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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출산을 보는 최고의 자리는 어디?
  • [인싸핫플] 월출산을 보는 최고의 자리는 어디?
  • 백룡산 자락에 들어서 있는 ‘덕진차밭’[영암(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월출산은 전남 영암의 중심이다. 너른 평야 위에 우뚝 솟아 있어 어디서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다른 산에 능선을 기대지 않고 저 홀로 뜨거운 화염과 거친 파도 같은 화강암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경외감마저 든다.직접 오르지 않고 멀찌감치 물러서서 산세의 형상을 바라보는 것도 월출산을 즐기는 한가지 방법이다.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월출산의 형상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보이기 때문이다.◇차밭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의 조망월출산의 바라보기 좋은 곳 중 ‘덕진차밭’이 있다. 이곳은 월출산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백룡산 자락에 들어서 있다. 호남다원(한국제다)에서 운영하는 차밭으로 규모는 3만평. 이곳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의 조망은 그림이다. 특히 차밭의 정상에 올라서면 월출산의 모습이 기가 막히게 보인다. 영암의 운암리 들판이 마치 바다처럼 활짝 열리면서, 그 초록 너머로 월출산이 섬처럼 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른 아침 월출산 자락에 안개가 감기면 기가 막힌 경치가 펼쳐진다.도선국사의 얼이 깃든 ‘도갑사’◇도선국사 얼이 깃든 ‘도갑사’도선국사의 얼이 깃든 아름다운 도량인 도갑사도 월출산을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도갑사는 월출산 자락에 있는 사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지었다. 원래 이곳에는 도선국사가 어린시절을 보낸 문수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도선이 중국을 다녀와서 문수사 터에 도갑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도갑사는 맑은 기운으로 가득한 곳으로 이름났다. 고려·조선시대 3갑사로 유명했지만, 계속된 화재로 아담하고 고즈넉한 외관만 남아 있다. 지금은 조용히 거닐고 싶은 한적한 경내를 대표하고 있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된 도갑사 해탈문은 조선 성종 4년 (1473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로 건축양식이 대단히 독특하다. 해탈문 좌우 앞쪽 칸에 금강역사상, 다음 칸에는 보물인 문수동자와 보현동자상이 모셔져 있다. 이밖에도 대웅보전 앞과 뒤에는 오층석탑 및 삼층석탑 등 고려시대의 석탑 2기와 도선·수미의 비가 있다. 도갑사 주위에도 볼거리는 가득이다. 1972년 국보로 지정된 월출산마애여래좌상을 비롯해 도선이 디딜방아를 찧어 도술조화를 부렸다는 구정봉의 9개 우물, 박사 왕인이 일본에 건너간 것을 슬퍼한 제자들이 왕인이 공부하던 동굴입구에 새겼다는 왕인박사상 등이 있다. 2200년 전통의 마을인 ‘구림마을’◇주지봉 아래 2200년 전통의 ‘구림마을’월출산 주지봉 아래에는 2200년 전통의 구림마을이 있다. 옛날부터 호남의 명촌을 꼽을 때 가장 먼저 회자되는 마을이다. 구림마을에서는 어디에서나 동쪽으로 월출산의 주지봉이 훤히 보인다. 신령한 기운이 마치 마을을 보호하고 있는 듯하다.월출산을 병풍삼은 구림마을엔 역사만큼 볼거리도 많다. 400년 넘게 보존되고 있는 고색창연한 종택과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택, 울창한 솔숲의 아름다운 누각과 정자들로 가득하다. 마을의 북쪽은 북송정, 동쪽은 동계, 남쪽 산 아래 지역은 고산 혹은 남송, 서쪽은 서호정이라 칭해진다. 오늘날 낭주 최씨, 함양 박씨, 연주 현씨, 해주 최씨, 창녕 조씨, 선산 임씨 등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2022.11.25 I 강경록 기자
단풍 물러선 자리, 웅장한 자태 드러낸 바위산을 오르다
  • [여행]단풍 물러선 자리, 웅장한 자태 드러낸 바위산을 오르다
  • 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와 거대한 사장암의 모습[영암(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남 영암 들녘의 한복판에는 거대한 산이 있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이다. 나무보다 기암괴석이 우거진 바위산으로, 산 전체가 국립공원이다. 최고봉인 천왕봉(809m)을 중심으로 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집결해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찾지만, 정작 월출산을 올라본 이들은 많지 않다. 거칠고 위태로워 보이는 압도적인 풍모에 주눅이 들어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옛 선인들이 월출산을 오르지 않고 멀리서 보면서 노래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바라만 보던 월출산을 올랐다. 나무의 낙엽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월출산 암릉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13개의 또 다른 이름을 지닌 월출산산행에 앞서, 월출산에 대해 알아보자. 월출산은 전남 영암과 강진군 사이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다. 외형적으로 어디를 둘러보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월출산은 설악산, 주왕산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인 3대 바위산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이면서, 한반도 최남단의 산악 국립공원으로 꼽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산의 기운도 심상치가 않다. 월출산은 양의 형세에 음의 기운을 동시에 지녔다. 톱날처럼 솟은 거친 바위에서는 양의 기운이, 밤에 산허리에 걸린 달의 모습에서는 음의 기운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기운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월출산이다.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와 거대한 암릉이런 모습에 선인들은 월출산에 여러 이름을 붙였다. 누구는 산에서 마치 달이 생겨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월생산’이라고도 했고, 산 위로 뜬 달이 보배 같다고 해서 ‘보월산’이라고도 했다. 지금은 ‘달 뜨는 산’이라는 뜻의 월출산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산치고 달이 뜨지 않는 산이 있을까마는, 선인들은 월출산의 ‘달 뜨는 경치’를 으뜸으로 쳐왔다. 영암(靈岩)이라는 지명도 월출산의 영험한 바위에서 유래했다. 이 외에도 화개산, 금저산, 천불산, 지제산, 월산, 낭산 등등. 월출산에는 13개의 다른 이름이 있다. 월출산이 가진 오묘한 매력에 이름짓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너도나도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결과였다.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이 산의 매력에 빠진 선인들의 평도 다양했다. 조선시대 문인인 김극기는 “푸른 낭떠러지와 자색 골짜기 만 떨기가 솟고, 첩첩한 봉우리는 하늘을 뚫어 웅장하며 기이함을 자랑한다”는 글을, 김시습은 월출산을 찾아 “호남에서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달은 정천에 뜨지 않고 산간을 오르더라”라고 썼다. 또 조선시대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돌 끝이 뾰족뾰족해 날아 움직이는 듯하다”고 월출산을 표현했다.국경 너머 중국에서도 월출산의 이름은 알려졌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월출산을 일러 ‘본국 밖에서는 화개산이라 칭한다’고 썼는데, 산 이름에 빛날 화(華)에 덮을 개(蓋)란 이름을 쓴 것은 문수보살이 여기에 이르렀을 때 구름이 월출산 정상 위에 떠서 빛났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백룡산 자락에 들어서 있는 ‘덕진차밭’에서는 월출산의 정면으로 마주볼수 있다.◇차마 오르지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산월출산은 ‘오르는 산’이 아닌 ‘보는 산’에 가까웠다. 과거엔 산의 위용 자체가 너무나 대단했기에 차마 오를 엄두를 못 내서다. 최고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구정봉, 사자봉, 주지봉 등이 동에서 서로 하나의 작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데, 너른 평원 위에서 보면 거칠고 험준한 바위들로 솟아 있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으로 가득했다. 거친 구간마다 철제 덱과 구름다리를 놓은 지금의 월출산도 아찔할 정도인데 예전엔 오죽했을까.월출산은 예나 지금이나 ‘영산’으로 불린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많아 쉬이 그 품을 내어주지 않아서다. 그래서인지 월출산이 품고 있는 ‘영암’이라는 고장에는 신령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월출산에 세 개의 움직이는 큰 바위가 있었다. 이 바위들 때문에 영암에 큰 인물이 난다는 전설이 알려지자 이를 시기한 중국인이 바위 세 개를 전부 밀어 산 아래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중 한 바위가 어느새 옛 자리로 올라갔고, 사람들은 이 바위를 신령한 바위로 불렀다. 이후 이 마을을 ‘영암’이라 했다는 것이다. 바위도, 그 바위가 이룬 산도, 그리고 그 산을 거느린 마을도 모두 범접할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했다는 뜻이다.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일본 아스카문화의 비조로 추앙받는 왕인 박사와 신라 말기 풍수사상의 대가였던 도선도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월출산 천황사코스 등산로 입구 조형물◇끝없이 이어진 바윗길을 오르니 펼쳐진 선경이제 본격적인 등반에 나설 차례다. 이른 아침 서울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KTX를 타고 이동한 후, 나주에서 영암까지 다시 40여 분을 운전대를 잡고 달린다.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까지 가는 탐방로는 총 5개다. 그중 천황사에서 도갑사까지 가는 동서 종주 코스(9.5km)를 제외하면, 대개 왕복 6~7km로 짧은 편이다. 일반적인 산행이라면 2시간 안팎 거리. 하지만 월출산은 조금 다르다. 1년에 10번은 이 산에 오른다는 영암군청 소속 공무원은 “월출산은 809m의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해발 20~30m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되고, 오르내림 폭이 심해 통상 1000m 이상급 산행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천황사 코스 입구에 있는 윤선도 시비와 영암아리랑 노래비이번에 선택한 코스는 천황사~구름다리~바람폭포~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코스. 원래는 천황사~구름다리~사자봉~천황봉 코스를 선택했지만, 해가 지기 전, 내려오기 힘들다는 영암 공무원의 조언을 따랐다.등산화의 끈을 다시 고쳐매고 산행에 나선다. 월출산 조각공원과 천황야영장을 지나면 바로 천황사다. 여기까지는 순탄한 코스다. 천황사를 지나면 바로 급경사가 이어진다. 1시간 정도 쉼없는 오르막길이다. 거친 돌길을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오르면 월출산 명물인 ‘구름다리’다.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지상 120m 높이에, 길이 약 50m의 다리다. 화려한 오렌지색의 다리는 월출산의 웅장한 암릉과 대비되면서 눈에 확 들어온다. 튼튼한 철제다리인데도, 다리 위에 올라서면 아찔함에 잠시 오금이 저린다. 그래도 깎아지른 듯한 매봉과 남쪽으로 영암군의 넓은 들판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탐방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다리다. 다리를 지나면 길은 사자봉으로 바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구름다리에서 내려와 바람폭포로 길을 돌렸다.천황사에서 구람다리로 가는 길은 가파른 바윗길과 철제 계단길을 1시간 가량 올라야 한다◇갖가지 모양 갖춘 기암괴석의 전시장구름다리에서 천황사 갈림길까지는 까마득한 내리막길이다. 올라온 만큼 다시 내려가려니 힘이 쭉 빠지는 기분. 이 험한 길에 덱을 깔고, 계단을 놓았을 일꾼들의 노고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갈림길에서 바람폭포까지는 구름다리 높이만큼 다시 올라야 한다. 다시 쉼없는 오르막길을 바다만 보며 오른다. 바람폭포는 수직의 물줄기가 골짜기에서 치받는 바람에 흩날린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높이 15m의 암벽에서 물줄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기대했던 장엄한 물줄기는 아니지만, 산행객의 더운 땀을 식혀주기에는 충분했다.바람폭포에서 육형제바위까지 다시 오르막길. 