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렬
  • 영역
  • 기간
  • 기자명
  • 단어포함
  • 단어제외

뉴스 검색결과 348건

현대百, '언택트' 봉사활동 확대
  • 현대百, '언택트' 봉사활동 확대
  • (사진=현대백화점)[이데일리 함지현 기자]현대백화점은 코로나 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가 일상화되면서 주요 임직원 봉사활동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먼저 지난 2015년 문화예술분야지원을 위해 판교점에 설립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임직원들이 직접 그림책 도슨트(해설사)로 참여하는 ‘파랑새 도슨트’ 봉사활동(파랑새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을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활동은 ‘책’ 미술관의 특징을 살려 그림책의 깊이 있는 감상을 돕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하여 ‘언택트 도슨트’로 운영한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직원들이 직접 작품 해설을 해주던 지난해와 달리 운영 방식을 바꾼 것이다.특히, 이번 ‘파랑새 도슨트’는 봉사에 참여한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원고로 그림책을 해설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참여 직원들은 사전에 그림책 4종(엉뚱한 피자 모험 이야기·나를 찾아서·기이하고 기묘한 서커스·빨간 안경)에 대해 공부하고 도슨트 교육을 받았다.현대백화점은 해당 영상을 그림책과 함께 어린이병원에 입원 중인 환아들에게 전달하며, 영상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MOKA’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또한 특정시점에 한 장소에 모여 단체로 진행하던 ‘단체 봉사활동’도 ‘재택 봉사활동’으로 진행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동영상 자막속기 봉사활동 ‘러브 핑거스’, 교실 숲 조성 사업에 쓰이는 ‘플라스틱 업사이클 화분 만들기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없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언택트‘ 나눔 활동을 진행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사회와 취약 계층을 위해 다양한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원의 손길이 더욱 필요해진 전국 17곳 지역아동센터에 마스크 약 1만 4000장, 위생용품 1200개, 태블릿PC 180대를 지원했다. 초등학교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 시내 초등학교 12곳에 총 2800여 그루에 공기정화식물도 전달하는 등 아동 복지 및 학습 환경 개선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20.07.17 I 함지현 기자
<5> "복제한 성화 팝니다"…교회, 블루오션에 뛰어들다
  • [이주헌의 혁신@미술]<5> "복제한 성화 팝니다"…교회, 블루오션에 뛰어들다
  • 복제해서 대량생산할 수 있는 판화. 그 조상격인 ‘목판화’를 서양에서는 14세기 말부터 본격 제작했는데, 여기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이는 미술가도 장인도 아닌 교회와 수도원이었다. 성화를 가질 수 없는 가난한 신도를 대상으로 ‘복제한 성화’를 팔았던 거다. 매스미디어 아트의 잠재력을 알아본 ‘가치혁신’이었다. 그즈음인 1423년경 제작된 작자 미상의 ‘성 크리스토포루스’(St Christophorus)는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목판화 중 하나다.미술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밥으로만 채울 수 없는 풍요와 평화를 안겨줬으니까요. 그림의 힘이고 조각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할이 이뿐이라 한다면 미술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문명을 이끌고, 의식을 뒤집고, 결정적으로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것을 못 본 겁니다. 미술의 사조와 양식이 탄생할 때마다 세계경제에는 ‘변화의 그림’이 걸렸습니다. 바로 ‘혁신’을 주도했던 겁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미술로 이룬 혁신’의 현장입니다. 3D 컴퓨터그래픽에까지 이어지는 이집트 미술, 스페이스X 민간우주선의 근원인 그리스 미술, 대량생산의 개념을 만든 목판화, 메디치가문의 부가 만든 피렌체 미술,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인상파 미술 등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혁신의 아이콘’까지.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주헌 미술평론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있다. 수고한 사람 따로 있고 덕 보는 사람 따로 있다는 말이다. 인생사나 비즈니스에서 곧잘 일어나는 일이다. 얼핏 불공정해 보이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곰’이 자신의 재주를 알아보지 못한 반면, ‘왕서방’이 이를 알아보고 그 권리를 사용했다면 가치를 알아본 사람이 그만한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단순히 기술이나 품질의 제고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단위(單位)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기술과 노하우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할 때 최상의 가치를 창조할지 전체와 맥락을 통찰하는 능력에서도 나온다. 꼭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역시 혁신을 초래한다. 이른바 ‘가치혁신’이다. △소프트웨어 가치 알아본 빌 게이츠…곰 재주 알아본 ‘왕서방’ 돼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 운영체제는 빌 게이츠(65)가 직접 만든 게 아니다. 그는 불과 7만 5000달러(약 9000만원)를 주고 다른 회사로부터 86-DOS를 구입했다. 게이츠는 86-DOS를 보완해 이를 MS-DOS로 IBM에 공급했다. 1981년 애플이 주도하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IBM은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IBM은 운영체제를 ‘아웃소싱’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이를 공급받았다. IBM은 ‘돈이 되는’ 컴퓨터 본체를 생산하니 운영체제처럼 ‘부수적인’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게이츠는 컴퓨터의 미래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달려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IBM에 MS-DOS를 팔 때도 제삼자 사용권 등 운영체제에 대한 권리는 넘기지 않았다. 이후 컴퓨터 제조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저마다 MS-DOS를 사용하자 게이츠가 가치혁신의 주도자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우리가 알 듯 그는 컴퓨터산업의 ‘왕서방’이 되었고, 86-DOS의 권리 일체를 다 판 최초의 개발사나 갈수록 쇠락한 IBM은 결과적으로 ‘곰’이 되고 말았다. 미술의 여러 장르 가운데 판화는 근대 미디어산업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 문명사적 의미를 지닌다. 모든 판화예술의 조상격인 목판화는 서양의 경우 14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초기에 이 신생 예술로부터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이는 미술가나 장인들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교회와 수도원이었다. 교회와 수도원이 ‘매스미디어 아트’로서 판화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블루오션’을 개척해 가치혁신의 선구자가 된 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널리 알려져 있듯 목판인쇄술의 원류는 중국이다. 3세기 초 비단에 목판으로 꽃무늬를 찍은 한나라의 유물이 지금껏 전해진다. 중국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일찍부터 목판인쇄술이 발달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현전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통일신라시대의 것(751년 이전)으로 추정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목판인쇄술이 뒤늦게 꽃피었다. 중국식 목판인쇄술이 유럽에 전파된 게 13세기 무렵이다. 이 수입기술을 발전시켜 유럽에서는 14세기 말부터 목판화를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유럽의 판화예술은 이처럼 그 출발이 아시아에 비해 상당히 늦었다. 하지만 초기 목판화 시장의 급격한 확산을 토대로 동판화·석판화 같은 혁신적인 판화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종류의 판화작품들을 양산함으로써 이후 판화예술뿐 아니라 신문·잡지 등 미디어산업을 선도하게 된다. 초기에 판화시장 확대를 주도한 교회와 수도원이 바로 그 성장의 디딤돌을 놓아준 것이다. 작자 미상의 ‘성 크리스토포루스’(St Christophorus).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목판화 중 하나로 1423년경 제작됐다. 크리스토포루스는 가나안(혹은 시리아) 출신의 3세기경 인물. ‘그리스도를 업은 자’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기독교 성인 14명’ 중 한 사람으로 항해자·여행자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됐다. 영국 맨체스터 존 라이랜즈 도서관 소장.△목판화 제작해 이득 본 건, 미술가·장인 아닌 교회·수도원 중세 유럽인들은 잦은 전쟁과 전염병, 기근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다. 흑사병이 심하게 돈 14세기에는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그 제물로 사라졌다. 이런 시련 속에서 사람들은 재난과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신의 은총과 가호뿐이라고 생각했다. 중세 초부터 유럽의 교회와 수도원은 성인(聖人)과 순교자의 유해 같은 성유물(聖遺物)을 수집했는데, 이는 성유물에 병을 치유하고 재난을 막아주는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많은 순례자가 그 기적을 체험하고자 소장처를 찾아다니니 교회와 수도원은 더욱 열정적으로 성유물을 수집했고, 성유물로 소문난 교회와 수도원에는 신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엄청난 수입이 발생했다. 성유물에 대한 믿음과 함께 성화(聖畵)에 대해서 또한 기적과 은총의 통로라는 인식이 자라났다. 성인이나 순교자를 그린 성화를 개인이 소유하는 것은 그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성화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컸지만, 대다수의 가난한 신자들에게 성화 소유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즈음 값싼 복제미술인 목판화가 제작되기 시작하자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 게 교회와 수도원이었다. 교회와 수도원이 직접 나서서 성화 목판화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했고 이를 신자와 순례자에게 팔아 그들도 ‘은총을 소유할 기회’를 갖게 했다. 이 블루오션의 개척으로 교회가 큰 이득을 봤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제작한 목판화의 인기 주제 가운데 하나가 성 크리스토포루스(St Christophorus·크리스토퍼)였다. 1423년경에 제작된 작자 미상의 목판화 ‘성 크리스토포루스’를 보면, 크리스토포루스가 어린 예수를 어깨에 태워 나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힘이 세고 건장한 크리스토포루스는 강가에서 지내며 돈이 없어 배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기 어깨에 태워 건네주곤 했다. 한 번은 어린아이를 옮겨주다가 아이가 갑자기 너무 무거워지는 바람에 가까스로 강을 건넌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예수였다. ‘예수를 건네준’ 크리스토포루스는 이후 뱃사공과 어린이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졌고, 그의 이미지를 본 사람은 그 당일에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그때부터 뱃사람을 비롯해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성 크리스토포루스 목판화를 구입했고, 이 문화는 오늘날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서양인들이 자동차에 성 크리스토포루스 이미지를 새긴 스티커나 장식물을 부착하는 문화로 남아 있다. △통찰력을 얻으려면…기능적 사고 넘어 통합적 사고 필요일찍이 ‘블루오션 전략’을 주창한 프랑스 인사이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석좌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가치혁신이론’을 제안하며, 기업들로 하여금 신기술 개발에만 매달리지 말고 성장이 제한된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고 권했다. 두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굴지의 세계적 기업들은 대부분 기존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싸우는 것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크게 성공했다. 곰이 부리는 재주가 기술혁신이라면, 그런 단위 혁신을 뛰어넘어 전체를 꿰뚫어봄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게 왕서방의 혁신, 곧 가치혁신이다. 이런 통찰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기능적 사고를 넘어 통합적·통섭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생각의 탄생’(2001)의 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한 다음의 말을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에게는 통합적인 마인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 혁신의 기법이란 항상 모든 분야에 걸쳐 있으며 다양한 방법론을 가진다. 따라서 미래는 우리가 앎의 방법 모두를 통합해서 통합적 이해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왕서방으로 상징할 가치혁신의 선구자들이 그 통합적 이해의 달인들이다. ※ 성화 聖畵·Holy Picture. ‘종교화’라고도 부르듯, 대개는 목적을 두고 그린 그림이다. 예배·전례·수신·포교·찬미 등의 종교활동이 그것이다. 종교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주로 신이나 신적 인격을 형상화한다는 맥락은 유사하다. 이슬람교나 유대교에서는 세상에 하나뿐인 절대신을 도상으로 표현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불교와 기독교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기독교, 종교가 곧 삶이던 고대·중세시대에는 걸작이라 불리는 회화의 대부분이 성화로 제작됐다.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서는 절정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프라안젤리코, 보티첼리,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쟁쟁한 대가들의 손과 붓 역할이 컸다. 매체도 가리지 않아 종이와 캔버스는 물론 벽과 제단에까지 성화가 진출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가진 자’의 몫이었을 터, 가난한 서민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신의 가호도 ‘빈익빈 부익부’이던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 ‘복제된 성화’, 목판화였다. ‘불의 성모’라 불리는 초기 이탈리아의 목판화 ‘마돈나 델 푸오코’(Madonna del Fuoco·작자 미상)도 그중 한 점이다. 1425년경 제작돼 이탈리아 포를리의 한 학교에 걸렸다가, 1428년 일어난 화재로 소실될 위기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포를리시 성당으로 옮겨진 뒤 ‘많은 기적을 일으킨 성화’로 전해지고 있다. 작자 미상의 ‘마돈나 델 푸오코’(Madonna del Fuoco). 1425년경 제작된 초기 이탈리아 목판화다. 이탈리아 포를리의 한 학교에 걸렸다가 1428년 일어난 화재로 소실될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뒤 ‘많은 기적을 일으킨 성화’로 회자됐다.△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로 삶을 보고 세상을 읽는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통해 일상의 풍요를 누리도록 글 쓰고 강연하는 일이다.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발단이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돌연 일간지 기자가 되면서다. 그림에 관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막은 생계 때문이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그리자 했다. 하지만 ‘투잡’은 쉽지 않았다. 미술담당 기자생활에서 얻은 필력과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나왔다. 미술을 대중과 제대로 연결하는 미술평론가의 ‘진정한’ 역할, 그것을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나아트 편집장을 하고, 학고재 관장을 오래 한 뒤 서울미술관 초대관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양현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온전히 글과 강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이 수십 권이다. 굳이 대표작을 꼽자면 ‘리더의 명화수업’(2018), ‘역사의 미술관’(2011), ‘지식의 미술관’(2009),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1·2’(2005) 등이 있다.
