 바람의 기세는 절정이다. 자연도 텃세하나보다. 세찬 바람이 달리는 은수를 후려치고 달아나곤 했다. 이 때 마다 은수는 맥없이 휘청거렸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 계속되었다. 단조로운 풍경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가끔 사막 멀리 검은 지붕을 한 단층 건축물들이 보였다. 검은 비닐로 덮어 놓은 ’비닐하우스’ 같이도 보였다. 이 건물을 두고 일행들의 해석이 분분했다. 어떤 이는 닭을 키우는 곳이라 했고 어떤 이는 광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막의 찌는 더위와 사정없이 몰아치는 모래바람을 볼 때 어느 것 하나도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이카로 향하며 몇 개의 작은 도시를 지나게 되었다. 도시는 규모만 다를 뿐 우리가 묵었던 리마의 변두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은 무질서했고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도로를 횡단했다.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지만, 사람들은 노련한 곡예사처럼 피해 다녔다. 우리는 아주 가끔씩 작은 상점에 들러 먹을거리를 사곤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낯 설은 장면과 마주쳐야 했다. 아무리 작은 상점이라도 굵은 철창이 설치되어 있었고 예외 없이 작게 뚫어 놓은 창문을 통해 물건을 사야 했다. 주인은 작은 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주위를 살핀 다음 주문을 받았다. 창문 안으로 돈을 넣어야만 물건이 나왔는데 이런 일은 여행 내내 보게 되는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과 마주치면 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두려움이 묻어 나왔다.리마를 떠나 남미여행을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일행들은 모두 묘한 긴장감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여행을 준비하며 들었던 두려운 이야기들이 어쩌면 사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들은 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 아주 가끔 산간지방에서 온 듯한 인디오들의 모습이 보였다. 인디오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도시에 나타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깊은 산간지대에서 자급자족하며 전통적인 삶을 지키고 살아간다. 주로 감자와 옥수수를 재배하고 야마를 키우며 살아간다. 여자들은 대부분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처음 보았을 때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저 모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보는 코끼리를 먹은 보아 뱀을 닮아서” 키득대며 웃느라 그만 먹고 있던 과자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이들이 쓰고 있던 모자는 둥그런 모양을 따라 좁은 창이 만들어져 있고 머리를 덮는 부분은 볼록하게 튀어 올라 전체적인 균형감이 없어 보였다. 머리는 한결같이 양쪽으로 땋아서 등 뒤로 늘어뜨렸는데 뒤에서 보면 나이를 알기 힘들었다. 모자의 형태도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나이가 어린 여인일수록 창이 넓고 화려했다. 나이든 여자들의 모자는 단조롭고 어두운 색이 많았다. 이러한 모자의 형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것이었다.인디오 여인들의 신체적인 특징도 뚜렷했다. 작은 키에 짧은 다리 그리고 크고 두꺼운 가슴과 큰 엉덩이가 다른 나라의 종족과 확연히 달랐다. 이러한 신체적인 특징은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생활터전이 높은 산악지역이다 보니 공기가 희박하다. 적은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폐와 심장이 발달하였다. 키가 클 경우 산소를 몸 구석구석까지 운반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들의 신체구조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적화 되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짧은 다리와 큰 엉덩이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기에 적합해 보였다. 이에 반하여 스페인과의 혼혈족인 메스티소들은 체형이 서구인들에 가까웠다. 메스티소들은 주로 도시에 살며 나라의 경제권을 쥐고 있다. 높은 교육과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은 자부심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메스티소들의 슬픈 역사는 또 하나의 그늘이다. 수백 년 간의 스페인 통치는 인디오의 삶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수많은 인디오들의 희생을 통해 스페인은 세계를 호령했다. 이러한 스페인은 메스티소들의 또 다른 줄기의 조상들이다. 조상의 한줄기는 착취를 당한 인디오이며 또 한 줄기는 착취했던 스페인 사람들의 혈통이다. 메스티소들의 슬픈 정체성이다.오후 4시경 목적지인 이카에 도착 했다. 이카는 사막에 있는 작은 도시다. 시 외곽에 와카치나라는 오아시스 마을이 있다. 우리가 묵으려고 했던 곳이다. 그런데 우리의 길잡이가 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했다. 차를 여러 번 돌려 입구를 찾으려고 했으나 헷갈린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분명히 이 길이었는데….”길을 모르는 우리야 별수 없이 그만 바라보아야 했다.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간단한 일인데 그는 우리를 이리 저리로 끌고 다녔다.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저 사람들은 다 알 거 아니겠어요?”하지만 그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작아도 권위란 이렇게 일을 꼬이게 만든다. 남미 전문가로 소개만 되지 않아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와카치나 입구를 한 시간이 넘도록 헤매고 있다. “여기서 나스카까지 얼마나 걸리죠? 가까우면 나스카에 가서 잡시다.”와카치나를 가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거대한 모래 언덕에서 보는 일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헤치며 오느라 지쳐있었다. “나스카까지는 두 시간 거리입니다. 그냥 거기로 갈까요?”“그럽시다. 어차피 남미일주하고 이곳을 또 지나야 하니까 이카는 그때 보면 되잖아요?”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지만 나스카로 가자는 의견에 일치를 보았다. 여행 첫날 첫 번째 일정이 어긋났다. 남미 전문가의 권위에 작은 흠집이 생겼다. 나스카에 도착한 것은 밤이 꽤 깊어서였다. 사막에서 지내는 첫 밤이다. 나스카는 누가 그려 놓았는지 모를 사막의 그림들로 유명한 곳이다. 새, 물고기, 사람, 곤충 외에도 알 수 없는 창작의 벌판이다. 아직도 이 알 수 없는 짓거리에 대해서 시원스럽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일행은 온종일 먹은 것이 없었다. 밤이 늦어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았다. 모두가 흩어져 먹을 거리를 해결해야 했다. 나는 길거리에서 무슨 고기인 줄 모르는 튀긴 음식을 먹고 차로 돌아왔다. 여행 첫날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바로 잠자리 문제였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아내를 데리고 왔다. 원래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는데 아내가 따라나선 것이다. 이것은 여행에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들과 산에서 잠을 자기 위해 차를 개조하고 캠핑 장비를 챙겨왔다. 15개이던 버스의자 중 뒷좌석 9개를 떼어내고 침상을 만들었다. 좁게 자면 6명까지 취침할 수 있었지만, 여자를 재울 곳은 없었다. 불편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저녁이면 두 사람을 위해 호텔을 찾아야 했고, 이들이 투숙을 마친 후에야 나는 잠자리를 찾아 산과 들로 나서야 했다. 운전해야 하는 나는 이들보다 먼저 일어나 밥을 해 먹어야 했고, 호텔로 픽업을 나가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자고 먹는 것을 차에서 모두 해결하겠다는 애초의 계획에 큰 차질이 왔다. 여행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 일로 큰 낭패를 보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여행의 앞날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유령 나올 듯한 '여관'에 그림 보러 간다
  • 유령 나올 듯한 '여관'에 그림 보러 간다
  •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 1층 전시실 전경. 복도 끝에 ‘유쾌한 뭉툭’ 전에 나선 작가 주재환의 ‘절규’(1999)가 보인다. 성냥개비와 소주병 뚜껑을 소재로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내뿜는 부르짖음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보는 둥 마는 둥 그냥 지나칠 건물이다. 한마디는 붙였을 거다. “아니 이런 데 아직도 여관이….”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이다. 뒷골목도 아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청와대를 향하는 도로변, 경복궁 담벼락을 마주 보고 선 길가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옛 목욕탕 사인을 올린 큼지막한 간판이 시선을 유혹한다. 이름하여 ‘보안여관’. 만약 용기를 내서 안으로 들어간다면 더 ‘해괴한’ 전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곧 꺼져버릴 것 같은 바닥, 너덜너덜한 벽지 사이 흙과 돌이 다 드러난 벽, 서까래만 간신히 얹힌 뚫린 천장, 삐거덕거리는 계단. 뒤에서 뭔가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인데 그 틈과 틈 사이 용케 ‘그림’이 걸리고 ‘작품’이 서 있다. 맞다. 여기는 전시장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낸 친절한 표시는 아무것도 없다. 건물 밖에 붙인 포스터가 안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뿐.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보안여관이 비영리 전시공간이 된 건 벌써 8년째다. 2004년 경영난 끝에 여관으로서의 생을 다하고 수년간 버려졌다가 2007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으면서다. 당시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하던 최성우(58) 일맥문화재단 이사장이 건물을 사들였고 2010년부터 전시를 비롯해 연극·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의 입구 전경. 8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여관이란 이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옛 목욕탕 사인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여관건물을 언제 완공했는지, 언제부터 영업을 시작했는지 정확한 날도 모른다. 그저 1930년대부터 여관이었다던 이 건물은 8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여관이란 이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굳이 콘셉트라면 ‘낡은 건물의 역사성을 최대한 살려 과거·현재를 잇는 의미를 찾자’는 정도가 될까. 덕분에 외형은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최소한의 안전만 체크하는 정도로. △두 노장, 여전히 살아있는 ‘날 선 시대정신’ 이 엄청난 공간에서 원로미술가 두 사람이 만났다. 김정헌(72) 작가와 주재환(78) 작가다. ‘유쾌한 뭉툭’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두 작가는 오래 묵히고 숙성해온 담론을 위트와 풍자, 고발과 상징으로 이어간다. 주 작가의 별칭인 ‘유쾌한’과 김 작가의 별명이란 ‘뭉툭’이 기꺼운 결합을 이룬 셈이다. 두 작가는 서슬 퍼런 1980년대 ‘민중미술’ ‘참여미술’이란 시대적 흐름을 함께 건너 왔다. 처음 만난 건 1979년이란다.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었다. ‘현실과 발언’은 1980년대 미술형태와 풍조를 반성하며 10여명의 미술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민중미술운동의 핵이었다. 이후 탄압과 해체 등 이러저러한 사건·사고에 휘말렸지만 두 작가는 40여년째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세월의 우정, 시대의 동료. 그러면서도 2인전은 처음이다.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 2층 전시실 전경. 삐거덕거리는 계단, 서까래만 간신히 얹힌 뚫린 천장 등 살점이 다 들어난 건물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70여점의 회화·설치작품으로 꾸린 전시는 이들의 장기이자 무기인 ‘날 선 시대정신’을 다시 꺼내보인다. 예전 대표작과 미공개작 등을 최신작과 묘하게 대비시켜 ‘세상을 향한 성찰’ ‘세상에 대한 회오’ 두 가지 모두를 가져다 놨다. 전시는 2개 층의 전시장을 한 층씩 한 작가에게 할애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2층에 통째 올린 김 작가의 작품은 신작보단 과거작이 많다. 그만큼 과거는 그이에게 한 컷 사진 같은 흔적이다. “때와 장소를 근거로 해 치러냈던 작업들이 ‘과제미술’처럼 여겨졌다”고 말하는 그의 상황은 작품이 대신 말한다. 그 대표작이라고 하면 합판에 아크릴로 그린 ‘경제 정치 종교’(1995). 20년 전 세상을 움직인 거대한 실체를 130×486㎝짜리 대형평면에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오직 나의 기억 속에는’(1996)이나 ‘농부 김씨’(1984) 등도 그의 한때 회한이 불거진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서정성 짙은 신작도 몇몇 나섰다. ‘달빛이 주목나무를 주목하네’(2017)나 ‘달빛과 주목나무’(2017) 등. 푸른 바탕에 새긴 서늘한 감성이 눈보다 가슴을 잡는 ‘주목’ 시리즈다. 김정헌의 ‘경제 정치 종교’(1995). 20년 전 세상을 움직인 거대한 실체를 130×486㎝짜리 대형합판에 상징적으로 묘사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서울 통의동 보안여관 2층 전시실 전경. 복도 끝에 ‘유쾌한 뭉툭’ 전에 나선 작가 김정헌의 ‘이상한 항해’(2017)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김 작가에 비한다면 주 작가의 작품세계는 좀더 ‘발랄’하다. 껌·낙엽·사탕·성냥개비·소주병 등 상상도 못한 오브제를 대거 동원한 덕이다. 그이에게 세상 모든 일은 유쾌한 농담과 해학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밧줄에 묶인 벽돌을 액자에 가두곤 ‘정신타격 01’(2017)이란다. 그럴듯한 풍경화 액자 아래 노인얼굴이 든 패널을 걸곤 ‘정신해방 02’(2017)라 하고. 