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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희 관악구청장 "'관악S밸리', 韓의 실리콘밸리로 만들 것"[지자체장에게 듣는...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관악구를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벤처·창업 핵심 요람도시로 성장시킬 것입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박준희 관악구청장 인터뷰박준희(사진·59) 서울 관악구청장은 지난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민선 8기 임기 내에 관악구를 벤처·창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실리콘밸리 주변에 스탠포드 대학이 있듯, 세계적 도시를 보면 유수한 대학이 있는 곳 주변으로 벤처·창업 기업이 성장하기 마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민선 7기에 이어 올해 재선에 성공한 박 구청장은 이미 지난 임기 당시 이를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조성한 ‘관악S밸리’가 대표적이다. 관악S밸리는 서울대가 가진 우수한 인재와 기술력, 청년이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낙성대동 중심의 낙성벤처밸리와 대학동 중심의 신림창업밸리를 양대 축으로 대학, 기업, 지역이 상생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이곳에 입주하는 벤처기업은 재산세·취득세 등이 감면되고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곳엔 112개 창업기업이 입주해 700명 이상이 활동 중이다. 올해초에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벤처창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정부에서도 ‘관악S밸리’가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인정 한 것”이라며 “올해 신림선 경전철이 개통돼 교통도 더욱 편리해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향후 4년간 관내에 10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유치한다는게 박 구청장의 목표다.박 구청장은 이와 더불어 관악구를 혁신경제도시로 도약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남구와 구로구에 위치한 관악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비용에 베드 타운화 된 것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벤처타운 육성과 함께 골목상권 같은 지역상권활성화를 관악구 경제활성화 투트랙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침체된 지역 경제를 신속히 회복하기 위해 경제·일자리 분야에 내년도 예산 131억 원을 편성했다”고 말했다.그는 관악 중소벤처진흥원 설립, 창업 지원 펀드 조성과 스타트업 스케일 업 사업화 자금 지원 등 창업 생태계를 적극 육성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한층 강화해 상생 지역경제를 육성할 계획이다.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앞장선다. 그는 “내년도 일자리 창출 목표는 1만500명”이라며 “이 중 공공일자리는 6662명으로 여성, 어르신, 장애인 등 고용 취약계층에 적합한 맞춤형 일자리 제공 할 것”이라고 말했다.경제만큼 박 구청장이 관심을 두는 것이 청년 정책이다. 관악구는 청년 인구 비율이 41%로 전국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임기 당시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청년 업무를 전담하는 청년정책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당시 청년정책과에서는 청년문화공간 ‘신림동 쓰리룸’을 만들고 ‘청년상상주간’을 운영해 청년 축제, 콘서트 등 청년문화를 조성하기도 했다.박 구청장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청년정책과를 지난달 행정조직을 개편하며 ‘청년문화국’으로 격상했다”며 “모든 지자체에서 청년정책 하면 롤모델로 관악을 떠올리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청년 정책을 보다 집중적으로 체계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다. 내년 1월에 준공되는 ‘관악 청년청’이 그 시작이다. 관악구가 130억원을 들여 지은 청년청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청년들이 고용, 일자리, 복지, 심리상담 등 종합적인 청년정책 허브 기능을 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박 구청장은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청년 1인 가구 이사비 지원,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 등 1인 가구의 주거안정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청년 문화가 어우러진 관악 공동체를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했다.박 구청장은 지난 임기 당시 외부재원 유치를 통해 구정 역사 최초로 예산 1조 시대를 열었다. 그는 “무슨 정책이든 예산이 수반 돼야 사업을 할 수 있지만, 민선 7기 취임 당시 연간 예산이 6600억원 수준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았다”며 “지난 4년간 외부 재원을 열심히 99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관악구를 도시 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박준희 관악구청장△경기대학교 경제학 학사 △동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제3~4대 서울특별시 관악구의회 의원 △제8~9대 서울트별시의회 의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제25대 서울특별시 관악구청장