육형제바위 아래 전망대에 오르자, 월출산의 암릉이 한눈에 펼쳐져 보인다. 전망대 왼쪽 능선으로는 여섯 개의 바위봉우리인 ‘육형제바위’가 기묘한 모양으로 줄지어 서 있다. 정면으로는 지나온 구름다리가 눈 아래로 밟힌다. 구름다리를 중턱에 두고 골짜기에서 솟구친 사자봉이 아찔하고 우람하다.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집결해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월출산의 암릉잠시 숨을 돌리고 오르면 월출산 능선 줄기다. 가파른 바윗길이 차례로 이어진다. 두갈래로 갈라지는 광암터 어름까지 오른 뒤에야 비로소 월출산의 참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맞은편으로는 영암의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사자봉의 우람한 바위능선이, 서쪽으로는 월출산의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뾰족한 바위들이 첩첩이 늘어서서 산행객을 맞아준다. 기암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월출산의 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월출산 정상인 천황봉광암터에서 천황봉까지는 가파른 절벽과 바위 봉우리들을 싸고돌며 다시 올라야 한다. 통천문을 지나 짧은 내리막과 오르막을 거치면 드디어 정상이다.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은 널찍한 암반지대다. 그 꼭대기에 올라서자 사통팔달이다. 영암·강진 주변의 산줄기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활성산 능선의 풍력발전기 무리가, 서쪽으로는 굽이치는 영암호 물길 일부가 아득하게 눈에 잡힌다. 멀리 보이는 경관도 아름답지만, 눈 아래로 펼쳐지는 가파른 산자락과 바위 봉우리 모습이 돋보인다. 저마다 그럴 듯한 사연 하나쯤은 품고 있는 모양새다. 숱한 시인 묵객들이 남긴 글처럼 여기서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된다. 그러고선 펜으로, 붓으로 월출산의 장엄함을 읊고, 그려내 본다. 월출산 천황봉과 그 너머로 보이는 구정봉
2022.11.25 I 강경록 기자
FMK, 경기도 연천에 탄소저감 ‘드림 포레스트’ 조성
  • FMK, 경기도 연천에 탄소저감 ‘드림 포레스트’ 조성
  •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국내 공식 수입·판매사인 FMK가 탄소 저감을 위한 사회 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기도 연천군에 드림 포레스트를 조성한다고 21일 밝혔다.드림 포레스트. (사진=FMK)FMK는 이번 숲 조성을 위해 경기도 연천군 재인폭포 지역의 탄소 저감 효과 상승과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1억원 상당의 5년생 버드나무 350여 그루를 기증했다.드림 포레스트가 조성되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의 재인폭포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에 위치해 있으며 매년 5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지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키가 큰 수종이 없어 탄소 저감 효과가 낮고 생물 다양성이 보존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 때문에 FMK는 여름철 집중호우, 가뭄, 겨울철 이상 고온 등 본 지역에서 예상되는 기후 변화를 고려, 가장 잘 자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목성 버드나무를 심음으로써 연천군의 안정적인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김광철 FMK 대표는 “이번 숲 조성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환경을 돌봄으로써 미래 세대와 연결시켜 주는 유산의 첫걸음”이라며 “이번에 조성된 드림 포레스트를 통해 연간 약 2만kg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와 더불어 생물 다양성 증진 등 해당 지역에 상당한 환경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2022.11.21 I 신민준 기자
 산사의 가을은 끝자락이 더 화려하더라
  • [여행] 산사의 가을은 끝자락이 더 화려하더라
  • 마곡사를 잧은 사람들이 영산전 돌담 앞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공주(충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늦가을 여관에 내리는 가을비/ 고요한 밤 차가운 창에 등불 밝히니/ 가련하다, 시름 속에 앉은 내 모습/ 삼매에 든 중과 다름없네통일신라시대 말기의 문인이었던 고운 최치원이 늦가을 한 여관에서 지었다는 한시 ‘우정야우’(雨亭夜宇)다. 그는 여행 중 만난 가을비를 이렇게 표현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는 심란했을 그의 마음을 그려본다. 그가 느꼈을 당시의 감정은 아마 삶의 무상함이 아니었을까. 충남 공주의 이름난 두 사찰에서 마주친 늦가을의 풍경도 그랬다. 이미 떠날 채비를 마친 가을은 조금이라도 늦을까봐 조급해하는 모습이었다. 한곳에서는 남은 생명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또 다른 곳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고 소박하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봄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찰에서 만난 화려한 가을 단풍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이면 마곡사가 아름답고,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충남 공주의 태화산과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마곡사와 갑사의 풍경을 두고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다. 그렇다고 마곡사의 가을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가을 끝자락에 찾아간 마곡사의 가을 풍경은 선뜻 그들의 말에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마곡사의 가을 풍경은 선뜻 봄 풍경에 손 들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했다. 형형색색 단풍으로 둘러싸인 마곡사마곡사의 가을 피날레는 한마디로 웅장한 느낌이다. 주차장에서 번잡한 상가를 지나면 마곡천이 나란히 이어지는데 화려한 단풍길이 반갑게 여행객을 맞이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은 곧장 마곡사로 안내한다. 마곡천이 태극 문양처럼 한 바퀴 크게 휘감아 돌면 비로소 마곡사 경내에 이른다. 산중 사찰이 대부분 외지고 찾기 힘든 곳에 자리한 반면, 마곡사는 누구에게나 그 품을 쉬이 내어 주려는 듯 두팔 벌려 환영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아니 다. 마곡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2018년 선암사·부석사·통도사·봉정사·대흥사와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다. 그만큼 경내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둘러볼 수 없다. 보물로 지정된 영산전을 비롯해 대웅보전, 대광보전, 오층석탑 등이 있다. 대광보전 앞마당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해탈문, 천왕문, 명부전, 국사당, 응진전, 심검당 및 고방 등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마곡사 명부전 단풍마곡사의 정문에 해당하는 해탈문. 문 이쪽의 속세와 불(佛)의 세계가 문을 사이에 두고 나뉘는 곳이다. 해탈문을 들어서기 전 건축물을 받치고 있는 석축 위에 예쁜 살색 담을 낮게 앉은 너머로 영산전 안채가 보일 듯 말 듯하다.영산전은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그 주위를 에워싼 나무의 이마에는 절정에 달한 늦가을이 화려한 차림새로 이리 오라 손짓한다. 그 아래로 몰려든 여행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누가 더 예쁜지를 뽐내듯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도무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기세다.마곡사 오층석탑과 대웅보전간신히 유혹에서 벗어나 사찰 내부로 들어선다. 세심교와 극락교를 지나자 오층석탑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다. 석탑 끝의 보탑이 매우 독특하다. 보탑만 뚝 떼어 땅에 내려놓아도 하나의 탑으로 보일 정도로 커다랗고 정교한 머리장식을 하고 있다. 이는 원나라 말기 라마 불교의 영향을 받은 양식이다. 한국, 인도, 중국 등 세계에 3개밖에 없는 보기 드문 형태다. 마곡사의 가장 큰 특징은 주불전이 대광보전과 대왕보전 등 두 곳이라는 점이다. 또 대광보전 법당에 들어가면 다른 사찰과 달리 비로자나불이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모셔져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마곡사 백련암 김구 흉상마곡사에는 백범 김구의 발자취도 가득하다. 백범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 군인을 살해하고 옥살이하다 탈옥한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 이곳에서 그는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지냈다. 백범당 옆의 향나무는 광복 이후 그가 직접 심은 것이다. 대웅보전 왼쪽 계곡에 가로놓인 징검다리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김구 선생이 탁발했다는 바위가 있다. 이 길을 시작점으로 총 3코스의 백범 명상길이 조성돼 있다. 깊은 가을날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갑사◇가을에 가장 빛나는 은밀하고 깊은 산사를 찾다 갑사는 계룡산 깊은 자락에 깃들었다. 경내까지 숲길을 무려 5리(2㎞)나 걸어 들어가야 한다. 소박하면서 은밀한 느낌이다. 420년(백제 구이신왕 원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556년 혜명대사가 중건했으나, 1597년 정유재란(선조 30년) 당시 1000여 칸에 이르렀다는 당우가 죄다 불타 사라졌다. 현재 모습은 전란 이후 중창 불사를 통해 새로 세워진 것이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고찰답게 문화재도 많다. 국보인 갑사 삼신불괘불탱화와 보물 다섯 점, 도 유형문화재 일곱 점 등이다. 특히 철당간과 지주는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다.갑사에서 가장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오리숲길이름난 절집으로 난 길이라 그런지 들머리부터 시끌벅적하다. 마치 승속의 경계를 지나는 느낌이다.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면 소음은 멀어지고, 그제야 새소리, 물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갑사에서 가장 가을다운 곳인 ‘오리숲길’이다. 갑사까지 소나무와 느티나무 숲이 약 2km(5리) 정도 이어져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은행나무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이끌었다. 공주에서 갑사로 드는 길목 양편으로 400~500m 남짓 터널을 이뤘다. 옆으로 넓게 가지를 펼친 은행나무들이 길 위에 노란 융단을 깔아놓았다. 이 길을 지나자 활엽수와 단풍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족히 수백 년은 넘은 자세로 이방인을 맞고 있다. 그 아래에는 힘을 다한 나뭇잎들이 그득하다. 겨울을 앞두고 몸 안에서 물을 모두 빼낸 나무의 이파리는 낙엽이 돼 떨어진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기분 좋은 소리까지 오감을 채운다. 이런저런 낙엽들이 쌓여 만든 폭신한 길을 걷는 맛도 각별하다.갑사 공우탑대웅전까지는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살아온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느티나무들이 곁을 지키고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네 명의 사천왕이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문이다. 숲은 사천왕문을 통과하면 한층 울울창창해진다. 경내로 들어서려면 해탈문을 지나야 한다. 말 그대로 부처의 세계로 드는 문이다.불자가 아니더라도 갑사의 자태는 누구나 감탄할 만하다. 단청은 퇴색됐다. 강당 등 일부 건물의 단청은 겨우 무늬의 흔적만 남아 있다. 그 위에 시간이 더께로 내려앉았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건물들의 웅장함에 잠시 승속의 세계로 빠져든다.갑사를 지나 계룡산 등산로를 따라 용문폭포 가는길갑사 위쪽의 계곡을 따라 걷는 맛도 각별하다. 이를 ‘갑사구곡’이라 부른다. 일제강점기 때 중추원 부의장과 경기도 관찰사를 역임했던 윤덕영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경치가 빼어난 아홉 곳에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다. 셀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무에서 떨어져서도 저리 샛노랗게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낙엽들을 보고 있노라니 가을이 주고 가는 마지막 선물이 아쉽기만 하다.
