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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주차단속만 잘해도 일자리가 생긴다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행정의 수준과 질서의 수준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운전을 하는 분은 아실 게다. 좁은 도로 가에 당당히 서 있는 차들로 여기가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분간이 어려운 곳을 본 적이 있는가. 가끔 구청에서 주차단속을 나오긴 하지만 불법주정차 차량은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근절되지 않고 왕복 두 개 차로를 잡아먹고 있는 광경 말이다. 평일 낮 시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을 때 강력한 단속으로 교통을 원활히 해주면 좋으련만,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꼭 필요하지 않은 시간인 주말 저녁 주택가 골목길에서 단속은 이루어진다.사실 주차단속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누릴 수 있는 효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동 시간의 절약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국가적으로 활용하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갖게 된다. 교통의 흐름이 빨라지고 물류비용이 줄어들며 도심 속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이는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효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효과는 따로 있다. 고작 한 블록 이동하는데 신호를 세 번, 네 번 씩이나 받으며 늘어가는 운전자의 극심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사회 전반의 범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선진 주차문화가 자리 잡기까지 강력하고도 끈질긴 주차단속이 필요하겠지만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은 곳에 갈 때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주차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자투리땅에 주차산업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주차위반에 수십 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주차단속 탓에 불법주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적 관행과 질서로 인식되는 덕분에 도심 골목 곳곳에 운영하는 소형 주차장은 엄연한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내 주차장 임대사업 1위 기업인 파크24는 2018년 매출 2900억엔(3조 2000억원)을 기록했으며, 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찌감치 2009년에 쏘카와 같은 카셰어링 사업에 진입했다.제대로 된 주차단속 하나만으로도 공유경제의 주요 산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계해서 발생하는 일자리도 적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헬리콥터식 현금복지’ 사업에 기울이는 관심의 일부라도 행정 질서 개편에 쏟는다면 우후죽순 늘어나는 소모적인 일자리가 아닌 ‘노인도 참여할 수 있는’ 생산적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차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주차단속 및 행정 처리에 필요한 인원이나 주차장 설비를 만드는 일, 혹은 주차장 운영이나 주차장 관리를 위해 생기는 일자리가 그것이다. 난데없이 주차단속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할 행정 수요가 그만큼 넘쳐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공무원들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에 대해 보여주기 식으로 잠깐 행동하는 척했다가 관심이 사그라지면 다시 과거의 관행으로 회귀하곤 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인가. 심지어는 전 국민 대상 감염 전염병 예방조차 이런 소리를 듣는다.(우린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에서 서울시 교통지도과의 ‘발레파킹’(valet parking·주차대행) 등 불법 주·정차에 대한 특별 단속이 진행되던 중 과태료 부과에 항의하는 차량 소유주가 단속 직원과 동행한 경찰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민들은 수십 년 째 관행이란 미명 하에 벌어지는 계곡과 해수욕장 상인들의 부당한 바가지요금에 분노해 왔고 각종 부실시공과 부당한 갑질을 참고 살고 있다. 양재지역 고속도로 만성정체는 연간 경제적 손실이 수천억원에 육박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는 누구나 해결책을 알지만 강력하고도 끈질긴 행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곧 해결될 듯 하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마는 좀비 같은 문제들이다.생색나지 않는 근원적인 일은 왜 소홀히 할까. 소수의 이기심과 반칙과 특권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행정집행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엄격한 법집행이 요구되는 사안들은 우리의 생활과 삶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변화는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시키는 일만 하기에도 벅찬(혹은 시키는 일만 하는데 특화된)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 여건과 환경을 바꿔야 하고 공익을 저해하는 소수의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한 행정집행에 시민사회도 자발적 동의와 지지를 보내줘야만 한다. 여기에 지자체장을 비롯한 정치세력의 이익 편들기는 국민 누구에게도 해로운, 내일을 좀먹는 행위이다. 당장 원칙에 입각해 엄격한 주차단속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온갖 반발과 비판이 빗발칠 것이다. 차 가진 운전자들은 불편한 주차환경에 아우성칠 것이고 상인들은 생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사회 전체적인 수준이 선진국으로 돌입하기 원한다면 공권력이 공익을 외면한 채 사익에 따라 복무해서는 안 된다. 일부 운전자의 이기심으로 인해 주차장이 되어 버린 도로의 오늘은 그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 하겠다.변화의 원칙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 큰 것으로, 간헐적 집행이 아닌 지속적인 집행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인의 솔선수범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내일과 혁신의 미래는 훌륭한 리더의 몫이다. 사회 전체의 ‘섬(SUM·합)’을 키워가야 한다. 좋은 축구팀은 역할 분담이 잘 되어있고 각각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뛰어난 한 두 사람의 개인기가 아닌, 팀 전체가 튼튼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그릇에 물을 담을 때 어느 한 쪽의 깊이만 얕으면 전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발 뻗을 곳을 만들어 주는 일(주차장 확충 여건)과 병행하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작은 것부터 지금 시작하자. 그리고 끝까지 가자.