컴퓨터를 해체해 얻은 소모품에 낙엽을 달곤 ‘오, 인공지능이여 낙엽도 만드는가?’(2017)란 이름을 붙였다. 그러곤 이렇게 말한다. “80여년 가까이 살아보니 세상을 정말 모르겠더라.” 주재환의 ‘정신해방 02’(2018). 그럴듯한 풍경화 액자 아래 노인얼굴이 든 패널을 걸었다. 액자는 동네 분리수거장에서 주어온 작가미상의 그림이라고, 패널은 같은 운명에 처할지 모를 10년 전 자신의 그림이라고 소개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주재환의 ‘비깨도 05’(2018·왼쪽)와 ‘껌 댄스’(2004). ‘2017 평화달력’과 ‘몇 통의 껌’을 소재로 폭력 없는 세상에 대한 기원을 위트있게 꾸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서정주·이중섭·이상이 묵었다는 80년 흔적 80년 여관에 ‘작품’을 낸 원로작가의 2인전보다 화제가 될 만한 건 전시장이다. 사실 보안여관은 태생부터 문화예술과 무관치 않다. 보안여관이 진짜 여관이었을 그때 문인과 화가가 뻔질나게 드나들던 공간이었다는 거다. 역사적인 사건은 이것이다. 시인 서정주(1915∼2000)가 몇몇 동료시인과 문예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한 것. ‘시인부락’의 판권에 적힌 주소가 바로 ‘서울시 통의동 보안여관’이다. “1936년 가을 함형수와 나는 둘이 같이 통의동 보안여관이라는 데에 기거하면서 김동리, 김달진, 오장환 등과 함께 ‘시인부락’이라는 한 시의 동인지를 꾸며내게 되었다”(‘서정주 문학전집’ 3권 ‘천지유정’ 중에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의 외부 전경. 시내 중심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도로변, 경복궁 담벼락을 마주 보고 선 길가에 자리잡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어찌 보면 이것만이 유일한 흔적이다. 일본에 가족을 떠나보낸 화가 이중섭(1916∼1956)이나 화가 구본웅(1906∼1953), 시인 이상(1910∼1937)도 보안여관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렸다고는 하나, 아쉽게도 기록이 없는 ‘사실’로만 전해진다. 옛 문학인의 ‘기’를 받으려는 지방예술가들이 장기투숙하던 장소였다는 얘기도 떠돈다. 이후 공무원 차지였던 시절도 있다. 통행금지가 있던 때 발이 묶여 야근하던 청와대 직원들이 종종 이용하기도 했단다. 하긴 폐업할 때까지 이 일대의 여관이라곤 이곳뿐이었다니. 그렇다고 ‘낡은’ 표상만 떠도는 건 아니다. 보안여관 바로 옆 건물에 들어선 ‘보안1942’가 역사성의 잔재를 수거하고 현재와 미래를 붙이는 가교역할을 해준다. 이 공간은 옛 보안여관을 인수한 최 이사장이 지난해 문을 연 ‘보안여관의 확장관’이다. 북카페·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과거 여관’의 정통성을 잇고, 전시장·독립서점 등으로 ‘현재 여관’의 맥을 잇는다. 마치 시간여행을 보내듯 두 건물 사이에는 구름다리를 띄웠다. 어찌 보면 ‘처연한 모던’이다. ‘유쾌한 뭉툭’이 결합이 그랬듯이. 전시는 8일까지다. 서울 통의동 보안1942(왼쪽)와 보안여관. 보안1942는 보연여관의 확장관으로 지난해 문을 연 ‘새 건물’이다. 보안여관과 연계한 전시장과 더불어 북카페·독립서점·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1942와 보안여관 사이. 마치 시간여행을 보내는 듯 두 건물 사이에 구름다리를 띄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18.07.02 I 오현주 기자
 ‘거인의 눈동자’로 바라보는 지구 밖 신세계
  • [별夜行②] ‘거인의 눈동자’로 바라보는 지구 밖 신세계
  • 좌구산천문대의 별 일주운동(사진=좌구산천문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좌구산천문대는 증평과 청주 일대 최고봉인 좌구산(657m)에 자리한다. 주변에 도시의 불빛이 없어 맑고 깨끗한 밤하늘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가장 큰 356mm 굴절망원경이 설치되어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천체의 모습을 관찰하기 좋다. 여름철에는 토성과 목성 등을 찾아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좌구산자연휴양림이 가까이 있어 밤늦게까지 별을 봐도 서둘러 집에 갈 필요가 없다. 휴양과 별 관측을 동시에 즐기는 가족 여행지다.국내에서 가장 큰 356mm 굴절망원경으로 태양 관측(사진=진우석 여행작가)◇휴양과 별 관측을 동시에낮에 맑다가 밤에 흐려진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낮 시간에 과감하게 좌구산천문대를 찾았다. 낮에는 별이 안 보여 천문대가 쉴 것 같지만, 태양 관측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좌구산천문대 앞에 서면 시뻘건 태양 구조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반구형 돔 스크린이 설치된 천체투영실의 둥근 외관을 태양으로 꾸민 것이다. 그 앞에는 토성과 목성 등 태양계 모형이 있다. 태양 크기에 비례해서 만들어 재미있다. 태양과 비교해 작은 목성과 토성이 장난감처럼 귀엽다.천문대에 들어가면 3층 주관측실로 향한다. 천문대의 상징인 관측 돔이 있는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관측실 가운데 356mm 굴절망원경이 위풍당당하다. 경통 길이가 무려 4.5m, 천체를 최대 700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다. 그래서 굴절망원경을 ‘거인의 눈동자’라고도 한다. 차르르~ 관측 돔이 열리자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망원경에 눈을 대니 태양이 거대한 홍시 같다. 자세히 보면 이글거리는 태양의 불기둥도 볼 수 있다.별자리를 알 수 있는 천제투영실(사진=진우석 여행작가)태양 관측이 끝나면 눈에 셀로판지를 대고 태양을 관찰하고, 해설사가 태양에 관한 PPT 자료를 열어 설명해준다. 관찰 후 이론 교육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여름철에는 토성과 목성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토성의 띠가 어떻게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태양 관측이 끝나면 1층 천체투영실로 이동한다. 의자에 눕듯 앉으면 돔형 스크린이 밤하늘로 바뀐다. 별이 하나둘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별자리가 그림과 함께 펼쳐지면 더욱 환상적이다. 백조자리의 백조가 하늘을 나는 방향으로 길게 은하수가 흘러간다. 은하수는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은 견우성과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직녀성 사이를 흐른다는 전설이 있다. 은하수 위에 놓인 오작교를 건너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별자리 탐험 시간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마지막으로 둘러보는 2층은 우주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우주 지식을 넓히는 스페이스 랩(SPACE LAB)이다. ‘우주선에서는 뭘 먹고, 어떻게 자고,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할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무슨 연구를 할까?’ 등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설명해놓았다.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건 로켓 시뮬레이션이다. 스크린을 통해 직접 만든 로켓을 우주 공간에 띄워 조종할 수 있다. 그밖에 테슬라코일, 중력렌즈, 스윙바이 등 흥미로운 체험이 가득하다.허골에 걸린 듯한 좌구산 명상구름다리(사진=진우석 여행작가)◇전국에서 가장 작지만 알찬 ‘증평’천문대 밖으로 나오면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공기가 서늘하고 새소리가 평화롭다. 천문대 주차장에서 좌구산 정상까지 바람소리길이 40분쯤 이어진다. 걷기를 즐기는 사람이면 다녀와도 좋겠다.이제 숲을 즐길 차례다. 좌구산자연휴양림 입구에는 좌구산명상구름다리가 허공에 걸렸다. 길이가 무려 230m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조심조심 다리 위를 걸어본다. 중간쯤 도달하면 양쪽으로 허공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현기증이 난다. 잠깐 내려다보니 까마득하다. 다리에서 계곡까지 약 50m 높이가 천 길 벼랑처럼 느껴진다. 다리 건너편 하트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 구름다리가 잘 나온다. 구름다리를 내려와 좌구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묵는다.휴양림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은 이른 아침이다. 선선한 바람에 나무가 후드득 어둠을 털어내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새들이 저마다 아침을 노래한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증평의 명소를 찾아 떠나보자.증평민속체험박물관의 한옥체험관(사진=진우석 여행작가)먼저 들른 곳은 증평의 전통문화를 느끼고 체험하는 증평민속체험박물관이다. 주차장 앞에 있는 두레관은 장뜰두레놀이를 주제로 꾸몄다. 장뜰두레놀이는 농사와 관련된 노동요를 풍장과 함께 구성한 증평의 민속놀이다. 전시된 징과 북, 장구 등 국악기를 두드리며 고된 농사일을 놀이로 승화한 선조의 멋과 흥을 느껴본다.향토자료관에는 증평의 역사를 전시하고, 한옥체험장은 사랑채와 안채에 들어가서 멋스러운 내부를 볼 수 있다. 공예체험장에서는 목공예와 도자기, 공예 체험 등이 진행된다. 증평민속체험박물관에서 증평 남하리 석조보살입상(충북유형문화재 208호)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 야외에 자리한 키 큰 보살상은 보관을 쓰고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옆에 작은 불상은 익살스러운 표정이 재미있다.박물관에서 나와 증평 시내로 들어간다. 증평장뜰시장 옆에 자리한 증평대장간은 최용진 대장장이의 작업장이다. 대장간 내부에 직접 만든 농기구가 주렁주렁 매달렸고, 최용진 씨가 땀을 뚝뚝 흘리며 무쇠를 두들긴다. 호미와 가위 등을 망치 몇 번 두들겨 뚝딱 만들어낸다. 최용진 씨는 40년 넘게 대장장이 외길을 걸었다. 온갖 농기구는 물론 전통 도검류까지 못 만드는 게 없어 ‘무쇠의 마술사’로 불린다. 1995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내 최초 대장간 부문 국가 기능 전승자로 선정하면서 그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용진 씨는 연세가 일흔이 넘었지만, 50대처럼 보인다. 비결은 정직하게 흘리는 땀이라며 사람 좋게 웃는다.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보강천 미루나무숲이다. 증평의 젖줄인 보강천 옆에 자리한 생태공원으로, 증평 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다. 아이들은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어른들은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평화롭다. 잔디밭을 설렁설렁 걸으며 증평 여행을 마무리한다.은은한 미소가 일품인 남하리 석조보살입상(사진=진우석 여행작가)◇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보강천 미루나무숲→증평대장간→증평민속체험박물관→좌구산천문대△1박 2일 여행 코스= 좌구산명상구름다리→좌구산천문대→좌구산자연휴양림→ 증평민속체험박물관→증평대장간→보강천 미루나무숲△가는길= 중부고속도로 증평 IC→중부로→광장로→율리삼거리→좌구산천문대△주변 볼거리=증평자전거공원, 삼기저수지, 증평 김득신 묘소 등최용진 대장장이의 힘찬 망치질(사진=진우석 여행작가)
2018.06.30 I 강경록 기자
옥상풀장·구름다리..재건축 '특화설계' 공사비 갈등 불씨로
  • 옥상풀장·구름다리..재건축 '특화설계' 공사비 갈등 불씨로
  • △현대산업개발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에 제출한 특화설계안 투시도.[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스카이 브릿지(동과 동을 잇는 구름다리)와 인피니티풀(건물 옥상에 마련된 수영장) 등 다양한 아파트 특화설계를 통해 수요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재건축 단지가 늘고 있다. 아파트는 획일적인 구조·형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간활용·편의·주거 트렌드를 고려하려는 재건축 조합의 노력이다. 특화설계는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공사비 증액 등 문제가 뒤늦게 불거지면서 재건축 사업지 곳곳에서 불협화음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공사비 늘어나면 누가 부담하나 ‘갈등’그래픽= 문승용 기자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18일 조합원 설명회를 열어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을 시공사로 선정할 지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세 차례 시공사 경쟁입찰이 유찰된 이 단지는 지난 4월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수의계약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특화설계안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두 달이 넘도록 계약 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그간 조합과 현대산업개발의 협상 과정과 현대산업개발이 제출한 혁신·특화안에 대한 설명, 이에 따른 공사비 부담이 공개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제출한 혁신안·특화안을 보면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형상화해 아파트 외관을 구성했다. 또 조합이 마련한 설계안에서 십자형 주동을 없애고 신반포로 쪽에 랜드마크 타워를 마련했다. 가구 수도 반포천변을 중심으로 대형평수를 늘리고 주택 타입을 다양화했다. 커뮤니티 시설도 특화했다. 아파트 최상층에 스카이라운지를 설치하고 인피니티풀을 마련해 한강을 내려다보며 수영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반포천을 정비해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위한 초대형 강변 커뮤니티를 마련한다고 약속했다. 강변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경기장으로 변화하는 다목적 체육관과 영화관, 골프장, 키즈카페,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문제는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혁신·특화설계로 갈 경우 공사비가 얼마나 추가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건축심의까지 통과한 조합의 설계안을 바탕으로 반포주공1단지 3주구가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542만원, 총 공사비는 8087억원이다. 이는 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한 보도교(반포천 특화계획)·도로·공원 등 공공기반시설, 지하철 연결통로, 공공청사, 사업시행인가 조건 공사비, 석면조사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의 제안서에는 보도교를 제외한 나머지가 빠져 있다. 