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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신약 유례없는 풍년..과연 시장성은?
-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유례없는 풍년을 맞았다. 하지만 상당수 국산신약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 제품보다 시장 진입 시기가 늦어 시장성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우려가 많다. 다만 신약 개발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다.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동아에스티(170900)의 당뇨치료제 ‘슈가논정’이 지난 2일 국산신약 26호로 허가받았다. 이로써 국내업체가 배출한 신약은 지난 1993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 이후 32년 만에 26개로 늘었다.특히 국내제약사들은 올해 들어 지난 2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캡슐’을 시작으로 동화약품의 ‘자보란테정’,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주’와 ‘시벡스트로정’에 이어 총 5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200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신약개발에 뛰어든 성과가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국산신약이 성공 보증수표?..‘낙관은 금물’업계에서는 잇단 국산신약 허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시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제기한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다국적제약사와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심지어 국내업체들이 내놓은 수십개 복제약(제네릭)과도 경쟁해야 할 정도로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대다수의 신약이 이미 유사 치료제가 포진된 영역에 뒤늦게 진입한 탓이다.이번에 허가받은 ‘슈가논’은 국내업체가 발굴한 세 번째 당뇨치료제이지만 관련 시장은 이미 전쟁터다. 슈가논은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작용기전을 갖는 ‘DPP-4 억제계열’ 약물이다. 이미 같은 계열 당뇨치료제는 8개 품목이 포진해있다. 지난 2008년 MSD가 최초의 DPP-4 억제 계열 당뇨약 ‘자누비아’를 내놓은 이후 노바티스(가브스), 아스트라제네카(온글라이자), 베링거인겔하임(트라젠타), LG생명과학(제미글로), 다케다(네시나), 한독(테넬리아), JW중외제약(가드렛) 등이 같은 계열 약물을 내놓았다. LG생명과학이 지난 2012년 말 제미글로를 발매한지 3년만에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발매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산신약’이라는 후광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탓이 컸다.최근 등장한 신약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허가받은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의 ‘아셀렉스’는 콕스-2(COX-2) 억제 계열로 불리는 소염진통제다. 화이자의 ‘쎄레브렉스’가 같은 계열 약물로 소염진통제 중 가장 많은 700억원대 매출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다.아셀렉스는 보험약가 등재 절차를 거쳐 지난달 발매됐는데, 지난 6월 쎄레브렉스의 특허만료로 무려 92개 업체가 쎄레브렉스의 제네릭을 발매했다. 결국 아셀렉스는 쎄레브렉스를 포함해 90여개 업체와 한정된 시장을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슈펙트·제피드·레보비르 등 경쟁약물에 밀려 고전이미 과거 일부 국산신약들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고배를 든 경험이 있다.일양약품(007570)은 지난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슈펙트’를 내놓았지만 아직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슈펙트의 경쟁약물로는 노바티스의 ‘글리벡’과 ‘타시그나’, BMS의 ‘스프라이셀’이 꼽히는데 유일하게 슈펙트만 글리벡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약물들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초기진료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슈펙트의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아직 사용량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일양약품은 최근 완료된 임상시험 자료를 토대로 조만간 슈펙트가 1차치료제 지위를 획득하면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JW중외제약(001060)은 지난 2011년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를 내놓았지만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엠빅스’ 등 국내외 업체들의 발기부전치료제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2012년 수십개의 비아그라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제피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지난 2007년 발매된 부광약품(003000)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는 2009년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유사한 시기에 발매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7년 출시된 BMS의 ‘바라크루드’가 우수 효능을 앞세우면서 시장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급기야 부광약품은 바라크루드의 제네릭 판매에 나섰다. 한때 경쟁약물의 제네릭을 팔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신약개발 노하우 축적..혁신 신약 개발 초석 닦았다이에 반해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종근당(185750)의 당뇨치료제 ‘듀비에’ 등 다국적제약사보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으면서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는 사례도 있다. 카나브는 수백개의 유사 고혈압치료제가 포진했음에도 국산신약 중 가장 많은 연간 3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듀비에 역시 유사 약물의 안전성 논란과 특허 만료 등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발매 2년째인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전문가들은 국산신약들의 시장 진입이 늦었음에도 개발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더욱이 최근에는 개발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동아에스티의 ‘슈가논’은 이미 허가받기 전 해외 20여개국과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시벡스트로는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판매되기 시작했다.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는 105개국에 수출이 예약됐다.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지금까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역량을 충분히 습득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면서 “제약사들이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기존에 없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이 많다. 5~6년 후에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국산신약 허가 현황 및 생산실적(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기사 ◀☞동아에스티, '꼼수 비난' 무릅쓰고 승부수 던진 사연☞법원 "동아에스티, B형간염약 복제약 판매는 특허침해"☞[특징주]동아에스티, 당뇨신약 ‘슈가논정’ 허가 소식에 강세
- 제약업계, '메르스 손실? 최악은 면했지만..'