- [밑줄 쫙!] '추악한 승리, 정직한 패배?'... 위성정당 두고 고민 빠진 민주당
- 읽고 싶은 기사를 포털에서 골라보는 시대. 쏙쏙 이해하고 있나요? 항상 요약을 찾아 나서는 2030 세대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어제의 뉴스를 지금의 언어로 쉽게 전하는 시간. 밑줄 쫙, 집중하세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참석 당시의 이해찬 대표(사진=연합뉴스)첫 번째/민주당, ‘독이 든 성배’ 비례연합정당 참여할까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피하기 위한 미래한국당의 ‘위성정당’ 꼼수 를 저지하기 위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어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뭔데요?‘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쉽게 말해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을 의미해요. 예를 들어, A정당이 1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전체 의석의 10%를 A정당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이전까지 한국의 선거 방식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로 최다득표자만 선출되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당선자 이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뜻은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물론 거대정당의 독식을 야기할 수 있었어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로 왜곡될 수 있는 유권자 표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우리는 이번 4?15 총선부터 47개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을 상한으로 연동률 50%가 적용되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답니다.◆ 새 선거제도 무력화한 ‘위성정당’기존 선거 제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던 미래통합당(통합당)은 줄곧 선거법 개정에 반대해왔어요. 하지만 통합당 패싱으로 선거법이 개정되자 통합당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찾아냈어요. ‘위성정당’은 일당제 국가에서 다당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존재하는 명목상의 정당을 의미하는데요.통합당은 지역구 선거를 포기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했어요. 미래통합당에서 지역구 후보를 선출하고, 미래한국당에서는 비례에서 20석을 확보해 의석을 싹쓸이하겠다는 의미인 셈이죠. 이에 민생당과 정의당은 미래한국당 정당 해산 심판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어요. 민주당 안팎에서 비례민주당의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계기랍니다.◆ 진보진영 위성정당 ‘정치개혁연합’의 향방은?진보·개혁진영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정치개혁연합’(가칭)이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신고서를 내고 창당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어요.더불어민주당도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예상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어요. 민주당 내에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서 종전대로 선거를 치렀다가는 제1당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죠.이를 위해선 민주당 외에 정치개혁연합이 공동 참여를 제안한 민생당과 정의당, 민중당, 미래당, 녹색당 등 군소 정당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에요.하지만 정의당은 4일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창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어요.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어요. 더불어 민생당과 녹색당도 불참을 결정하면서 '정치개혁연합'이 4.15 총선을 앞두고 추진해온 비례대표 선거연합정당 창당 논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어요. 코로나19 대응 회의서 발언하는 이낙연(가운데) 코로나19 재난대책안전위원장(사진=이데일리)두 번째/마스크 대란에 당·정·청 “수출 없애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마스크 수출 물량을 줄이고, 주말 생산까지 독려해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어요.◆ 당·정·청 “마스크 생산량 늘리기 위한 모든 대책 쓸 것”국회에서 이낙연 코로나19 재난대책안전위원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대응 회의가 열렸어요.여기서 이 위원장은 “당·정·청은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며 “수출 물량을 거의 없애고, 주말 생산까지 독려하겠다”고 말했어요. 당·정·청은 배분의 공정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복 구매를 막고 줄서기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어요.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고시했었는데요. 이날 논의로 당일 생산량 10% 이내에서 제한된 수출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이 위원장은 신규 확진자 상태 분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고도 덧붙였어요. 그는 "최중증·중증·중등도·경증 4단계 환자 상태 분류 결과에 따른 이동과 배치를 서두르기 위해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며 "치료 병상과 생활치료센터를 최대한 빨리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고 강조했답니다.◆ 마스크 생산업체, 마스크 ‘전략물자’ 지정 요청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전략물자' 지정 필요성이 제기됐어요. 