국토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8조에 따르면 “보증금과 기한을 제외하고는 최초 입찰에 부칠 때 정한 가격 및 기타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입찰제안서 수정 없이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강행할 경우 자칫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에 계약 해지 검토까지특화설계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 단지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시공사 현대건설(000720)이 5026억원 규모의 무상 특화설계를 해주겠다고 했으나 이를 공사비에 포함한 것으로 국토부 조사결과 밝혀져 검찰 수사를 밝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 986억원의 무상 특화설계를 약속했으나 이것이 도급공사비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역시 GS건설(006360)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 혁신설계 명목으로 1400억원 공사비가 증액되자 일부 조합원들이 GS건설을 상대로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건설(047040)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5차는 조합이 대우건설이 제안한 특화설계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사비 증액 문제가 불거지자 계약 해지 위기까지 갔다가 겨우 갈등이 봉합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당초 이같은 특화설계가 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공공관리 시공사 선정기준에 따르면 “입찰참여자는 관계 법·령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 안에서 특화 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기존에 없던 주택형이 생기거나 가구 수 변경 등은 ‘경미한 변경 범위’를 벗어나 있다. 실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국토부와 서울시·서초구의 합동 수사에서 입찰 기준과 달리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를 벗어난 설계안으로 대안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혁신·특화설계로 갈 경우 사업기간도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재건축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총회 때 확정한 설계에서 10% 이상을 변경할 경우 서울시 재심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설계 변경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혁신안·특화안이 일부 변경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따른 시간 지연과 공사비 추가 부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2018.06.19 I 정다슬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주담대 5% 육박…변동금리 대출자 잠못잔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다음은 19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 주담대 5% 육박…변동금리 대출자 잠못잔다- 올라타라, AI·IoT의 신세계- ‘미·중 무역전쟁 유탄 맞을라’ 외국인 하루새 3400억 매도- “北서 인력 50% 충당 땐 구인난 中企 숨통”- [사설] ‘디지털 신세계’ 논의 이데일리 전략포럼- [사설] 미·중 무역전쟁 비상등 켜진 한국경제△줌인&- [줌인] 주인 없는 KT, 바람 잘 날 없어…정권 바뀌면 CEO 중도하차 되풀이- 열차표 출발 3시간 전 취소해도 위약금- 남북, 7월 통일농구경기 연다…8월 아시안게임 공동입장- 中企, 北근로자 고용 땐 남북 경제격차 줄이는 효과△변동금리 쓰나미 오나- “변동금리 함정 빠졌다”…싼 금리에 대출받았다 매달 이자 13만원 더 낼판- 3년 이상 장기대출은 고정금리 전환 유리…중도상환수수료도 따져야- DSR 규제에 저신용자만 눈물…이자부담 늘고, 신규대출은 막히고△G2 무역전쟁 불똥 튄 한국 경제- 외인들 ‘일단 팔고 보자’ 사흘간 1조3000억 빼가…얼어붙은 投心- 원·달러 환율, 3일새 27.6원 급등…자금이탈 ‘경고음’- 中 수출 1·2위 반·디株 ‘흔들’…무역전쟁 심화 땐 피해 ‘눈덩이’△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오늘 신라호텔서 개막- 노동개혁부터 창업·예술까지…‘디지털 혁신DNA’ 뿌린다- ‘정보+재미’ 갖춘 지식축제…사전등록 1600명 몰려△훈풍 부는 남북관계- 남북 체육·적십자·철도 ‘릴레이 회담’…폼페이오, 이르면 주중 北과 후속협상- “종전선언 시기·형식 유연하게 대처”- ‘불법 반입’ 기관총 사라지나…‘판문점 비무장화’ 추진- “與 6·13 지방선거 압승 등골 서늘해지는 두려움”△정치- 민주당 이제는 당권경쟁…김부겸에 쏠린 눈- 김성태 ‘한국당 해체 예고’에 내부 파열음- 민주당의원 이젠 상임위 쟁탈전…“볼 것도 없이 1순위는 국토위·산자위”△남북경협 속도내는 中企- 北 노동력 활용, 中企 인력난 풀고…중·러 접경지에 ‘원자재 공단’ 만들고-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 커…남북경협은 선택 아닌 필수”- “고품질 北 바닷모래 장기적 반입땐 국내 골재가격 안정에 큰 도움”△경제·금융- 세계 덮친 高유가·强달러…에너지 90% 수입, 韓도 ‘겹악재’ 영향권- 공정위 ‘통행세 197억’ 챙긴 LS 총수일가 고발- 글로벌 보험사 CEO, 베를린 집결…‘IFRS17’ 시선 집중△산업&기업- 美·印·유럽에 권역본부 신설…현지시장 맞춤 자율경영 속도- 꽉 막힌 금융지원에…두 번 우는 중견 조선소- 최태원 회장 올해만 4번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설- LG전자, 가정용 태양광발전 마이크로 인버터 출시- 삼성전자 “실외기 1대로 방마다 무풍에어컨 놓으세요”- 르노삼성 ‘QM3 RE S-에디션’ 여름시즌 겨냥 200대 한정판매△산업- 출혈경쟁 피한 5G 주파수 경매…이통3사 모두 웃었다- 아프리카TV 팟캐스트 진출- 계란 공급만 늘고 소비는 뚝…에그 어쩌나△건강- 혈뇨 나오기 전까지 몰랐던 ‘불청객’ 일찍 발견하면 로봇수술로 종양만 싹~- ‘털털한’ 당신…휴가 전, 레이저 시술로 고민 ‘탈탈’ 터세요- ‘대장암 씨앗’ 용종, 제거해도 자꾸 재발하는 이유△名士의 서가- 낙선·부상…힘들 때마다 ‘서희’에서 정치하는 이유 찾았죠- 김 장관의 추천도서 2選△증권&마켓- 내년 상반기 5G 서비스 앞두고…바닥 다진 통신株 ‘기지개’- 美 금리인상 기조에…뱅크론펀드 ‘미소’- 남북경협 기대 훈풍 장외주식에도 솔솔△증권- 北 인프라 투자…中·러 시장까지 발 넓힐 기회- ‘법정관리’ 온양관광호텔 매물로- 美 금리 인상 부담에…회사채 발행 ‘숨고르기’- ‘메리츠금융보다 못한 조건은 안돼’…이랜드월드 투자유치 발목△문화&스포츠- 무용이 지루해? 웃기고 있네- 국제관광지 제주, 亞 예술 허브로 키울 것- 무용·연극·영상·미술…섞어라, 예술△스포츠- 우즈도 미켈슨도 ‘악마의 코스’ 불평…그 자체를 즐겼어요- 우즈·매킬로이 컷 탈락, 미켈슨 벌타…‘가학적 코스 세팅’ 논란- 또 월드컵 ‘우승국 징크스’- 1년 만에 LPGA 우승 유소연 “자신감 되찾아”△사람&나눔- 강대희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38년 만에 의대 출신’- 개발 논리 대응 복합주거공간…한국 건축의 미래를 설계하다- 이영자 “시청자들의 고민, 음식으로 위로해드릴게요”- 브레이크 풀린 車 세워 학생들 구해 황창연 진도군청 주무관 ‘LG 의인상’- 신세계면세점, 자폐성 장애인 디자이너 교육 돕는다- 신협, 연예인 축구단 일레븐 후원 축구용품·자선행사 3300만원 지원△오피니언- [목멱칼럼] 소통하지 않으면 퇴출된다- [생생확대경] 학벌은 어떻게 세습되나- [기자수첩] 무늬만 ‘통일펀드’- [e갤러리] 김선우 ‘홍학 틈새 도도’△부동산- 옥상풀장·구름다리…재건축 ‘특화설계’ 공사비 갈등 불씨로- 신축 단독·다가구 실거래가 서울 뛰는데 지방은 떨어져- 시세 절반 ‘신혼희망타운 공급계획’ 늦어도 내달 윤곽- LH, 하반기 취약계층에 임대할 주택 8000여채 사들인다△사회- 위장이혼하고, 재혼 숨기고…국고 보조금 부정수급 ‘어금니아빠’ 잡아라- 중국산 참조기→영광굴비로…10년이나 속았네- “선녀와 나무꾼 동화는 性폭력” ‘손주병법’ 배우는 할마·할빠- ‘재판거래’ 의혹, 檢 최정예 ‘특수1부’가 맡는다- 20대 열에 넷 “공시 준비 중이거나 응시 의향”- 담배도 ‘갑질’…지금 끊으세요
2018.06.18 I 장병호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한반도 평화 첫발 뗐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험로’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다음은 13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한반도 평화 첫발 뗐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험로’-투표용지 7장… ‘내 투표소 찾기’ 앱 보세요-[사설]‘반쪽짜리 성공’에 그친 북·미정상회담-[사설]얼렁뚱땅 투표하면 4년간 고생한다△한반도 평화 첫발-회담 약속→취소→번복, 벼랑끝 대결 반복… “SF영화처럼 믿기지 않는 만남”-두 정상 속마음 직접 전한 김영철·폼페이오… ‘악마의 디테일’ 싸움 이끈 최선희·성김-북·미 정상, 또 만날까△한반도 평화 첫발-“완전한 비핵화 의미, 北도 이해” “세상은 중대한 변화 보게 될 것”-악수부터 서명까지 280분 만남… 도보다리처럼 ‘카펠라 산책’도△한반도 평화 첫발-최종 시한 명시 안 된 ‘비핵화’… 구체적 로드맵 도출까지 난관 많을 듯-트럼프, 한미군사훈련 중단·미군철수 가능성 시사-‘北체제보장’ 트럼프의 약속, 美의회 문턱 변수△한반도 평화 첫발-美 “구체방안 마련을” 中 “주한미군 철수를” 日 “납북자들 송환을”-文대통령 “북·미 합의는 냉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北은 합의문 안에서, 美는 합의문 밖에서 원하는 것 얻어내”△한반도 평화 첫발-70년 반목 뒤로하고… 북·미 나란히 걷다△오늘 선택의 날-與 “평화시대 힘 모아달라”… 野 “선거와 관계없다”-정택 대결 실종, 이재명 스캔들 공방… 지방선거에 ‘지방’이 안보여-“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투표율 60% 못넘을 것”△오늘 선택의 날-“文정부 뒷받침을” “경제 실정 심판해야”… 여야, 막판 민심잡기 총력 쏟아-샤이 보수 vs 샤이 진보… 대구·경남 ‘숨은 표심’에 달렸다-같은 당 두 명이어도 한 명만 찍으세요△[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미디어파워 5인방-“권위·통제 ‘꼰대 기질’ 버리고 소통·자율의 리더십 갖춰라”-“1인 미디어 가치는 기회 균등”-“‘덕업일치’… 취미를 직업삼아”-“꿈은 작은 계획 실천부터”-“‘워라밸’은 생산성 높인다”-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프로그램△경제·금융-하반기 남북 경제협력 추진설에… 경제부처, 시나리오 검토 나서-트럼프·김정은 악수한 날… 韓 부도위험지표 낮아졌다-시중은행 대출금리에 칼 빼든 금감원… 월말까지 점검결과 발표△산업·기업-이재용, 지구촌 돌며 ‘AI·전장’ 열공… 삼성 ‘신사업 큰 그림’ 나오나-경총, 송영중 상임부회장 ‘직무정지’ 조치-美 관세 이어 中 보조금 삭감… 韓 태양광 ‘구름 낀 수출길’-앱 결제에 택배 접수까지… 주유소의 변신-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 (주)LG 사외이사 합류-한국, 지난달 선박수주 中 제치고 1위△산업-美 망중립성 원칙 폐기… ‘공짜망 논란’ 한국서도 빅이슈-애플, 이르면 9월 새 아이폰 3종 공개… 60만원대 제품 나오나-가전제품 소음 최소화… LG이노텍, 나노 소재 열전 반도체 개발-현대로템, 佛 방산전시회 참가 K2 전차, 차륜형 장갑차 홍보△소비자생활-‘한철장사’ 빙과 ‘야간영업’ 주류업계… ‘주 52시간 근무’ 준비 진땀-[주목e사람]“글로벌 광고제 출품, 광고주·광고사에 ‘윈윈’이죠”-‘맥주의 계절’… 수제맥주 여름 마케팅 후끈-불닭볶음면 패션을 입다△중소기업·제약-더 작게, 더 튀게… 中企 ‘세컨드 냉장고’ 승부수-유럽 이어 일본 공략… 세계시장 넓히는 국산 바이오시밀러-알파니언 ‘알피우스900’ 자궁질환 초음파치료기 첫 식약처 허가-동국제약 먹는 치질약 ‘치센’ 홈페이지 방문자 30만 돌파△檢 ‘주가조작 혐의’ 네이처셀 압수수색-‘줄기세포 치료제’ 한국이 이끄는데… 네이처셀, 이미지 흐릴까 우려-“라정찬 대표, 허위 과장 정보고 시세조종한 혐의 살펴볼 것”-“라정찬에 또 당했다”… 개미들 분통△증권-국민연금 CIO ‘빈자리’ 1년… 기금 운용 ‘빨간불’-코넥스→코스탁 이전 상장 ‘희비’… 바이오 ‘나홀로 울상’-경협株 ‘요동’-NH-아문디 ‘하나로200 ETF’ 2개월 만에 2000억 돌파△Book-‘진짜 표심’ 검색창은 알고있다-갈등·성장담 없는데… ‘이웃집 토토로’ 왜 떴지?-대기업 경주마로 내몰리느니 똘똘한 中企에서 꿈 펼쳐라-가축 키우든, 키우지 않든 인류는 동물에 빚을 졌다-[책꽂이]△스포츠-美·英 찍고 ‘한국’… 박인비, 내셔널 타이틀 탐내다-申 “훈련 성과에 만족… 90점 주고 싶다”-월드컵대표 ‘결전의 땅’ 러시아 입성-“긴 전장, 깊은 러프 장난 아니네요 미켈슨 보니 메이저 온 것 실감나”-‘9전전패’ 남자배구… 김호철 “우린 우물 안 개구리”△사람&나눔-‘열일곱살 내 모습 돌려달라’… 위안부 피해자 연기하다 우울증 앓아-이정은6 벤츠, 고진영은 BMW… LPGA 무대 누빈다-‘강강술래’ 보유자 박양애씨 별세-한화첨단소재 신진교수상에 이지환·차지영 교수-캄보디아 빈곤층에 선풍기·전등 설치-KPGA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장애인 프로골퍼 이승민 도전장-[인사가 만사]-[명복을 빕니다]△오피니언-성평등이 곧 민주화다-멀고 먼 금융소비자 중심 경영-‘발가락에서 장애인으로’ 끝난 대전시장 선거-[e갤러리]성낙희 ‘뒤바꾸다’△부동산-펄펄 끓는 ‘윗목’ 냉기 가득 ‘아랫목’… 동탄2신도시 ‘남북 온도차’-잔여물량 선착순 분양에… 선점한 순번 수백만원에 거래-송파구 아파트값 1년새 16.35% 올라… 토지거래량도 최다-최고가 논란 ‘나인원 한남’ 임대후 분양으로 방향 전환△사회-한반도 평화 큰 걸음… “백두산 휴가갈 날 오겠죠”-핫플레이스 입소문난 그 카페 ‘내부 리모델링한 일제때 건물’-‘드루킹 특검보’ 후보자 6명 文대통령에 추천… 주중 3명 결정-미투에도… 국회서 잠자는 ‘성폭력 근절법안’-이혼으로 국민연금 나눌땐 별거·가출기간 제외됩니다
2018.06.12 I 이정현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서 5.26 2차회담까지…영화보다 더한 ‘극적 전개’