2020.07.17 I 오현주 기자
경기도교육청, 청소년 위해 온라인독서프로그램 마련
  • 경기도교육청, 청소년 위해 온라인독서프로그램 마련
  •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코로나19 여파로 지친 청소년들을 위해 온라인 독서프로그램을 마련했다.경기의정부교육도서관은 강의형 책읽기, 체험형 책읽기, 다함께 책읽기 등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맞춤형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온라인 독서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도서관 관계자.(사진=경기도교육청)‘강의형 책읽기’는 온라인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줌(Zoom), SNS 등을 활용해 △그림책 인문학 △영어 동화 읽기와 알파벳 △그림책과 떠나는 미디어 여행 △그림책 인문학 △미술로 만나는 역사 △첫 영어 그림책 △줌(Zoom) 활용법으로 ‘다함께 책읽기’는 혼자서 읽기 어려운 책이나 평소에 읽고 싶은 책을 함께 읽는 △벽돌책 깨기 △온라인 독서회 등으로 구성했다.‘체험형 책읽기’는 독서를 하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가족과 함께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이중 ‘벽돌책 깨기’프로그램은 13일부터 경기의정부교육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수강 신청을 받고 있으며 수강료는 없다. 그 외 프로그램은 20일부터 수강신청을 받고 기타 자세한 내용은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김인숙 경기의정부교육도서관장은 “처음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 프로그램인 만큼 많은 성원을 바란다”며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이 책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0.07.15 I 정재훈 기자
<4> 낯설게 보라…시선을 비틀면 길이 있다
  • [이주헌의 혁신@미술]<4> 낯설게 보라…시선을 비틀면 길이 있다
  • ‘이상적인 도시’(Ideal City).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화가이자 건축가인 루치아노 라우라나가 1470년경 그린 것으로 전한다. 광장바닥의 선이 건물 주 기둥선과 일치하는, 르네상스의 공간이라 할 ‘원근법’의 질서를 완벽하게 들였다. 작품명 그대로 ‘이상적인 세계’를 상징하며, 원근법이 그 상징을 현실구조로 만들어내고 있다. 나무패널에 템페라로 그렸다. 67.7×239.4㎝. 이탈리아 우르비노 마르케국립미술관 소장.미술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밥으로만 채울 수 없는 풍요와 평화를 안겨줬으니까요. 그림의 힘이고 조각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할이 이뿐이라 한다면 미술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문명을 이끌고, 의식을 뒤집고, 결정적으로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것을 못 본 겁니다. 미술의 사조와 양식이 탄생할 때마다 세계경제에는 ‘변화의 그림’이 걸렸습니다. 바로 ‘혁신’을 주도했던 겁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미술로 이룬 혁신’의 현장입니다. 3D 컴퓨터그래픽에까지 이어지는 이집트 미술, 스페이스X 민간우주선의 근원인 그리스 미술, 대량생산의 개념을 만든 목판화, 메디치가문의 부가 만든 피렌체 미술,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인상파 미술 등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혁신의 아이콘’까지.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주헌 미술평론가] ‘코로나 19’의 위력이 사그라질 줄 모른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크게 위축시켜 놓았다.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양식마저 전면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돼도 일상과 비즈니스가 예전과는 다른 양태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이른바 ‘뉴노멀’의 도래다. ‘언택트’가 내내 화두로 남아, 비대면 서비스와 원격진료, 온라인 스포츠 등이 크게 부상하는 등 디지털 문화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삶과 세계에 대한 관점(perspective)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대전환의 시기에는 더 이상 과거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관점을 변화시키려면, 우선 시선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중시해왔던 것들로부터 눈길을 돌려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우리의 망막에는 새로운 원근법(perspective)이 형성된다. 새로운 관점이 생기는 것이다. △접착제는 강력할수록 좋다?…관점 깬 3M 포스트잇 관점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포스트잇 노트’의 개발 일화가 잘 말해준다. 포스트잇은 3M에 다니던 두 연구원 스펜서 실버와 아서 프라이가 개발했다. 원래 실버가 만들려던 것은 초강력 접착제였다. 그러나 갖은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은 저(低)점착성 접착제였다. 사물에 충분히 붙어있을 만한 점착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떼면 또 잘 떨어졌다. 실버는 이 접착제가 나름의 용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사내 세미나도 여러 차례 열고 토론회도 가졌지만 접착제는 강력할수록 좋다는 관점에서 아무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관점을 깬 사람이 프라이였다. 당시 프라이는 교회 성가대원이었는데, 악보를 표시하기 위해 책갈피를 꽂아놓으면 자꾸 떨어져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해결책을 찾던 그의 눈에 실버의 접착제가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그 접착제는 책갈피용 접착제로 딱이었다. 잘 붙어있고 뗄 때도 악보에 흠을 주지 않는 책갈피. 그렇게 새로운 관점이 형성되자 그의 아이디어는 붙였다 뗐다 하는 메모지로 진화했다. 3M은 이를 상품으로 출시했고, 우리가 알 듯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인기 문구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관점의 변화는 이처럼 ‘아무런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것’에서 엄청난 가치를 찾게 해준다. 서양미술사에서 관점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게 만든 대사건 중 하나가 원근법의 창안이다. 영어 단어 자체가 드러내듯 관점을 뜻하는 영어 ‘퍼스펙티브’(perspective)는 사실 원근법이라는 뜻도 함께 지니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 원근법이 창안됨으로써 미술가들은 전혀 새로운 관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차별화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표현하게 됐다. 원근법을 창안한 이는 15세기 피렌체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다. 건축도면 가운데 투시도는 건물을 완성했을 때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를 평면 위에 미리 보여주는 그림이다. 투시도를 그리려면 원근법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 원근법을 몰라 그때까지의 건축가들은 자신이 설계한 건물이 완성된 뒤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정확히 그릴 수 없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브루넬레스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거울처럼 사물이 반사되는 은판이 들려 있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생각했다. “다 지어진 건물을 한 지점에서 보이는 그대로 그린 뒤 이것을 원래의 설계 도면과 비교해 보면 새로 지을 건물의 정확한 투시도를 그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그렇게 은판을 거리 한가운데 고정해 세워놓은 브루넬레스키는 거기에 반사된 건물의 모습을 그 판 위에 윤곽을 따라 정확히 그렸다. 몸을 움직이면 판 위의 건물도 움직이므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려낸 뒤 브루넬레스키는 사물이 멀어지며 축소될 때는 수학적 비례에 따라 줄어든다는 사실과 사물이 줄어드는 각도대로 선을 그어보면 모든 선들이 한 점, 곧 소점(소실점)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철로가 일정한 폭을 지녔음에도 멀어질수록 한 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가 바로 이 원근법의 원리다. △보는 것처럼 공간을 평면에 표현…서양미술사 대혁신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루치아노 라우라나(1420?∼1479)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상적인 도시’(1470년경)는 브루넬레스키가 그렸을 피렌체 거리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다. 화면 왼쪽과 오른쪽의 건물들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줄어드는 각도에 따라 선을 그으면 한 점에서 만나리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화면 한가운데 커다란 건물이 있어 그 만나는 점, 곧 소실점을 가렸다. 원근법의 원리를 잘 드러내 보이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브루넬레스키의 발견은 서양미술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공간을 평면 위에 실제 우리가 보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박진감 넘치는 공간 묘사가 서양미술을 압도하게 됐다. 거대한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화가 카미유 피사로(1830∼1903)가 그린 ‘몽마르트르 거리’(1897). 파리의 한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본 몽마르트르 거리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은 연작 14편 중 한 점, ‘구름 낀 아침’이다. 평행하게 시작한 앞쪽 두 선이 저 멀리 한 점에서 만나는 원근법을 따르고 있다. 73.0×92.0㎝.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국립미술관 소장.원근법에 대한 지식이 없던 먼 옛날에는 그림을 그릴 때 ‘위계에 따른 배치’가 중요했다. 중요한 대상이면 화면의 위나 중앙에 놓고 중요하지 않은 대상은 주변에 배치했다. 물론 중요한 대상은 크게 그리는 경우도 많았다. 제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중요하지 않은 대상이면 주변에 작게 그렸다. 그러니까 시각적 원근이 아니라 심리적·정서적·이념적 원근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는 수직적인 사회질서에 대한 관념을 반영하는 것으로, 개인이 아니라 전체, 그 가운데서도 지배층의 관점을 대변하는 표현이라 하겠다. 물론 고대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어느 정도 사실적인 공간 표현이 이뤄졌지만, 원근법이 보여주는 것 같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표현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이 사회문화적으로 크게 의미 있는 부분은, 이 법칙이 기본적으로 개인·주체를 중시하는 사회의 관념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양문명이 개인에 대한 관념과 개인주의를 고도로 발달시킨 문명이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문명에서는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과 같은 법칙을 창안한 적이 없다. 물론 개인주의도 서양만큼 발달하지 않았다. 원근법은 왕이 보든, 걸인이 보든 동일한 유기체로서 인간이 볼 때 지각하는 똑같은 현상을 묘사한 것이다. 거기에는 심리적·이념적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모든 것 위에 있다는 관념이 발달하지 않고는 조형적으로 ‘원근법=관점’을 의식하고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니까 원근법은 전체나 집단, 지배층의 관점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을 중시하는 태도의 반영인 것이다. △다른 관점, 다른 시각, 다른 아이디어가 창조의 원동력이런 의식이 깔린 원근법이 발달하면서 서양에서는 개인의 관점을 중시하는 태도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개인은 저마다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중시하게 됐다. 전체의 관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도 개인의 관점에서는 다양한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차이를 통해 다른 관점, 다른 시각, 다른 아이디어, 다른 생각이 부각돼 새로운 창조와 혁신의 기회가 생겨난다.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가 혁신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로는 새로운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관점을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우선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문제에 부딪쳐 기존의 관점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예술과 새로운 스타일의 여가를 즐길 필요가 있다.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혁신이 일어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가 말한 창조적 파괴와 그에 따른 혁신도 근본적으로는 지속적인 관점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 창조와 궤를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1446)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에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돔’을 바라보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가를 나열할 때 가장 앞줄에 세운다. 고전을 모티브로 비잔틴·이슬람 건축기법을 융합한 15세기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로 꼽힌다. ‘첫’이란 의미도 적잖은데, 명성에 걸맞은 건축물까지 줄지어 세웠다. 고향 피렌체를 무대로 한 ‘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1429), ‘산 로렌초 성당’(1421~1446), ‘파치 가 예배당’(1430) 등이 있다. 하지만 그중 압도하는 작품은 흔히 ‘피렌체 대성당’이라 부르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에 들인 거대 ‘돔’(1436)이다. 건축사에 길이 남을 이들 업적도 모자란듯, 미술사에도 대단한 족적을 찍었는데 ‘원근법’의 창안이 그것이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3차원 입체를 2차원 평면에 표현하는 기하학적·수학적 방법론. 공간의 깊이를 들여다본 ‘회화의 혁명’이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거다. 이후 소실점을 한 곳으로 고정한 선적 원근법은 서양회화의 표준이 됐고, 그림은 대부분 인간의 눈과 소실점을 잇는 높이로 그려졌다. 그에게 원근법이 필요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축을 의뢰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미리 보여주기 위해서, 이른바 ‘투시도’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로 삶을 보고 세상을 읽는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통해 일상의 풍요를 누리도록 글 쓰고 강연하는 일이다.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발단이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돌연 일간지 기자가 되면서다. 그림에 관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막은 생계 때문이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그리자 했다. 하지만 ‘투잡’은 쉽지 않았다. 미술담당 기자생활에서 얻은 필력과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나왔다. 미술을 대중과 제대로 연결하는 미술평론가의 ‘진정한’ 역할, 그것을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나아트 편집장을 하고, 학고재 관장을 오래 한 뒤 서울미술관 초대관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양현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온전히 글과 강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이 수십 권이다. 굳이 대표작을 꼽자면 ‘리더의 명화수업’(2018), ‘역사의 미술관’(2011), ‘지식의 미술관’(2009),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1·2’(2005) 등이 있다.
2020.07.10 I 오현주 기자
현대어린이책미술관, 'VR 전시 콘텐츠' 선봬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VR 전시 콘텐츠' 선봬
  •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건축을 주제로 한 해외 유명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전 ‘말도 안돼! No Way!’를 ‘오디오 VR 전시 콘텐츠’로 선보인다. (사진=현대백화점)[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미술관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전시를 즐길 수 있는 ‘언택트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에 위치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건축을 주제로 한 해외 유명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전 ‘말도 안돼! No Way!’를 ‘오디오 VR 전시 콘텐츠’로 선보인다.이 서비스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를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장에서 보는 듯한 360도 영상과 전문 큐레이터의 요약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서비스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볼 수 있있다.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데이비드 위즈너’ 등 총 9개 전시도 ‘VR 전시 콘텐츠’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게시해왔다.이번에 선보이는 ‘말도 안돼! No Way!’에서는 실제 건축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건축의 원리를 담아낸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고딕성당’, 건축의 원리를 이용해 어려움에 빠진 상황을 재치있게 극복하는 ‘데이비드 로버츠, 안드레아 비티’의 ‘꼬마 건축가 이기 펙’ 등이다.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미술관 방문을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이번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언택트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오는 31일까지 가상의 전시공간에 내 모습을 합성하는 크로마키(화면합성기술)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MOKA 전시 VR 투어’를 연다.