- ‘사람없이’ 오가는 실외 주행로봇…속도내는 ‘로봇 규제개선’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로봇 스타트업 도구공간은 내년부터 수 백대 규모의 실외 자율주행로봇 양산에 나선다. 실외 자율주행로봇은 각종 규제에 막혀 사업이 쉽지 않았지만 도구공간은 최근 2년간의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가능성을 봤다. 최근 정부 차원의 로봇 규제개선이 속도를 내면서 기업들도 사업 추진에 동력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도구공간은 현재 전라북도 전주시, 서울시 송파구 탄천길, 서울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실외 자율주행로봇 실증을 진행 중이다. 현행법상 실외 자율주행로봇은 자동차로 분류돼 인도·공원 출입이 불가하지만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외부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엔 현장 운영요원 1명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특례를 신청, 내년부터는 ‘사람없이도’ 외부를 돌아다니는 자율주행로봇 테스트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로봇 스타트업 도구공간이 전북 전주시 일대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실외 자율주행로봇 ‘페트로버’. (사진=도구공간)◇실외·실내 주행로봇에 협동로봇까지…규제샌드박스 지원국내 로봇 분야 규제개선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엔 ‘규제개선 사각지대’로 꼽혔던 로봇 분야가 최근 첨단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각종 제약을 풀어내자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2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김진효 도구공간 대표는 “지난 2년간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최근 정부의 규제개선의 행보도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아 내년 양산을 결정할 수 있었다”며 “주요 법안 개정도 내년이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도 지난 6월부터 ‘로봇산업 규제개선을 위한 민간협의체’를 출범시켜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실제 올 하반기 국내 업계가 ‘실외 자율주행로봇 운영시 조건부로 사람 1명을 붙여야 하는 규제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하자, 바로 받아들여 규제샌드박스에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로봇 중소기업 로보티즈(108490)도 현재 사람 없는 실외 자율주행로봇 실증을 진행 중이다. 도구공간도 내년 초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실내 자율주행로봇을 만드는 LG전자(066570)도 규제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0년 이전 생산된 승강기의 경우 실내 자율주행로봇이 층간 이동하려면 감시반PC에 무선으로 연동할 수 있는 별도의 모듈을 붙여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승강기 운전을 위해선 버튼, 접촉조작, 마그네틱 카드 또는 이와 유사한 장치만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규제샌드박스 선정 이전에는 사업이 힘들었다. 황상택 LG전자 책임은 “아직 국내에 구형 승강기들이 많은 상황에서 실내 자율주행로봇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2020년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통해 승인을 받았다”며 “승강기는 안전과 직결되는 공간인만큼 정부가 신속히 안전 규정이나 기준을 정해주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협동로봇도 안전펜스 설치 없이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했다. 기존엔 로봇산업진흥원 등 인증기관으로부터 제3자 안전인증을 받아야 했지만, 고용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사업주가 자체 운영·안전기준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협동로봇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시켰다. 협동로봇업체 A사 관계자는 “협동로봇 분야의 제도 개선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규제가 비교적 빠르게 개선됐지만, 아직 사업주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수반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법 개정이 답인데…‘지능형 로봇법’ 개정 기대이처럼 로봇 분야에 대한 규제샌드박스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규제개선은 결국 법 개정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 관련 법들이 도로교통법·공원녹지법·생활물류서비스법 등으로 산재돼 있어 일괄 처리가 힘든 면은 있지만, 최근 2년새 김선교(이하 국민의힘)·강대식·양금희·정일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중심으로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들은 대부분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있거나 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김선교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안정성이 확보된 자율주행로봇을 보도의 통행대상에 포함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함께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김선교 의원 발의)은 자율주행로봇에 탑재된 카메라가 주변 영상을 동의 없이 촬영하면 불법이었던 현행 법에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봇)의 정의와 운영기준을 신설한 것이 골자다.현재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양금희 의원) 통과도 중요하다. 실외 자율주행로봇의 보도통행 허용 범위를 정하는 동시에 이를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용어 정의, 로봇에 의한 사고 대비 손해보장사업 여건 등을 마련한 것이 골자다. 도구공간, 로보티즈 등 주요 로봇 업체들이 기다리고 있는 법인데, 현재로선 내년 통과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내년 로봇 분야 규제개선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엔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로봇 관련 규제샌드박스, 법 개정 등을 포함한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수립, 발표할 전망이다. 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기술발전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해 민간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규제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진효 도구공간 대표는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법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당장 우리 눈에 보이는 기업이나 로봇(배달로봇 등)들만을 기준으로 논의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며 “생활 속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만큼, 기업 규모나 로봇 분류를 떠나 폭넓은 규제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재벌집' 정희태 "이항재 배신, 난 예상 못했는데…시청자들 대단" [인터뷰]②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매체 연기로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이 됐더라고요. 