  • 4.27 남북정상회담서 5.26 2차회담까지…영화보다 더한 ‘극적 전개’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을 낸 뒤,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졌다.그러나 한달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 취소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크게 출렁였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다시 마주 앉아 북미 정상회담 등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때까지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했다.◇4.27 ‘2018 남북 정상회담’ 개최…‘판문점 선언’ 발표 4월27일 도보다리 산책 중인 남북 정상(사진=연합뉴스)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 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된 이 회담에서 특히 두 정상은 도보다리 산책 중 30여분 가량 배석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회담 뒤엔 남북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올해 종전 선언’ 추진을 약속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도 적극 추진키로 합의했으며, 문 대통령은 올 가을 평양을 방문키로 했다.◇5.7~10 북중·북미 접촉 ‘활발’…北 억류 미국인 귀환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7~7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났다. 당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합의를 하면 북한에 단계적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북한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 다음날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직접 알린 이 사건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전 미국에 표한 ‘성의’로 해석돼, 북미회담의 청신호란 평가가 나왔다.◇5.12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발표12일엔 북한이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간 6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북한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취재진을 현지로 초청하기도 했다. 다만 초청 대상에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5.16 北 김계관 “일방적 핵포기 강요시 북미회담 재고려”16일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11일 시작된 한미 공군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 14일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간담회 등을 이유로 삼았다.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내고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북한은 이날 판문점 채널을 통해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도 통보했다.이튿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5.23 한미 정상회담 개최(현지시간 22일)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먹구름이 짙어지던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예정에도 없던 즉석 기자회견까지 열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 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반해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잘 열리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 능력을 굉장히 신뢰한다”며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어서 한국은 아주 운이 좋다”고도 했다.한편 23일 풍계리 핵실험장 외신 취재단은 북한 원산역에서 특별열차편으로 갈마호텔로 출발했다. 북측에서 명단 접수를 거부했던 남측 취재진은 뒤늦게 북측 허용으로 공군5호기를 타고 원산갈마비행장으로 떠났다.◇5.24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24일, 예정됐던 대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이 열렸다. 그러나 같은 날 밤 예정에 없던 소식이 날아들었다.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공개서한을 보내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당신들(북한 관리)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 때문에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개인명의 담화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리비아식 비핵화 언급에 대해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했다.◇5.25 김계관 화해 담화…트럼프 “12일 회담 열릴 수도”시계제로로 맞은 25일. 미국 비난 담화를 낸 바 있는 김계관 제1부상이 ‘화해 담화’를 냈다. 그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다.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화답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기자단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내달 12일 열릴 수도 있다”고 입장 선회 가능성도 언급했다.◇5.26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사진=연합뉴스)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전격 개최됐다.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정상은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내달 12일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언론 보도를 ‘오보’로 규정했다. 아울러 “북한과의 정상회담 논의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도 말해,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2018.05.27 I 김미영 기자
⑨1년 중 절반 안갯속 北 주시…급경사 2천여 계단 오가며 임무 수행
  • [DMZ의 꿈]⑨1년 중 절반 안갯속 北 주시…급경사 2천여 계단 오가며 임무 수행
  • [철원·양구·인제=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남북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지금도 우리 군 장병들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중·서부 전선과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만난 이들은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는 역사적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지난 2일 강원도 양구 백두산 부대를 찾았다. 산에 큰 바위가 있다고 해서 ‘대암산’이라고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이곳에도 우리 장병들이 있었다. 비무장지대(DMZ)를 감시하며 유사시 고지 선점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전술도로를 따라 구름을 뚫고 올라오니 안개 속에서 주둔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1년 중 170일 이상이 안개에 휩싸여 있다보니 여기 장병들은 해를 거의 보지 못한다는게 안내 장교의 설명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외부인이었는지 위병소 근무 장병이 해맑게 웃으며 반겼다.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대암산 모습. 1000m가 넘는 이곳 정상에도 육군 장병들이 근무하는 부대가 있었다. 산 중턱에 구름이 걸쳐있다.북한강이 보이는 GOP 부대에 올라서서는 장병들을 따라 철책 순찰을 돌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계단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계단 몇개 올라서지도 않았는데 땀이 비오듯했다. 다리가 아파오고 숨이 가빠졌다. 급경사로 이뤄진 계단이 2000여개나 된다는 말에 중간에 ‘낙오’했다. 그나마 여기 장병들은 철책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설치해 과거 보다 훨씬 적게 순찰을 돈다고 했다. 주둔지 상황실에선 수많은 CCTV들이 주요 지역을 감시하고 있었고 열상감시장비가 북측을 주시했다. 봄이라고 하기엔 쌀쌀한 최전방 날씨였는데도 철원 관측소(OP)에서 만난 장병들은 전혀 춥지 않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6·25 전쟁 당시 중·서부 전선 최대 혈투였던 백마고지 전투 관련 설명을 하던 장병은 미국 유학 도중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귀국해 입대했다고 했다. 단 게 당겼던 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사비를 털어 GOP CP(Command Post) 장병들에게 캔 커피와 초코파이를 선물했다.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라는 의미의 가칠봉 능선에서 만난 젊은 장교가 준 달달한 믹스커피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 군 동부전선의 GOP 철책 순찰로 모습. 이곳 소초의 계단은 2000여개가 넘는다.
2018.05.04 I 김관용 기자
 타임머신 타고 백악기 공룡 낙원을 가다
  • [땅의 역사③] 타임머신 타고 백악기 공룡 낙원을 가다
  • 박물관 벽을 뚫고 튀어나온 말라위사우르스익룡 발자국 화석조각류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는 제1보호각[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공룡은 온혈동물일까, 냉혈동물일까?” “뼈만 남은 공룡 화석에서 암수를 구별할 수 있을까?” “익룡도 공룡일까?” 공룡에 한창 관심 많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가끔 궁금하다. 해남 우항리 공룡·익룡·새 발자국 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94호)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해남공룡박물관, 야외 공룡 조형물을 구경하고 어린이 놀이 시설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하루가 짧다. 각종 공룡 골격을 전시한 공룡실◇공룡들의 놀이터에서 공룡을 상상하다우항리 공룡 화석지는 해남읍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금호호를 끼고 있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공룡과 익룡, 새 발자국 화석이 동일 지층에서 발견되어 주목받았다. 원래 바다였는데 영암과 해남을 잇는 영암금호방조제를 쌓으면서 해수면이 낮아져 드러났다고 한다. 발자국 화석은 하나씩 따로 찍힌 것부터 길게 걸어간 흔적까지 다양하다. 그중 새 발자국 화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기록은 또 있다. 익룡 발자국 개수와 크기가 세계 최대이고, 대형 초식 공룡의 별 모양 발자국은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제3보호각의 대형 초식공룡 마멘키사우루스 골격와 발자국 화석발자국 화석에는 지붕이 있는 보호각 3개를 세워 보호한다. 호수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매표소에서 가까운 1보호각은 조각류 공룡관으로, 발자국 화석 263점을 볼 수 있다. 조각류는 거대한 초식 공룡이며, 주로 두 발로 걸었다. 2보호각은 익룡·조류관이다.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 433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 1000여 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3보호각은 대형 공룡관으로, 발자국 내부에 별 모양이 있고 크기가 52~95cm에 이르는 화석 105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발자국 주인은 대형 초식 공룡이다. 익룡은 공룡과 아주 가깝지만 진화 계통이 다른 ‘날개 달린 파충류’다. 앞발자국과 뒷발자국 화석이 함께 발견된 것으로 보아 땅에 내려오면 네 발로 걷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다른 파충류와 공룡을 구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다리다. 악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는 다리가 옆으로 뻗어 배를 땅에 대고 걷지만, 공룡 다리는 몸통 아래로 늘씬하게 뻗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공룡 모양 미끄럼틀◇지루할 틈 없는 ‘해남공룡박물관’3보호각까지 보고 나오면 어린이 놀이 시설이다. 공룡 모양 미끄럼틀, 정글짐, 모래 놀이터, 그네 등 놀이기구가 많아 지루한 줄 모른다. 해남공룡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우항리 지역의 백악기를 재현한 사파리 존이 조성되어 눈길을 끈다. 백악기는 공룡 전성기인 중생대 맨 마지막 시기다. 목이 긴 초식 공룡 마멘키사우루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육식 공룡 모노로포사우루스 등 거대한 공룡 조형물 10여 종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생생하다. 사파리 존을 지나면 언덕 위에 우뚝 선 흰색 건물이 해남공룡박물관이다. 벽을 뚫고 탈출하는 말라위사우루스는 박물관 인기 스타. 전시실은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다. 1층 우항리실에서 시작해 지하로 내려가며 공룡 과학실, 공룡실, 중생대 재현실, 해양 파충류실, 익룡실, 거대 공룡실, 새의 출현실, 지구과학실 순으로 관람한다. 우항리실은 백악기 퇴적층에서 발견된 다양한 지질 변화를 디오라마로 알기 쉽게 전시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특징을 꼼꼼히 읽고 관람을 시작하면 박물관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룡실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알로사우루스 진품 화석을 만날 수 있다. 알로사우루스는 쥐라기 후기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무서운 공룡이었다. 중생대 재현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돌아간 듯 실감 나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해양 파충류실은 땅의 공룡, 하늘의 익룡과 함께 중생대 바다를 지배한 해양 파충류 전시가 흥미롭다. 전시실 외에 4D 입체 영상실, 공룡 게임 랜드, 공룡 도서실, 트릭 아트 포토 존도 있다. 달마산 미황사◇빼놓지 말아야할 해남의 볼거리해남에는 가볼 만한 관광지가 많다. 우항리 공룡 화석지에서 20여 분 거리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고, 대흥사와 미황사도 빠뜨리기 아쉽다. 땅끝관광지는 해남 여행 필수 코스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는 고산이 기거하던 사랑채(녹우당)와 안채,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등으로 구성된다. 녹우당은 효종이 하사한 것으로, 고산이 낙향할 때 수원에서 옮겨 왔다. 해남 윤씨 가문의 유산을 보관·전시한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건축미가 빼어나다. 고산의 증손자이자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을 만날 수 있다. 녹우당 뒤편 산길을 따라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241호)을 산책해도 좋다. 대흥사 대웅보전해남 대흥사(사적 508호)는 자유로운 공간 구성을 알고 보면 재미있다.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북쪽과 남쪽에 당우를 배치했는데, 해탈문 지나 왼쪽에 금당천이 흐르고 그 너머가 북원, 금당천 오른쪽이 남원이다. 북원에 대웅보전과 응진전, 응진전 옆에 대흥사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인 삼층석탑(보물 320호)이 있다. 남원의 천불전(보물 1807호)은 꽃살문이 아름답다. 매표소에서 절 앞까지 들어가는 숲길은 느긋하게 걷기 적당하다. 달마산이 병풍처럼 감싼 미황사는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 달마산을 남해의 금강산이라 부르는 것이 과장이 아님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도솔암도 빼놓지 말자. 미황사에서 나와 도솔암 주차장까지 간 뒤 20여 분 걸으면 아슬아슬한 바위 끝에 매달린 도솔암이 보인다. 도솔암 가는 길은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하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에 이르면 망망대해가 품에 안긴다.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전망대까지 오른 뒤 걸어 내려오면서 땅끝탑에 들르는 방법을 추천한다. 전망대에서 땅끝탑까지 산책로가 있고, 땅끝탑에서 주차장 내려오는 길은 바다를 끼고 걷는 맛이 상쾌하다. 땅끝탑◇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우항리 공룡 화석지→고산 윤선도 유적지 △1박 2일 여행 코스= 우항리 공룡 화석지→고산 윤선도 유적지→대흥사→숙박→미황사→땅끝관광지→숙박△가는길=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8회(05:10~22:2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0~19: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목포-해남,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하루 18회(06:45~21:00) 운행. 약 1시간 소요. △주변 볼거리= 달마고도, 김남주시인 생가, 고정희시인 생가, 우수영관광지