2020.07.09 I 이윤화 기자
"호메로스 석상에 생명을 넣는다고 상상하면 짜릿해요"
  • "호메로스 석상에 생명을 넣는다고 상상하면 짜릿해요"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호메로스의 대리석상을 보면서 돌덩어리로 남아 있는 그를 실제 고대 그리스에 살던 노인의 모습으로 재현하면 어떨까 상상해봤는데 너무 짜릿했어요.”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 정중원(33).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그는 “진짜보다 진짜 같은 복제품으로 원본과 복제에 대한 경계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즐겁다”고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를 말했다.정 작가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부터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 고흐 등 역사적 인물, 심지어 그리스 신화의 비너스까지 마치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생생히 되살려 냈다. 고흐처럼 자화상을 통해 어렴풋이 생김새는 알지만 실제 얼굴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재해석을 통해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초상화로 뚜렷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자화상의 복제품이지만 털 한 올까지 살려 그린 그림은 마치 실제 고흐 얼굴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의 초상을 직접 SNS에 공유하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정 작가는 에세이 ‘얼굴을 담다’(민음사)를 발간하고 작가로서 독자들을 만났다. 책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최첨단 로봇 시대의 초상까지 얼굴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그는 책에서 ‘얼굴’이야말로 인간의 자아·성격·욕망 등 인류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며 얼굴에 대한 이해는 ‘인간 이해’의 첫 단계라고 말한다.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도 정 작가는 본인과 모델만 아는 비밀을 그림 속에 숨겨두기도 한다. 그는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를 그리는데 사료를 보면 와일드의 눈동자는 파란색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참고로 한 모델의 눈동자 색을 따라갔다”며 “미세한 부분이지만 마치 이게 실제인 양 장난을 치는 게 재밌었다”며 웃었다.정 작가는 책을 통해 초상이 갖는 개인적·사회적 맥락에 대해 얘기한다. 그는 “초상은 미술관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지갑 속 지폐의 인물들, 연인의 사진, 명동 거리에서 보는 유명인의 모습도 다 초상이다”고 설명했다. 각 초상이 어디에 있는지는 사회와 개인에 대해서 많은 걸 설명하는데 한 예로 지폐 속 초상이 500년 전 사람인 점은 근현대사에 대한 합의가 안 된 우리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는 책 속에서도 ‘사회와 초상화’ 부분을 가장 공들여서 썼다고 했다.책을 쓰면서 아쉬운 점으로는 도판을 많이 싣지 못한 점을 꼽았다. 정 작가는 “책에서 설명한 초상화 중 도판을 싣기 위한 저작권은 돈을 준다고 해도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단독 저서가 아니면 허락을 안 해주는 경우도 있고 저작권료가 어마어마하게 비싼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국 왕실의 초상화에 대해 얘기하며 엘리자베스 2세와 왕세손비 캐서린 미들턴의 초상화를 언급했는데 왕실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에 대해서만 허락을 했다”며 뒷이야기도 전했다.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2011년부터 극단에도 서고 있는 정 작가는 “연극과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 본질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연극도 결국 내가 생각하는 극 중 인물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연극을 하면서 만난 개성 있는 사람들에게 초상화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고 있다”며 “램브란트, 미켈란젤로, 마르크스 등 그리고 싶은 사람들의 목록이 가득하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정중원 작가(사진=민음사)
2020.07.06 I 김은비 기자
<3> 섞어라! 사랑받을지니
  • [이주헌의 혁신@미술]<3> 섞어라! 사랑받을지니
  • 카를 하인리히 호프만의 ‘겟세마네의 예수’(1886). 긴 머리에 수염이 난, 전형적인 예수의 이미지를 유화로 그렸다. 5세기경 동로마에서 보편화해 오늘날까지 친숙한 이 예수 이미지는 그리스신화 속 제우스로부터 긴 머리와 수염을, 아폴론으로부터 늘씬한 얼굴과 몸매를 가져와 합성한 것이다. 미국 뉴욕 리버사이드교회 소장.미술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밥으로만 채울 수 없는 풍요와 평화를 안겨줬으니까요. 그림의 힘이고 조각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할이 이뿐이라 한다면 미술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문명을 이끌고, 의식을 뒤집고, 결정적으로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것을 못 본 겁니다. 미술의 사조와 양식이 탄생할 때마다 세계경제에는 ‘변화의 그림’이 걸렸습니다. 바로 ‘혁신’을 주도했던 겁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미술로 이룬 혁신’의 현장입니다. 3D 컴퓨터그래픽에까지 이어지는 이집트 미술, 스페이스X 민간우주선의 근원인 그리스 미술, 대량생산의 개념을 만든 목판화, 메디치가문의 부가 만든 피렌체 미술,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인상파 미술 등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혁신의 아이콘’까지.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주헌 미술평론가] “지금껏 그 밴드(BTS)는 무라카미 하루키, 어슐러 르 귄, 오웰, 헤세 그리고 니체를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해왔다.” 영국의 ‘가디언’이 ‘BTS는 어떻게 세계 최대의 보이밴드가 됐나’라는 기사(2018. 10. 11)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BTS는 한국의 보이밴드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에는 동·서양의 문화가 다 녹아들어 있다. BTS뿐 아니라 K팝, 한류 전체가 ‘이종교배’의 산물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 팝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자기화한 뒤 이를 다시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상품으로 세계화했다. 한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할 때 이 같은 이종교배의 노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수는 언제부터 긴 머리에 수염 난 모습이었나 미술사에서 이종교배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경우가 ‘기독교 미술’이다. 일반적으로 기독교는 매우 배타적인 종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럽의 미술관들을 찬찬히 돌아보면 기독교 미술이 그리 배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가 크게 번창하고 국경을 넘어 보편화할 때는 그 안에 매우 강력한 혼융의 요소가 있다. 이종교배 없이는 문화의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고 전 지구적으로 퍼져나가기도, 수용하기도 어렵다. 도상의 측면에서 기독교 미술이 다른 종교의 미술과 ‘이종교배’한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예수 그리스도상과 성모자상, 천사상 등을 꼽을 수 있다. 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독교의 이미지들이다. 사람들에게 예수의 얼굴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긴 머리에 수염이 난 얼굴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용모는 정확히 고증된 게 아니다. 일단 ‘성경’에는 예수의 용모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 서기 2세기 말, 초기 기독교 미술에서 예수는 물고기나 닻 등 ‘픽토그램’ 형식으로 표현됐다. 그러다가 수염이 없는 젊은 철학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기 시작했고, 4세기경에 신성을 나타내는 후광이 첨가됐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는 수염이 난 예수의 이미지도 그려지기 시작했다. 긴 머리에 수염이 난, 전형적인 예수의 이미지가 보편화하기 시작한 것은 5세기경 동로마에서였다. 이때 이에 대한 저항이 없지 않았다. 전승에 따르면, 5세기 콘스탄티노플의 주교 겐나디오스는 긴 머리의 예수상을 그리다 손이 오그라든 화가를 치유해주면서 “짧은 고수머리의 예수상이 진짜”라고 시정해줬다고 한다. 이런 저항의식에도 불구하고 6세기에 이르면 긴 머리의 예수상이 동로마에서는 절대적인 표준으로 정착한다. 서유럽에서는 시간이 좀더 걸려 12세기 이후 긴 머리의 예수상이 표준이 됐다. 당시 고대 이스라엘의 젊은 남자들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긴 머리의 예수상이 표준이 돼버린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 그리스신화의 제우스상과 아폴론상이 끼친 영향이 크다.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예수의 이미지는 제우스로부터 긴 머리와 수염을, 아폴론으로부터 늘씬한 얼굴과 몸매를 가져와 합성한 존재다. 제우스와 아폴론은 올림포스 종교의 최고신일 뿐 아니라 지중해 일대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던 신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아들이자 만왕의 왕으로 전파하는 데 이 신들의 이미지만큼 지중해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는 이미지도 없었다. 화가들은 자연스레 이 이미지에 기대어 감화력이 있는 예수상을 만들어냈다. 크게 성공한 이 ‘전략’으로 인해 ‘제우스화’한 예수상은 가장 예수다운 예수상으로 인식됐고, 유럽인들의 마음에 기독교가 안착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라파엘로의 ‘시스틴 마돈나’(1513).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를 ‘날개 달린 천사’들이 올려다보고 있다. 사랑스러운 이들 기독교의 이미지는 다른 종교의 이미지와 교배해 탄생한 ‘혼혈’들이다.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자상’은 이집트신화·미술, ‘날개 달린 천사’는 그리스신화·미술과 ‘이종교배’했다. 독일 드레스덴 츠빙거궁미술관 소장.△아기 예수 안은 성모 마리아, 이집트신화·미술이 모티브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자상 또한 매우 사랑스러운 기독교의 이미지다. 이 이미지의 원형은 이집트의 ‘이시스와 호루스 모자상’(기원전 680∼640년)이다. 5세기, 성모 숭배를 배격한 네스토리우스파가 등장하자 교회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에 교회는 네스토리우스파를 이단으로 배척하면서 성모 공경의 관습을 더욱 고무했다. 이로 인해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성모의 위상을 강조한 이미지, 곧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상이 활발히 보급됐다. 그 창작의 모티프가 바로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앙을 반영하는 ‘이시스와 호루스 모자상’이었다. 당시 지중해 일대에는 이시스 여신이 아들 호루스를 무릎에 앉힌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 인기 있는 이교의 이미지를 활용함으로써 교회는 신도들이 자연스럽게 성모에 대한 친밀감과 경모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한 쌍의 날개를 단 아름다운 천사상 역시 그리스신화의 신격인 니케와 에로스 등으로부터 그 이미지를 빌려 온 것이다. 성경 어디에도 천사가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존재라는 설명은 없다. 로마 북쪽 교외 프리실라의 카타콤에 그려진 3세기 중엽의 천사상을 보면 날개가 아예 없다. 그러나 4세기 말이면 니케 등과 이종교배돼 날개가 달린 천사상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천사상은 예외 없이 날개 달린 존재로 그려졌다. 그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 신도들의 큰 사랑을 받고 고착화했기 때문이다. 라파엘로의 ‘시스틴 마돈나’(1513) 부분. 기독교 미술에서 당연한 듯 여겨왔던, 천사상에 ‘날개’가 붙은 건 4세기 말. 그리스신화 속 니케·에로스 등과 ‘이종교배’한 이후다. 두 아기 천사는 라파엘로가 그린 ‘시스틴 마돈나’(1513)의 하단에 등장한다. ‘시큰둥한’ 얼굴로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를 올려다보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츠빙거궁미술관 소장.이처럼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인기 있는 기독교의 도상들은 다른 종교의 이미지와 교배해 탄생한 ‘혼혈’들이다. 만약 이 이미지들이 기독교 미술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과연 기독교 미술이 지금처럼 국경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종교배야말로 대중화와 보편화를 가능하게 한 강력한 혁신의 힘이었던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결핍이 창조의 동력으로 이종교배를 통한 혁신의 사례는 우리 일상에서도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퓨전사극, 퓨전요리, 퓨전국악 등 퓨전문화가 대표적인 것이다. 좀비와 조선시대가 만나 지구촌에 갓 신드롬을 일으킨 사극 ‘킹덤’, 태권도+댄스의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K타이거즈 등, 더 이상 퓨전을 언급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의 문화는 ‘퓨전화’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서울 2020’ 편에 모두 31곳의 ‘스타 레스토랑’을 선정했는데, 눈여겨볼 특징이 ‘이노베이티브’로 불리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퓨전레스토랑’의 약진이다. 이처럼 근래 우리 문화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배면에는 다양한 이종교배의 시도들이 존재한다. 하이브리드와 컨버전스를 화두로 삼은 우리 산업계도 이종교배를 통한 혁신의 격렬한 실험장이 돼왔다. 이종교배는 자주 궁한 자의 해결책이다. 결핍을 메울 다른 방법이 없으니 남의 것을 갖다 쓰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창조의 동력이 된다. 아이스크림콘의 탄생은, 아이스크림 그릇이 떨어지자 옆 매점에서 팔던 웨이퍼를 사들여 이를 돌돌 말아 아이스크림을 얹어 판 아이스크림 장수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에서 빅히트를 쳤던 이 혁신의 아이디어는 지금껏 소비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궁하면 교범대로 할 수 없다. 이종교배가 쉽게 일어나고, 그것이 혁신의 단초가 된다. 궁하면 통한다. 사실 특정 도상의 연원을 따지기 전에, 기독교는 애초에 유대교나 이슬람교처럼 이미지 제작 자체를 아예 금기시했다. 그러나 선교에서 예술의 힘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방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전례가 없으니 교인들은 개종 전의 문화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이교의 전통, 특히 그리스·로마의 전통이 기독교로 흘러들어왔다. 그 결과는? 기독교 미술이라는 엄청난 문화유산을 인류의 품에 안겨줬다는 것이다. ※ 기독교 미술과 만난 ‘신’ △이시스: 고대 이집트의 여신. 이집트신화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의 아내며 두 신의 아들 호로스의 어머니다. 이집트인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여신으로 전해진다. 그 숭배가 로마제국 전역을 넘어, 터키·서유럽 등지에서도 유적·유품이 발견될 정도다. 특히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수유하는 장면을 포착한 ‘이시스와 호루스 모자상’(기원전 680~640년·청동)은 기독교 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성모자상의 원류가 됐다. 이시스는 오시리스가 죽은 뒤 다른 이에게 넘어갔던 왕권을 아들에게 계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근거로 이집트 왕권신화에서 이시스는 상징적인 어머니로, 무엇보다 그이의 무릎은 왕권을 보장해주는 옥좌로 표상됐다. ‘성모자상’의 원류가 된 ‘이시스와 호루스 모자상’(왼쪽). 기원전 680~640년 이집트에서 청동으로 만들었다(미국 볼티모어 월터스미술관 소장). ‘날개 달린 천사’ 이미지의 기원이라 할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날개’(승리의 여신 니케)는 기원전 기원전 331~ 323년 그리스에서 대리석으로 제작했다(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니케: 고대 그리스의 여신. 그리스신화에서 ‘승리의 여신’이다. 니케를 단독으로 전하는 에피소드는 거의 없는데, 다만 그리스신화의 ‘주신’ 제우스나 ‘전쟁의 여신’ 아테나 주변에서 전투·경쟁을 승리로 이끈 배후로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그리스인, 이후 로마인에까지 이어지는 전통으로 도기나 신전의 조형물, 주화 등에 니케의 모습을 많이 새겼다. 그중 압도적인 작품은 1863년 에게해 북서부 사모트라케 섬에서 발굴된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날개’(기원전 331~ 323년·대리석). 머리와 팔을 잃은 이 니케상은 대신 유려하게 조각된 날개를 가지고 있다. 바로 기독교 미술에서 ‘날개 달린 천사상’을 탄생시킨 배경이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로 삶을 보고 세상을 읽는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통해 일상의 풍요를 누리도록 글 쓰고 강연하는 일이다.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발단이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돌연 일간지 기자가 되면서다. 그림에 관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막은 생계 때문이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그리자 했다. 하지만 ‘투잡’은 쉽지 않았다. 미술담당 기자생활에서 얻은 필력과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나왔다. 미술을 대중과 제대로 연결하는 미술평론가의 ‘진정한’ 역할, 그것을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나아트 편집장을 하고, 학고재 관장을 오래 한 뒤 서울미술관 초대관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양현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온전히 글과 강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이 수십 권이다. 굳이 대표작을 꼽자면 ‘리더의 명화수업’(2018), ‘역사의 미술관’(2011), ‘지식의 미술관’(2009),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1·2’(2005) 등이 있다.