연기자로서 제게 큰 전환점이 된 첫 매체 작품이 ‘미생’이었는데, ‘재벌집 막내아들’은 ‘미생’ 이후 제게 큰 한 걸음을 선사해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배우 정희태가 “2022년은 ‘재벌집 막내아들’ 덕분에 연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던 한 해”라며 이같이 회고했다. 정희태는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종영한 뒤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기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연기를 잘하는 게 무엇인지가 고민이다. 그래서 감각을 열어두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잘 보고 듣고 느끼려 한다”며 “‘재벌집 막내아들’은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긍정적인 화학작용의 연속이었다. 행운같은 경험”이라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정희태는 지난 25일 막을 내린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의 오른팔로, 충직한 순양그룹의 비서실장인 이항재 역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순양그룹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그 일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순양그룹이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대기를 소재로 1980년대~2000년대 초반 근현대사와 경제 역사를 그린 시대극이다. 막내 손자 진도준 역을 맡은 송중기와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 역의 이성민을 주축으로 순양그룹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수 일가의 권력암투와 갈등을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덕분에 마지막 회 2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올 한 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최고 화제작에 등극했다.정희태가 열연한 이항재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진양철 회장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기까지 일평생을 순양그룹을 위해 일한 충직한 비서다. 순양의 굵직한 역사에 함께했지만 그런 자신이 순양 일가의 번영을 돕는 마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욕심에 눈을 뜨고, 결국 그 욕심에 배신당하며 버려지는 입체적 인물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드라마가 받은 사랑만큼 원작과 다른 결말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낳았다. 윤현우가 진도준 살인사건에 가담한 공범이었으며, 진도준으로 회귀해 살았던 모든 삶이 의식불명 상태의 윤현우가 꾼 꿈이었다는 엔딩 때문이다. 정희태는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던 결말”이라며 “원작은 진도준이 회장이 되지만, 드라마에선 윤현우에게 진도준이란 인물이 베일에 싸여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등 정해진 운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도준은 비록 죽었지만 윤현우가 다시 깨어나 진도준이 못 이룬 과업들을 대신 이뤄줬으니 자연스러우면서도, 결국은 진도준이 승리했다는 결말이 아닐까 싶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항재는 극 후반부 마름에서 벗어나 자신의 회사를 가져보기 위해 진도준을 배신하고 진성준(김남희 분)의 손을 잡지만, 철저히 이용당한 뒤 버려진다. 이항재의 결말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마지막회에선 이항재의 이후가 그려지지 않았다. 정희태는 “‘이 실장이 어디 나가서 죽은 거냐, 왜 안 나온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시는 시청자분들도 계시더라”고 웃음 지으며 “그만큼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관심있게 지켜보셨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시청자들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역할을 연기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IMF 위기 등 실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차지한 주요 경제적 사건이 등장하는데다 삼성, 현대 등 실제 대기업을 방불케하는 철저한 고증으로 순양그룹이 묘사되다 보니 극 중 인물과 실제 인물을 연결시키는 시청자 반응도 많았다. 정희태가 연기한 이항재 역시 실제 대기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정희태는 “많은 분들이 연상해주시는 ‘그 분’을 포함해 여러 실제 인물들을 참고해 배역을 연구했다”며 “순양그룹이 한편으론 ‘돈’으로 이뤄진 한 왕조가 아닐까란 생각도 했다. 그런 면에서 ‘대부’란 작품에 등장하는 변호사 역할도 참고했다.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 역할을 수행하는 조력자같은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또 “진양철 회장에게 진도준 등 순양그룹과 관련한 주요 정보들을 말로써 전달해주는 ‘정보전달자’ 같은 역할이라 어려운 경제 용어 등을 숙지해 사용해야 했다”면서도 “전달하는 정보 안에 진양철 회장을 향한 충심, 연민 등의 ‘정서’를 함께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이항재가 극 중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항재는 평소 대외 일정, 주요 인물들과의 대화에서 업무상 표준어를 쓰지만 진양철 회장이 처음 섬망 증세를 보였을 때, 아버지 진양철의 뜻을 몰라주는 첫째 진영기 등 자식들에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정희태는 “대본에 나와있던 부분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큰 울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대목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했다”며 “이성민 선배와 연기하면서 협의했던 부분”이라고 회상했다. 극 중 이항재의 배신을 자신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항재가 배신할 줄 몰랐는데 관객분들은 전부 다 예상하시더라”며 “시청자분들은 정말 대단하시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진양철과 이항재의 관계성에 대해선 “이미 모양새가 갖춰진 기업의 샐러리맨으로 입사해 본부장이 된 경우와, 조그만 회사에서 시작해 회사와 함께 커간 본부장의 케이스는 분명 다를 거라 생각한다”며 “이항재는 상사와 동고동락하며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고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진양철을 사람으로서 잘 이해한 인물이었을 거다. 