-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상위 업체들이 큰 폭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처방실적의 감소폭은 크지 않았지만 제약사들의 영업 패턴에 따라 희비가 확연히 엇갈렸다.16일 의약품 조사 업체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원외처방실적은 75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 줄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2.8% 감소세다. 최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견된 5월 처방실적은 전년동기대비 4.9% 줄었다. 지난 5~6월 두달간 처방실적은 1조534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94억원(3.9%)이 사라졌다.의료기관에서의 메르스 감염의 확산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의약품 처방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6월 한 달 동안 영업사원들은 거래처 방문을 자제하는 등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됐었다. 다만 영업현장에서 우려했던 대규모 손실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제약사들 입장에선 위안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토대로 메르스 여파로 매출액이 전월 대비 약 10%(약 1200억원) 줄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의료기관 규모별 처방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대형병원에서의 처방실적 감소 폭이 컸다. 지난달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의 처방실적은 3393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6.9% 감소했다. 이에 반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처방액은 1.5% 늘었다. 대형병원 응급실, 입원실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환자들이 종합병원 방문을 자제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동네 의원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제약사별 원외 처방실적 추이(단위: 억원, %, 자료: 유비스트)제약사들의 처방실적 현황을 보면 전반적으로 상위업체들의 손실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처방실적을 기록 중인 화이자를 비롯해 한미약품, 종근당, MSD, 대웅제약, 노바티스 등 상위업체들 대다수는 전년동기대비 처방실적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화이자는 326억원에서 307억원으로 5.9% 줄었고, 한미약품도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069620)과 동아에스티(170900)는 각각 처방실적이 10.4%, 16.1% 쪼그라들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아스트라제네카, CJ헬스케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독(002390), 한림제약, SK케미칼(006120), 얀센 등의 매출 손실규모가 10%를 넘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마다 주요 활동 거점, 주력 처방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업체별로 손실 규모도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전반적으로 종합병원 의존도가 높은 상위제약사나 다국적제약사에 손실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상위 20개 업체의 처방실적 감소율이 5.3%로 평균치보다 2배 이상 높았다.또 메르스 감염 위험을 이유로 어린이들의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분야를 강점으로 하는 업체들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같은 제약사 내에서도 품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메르스의 영향이 미미한 업체도 있었다. 유한양행(000100)은 지난해 6월 원외처방실적 217억원에서 지난달 228억원으로 4.7% 상승했다.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데다 주력 제품이 한 두달에 한번 꼴로 처방받는 만성질환 치료제가 많아 메르스 여파를 빗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삼진제약(005500), 대원제약, JW중외제약 등도 처방실적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국내업체 한 마케팅본부장은 “만성질환자와 같이 약을 꼭 먹어야 하는 환자들이 의약품 복용을 줄이지는 않기 때문에 메르스 환자 감소세와 함께 전체 매출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미 발생한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영업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다나인슐린펌프, 우리가 만들어 세계인이 사용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한국에서 만들어 세계인이 함께 사용하는 ‘다나(Dana)’인슐린 펌프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려 한국의료의 위상까지 높이고 있다.다나 인슐린펌프는 지난 1979년 최수봉 건국대병원 당뇨센터 소장(내분비내과 교수)이 서울대학병원에서 첫 임상실험을 거쳐 1981년 개발을 완료했다. 이후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미국 FDA와 유럽 CE를 획득했다.이에 힘입어 이 펌프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신흥 의료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등 세계 66개국에서 당뇨병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다나인슐린 펌프는 기존의 약물 및 인슐린 요법이 합병증 예방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점을 보완해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 인슐린 펌프는 췌장과 같은 구실을 하는 의료기기로 몸 밖에 착용함으로써 인슐린을 적절히 공급해 정상혈당을 유지하고 췌장기능을 서서히 회복시키켜 준다.이러한 인슐린펌프 즉, 지속적 피하인슐린주사법(CSII, Continuous Subcutaneous Insulin Infusion)은 정상혈당 또는 정상에 가까운 혈당의 유지를 원하는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펌프를 통해 인슐린을 거의 생리적 수준에 맞게 공급하는 방법으로 기초 주입과 식사량 주입 방법 등 2개의 타입이 있다. 이같은 장점들이 눈길을 끌면서 ‘다나 인슐린펌프’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미국 보스톤에서 세계 130여개국에서 2만여명의 의사 및 의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75회 미국세계당뇨병학회(이하 ADA)에서 인슐린펌프를 전시, 큰 인기를 끌었다. 당뇨 스톱을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당뇨학회에는 미스클라인(GSK), 머크, 존슨앤 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다케다제약 등 다국적 당뇨관련 업체들과 한국에서 다나인슐린펌프가 참석, 세계 각국의 의료인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송주상 다나인슐린펌프 관계자는 “이번 75회 미국 보스톤 당뇨학회에서 약 30여개국의 업체들과 상담을해 멕시코, 콜롬비아 등 신흥시장도 개척하고 약 2백만달러의 수출계약도 체결하는 실적을 거뒀다”고 강조했다지난 4~9일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75회 미국세계당뇨병학회에서의 ‘다나인슐린펌프’ 부스 모습.