2020.07.03 I 오현주 기자
<2> 머스크 우주선 날린 출발 '그리스 각성'
  • [이주헌의 혁신@미술]<2> 머스크 우주선 날린 출발 '그리스 각성'
  • 폴리클레이토스의 원작을 모각한 석조입상 ‘머리띠를 두르는 남자’(디아두메노스). 서기 69~96년경 대리석으로 제작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원작은 유실됐고, 대리석 모각이 몇 점 전해진다. 한낱 돌덩어리에 부여한 탄탄한 근육, 잘생긴 이목구비, 자연스러운 동작 등은 ‘비판-수정-비판-수정’을 적극 수용한, ‘그리스의 각성’이 만든 사실주의 미학의 결정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미술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밥으로만 채울 수 없는 풍요와 평화를 안겨줬으니까요. 그림의 힘이고 조각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할이 이뿐이라 한다면 미술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문명을 이끌고, 의식을 뒤집고, 결정적으로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것을 못 본 겁니다. 미술의 사조와 양식이 탄생할 때마다 세계경제에는 ‘변화의 그림’이 걸렸습니다. 바로 ‘혁신’을 주도했던 겁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미술로 이룬 혁신’의 현장입니다. 3D 컴퓨터그래픽에까지 이어지는 이집트 미술, 스페이스X 민간우주선의 근원인 그리스 미술, 대량생산의 개념을 만든 목판화, 메디치가문의 부가 만든 피렌체 미술,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인상파 미술 등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혁신의 아이콘’까지.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주헌 미술평론가] 지난 5월 30일, 역사상 최초로 민간 유인우주선이 우주로 날아올랐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49)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다. 민간 우주 개발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 우주선의 발사는, 우주 개발은 국가의 영역이지 민간의 영역이 될 수 없다는 통념을 통쾌하게 파괴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머스크가 우주 개발에 나선 2000년대 초. 우주 개발은 천문학적인 투자와 국가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념이었다. 그래서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우주 개발에 꼭 그토록 많은 돈이 들어야 하는지 분석은 해봤는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고, 마침내 ‘저렴한’ 비용으로 혁신적인 로켓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통념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일군 이 성과는 한마디로 ‘비판적 사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우주 개발 비용, 분석은 해봤나” 비판적 사고를 하는 이들은 결코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편견에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비판적 사고는 단순히 오류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가는 목적의식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토대가 돼준다. 이 비판적 사고의 위대한 성취를 보여준 대표적인 미술이 고대 그리스의 미술, 특히 ‘그리스 조각’이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은 실제 사람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사실적인 표현으로 이름이 높다. 물론 이 재현은 단순한 사실 묘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조각은 사실 묘사에 더해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잘생긴 사람을 보면 “그리스 조각 같다”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 이상적 아름다움과 별개로, 고대 그리스 미술은 어쨌거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고도의 사실적 재현에 성공한 미술이다. 그리스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의 원작을 로마시대에 모각한 ‘머리띠를 두르는 남자’(디아두메노스·서기 69~96년경)를 보자. 운동경기에서 이긴 남자가 자신의 승리를 기념해 머리에 띠를 두르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균형 잡힌 몸매에 당당하고 여유로운 포즈까지 진정 멋진 우승자가 우리 눈앞에서 승리의 순간을 만끽하는 듯 서 있다. 고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완벽한 인체의 표현이 그리스에서 이처럼 멋들어지게 이뤄졌다. 폴리클레이토스의 원작을 모각한 석조입상 ‘머리띠를 두르는 남자’(디아두메노스)의 부분. 사람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사실적인 표현, 거기에 덧입힌 이상적인 아름다움은 고대 그리스의 조각의 정수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잘생긴 사람을 보면 “그리스 조각 같다”고 하는 이유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그리스인들이 대리석으로 본격적인 인체입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7세기 중엽부터였다. 직육면체의 돌 위에 모눈을 만들고 앞·뒤·좌·우의 입상을 그려 네 면에서 쪼아 들어가는 이집트의 조각 제작방식은, 그리스 대리석 조각의 발달에 큰 기여를 했다. 이 기술을 수입한 그리스는 처음에는 이집트 조각과 유사한 (그러나 성취도는 다소 떨어지는) 인체입상을 제작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진짜 사람이 서 있는 듯한, 매우 박진감 넘치는 형상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렇게 완벽한 사실적인 표현은 이집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성취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0년이었다. 기원전 5세기 중엽, 그리스 미술의 사실주의는 그렇게 만개했다. 경직된 이집트 조각과 달리 자연스러운 인체의 동작이 나오고, 어색하던 근육이 보디빌더처럼 탄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한 편의 감동적인 성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리스 각성, 보수적·인습적인 전통 타파그러면 그리스는 어떻게 다른 고대 문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런 완벽한 사실주의의 미학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는 전적으로 그리스 특유의 비판적 사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비판적 사고를 낳은 것이 ‘그리스의 각성’(Greek Awakening)이다. 그리스의 각성은 고대 그리스에서 일어난 이례적인 혁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혁신을 가능하게 한 기본조건은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은 무엇보다 인간의 관심사와 능력을 강조하는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은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는 태도’와 ‘비종교적이고 세속적인 주제에 더 큰 지적·학문적 관심을 두는 태도’를 진작시켰다. 바로 이 혁신적 사고로 그리스는 눈앞의 현상을 부단히 재검증하고 모든 고대 문명 일반에 강고히 뿌리내린 보수적이고 인습적인 전통을 타파할 수 있었다. 그리스의 각성은 과학과 수학·철학·역사 등 많은 분야에서 유럽 문명의 토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밑천이 됐다. 그리스의 각성은 또한 그리스 미술이 그 어느 지역의 미술보다 사실성을 중시하고 그와 관련한 표현 능력을 고도로 발달시키게끔 만들었다. 하나의 양식이 정해지면 오랜 세월 이를 배타적으로 유지하려는 특성을 보였던 다른 고대 문명의 미술과 달리, 비판적 사고의 영향 아래 있던 그리스 미술에는 표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그것이 논리적으로 수긍되면 이에 맞춰 표현을 즉각 수정하는 태도가 자리 잡게 된다. ‘비판-수정-비판-수정’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표현은 점점 더 사실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 미술도 인류 최초로 완벽한 사실주의적 성취를 활짝 꽃피웠다. 비판적 사고는 어느 분야에서든 매우 중요한 혁신의 동력이다. 머스크의 성취로 되돌아가 보자.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유추해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제일원리’에 입각해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개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제일원리는 ‘다른 명제나 가정으로 추론할 수 없는 가장 기초적인 명제나 가정’을 말한다. 한마디로 ‘현상의 배후에서 현상을 지배하는 근본원리’다. 머스크는 자신에게 익숙한 문제든 낯선 문제든 결코 함부로 추측하거나 미뤄 짐작하지 않는다. 항상 가장 기초적인 원칙과 원리로 돌아가 반성적으로 성찰한다. 철저한 비판적 사고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것은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꿈에 대한 예의’다. 지난달 스페이스X가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올리는 순간.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화물 운반용 우주선을 개조해 만든 크루 드래건을 통해 ‘우주 개발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국가의 영역’이란 통념을 과감히 깨뜨리는 ‘비판적 사고’의 승리자가 됐다. 바로 그리스 미술이 추구해온 정신이다(사진=AP/뉴시스).△“미쳤다” 비난할 때…냉철히 계산했던 머스크 머스크가 로켓의 개발비를 파악할 때 전문가의 말이나 기존의 제품가격만 보고 유추했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로켓에 어떤 부품이 들어가는지 낱낱이 파악했고, 그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또 낱낱이 파악했다. 이 끈질기고 집요한 분석의 결과, 로켓의 원자재 단가가 로켓 가격의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렴한 비용으로 로켓 제작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추진체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더해 비용을 대폭 줄였다. 남들은 미쳤다고 한 그 순간 그는 매우 냉철하게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주영(1915∼2011)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어록 가운데 “이봐, 해봤어?”라는 말이 있다. 2015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월간지 ‘재계 인사이트’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의 최고 어록’으로 꼽힌 말이다. 이 말은 실천의 중요성을 나타낸 말이기도 하지만, 고정관념에 안주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라는 요청을 담은 말이기도 하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사람들은 이처럼 비판적 사고에 능하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들은 전통으로 내려온 양식에 안주하지 않고 비판적인 사고로 사실주의 미술의 위대한 성취를 이뤘다. 그들은 조각을 인체와 끝없이 비교하며 ‘비판-수정-비판-수정’의 성찰적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오늘날 서양의 수많은 미술관에는 사실적인 미술작품이 그득하게 됐고, 그 양식은 세계로 퍼져나가 가장 보편적인 미술양식이 됐다. ※ 폴리클레이토스 Polykleitos. 기원전 5세기 후반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 조각가다. 청동조각에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콘트라포스토(한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싣고 다른 쪽 다리는 편하게 두는 자세)를 자유롭게 구사해 이전까지 엄격하게 지켜야 했던 정면 자세의 전통을 벗겨냈다. 인체구성을 머리와 팔 길이 기준으로 나눠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표준을 처음 만들기도 했다. 여기서 나온 것이 ‘7등신’. 입상에서 머리가 전신의 7분의 1이 될 때 가장 아름답다는 이상상이다. 이 파격을 토대로 인체 각부의 수려한 비례를 수적으로 산출한 ‘카논’을 저술하기도 했다. 실제 조각에선 비례 외에도 유기적·율동적인 표현을 입힌 인체상을 깎아냈는데, 이는 이후 장구한 세월에 걸쳐 ‘조각의 규범’이 됐다. 그의 원작은 남아 있지 않지만 로마시대에 제작한 모각은 여러 점 전해진다. 원작 ‘영웅 아킬레우스 상’과 ‘아폴로 상’을 각각 본뜬 것으로 추정하는 ‘머리띠를 두르는 남자’(디아두메노스), ‘창을 든 청년’(도리포로스)은 절정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로 삶을 보고 세상을 읽는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통해 일상의 풍요를 누리도록 글 쓰고 강연하는 일이다.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발단이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돌연 일간지 기자가 되면서다. 그림에 관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막은 생계 때문이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그리자 했다. 하지만 ‘투잡’은 쉽지 않았다. 미술담당 기자생활에서 얻은 필력과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나왔다. 미술을 대중과 제대로 연결하는 미술평론가의 ‘진정한’ 역할, 그것을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나아트 편집장을 하고, 학고재 관장을 오래 한 뒤 서울미술관 초대관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양현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온전히 글과 강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이 수십 권이다. 굳이 대표작을 꼽자면 ‘리더의 명화수업’(2018), ‘역사의 미술관’(2011), ‘지식의 미술관’(2009),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1·2’(2005) 등이 있다.
2020.06.26 I 오현주 기자
<1> '패턴'을 읽는 자가 승리하리라
  • [이주헌의 혁신@미술]<1> '패턴'을 읽는 자가 승리하리라
  • 이집트 석조입상 ‘파라오 멘카우라와 그의 왕비’. 기원전 2490~2472년경 경사암으로 만들었다. 돌덩어리에 모눈을 그리고 사람의 앞·뒤·좌·우를 동일비율로 올린 뒤 각 방향에서 파 들어가는, ‘패턴’이란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미술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밥으로만 채울 수 없는 풍요와 평화를 안겨줬으니까요. 그림의 힘이고 조각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할이 이뿐이라 한다면 미술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문명을 이끌고, 의식을 뒤집고, 결정적으로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것을 못 본 겁니다. 미술의 사조와 양식이 탄생할 때마다 세계경제에는 ‘변화의 그림’이 걸렸습니다. 바로 ‘혁신’을 주도했던 겁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미술로 이룬 혁신’의 현장입니다. 3D 컴퓨터그래픽에까지 이어지는 이집트 미술, 스페이스X 민간우주선의 근원인 그리스 미술, 대량생산의 개념을 만든 목판화, 메디치가문의 부가 만든 피렌체 미술,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인상파 미술 등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혁신의 아이콘’까지.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주헌 미술평론가] 독일의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의 어릴 적 일화다.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1부터 100까지 전부 더하라는 문제를 냈다. 다들 하나씩 더하며 끙끙거리고 있는데, 소년 가우스는 몇 초 만에 문제를 풀었다. 선생님이 놀라서 어떻게 이렇게 빨리 계산했느냐고 물으니, 자신이 푼 방법을 설명했다. 0+100, 1+99, 2+98, 3+97 … 49+51, 이렇게 합계 100이 50쌍 나와서 5000, 거기에 홀로 남은 50을 더하니 5050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 안에 합계 100이 되는 숫자들의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물론 1+100, 2+99 … 50+51의 수식으로 101을 50개 만드는 패턴을 찾아 5050을 구할 수도 있다), 이를 활용해 쉽게 문제를 푼 것이다. 이처럼 패턴인식이 뛰어나면 사물이나 현상의 숨은 질서를 파악하고 문제를 빨리,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돌덩이에 ‘모눈’ 그린 이집트 조각가들고대 이집트 문명은 엄청나게 많은 조각상을 문화유산으로 남겼다. 이집트 조각가들은 다른 고대문명의 조각가들에 비해 매우 혁신적인 방식으로 조각작품을 제작했다. 이 또한 그들의 패턴인식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자. 큰 돌이 있다. 이것을 쪼아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어느 방향에서 봐도 결함이 없는 형상을 만들 수 있을까. 