단순한 조력자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 인물인 건 분명하다. 진양철의 아들이자 형제, 친구같은 사람이 아닐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 韓 스태프가 밝힌 '아바타2' CG 뒷이야기…"최고의 작업 환경" [인터뷰]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아티스트로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작업하는 기회를 얻는 건 행운입니다. 예산 등 제약 때문에 작업의 질을 타협해야 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죠.”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이하 ‘아바타2’)의 CG 작업에 참여한 두 한국인 스태프 웨타FX의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26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로지 작업의 완성도에만 집중할 수 있던, 아티스트로서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정말 좋은 환경에서 일했다”며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몰이 중인 ‘아바타2’의 CG 작업 뒷 이야기를 생생히 전했다. 지난 14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 ‘아바타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2009년 혁신적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현재까지 역대 세계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선보인 후속편이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한 긴 여정과 전투,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아바타2’는 13년 만에 눈에 띄게 진보한 기술들을 총동원해 실제 자연보다 더 실제같고 아름다운 장면 예술을 스크린에 구현했다는 평이다. 미세한 나비족 캐릭터들의 표정 변화, 실제 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나는 물결, 사물의 텍스쳐로 192분 내내 체험의 감동을 선사한다. ‘아바타2’에서 CG 작업 전반의 관리를 맡은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혹성탈출’, ‘어벤져스’, ‘아이언맨’ 등 다수의 대작들에 참여한 전문가다. ILM을 거쳐 현재 웨타 FX에서 일하고 있다. 황정록은 제이크 설리, 키리, 토노와리 등 CG 캐릭터들의 얼굴 작업을 담당하는 페이셜 아티스트 업무를 담당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와 마찬가지로 ILM에서 경력을 쌓았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워 크래프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트랜스포머3’ 등에 참여했다.먼저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13년 만에 선보이는 최대 규모 속편에 참여해 영광이다.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땐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나오면 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인데 오래 일하면서 내가 무슨 영화를 했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며 “이번에 ‘아바타2’를 맡으니 가족들과 부모님이 매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데 예산으로 인한 큰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비주얼에만 집중할 수 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며 “한 장면 장면에 아티스트들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작품이다. 보통 영화엔 정말 멋진 핵심 장면(히어로 샷)과 히어로 샷들 사이를 연결하는 덜 멋진 필러샷이 있는데 ‘아바타2’는 모든 장면이 히어로샷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성을 기울인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자체가 세상에 나오는덴 13년이 걸렸지만, 기술 준비를 마친 후 본격 작품 제작에 들어간 시간은 2년 정도였다고 한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그 긴 작업기간동안 캐릭터의 얼굴을 집중해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페이셜 작업은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얼굴에만 3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작업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특히 현존하는 영화감독 통틀어 CG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눈높이가 높다는 건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작업해보니 CG 전문가인 우리보다 아는 게 더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부터 정확한 디렉팅을 받았고 큰 수정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황정록 아티스트 역시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신 감독님께 존경을 표한다”며 “아티스트들이 수평적 위치에서 감독과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왼쪽부터) 최종진 CG 슈퍼바이저, 황정록 시니어아티스트.나비족 캐릭터의 얼굴이 탄생한 과정도 들어볼 수 있었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캐릭터의 얼굴 표정은 사전에 작업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연기한 실제 배우와 캐릭터의 표정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싱크되게 하는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비족의 특징이 눈은 인간보다 크고 코와 입 등은 동물 같은 구조다. 