- 약가인하 극복했다더니…실적 회복 거품이었나
-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지난 3년간 국내제약사들은 다국적제약사의 제품판매로 근근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업체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 쏠림현상을 부추기면서 경쟁력 악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허만료 의약품 처방량은 증가..동일가 복제약 경쟁력 악화2011·2014년 크레스토·리피토 보험약가와 복제약 보험약가 비교(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 만료 이후 수십개 제네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처방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현행 약가산정 시스템에 따르면 100원짜리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이 발매되면 보험약가가 70원으로 인하되고 1년 후 53.55원으로 떨어진다. 산술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만료 이전과 똑같이 팔렸더라도 매출은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약 ‘크레스토10mg’의 경우 지난해 4월 특허만료로 보험약가는 995원에서 800원으로 인하됐다. 하지만 지난해 처방실적은 674억원에서 729억원으로 늘었다. 처방량으로 따져보면 6774만개(674억÷995원)에서 9113만개(729억원÷800원)로 34.5% 증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려 76개의 제네릭이 견제에 나섰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제네릭 76개 중 65개가 크레스토 가격과 유사한 670~777원에 형성돼 있다.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선 제네릭을 처방할 동기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화이자의 고지혈증약 ‘리피토10mg’은 약가제도 개편 전 2011년 처방실적 721억원에서 지난해 699억원으로 3년새 3.1% 줄었다. 하지만 보험약가가 917원에서 663원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처방량은 7863만개에서 1억543만개로 3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리피토10mg’의 제네릭은 총 84개 품목 등재됐고, 이중 71개 품목이 ‘리피토10mg’와 똑같은 663원의 보험약가를 받았다. 국내사 한 영업사원은 “정상적인 판촉활동마저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의 가격이 똑같은데, 의료진 입장에선 오리지널을 처방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라고 토로했다. ◇일괄 약가인하 이후 매출 회복세..상품매출로 외형 늘린 거품 실적상장 제약기업 매출액 및 매출액증가율(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국내제약사들의 실적은 동반 부진에 빠졌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4년 상반기 국내제약기업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72개 상장 제약사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6조18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 늘었다. 2012년, 2013년 각각 1.9%, 0.4%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확연한 상승세다. 제약사들의 주력사업인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여전히 맥을 못 추는데도 전체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상당수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처방의약품으로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을 대신 팔아주면서 외형을 획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약 시장의 부진을 상품매출로 만회한 셈이다.2011·2014년 주요 제약사 매출액 및 상품매출 비교(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2011년 이후 분할된 동아제약, 종근당은 제외실제로 일괄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들은 공통적으로 상품매출 비율이 급증했다.유한양행(000100)의 처방실적은 2011년 2999억원에서 2014년 2599억원으로 13.3% 감소했지만 전체 매출 규모는 6677억원에서 1조82억원으로 51.0% 확대됐다. 같은 기간 상품매출은 3476억원에서 7239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매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남의 제품’으로 채웠다는 의미다. 유한양행은 지난 몇 년간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화이자 등이 개발한 신약을 판매하는데 집중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대웅제약(069620)의 처방실적은 4255억원으로 2011년 4833억원보다 12.0% 줄었지만 매출은 2.9% 상승했다. 이 기간에 상품매출은 1594억원에서 2197억원으로 37.8% 증가했다. 동화약품(000020)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처방매출을 상품매출로 메웠다.일동제약(000230), 제일약품(002620), JW중외제약(001060) 등 처방실적이 감소했음에도 전체 매출이 증가한 업체들은 대부분 상품매출 비율이 수직 상승했다. 제일약품은 화이자의 전문의약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일동제약과 동화약품은 각각 바이엘과 노바티스의 일반의약품을 팔고 있다.다국적제약사 입장에선 국내제약사들이 든든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국내업체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제품 판매에 가세하면서 국내 제네릭의 판매를 저지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허가 만료됐음에도 처방량이 증가한 ‘크레스토’와 ‘리피토’는 각각 유한양행과 제일약품이 같이 팔고 있다. 심지어 다국적제약사가 시장 방어용으로 만든 제네릭도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CJ헬스케어는 아스트라제네카, 다이이찌산쿄 등 다국적 제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포장만 바꾼 쌍둥이 제품(위임 제네릭)을 자사 제품으로 허가받고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CJ헬스케어의 처방실적은 최근 증가세를 보였지만 사실상 ‘남의 제품’ 매출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뜻이기도 하다.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최근 제약사들의 매출이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실제로는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으로 거둔 거품에 불과하다”면서 “자체개발한 제품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의 제품이라도 팔아서라도 외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른 현상이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유한양행, 상위업체 재평가 기대..목표가↑-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