전략물자란 정부가 자국의 국가안보, 외교정책, 국내 수급관리를 목적으로 수출입과 공급, 소비 등을 통제하기 위하여 특별히 정한 품목 및 기술을 의미하는데요.2일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수급 조기 안정을 위한 현장 점검 과정에서 '마스크를 전략물자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가 접수됐다"고 밝혔어요. 전략물자 지정 필요성은 마스크 제조업체 측에서 나왔어요. 기재부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인력 부족 등으로 마스크 생산량 증대에 애로가 있다"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아 추가 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호소했죠.이에 홍 부총리는 방역 마스크를 국가 전략물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3일 밝혔어요. 정부는 폭발적인 마스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대폭 늘릴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에 온전히 부응하기 어려운 제조업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네요. (사진=이데일리)세 번째/법원서 무죄 받은 '타다'…국회서 발목 잡힐까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지난달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죠. 하지만 아직 타다가 꽃길을 걸을 거란 판단은 이른데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4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국회 논의 테이블에 다시 상정했어요.◆ 타다, 법원 넘어 국회까지 ‘첩첩산중’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개정안을 심의했어요.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차량을 빌리되,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문제는 이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내일 본회의에 상정·가결되면, 현재 '타다'가 운영 중인 서비스는 불법이 돼요.개정안을 두고 '타다' 측은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택시업계는 확실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법이라며 대립하고 있어요.법사위 개최 결과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5일 국회 본회의 표결만 남았죠. 관례적으로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경우가 드문 점을 감안하면 타다 운행은 앞으로 차질이 예상됩니다.◆ 이재웅 “타다로 얻은 이익 사회 환원할 것”타다가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하고있는 한편, 이재웅 쏘카 대표가 “앞으로 얻게 될 ‘타다’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어요.이 대표는 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타다의 최대주주로서 앞으로 타다가 잘 성장해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되거나 기업공개가 되어서 제가 이익을 얻게 된다면 그 이익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타다’를 같이 만들어가는 동료들이나 드라이버들, 택시기사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젊은이에게 ‘타다’의 성장으로 인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다.”고 글을 올렸어요.하지만 ‘타다’에 차량을 공급하는 모회사 쏘카는 매년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어 이 대표의 약속에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있어요. 이번 주에 국회에서 처리될 개정안이 타다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에 이 대표가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고자 무리한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 사회가 혁신을 키우고 그 과실은 사회와 함께 나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며 "(사회 환원의) 구체적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어요./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 '바이든이 돌아왔다'…슈퍼화요일에 화려한 부활
- 사진=AFP[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누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지는 당이 결정한다.”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치적 이단아’로 치부됐던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생명을 다한 듯했던 미국 정가의 이른바 ‘당 결정’ 이론이 2020년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되살아나는 걸까. 민주당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사진 오른쪽) 전 부통령이 경선 초반 잇단 참패를 딛고 3일(현지시간) 14개 주(州)의 동시다발적 경선이 치러진 ‘슈퍼화요일’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버니 샌더스(왼쪽) 상원의원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이제 민주당 경선 구도는 ‘중도 대표주자’ 바이든 대(對) ‘강성 좌파주자’ 샌더스 간 2파전 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反샌더스 연대의 ‘힘’…슈퍼화요일 승자=대선후보 ‘주목’이날 5차 경선 격인 슈퍼화요일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고개 숙인 남자 바이든의 ‘대약진’이다. 14개 주 및 미국령 사모아에서 실시된 경선에서 바이든은 텍사스·앨라배마·오클라호마·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테네시·아칸소 등 남부 7개 주를 비롯해 매사추세츠·미네소타·유타까지 모두 10개 주에서 승기를 잡았다. 3차 네바다 2위를 거쳐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1위에 오르긴 했지만, 1차 아이오와· 2차 뉴햄프셔에서 각각 4·5위로 전락한 것에 비춰보면 이번 슈퍼화요일은 미 언론의 표현대로 바이든의 ‘놀라운 반등’이다.