실제로 제이크 설 리가 극 중 분노하는 얼굴 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호랑이가 미간을 찌푸리는 장면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0세가 넘는 배우 시고니 위버는 14세의 키리를 연기했는데 캐릭터와 배우의 나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ㅤㅈㅓㄼ은 시절 시고니 위버의 모습을 레퍼런스로 참고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와 캐릭터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수중을 표현하는 작업에도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이 투입됐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예전에는 빛이 물결을 통과해 반사돼 사물에 맺히는 장면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아지고 회사들이 자체 랜더러를 개발해 거의 실제 수준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며 “물을 표현해내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전작인 ‘아바타1’과 비교했을 때 ‘아바타2’에선 약 18배에 가까운 규모의 데이터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의 창작자들이 해외에 진출해 활약을 펼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견해도 들어볼 수 있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코로나19가 제작업계를 어렵게 한 점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OTT란 플랫폼이 부각되는 등 기회를 제공해준 면도 있다”며 “제작비가 늘어나고 기술이 정교화하면서 CG의 수요도 높아졌다. 예전엔 한 회사가 CG작업의 처음과 끝을 다 담당했는데 요즘은 여러 회사가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의 진입장벽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엔 해외 미술대학을 나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요즘은 한국에서만 공부하신 분들도 포트폴리오가 좋으면 해외와 원격으로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황정록 아티스트 역시 “화상 회의 등 소통 수단이 발전하고 아티스트들이 감독, 제작사와 수평적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된 변화도 한몫했다”고 거들었다.
- '재벌집' 김신록 "진화영 강렬 메이크업? 시대고증 의도했죠" [인터뷰]①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아버지께 알려드리면 되겠다. 내가 순양그룹의 고명이 아니라 메인디시라고.” 26.9%, JTBC 드라마 역대 2위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연 배우인 송중기, 이성민 못지않게 강렬한 카리스마로 장면을 사로잡은 신스틸러 조연들의 활약이 빛난 작품이었다. 김신록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가장 큰 수혜자다. 특히 위 ‘메인디시’ 명대사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홀렸다. 전작 넷플릭스 ‘지옥’이 연극배우로서 대학로에 한정됐던 그의 명성을 매체로 끌어들인 계기가 됐다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김신록에게 탄탄한 팬덤 구축과 함께 아우라를 각인시켜준 작품이 됐다. 김신록은 최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작품을 마쳐 기분이 좋다. 황금같은 주말 TV 앞에 앉아 이 작품을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종영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순양그룹의 고명딸 진화영 역할에 캐스팅된 과정부터 캐릭터의 연구 과정, 동료, 선후배 배우들과의 호흡 및 드라마의 인기를 바라본 솔직한 심정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한 김신록은 연상호 감독의 tvN 드라마 ‘방법’으로 처음 매체 연기에 입문했다. 이후 천의 얼굴, 넓은 스펙트럼으로 드라마 ‘괴물’, ‘너는 나의 봄’, ‘지옥’, ‘술꾼여자들’, ‘어느날’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활약을 펼쳤다. 김신록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의 고명딸에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분)의 고모인 순양백화점 대표 진화영 역할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2000년대 시점에 걸맞은 메이크업과 세련된 스타일로 비주얼 변신을 선보이는가 하면 남편 최창제(김도현 분)와의 티격태격, 알콩달콩한 부부 케미로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눈치와 센스, 정무적 감각과 능력은 오빠들 못지않지만 장자 승계 원칙, ‘아들이 기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가풍 때문에 늘 조연으로 밀려나야했던 딸의 억울함과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아버지 앞에서 애교도 부리고 울며 발버둥을 치고, 막내 조카를 밀어내기도 하는 와일드한 재벌집 고명딸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신록은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그 때마다 직장인들이 우리 드라마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어린 학창시절 친구들은 물론 친구들의 부모님까지 우리 드라마를 잘 봤다며 연락이 오신다. 이를 통해 우리 드라마가 말 그대로 범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구나 실감했다”고 운을 뗐다. 김신록은 재벌 집안의 고명딸이자 백화점 대표인 진화영의 캐릭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메이크업 스타일을 선보였다. 시대의 유행을 반영한 진화영의 화장법과 옷 스타일이 매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세고 강렬한 화장을 주문하셨다. 저희 스타일팀 실장님이 화려히 화장해주셨는데 그 안에서 나름 시대 고증을 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남편 최창제가 서울시장이 되고 정치인 와이프가 되면서부터는 후반부로 갈수록 메이크업 스타일을 옅게 변화를 줬다. 진화영이 촉과 센스가 좋은 인물이라 생각했고 명품과 스트리트 브랜드 제품을 믹스 매치해 입음으로써 그의 남다른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진화영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도 회고했다. 그는 “진화영은 굉장히 욕망이 많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인물”이라며 “연기하는 입장으로선 재밌었다. 살아남기 위해 여러 전술을 펼치며 역동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라 배우로서 감당할 몫이 컸다”고 분석했다. 김신록은 진화영을 “순양그룹 형제들 중 유일한 여자로 아버지와의 관계, 오빠들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아주 옛날에 욕구와 욕망의 사전적 차이를 검색해 본 적이 있어요. ‘욕구’가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욕망’은 부족하다 생각해 바라는 마음이라더군요. 진화영은 욕망하는 캐릭터예요. 