2022.11.18 I 강경록 기자
"코인 연쇄 파산 없도록"…바이낸스, 산업회복기금 만든다(종합)
  • "코인 연쇄 파산 없도록"…바이낸스, 산업회복기금 만든다(종합)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3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가상자산업계를 되살리기 위해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총대를 멨다. 가칭 `산업회복기금(Industry Recovery Fund)`를 조성하기로 한 것인데, 최근 중국계 거래소인 후오비글로벌을 인수한 홍콩 펀드의 자금주로 알려진 저스틴 선 트론(TRX) 창업주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14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바이낸스 거래소를 이끌고 있는 자오창펑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트윗을 통해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생긴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길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 펀드는 FTX의 파산으로 인해 연쇄 도산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낸스의 벤처캐피탈 자회사인) 바이낸스랩스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자격을 갖춘 프로젝트들은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오 CEO는 “공동으로 투자를 원하는 가상자산업계 다른 관계자들의 참여를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으면 가상자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인 만큼 모두가 함께 (업계를) 재건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자오 CEO는 하루 전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 “현재 1조달러 정도의 시가총액을 가진 가상자산시장이 과거 2008년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를 무너뜨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를 바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FTX의 파산 이후 연쇄 도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FTX의 몰락은 앞으로 더 많은 가상자산 회사들이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첫 번째 사례일뿐”이라며 FTX의 파급효과로 인해 부실의 전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FTX가 무너지면서 폭포효과처럼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FTX의 생태계에 더 가까이 있었던 기업일수록 더 큰 타격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조만간 다른 가상자산업체들이 부실화했다는 소식들이 보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부실화된 가상자산 기업들의 상황이 대부분 드러나는데 2~3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점쳤다. 다만 그는 “부실의 충격파가 일거에 몰아친 뒤에는 가상자산시장 스스로 치유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자체도 어느 시점이 되면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는데, 이번에 조성되는 기금은 그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트윗에 한 가상자산 커뮤니티 회원은 “FTX와 같은 기업을 기금이 도우려 하느냐”고 지적하자, 자오 CEO는 “이 기금은 FTX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 생태계 내에 있는 다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거짓말이나 사기는 결코 기금 지원을 받을 강력한 프로젝트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 같은 자오 CEO의 제안에 대해 저스틴 선 창업주는 “트론다오와 후오비글로벌, 폴로닉스는 이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고 우수한 개발자와 빌더들이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동참을 약속했다.
2022.11.14 I 이정훈 기자
"FTX 보니 아무도 못 믿겠다"…코인시장 `엑소더스` 조짐
  • "FTX 보니 아무도 못 믿겠다"…코인시장 `엑소더스` 조짐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낸데 이어 파산 신청 직후 미심쩍은 수억달러에 이르는 해킹 사건까지 발생하자,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시장에서 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FTX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해 경쟁사인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FTX 고객을 흡수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FTX 사태가 시작된 지난 8일 이후 이날까지 코인베이스 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75%나 급감했다. FTX가 예금 인출 중단 등으로 인해 거래서비스 자체가 막혔던 시기에 코인베이스 거래대금까지 급감한 것은, 그 만큼 시장 거래가 죽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댄 돌레브 미즈호증권 선임 애널리스트는 “대형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소식은 가상자산시장을 자유낙하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에 계속 투자해도 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투자자들의 고통과 불안, 불신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가상자산 가격 바닥을 논하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이번 FTX의 파산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코인판 리먼 브러더스 사건’이라고 하지만, 리먼은 부실 투자로 패망한 회사였던 반면 FTX는 수 많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리먼보다는 고객자금 유용과 회계부정으로 망한 엔론에 비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FTX 사태 이후 코인베이스 거래대금 추이FTX는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는데, 신청서 상 FTX 부채는 100억~500억달러(원화 약 13조2000억~66조2000억원)에 달하며 채권자는 10만명이 넘는다. 더구나 파산보호 신청 직후 총 6억6200만달러(약 8700억원)에 달하는 코인이 유출되는 해킹사건까지 벌어져 충격은 더했다. 일각에서는 샘 뱅크먼 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와 그 측근들이 저지른 내부 소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정도다.이커머스 플랫폼인 셀릭스를 이끄는 대니얼 세르바데이 CEO는 “경험도 많지 않은 기업인들이 사업을 벌인 것도 황당하지만, 고객들을 대상으로 폰지 사기와 같은 행각을 한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올 초 테라-루나 사태 때 봤듯이, 하나의 코인 프로젝트가 무너질 경우 거래소와 대출업체(디파이), 벤처캐피탈 등이 줄줄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세계 1위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창업해 크립토 분야에서 최고의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올라선 자오창펑 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 “FTX의 몰락은 앞으로 더 많은 가상자산 회사들이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첫 번째 사례일뿐”이라며 FTX의 파급효과로 인해 부실의 전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FTX가 무너지면서 폭포효과처럼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FTX의 생태계에 더 가까이 있었던 기업일수록 더 큰 타격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조만간 다른 가상자산업체들이 부실화했다는 소식들이 보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부실화된 가상자산 기업들의 상황이 대부분 드러나는데 2~3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점쳤다. 디지털자산 브로커리지 업체인 글로벌블락의 마커스 소티리우 애널리스트 역시 ”아직까지 정확한 시장 영향을 가늠하긴 힘들지만, 다른 업체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지켜봐야 한다“며 ”FTX의 몰락이 시장에 가져올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며, 조만간 더 많은 코인 거래소와 업체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투자자들도 코인시장에서 발을 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인니스와 크라토스가 국내 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7%가 “FTX 사태 이후 이미 코인 투자를 줄였거나 앞으로 줄일 것”이라고 했다. “코인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36.3%에 그쳤다. 또 투자자 중 가장 많은 37%가 “이번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했고, “비트코인이 1만달러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응답도 26.5%에 이르렀다. 32% 정도는 “현 가격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시장도 당분간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투기적 거래가 많아야 거래대금이 늘고, 거래대금이 늘어야 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사 엘리스 모페트 내이튼슨 애널리스트는 “최근 진입한 투자자들은 이와 같은 시장 붕괴를 거의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며, 단타 위주의 투자자들은 겁을 먹고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코인 혹한기를 더 깊어질 것이고, 개인투자자들은 겨울잠 모드로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러미 얼레어 USDC 발행사인 써클 CEO도 “FTX 사태는 투명성 부족과 거래상대방 리스크, 투기적 거래 등 가상자산시장이 지닌 더 깊은 문제들을 표면 위로 드러냈다”며 “이로 인해 과거 투기적 강세장에서 올랐던 부분들이 빠지는 하락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11.14 I 이정훈 기자
‘42조원 가치’ 코인왕국 FTX의 붕괴…“파산 도미노 온다” 경고도
  • ‘42조원 가치’ 코인왕국 FTX의 붕괴…“파산 도미노 온다” 경고도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42조원(32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부실 경영과 고객 자금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가 덮쳤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블랙록과 소프트뱅크 등 유명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 파산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던 샘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11일 FTX의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회사 CEO에서 물러났다. (사진= AFP)◇‘코인계 버핏·JP모건’ 30세 뱅크먼-프리드의 몰락FTX는 11일(현지시간) 자사 트위터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FTX를 설립 후 ‘코인계의 워런 버핏’, ‘코인계의 JP모건’으로 불리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던 샘 뱅크먼-프리드(30)는 파산 신청과 함께 FTX에서 물러났다. FTX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유명한 존 J. 