물론 샌더스도 415명의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안방인 버몬트와 콜로라도·텍사스 등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간 ‘대세론’을 질주해왔던 점에서 바이든으로부터 ‘일격을 당했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바이든의 대약진은 사실 예견됐던 결과다. 슈퍼화요일 직전 1차 경선에서 깜짝 승리하며 ‘백인 오바마’로까지 불렸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당내 중도·좌파로부터 고루 지지를 받아왔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중도진영 후보들은 잇달아 경선 열차에서 하차하며 잇달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바이든을 중심으로 반(反) 샌더스 연대가 구축된 것이다. 바이든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클로버샤 덕분에 미네소타에서 이겼고,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덕분에 텍사스에서도 잘해냈다”며 “부티지지의 지지를 확보한 것 또한 무척 자랑스럽다”고 감사를 표했다.미 정가가 슈퍼화요일을 경선 초반 ‘최대 분수령’으로 보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역대 후보들의 명암을 제대로 갈라왔기 탓이다. 1988년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민주당의 마이클 두카키스 후보부터 2016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까지, 각 당의 대선본선 티켓을 따낸 후보들은 모두 슈퍼화요일의 승자들이었다.사진=AFP◇‘경쟁 전당대회’ 가면 바이든 우세…샌더스 공세 거세질 듯현재로선 바이든·샌더스 두 주자 간 간극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어서 치열한 장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 CNN방송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 오는 7월 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두 주자 모두 ‘매직넘버’인 1991명(민주당 당규상 3979명중 절반+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문제는 이 경우 771명의 슈퍼 대의원이 추가로 참여한 2차 투표로 과반 지지 후보를 선출하는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슈퍼대의원은 민주당 간부(30명)와 하원의원(233명), 상원의원(46명), 민주당 주지사(28명),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회원 중 선출된 사람(434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이 ‘무소속’인 샌더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실제 2016년 경선 당시 당 주류를 등에 업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슈퍼대의원을 571명 확보한 반면, 샌더스의 경우 48명에 그친 바 있다.향후 샌더스가 더욱 강경 모드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두 주자 간 경쟁이 ‘혈투’로 까지 이어지면, 최종 후보가 누가 되든, 민주당은 ‘분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느긋하게 민주당 경선을 관망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만 키워주는 꼴이다. 실제 샌더스는 이날 정치적 고향인 버몬트에서 “트럼프와 똑같은 낡은 정치로는 트럼프를 꺾을 수 없다”며 바이든을 트럼프와 동일시하며 정조준했다.최근 들어 반(反) 트럼프 지식인들이 일제히 민주당에 ‘화합’의 목소리를 촉구하는 배경이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누가 후보지명을 받건 민주당은 가능한 한 폭넓은 연합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선거를 통째로 트럼프에게 넘겨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 공연장 못가 '집콕' 중인 당신…안방 생중계는 어때요?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예정된 공연들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공연계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을 기다려온 관객은 물론, 오래 전부터 무대를 준비해온 창작자들의 시름도 나날이 커져가는 상황이다.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몇몇 예술기관이 공연 실황 생중계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무대에서 직접 공연을 보는 생생함까지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고 공연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연극 ‘아랫것들의 위’ 실황 중계 장면(사진=네이버TV 캡처).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 공연들의 실황 중계를 네이버TV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무용 ‘스완 레이크; 더 월’의 공연을 생중계했다. 오는 6일에는 무용 ‘히트 앤 런’,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의 생중계를 진행한다.문예위는 공연장에 찾아오기 힘든 관객들을 위해 대표적인 창작지원 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 작품들의 공연 실황 중계를 진행해오고 있다. 라이브로 이뤄지는 공연 특성상 단 한 번만 생중계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공연장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긴 만큼 일부 작품은 ‘다시보기’ 서비스로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또한 지난달 생중계를 진행한 연극 ‘마트료시카’ ‘아랫것들의 위’는 약 한 달간 다시보기 서비스로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마트료시카’는 오는 2일부터 4월 1일까지, ‘아랫것들의 위’는 4일부터 4월 3일까지 네이버TV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문예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보지 못하는 관객은 물론 공연 기회가 줄어드는 예술단체를 배려해 실황 중계 ‘다시보기’ 서비스를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며 “실황 중계 예정에 없는 작품들도 추가적으로 중계할 수 있는 방안을 단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연극 ‘마트료시카’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돈화문국악당은 공연기획사 거인아트랩과 공동기획으로 준비한 대금 연주자 정소희의 공연 ‘신화와 현실의 어딘가에, 대금’을 지난달 29일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시설 운영을 중단하라는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현장 공연을 취소한 대신 관객 없는 무대를 따로 마련해 생중계로 선보였다. 