2018.03.24 I 강경록 기자
'사는 일'을 그리고 '풍경'이라 읽는다…3색 예감
  • '사는 일'을 그리고 '풍경'이라 읽는다…3색 예감
  • 설종보의 ‘범일동: 교통부구름다리’(2015). 이미 사라지고 없는 범일동 옛 하천변의 추억을 가져왔다. 설 작가는 보름달·가족·동네·꽃 등 따뜻한 소재로 차마 떠나 살 수 없는 정겨운 풍경을 담아낸다(사진=선화랑).[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 사람은 ‘사는 일’을 좇아 여행을 한다. 어느 동네에 이르러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가장 편안한 장면을 포착한다. 다른 한 사람은 검은 먹으로 빛을 만든다. 삐죽한 산과 고요한 강조차 빛이 없으면 의미없다고 한다. 그이에겐 빛이 곧 ‘사는 일’이다. 또다른 한 사람은 하루하루 ‘사는 일’을 상상한다. 산책을 하고 휴가를 떠나고 사유하는 일까지 상상의 세계에서 꾸려낸다. 여기 ‘사는 일’ 자체가 풍경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이 펼친 ‘2018 예감전’에 나선 3명의 작가다. 해마다 ‘예감 좋은’ 젊은 작가를 선정해 오늘의 작업을 내보이고 내일의 성장을 가늠하는 자리다. 2004년부터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굳이 작가의 나이를 꼽지 않고 깊이만 내려다봤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관행을 털면서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올해의 작가는 설종보(53), 홍푸르메(52), 김민주(36)다. ‘재해석된 풍경’이란 테마 아래 나란히 세웠다. 선화랑의 ‘2018 예감전’에 선정된 작가 홍푸르메(왼쪽부터)·김민주·설종보가 김 작가의 ‘게으른 산책’(2014) 앞에 나란히 섰다. 3인 작가는 ‘재해석된 풍경’이란 테마 아래 세상 어디에도 없으나 세상 어디라도 닿을 수 있는 통로를 ‘사는 일’ 하나로 만들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들의 ‘풍경’을 위해 화랑 전관을 할애했다. 한 층씩 한 작가의 개인전처럼 꾸며 45점을 내놨다. 시선과 방식, 개성과 생각이 완전히 다른 그들만의 3인3색에 계단을 놓은 셈이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 ‘산다고 그리고, 풍경이라 읽는다’는 것. 세상 어디에도 없으나 세상 어디라도 닿을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다. ‘사는 일’ 하나로. △차마 떠날 수 없는 정겨운 풍경…설종보 어두운 밤을 비추는 보름달. 가족은 귀가 중이거나 밤마실에 나섰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동네 색을 바꾸고 눈이 내려도 삭막하지 않다. 벗은 몸을 드러낸 나무까지 정겨우니까. 작가 설중보의 그림은 따뜻하다. 보름달·가족·꽃·동네·눈·나무 등을 키워드 삼아 푸근한 정경을 뽑아낸다. 이 장면을 찾아 그는 떠난다. 고향인 부산의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강릉·인제·제주 등을 오간다. ‘사진으로 담은 어딘가’ 싶지만 이 중 절반은 이미 없다. ‘범일동: 교통부구름다리’(2015)의 구름다리나 하천변 상가는 벌써 사라진 명물이고, ‘겨울 안창마을’(2015)의 섬처럼 보이는 동네는 부산의 산복도로 형식을 극대화한 형태다. ‘서산 간월암: 달밤바다’(2016)는 봄밤의 간월암을 유토피아처럼 만들었다. 설종보의 ‘겨울 안창마을’(2015). 섬처럼 보이는 동네는 부산의 산복도로 형식을 극대화한 형태다(사진=선화랑).한때는 도시노동자·소시민의 척박한 현실을 그렸단다. 그러던 작가가 어느 순간 달라졌다. “불편한 현실을 직접 표현하기보다 희망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함을 거둬내고 온기 품은 색감으로 가족을 담아내려고 했다.” 설 작가의 풍경은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이지 않다. 원근파괴, 구도파괴가 크다. 한국화인 양 큰 배경에 작게 박은 인물도 그렇거니와 가족이 다 모인 집은 터질 듯 좁고 꽃더미에 묻힌 나무는 곧 쓰러질 듯하다. 게다가 그의 인물은 하나같이 미소를 띠고 있다. 그 앞에서 작가는 “달이 해보다, 밤이 낮보다 편안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맞다. 달과 밤은 휴식이니까. 결국 이런 말을 하고 싶었나. ‘세상은 바뀌어도 사람은 산다, 달은 뜨고 꽃은 피고.’ 그것이 기억이든 희망이든. 작가 설종보가 자신의 작품 ‘부산 청사포: 밤고둥잡기’(2016) 앞에 섰다. 등불을 들고 고둥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현실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찾는 이들을 봤다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일필휘지가 띄운 장엄한 풍경…홍푸르메 화선지를 내리누른 건 몇줄의 굵은 붓선. 그런데도 눈앞에 산이 섰다. 숲이 보인다. 강물이 찰랑이고 물풀이 흔들린다. 이내 바람까지 잡아내더니 흐르는 구름을 멈춰 세운다. 작가 홍푸르메는 먹 작업을 한다. 오로지 먹의 농담만으로 광활한 세상을 빚어낸다. 그저 ‘수묵화’로 단정하기엔 좀 섭섭하다. 묘사가 아니라 성찰이니까. ‘여백과 절제’로 가두기도 편치 않다. 그이의 붓이 비켜간 부분은 여백이 아니고 빛이니까. 표현을 아낀 절제가 아니라 이미 다 쏟아부은 거니까. 홍푸르메의 연작 ‘일기일회’(At This Moment·2017) 중 한 점. 홍 작가는 몇 줄의 굵은 붓선으로 일필휘지의 장엄한 풍경을 빚어낸다(사진=선화랑).홍 작가에게 잔챙이 붓질은 없다. 거대한 종이에 거대한 붓으로 거대한 풍경을 만든다. ‘일필휘지’란 수식이 붙는 이유다. 일필휘지는 자신감이다. 숨 한 번 고르고 단번에 내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 그이의 고집스러운 작업은 종이와 붓을 까다롭게 고르는 일부터 시작한다. 붓과 화선지, 배접지까지 ‘우리 것으로 특별제작’해 조달한단다. 궁합을 맞추느라 손에 닿는 종이와 붓은 모두 다 써봤다고 해도 될 정도다. “조형이나 형태에 어떻게 가깝게 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지만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을지 모른다. 작가에게 조형은 빛이고 형태는 면, 다시 말해 작품의 전부니까. 홍푸르메의 연작 ‘일기일회’(At This Moment·2017) 중 한 점. 오로지 먹만으로 지름 146㎝의 원을 빛과 어둠으로 채워냈다(사진=원화랑).그러다 보니 ‘인기 없는 동양화’를 위한 돌파구가 보이더란다. “역지사지가 떠오르더라. 내가 컬렉터라면 이런 그림을 사고 싶겠나 하는.” 전통을 품되 먹향과 먹빛이 도드라지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고가 헛되지 않았는지 그이는 이제 유럽과 미국·러시아 등에서 ‘예의주시’하는 작가다. 전시에는 연작 ‘일기일회’(At This Momemt·2017)와 ‘500마일’(2016) 등을 내놨다. 간혹 남성작가의 작품으로 오해를 받는다며 웃는다. 굳이 성별을 따지자는 게 아닐 거다. 흔들리지 않는 ‘선 굵은’의 다른 말일 테니. 작가 홍푸르메가 자신의 작품 ‘일기일회’(At This Moment·2017) 연작 중 한 점 앞에 섰다. 홍 작가는 오로지 먹의 농담만으로 광활한 세상을 탐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발칙한 상상이 만든 위트있는 풍경…김민주 참 발칙한 상상력이 아닌가. ‘게으른 산책’(2014)이란다. 훌훌 옷을 벗어던진 이가 숲으로 들어가 숲으로 나오는 소풍을 감행한다. 나무숲 틈으로 삐죽이 손을 내 책장을 넘기고 과일을 따고, 발끝으로 물을 튕긴다. 먹과 여린 채색으로 작업한 가로 435㎝ 대작. 사계절 신선놀음 같기도 하고 맨몸으로 와서 맨몸으로 떠나는 인생으로도 보인다. 작가 김민주 역시 즐기는 소재가 있다. 작은 배, 삿갓 쓴 나체의 인물, 나무·물·그물, 여기에 최근 등장시킨 책상·책꽂이 등. 이들을 엮어 조화로운 풍경을 꾸려내는 거다. 하나하나는 친숙하지만 ‘정상’은 아니다. 고기잡이 그물은 한쪽이 터져 있고(‘빈 배 가득 밝은 달만’·2014), 산 중턱에 꽂힌 배(‘사유의 섬’·2017), 세상에선 볼 수 없는 정체불명의 나무(‘사유의 숲’·2017) 등. 평범한 연립주택은 쉬는 집(휴가·休家)이 됐다(‘휴가’·2012). 3층에서 시작한 폭포가 2층을 거쳐 1층까지 이어지는. 김민주의 ‘휴가’(休家·2012). 평범해 보이는 연립주택을 쉬는 집으로 바꿔놨다. 집 안에 들인 나무·물·배·삿갓 쓴 나체의 인물은 김 작가가 즐겨 옮겨오는 소재다(사진=선화랑).김 작가의 장기는 편안함이다. 노동집약적인 세세한 묘사, 압도적인 규모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지 않는다. 김 작가는 “누구라도 어디쯤에 들어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그렇게 산책도 시키고 배도 태우고 휴가도 보냈다는 얘기다. 위트와 섬세함을 첩첩이 쌓은 그림을 그리며 김 작가는 일탈을 꿈꾸기도 했나 보다. “배야 이동하는 수단이지만 잠시 머물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하고. 그물을 터놨으니 잡힌 물고기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전시는 3월 10일까지다. 작가 김민주가 자신의 작품 ‘빈 배 가득 밝은 달만’(2014) 앞에 섰다. 김 작가는 작은 배, 삿갓 쓴 나체의 인물, 나무·물·그물, 여기에 최근 등장시킨 책상·책꽂이 등을 엮어 편안함을 무기로 조화로운 풍경을 꾸려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18.02.26 I 오현주 기자
 부산 도심서 기장 바다를 가장 빨리 만나는 법 '동해선'
  • [기차여행①] 부산 도심서 기장 바다를 가장 빨리 만나는 법 '동해선'
  • 드라마 ‘드림’의 촬영지인 죽성드림성당[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2016년 12월 동해선이 개통했다. 부전에서 일광까지 14개 역이 있으며, 총 28.5km에 이른다. 부산 도심에서 바다가 지척인 기장까지 37분이면 도착하고, 주말·공휴일 기준으로 44회 왕복 운행한다. 게다가 동해선은 복선전철이라 요금도 저렴하다. 동해선을 이용하면 가장 빠르고 알뜰하게 기장군을 여행할 수 있다. 이제 동해선을 타고 떠나보자.부산 도심에 자리한 벡스코역에서는 수영사적공원이 가깝다. 141번·63번 버스로 갈아타고 수영사적공원 앞 정류장에 내려 3~4분 걸어가면 된다. 수영사적공원은 조선 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수영성은 성곽이 대부분 사라지고, 주작문이라 불린 남문이 일부 남았다. 홍예문과 일부 성곽이 있고, 문 앞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박견(狛犬) 한 쌍이 있다. 부전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동해선공원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천연기념물 311호)와 부산 좌수영성지 곰솔(천연기념물 270호)이다. 좌수영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고목이다. 수령 500년이 넘는 푸조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로 불리고, 곰솔은 좌수영 군사들이 무사를 기원하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경상좌수영 수군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이며,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온 안용복 장군의 사당도 공원에 있다.국립부산과학관의 체험시설해운대의 장산 자락을 휘감고 신해운대역과 송정역을 지나면 기장군에 들어선다. 오시리아역에서 국립부산과학관이 700m 거리다. 걷기 힘들면 1번 출구 건너편에서 185번 버스를 탄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즐기는 과학기술 체험관이다. 내부는 자동차·항공우주관, 선박관, 에너지·방사선의학관 등 3개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되고, 외부에 천체투영관과 사이언스에코파크 등이 있다.티켓 발권 체험과 선착순 체험으로 나뉘는 탑승 체험물이 가장 인기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 월면 걷기, 자이로스코프 등은 선착순으로 티켓을 발권 받아야 한다. 2층 무인 티켓 발권기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발매하며, 키 130cm 이상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 법. 국립부산과학관은 아침에 가면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은 1층 어린이관을 이용한다. 어린이 놀이 시설에 과학을 더해 놀면서 배우는 공간이다. 대변항의 죽도에서 본 월드컵등대기장역에서는 죽성드림성당과 대변항이 가깝다. 죽성드림성당은 기장역 2번 출구로 나와 죽성사거리에서 기장군 6번 버스(약 30분 간격 운행)를 타고 두호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척이다. 해안가 절벽에 세워진 죽성드림성당은 SBS-TV 드라마 〈드림〉의 촬영 세트장이다. 최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회색 벽돌과 흰 벽체, 주황색 지붕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내부에는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죽성드림성당 인근에 있는 죽성리왜성과 죽성리해송은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기장죽성리왜성(부산기념물 48호)은 임진왜란 때 두호마을 뒤 해발 60m 남짓한 구릉에 둘레 960m 규모로 쌓은 일본식 성이다. 죽성만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선창을 끼고 있어 함선의 출입이 용이했을 터. 지금은 두호마을과 죽성리 주변의 바다 풍광을 즐기는 전망대로 좋다. 두호마을 정류장 인근에 죽성리왜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왜성의 흔적과 경사지게 쌓은 일본식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대변항 멸치광장에 세워진 조형물죽성리왜성에서 150m 떨어진 곳에는 기장죽성리해송(부산기념물 50호)이 있다. 해송 다섯 그루가 모여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수형이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다. 해송 사이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자그마한 당집이 들어선 것이 특이하다. 가지가 넓게 드리워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해송 아래 벤치가 있어 바다를 보며 쉬기 좋다. 