레이 3세가 앉았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산신청서를 인용해 FTX의 부채가 100억~500억달러(약 13조~66조원),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부채 규모는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들어 파산신청을 한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FTX의 파산 위기는 이달 초 암호화폐 전문 매체가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불투명한 재무 구조와 FTX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FTX가 FTT 토큰을 발행하면 계열사인 알라메다가 사주는 구조로, 알라메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FTX가 발행한 FTT 토큰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측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유하고 있는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혔고,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면서 FTX에서 자금을 빼는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사태)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8일 바이낸스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FTX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FTX는 파산보호를 신청에 이르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FTX 위기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는 알라메다로 인해 발생한 FTX의 채무가 10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TX가 지난 6월부터 채무 상환 요구에 직면한 알라메다에 고객 자금 100억달러를 송금했다고 전했다.FTX 사태로 블랙록, 세콰이어캐피털, 소프트뱅크, 타이거 글로벌 등 유수의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세콰이어 캐피털은 FTX 투자금인 2억14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인 온타리오 교사연기금은 FTX에 투자한 금액이 총 자산의 0.05% 미만이라며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FTX의 회생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 투자자들은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돼 투자했던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TX의 개인 투자자(리테일 고객)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FTX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상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FTX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불실화된 암호화폐 기업들이 더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로이터)◇“FTX가 끝이 아니다”…코인업계서 리먼사태 재현 가능성 바이낸스의 CEO이자 FTX 몰락에 일조한 자오창펑은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FTX의 몰락은 앞으로 더 많은 암호화폐 회사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첫 번째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FTX의 붕괴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그나마 정확할 것”이라며 “FTX가 무너지면서 폭포효과처럼 다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FTX의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던 기업일수록 더 큰 타격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자오 CEO는 “조만간 다른 암호화폐업체들이 부실화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부실화된 암호화폐 기업들의 상황이 거의 다 드러나까지 2~3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제네시스는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의 자금이 묶였다고 발표했다. 가상자산 헤지펀드인 갈루아캐피탈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자산 중 절반이 FTX에 묶여 있다고 알렸다. 뉴욕타임스(NYT)는 “FTX는 자사 플랫폼에 자산을 저장한 기업에 높은 수익률을 지불했고, 많은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FTX를 은행처럼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2022.11.13 I 장영은 기자
`바이낸스 수장` 자오창펑 "FTX가 끝 아냐…곧 파산 도미노 온다"
  • `바이낸스 수장` 자오창펑 "FTX가 끝 아냐…곧 파산 도미노 온다"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3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의 몰락이 가상자산시장에 불어 닥친 마지막 악재가 아닐 것이라고 굴지의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이끄는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경고했다. 자오창펑거래대금 기준으로 세계 1위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창업해 크립토 분야에서 최고의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올라선 자오 CEO는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 “현재 1조달러 정도의 시가총액을 가진 가상자산시장이 과거 2008년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를 무너뜨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를 바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자오 CEO는 FTX와 FTX US, 알라메다 리서치로 엮인 샘 뱅크먼 프리드의 크립토 제국이 가진 문제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뒤 FTX가 발행한 토큰인 FTT 21억달러 어치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선언하며 FTX의 몰락에 일조했다. 다만 이후 FTX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인수의향서(LOI)까지 체결했지만, 실사에 나선 지 하루 만에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울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발을 뺐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사 과정에서 바이낸스가 FTX와 알라메다의 잠재부실 60억달러 어치를 발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자오 CEO는 “FTX의 몰락은 앞으로 더 많은 가상자산 회사들이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첫 번째 사례일뿐”이라며 FTX의 파급효과로 인해 부실의 전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FTX가 무너지면서 폭포효과처럼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FTX의 생태계에 더 가까이 있었던 기업일수록 더 큰 타격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조만간 다른 가상자산업체들이 부실화했다는 소식들이 보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부실화된 가상자산 기업들의 상황이 대부분 드러나는데 2~3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점쳤다. 자오 CEO는 “FTX의 붕괴를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그나마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FTX나 바이낸스 모두 상장사가 아니라 정확한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가장 최근 펀딩에서 FTX는 320억달러 정도의 몸값을 인정 받았었다. 바이낸스가 발행하는 토큰인 BNB의 시가총액은 460억달러 수준이다. 다만 자오 CEO는 “이런 부실의 충격파가 일거에 몰아친 뒤에는 가상자산시장 스스로 치유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자체도 어느 시점이 되면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2022.11.13 I 이정훈 기자
홍제천 낙후 주차장을 수변 카페로…1호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 홍제천 낙후 주차장을 수변 카페로…1호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서울시 홍제천 중류 인공폭포 앞에 주차장, 창고로 사용되던 낙후된 수변공간이 유럽처럼 물길 옆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변노천카페’로 재탄생했다. 시민들이 집 앞 가까이 일상 생활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수변카페이자, 서울시내 최초의 수변노천카페다. 계단데크에서 바라본 홍제천 인공폭포(사진=서울시)서울시는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선도사업 중 첫 번째 ‘홍제천 인공폭포 수변테라스 카페’ 조성을 완료, 11일 공개한다고 10일 밝혔다.‘서울형 수변감성도시’는 서울 전역에 흐르는 75개 소하천과 실개천에서 시민들이 다채로운 여가·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수변공간을 매력적인 수세권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정릉천, 도림천, 홍제천 중·상류 4곳에서 선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제천 인공폭포 수변테라스 카페’(서대문구 홍은동 429번지)는 홍제천 인공폭포 앞 기존 주차장 일부와 창고 전체를 없앤 자리에 총 2362㎡ 규모로 조성됐다. 음악을 듣는 ‘뮤직카페’(291㎡)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는 ‘북카페’(68㎡)가 들어섰다. 뮤직카페 위(계단데크)와 옆(음악마당)에 휴식 공간도 마련했다. 시민들은 자연 속에 보다 오래 머무르면서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아름다운 홍제천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또한 홍제천 수변공간으로의 접근성도 높였다. 주차장 난간 일부와 창고 가림막 전부를 걷어내 기존 주차장과 창고 사이에 있던 비좁던 ‘진입로’를 시민들이 한결 편리하게 홍제천을 진입할 수 있게 했다. 시는 이번 선도사업을 통해 동네 하천을 산책로:자전거도로 같은 ‘선형적 공간’에서 ‘일상적 모임과 만남의 공간’으로 한층 진화시킨 만큼, 시민들이 일상 생활권 곳곳에서 만족도 높은 수변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홍제천 일대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서울시는 첫 번째 노천카페를 시작으로 문화와 감성이 흐르는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사업을 본격 활성화한다. 내년에는 나머지 선도사업 도림천, 정릉천, 홍제천 상류 등을 완료하고 자치구 공모사업을 통해 10개소를 추가한다.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앞으로 서울 전역의 지천을 수세권으로 조성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도심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2022.11.10 I 김은비 기자
‘고급화·차별화·현지화’로 베트남 마트 시장서 한인 신화
  • ‘고급화·차별화·현지화’로 베트남 마트 시장서 한인 신화
  • [하노이(베트남)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일등이 아닌 일류기업’한국계 식품유통기업 케이(K)마켓의 베트남 하노이 본사 입구 현판에 새겨진 말이다. 이는 가장 잘하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온리 원(Only One)’을 추구하자는 K마켓의 경영철학이 담긴 캐치프레이즈다. K마켓은 2006년 베트남 하노이에 첫 매장을 개점한 후 16년 만에 14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슈퍼마켓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고상구 K마켓 회장을 만나 성공비결을 들었다.고상구 K마켓 회장이 K마켓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윤정훈 기자)고 회장은 “일등은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서 선두에 있는 사람이지만 일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며 “고급화·차별화·현지화를 실천하고 16년간 시스템을 개선해왔기 때문에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마켓은 2006년 1호점을 낼 때 매장에 미니 폭포와 인조잔디를 만들어서 고객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며 “마켓쉐어를 추구하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쉐어한다는 목표로 쇼핑하고 싶은 매장을 만들어왔다”고 자부심을 표했다.K마켓은 당시 대형마트가 갖출 법한 신선, 야채, 정육, 청과 등 4대 식품군을 10년전부터 구현했다. 재고처리 등에 많은비용이 들었지만 K마켓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 현재는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고 회장은 “하루만 지나도 상태가 안좋아지는 신선 야채 등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품질관리를 해왔다”며 “이런 시스템을 10년간 지속하다 보니 K마켓은 빅씨(Big C)와 같은 대형마트보다 신선도가 좋다는 고객의 평을 받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니스톱과 같은 편의점도 K마켓을 따라 신선 채소, 정육을 했지만 재고처리가 힘들어서 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고급화 전략을 위해 일체 광고가 붙은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고, 고급 식자재 확보에도 힘을 쏟았다.고 회장은 “15년 전에 현지 카페에서 커피가 2만동(1000원) 이하던 시절에 우리는 스타벅스 병커피를 8만동(4000원)에 과감하게 판매해서 성공했다”며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대형마트에 들러서 K마켓에 없는 제품을 보면 사진을 찍어서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제품을 구비토록 했다”고 전했다.또 “마트를 오픈하면 무료로 제공하는 음료·맥주 회사의 냉장고, 계산대에 붙는 담배 광고 등도 일절 받지 않았다”며 “다른 마트, 편의점은 이걸로 수익을 올리지만 K마켓은 고객에게 도움이 안된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K마켓 전경 및 매장 내부 사진(사진=K마켓)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4년에는 물류센터가 화재로 전소되는 아픔도 겪었다. 당장 전국 매장의 물류가 차질을 빚었을 뿐만 아니라 보험처리가 미비해 금전적 손해도 엄청났다.고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화재사고로부터 무언가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우리는 하나다(중따라못·chung ta la mot)’라는 정신으로 이겨내자고 주문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위기에 뭉치는 국민적 특성이 있다. 화재 이후 직원들은 똘똘 뭉쳤고 회사의 재건에 내 일처럼 앞장섰다”고 했다.K마켓은 소매뿐 아니라 B2B(기업대기업)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오랜 기간 현지 유통 업체와 관계를 맺어온 덕분에 제품 유통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K마켓은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웰스토리, 롯데호텔 등 업체뿐 아니라 롯데마트 등 마트에도 물건을 납품할 정도다. 베트남은 국토가 남북으로 1650㎞에 달하는 만큼 호찌민에서 하노이까지 차로 이동하는 데 하루가 꼬박 걸린다.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도시 중심으로 배송을 하고 있다. 고 회장은 “베트남은 물건을 받고 결제를 하는 ‘COD(Cash On Delivery)’ 문화가 있어서 주로 낮 시간대 배송이 이뤄진다”며 “전국 K마켓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에 거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외부 배송업체와 계약해서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베트남 하노이 하동 K마켓 본사 전경(사진=윤정훈 기자)