정소희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을 통해 “방송인도, 유튜버도 아니지만 침체된 공연예술계에 이러한 시도가 미미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예정돼 있는 기획공연 ‘운당여관 음악회’도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지속할 경우 생중계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통예술 단체 입과손스튜디오, 음악그룹 나무, 불세출, 소리꾼 장서윤, 가야금 연주자 서정민 등이 참여하는 시리즈 공연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관계자는 “창작진들도 오래 전부터 공연을 준비해온 만큼 무작정 공연을 취소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생중계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서울돈화문국악당 대금 연주자 정소희 ‘신화와 현실의 어딘가에, 대금’ 공연 생중계 장면(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 "투표 잘하자" 공지영, 검찰 고발 당해.."코로나19 관련 TK 비하"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와 사망자의 전국 분포도와 지방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 결과 현황도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리며 “투표 잘합시다”라고 한 공지영 작가가 고발당했다.시민단체 자유법치센터, 자유대한호국단 등으로 구성된 선거농단감시고발단은 3일 오후 서초구 대걸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 작가와 누리꾼 7명을 공직선거법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이들은 지난달 28일 공 작가의 SNS 게시물을 지적하며 “정당이나 후보자 등과 관련해 특정 지역 사람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 모욕해선 안 된다고 정한 공직선거법에 의해 처벌해야 할 행위”라고 주장했다.이어 “페이스북이나 포털 사이트 카페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악의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허위사실을 드러내거나 대구·경북 지역을 비하하는 글을 게시한 누리꾼 7명을 선별해 공직선거법 위반 또는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앞서 공 작가는 지난달 28일 SNS에 대구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강조한 전국 ‘코로나19 지역별 현황’과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그래픽을 붙인 이미지를 올리고 “투표 잘합시다”, “투표의 중요성. 후덜덜”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사진=공지영 작가 트위터이 같은 공 작가의 게시물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비판과 더불어 화제가 됐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29일 공 작가의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을 링크하면서 “공지영. 드디어 미쳤군. 아무리 정치에 환장해도 그렇지. 저게 이 상황에서 할 소리인가?”라고 비난했다.그는 “정치적 광신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영혼이 완전히 악령에 잡아먹힌 듯. 멀쩡하던 사람이 대체 왜 저렇게 됐나요?”라고도 했다.공 작가는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일 “제 페북의 앞뒤, 제 트윗의 앞과 뒤는 이 포스팅을 보완하는 여러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포스팅만 똑 따서 이렇게 악마화 시키는 데 이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세월호를 겪으면서 메르스를 겪으면서 정치란 우리 밥상에 오르는 농약의 농도, 우리 아이들의 최저임금, 우리 아들의 병역일수, 내 딸의 귀가길 안심, 내 노후연금의 안전보장, 우리 공기 중의 방사능 수치를 결정하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더욱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권이었다면 최소 박근혜 정권이 아니었다면 세월호 아이들 적어도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그때 아이들이 죽어간 것이 내가 투표를 잘못해서였는지도 모른다고 (결국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니 제가 누구에게 투표를 했든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니까요) 여러 번 자책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도 박근혜 정부하였다면 더욱 엉뚱한 국면으로 가서 희생자가 더 많았을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 작가는 “대구경북의 시장과 도지사는 세월호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고도 아무 반성도 안한 박근혜 정권을 아직도 옹호하는 사람들 아닌가”라며 “게다가 박근혜 정권은 이만희에게 국가 유공자 표창까지 줬고 그는 죽으면 국립묘지에 묻힌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어 “서울시장은 신천지 이만희를 고발하는데 가장 긴박해야 할 대구시장은 사이비 종교단체에 호소를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뽑은 투표의 결과가 이런 재난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하고 지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야당 시절 문재인 대표는 메르스 때 추경 예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나서기도 했었다. 이들이 모두 어느 당이었나”라며 “대구 경북 도지사와 시장이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아 더욱 많은 확진자가 퍼지고 있다는 말을 이렇게 왜곡해서 악마화시키는 것은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덧붙였다.