입체작품을 만드는 것은 평면작품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다. 앞면에서 돌을 열심히 쪼아 얼굴이 잘 나온 것처럼 보여도, 옆에서 보면 코가 납작하거나 입술이 너무 튀어나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돌을 지나치게 쪼면 거기서 끝이다. 깎인 돌은 다시 붙일 수 없다. 모든 게 처음부터 착착 맞아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집트 조각가들은 매우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먼저 돌을 직육면체의 기둥 형태로 깎았다. 그리고 앞·뒤·좌·우 네 면에 ‘그리드’(grid), 곧 모눈을 그렸다. 그래프용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 위에 사람의 앞·뒤·좌·우의 모습을 해당 면에 하나씩 동일 비율로 그렸다. 이렇게 한 뒤 모눈상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나갔다. 그렇게 각 방향에서 파 들어가면 서로 만나는 부분에서 계획했던 형상이 드러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석조입상 ‘파라오 멘카우라와 그의 왕비’(기원전 2490~2472년경)는 매우 박진감이 넘친다. 형태와 비례, 구성 모두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따라 모순이나 비약이 없고 정교한 인상을 준다. 고대의 조각이지만 지성미가 물씬 풍기는 것이다. 이 혁신적인 조각형식은 이집트 미술의 드높은 성취를 견인했을 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에도 전파돼 서양조각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멋진 그리스의 대리석 조각들은 바로 이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이 방식이 사실적인 형태나 복잡하고 역동적인 형상을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3D 컴퓨터그래픽 형상을 만들 때 수많은 선으로 물체의 윤곽을 표현하는 ‘와이어프레임 모델’도 본질적으로는 이집트의 그리드 형식으로부터 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학조사, ‘패턴’ 발견해 질병 분포양상·원인 밝히는 것이집트인들은 이 같은 조형방식을 회화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무용총 벽화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고대 고분벽화는 손가는 대로 긋는 ‘프리핸드’(freehand) 형식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집트 고분벽화는 모눈 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을 그리는 제도(製圖)적 형식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회화도 조각처럼 매우 정교하고 정연한 인상을 준다. 이집트 고분벽화 ‘늪지에서 사냥하는 네바문’. 기원전 1400년경 그려졌다. 생전 ‘고위공무원’으로 살았다는 네바문의 무덤에서 발굴했다. 크기·비례·자세·동작 등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패턴화해 ‘처리’한 회화다. 영국 대영박물관 소장.이집트 회화의 그리드는, 중왕국 12왕조(기원전 1991~1782년)를 기준으로 보면 가로 7칸, 세로 18칸의 모눈이 인체입상을 그릴 때 요구되는 표준이었다. 이 모눈 위에 입상을 그리면, 무릎 선은 맨 밑에서 6번째 칸에, 엉덩이 아랫부분은 9번째 칸에, 팔꿈치는 12번째 칸에 와야 했다. 이렇게 형상의 크기와 비례, 자세와 동작 등 모든 것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패턴화해 처리했다. 이 패턴은 화가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었다(이는 조각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숙련된 화공이 그리면 누가 그려도 거의 같은 스타일의 그림이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왜 이집트인들은 다른 고대문명과는 다른, 이처럼 고도로 패턴화한 조형형식을 추구하게 된 걸까. 이와 관련해서는 패턴이 지닌 본질적 특성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역학조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역학조사도 일종의 패턴연구다. 현대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의사 존 스노(1813∼1858)는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가 유행하자 환자들의 집을 지도에 표시했다. 그러자 특정 지역에 환자가 몰리는 패턴이 나타났다. 그 지역의 물 펌프에서 물을 길어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콜레라가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멀리 살아도 그 물을 길어 먹은 사람들은 병에 걸렸고, 가까이 있어도 자체 펌프가 있던 공장의 직원들은 병에 걸리지 않았다. 콜레라가 수인성 전염병이란 사실을 이로써 알아챌 수 있었다. 이처럼 역학은 패턴을 발견해 질병의 분포양상과 그 원인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세계시장 장악한 신생기업의 비결은…패턴은 이렇듯 표면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아도 근저·맥락 속에 자리 잡은 사물과 사건의 질서와 규칙을 드러내준다. 선구적인 고대문명을 이룬 이집트인들은 바로 세계의 이런 규칙성에 매료됐고, 그 규칙성을 조형예술작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그래서 모눈에 대상을 패턴화해 표현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조형적 업적을 이뤄냈다. 바로 그 성취로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이 믿는 완벽하고 영원한 규칙의 세계, 곧 신들이 주재하는 이상세계를 은유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영화 ‘아바타’ 중 한 장면. 이집트 ‘패턴’ 미술은 21세기 3D 컴퓨터그래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어떤 현상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그 현상의 본질이나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우버·에어비앤비·넷플릭스·아마존·트립어드바이저 등의 신생기업이 시장을 장악해가는 데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테이셰이라는 이를 ‘디커플링 현상’이라고 말한다. 테이셰이라에 따르면, 과거에는 고객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입해 사용하기까지 기업이 제공하는 일관된 ‘검색-구입-사용’ 체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검색 따로, 구입 따로, 사용 따로인 ‘따로국밥’의 시대가 됐다고 한다. 혁신적인 신생기업들은 이 흐름의 약한 고리를 끊고 이를 자기 시장으로 잠식해버린다. 그게 디커플링 현상이다. 이를테면 고객은 초대형 가전업체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열심히 살펴보고 거기서 상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마켓에서 상품을 사버린다. 구입의 고리가 끊어진 것이다. 기존 기업들은 자신들의 위기가 기술혁신 혹은 디지털혁신이 뒤진 데서 왔다고 봤지만, 이는 시장변화의 구조적 패턴을 잘 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었다. 고객친화적으로 나간 신생기업들은 검색이면 검색, 구입이면 구입, 사용이면 사용 등 어느 하나에 집중해 기존 기업들의 약한 고리를 끊는 패턴을 보였다. 이렇게 패턴을 본 기업과 보지 못한 기업 사이에는 명암이 엇갈렸다. 이집트 미술이 보여주듯 패턴을 보는 것은 현상에 내재한 질서와 규칙을 보는 것이다. 혁신은 현상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내재한 질서와 규칙에 대한 대응에서 나온다. 그래서 패턴을 찾고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집트 미술가들은 그렇게 혁신을 이뤘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로 삶을 보고 세상을 읽는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통해 일상의 풍요를 누리도록 글 쓰고 강연하는 일이다.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발단이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돌연 일간지 기자가 되면서다. 그림에 관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막은 생계 때문이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그리자 했다. 하지만 ‘투잡’은 쉽지 않았다. 미술담당 기자생활에서 얻은 필력과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나왔다. 미술을 대중과 제대로 연결하는 미술평론가의 ‘진정한’ 역할, 그것을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나아트 편집장을 하고, 학고재 관장을 오래 한 뒤 서울미술관 초대관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양현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온전히 글과 강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이 수십 권이다. 굳이 대표작을 꼽자면 ‘리더의 명화수업’(2018), ‘역사의 미술관’(2011), ‘지식의 미술관’(2009),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1·2’(2005) 등이 있다.
2020.06.19 I 오현주 기자
코로나에도 그림쇼핑에 꽂힌…'이상한' 동네 '뜨거운' 갤러리
  • 코로나에도 그림쇼핑에 꽂힌…'이상한' 동네 '뜨거운' 갤러리
  • 밖에서 들여다본 ‘가나아트 나인원’(왼쪽)과 안에서 내다본 ‘가나아트 나인원’.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위치한 ‘고메이494 한남’에 입주한 가나아트 나인원이 개관전과 두 번째 전시에 건 작품 90% 이상을 팔아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가나아트 나인원은 종로구 평창동에 본거지를 둔 가나아트갤러리가 ‘가나아트 사운즈한남’에 이어 한남동에 낸 두 번째 전시장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가 누군가요?” “프랑스작가입니다. 프로방스에서 나는 꽃과 풀에 색을 칠한 작품들이지요.” 평일 오전. 입구를 활짝 열어둔 갤러리에 연신 관람객이 드나든다. 마스크를 쓴 얼굴들에서 ‘지금이 코로나19 시국이지’ 했을 뿐, 쭈뼛하는 어색함이나 주저하는 불편함은 보이질 않는다. 화이트큐브에 걸린 화사한 그림, 북적이는 관람객. 벌써 오래 전 기억이 된 화랑가의 풍경을 끄집어낸 이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가나아트 나인원’이다. 가나아트가 한남동, 그것도 핫플레이스에 분관을 낸다는 소식을 전한 건 지난 4월 초. 코로나19 여파의 한가운데서 미술관·갤러리는 물론 모든 문화기관·시설이 개점휴업에 들어섰던 바로 그때다. 축하보단 우려가 앞섰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채 두 달이 되지 않아 형세는 반전됐다. 걱정하던 이들을 되레 뻘쭘하게 만든 거다. 고영훈·노은님·백승우·에디강·이영림 등 작가 10여명의 10여점을 건 개관전 ‘믿는 것은 보는 것’(Believing is Seeing)에 이어 바투 연 옻칠작가 ‘허명욱 개인전’ 등에 걸린 작품 90% 이상이 팔려나갔다. 지금은 세 번째 전시 중. 지난 26일 시작해 6월 14일까지 여는 리오넬 에스테브(53)의 ‘프로방스의 종이’ 전이다. 수시로 들락거리던 관람객들이 궁금해 한 그 ‘프랑스작가’가 바짝 말린 꽃과 풀에 원색과 파스텔톤을 오가는 색감을 입힌 30호(90.9×72.7㎝) 안팎의 작품 15점을 걸었다. 리오넬 에스테브의 개인전 ‘프로방스의 종이’ 전경. 가나아트 나인원이 세 번째로 마련한 전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따로 걸린 간판도 없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벽에 붙인 문패 ‘가나아트’가 전부다. 통창 안으로 그림이 걸렸으니 갤러리려니 한다. 132㎡(약 40평) 정도로 아담하다. 게다가 상가지역.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고고한 외관이 아니다. 대한민국 3대 화랑 중 하나인 가나아트가 차린 공간치곤 소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성과가 기대 이상이니. 자존심과 맞바꾼 실익이라고 할까. △부자동네 한남동에 피운 ‘프로방스의 꽃’ 장소가 ‘반은 먹고 들어갔다’고 할 거다. 가나아트 나인원이 자리를 잡은 곳은 ‘고메이494 한남’이다. 고메이494 한남은 국내 아파트 사상 가장 비싼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던 ‘나인원 한남’과 연결된 상가. 운영을 맡은 갤러리아백화점이 지난 3월 오픈하고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란 테마에 걸맞은 상점만 골라 입주를 시켰다. 유명 먹거리나 생활용품, 와인 등을 파는 명품 편집숍이 줄줄이 들어선 그곳에 ‘그림 파는 가게’가 도전장을 내민 건데. 이정용(42) 가나아트갤러리 대표의 승부수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고급상가를 안마당처럼 오가는 손님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한 것이니까. 가나아트의 한 관계자는 “오픈 이후 하루에 200명, 주말에는 일일이 응대하기도 벅찰 만큼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며 “가나아트가 생긴 이래 이런 관람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나아트 나인원 입구. 132㎡(약 40평) 규모의 가나아트 나인원은 전시장을 소개하는 간판도 따로 없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벽에 붙인 문패 ‘가나아트’가 전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부잣집 거실을 장식하기에 ‘딱’인, 심각하지 않은 작품을 건 ‘전략’도 성공한 듯 보인다. 국내 중견급 작가들의 소품을 소개했던 앞의 두 전시가 그랬고, 이어 등장시킨 에스테브의 작품 역시 그 범주 안에 든다. 에스테브는 에르메스·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가 콜래보레이션을 하자며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작가다. 굳이 붓과 물감,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돌과 종이, 실과 철사, 플라스틱처럼 규격화한 소재를 벗어던진 입체작품을 제작해왔다. 가나아트에선 두 번째, 국내선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에는 향까지 번질 듯한, 자연의 흔적을 사각프레임에 가둔 평면작품을 내놨다. 작업실이 있다는 남부 프랑스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수집한 꽃과 풀이다. 이들을 하루쯤 바짝 말린 뒤 접착제를 바르고 다음날 또 하루를 말리고. 이 과정을 8회 정도 반복한단다. 이후 돌덩이처럼 굳은 그 위에 겨우내 수채물감을 발라 완성을 본다고 했다. 연작 타이틀 ‘프로방스의 종이’는 마치 종이처럼 돼 버린 꽃·풀의 다른 이름일 터. 복잡할 것 없다. 초등학교 시절 한 번쯤 해봤던 식물채집을 생각하면 쉽다. 책갈피에 눌러놨던 꽃과 잎의 확장판이라고 할까. 리오렐 에스테브의 작품 ‘프로방스의 종이’(2015). 남부 프랑스에서 수집한 꽃과 풀을 바짝 말린 뒤 원색과 파스텔톤을 오가는 수채물감을 입혀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한남아트밸리 구축에 정점을 찍나 사실 가나아트가 한남동으로 진출한 건 이태 전인 2018년이다. 1983년 개관한 가나화랑이 1988년부터 30여년을 지켜온 종로구 평창동에서 떨어져 나와 ‘가나아트 사운즈한남’(66㎡·약 20평)으로 곁가지를 냈다. 당시 이호재(66) 가나아트 회장은 장남인 이 대표의 결정에 그리 탐탁해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표의 파격적인 판로개척이 좋은 성적을 내자 이번 나인원 분관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는 거다. 가나아트 나인원의 개관으로 ‘한남아트밸리’는 더욱 단단한 모양을 갖추게 됐다. 한남아트밸리는 미술관·갤러리의 한남·이태원동 이주·개관 러시가 만든 고리를 말한다.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이 한남동에 자리잡은 이후 하나둘씩 옮겨오거나 문을 연 미술관·갤러리가 늘어났는데. 대림미술관의 분관인 디뮤지엄부터 갤러리바톤과 갤러리조은, 페이스갤러리, 필갤러리, 갤러리엘비스, 갤러리아트모라 등 80여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개관 40주년을 바라보는 박여숙화랑까지 청담동을 떠나 동참했다. 이 추세는 어찌 보면 한국 화랑가의 성쇠를 품은 변천사와도 맞물리는데. 1970년대 인사동에서 시작해 1980∼1990년대 평창·삼청동을 거쳐 1990∼2000년대 청담동을 찍고 다시 2000년대부터 한남동으로 이어진 50년에 걸친 역사 말이다. 가나아트 나인원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고급주거단지 ‘나인원 한남’과 연결된 상가 ‘고메이494 한남’을 안마당처럼 오가는 손님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의 승부수가 던져진 공간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나인원 분관과 함께 가나아트는 전시계획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평창·한남동의 결을 달리해 운영할 방침이라는데. 중견·원로급 이상인 기존 가나아트 전속작가는 그대로 평창동 본관에, 젊은 국내 신진작가는 사운즈한남에서, 한국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해외작가는 나인원에 전시일정을 잡게 된다. 작품의 규모로도 구분이 생길 예정. 길이 3m를 훌쩍 넘기는 300~500호 등 대형작품은 평창동, 100호 미만은 사운즈한남과 나인원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눈높이를 한껏 낮춘 가나아트의 잰걸음은 이 대표의 하루일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전에 평창동에서 근무한 뒤 오후엔 나인원으로 건너와 ‘관람객 코스프레’를 이어간다는 거다. “상가에서 쇼핑한 물건을 들고 갤러리에 들어서는 일이 적잖다”고 관계자는 귀띔한다. 접근성을 재는 현장행보라고 할지, 일상과 한몸이어야 한다고 믿는 예술체험이라고 할지.