대변항은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 유명하다. 죽성드림성당에서 남쪽으로 월전항을 지나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면 대변항에 닿는다. 대변항까지 3km 남짓한 거리로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길은 갈맷길 1-2구간에 속한다. 대변항의 여정은 월드컵기념등대부터 멸치광장, 죽도까지 이어진다. 월드컵기념등대는 방파제 입구에서 600m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2002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담았다. 방파제 너머로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라 불리는 장승등대도 손에 잡힐 듯하다. 대변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멸치광장에는 멸치를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영화 ‘친구’의 촬영지인 대변항 주변의 해안가대변항 남쪽에는 기장팔경 중 2경인 죽도가 있다. 기장군의 유일한 섬으로 다리가 놓여 건너갈 수 있지만, 개인 소유가 되어 철조망이 쳐진 지 오래다. 대신 죽도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대변항의 풍경이 좋다. 겨울 철새 붉은부리갈매기의 비상도 대변항 풍경에 한몫한다.동해선의 종착역은 일광역이다. 역에서 나와 700m 정도 걸어가면 일광해수욕장에 닿는다. 강송교에서 시작해 완만한 호를 그리며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해변을 차분히 산책해보자. 대변항, 일광해수욕장, 강송교, 학리마을과 방파제는 영화 〈보안관〉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송도해상케이블카의 크리스탈 캐빈바다 여행이 조금 아쉽다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입체감이 느껴지는 바다를 만나자. 송도해상케이블카는 하부 송도베이스테이션과 상부 송도스카이파크 사이 1.62km 해상을 오간다. 높이 86m 바다를 지나 주변 풍광 또한 시원하다. 총 39기 가운데 13기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이어서, 발아래로 짜릿함이 느껴진다.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의 풍경,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송도 앞바다와 송도구름산책로도 인상적이다.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송도스카이파크의 옥상전망대에 오르면 천혜의 비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오는 케이블카, 바다 건너 영도 봉래산과 흰여울문화마을, 남항대교와 높이 120m 부산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저녁에는 야경이 화려하다. 송도스카이파크 지하 1층에는 도펠마이어월드뮤지엄이 있다. 케이블카의 역사와 원리, 실물 케이블카를 만날 수 있어 들러보면 좋다.송도해상케이블카에서 본 송도구름산책로와 송도베이스테이션황령산도 부산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손꼽힌다. 황령산 정상 턱밑까지 도로가 나서 오르기 쉽다. 주차장에서 정상 전망대까지 350m, 넉넉히 10분이면 도착한다. 전망대는 광안대교 방면, 부산시청 방면, 서면 방면 등 모두 세 곳으로 시야가 확 트였다. 남쪽으로 해운대부터 영도 봉래산까지, 북쪽으로 금정산부터 해운대 장산까지, 서쪽으로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일대부터 엄광산과 백양산 사이로 낙동강도 보인다. 황령산봉수대 주변 전망대에서 본 구덕산 해넘이◇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1박 2일 여행 코스=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숙박)→송도해상케이블카→흰여울문화마을→국립해양박물관→부산삼진어묵(부산어묵체험·역사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황령산△가는길= ▷남해고속도로 냉정 JC→남해제2고속도로지선→서부산톨게이트→진양램프 에서 서면교차로 방면 오른쪽→삼전교차로에서 우회전→부전역▷경부고속도로 노포 JC→부산외곽순환도로 기장 IC→기장일광IC교차로에서 기장군청 방면 오른쪽→삼덕길에서 좌회전→고가차도 옆길로 나가 새싹삼거리에서 일광 방면 우회전→이화로로 직진→일광삼거리에서 우회전→일광역△주변 볼거리= 부산시민공원, 영화의전당, 국립해양박물관, 송도해안산책로, 동해남부선 옛길,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송정해수욕장, 해동용궁사, 칠암항 야구등대
2018.02.24 I 강경록 기자
 분홍빛 대게 속살 내음에...봄이 화들짝 깨다
  • [여행] 분홍빛 대게 속살 내음에...봄이 화들짝 깨다
  • 경북 울진 휘포항 위판장에서 경매에 부치기 전 갓 잡은 울진 대게를 바닥에 펼쳐놓고 있다.해질무렵 등기산정상의 팽나무 군락경북 울진 후포리에 최근 그려진 벽화. 울진과 관련한 테마들로 그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주변 집과 자연들이 오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는 점이다.[울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참 심술 맞다.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의 기세가 여전히 매섭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오듯이 어김없이 대지가 숨을 토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 게다. 이 기운을 쫓아 찾은 곳은 동해안의 작은 어촌마을, 경북 울진이다. 청정 바닷가 마을엔 이미 봄기운이 은근하다. 거센 파도를 몰고 온 바람에서도 훈풍 한 가닥이 살며시 실렸다. 이 바람을 따라 작은 포구가 올망졸망 이어진 해안길로 간다. 굽이굽이 차를 모는 한쪽에선 짭짤한 바닷바람과 깨끗한 파도가 차장을 두드리고, 다른 쪽에선 식당마다 쪄내는 분홍빛 대게 속살 내음이 후끈 끼쳐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구마다 봄기운 품은 바닷바람도, 대게 향기도 제대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울진이다.경북 울진 앞바다에 서식하는 큼지막한 대게는 다리와 속살의 모양이 마치 대쪽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색깔이 빨간 홍게와 대게는 전혀 종이 다르다. 지금도 대게가 많이 잡히지만 3월부터 잡히는 대게가 속이 차올라 더 쫄깃하고, 담백하다.◇대게 내음 가득한 후포항에서 봄을 느끼다 동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즐비하다. 그중 울진 해안도로(망양정~후포항)는 경관이 빼어난 코스로 꼽힌다. 울진 망향정에서 후포항을 잇는 약 102km의 해안길이다. 경북 울진 후포리에 최근 그려진 벽화. 울진과 관련한 테마들로 그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주변 집과 자연들이 오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는 점이다.몇 번씩 달려도 그때마다 새로운 표정과 빛깔로 다가오고, 찌들고 주눅 든 마음을 구석구석 매만져주고 위로해주는 그런 길이다.들머리는 울진에서 가장 아랫동네인 후포로 잡는다. 후포는 ‘휘라포(徽羅浦)’에서 유래했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포구라는 뜻이다. 사실 후포는 국내 최대 대게잡이 포구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른 새벽 후포항 공판장은 항구로 들어온 어선들이 대게와 홍게를 쏟아낸다. 지금부터 봄까지가 후포항이 가장 바쁜 시기다. 수산물을 사러 몰려든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려서다. 손님을 끄는 횟집 촌 아주머니의 시원스러운 목소리도 늦겨울 후포항의 또 다른 매력이다.대게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 등대가 있는 등기산으로 향한다. 후포항 안쪽에 자리한 후포리를 지나간다. 후포리는 TV 예능프로그램 ‘자기야 백년손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젊은 여행자들을 맡느라 더 분주하다. 후포리에 들어선 로드갤러리 덕분이다. 울진군은 행복만선을 주제로 로드갤러리를 조성했다. 구역별로 대게잡이와 금강송 군락지, 후포리 스카이뷰, 모자이크 타일벽화, 왕돌초 용궁 등 울진과 관련한 테마들이 벽에 그려져 있다.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어촌마을의 정취에 취해 걸을 수 있다.경북 울진 후포리에 최근 그려진 벽화. 울진과 관련한 테마들로 그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주변 집과 자연들이 오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는 점이다.로드갤러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등기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망사정’이다. 고려말 학자 아자 문학가인 안축(1282~1348)이 영동의 최남단 울진 후포를 찾아 등기산 정상에 세운 누각이다. 망사정과 함께 후포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는 명소다. 정상에 뿌리내린 팽나무 군락을 빼놓을 수 없다. 좌우로 가지를 뻗쳐 우람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의 팽나무 군락은 ‘영화 속 첫사랑의 장소’처럼 두 발 벌려 코발트 빛 후포 바다를 안고 있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련한 첫사랑의 향내가 파도처럼 왈칵 가슴으로 달려온다.거일리 울진대게공원거일리 앞바다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아스라이 봄빛 품은 정겨운 울진 바다등기산과 후포바다를 뒤로 떼밀면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후포항에서 직산리까지 약 20km 해안도로는 바다를 끼고 만들어져 있다. 울진의 전형적인 어촌마을을 가로질러 짭조름하고 비릿한 바닷냄새의 포구를 기웃거리며 느릿느릿 달리는 길이다.이 도로를 따라가면 울진 대게 원조 마을인 거일리에 닿는다. 거일은 ‘대게 알’을 뜻하는 ‘게알’에서 유래했다. 마을 초입에는 ‘울진 대게 원조 마을’을 알리는 울진 대게 공원이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대게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인 거일마을은 동해안 최대 어족자원 보고, 왕돌초를 안고 있다. 또 후포에서 거일리로 이어지는 바닷길은 전국 낚시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바다낚시 명당’이다. 갯바위를 후리는 파도에 맞서 손끝으로 왈칵 달려드는 짜릿한 손맛은 직접 느껴본 사람만이 그 참맛을 안다. 이런 명성을 살려 거일마을 앞바다에는 ‘바다낚시공원’을 만들어 전국의 낚시꾼들을 유혹하고 있다.울진촛대바위1해안도로를 따라 다시 길을 나선다. 여기서 진복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우뚝 솟은 바위가 눈에 띈다. 촛대바위다. 뾰족한 바위 꼭대기에 자라는 소나무가 마치 초 위에 촛불이 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도보 여행자도 드라이브를 즐기던 이들도 이쯤에서 꼭 한 번씩은 카메라를 까내 든다.망향정과 월송정도 해안도로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두 정자는 관동팔경에 속해 있는 대표 명승지다. 시간이 있다면 망향정 바로 앞 해맞이 공원에서 일출을 감상하거나, 월송정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걸어도 좋다.나곡 낚시공원울진 가장 윗동네인 북면 나곡에 최근 바다낚시공원이 새로 들어섰다. 울진군은 관리소부터 낚시 구름다리까지의 이동로, 그리고 인근 전망대까지 묶어 공원으로 조성했다. 탁 트인 동해와 그 위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뾰족뾰족 서 있는 해안절벽의 조화로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나곡 바다낚시 구름다리는 총 130m로 그리 길진 않지만 넓은 발판으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입장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니 낚시꾼이라면 꼭 확인해야 한다. 바다낚시공원 입구에 자리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촬영지도 함께 들러볼 만하다. 언덕에 위치해 해안선을 한눈에 굽어보기도 좋다.나곡 낚시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여행메모울진 지도(그래픽= 이동훈 기자)△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풍기IC를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를 거치면 울진 서면이 나온다. 여기서 불영계곡을 지나면 후포항이 가깝다. 영동고속도로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 국도를 타면 후포읍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먹을 곳= 요즘 울진의 대표 먹거리는 단연 대게다. 초겨울에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봄까지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 대게를 먹고 싶다면 후포리의 왕돌회수산(054-788-4959)과 죽변리의 후계 울진 대게 센터(054-783-8918)를 추천한다. 겨울 별미 곰치는 죽변리의 명물곰식당(054-783-7575)이 유명하다. 최근 이어진 한파로 곰치잡이 배가 출항하지 못해 물량이 부족하니 미리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곰치 대신 장치도 별미다. 동해의 졸깃한 물회가 먹고 싶다면 죽변리의 정훈이네횟집(054-782-7919)이 맛있다.△볼거리= 울진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2018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축제’가 다음 달 1일부터 4일까지 후포항 한마음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울진 대게와 쫄깃하고 담백한 풍미의 붉은 대게는 누구에게나 인기다. 올해 축제에는 월송 큰 줄 당기기 등 전통 민속놀이와 더불어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다양한 주제로 펼쳐진다. 이 외에도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레크리에이션, 대게 및 붉은 대게 직판, 관광객 특별 경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죽변리 명물곰식당의 ‘장치국’대게 볶음밥
2018.02.23 I 강경록 기자
 버려진 우물과 윤동주의 공간
  • [현창용의 공간·공감] 버려진 우물과 윤동주의 공간