아버지 앞에서 울고 소리지르며 애교를 부리는 그 모든 행위가 나름대로 살아남아보려는 진화영 만의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했죠.”김신록은 그러면서 “내가 가진 게 부족하다는 인식이 가져오는 낙차에서 인물의 역동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진화영은 자신이 연기한 역할 중 가장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였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자신은 순양그룹에서 둘째 진동기(조한철 분)의 역할에 가장 가깝다는 반전 대답을 남기기도 했다. 김신록은 “실제 저는 네 자매 중 둘째인데, 둘째의 입장에서 진동기 캐릭터의 애환에 누구보다 공감했다”며 “어떻게 조금만 더 잘 하면 1인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마음이 모든 사달을 불러일으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 역시 어렸을 땐 진화영처럼 욕망하고 바라는 사람이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어릴 땐 많이 욕망하고 바라는 캐릭터였던 거 같다. 지나치게 바라고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질투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나”라며 “건강히 바라고 싶은 마음에 ‘욕구’와 ‘욕망’의 차이를 사전으로 찾아보고 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젠 욕망보다는 욕구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부족하다는 생각보단 순수한 마음으로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 먹었다”고 덧붙였다.
- ‘지옥에 살며 천국 꿈꾼’ 조세희…우리시대의 소외된 신화 쏘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 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도시빈민의 삶을 통해 경제 성장의 그늘에 대한 아픔을 그려 냈던 문제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의 저자 조세희 작가가 25일 오후 7시쯤 크리스마스에 숨졌다. 향년 80세.장남인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는 “조세희 작가가 지병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 올 3월 말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의식이 없으셨고,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떠나셨다”고 말했다.이 시대의 힘없는 약자를 상징하는 ‘난장이 연작’을 써낸 조세희 작가의 생전 모습(사진=연합뉴스).고인은 이제 하나의 고전(古典)이 된 ‘난장이 연작’을 써낸 주인공이다. ‘난쏘공’ 출간 이후 ‘난장이’는 이 시대의 힘없는 약자를 나타내는 ‘상징어’가 됐다.1942년 경기 가평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보성고와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를 다녔고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돛대 없는 장선’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으나, 10년 동안 소설 작품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1975년 ‘문학사상’에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난장이 연작 12편을 모아서 1978년 완성한 소설이 그의 대표작 ‘난쏘공’이다.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단편 12편을 묶어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난장이’는 이 시대의 힘없는 약자를 나타내는 상징어였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판자촌)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도시빈민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냉혹한 현실을 극적으로 그려내며 문제작으로 주목받았다. 1970년대 들어 본격화한 빈부격차와 도농격차, 노사 갈등 등의 사회적 모순을 첨예하게 다뤄 당시 대학생들의 필독서로도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은 1978년 6월 초판 1쇄를 찍은 이후 2017년 4월까지 300쇄를 찍었다. 당시 누적 발행 부수는 137만 부에 달했다. 순수 문학 작품으로는 선례가 없는 일이었다. 2000년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는 등 작품은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해 누적 발행 부수가 약 148만 부에 이른다.고인은 2002년 이 작품에 대해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 철거반들이 대문과 시멘트 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싸우다 돌아오면서 한동안 포기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면서 “유신정권의 피 말리는 억압 독재가 없었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난쏘공’이 100쇄를 찍었던 199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 작품이 100쇄를 돌파했다는 것은 작가에겐 큰 기쁨이지만 더 이상 ‘난쏘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신판을 펴낸 2000년 ‘작가의 말’을 통해서는 “나의 이 ‘난장이 연작’은 발간 뒤 몇 번의 위기를 맞았었지만 내가 처음 다짐했던 대로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고 쓴 바 있다. 당시 이 글에서 고인은 “이 작품은 그동안 이어져 온 독자들에 의해 완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이 점만 생각하면 나는 행복한 ‘작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며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라고 썼다.고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소설집 ‘시간여행’(1983),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1985), ‘하얀 저고리’(미출간) 등이 있다. 1991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하얀 저고리’를 잡지에 연재했지만 연재 이후 책으로 내지 않아 미완의 작품으로 남겼다. 이후 고인은 새로운 소설을 쓰는 대신 1997년 사회 비평지 ‘당대비평’ 편집인을 맡기도 했다. 또 카메라를 들고 노동자와 농민 등의 집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했으나, 말년에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인의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이다. 유족으로는 아내 최영애씨와 두 아들 조중협·조중헌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