2020.06.01 I 오현주 기자
아주 낯선 욕망에 눈뜨다…초상화 사고 백자 팔고
  • 아주 낯선 욕망에 눈뜨다…초상화 사고 백자 팔고
  • 1923년 ‘제2회 조선미술전람회’를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여학교 학생들. 저자 손영옥이 살핀 ‘미술시장의 탄생’ 중 한 장면이다. 개항기부터 해방 이전까지 70년을 꿰뚫으며 저자는 자본주의 욕망이 진해지기 시작한 한국미술시장의 형성을 잔잔히 좇는다(사진=푸른역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관직을 내던지고 낙향한 ‘인기 초상화가’가 있다. 이후 그는 고향 전주는 물론이고 익산·변산·고부·남원 등을 다니며 항일 우국지사와 유학자들의 초상 그리기에 몰두했는데. 이때 그가 도입한 파격적인 방침이 있다. ‘정찰가격제’다. 그의 초상화 한 점을 받으려면 제법 큰 ‘현금’이 필요했던 거다. 전신상에 100원, 반신상에 70원. 그 시절 이 돈이면 뭘 살 수 있었을까. 소 한 마리다. 1928년 임실에서 소 한 마리를 82원에 거래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의 초상화 한 점에 웬만한 집안의 보물인 소 정도는 우습게 바쳐야 했다는 얘기다. 석지 채용신(1850∼1941). 바로 그 ‘초상화가’다. 전통양식을 따른 마지막 인물화가인 동시에 전통에만 매이지 않는, 세부묘사부터 원근과 명암까지, 서양화법을 과감히 들인 한국화가다. 꽃도 새도 산수도 그렸지만, 그이의 이름에는 단연 ‘초상화가’란 타이틀이 붙는다. 한국회화사상 초상화를 가장 많이 그린 작가기도 했으니까. ‘양’만이 아니다. ‘질’도 만만치 않다. 대표작으로 ‘고종황제어진’ ‘영조어진’ ‘흥선대원군 초상’ ‘최익현 초상’ 등이 꼽히니. 능력도 능력이지만 흥미로운 건 그의 지극히 현대적인 ‘사업수완’이었다. 신문광고, 가족경영, 선수금 등의 개념을 도입했으니까. 이런 거다. 초상화를 의뢰한 고객에겐 막내아들을 파견해 선수금 20원을 받아오게 했단다. 이후의 고객 접대는 큰아들 몫이었고. 나중에는 ‘초상화 제작합니다’로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 작가이력·제작가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증명사진 같은 초상화란 특수성이 마땅히 반영됐을 터. 하지만 이를 한국미술시장의 첫 장면으로 삼는 데는 무리가 없다. △“초상화 그리시게? 소 한 마리 값 82원만 내셔” 5000억원 규모를 목전에 뒀다. 한 해에 4만점쯤 거래된다. 화랑·경매사·아트페어 등서 여는 전시·경매가 6200회쯤 되고(미술관 2640회는 별도), 200만명이 둘러보고 작품을 살까 말까 고민한다. 드디어 100억원대를 넘긴 그림(지난해 김환기의 ‘우주’가 132억원에 낙찰됐다)도 나왔다. 바로 요즘의 한국미술시장이 말이다. 시장 사정이 어떻든 그건 나중 문제고, 이만큼의 미술시장이 태동한 때가 분명 있을 터. 채용신의 ‘사업수완’에 빗대본 그 시기의 풍경은 ‘개항기’(1876∼1904)부터 ‘일제강점기’가 끝나는 해방 이전까지 불과 70년 안팎에서 만들어졌단다. 중절모를 쓴 백인신사가 갓끈을 질끈 묶은 조선인을 상대로 백자항아리를 놓고 흥정하고, 일본 관료와 화상이 앞다퉈 조선미술품을 빼내던 그때 말이다. 책은 현직 미술·문화재전문기자로 활약하는 저자가 오랜 시간 잡아낸 그때 그 풍경이다. 화랑·경매 등 대표적 미술시장부터 그림 보는 눈높이를 배워간 전시장의 출현까지. 한마디로 ‘미술’로 다시 쓴 통사다. 특히 저자가 주목한 것은 개항기. “한국미술시장에서 가장 격동적인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란 진단에서다. 주먹구구식 행태에서 벗어나 근대적인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따라 미술품을 제작하고 사고팔던 시점. 화랑의 전신인 ‘지전’ ‘서화관’이 생기고, 이후 ‘백화점갤러리’ ‘전람회’ 등이 등장하는 기반을 다진 것도 이때고. 이 과정은 마치 계획했던 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 무엇보다 황명도 아니고 국가정책도 아닌, 오로지 상업적 목적이 만든 시장이란다. 말 그대로 돈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더 큰돈을 위해 그림을 파는. 이 세세한 관찰을 위해 저자는 특별한 키워드를 내놓는데. ‘욕망’이다. 이때의 장면을 좇기 위해선, 끼니를 찾아 연명하던 그 시절에도 꿈틀대던 미술품에 대한 갈망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극은 외지인으로부터였다. 개항기 조선화가들은 서양인 취향에 맞춘 풍속화를 그려 팔았고, 무덤에서 도자기·토기까지 몰래 꺼내 그들의 품에 안겼다. 일제강점기에는 그 중간절차도 필요 없었다. 고려자기 등을 닥치는 대로 도굴한 일본 상인들이 골동품상점을 열어 되팔고 경매까지 붙였으니. 첫 미술전시회라 할 ‘조선미술전람회’도 1922년부터 조선총독부가 주최했고. 어찌 보면 1930년대 이후 본격적인 상업화랑시대는 수십년에 걸친 미술시장의 기형적 형성이 남긴 ‘사생아’일 수도 있다. 뿌리고 거두고 만드는 노동을 하지 않고도, 내 돈을 직접 투자하지 않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미술품 거래’를 순식간에 터득한 셈인데.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아주 낯선 욕망’이었던 거다. 1927년 대중잡지 ‘개조’와 ‘별건곤’에 실렸던 ‘미전소견’이란 제목의 풍자삽화. 왼쪽은 서양화 전시문화에 대한 이질감을, 오른쪽은 서양누드화가 가져온 충격을 묘사하고 있다. 각각 “이 사람아 남이 못 아라(알아) 보도록 그리는 것이 요새 시태(유행)라네”, “연애편지 문학과 함께 꼭 잘 팔릴 그림”이란 설명을 달았다(사진=푸른역사).△한국인 수장가 등장했지만…한국미술시장 태생의 한계 남아 물론 전혀 다른 장면도 있다. 국내 미술품수장가가 본격 등장한 시기로 저자는 역시 이즈음을 꼽는다. 책은 그 역사적인 현장도 기록해뒀다. 1936년 11월 22일. 일본인 저축은행장이던 모리 고이치가 생전 수집한 고미술품을 모조리 꺼내놓는 날이었는데. 한국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던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연 이날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절제된 화려함을 지녔다고 평가받던 조선백자였다. 500원을 부른 시작가는 단숨에 7000원을 넘겼고, 호가대결은 마치 ‘조선인 대 일본인’ 구도로 보였다. 실제 조선인 컬렉터와 일본 최고 골동상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니. 결국 낙찰가는 1만 4580원. 과연 백자는 어디로? 조선인이다. 간송 전형필(1906~1962). 31세의 그가 일본인의 독무대였던 당시 고미술품시장에 대수장가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그무렵 조선백자의 경매시세는 100∼2100원 사이였다니, 이 충격적인 거래가 조선백자의 가격상승에 불을 놨던 건 물론이다. 일본으로 하염없이 유출되던 문화재를 끊임없이 사들였던 간송. 그의 이날 활약 덕에 이 백자는 훗날 국보 제294호로 등록된다. 어차피 한계는 있다. ‘한국미술시장’의 태생이 말이다. 일제침탈이란 무거운 변수를 안고 가야 했으니. 서민과는 동떨어진 상류층 필요에 의해 얼개가 짜인 구조란 점도 편파적이고. 간송이 ‘문화재지킴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막대하게 쏟아부은 돈 덕분이 아니었나. 말로 다할 수 없게 고마운 일이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껏 미술품 거래가 ‘그들만의 문화’란 인식이 꺾이지 않은 건 결국 ‘태생의 한계’ 탓일 수 있는 거다. 그 뼈아픈 과정에 대한 감정적 동요는 접었다. 책은 담담한 시선으로 아카이브가 턱없이 빈곤한 그 시절의 퍼즐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다. 롤러코스터보단 오리배를 택했다고 할까. 내 발을 얼마나 휘젓느냐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이 보일 것도 닮았다.
2020.05.20 I 오현주 기자
 "노을이 그냥 노을로 안 보이니…뭘 못 그리겠나"
  • [시대藝인] "노을이 그냥 노을로 안 보이니…뭘 못 그리겠나"
  • 김보희 화백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서 연 ‘투워즈’ 전에 건 자신의 작품 ‘더 데이즈’(2011∼2014) 앞에 섰다. 작품은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던 자연 속에 들어선 화백의 시선을 응축한 대작이다. 100호(162×130㎝) 규모 27점을 연결해 거대한 한 점(390×1458㎝)으로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노을이 그냥 노을로 보이지 않고, 매일 지는 해지만 점점 느껴지는 게 많아지더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서편 하늘 저쯤에서 뭐가 타오르지 않고서야, 노랗고 붉은 기운이 저토록 엉겨 붙어 제 경계를 잃어버릴 수가 있나. 그림 따라 보는 이의 속까지 타들어가는데, 저 빛과 색을 만들어낸 화백은 잔잔한 미소만 흘려보낼 뿐이다. “작품에는 천생 작가가 사는 바운더리(영역·한계)가 나오더라”며. 이쯤 되니 더 모를 노릇이다. 그이의 붓을 움직인 게 노을인지 세월인지. ‘중문거리 201908’(2019)이란 타이틀을 단 그림 얘기다. 해 저무는 어느 날 어느 길. 거리에 버티고 선 야자나무가 꽤나 이국적으로 보이지만, 저 안의 배경은 제주 중문이다. 그런데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건가. 사람 사는 도시란 ‘사인’은 길을 달리는 차 한 대가 전부. 저 차마저 지나가 버리면 그저 노을만 덩그러니 남을 텐데. 김보희의 ‘중문거리 201908’(2019). 해 저무는 어느 날 제주의 중문거리 풍경을 드라마틱한 색감으로 뽑아냈다. 노랗고 붉은 하늘색과 닮은 자동차의 후미등으로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꾀했단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한국화가 김보희(68) 화백. 저 풍경을 끌어안고 그이가 제주에서 외출을 나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에 연 초대전 ‘투워즈’(Towards) 개막에 맞춰서다. 개인전으론 3년 만. 화백 특유의 화풍으로 채운 풍경·정물화 등 55점을 걸고 50년 화업의 진수를 펼쳤다. 김 화백이 제주로 향한 건 2000년대 중반. 2017년 이화여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이후에는 아예 내려가 정착해버렸다. 제주의 기운은 범상치 않았다. 작업실이 있다는 중문 일대는 물론이고 섬 전체가 그이의 붓길에 닿아 있으니. 그 길을 따라 풍경은 풍경인데 풍경만이 아닌 풍경화가 연신 그이의 손끝에서 삐져나오는 중이다. 김보희의 ‘더 테라스’(2019). 화백의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책, 테이블, 의자 반려견 네오까지 화백이 애정을 담은 대상을 앞쪽에 들인 뒤 뒷배경은 상상력에 기댔다.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100호(162×130㎝) 8점을 연결해 324×520㎝ 규모로 확장했다(사진=금호미술관).△사실적 풍경에 얹은 상상력…15m 풍경화 압권 김 화백의 작품세계는 동양적인 철학에 근거한 서양적인 구상회화로 정리된다. 기둥은 역시 풍경. 치밀하게 대상을 묘사한다. 대단히 사실적이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더 있으니 그 바탕에 덧얹은 상상력이다. 빨려들면 들수록 이제껏 보지 못한 지극히 추상적인 광경이 보인다는 얘기다. 출발부터 그랬단다. 1974년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작가생활에 들어선 그때부터 동양적 자연관에 서양물감을 올리는 독특한 작품을 내보였던 거다. 동양 아니면 서양, 구상 아니면 추상이란 이분화한 구도가 전부였던 국내 화단에 어깃장을 놨던 셈인데. 용케 버텨냈다고 할까. 수묵과 채색, 원경과 근경이 뒤섞여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법이 쉽게 먹히진 않았을 테니. 결국 동·서양을 우습게 넘나든 ‘시간’ ‘순환’ ‘자연’ 등의 키워드를 기어이 살려냈다. 김보희의 ‘투워즈’(2016)와 ‘투워즈’(2017). 아스라이 보이는 풍경에 알 듯 모를 듯한 숫자를 얹었다. 화백은 “말년이다 생각하니 초조함이 생기고, 이후에 안 보이던 숫자가 보이더라”며 “여행 간 어느 해를 넣기도 하고, 지나가는 세월을 의미하는 365를 넣기도 했다”고 전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친밀감 덕인지도 모른다. 그이의 장기이자 특기다. 어느 하나에도 ‘허투루’나 ‘대충’이 없으니까. 세필로 여러 번 덧칠하는 것조차 애정의 발로라고 할 터. 그러니 광대한 자연이든 미세한 생물이든 그이의 눈을 피해 갈 순 없었을 거다. 그 대표작 중 하나가 ‘씨앗’ 시리즈. 2017년 전후로 화백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씨앗’을 클로즈업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시간의 순환, 불변의 진리를 대신 입혀낸 거라고 할까. 소멸하는 생명체에 기울인 측은지심이라고 할까. ‘자화상’(2019)이 그중 한 점이다. 연두가지에서 뻗친 솜털 같은 수많은 실이 작은 씨앗을 또 품고, 그 곁으론 갈색의 털이 삼단같이 드리워진 정물화. 아무리 봐도 북실북실한 한 식물체를 클로즈업한 작품인데 난데없이 ‘자화상’이라니. 제 몸을 터트린 씨앗이 다 늙어, 길게 수염까지 늘어뜨린 그 모습에서 문득 자신이 보였다는 거다. “늙는 것도 아름답구나” 했다니. 김보희의 ‘자화상’(2019). 화백의 ‘씨앗’ 시리즈 중 특별히 ‘자화상’이라 이름 붙인 작품이다. 제 몸을 터트린 씨앗이 다 늙어, 길게 수염까지 늘어뜨린 그 모습에서 문득 자신이 보였다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바다와 하늘의 풍경을 담아낸 십수 점의 ‘투워즈’ ‘인 비트윈’(In Between) 시리즈는 김 화백 풍경화의 또 다른 세상이다. 116×91㎝ 크기의 ‘투워즈’(2012)부터 하늘과 바다 각각을 나란히 붙여 가로·세로 4m의 광활한 전경으로 만든 ‘인 비트윈’(2019)까지. 세심한 붓질은 여기서도 빛을 냈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바닷속 사정,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속 형편을 ‘푸른’이란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겹겹의 색에 묻혀낸 거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 그들이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살을 맞댔으니. 김보희의 ‘인 비트윈’(2019).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 하늘과 바다가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을 맞댔다. 200×400㎝ 규모의 캔버스 두 개를 이어 가로·세로 4m의 광활한 전경으로 만든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부가 깊고 모두가 넓지만 이번 전시의 압권은 단연 가로 15m에 달하는 풍경화 ‘더 데이즈’(The Days·2011∼2014)라 할 거다. 장장 3년에 걸쳐, 100호(162×130㎝) 작품 27점을 연결해 거대한 한 점(390×1458㎝)으로 완성한 작품. 초록의 우거진 숲은 해와 달, 바다를 품고, 온갖 새와 벌레, 거북이까지 들였다. 없는 것이 없지만 하나가 빠졌다. 사람이다.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여섯 번째 날 만든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지저분해지지 않았나. 사람은 빼고 대신 원숭이를 넣었다.” 김보희의 ‘더 데이즈’(2011∼2014).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 자연 속에 들어간 화백의 시선을 응축한 대작이다. 초록의 우거진 숲은 해와 달, 바다를 품고, 온갖 새와 벌레, 거북이까지 들였다. 100호(162×130㎝) 규모 27점을 연결해 거대한 한 점(390×1458㎝)으로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예전엔 수묵화도 그렸고 인물도 그렸더랬다. 지금이라고 딱히 가리는 건 없다. “솔직히 이제 뭐든 못 그리겠는가” 한다. 그저 좋아서, 자꾸 아름다워서 그린다는 거다. “꽃이 보일 때, 산이 보일 때, 나무가 보일 때, 그때그때 덩어리지게 그리는 것뿐”이란다. △“어느 쪽을 향해서… 어디로 기운다기보다” 김 화백이 대중적인 관심을 끈 계기가 있었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방한했던 그때.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멜라니아 여사를 맞았는데. 손잡은 두 부인의 뒷배경을 장식했던 그림이 바로 화백의 ‘투워즈’(2017·180×280㎝)였다. 언제나처럼 제주 작업실에서 잡아냈다는 사실적 풍광에 역시 상상력을 뒤섞어 빼낸 초록계열의 작품. 청와대가 그날 새벽 한 갤러리에서 대여해 공수했다는 건 나중에 알려졌다. 지난 2017년 11월 청와대 본관 접견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멜라니아 여사와 손잡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 뒤로 김보희 화백의 ‘투워즈’(2017)이 보인다(사진=이데일리DB).당시 얘기를 이제야 들었다. “보도가 나간 이후에 알았다. 청와대로 간 그림이 여사들 뒤에 걸렸으니 기분이야 좋았지. 그해 4월에 전시한 뒤에도 그대로 보관 중이던 그림이 이후에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림이 어디로 팔리는지 민감한 작가들도 적잖지만 김 화백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다. 그냥 내놓고 싶단다. “1만원이라도 공짜는 아니지 않나. 그림 사간 누군가 잘 간직할 것 같아서. 좋은 데 가면 좋은 거 아닌가.” 오랜 화두라 할 김 화백의 ‘투워즈’는 이렇게 계속 이어질 모양이다. 굳이 풀자면 ‘향하여’쯤 될 텐데. “아마 어느 쪽을 향해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 어디로 기운다기보다는. 결국 나의 모든 것을 그리게 될 거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김보희 화백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서 연 ‘투워즈’ 전에 건 자신의 작품 ‘인 비트윈’(2019) 앞에 섰다. 수묵과 채색, 원경과 근경이 뒤섞여 경계를 무너뜨리는 화법으로 화백은 ‘시간’ ‘순환’ ‘자연’ 등의 키워드를 살린, 동·서양을 넘나든 작품세계를 펼쳤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0.05.18 I 오현주 기자
 일제 수탈 아픔 서린 양곡창고…쌀 대신 예술 채우다
  • [여행] 일제 수탈 아픔 서린 양곡창고…쌀 대신 예술 채우다