2022.11.09 I 윤정훈 기자
 국내 사립 미디어아트 전시장 살펴보기
  • [이상미의 미디어아트] 국내 사립 미디어아트 전시장 살펴보기
  • 빛의 벙커 전시장 전경.(사진=빛의 벙커)[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최근 몇 년간 미디어아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캔버스를 벗어난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공간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메타버스와 NFT의 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연재로 미디어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그 공간 속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미디어아트가 일상의 공간으로 스며들었다. 서울 시민이 많이 찾는 서울 광화문광장은 오후 8시마다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에 미디어파사드가 새롭게 선보였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축물 외면의 가장 중심을 가리키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다. 건물 내·외부 벽면을 스크린 삼아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전면인 체임버홀 벽면에 길이 44m, 높이 11m의 대형 와이드 파사드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우측 벽면에는 길이 13m, 높이 11m의 대형 와이드 파사드가 설치되었다. 모두 빔프로젝터를 투사하는 방식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의 광화 벽화와 세종문화회관 앞의 해치마당 진입부에는 길이 53m, 높이 최대 3.25m의 대형 LED 패널 미디어월이 설치되었다. 밝기는 5만 안시(ANSI)로 세계 최고 수준의 사양이다. 세종문화회관 외벽에는 이이남, 이경동, 유민하, 서의정, 박윤주 등의 작가가 미디어 파사드 영상을 9월 15일까지 전시했다. 리모델링 중인 KT 광화문 WEST사옥에는 공사 가림막을 설치해 초대형 스크린이 된다. KT 사옥 외벽에서의 전시는 1년간 진행된다. 이로써 일상에서 미디어아트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미디어아트는 사립 전시장에서 어떻게 첫발을 내딛게 되었을까? 민간에서는 한국 최초의 미디어아트센터이자 디지털아트 전문기관인 아트센터 나비가 1999년 개관했다. 20년 넘게 국제적인 미디어아트의 허브로 운영되고 있다. 아트센터 나비는 해외의 미디어아트를 알림과 동시에 국내의 미디어 작가들을 발굴했다. 심포지엄과 워크숍 등으로 다양한 미디어아트 활동을 펼쳤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과 미디어, 미디어와 예술, 일상에서 미디어아트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의 핵심 미션에 대해 “최신 기술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창작을 지원해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창의적 표현을 키우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공유되며 새로운 사회적 운동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민간 전시장은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이후로 생겼다. 빛의 벙커, 아르떼뮤지엄, 노형 슈퍼마켙, 뮤지엄 원 등 사립이 운영하는 미디어아트 전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이 중 3곳은 제주도에 있다. 제주도는 관광 산업으로 특화된 지역이기에 미디어아트 전시와 맞아 떨어진 점도 있다. 빛의 벙커 전시장 전경.(사진=빛의 벙커)◇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빛의 벙커‘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는 옛 국가기간 통신 시설이었던 오래된 벙커를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프랑스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디지털 기술에 담아 만든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2012년 프랑스에서 첫선을 보였다. 프랑스 레보드 프로방스의 ‘빛의 채석장’, 파리 ‘빛의 아틀리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시를 프랑스 이외 국가에서는 최초로 한국의 제주도에서 구현해 낸 것이 빛의 벙커이다. 빛의 벙커가 있던 장소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구축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기 위해 1990년에 국가 기간 통신 시설로 준공한 비밀 벙커가 있었다. 2012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2013년 벙커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민영화되어 다양한 공연과 전시장으로 활용되었다. ㈜티모넷은 2015년부터 전시 공간을 찾기 위해 전국 답사를 하다가 2017년 이 공간을 찾았다. 벙커는 철거, 내부 공사, 콘텐츠 제작 및 사업 마케팅 준비를 진행한 지 1년 만인 2018년 11월 16일 ‘클림트’ 개관전을 열었다. 이곳은 1층 단층 건물로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내부 높이 5.5m 정도다.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인 약 2,975㎡(900평)이다. 내부에는 넓이 1m²(0.3평)의 기둥 27개가 나란히 있어 깊이감을 한층 더해주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서양 명화로 구성된 상설 전시실과 국내 근현대 및 전통미술로 구성된 기획전시 등 2개 공간을 갖췄다. 전기·통신·수도·소방 등 여러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도 내외의 쾌적한 온도를 유지한다. 원래 벙커로 설계되었던 만큼, 외부의 빛과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어 방음이 완벽해서 관람객이 전시를 관람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빛의 벙커는 개장 이후 3년 만에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으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화제가 되었다. ㈜티모넷은 빛의 벙커 성공에 힘입어 1963년 현대적인 무대 시설을 갖춘 최초의 극장으로 개관한 워커힐 대극장을 개조해 2022년 몰입형 전시 공간인 ‘빛의 시어터’를 열었다. 빛의 벙커, 빛의 시어터 둘 다 유휴 공간을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활용해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재탄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아르떼뮤지엄 전시장 전경.(사진=아르떼뮤지엄)◇ 전 세계로 확장하는 아르떼뮤지엄‘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은 ㈜디스트릭트코리아가 운영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2020년 9월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시작으로 2021년 8월 전남 여수, 12월 강원 강릉에서 각각 문을 열었다.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을 주제로 자연 속 소재의 작품을 각 지역의 특색과 문화유산에 맞게 미디어아트로 전시한다. 제주는 ‘아일랜드’(Island), 여수는 ‘오션’(Ocean), 강릉은 ‘밸리’(Valley)를 주요 콘셉트로 한다. 아르떼뮤지엄 제주는 과거 스피커 제조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개조했다. 규모는 약 4,628㎡(1,400평), 최대 높이 10m로 미디어아트 전시장에 알맞은 웅장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해변, 파도, 폭포, 꽃, 달, 숲 등 11개의 전시 공간으로 다양한 미디어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아르떼뮤지엄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없애고 관람객의 몰입감을 한껏 높이기 위해 아나몰픽, 퍼스펙티브 뷰,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동원했다.아르떼뮤지엄 부산은 2023년 상반기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로 NFT 기반의 크립토 아트 전시관인 ‘아르떼 메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디스트릭트코리아는 아르떼뮤지엄을 2025년까지 싱가포르 등을 포함해 세계 각 도시에 30여 개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디스트릭트코리아는 올해 홍콩 지점을 열고, 중국 청두에서 개관하는 계획도 세워놨다. 2023년 상반기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그리고 중국 베이징에 진출한다.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한국이 최초는 아니지만, 아르떼뮤지엄은 기술을 확장해 전 세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긍정적인 사례다. 노형슈퍼마켙 전시장 전경.(사진=노형슈퍼마켙)◇ 스토리가 있는 전시장, 노형슈퍼마켙‘노형수퍼마켙’은 제주시 노형로에 있었던 오래된 서커스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미디어아트 전시장이다. 이곳은 자연을 주제로 한 기존 미디어아트 전시장과는 다르게 스토리가 있는 특색 있는 전시장이다. 면적은 약 4천㎡(1,210평), 최대 높이는 20m(6층 건물 높이)로 2021년 6월 22일 개관했다. 노형수퍼마켙은 사적공간 운영사업자 ㈜제주미르, 프로젝터 시공설계 전문기업 ㈜가이드삼정, 차세대 실감형 콘텐츠 전문기업 ㈜닷밀 등이 손잡아 만든 이머시브마켓이 운영한다.이곳은 ‘1981년 노형수퍼마켙에 열린 문이 제주의 모든 색을 빨아들여, 그 빨아들인 색깔들은 수퍼마켙 중심에 모여 세상에 볼 수 없는 신비로운 광경을 만들어 냈다’라는 설정을 갖추고 있다. 복고 감성을 살리기 위해 과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퍼마켙’이란 오자 표기를 그대로 차용했다. 건물 외관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전시장 입구부터 색이 사라진 듯한 흑백으로 디자인해서 전시장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준다.‘노형수퍼마켙 프리쇼’, ‘베롱베롱’, ‘뭉테구름’, ‘와랑와랑’, ‘곱을락’ 등 총 5개 전시공간이 있다. 메인 영상 공간인 ‘와랑와랑’은 8가지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기존 서커스장이었던 공간감을 살려 20m 높이에서 주는 영상미가 돋보인다. 흑백의 건물과 대비되는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의 빛으로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준다. 노형수퍼마켙처럼 특색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색다른 전시장이 있어야 관람객들 입장에서도 골라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뮤지엄 원 전경.(사진=뮤지엄 원)◇ 8천 만개의 LED 발광 다이오드가 설치된 뮤지엄 원‘뮤지엄 원’(Museum 1)은 2019년 8월 14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월석아트홀에 개관한 부산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시장이다. ‘뮤지엄 다’로 개관했다가 2022년 3월 뮤지엄 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예술 전문 기획사 쿤스트원이 운영한다. 이곳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디어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예술과 4차 산업 시대의 첨단과학이 결합해 창조해낸 새로운 공간이다. 규모는 2300m²(695.75평)로 복층 형태이다. 1층 상설 전시실, 2층 기획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다른 미디어아트 전시장이 빔프로젝터로 벽면이나 바닥에 영상을 투사하는 것과는 달리, 뮤지엄 원의 826.4m²(250평) 규모의 상설 전시장은 바닥, 천장, 벽면에 약 8천 만개의 LED 발광 다이오드가 설치되어 있다. 그 위로 작품이 구현되는데 그야말로 빛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눈이 부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겪는다. 뮤지엄 원은 개관전 ‘완전한 세상’을 비롯해 ‘수퍼 네이처’, ‘치유의 기술’ 등의 전시를 열었다. 장승효, 김용민, 강동우, 고지인 등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앞서 빛의 벙커, 아르떼뮤지엄, 노형슈퍼마켙 등의 전시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작가거나 자체 영상팀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 상영된다면 뮤지엄 원에서는 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을 전시한다는 점이 다르다. 빔프로젝터로 단순히 영상을 투사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들이 만든 진짜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국내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는 그라운드시소 명동, 홍대입구 띠아트, 뚝섬미술관 등이 있다. 제주도에 또 다른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제주한라대학교가 운영하는 ‘한라 컨템포러리’(Halla Contemporary)가 2023년 개관할 예정이다. 한라 컨템포러리는 미디어아트의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된다니 기대가 크다. 독자들에게 국내의 사립 미디어아트 전시장을 통해 현재 미디어아트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란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더 높아진 시간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은 기쁨이겠다.△ 글=이상미 프랑스 파리 고등미술연구원 예술경영학과에서 수학했고, 파리 고등실천연구원에서 서양예술사학과 고고학으로 석사 학위,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미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상아트(주) 대표이사이자 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미술계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과 함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2022.11.02 I 고규대 기자