- 바이러스 청정세상을 끌어다놓다
- 펜티 사말라티의 ‘솔로브키, 러시아’(1992·위). 해 기우는 ‘백해’를 배경으로 묵묵히 눈밭을 걷는 한 사람과 앞서 길을 헤쳐가는 개 한 마리를 서정적으로 포착했다. 아래는 이정록의 ‘아이슬란드’(2019). 구멍 뚫린 검은 땅 사이 얼음 녹아 갈라진 푸른 물길에 노란 나비떼를 띄웠다. 원시적 자연에 감도는 생명의 에너지를 ‘빛’으로 끌어냈다(사진=공근혜갤러리·갤러리나우).[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러시아의 작은 도시 솔로브키. 한 해의 절반은 바다까지 얼어붙어 ‘백해’(White Sea)란 별칭이 더 친숙한 곳. 여기에도 누군가는 산다. 그 추위에도 눈밭을 묵묵히 걷는 한 사람이 있고 그 길을 앞서 헤쳐가는 충직한 개 한 마리도 있다. 하늘마저 얼린 듯한 저 서편으로 해 기우는 시간. 저들은, 또 저들을 바라보는 이는 무엇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뗐나. #2. 불과 얼음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땅 아이슬란드. 들끓는 용암이 수천년을 얼린 빙하를 덮치는, 원시성 물씬 풍기는, 그래서 감히 범접하기 힘든 저 땅에도 꿈틀하는 움직임이 있다. 구멍 숭숭 뚫린 검은 땅 사이 얼음 녹아 갈라진 푸른 물길에 노란 나비떼가 날아오르고 있으니. 사람도 동물도 흔적조차 없던 땅. 저곳에 어떤 이는 어찌 발을 들였으며 어찌 빛을 끌어냈을까. 바이러스 따위는 얼씬도 못할 무균질의 세상. 태초의 하늘과 땅, 눈과 얼음이 엉키듯 번진 그곳에 다녀온 이들이 있다.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말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70)와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이정록(49). 자신의 예술인생을 걸고 세상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을 찾아 앵글을 들이대는 이들이다. 펜티 사말라티의 ‘마데이라, 포르투갈’(2010).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위태로운 비행을 하는 갈매기를 애처롭게 붙들었다. 전시작 중 가장 큰 30×24㎝ 크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나라 안팎이 바이러스 횡포에 짓눌린 요즘. 때마침 두 사진작가가 동시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사말라티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 공근혜갤러리에 펼친 ‘바람을 너머’(Beyond the Wind) 전, 이정록이 강남구 언주로 갤러리나우에 연 ‘에너지의 기원’(The Origin of Energy) 전이다. 사말라티는 2016년 한국 첫 개인전 때 촬영했다는 ‘서울, 한국’(2016)을 앞세워 러시아·라트비아·우크라이나·인디아 등에서 촬영한 신작과 대표작 50여점을 걸었다. 이정록은 오롯이 아이슬란드에서 건진 성과물로만 꾸몄다. 낯선 풍광에서 스멀스멀 뻗어나오는 초자연적 기운을 뽑아낸 16점을 내놨다. 굳이 테마를 만들자면 ‘한국에 온 북유럽작가, 북유럽으로 간 한국작가’라고 할까. 이정록의 ‘아이슬란드’(2019). 바위가 무너져내린 검붉은 흙산. 생명줄처럼 길게 이어진 물길을 따라 빛길을 놓았다. 카메라렌즈를 오래 열어두고 어둠이 내릴 때부터 플래시를 계속 터뜨리며 순간광을 쌓아 만든 빛이다(사진=갤러리나우).꾸준히 독보적인 사진작가를 발굴·소개해온 두 갤러리가 특별히 조명한 작가들이다. 배경·여건이 달랐듯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현저히 다른 결이다. 그럼에도 둘 사이엔 묘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투명한 청정화면을 빼내는 일에선 토 달 여지가 없다는 것, 그 작업을 위해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를 고수한다는 것, 그 한 컷을 위해 수많은 시간 스스로 무균상태가 되도록 벗기고 또 벗겨낸다는 것. 사각 프레임으론 가둘 수 없는 열정이 결국 삐져나왔다고 할까. △순간포착한 서정성…‘전통 흑백사진’ 펜티 사말라티사말라티. 세상을 앵글로만 들여다본 노장. 그 세월이 반세기다. 남들 다 갈아타는 디지털카메라에 한 번쯤 혹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저 남의 집 일이려니 했나 보다. 여전히 카메라에는 필름을 넣고 암실에 틀어박혀 은염인화까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니. 고집을 부리는 게 하나 더 있다. 흑백사진이다. 그래서 얻은 타이틀이 ‘전통 흑백사진 장인.’ 펜티 사말라티의 ‘웨스턴케이프, 남아프리카’(2002). ‘까부는 새와 대치한 점잖은 개’란 스토리가 배어나오는 작품. 애정을 기울여 오래도록 지켜보며 얻어냈을 장면이다. 필연보다 더한 우연이다(사진=공근혜갤러리).참으로 올드패션한 별칭이 아닌가. 그런데 그 ‘직함’ 아래 꺼내놓는 작품이 간단치 않다는 거다. 그중 한 점. 그이가 유일하게 한국에서 촬영했다는 ‘서울, 한국’을 보자. 어스름 해질녘 청와대 춘추관 담장 위 소나무 언저리서 까치가 보였나 보다. 작품은 가지에 걸터앉아 마주보며 담소를 나누는 두 마리, 그 아래서 하늘을 가르듯 날아가는 또 한 마리를 절묘한 타이밍으로 잡아냈다. 그런데 설명은 참 편한 이 구도가 말이다. 시간을 멈추지 않고선, 사람 손만으로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거다. 날아가는 까치의 날개 속살조차 소나무에 매달린 솔방울처럼 정교하니까. 펜티 사말라티의 ‘서울, 한국’(2016). 사말라티가 한국에서 촬영한 유일한 작품이다. 배경은 해질녘 청와대 춘추관 담장. 