  • 일제 수탈의 상징이었던 전북 완주 삼례양곡창고는 100여년간 자리를 지켜오다 2013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양곡을 저장하던 창고에는 미술관과 공연장, 공방, 그리고 카페가 들어섰다. 사진은 삼례문화예술의 ‘모모미술관’‘[전북 완주=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북을 대표하는 도시 전주. 그 전주를 휘감고 있는 도시가 바로 완주다. 완주에는 예부터 교통의 요지였던 삼례읍이 있다. 한양에서 해남을 잇는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만나는 갈림길에 자리해 국가 통신기관인 역참이 있을 정도였다. 그것도 호남에서 제일 규모가 컸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여기에 만경강 상류에 자리해 일 년 내내 곡식이 풍성하고 물길이 마르지 않았다. “호남은 삼례로 통한다”고 했을 만큼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가 바로 삼례였다.일제 수탈의 상징이었던 전북 완주 삼례양곡창고는 100여년간 자리를 지켜오다 2013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양곡을 저장하던 창고에는 미술관과 공연장, 공방, 그리고 카페가 들어섰다.◇수탈의 현장에서 문화의 공간으로 ‘삼례문화예술촌’삼례가 품은 넉넉함은 곧 주민들의 평안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에 삼례읍은 수탈의 표적이 됐다. 만경평야에서 생산한 막대한 양곡과 편리한 교통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군량미 수탈에 열을 올리던 일제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삼례에 역을 짓고, 양곡창고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제는 완주의 양곡을 군산으로 빼돌렸다. 양곡창고는 완주 농민들에게 빼앗은 쌀들로 빼곡했다. 밤마다 “한 말 한 섬” 쌀 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삼례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나라 잃은 아픔과 배고픔을 눈물로 삼켜야 했다. 삼례는 일제강점기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던 셈이다.일제 수탈의 상징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삼례문화예술촌’삼례양곡창고는 수탈의 징표로 10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왔다. 해방 이후에도 삼례읍의 양곡 창고는 일대에서 거둬들인 쌀을 보관하는 기능을 해왔다. 당시의 아픔을 간직한 양곡창고는 지금도 삼례역 주변에 일부 남아 있다. 2010년 전라선 복선화로 철로와 역사가 옮겨 가면서 기능을 잃은 양곡 창고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예술이었다. 낡아 기능을 상실한 양곡창고는 2013년 완주군과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삼례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시켰다. 양곡을 저장하던 공간에 미술관과 공연장, 공방, 그리고 카페가 들어섰다. 수탈의 현장이자, 한적했던 시골 마을은 문화와 예술에 목말라하던 주민들에게 오아시스가 됐다.일제 수탈의 상징인 양곡창고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삼례문화예술촌’허름했던 창고는 쌀 대신 책과 예술작품으로 채워졌다. 일본인 대지주가 사용했다는 삼례양곡창고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를 소개하는 ‘모모미술관’으로, ‘협동생산 공동판매’란 글귀가 눈길을 끄는 삼례농협창고는 예술공연과 영화상영이 이뤄지는 소극장으로 변신했다. 그 옆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오랜 명성을 쌓은 김상림 작가의 작업실이자 나무를 자유자재로 깎고 다듬은 가구와 소품을 만나볼 수 있는 김상림목공소가, 건너편에는 디지털아트관과 책공방 북아트센터가 이어진다. 이곳들에선 양곡창고를 배경으로 전시한 미디어아트와 기발한 설치작품들, 그리고 활판인쇄기와 제본기 등 책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기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자들을 위한 휴식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카페 뜨레는 오래된 나무골조 사이로 커피향이 은은하게 배어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삼례책마을 서점◇삼례는 책이다 ‘삼례책마을’삼례문화예술촌 길 건너에 있는 삼례책마을도 양곡 창고를 개조한 시설이다. 북 하우스, 한국학아카이브, 북 갤러리, 삼례책마을 센터까지 오밀조밀 모여있다. 대략 10만여 권이 1층부터 2층까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고서적부터 건축, 미술, 공학 등등 책분야별 시대별 없는 게 없을 정도. 1층 카페에서 구입한 책을 조용히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도 좋다.책마을로 들어서면 2층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책더미에 순간 멈칫한다. 박물관이라고 해야 할지, 도서관이라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힐 정도다. 입구에 옛 책방의 향수가 느껴지는 무인서점이 자리 잡고 있어 누구나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할 수 있다. 희귀한 동서양의 고미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뮤지엄 숍도 자리 잡고 있다.삼례책마을 서점서점 옆 박물관은 한 해 두세 차례 기획전시를 열어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시골의 작은 책방이라고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박대헌(67·사진) 이사장은 중학생 때부터 수집해 온 희귀 기록과 인쇄물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물이다.현재 ‘시집 연애보’와 ‘철수와 영이:김태형 교과서 그림’, ‘옛날은 우습구나:송광용 만화일기 40년’이 전시 중이다. 단 한 권의 시집을 전시하고 있는 ‘시집 연애보’는 전주 출신 문학도인 송기화(1920~)의 미발표 시집 원고다. 송기화는 1942년 8월 16일부터 결혼 3일 전인 12월 25일까지 약 넉 달간 이 일기를 작성했다. 결혼상대는 당시 전북고교 교사 또는 학생으로 추정하는 박상래씨다. 한 권의 시집을 통해 당시의 연애와 결혼 풍속도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삼례책마을_시집연애보 전‘철수와 영이’는 1946년부터 30여년 동안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옛 국민학교 교과서 주인공이었던 ‘철수와 영희’가 사실은 ‘철수와 영이’였다는 점이다. 송광용(1934~2002) 만화일기는 1952년 5월부터 1992년 2월까지 40년 동안 쓴 만화 형식의 일기다. 송광용씨는 아마추어 작가로 만화가를 꿈꿨지만, 끝내 등단하지 못한 비운의 만화가이다. 만화가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던지, 군생활 도중에도 만화 일기를 멈추지 않았다. 만화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한 평범한 남자의 꿈과 현실, 희망과 좌절을 엿볼 수 있다.삼례책마을_송광용의 만화일기◇여행메모△가는길=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용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익산역에서 전라선 하행선으로 환승해 삼례역에 내린다. 서대전역에서는 삼례역까지도 열차를 운행한다. 1시간 12분 정도 소요된다. 역에서 예술촌까지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우석대학교행을 타면 된다. 3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는 호남고속도로 삼례톨게이트로 나가면 되는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먹을곳= 삼례문화예술촌과 책마을 사이에 식당과 카페 등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한식뷔페로 운영하는 ‘새참수레’는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현재 완주군내 어르신들이 주방과 계산대를 책임지고 있다. 농가 레스토랑 ‘비비정’도 삼례문화예술촌에서 가깝다. 버섯전골·홍어탕·불고기 주물럭 등이 대표 메뉴다. 삼례책마을과 삼례문화예술촌 사이 거리 조형물
2020.05.15 I 강경록 기자
40만권 팔린 책 작가료 1850만원...양도출판계약 범위 정해야
  • 40만권 팔린 책 작가료 1850만원...양도출판계약 범위 정해야
  • [박주희 변호사·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제2의 구름빵’을 막기 위한 국회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명 ‘구름빵 방지법’으로 불리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개원에 발맞춰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그림책 ‘구름빵’최근 그림책 ‘구름빵’ 원작자 백희나 작가가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출판사와 작가 간 매절 계약의 폐해를 없애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미 2015년 이와 관련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이 민간 관계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고, 결국 19대 국회 임기 내에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18년 발의된 개정안도 입법기관의 관심에서 밀려 20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 수순을 밟을 조짐이다.현재 발의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장래 창작물에 대한 포괄적 양도를 금지하고, 저작자가 받은 대가가 저작물 이용자의 수익에 비해 정당하지 못한 경우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백희나 작가가 ‘구름빵’의 출판사인 한솔수북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억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촉발됐다. 백 작가는 2003년 ‘구름빵’ 출간 계약 당시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출판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 저작재산권의 모든 권리를 출판사 등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일체의 권리를 양도하기로 하는 해당 계약은 불공정하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름빵’은 그림책 자체만으로도 15년간 40여 만부가 팔렸으며,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이뤘지만 원작자인 백 작가가 출판사로부터 저작권료 및 지원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185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양도계약과 출판계약 구분 확실해야 백 작가와 출판사 간 갈등의 핵심에는 ‘매절(買切)계약’이 있다. 매절계약이란 출판사가 저작물의 이용에 대한 대가를 책의 판매부수나 발행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앞으로 저작물 이용을 통해 얻는 수익을 출판사가 모두 독점하는 출판계의 관행을 말한다. ‘구름빵’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매절계약’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일며 구습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다만 매절계약 자체가 무조건 불공정하다거나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책의 판매부수나 발행부수에 따라 인세를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하고 오히려 작가가 매절계약을 원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구름빵’ 출판사의 반론처럼 무명의 작가에게 얼마나 책이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비용을 지출하는 일이기에 매번 출판사만 비난할 수도 없다.‘매절계약’의 ‘매절’이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법적 용어도 아니어서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순히 저작권료를 일괄 지급하고 판매량에 따라 인세를 지급하지 않는 형태의 ‘출판 계약’인지 저작권까지 넘기는 ‘양도 계약’인지 작가와 출판사가 이를 분명히 약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분쟁이 발생하면 대개 출판사는 ‘매절’의 의미에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법상의 권리 및 법률상의 지위 등을 모두 넘긴다는 뜻을 가진 ‘양도’의 개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저작권료인 인세금액이 통상적인 인세를 현저히 초과하는 큰 금액일 경우에만 양도계약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순히 이용허락인 출판계약으로 판결하고 있다(서울북부지법 2008. 12. 30. 선고 2007가합5940판결). 그러나 ‘매절계약’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첫 출발은 해당 계약의 조건과 범위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서로간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것이다.◇ 중국어권 저작권, 또 다른 논란 낳아 또 다른 문제는 ‘매절계약’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비롯한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는 명백한 특약이 존재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백 작가와 한솔수북 간 체결한 계약 내용 안에는 2차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솔수북은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 등에 7년 기간의 2차적 저작물 작성 계약을 맺었고, 이들 업체는 ‘구름빵’을 가공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의 2차 저작물을 공동제작했다. 그런데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가진 국가기관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2016년 중국에서 ‘구름빵’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국어권에 대한 ‘구름빵’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이용허락계약을 중국 기업과 맺었다. “‘구름빵’ 캐릭터가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중국 국기를 흔들어도, 한국의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계약을 국가 기관인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나서서 체결한 것”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에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되어 있다.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양도 여부를 원저작자가 별도 특별계약을 통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출판 분야의 불공정한 약관을 수정하고, 문체부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약관도 표준계약서도 강자가 제시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양도 특약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갑을’의 현실을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가에게 저작권 양도 특약이 있는지 확인하고 동의하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갑인 출판사가 제시하는 조건에 거부할 무명의 작가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홀로 외로이 싸우는 제2의, 제3의 백희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무명의 작가라도 자신의 권리를 함부로 양도하지 않고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박주희 변호사◇박주희 변호사는 저작권법 전문가로서 미술·무용·콘텐츠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예술가를 위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2019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포상 공로상을 받았다. △제52회 사법시험 합격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 △서울지방변호사회 예술법커뮤니티 부위원장
2020.05.12 I 고규대 기자
 한글 이야기를 품은 시장을 거닐다
  • [강경록의 ‘콕’] 한글 이야기를 품은 시장을 거닐다