물감 쏟은 듯, 굽이굽이 붉은 길 위…가을 내려앉다
  • 물감 쏟은 듯, 굽이굽이 붉은 길 위…가을 내려앉다[여행]
  • 하늘에서 바라본 흘림골 등선대 전망대와 칠형제봉. 7년만에 재개장한 흘림골 탐방로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남설악 최고의 단풍 명소라는 별칭에 걸맞게 단풍 구경 나온 이들로 붐볐다.이름값만 본다면 흘림골이 단풍과 기암괴석으로 더 유명하지만, 단풍만 놓고 본다면 미천골의 단풍이 더 다양한 색을 띄고 아름답다. 하늘에서 본 미천골 산자락은 이미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양양(강원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 산길 걷는 맛은 여러 가지다. 첫번째는 험한 산길을 걷다 힘들면 앉아 쉬는 맛이다. 두번째는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어루만지듯 스치고 지나갈 때다. 그 청량감은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보다 더 상쾌하다. 마지막으로 붉고 노란 마음을 한장씩 덜어내듯 뒤돌아보는 맛이다. 산 빛깔 요란하고 물소리 소란한 산길을 걷다가 굽이쳐온 길을 돌아보면, 어느새 모두 산 그림자에 잠겨 한순간 고요해진다. 한창 가을빛에 물든 청량한 설악산 남쪽 기슭인 남설악을 오르고 내렸다. 한곳은 이름나고 또 한곳은 덜 이름났지만, 어디서든 가을은 똑같이 무르익었다. 7년 만에 문을 연 바윗길인 ‘흘림골’과 물감을 쏟아부은 듯 울울창창한 숲길인 ‘미천골’이다. 두 길 모두 앉아 쉬며 뒤돌아보기 좋은 바위가 물가에 널려 있다. 물론 깊고 험한 골짜기지만 큰 부담 없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첩첩산중의 한계령을 넘어 강원도 양양의 남설악으로 향한 이유다.◇7년만에 문 연 남설악 최고의 단풍명소“역시 단풍하면 설악산”. 남설악 최고의 단풍 명소로 알려진 강원도 양양의 흘림골과 주전골에서 만난 산행객은 설악산의 황홀한 비경 앞에서 연방 감탄했다. 지난 13일 찾은 흘림골은 이미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 모습을 눈에 새기려 나선 이들로 탐방로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남성우 설악산국립공원 계장 또한 “흘림골과 주전골은 숱한 바위 봉우리와 어우러진 단풍이 아름다워 지금이 딱 좋은 시기”라고 소개했다.남설악은 설악산국립공원의 남쪽을 지칭한다. 대승령, 귀때기청봉,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능선의 남쪽이다. 흘림골과 주전골은 한계령을 넘어 동해를 바라보고 하염없이 내려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흘림골 탐방로 간편 예약확인 시스템흘림골은 곰배령으로 잘 알려진 남설악의 중심이 되는 산인 점봉산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4년 개방했지만, 2015년 낙석사고로 다시 7년간 통제됐다가 올해 9월 6일 재개방했다.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탐방로로 연중 예약제를 시행하는 쉽게 가보기 힘든 구간이다.흘림골 여심바위흘림골과 주전골을 동시에 즐기는 방법은 흘림골에서 등선대와 용소폭포를 거쳐 주전골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흘림골~여심폭포~등선대~등선폭포~12폭포~주전폭포~용소삼거리~용소폭포~주전골~~오색약수를 연결한 일방향 코스다. 총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등선대까지는 오르막길, 등선대에서 용소폭포까지는 내리막길, 용소폭포에서 오색약수까지는 평탄한 길이다.들머리는 흘림골탐방지원센터. 흘림골이라는 이름은 늘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린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다. 탐방로 초입부터 된비알이다. 탐방로 바로 옆으로 칠형제봉이 단풍객들을 호위하듯 높게 서 있다. 오르막은 등선대까지 쭈욱 이어진다. 여심폭포까지는 그런대로 쉽게 오르지만, 여심폭포부터 등선대 입구까지는 깔딱고개라 부를 정도로 매우 가파르다. 여심폭포는 높은 기암절벽을 타고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 한때 폭포수를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신혼부부가 많이 찾던 명소다. 여기서 등선대까지 오르는 길은 숨이 턱에 걸릴 정도로 힘겹다.하늘에서 본 설악산의 암릉과 오색단풍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신선이 날아올랐다는 등선대로 오른다. 등선대 암봉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을 따라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전망대다. 기암절벽으로 무장한 칠형제봉이 나란하고, 북쪽으로는 설악산 서북 능선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그 아래로 한계령 휴게소와 골짜기 사이로 숨어드는 44번 국도도 내려다보인다. 등선대 아래로는 송곳처럼 뾰족한 암봉들이 날을 세우고, 암봉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이 그 풍경에 무게를 더한다. 등선대에서 펼쳐지는 설악산의 장관과 단풍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이다. 등선대에서 용소삼거리까지는 한없는 내리막길이다. 오를 때보다 발걸음은 가볍지만, 도중에 걸음을 멈추게 하는 비경에 도무지 속도가 나질 않는다. 등선폭포, 12폭포, 주전폭포와 기기묘묘한 암릉이 계속 산행객에게 이리 오라 손짓한다.설악산 최고의 단풍 명소이자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주전골 계곡의 비경용소삼거리부터 오색약수까지는 주전골 탐방로다. 주전골은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가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 해서 붙은 이름. 또 다른 설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한다. 용소삼거리에서 용소폭포까지는 지척이다. 용소폭포는 주전골 탐방로의 하이라이트 격. 하얀 계곡물이 붉은빛을 띠는 부드러운 암반 사이로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것이 압권이다. 탐방로는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계곡길로 이어진다. 좌우로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병풍처럼 이어져 있다. 마치 계곡이 오랜 세월 동안 암반을 깎아내며 물이 흘러내린 듯 계곡 암반과 기암절벽이 이어진 모습이 독특하다. 거대한 암석이 차례차례 포개지며 그 사이로 물줄기를 쏟아내는 풍경도 압권이다. 넓은 소를 이루는 ‘선녀탕’과 고고하게 우뚝 솟은 ‘독주암’ 등 주전골의 비경도 차례로 이어져 걷는 맛을 더한다.주전골트레킹 하이라이트인 용소폭포길이 거의 끝나갈 즈음, 성국사에 이른다. 성국사는 오색약수라는 이름을 짓게 한 고찰이다. 오색약수는 1500년경 성국사의 승려가 발견한 약수로, 지난 2006년 집중호우 때 유실됐다가 다행스럽게도 다시 약수가 솟아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신라 시대의 삼층석탑과 돌사자, 돌계단이 돼버린 옛 석물 등 옛 사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오색약수는 주전골 탐방지원센터 도착 전 약수교 건너에 있다. 철분이 함유돼 쌉싸래한 맛이 독특하다. 2011년 홍천 삼봉약수, 인제 개인약수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붉은 물길 따라 형형색색 물든 숲길을 걷다 흘림골에 이어 찾아간 곳은 미천골. 흘림골이 남설악 최고의 단풍명소로 알려졌지만, 단풍만 놓고 본다면 미천골이 사실 더 낫다. 여기에 산길도 가파르지 않아 걷기에도 부담이 없다. 미천골은 백두대간 약수산과 응복산 사이에서 발원해 남대천으로 흘러가는 최상류. 계곡물은 가물어도 마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자연을 자랑한다. 목적지는 미천골자연휴양림. 구룡령에서 내려와 미천골자연휴양림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비로소 미천골이 시작된다. 반질반질한 암반이 펼쳐진 수려한 계곡 덕분에 왠지 신비의 땅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천골 자연휴양림은 국립 휴양림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단풍철이면 하룻밤 머물기가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 그래도 미천골 트레킹은 입장료(성인 1000원)와 주차료(경차 1500원, 중소형 3000원)만 내면 가능하다. 미천골 자연휴양림 매표소새소리 울려 퍼지는 깊은 산골 자락 휴양림에 들어선다. 초입부터 물줄기와 알록달록한 단풍이 여행객을 반긴다. 속살을 훤히 내보이며 하얀 물살을 일으키는 계곡과 그 위에 빨갛고 노랗게 물든 숲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휴양림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름 날렸다는 말이 절로 이해된다. 매표소부터 최종 목적지인 불바라기 약수터까지는 편도만 약 15km. 왕복으로 걷기에는 버거운 길이다. 하지만 선림원지와 제 1·2야영장, 숲속의 집 3지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곳부터는 차단기로 임도를 막고 있다. 여기서부터 불바라기 약수터까지는 약 6km, 왕복 12km로 넉넉잡아 3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미천골 선림원지먼저 선림원지부터 살펴보자. 매표소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은 양양의 진전사, 강릉의 굴산사와 함께 신라 선종을 대표하던 선림원이 있던 자리. 통일신라 말인 804년, 2년 전 해인사를 창건한 순응법사가 터를 잡았다. 선림원은 당시 밥을 짓기 위해 씻은 쌀뜨물이 계곡을 하얗게 할 정도로, 많은 수도승이 머무르는 대사찰이었다. 이 계곡의 이름이 미천(米川)골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빛나는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0세기를 전후한 어느 해, 선림원지는 산사태로 거짓말처럼 역사에서 사라졌다. 1000년이 지난 지금, 선림원지에 남은 선림원지삼층석탑, 선림원지석등, 홍각선사탑비 귀부 및 이수, 선림원지부도 등 보물 4점이 당시를 증명할 뿐이다. 이곳에서 발견된 신라범종은 아쉽게도 6·25전쟁 당시 월정사와 함께 타버렸다.미천골 상직폭포다시 숲속의 집 3지구. 여기서 멍에정까지는 금방이다. 잔잔한 임도를 걷다 먼저 미천골정과 그 뒤의 상직폭포와 만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계곡에 손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물줄기를 두고 걸어간다. 멍에정에서 다시 한번 차단기가 나온다. 예전에는 이곳까지 차량이 올라왔는데 훼손이 심해 2012년부터 차단했다.임도는 계곡과 다정하게 붙어 있다. 중턱부터 계곡과 멀어지기도 하지만, 첩첩산중 울긋불긋한 단풍을 두 눈으로 보며 걷는 맛도 색다르고 지루할 틈이 없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정표가 점점 불바라기 약수터와 가까워짐을 알린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듯한 산길과 함께 계곡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온다. 하늘에서 본 불바라기 약수터 양쪽에 자리한 황룡폭포(왼쪽)와 청룡폭포임도 끝에서 불바라기 약수 이정표(280m)를 만난다. 임도를 벗어나 계곡길로 들어선다. 계류 위 징검다리를 건너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막다른 계곡에서 갑자기 폭포수와 마주한다. 왼쪽에는 청룡폭포가 오른쪽으로는 황룡폭포가 쏟아진다. 불바라기 약수는 왼쪽 청룡폭포 중턱에서 난다. 길손들이 약수 맛을 볼 수 있게 고무호스를 연결해 두었다.불바라기 약수가 샘솟는 청룡폭포 주변의 바위는 붉은색을 띤다. ‘불바라기’라는 이름도 폭포 주변이 붉다는 ‘불바닥이’에서 왔다. 눈이 번쩍 떠지고야 마는 물맛은 철분 성분 덕분. 예로부터 양양은 철의 고장으로 유명했다. 물속에 든 철분 성분은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효로 알려진다. 정말 깊고 깊은 산골에 이런 약수가 솟는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깊은 산속에서 삶을 일궈야 했던 화전민들 덕분에 발견됐다는 말에 가슴 한켠이 먹먹해져 온다.불가리비약수 양쪽의 폭포 중 오른쪽에 자리한 청룡폭포
2022.10.21 I 강경록 기자
부스트온, 인천국제공항과 MOU… 인천공항에 미디어아트 전시
  • 부스트온, 인천국제공항과 MOU… 인천공항에 미디어아트 전시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부스트온은 인천국제공항과 미디어아트 작품 전시 상호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아나몰픽 기법으로 제작한 ‘Moving Waterfall’를 인천 제1국제공항 T1 미디어타워에 전시 중이라고 19일 밝혔다.(사진=㈜부스트온)‘Moving Waterfall’은 LED 전광판을 통해 상영되는 실감 영상 작품이다. 특정 시점에서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아나몰픽 기법을 평면의 디지털 사이니지에 적용하여, 영상 속 스톤블럭이 앞으로 튀어나올 때 그 움직임과 연동되어 나타나는 폭포의 웅장함을 생생한 사운드와 함께 실감나게 구현했다. 또한 부스트온은 2022년 하반기 전시를 목표로 세계 명화를 이용한 디지털 명화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반 고흐, 앙리 루소, 클림트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3D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상 공간 내에 구축함으로써 관객들은 마치 작품 속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다양한 작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조귀정 부스트온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은 우리나라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무대다. 이러한 무대에서 미디어아트를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앞으로도 더욱 크리에이티브한 실감영상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K-콘텐츠의 선구자로 우뚝 서고 싶다”고 말했다.