그 위로 뻗은 소나무 가지에서 담소를 나누는 까치, 그 아래로 하늘을 가르듯 나는 까치를 마치 수묵화처럼 절묘하게 담아냈다(사진=공근혜갤러리).사실 여기에 ‘사말라티 사진’의 정수가 있다. 그이의 작품에는 자연과 동물이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한 ‘다정한 서정성’과 그들을 헤집듯 들여다본 ‘지독한 디테일’이 녹아 있다. 그림자가 긴 시간 ‘까부는 새와 대치한 점잖은 개’란 구도를 잡아낸 ‘웨스턴케이프, 남아프리카’(2002),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는 오리의 외로운 전진을 응원한 ‘항코, 핀란드’(2014),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위태로운 비행을 하는 갈매기를 애처롭게 붙든 ‘마데이라, 포르투갈’(2010) 등등, 어느 하나도 ‘공식 아닌 공식’을 벗어난 게 없다. 이 결정적 순간포착을 위해 작가는 감성촉 하나 세운 채 무수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린단다. 크기가 25×20㎝, 15×20㎝ 남짓한 작품이 대다수다. 액자 안으로 머리와 눈을 깊이 들이밀어야 뭐든 보인다는 뜻이다. 대신 숨은 묘미는 따로 있다. “흑과 백 사이에 켜켜이 쌓인 입체감에 주목해 보라”고 공근혜 대표가 귀띔한다. 현실에선 절대 안 보이는 세상이 그제야 튀어나온다는 얘기다. 전시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 공근혜갤러리에 펼친 펜티 사말라티의 ‘바람을 너머’ 전 전경. 2016년 한국 첫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여는 사말라티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원시자연에 빛 꽂아…‘사진 그리는’ 이정록‘사진을 그린다.’ 이정록 작가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광활한 풍경에 강렬한 시각적 요소를 심어내니까. 단순히 ‘그림 같은 사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연 자체보다 더한 격한 에너지까지 뿜어낸다는 소리다. 어떻게? ‘빛’이다. 마치 신이 빚은 듯한 신비로운 빛을 씌워 현재의 공간을 태고의 우주로 되돌리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7∼9월 석 달간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해 얻은 연작 ‘아이슬란드’(2019)가 그 답이다. 그간 작가가 애써 찾아다닌 장소는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 ‘자신만의 성소’였다. 그런데 뜨거운 용암과 차가운 빙하가 “포효하듯 뒤엉킨” 아이슬란드가 ‘아, 바로 여기!’더란 얘기다. 검붉은 흙산, 무너져 내린 바위언덕, 이끼가 꿈틀대는 벌판, 무엇을 품었는지 알 수가 없는 물 등이 차례로 작가의 카메라에 소환됐다. 이정록의 ‘아이슬란드’(2019). 태곳적 땅이 이랬을 거다. 이끼가 꿈틀대는 벌판이 끝없이 펼쳐졌다. 마치 작가만의 성소를 가리킨 듯 아우라처럼 퍼져나간 빛무리가 신비롭다(사진=갤러리나우).15년 전부터 시작한 연작 ‘신화적 풍경’이 첫 단추란다. 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움찔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봤던 게 계기라는데. 다음 단계는 그 에너지를 어떻게 눈앞에 끌어내는가였던 거고. 수년간 실험과 시행착오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렇게 찾아낸 것이 ‘빛’이었단다. 자연광, 플래시의 순간광, 서치라이트를 총동원한 작업이다. 카메라렌즈를 오래 열어두고 어둠이 내릴 때부터 플래시를 계속 터뜨리며 순간광을 쌓는 과정이 기본. 아날로그 필름에 찰나의 섬광이 내는 흔적을 입히는 식이다. 그렇게 만든 빛을 나무에 매달아 연작 ‘생명의 나무’(2009)를 만들고, 공기 중에 흩뿌려 연작 ‘나비’(2016)도 만들었다. 초자연적인 영적 교감에도 중노동은 필수다. 어렵게 대상을 찾아 구도를 잡고 하루 4∼8시간 촬영은 보통. 한 컷을 얻는 데 40∼50분이 걸리고 한 점 완성에는 2주도 우습단다. 이래도 정말,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하겠는가. 전시는 8일까지.
- ‘코로나19’ 사태 길어지자…자영업자도 '알바생'도 "한숨"
- [이데일리 박순엽 김은비 기자] “지난주 일요일 매출이 10만원이었는데, 고작 이거 벌어선 가게 임대료랑 직원들 임금도 못 줘요.”인천 부평종합시장 인근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업주 김모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지난달 23일 인천시가 발표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부평종합시장이 포함되면서 최근 매출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매장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들의 근무시간을 줄였다.