  • 서울 종로구 부암동 고갯길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이데일리DB윤동주문학관의 리모델링 전 수도가압장 모습.(자료=아뜰리에 리옹 서울 홈페이지 캡처)[현창용 Architects H2L 대표] 평창올림픽 개막과 설 연휴까지 즐거운 날들이 선물처럼 안겨진 2월이다. 평년보다 더욱 짧게 끝나 버릴 것 같은 올해 2월, 그래서 더욱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소개하고 싶은 공간이 있다. 오는 2월16일은 시인 윤동주의 기일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묘사하면서도 이면에서 일제치하의 비극적 시대를 대변하고자 했던 시인 윤동주. 그의 기념관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마치 그의 성품처럼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고갯길에는 1970년대에 지어진 수도가압장이 있다. 흔히 ‘공공 물탱크’라 불리는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 박스 건물이다. 상수도망이 각 가정에 닿지 않던 시절 마을단위로 수돗물을 저장해 두던 곳인데 수도사업이 확대되면서 무용해지자 방치돼 있었다. 물을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 크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은 건축가의 손을 거쳐 그 공간의 감성에 꼭 맞는 사람을 기리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이 수도 가압장은 물을 가둬두는 단순한 목적에 맞게 진입공간 및 물탱크 2개가 전부다. 건축가는 그 중 2개의 물탱크를 하나는 열고 하나는 닫아 두 개의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전시물’이 있는 유적관과 미술관이 아닌 ‘시인’을 위한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 건축가는 최소한의 변형을 통해 두 개의 콘크리트 박스를 윤동주의 삶을 은유하는 매개체로 바꿔 냈다. 기념관에는 3개의 전시장이 있는데 진입공간을 1전시장으로 삼아 시 몇 편을 전시했다. 그리고 두 개의 물탱크가 2, 3전시장이 되는데 2전시장은 물탱크의 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 물이 담기던 공간에 빛이 쏟아지고 수십년간의 물때가 낀 공간은 그 무늬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엔 다시 물이 담긴다. 일제 치하의 굴욕적 시간을 일본에서 보낸 윤동주 개인의 역설적인 시간은 어쩌면 지붕이 열린 물탱크를 통해 기록될는지 모른다.3전시장은 사다리가 달려 있던 ‘점검구’를 열고 나머지는 그대로 뒀다. 아직 물내가 나는 것 같은 음습한 물탱크 위에서 작은 빛줄기가 든다. 뜯어낸 사다리는 접합부만 남아 빛을 향해 올라갈 수 없음을 자각케 한다. 답답하고 절망적인 공간, 하나의 빛과 버릴 수 없는 희망, 뜯겨진 사다리. 윤동주의 시가 쓰여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 공간이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건 아닐까. 윤동주의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널리 알려진 ‘자화상’이란 시가 수록돼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도로 가 들여다 보니 그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하략)’미워졌다, 그리워졌다, 안쓰러워져 자꾸 돌아보게 되는, 그래도 다시 미워지는 한 사나이. ‘자화상’은 독립운동이 들불처럼 일던 당시를 살아가는 윤동주의 내적 갈등과 많은 결심들이 녹아 있다. 윤동주의 장례식에서도 낭독됐을 만큼 ‘자화상’의 화자는 본인으로 해석되곤 한다.우물 속에 갇힌 자신을 자꾸만 들여다 보아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간 한 시인의 기념관이 ‘물탱크’에 자리하게 된 건 우연일까. 버려진 물탱크가 윤동주를 품게 된 것은 운명이 아닐까. 윤동주의 시는 시대의 거울이다. 윤동주를 위한 공간이 그 사람을 그리고 그 시대와 오롯이 닮아 있기에 우리가 들여다 볼 수 있는 어떤 기념관보다 담백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공간이 됐다. 두 개의 물탱크, 윤동주의 우물. 2월이 오면 쌀쌀한 아침 공기를 헤치고 한번쯤 찾아가 볼 만 한 곳이다. 현창용 Architects H2L 대표.☞현창용 대표는?- 현(現) Architects H2L 대표- 현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건축사/건축학박사/미국 친환경기술사(LEED AP)
유진로봇,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 국내 첫 공급
  • 유진로봇,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 국내 첫 공급
  •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로봇전문기업 유진로봇은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GoCart)를 국내 최초로 을지대학교병원에 공급한다고 9일 밝혔다. 고카트는 유진로봇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담긴 자율주행 솔루션을 탑재해 정확한 공간 분석을 하고, 목적지로 스스로 물건을 배송하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고카트는 지난 2015년 프로토타입 개발 후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을 비롯해 스페인, 뉴질랜드의 요양기관과 독일 코카콜라 등에서 현장 테스트를 거친 후 2017년 하반기 상용화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를 통해 을지대학교병원에서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고카트의 자율주행 기술과 물류배송 서비스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 2018년 1월부터 고카트를 정식으로 공급하게 됐다.고카트는 검체, 의료 샘플, 멸균용품, 약품, 스낵, 음료, 식사 등의 저용량 물류부터 린넨이나 폐기물과 같은 고용량의 물류까지 배송 가능하며, 스테레오 카메라, 3D 센서, 초음파 센서 등을 활용해 공간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사람이나 장애물을 인식해 충돌을 피하고 우회하는 등 자율 주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진로봇에서 개발한 로봇관제시스템(FMS, Fleet Management System)을 스마트 빌딩의 내부 시스템과도 연동이 가능해서 활용도가 높다. 고카트는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층간 이동을 할 뿐 아니라 자동문도 통과할 수 있어 복잡한 동선을 가진 광역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병원 내에서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구름 다리는 물론,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탑승해 건물 및 층간 물류 이동을 수행한다.고카트는 을지대병원 본관 진단검사의학과 내부를 하루에 네 번 순회하며 필요한 검체를 이동하고, 11시와 오후 3 시 30분에는 신관 5층 건강검진센터로 이동하며 일정한 시간과 경로에 따라 물류 이동을 수행한다. 필요시 사용자가 호출하면 같은 건물 내 다른 장소, 다른 건물의 장소로 이동하여 물류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진로봇(056080) 관계자는 “고카트가 의료용품이나 의료 샘플 등의 단순 물류 이동을 하는 동안, 병원 내 근무하는 간호사는 환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더 늘려 전인적 간호에 힘쓰고 연구원 등은 더욱 고차원적인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환자들의 만족도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진로봇은 고카트를 포함해 앞으로도 우리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로봇기술력 개발과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18.02.09 I 정태선 기자
2018년 2월 첫째 주 ‘띠별 운세’
  • [카드뉴스]2018년 2월 첫째 주 ‘띠별 운세’
  • [이데일리 그래픽 정은주] 2018년 2월 첫째 주 띠별 운세입니다.◇쥐띠: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속은 부족한 시기입니다. 무슨 일이든 이해득실을 잘 따져보고 움직이세요. 60년생 - 미심쩍은 일이나 문제가 될 만한 일은 미리 확인하세요. 매사에 철저한 확인과 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72년생 - 문서나 돈거래는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보세요. 84년생 - 마지막까지 방심하거나 긴장을 놓지 마세요. 끝이 좋아야 결과도 좋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세요. 96년생 - 몸은 분주하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적은 시기입니다. 실속이 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마세요.◇소띠: 매매나 거래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결정할 일이 있으면 시간을 끌지 말고 빨리하세요. 61년생 - 늦었다고 한탄하지 말고 실력을 키우는데 힘쓰세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73년생 - 손윗사람이나 선배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 때입니다. 너무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않도록 하세요. 85년생 -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정직한 모습을 보이세요. 거짓말이나 변명을 하면 오히려 일이 커질 수 있어요. 97년생 - 손윗사람이나 부모님의 뜻을 잘 따라야 할 때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묵묵히 따르세요.◇호랑이띠: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거나, 목소리를 너무 높이지 마세요. 튀는 언행은 피하는 것이 좋은 때입니다. 62년생 - 일이나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기입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이세요. 74년생 - 즉흥적인 결정이나 판단은 피하도록 하세요. 무슨 일이든 꼼꼼히 따져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86년생 - 주변과의 갈등 해소나 관계 개선에 좋은 시기입니다. 그동안 쌓인 오해가 있다면 빨리 풀도록 하세요. 98년생 -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지 마세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좋습니다.◇토끼띠: 자신의 것은 자신 스스로 챙기도록 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63년생 - 말보다는 문서나 서류를 우선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잘 모르는 사람은 쉽게 믿지 마세요. 75년생 - 사사로운 정 때문에 곤란을 겪을 수 있어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고, 매사에 원칙을 지키세요. 87년생 -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형편에 맞게 지내야 할 때입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욕심내지 마세요. 99년생 - 작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에요. 다만 지나친 자만이나 허세는 피하도록 하세요.◇용띠: 과욕이나 무리한 일은 피해야 할 때입니다. 너무 큰 성과만 바라지 말고 작은 일에도 만족하세요. 52년생 - 자신보다는 주위 사람을 먼저 생각하세요.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베푸는 것이 좋은 시기입니다. 64년생 -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시기입니다. 겸손하고 양보하는 자세로 한 주를 보내도록 하세요. 76년생 - 예상하지 못한 고비나 어려움이 찾아올 수 있어요. 매사에 원칙과 순리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88년생 -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나 내기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에요.◇뱀띠: 그동안 기다리던 소식이나 반가운 사람이 찾아올 거에요. 미혼이라면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어요. 53년생 - 집 안에 웃음이 가득하고, 기쁨이 넘치는 시기입니다. 자녀에게 경사가 있거나 가족이 늘어날 거에요. 65년생 - 마음먹은 일이 있다면 늦기 전에 시작하세요.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77년생 -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도 너그럽게 감싸주세요. 89년생 -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적당히 속도 조절을 하세요.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말띠: 길운이 함께 하니 일과 학업에 좋은 시기입니다. 다만 자신 없는 일이나 잘 모르는 분야에 뛰어들지 마세요. 54년생 -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말고 중도를 걷도록 하세요.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간섭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66년생 -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시기입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주변과 나누도록 하세요. 78년생 -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계획 대로 밀고 가세요. 오랜 시간 바라던 일이나 소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90년생 - 일석이조, 돌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만사가 순조롭고 뜻한 대로 풀릴 거에요.◇양띠: 재운도 좋고, 관운과 애정운이 좋은 한 주가 될 거에요. 머리 쓰는 일을 하기에도 좋은 시기입니다. 55년생 -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만사가 순조로운 시기입니다. 여행을 떠나거나 약속을 잡는 것도 좋을 거에요. 67년생 - 자존심을 앞세우기보다는 실속을 챙기도록 하세요. 머리를 숙여야 할 때는 숙이는 것이 좋습니다. 79년생 - 좋은 성과를 거두거나 재물을 얻을 수 있는 때입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주변에 베풀도록 하세요. 91년생 -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을 발휘하기에 좋은 한 주에요. 무슨 일이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하세요.◇원숭이띠: 주변의 질투나 시기에 주의해야 할 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흠 잡힐 만한 일은 피하도록 하세요. 56년생 - 사람이 많은 곳이나 시끄러운 곳은 피하세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 때입니다. 68년생 -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끼어들지 마세요. 80년생 -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잘 구분하세요. 두 마리 새를 쫓다가 한 마리도 못 잡을 수 있어요. 92년생 - 신속한 결정과 빠른 행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말고 잡도록 하세요.◇닭띠: 적당한 순발력과 융통성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변화가 많은 시기이니 주위를 잘 살피도록 하세요. 57년생 -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조금 참는 것이 좋습니다. 69년생 - 주변 상황과 흐름을 잘 따라야 하는 시기입니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81년생 -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잠시 몸을 낮추도록 하세요. 