2022.10.19 I 이윤정 기자
제주도관광협회, '메타제주 아일랜드' NFT 출시 기념 에어드롭 이벤트 진행
  • 제주도관광협회, '메타제주 아일랜드' NFT 출시 기념 에어드롭 이벤트 진행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제주를 알리는 NFT를 제작·배포한다.(사진=제주도관광협회)제주관광 NFT는 대표 가상 크리에이터 ‘제이티’가 제주 곳곳을 여행하는 테마의 이미지로, 제주 해안가·성산일출봉·동백꽃·감귤 밭과 한라산 등 300가지의 특별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벤트 신청 시 추첨을 통해 250명에게 무료로 배포하며, 1명에게는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제공한다.이벤트는 11월 16일까지 진행되며 인스타그램 제이티 채널을 통해 응모할 수 있고, 카이카스 지갑을 생성해야 한다. NFT 소유자에게는 향후 여행 혜택을 준비할 예정이다.가상 아바타 제이티는 ‘메타제주 아일랜드’의 가이드로서 제페토 월드 맵과 아이템 크리에이터로 연중 활동 중이다. 천지연 폭포 속 비밀, 점핑 한라산, 동백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제주를 경험하고 한라봉과 동백꽃 아이템을 착용해볼 수 있다. 또한, 제주도관광협회는 11월 중 ‘메타제주 아일랜드 시즌2’로 다양한 관광 상품과 할인 혜택을 소개할 예정이다. 성큼 다가온 웹 3.0시대에 발맞춰 여행객과 제주 관광 사업체의 눈높이를 맞추고 다양한 연령층에 제주를 소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NFT 이벤트와 제이티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메타제주 아일랜드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2022.10.17 I 이윤정 기자
하늘 버티고 선 죽순 바위가 맺어준 애틋한 사랑 이야기
  • 하늘 버티고 선 죽순 바위가 맺어준 애틋한 사랑 이야기[여행]
  • 옥순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와 옥순대교의 모습[제천(충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구담봉에서 여울을 따라 남쪽 언덕으로 가다 보면 절벽 아래에 이른다. 그 위에 여러 봉우리가 깎은 듯 서 있는데 천 길이나 되는 죽순과도 같은 바위가 높이 솟아 하늘을 버티고 있다. 그 빛은 푸르고 혹은 희며 등나무 같은 고목이 아득하게 침침하여 우러러볼 수는 있어도 만질 수는 없다. 이 바위를 옥순봉이라 한 것은 그 모양에서 연유한 것이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 퇴계 이황은 충북 제천과 단양에 걸쳐 있는 옥순봉에 올라 이같이 감탄했다. 옥순봉의 아름다운 자태에 반한 이는 퇴계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정조 때 연풍현감으로 부임한 단원 김홍도는 청풍의 남한강가를 수없이 거닐며 옥순봉의 빼어난 자태를 화폭에 담았다. 수직의 봉우리들이 하늘을 떠받치듯 구성돼 그 신비로움이 배가된 모습이다. 김홍도가 그린 옥순봉의 모습은 ‘옥순봉도’에 남아 있다. 옛 선인들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옥순봉을 찾아 충북 제천으로 향한다. 김홍도의 옥순봉도(사진=국립중앙박물관)◇퇴계와 두향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옥순봉은 두 고장에서 나란히 절경에 포함시킨 아름다운 봉우리다. 제천 땅에 속해 있으면서도 제천10경뿐 아니라 단양8경에도 포함된다. 이렇게 된 연유로 퇴계 이황과 단양 기생 두향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옥순봉은 예부터 청풍부에 속해 있었다. 단양의 관기 두향은 옥순봉의 절경에 감탄해, 당시 단양군수로 부임한 이황에게 옥순봉을 단양에 포함시켜 달라고 청원했다. 이에 이황이 청풍부사에게 건의했지만 거절당하자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단양의 관문)이라고 새겨 청풍부사에 복수(?)했다는 이야기다. 학문이 깊었던 만큼 옥순봉의 진가를 이황이 알아보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하늘을 받치듯 서 있는 옥순봉의 암릉이황과 두향의 사랑 이야기도 있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청풍호반의 잔잔한 물결처럼 애잔하다. 이황은 1548년(명종 4년) 48세의 나이에 단양군수로 부임했다. 당시 19살이던 두향은 퇴계에게 그동안 고이 길러온 분매를 보내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황은 단양군수로 부임한 지 9개월 만에 풍기군수가 돼 단양을 떠나야 했다. 이황을 간절히 사모했던 두향은 매화나무 한 그루를 선물하며 가슴 찡한 이별시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황은 훗날 “매화에 물을 주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을 정도로 매화를 아끼고 사랑했다. 두향이 선물한 매화는 아마도 떠나가는 사람에게 전하는 애절한 사랑의 징표가 아니었을까. 20여 년 뒤 이황이 숨을 거두자 두향도 이황과 함께 거닐던 강선대 아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장회나루 건너편에는 이황과 두향이 정을 나눴다는 강선대와 두향의 묘가 남아 있다.죽순처럼 하늘을 떠받치듯 서 있는 옥순봉의 암릉◇호수와 산세 어우러진 풍광에 촬영장소로 인기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제법 알려지고 있다. 영화 ‘덕혜옹주’(2016년)를 시작으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7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2022년) 등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그중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영화 속 핵심 장소로 등장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영화는 공납 비리의 배후를 찾으라는 정조의 밀명과 함께 명탐정(김명민 분)에게 정5품 벼슬을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 옥순봉은 거대한 음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을 던져야 했던 낭떠러지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유일한 구세주 역할을 한다. 영화 속 김씨 부인도 그랬고, 조선 명탐정도 몸을 던져 살아난 후에야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다.옥순봉 출렁다리배우 김명민과 오달수가 콤비를 이루면서 깨알 같은 웃음 코드가 가득해 인기를 누린 작품.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조 시대의 개혁과 보수, 그리고 유교와 천주교, 양반과 노비 등 상반되는 다양한 관계가 깊이 녹아 있기도 하다. 영화 속 옥순봉은 살아남기 위해 뛰어든 천 길 낭떠러지였지만, 호수와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광이 특히나 아름다워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지난해 10월 옥순봉 출렁다리가 개장하면서 찾는 이들은 더욱 늘었다. 옥순봉 아래로 이어지는 출렁다리로, 옥순봉을 가장 쉽고, 가까이 다가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222m 길이로, 다리를 통과할 때면 후들거리는 발밑으로 짙푸른 물결도 함께 출렁거린다.옥순봉출렁다리◇옥순봉에 올라 충주호반의 선경을 굽어보다옥순봉에 올라서면 영화 속 풍경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끊임없이 뻗어가는 산세와 잔잔한 호반이 어우러져 감탄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정도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신선만이 즐길 수 있는 선경이다.옥순봉에 가려면 계란재 정상에 자리 잡은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야 한다. 계란재에서 옥순봉까지는 6km 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다. 다만 탐방로가 제법 오르락내리락할 뿐 아니라 암릉과 험한 절벽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하늘에서 본 옥순봉과 옥순대교, 그리고 청풍호탐방안내소에서 삼거리까지는 30분 정도면 닿는다. 옥순봉으로 가는 길은 바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봉우리 아래까지 내려와서야 비로소 전망이 탁 트인다. 옥순봉 정상에 못 미쳐서 만나는 절벽은 옥순봉 정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절경을 선사한다. 건너편으로 가은산과 금수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옥순대교 너머로 충주호 물길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내륙 쪽으로는 멀리 월악산의 능선과 함께 월악산 영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방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다.옥순봉에 올라 선경을 감상했다면, 이제 유유히 흐르는 물길을 따라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할 차례다. 옥순대교를 거쳐 청풍대교까지 이어지는 옥순봉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옥순대교를 건너면 가은산으로 오르는 탐방로와 함께 전망대를 만나게 되는데, 옥순봉과 옥순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금수산_용담폭포◇비단으로 수놓은 산이 품은 비밀의 폭포월악산 국립공원에는 수려한 맵시를 가진 금수산이 자리하고 있다. ‘비단 금(錦)’에 ‘수놓을 수(繡)’를 쓴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곳에 이름을 붙여준 이도 퇴계 이황이다. 퇴계가 금수산의 단풍이 마치 비단으로 수놓은 듯 아름답다고 해 산 이름을 ‘금수산’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그래서일까. 금수산은 사계절 내내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가을에 그 인기가 높다. 특히 등산로 중간중간 만나는 폭포들은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금수산해의 백미로 꼽히는 곳은 ‘용담폭포’. 청룡이 머물다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넓은 암반 위로 30m의 물줄기가 시원스레 쏟아지는 광경이 일품이다.금수산_용담폭포용담폭포까지 가는 길은 금수산행의 초입이라 비교적 쉬운 편. 상천마을에서 금수산 망덕봉 오름길로 15분 정도 오르면 된다. 마을과 밭을 지나 계단 덱을 따라 다시 10여분 오르면 오른쪽 바위 능선 사이에 가느다란 물줄기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담폭포의 물줄기는 계단을 이루고 있다. 폭포 물줄기는 총 네 개. 그 폭포 아래 소(沼)가 또 네 개다. 폭포가 빚은 웅덩이는 용이 승천하면서 차례로 남긴 발자국에 비유해 상탕·중탕·하탕이라 부른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의 폭포가 30m 높이에서 떨어진다.용담폭포에서 계속 올라가면 금수산 망덕봉과 연결된다. 금수산은 설렁설렁 다녀올 만한 산은 아니다. 이 구간 입산 제한 시간은 오후 2시, 11월부터는 오후 1시다. 능선까지 갔다 오려면 최소 5~6시간 걸린다는 계산이다.금수산_용담폭포
2022.10.14 I 강경록 기자
"10월 연휴 가을 나들이 전 할인 혜택 챙기세요"
  • "10월 연휴 가을 나들이 전 할인 혜택 챙기세요"
  •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사진=한국민속촌)[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여기어때와 한국민속촌이 10월 한 달간 1400만 경기도민을 위한 할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달 8~10일 연휴를 이용한 가을 나들이 수요에 맞춘 캠페인이다.여기어때는 경기도,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오는 9일까지 경기도 테마여행 이벤트를 한다. 경기 지역에 있는 숙박시설과 레저·액티비티 등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9만 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주는 이벤트다.숙박 쿠폰은 ‘DMZ 평화여행’과 ‘일상 속 경기여행’ 두 종류다. DMZ 평화여행은 파주와 고양, 김포, 연천 지역 숙박시설 이용 시 결제액(7만 원 기준)에 따라 2만~3만 원의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일상 속 경기여행은 수원과 화성, 안산, 평택, 안양, 시흥, 의정부, 이천, 포천, 양평, 가평, 여주 등 12개 시·군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할인 조건은 DMZ 평화여행과 같다.레저·액티비티는 레저티켓 쿠폰팩을 이용해 결제액에 따라 한 번에 최대 1만50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레저티켓은 경기도 내 16개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여기어때는 이번 경기도 테마여행 이벤트에 맞춰 연천 재인폭포, 파주 임진강 독개다리 등 DMZ 여행 명소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이벤트 페이지에 개설했다.용인 한국민손촌도 10월 한 달간 ‘경기도민 할인’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동반 1인 포함 입장료(이용권)를 최대 31% 할인해 준다. 단, 이용권 구매 시 경기도민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등을 지참해야 한다.한글날(10월 9일)을 기념해 10월 한 달간 진행하는 ‘한글이름 할인’은 경기도민이 아니어도 된다. 순수 한글이름을 가진 관람객은 성인·청소년, 아동 구분 없이 최대 동반 3인까지 입장료를 31% 할인된 금액에 이용할 수 있다. 생일이 10월인 관람객에게도 한글이름과 동일한 조건으로 할인을 제공한다. 두 프로모션 모두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이름과 생일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 확인 자료를 현장에서 제시해야 한다.