  • 세종대왕과 함께 하는 골목 여행, 여주한글시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골목에는 재미가 숨어 있다. 좁은 길을 어슬렁거리며 발견의 즐거움을 누리기 좋다. 초록빛 반짝이는 5월,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여주한글시장으로 떠나보자. 이곳에는 세종대왕 이야기를 담은 벽화와 여주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엿보는 전시관 ‘여주두지’가 마련되어 아기자기한 골목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세종대왕 포토존◇한글을 주제로 한 ‘여주한글시장’여주한글시장은 한글을 주제로 한 시장이다. 1980년대부터 가게들이 모여 ‘중앙로상점가’라고 불리다가, 2016년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여주한글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은 전통시장과 지역의 문화 관광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로, 여주한글시장은 중앙로상점가에 한글을 접목해 만들었다. 세종대왕의 무덤인 영릉(英陵, 사적 195호)이 여주에 있기 때문이다. 여주한글시장으로 변신한 뒤, 곳곳에 한글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벽화가 들어섰다.여주한글시장은 5개 구역으로 나뉘며, 여주시청 입구와 제일시장 입구로 들어간다. 1구역은 여주시청 입구에서 시작하고, 4구역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골목이 연결되는데, 벽화를 보려면 2구역과 3구역 사이를 찾는다. 이곳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표현한 벽화가 있다. 탄생부터 즉위, 측우기 제작, 훈민정음 창제까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재미있게 묘사했다. 벽화가 있는 낮은 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그림의 선명한 색이 골목을 환하게 만든다.벽화를 좀 더 보고 싶다면 4구역 벽화골목으로 가자. 열심히 사군자를 그리는 세종대왕 모습이 진지하다. 좁은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갈수록 추억에 빠져든다. 말뚝박기에 푹 빠진 장난꾸러기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길지 않은 골목에서 문득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바닥에도 한글◇여주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보관한 ‘여주두지’생활 문화 전시관 여주두지도 골목에 있다. 두지는 쌀을 보관하는 뒤주를 한자로 표기한 말로, 여주두지는 ‘여주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보관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여주 14개 마을 주민에게 들은 이야기와 채집한 물건을 전시하고 있다.색시가 타던 가마와 우편배달부의 신발, 이발소 가위 등 소소한 물건이 가지런히 놓였다. 도장이 여러 개 꽂힌 도장집이 흥미롭다. 가남읍 연대리 주민은 도장을 마을회관에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정도로 신뢰가 돈독했다고 한다. 여주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와 물건이라 더 마음이 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무료다.여주두지를 돌아본 뒤에는 소년 세종 포토 존으로 향한다. 영특해 보이는 소년 세종 동상과 인자한 표정으로 책을 들고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4구역에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증 사진을 찍는다. 한글이 신기한 외국인도 발걸음을 멈추고 기념사진을 남긴다. 포토 존 옆에 마련된 의자는 자음을 형상화해 눈길을 끈다.세종대왕과 함께 하는 벽화골목◇붕어빵처럼 찍어낸 ‘한글빵’포토 존 옆 ‘한글빵카페’에서 한글빵을 판다. 빵 위에 자음이 찍힌 찹쌀빵으로, 달콤하고 쫀득하다. 미리 만들어놓은 반죽을 얼렸다가 붕어빵처럼 찍어낸다. 고구마와 자색고구마, 단호박, 옥수수, 치즈고구마, 팥 등 6가지 종류로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여주에서 난 찹쌀을 주로 이용하며, 고구마 맛 앙금은 여주 고구마를 재료로 한다.여주한글시장에 가면 다양한 한글을 만난다. 간판이 대부분 한글이며, 노브랜드나 배스킨라빈스 같은 영어 간판도 한글로 바꿨다. 시장 입구 바닥에 훈민정음이 새겨졌고, 하늘에 알록달록한 한글 작품이 걸렸다. 글자로 사용하던 한글이 미술 작품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경험이다.여주한글시장은 어둠이 내리면 환한 빛을 안고 다시 태어난다. 루체비스타 조명 시설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한글 간판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온다.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적어도 두 번은 이곳에 들러야 하는 이유다. 여주한글시장은 상설로 운영하며, 끝자리 5·10일에는 오일장이 열린다. 4월 말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오일장은 휴장한 상태다.달콤하고 쫀득한 한글빵◇영릉·여주보·신륵사 등 여주의 보물여주한글시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여주 영릉(寧陵, 사적 195호)이 있다. 조선 17대 왕 효종과 인선왕후의 쌍릉으로, 북벌 개혁을 시도한 효종의 웅대한 뜻이 잠든 곳이다. 왕과 왕비의 무덤을 위아래로 배치한 동원상하릉 형식이며, 왕 무덤에는 곡담이 있다. 여주 효종 영릉재실(보물 1532호)을 눈여겨보자. 조선 왕릉의 재실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됐는데, 이곳은 잘 남아 있고 공간 구성과 배치도 뛰어나다.이제 남한강 풍광이 아름다운 여주보로 향한다. 여행자와 주민에게 사랑받는 여주보는 세종대왕 발명품을 주제로 디자인했다. 보 기둥은 물시계인 자격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자인하고, 해시계인 앙부일구 형상을 반영해 세종광장을 조성했다. 여주보를 사이에 두고 산책로와 갈대 언덕 등 쉴 공간이 넉넉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인기다.우리나라 사찰로는 드물게 강변에 자리한 신륵사도 빼놓으면 안 된다. 구름과 용무늬가 아름다운 신륵사 다층석탑(보물 225호), 국내 유일한 고려 시대 전탑인 다층전탑(보물 226호) 등 여러 보물을 품고 있다.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정취가 그윽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효종대왕릉◇여행메모△여행코스= 여주한글시장→여주 영릉→숙박→여주보→신륵사△가는길=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여수교차로에서 광주·성남시청 방면→부발교차로에서 여주 방면 우회전→중부대로→하동사거리 좌회전→시청삼거리에서 우회전→여주한글시장 입구△잠잘곳= 일성남한강콘도&리조트, 썬밸리호텔, 여주참숯마을오토캠핑장, 여주온천 등이 있다.△먹을곳= 능서면의 구능촌은 오리구이와 오리백숙, 강변로의 여주쌀밥집은 쌀밥정식, 청심정은 참숯장어구이, 대신면에는 강계봉진막국수의 막국수가 유명하다.
2020.05.09 I 강경록 기자
JW메리어트서울에 묵으면 양주장욱진미술관을 AR로 즐긴다
  • JW메리어트서울에 묵으면 양주장욱진미술관을 AR로 즐긴다
  • [양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코로나19가 미술관 관람까지 비대면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를 가져왔다.경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JW메리어트 서울과 함께 5월 한달 간 어린이를 동반한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AR(증강현실)을 활용한 ‘미술관은 내 친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8일 밝혔다.(사진=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비대면 인룸 관람인 ‘미술관은 내 친구’는 AR 콘텐츠 제작 업체인 아티바이브와 어린이 놀이 콘텐츠 업체 키즈캔이 합작해 아이들이 객실에서 장욱진의 작품을 감상하고 가족과 즐길 수 있도록 미술관 체험 패키지를 제공한다.장욱진 AR키트는 △장욱진의 다양한 작품을 AR을 통해 알아가는 플레이북 △가족과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Things I Like’ 영어그림책 △장욱진 그림에 아이들 표현을 더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액자만들기 키트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DIY 보드게임 △풍선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풍선 자동차 키트 등으로 구성했다.(포스터=양주시)이와 함께 미술관은 온라인 개학에 발맞춰 공식 유튜브 ‘욱진TV’에 활동지를 영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미술관 내 조각공원에서 AR 콘텐츠를 활용한 미션형 체험 감상 전시인 ‘양주의 숨은 그림을 찾아라’를 통해 활동적인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미술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AR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관람을 확대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JW 메리어트 서울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디지털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04.28 I 정재훈 기자
현대百, 가정의 달 맞이 선물 상품전 진행
  • 현대百, 가정의 달 맞이 선물 상품전 진행
  • (사진=현대백화점)[이데일리 함지현 기자]현대백화점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전점에서 가정의 달 선물 상품전 ‘쇼 유어 하트(Show Your Heart)’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행사 기간 동안 아동·남성패션·스포츠·잡화 등 각 상품군별로 다양한 선물 상품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각 점포별로 다양한 선물 상품전·이월 상품전을 진행한다. 압구정본점은 다음달 5일까지 ‘럭셔리 워치&주얼리 페어’를 진행한다. 브레게·바쉐론콘스탄틴·IWC·예거르쿨트르 등 2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각 브랜드별로 5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금액대별로 5% 현대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한다.무역센터점은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지하 1층 대행사장에서 ‘남성패션 선물상품전’을 열고 까날리?산드로옴므?빈폴?닥스셔츠?듀퐁셔츠 등 남성패션 10여 개 브랜드의 봄 상품을 판매한다.판교점은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지하 1층 대행사장에서 ‘2020 봄·여름(S/S) 아디다스 대전’을 열고, 아디다스 이월 상품을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60% 인하된 가격에 선보인다. 천호점은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지하 1층 대행사장에서 ‘잡화 선물상품전’을 진행한다. 행사에는 톰포드?에스까다?휠라 등 선글라스와 페라가모?로즈몽?아르마니?스톤핸지 등 쥬얼리, 패션시계를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60% 저렴하게 판매한다.현대백화점은 또한 행사 기간 동안 전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감성엽서북’을 증정하고, 현대백화점 애플리케이션 회원이 5만원 이상 구매 시 ‘캐릭터 퍼즐 세트’를 제공한다. 아울러 2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금액대별로 5% 현대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고 현대백화점카드 6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 혜택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가족 단위 고객들을 위한 전시 행사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에 위치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건축 그림책 전시 ‘말도 안돼! No Way’를 진행한다. 전시에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그림책을 원화로 선보이고,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안토니 가우디’, ‘자하 하디드’의 건축 기법을 모티브로 한 그림책 등 다양한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또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미니 사이즈로 건축 조형물을 만들어 볼 수 있다. 6층에 마련된 ‘건축 실험실’에선 ‘구름 위에 걸린 집’, ‘폭신폭신한 정전기의 집’,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집’ 등 6개 테마로 만들어진 건축 모형들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다.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선물상품전 진행하고 프로모션도 강화해 고객들이 합리적으로 선물 상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04.26 I 함지현 기자
중구문화재단 어울림도서관, 지역주민 위한 프로그램 강화
  • 중구문화재단 어울림도서관, 지역주민 위한 프로그램 강화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중구문화재단은 올해부터 위탁 운영하는 어울림도서관이 공공도서관 장애인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비롯한 세 가지 공모사업 선정됐다고 23일 밝혔다.올해 선정된 사업은 △공공도서관 장애인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 △도서관·박물관·미술관 ‘1관 1단’ 공모사업 △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지원 사업이다. 중구문화재단은 어울림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을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일상 속 생활문화를 확산해 복합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공공도서관 장애인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은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의 독서문화 진흥 및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위해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주최하는 공모사업이다. 어울림도서관과 중구장애인복지관이 연계해 오는 5월부터 10월까지 총22회에 걸쳐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도서관·박물관·미술관 ‘1관 1단’ 공모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도서관·박물관·미술관을 거점으로 재능있는 지역주민의 창의적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어울림도서관은 2년 연속 사업 시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지역 주민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지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사업이다. 어울림도서관은 지난 2013년부터 8년 연속 선정됐다. 이주민의 국내 적응을 돕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상호문화 이해 증진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윤진호 중구문화재단 사장은 “주민의 일상과 맞닿아있는 도서관이 창의적 활동과 독후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이 더욱 활발하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어울림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어울림도서관 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지원 사업 ‘글로벌 문화체험’ 현장(사진=중구문화재단).
2020.04.23 I 장병호 기자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건축 그림책展 '말도 안돼! No Way' 진행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건축 그림책展 '말도 안돼! No Way' 진행
  • 말도 안돼! No Way 전시. (사진=현대백화점)[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에 위치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8월 30일까지 ‘말도 안돼! No Way’ 전시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이번 전시는 아치, 다리, 마천루 등 건축 요소를 알기 쉽게 표현한 해외 유명 작가들의 그림책을 원화로 선보이고,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안토니 가우디’, ‘자하 하디드’의 건축 기법을 모티브로 한 그림책 등 다양한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고딕성당 Cathedral’은 실제 건축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건축의 원리를 담아냈고, 데이비드 로버츠, 안드레아 비티의 ‘꼬마 건축가 이기 펙 Iggy Peck, Architect’은 건축의 원리를 이용해 어려움에 빠진 상황을 재치있게 극복하는 ‘이기 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높은 마천루를 완성하기 위해 했던 고민과 노력의 과정을 그려낸 그림책인 디디에 코르니유의 ‘높이 솟은 마천루에 올라요 Tous les gratte-ciel sont dans la nature’ 등 세 권의 그림책 원화 60여 점을 선보인다.또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독창적인 건축 기법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그림책도 선보인다. 필로티(건물 1층에 벽없이 기둥만 세우는 형태)를 처음 고안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스페인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국내에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한 ‘자하 하디드’ 등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 기법을 쉽게 표현한 그림책 30여 권을 전시한다. 또한 이들 건축가의 대표 작품의 특징 및 유년 시절을 주제로 풀어낸 ‘스토리월’도 마련된다.다양한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전시 기간 동안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미니 사이즈로 건축 조형물을 만들어 볼 수 있고, 6층에 마련된 ‘건축 실험실’에선 ‘구름 위에 걸린 집’, ‘폭신폭신한 정전기의 집’,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집’ 등 6개 테마로 만들어진 건축 모형들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다. 전시 관람료는 6000원이며, 자세한 전시관람 정보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인터넷,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한편,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지역 사회 공헌과 문화예술 지원을 위해 현대백화점이 설립한 문화교육 공간으로, 2015년 설립 이래 그림책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기획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20.04.19 I 이윤화 기자
1 2 3 4 5 6 7 8 9 10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