머지않아 구름 속의 해가 모습을 드러낼 거에요. 93년생 -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에 만족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유흥이나 쇼핑에 쓰는 돈도 줄이도록 하세요.◇개띠: 눈앞의 이익을 따지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세요. 재물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중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58년생 -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시기입니다. 너무 아까워하지 말고 써야 할 때는 쓰도록 하세요. 70년생 - 부정한 일이나 정당하지 못한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정직하고 공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82년생 - 성실한 태도와 책임감 있는 모습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른 사람 탓하지 말고 자신부터 돌아보세요. 94년생 - 주위 사람의 기대나 신뢰를 저버리지 마세요. 자신이 한 말이나 약속은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돼지띠: 자신의 능력과 힘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한 눈 팔지 말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세요. 59년생 -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남쪽이나 동쪽에서 구하세요.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편안한 한 주입니다. 71년생 - 해야 할 일들이나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시기입니다. 괜히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세요. 83년생 - 다른 일에 한 눈 팔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잘 지키세요. 욕심을 부리면 득보다 실이 많을 거에요. 95년생 - 자신의 주관과 소신을 지켜야 하는 시기입니다. 멀리 이동을 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2018.01.28 I 정은주 기자
몸무게 9배 중력·감각 상실…'극한'과 사투 벌이는 전투기조종사
  • [르포]몸무게 9배 중력·감각 상실…'극한'과 사투 벌이는 전투기조종사
  • 올해 6월 공군 KF-16 전투기가 20전투비행단에서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군][청주=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차량 운전석 보다 비좁은 공간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투기 조종사들이다. 이들의 신체적 고통과 비행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껴보기 위해 지난 22일 청주 공군사관학교에 있는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를 찾았다. ◇몸무게 6배 중력…시야 어두워지고 혼절 직전까지먼저 G-테스트라고 불리는 가속도 내성 훈련을 했다. 탑승 전 ‘윽! 크흐’ 소리를 내는 특수 호흡법을 연습했다. 중력 부하가 가해지면 피의 대부분이 다리 쪽으로 쏠려 머리의 혈류는 거의 끊긴다. 피가 뇌에 돌지 않으면 정신을 잃는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은 숨을 들이마신 후 ‘윽’ 소리와 함께 폐의 압력을 높여 심장이 운동할 수 있는 가슴 공간을 만든다. 이후 ‘크흐’ 소리를 내며 숨을 내뱉는다. 3초 간격으로 해야 하지만, 이 박자를 놓치면 혼절하고 만다.장비에 탑승해 안전벨트와 발판 길이를 조정하고 교관의 지시를 기다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다 ‘3, 2, 1’ 소리에 맞춰 조종간을 몸쪽으로 끌어당겼다. 기계의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2~3G 구간부터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바깥쪽부터 어두워졌다. 몰아넣은 숨을 아껴가며 특수호흡법을 계속했지만 앞이 완전히 안보이는 블랙아웃(black-out) 현상이 시작되는 듯했다. 혼절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특수호흡법을 격하게 시도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신을 놓기 직전 훈련 통과 요건인 6G를 넘어섰다는 교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조종간을 놨다. 급속도로 1.4G까지 낮아진 탓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떨어진듯한 느낌이었다. 앞선 동료기자는 8G에 다다를 때까지 견디다 혼절했다. 대기실로 돌아와 후들거리는 다리 탓에 털썩 주저앉았다. 실핏줄들이 터져 붉은 점들이 팔 전체에 퍼져 있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공중 교전이나 훈련 시에 7~9G 정도의 높은 중력을 받는다고 했다.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임무 때도 4~6G의 중력이 가해진다. 평균 연 200시간 정도 비행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고통을 짐작케했다. 기자가 중력을 견디는 가속도 내성 훈련을 위해 장비에 탑승해 훈련 교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군]◇비행착각, 현상, 몸이 느끼는 것과 항공기 실제 자세는 달라다음은 비행착각 훈련이었다. 비행착각은 눈과 귀 등 인간 신체가 전달하는 균형 감각 정보의 한계 때문에 조종사가 항공기의 위치와 자세, 속도 등 움직임에 대한 인지능력을 순간적으로 상실하는 상태다. 장비가 축을 중심으로 45도로 기울어진 채 뱅글뱅글 도는 탓에 어지러웠지만, 이내 수평을 찾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왼쪽을 바라보세요”라는 교관의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렸더니 머리가 팽 돌았다. 온몸이 오른쪽 상공으로 치솟는 느낌이었다. 사실 장비는 왼쪽으로 기운 채 선회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화면에 수평을 그리며 펼쳐진 구름이 떠올랐다. 전투기도 이에 맞춰 비행 중 인듯 했다. 그러나 교관이 수평 정도를 확인하라며 보여준 ‘자세계’ 화면에는 전투기가 왼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눈과 귀로 느끼는 균형 정보만 믿고 비행하다가는 바다나 땅으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의미다. 5분여의 훈련에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비상탈출(Ejection) 훈련에선 비상상황에서 안전하게 항공기를 탈출하는 훈련을 했다. 조종석에 앉아 다리 사이의 레버를 손목의 힘으로 힘껏 당기자, 조종석이 스프링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머리 위를 강하게 짓누르는 6G 가량의 압력에 ‘억’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관은 “실제 비행환경에선 11G까지의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탈출시 머리와 몸을 좌석에 밀착시켜야 혼절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비상상황을 가정한 비상탈출 훈련에서 기자가 항공기 좌석이 6G의 압력으로 튀어오르는 환경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공군]◇실제 임무 수행시 다양한 장애요소 동시에 극복해야마지막은 고공 저압 훈련이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2만5000피트(7620m) 고도에서 느끼는 신체 변화를 점검했다. 고도가 올라갈 수록 귀안이 팽창해 고막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2만5000피트 고도에 이르자 산소마스크를 뗐다. 저산소증으로 3분도 채 되지 않아 손발이 저려오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머리가 멍해질 때쯤 교관이 급히 산소마스크를 다시 씌워 실신을 면했다. 비상탈출 훈련을 제외한 이들 훈련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 수행 중 다반사로 겪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개별적이 아니라 한꺼번에 온다는 점이다. 임성철 기동생리훈련과 교관(예비역 공군대령)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급격한 기동으로 인한 중력 변화 상황에서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서 “3차원 공간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눈과 귀의 감각 상실도 이겨내야 하는 등 가혹한 공중 환경에서 사투를 벌인다”고 말했다.
2017.12.24 I 김관용 기자
2017 유튜브 최다 시청…1억5000만명 울린 주역
  • [줌인]2017 유튜브 최다 시청…1억5000만명 울린 주역
  • 좌측부터 송명숙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부장, 박병곤 제일기획 인도법인 프로.(사진=각 사)[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이 광고는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믿게 한다.’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005930)가 인도에서 방영한 ‘서비스 밴’ 광고를 두고 이같이 극찬했다. 이 광고는 삼성전자의 ‘찾아가는 A/S 서비스’를 소개한 것으로 제일기획(030000) 인도법인이 기획·제작했다. 포브스만 감명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인도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이 광고를 보고 감동했다. 1억 5000만 건을 돌파한 유튜브 조회수가 이를 입증해준다. 서비스 밴 편은 올해 유튜브에 등록된 광고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해 ‘올해 최다 시청 광고’로 선정되기도 했다.서비스 밴 광고는 삼성전자가 제일기획과 손잡고 지난해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캠페인 광고의 두 번째 편이다. 양사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스마트 스쿨을 시작으로 △서비스 밴 △삼성기술학교 △세이프 인디아 편을 차례로 공개했다. 4편의 캠페인 가운데 서비스 밴 편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광고 제작에 참여한 송명숙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부장과 박병곤 제일기획 프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지의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영화적인 기법으로 접목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정적인 배경 음악과 감성적인 영상미가 어우러져 소비자의 감수성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자료=삼성전자)두 사람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베테랑이다. 송 부장은 2007년 ‘보르도TV’ 글로벌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유명 영화감독인 팀버튼 감독과 협업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 ‘시리즈9 노트북’과 2015년 ‘셰프컬렉션’ 주방가전 제품 글로벌 론칭 등에 참여했다. 박 프로는 2012년 KT 기업 PR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후 그는 러시아에서 코카콜라 산하 브랜드인 ‘도브리(Dobry)’ 캠페인을, 우크라이나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 광고를 기획했다. 두 사람은 서비스 밴 편에서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찾아가는 A/S 서비스’(We will take care of you wherever you are)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인도의 13억 인구 중 70%를 차지하는 교외 지역 고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인도의 열악한 교통 환경에도 고객이 요청하면 삼성전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풀어내기에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광고는 인도 북서부 히마찰 프라데시 산간지역에서 촬영했다. 이곳은 히말라야 산맥을 끼고 있는 고산지대다. 이런 탓에 촬영이 순탄치 않았다. 박 프로는 “추운 날씨와 협소한 도로 등의 환경으로 촬영에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광고에서도 삼성전자의 서비스 차량인 밴은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지나고 도로 한 가운데 나무가 쓰러져 비포장도로로 우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인도의 풍경이 소비자에게 전해진다.삼성전자 인도 ‘서비스 밴’ 광고 속 명장면. 출장 기사가 고친 TV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친구의 노래를 듣는 맹아원 아이들의 모습.(사진=제일기획)광고의 하이라이트는 고객을 만나는 장면이다. 목적지에서 서비스 기사를 맞이한 고객은 앞을 못 보는 맹아원의 아이들이었다. 언뜻 이들에게 불필요해 보이는 TV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맹아원 친구의 노래를 ‘청취’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수리된 TV 앞에 둘러앉은 맹아원 아이들이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친구의 노래를 들으며 기뻐하는 장면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박 프로는 “맹아원 아이들은 모두 실제 시각장애인으로 카메라 앞에 서 본 적이 없다”며 “이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광고로 인도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올해 인도 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로 삼성전자가 꼽힌 것이다. 송 부장은 “긍정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바이어들의 신뢰가 높아지는 성과도 있었다”며 웃었다.외신의 찬사도 이어졌다. 포브스 외에 미국 IT 전문 매체 씨넷(CNET), 독일 시사 주간지 슈테른 등이 이 광고를 ‘인도 내 최고 히트 영상’으로 소개했다.삼성전자와 제일기획은 내년에도 CSR 캠페인 광고를 제작·방영할 계획이다. 송 부장은 “CSR 광고 캠페인을 통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인도 소비자들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7.12.22 I 송주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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