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 달 넘게 이른바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식당, 커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난 한 달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당장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해고하기 시작하자 아르바이트생 등 또 다른 취약계층도 생계가 곤란해지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지난달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종합시장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확진자 지나간 길…손님 뚝 끊긴 인근 식당·커피 전문점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40여일이 지나면서 식당과 커피 전문점 등을 찾는 대중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이나 회식 등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조사’에서도 업소 600곳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전과 비교해 음식점 고객 수는 평균 32.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손님이 줄어들다 보니 매출 역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강원도 원주시의 혁신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업주인 김정동씨는 “평소 직장인 단체 회식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공공기관·기업 등에서 회식을 줄이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최소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며 “인건비나 음식 재료비도 안 나올 정도로 힘들지만, 일단 직원들에겐 함께 버텨보자고 말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나간 이동 경로 주위에 놓인 식당·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손님이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자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분식집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양승엽(43)씨는 “하루에 두세 팀 정도 오는 수준이라 가게 문을 열어도, 닫아도 모두 손해”라며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두 명 있었지만, 당분간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아울러 코로나19 확산 탓에 대학 개강이 늦어지면서 대학가 인근 식당·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경남 김해시 인제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황민규(27)씨는 “요새 주변 가게에선 오후 10시만 돼도 문을 닫고, 그나마 우리 가게만 문을 열고 있는 편인데도 평균 매출이 4분의 1 토막 났다”면서 “개강이 늦어지면서 안 그래도 비수기가 길어졌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설상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근로시간 줄어든 알바생 ‘생활비 걱정’…정부 “노동법 위반”이처럼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자 시간제 근로자들의 근심도 함께 늘고 있다.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인건비 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매달 들어오는 임금으로 생활비 등을 충당해 왔던 일부 시간제 근로자들은 당장 다음 달 일상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김모(26)씨는 가게 측 요청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였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주휴수당 문제로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며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는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처지에서 당장 생활비 걱정이 된다”고 언급했다.또 혹시나 일하는 업소에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매출이 감소해 업소 문을 닫을까 우려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독서실 아르바이트생 김모(29)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독서실에 새로 등록하는 사람이 없고, 기존 이용자들은 이용을 중지하고 사용 기간을 연기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줄어 독서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시간제 근로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단순히 매출 감소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해고하는 행위는 현행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자료를 통해 “코로나19의 간접적 영향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휴업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비율을 높이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