2022.10.07 I 이선우 기자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을 말하다
  • [이상미의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을 말하다
  • 1982년 시카고 현대 미술관에서 CBS 선데이 모닝 방송을 위해 ‘자석 TV’를 설명하는 백남준.(사진=백남준아트센터)[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최근 몇 년간 미디어아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캔버스를 벗어난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공간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메타버스와 NFT의 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연재로 미디어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그 공간 속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7월 20일은 한국이 낳은 전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이 탄생한 지 9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백남준은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공부하고 이후 독일로 건너가 유학 생활을 했다. 1964년 미국으로 건너가 예술가로 활동했다. 2006년 백남준은 한국에서 저 멀리 떨어진 미국 마이애미에서 뇌졸중 투병생활 중에 끝내 생을 마감했다. 올해는 백남준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6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미디어아트의 첫 출발지로 비디오아트를 보고 있다. 그중 백남준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비디오아트의 사전적 의미는 텔레비전 화면, 비디오 영상을 이용하는 예술이다. 백남준은 1960년대부터 비디오아트를 시작했다. 그렇기에 미디어아트를 말하려면 백남준이라는 인물을 탐구해 봐야 한다. 백남준의 삶과 예술세계를 통해 미디어아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보자.◇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일본을 떠나 독일로백남준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의 백남준은 신재덕, 이건우 등에 사사 받으며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1947년 경기고 전신인 경기공립중학교 시절에 접하게 된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그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며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정에 눈을 뜬다. 1949년 한국전쟁이 임박하자 백남준은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하고, 1년 뒤에는 다시 도쿄로 이주했다. 백남준은 도쿄대에 입학해 음악과 미술을 공부했다. 졸업논문으로 ‘아놀드 쇤베르크 연구’를 제출한다. 이후 1956년 서양의 고전주의 및 모더니즘 음악을 공부하고자 독일로 유학을 떠난 백남준은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작곡가 볼프강 포트너에게 사사 받으며 음악 공부를 이어갔다. 그 이듬해 백남준은 미국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를 만났다. 원래 클래식 작곡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던 백남준은 플럭서스(Fluxus)의 일원이었던 존 케이지와의 만남으로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동양의 선(禪) 사상에 기반을 둔 케이지의 영향으로 서구문화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존 케이지를 만나 새로운 예술에 눈을 뜬 백남준은 케이지에게 바치는 퍼포먼스를 기획, 실행했다. 이를 만프레드 레베가 사진으로 기록했다. 뒤에 보이는 작품은 만프레드 레베의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갤러리 22, 뒤셀도르프, 20.3×25.4cm, 1959).(사진=백남준아트센터)◇ 플럭서스의 일원이 되다존 케이지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플럭서스에 대해 알아보자. 플럭서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아방가르드 예술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제적인 전위예술(기존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는 움직임) 운동으로 꼽힌다.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에 걸쳐 독일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플럭서스는 반예술 운동이었으며, 특히 미술관과 수집가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되는 예술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플럭서스는 ‘변화’, ‘움직임’,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인 플룩스(Flux)에서 유래한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미국인 조지 마키우나스가 1962년 독일 헤센주의 비스바덴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플럭서스-국제 신음악 페스티벌'의 초청장 문구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플럭서스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경계를 허물고 협업했다. 실험적이고 그 자체로 큰 인상을 남긴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 기존 예술이 가지고 있던 개념이나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 조지 마키우나스, 오노 요코 등과 함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와 백남준이 이 운동을 주도한 핵심 멤버다.존 케이지는 1950년대에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는 공연을 선보였다. 이 작품명은 ‘4’ 33’이다. 존 케이지는 작가가 미리 의도한 소리보다 청중들이 객석에서 반응하는 소리를 통해 만들어진 소음이 음악이나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큰 감명을 받은 백남준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부수며 전통 예술에 반기를 드는 실험적 공연을 다수 선보였다. 백남준은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의 한 갤러리에서 ‘존 케이지를 위한 오마주’라는 전시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다.울산시립미술관의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 ‘21세기 천지창조 시스틴 채플’ 전시 전경.(사진=울산시립미술관)◇ 비디오 아트의 탄생은?플럭서스의 일원으로 기존 예술을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자 했던 백남준에게 새로운 매체가 다가온다. 바로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은 ‘멀리, 원격의’의 뜻을 가진 접두사 ‘tele’와 ‘시선, 시야’의 의미를 지닌 ‘vision’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19세기 말에 니프코브 원판과 브라운관이 개발되어 텔레비전의 출현을 예고했다. 1925년 영국의 베어드는 ‘텔레바이저’라는 기계식 텔레비전을 선보였다. 이후 텔레비전 사업은 194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성장했다. 한국에서 텔레비전이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건 1954년 7월 30일이다. 1960년대 미국의 일반 가정의 텔레비전 보급률은 90%에 달한다. 백남준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텔레비전을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지 메시지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예술의 도구로 삼는 영상작업을 시도했다. 백남준은 1963년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자신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 13대의 텔레비전을 등장시켰다. 텔레비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조해서 새로운 전자 이미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디오아트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두 달 뒤 미국의 스몰린 갤러리에서 볼프 포스텔이 텔레비전과 카메라를 활용한 전시를 선보였다. 백남준과 볼프 포스텔은 비디오아트의 시작을 알린 1세대로 기록된다. 백남준의 부퍼탈 전시는 텔레비전의 전자적 물질성을 활용한 영상처리 기술이 관객의 참여를 거쳐 미적 의의를 획득한 최초의 전시 현장이었다. 비디오아트의 미학적인 의미는 시각예술에서 물질 개념을 떠난 빛과 음극선에 의한 전자 이미지를 구현한 것에 있다. 또한, 시간에 의한 이야기 서술이라고 하는 이질적인 개념을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백남준은 소니 포타팩 비디오 카메라를 작업에 활용해 비디오 설치 및 비디오 퍼포먼스와 함께 비디오 조각 작품들도 선보였다. 그의 비디오 조각들로는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1969), ‘첼로와 비디오테이프를 위한 콘체르토’(1971), ‘TV 부처’(1974) 등이 있다. 백남준의 작품은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게 가능하다. 'TV 붓다'는 불상과 텔레비전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텔레비전 화면 안에는 마주 보는 불상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관람객이 이 불상 뒤에 서 있으면, 화면 안에 그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단순히 관람객을 화면에 등장시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관람객들이 화면 속 자신을 바라보면서 자아를 찾음과 동시에 당시 첨단 기술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백남준은 이후 전 세계적인 미술행사에 참여하고, 권위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어가면서 자신의 위상을 드높였다. 1977년 제6회를 맞은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행사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전위예술가들과 함께 개막식 현장을 위성 중계했다. 1984년 1월 1일 백남준은 뉴욕과 파리를 위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연결해 진행한 위성 TV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비디오아트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시스티나 성당’(1993)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이후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2000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높이 8m의 폭포수 사이로 초록색 레이저광선을 쏘는 ‘야곱의 사다리’(2000)를 선보였다. 울산시립미술관의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 ‘땅의 아바타, 거북’ 전시 작품.(백남준, ‘거북’, 1993, 비디오 설치, 단채널 비디오 3점, 컬러, 무음; 모니터 166대, 재생장치 3대, 철제 구조물)(사진=울산시립미술관)◇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 전시 줄이어 올해로 탄생 90주년을 맞은 백남준을 기념하는 전시가 줄지어 열린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애칭이 붙은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으로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 ‘완벽한 최후의 1초 - 교향곡 2번’ ‘'바로크 백남준’ 등의 전시를 열었다.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으로부터 ‘시스티나 성당’(1993)을 사들인 울산시립미술관은 ‘21세기 천지창조 시스틴 채플’ ‘땅의 아바타, 거북’ 등의 전시를 개최했다. 포천문화재단과 백남준문화재단의 협력으로 ‘멀리 보다: 백남준의 TV’가 포천반월아트홀에서 열렸다. 그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기술적 문제로 폐쇄했던 ‘다다익선’(1987)을 올해 9월 재가동했다. 대전시립미술관도 10월 개관하는 기획전에서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를 기념해 엑스포 재생조형관에 설치했던 ‘프랙탈 거북선’(1993)의 원형을 복원해 선보인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미국 아트페어인 아모리 쇼에 ‘리처드 머트’라는 가명으로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샘’ 작품을 출품했다. 마르셀 뒤샹의 발상 전환은 현대미술의 시작이기도 하다. 백남준은 생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마르셀 뒤샹은 비디오를 제외한 모든 것을 이루어 놓았습니다. 그는 커다란 입구와 아주 작은 출구를 만들어 놓았지요. 후자가 비디오입니다. 그곳으로 나가면 우리는 마르셀 뒤샹의 영향권 밖으로 나가는 셈입니다.”마르셀 뒤샹이 열어놓은 현대미술의 출구로 많은 예술가가 드나들었지만, 뒤샹이 열어놓은 현대미술의 영향력을 뛰어넘는 이들은 적었다. 작은 출구로 나가지 못하고 대부분 그 안에 갇혔다. 뒤샹이 전파한 현대미술의 테두리 안에서 예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남준은 이와는 다르게 자신이 비디오아트를 창시해 작은 출구로 나갔다는 말이다. 오늘날 백남준이 잉태한 비디오아트는 미디어아트의 기반이 되었고, 예술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우리는 백남준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의 정신과 여전히 마주할 수 있다.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흘렀지만, 작품을 통해 백남준은 계속 살아있다. △ 글=이상미 프랑스 파리 고등미술연구원 예술경영학과에서 수학했고, 파리 고등실천연구원에서 서양예술사학과 고고학으로 석사 학위,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미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상아트(주) 대표이사이자 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미술계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과 함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2022.10.05 I 고규대 기자
 보홀이 세부보다 더 예쁘고 낭만적인 이유
  • [여행] 보홀이 세부보다 더 예쁘고 낭만적인 이유
  • 보홀의 에메랄드빛 바다[보홀(필리핀)=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필리핀 세부 바로 아래 자리한 섬, 보홀. 비행기로 30분, 배로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곳이지만, 필리핀에서도 10번째로 큰 섬이다. 세부와 달리 보홀은 자연에 가까운 섬이다. 계획되고 정비되지 않은, 원래 섬의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말이다. 보홀 남쪽의 팡라오 섬에는 세부보다 더 낭만적인 바다가, 보홀 섬 한복판에는 ‘초콜릿 힐’과 같은 기이한 경관이, 멸종위기동물 보호구역에서는 아이 주먹보다 더 작은 귀여운 안경원숭이도 만나 볼 수 있다. ◇바다에서 솟아오른 1268개의 언덕 ‘초콜릿 힐’보홀에서 가장 이름난 곳은 ‘초콜릿 힐’이다. 초콜릿 힐은 보홀 섬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1268개의 언덕으로, 누구나 잘 아는 은박 포장지의 유명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초콜릿 언덕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여름의 초록 언덕이 아닌, 겨울의 갈색 언덕의 모습이 특히 더 닮았다.그럼 어떻게 이런 언덕이 생긴 것일까. 사실 이곳은 200만년 전까지 얕은 바닷속이었다. 이후 지면 위로 솟아오르면서 육지가 됐고 산호층이 엷어지면서 초콜릿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미국의 한 정치인이 건기(12∼5월) 때 갈색 초지로 뒤덮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과 닯았다고 해서 애칭을 얻었다.보홀에서 가장 이름난 곳은 ‘초콜릿 힐’이다. 초콜릿 힐은 보홀 섬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1268개의 언덕으로, 누구나 잘 아는 은박 포장지의 유명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초콜릿 언덕이라는 이름을 달았다.이곳에 전해지는 얘기가 애잔하다. 아주 오래된 옛날 ‘아로고’라는 거인이 있었다. 거인은 ‘알로야’라는 처녀를 사랑하게 됐다. 알로야는 이미 약혼자가 있어 거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거인은 밤중에 알로야를 보쌈해간다. 하지만 너무 세게 안은 바람에 알로야는 숨을 거둔다. 거인은 며칠밤을 새워가며 죽은 알로야를 안고 울었다고 한다. 거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초콜릿 힐이 됐다고 한다.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른다. 이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도 발렌타인데이의 의미를 담아 214계단이다. 이 정도 상술 정도야 귀엽게 여겨질 정도다. 전망대에 서자 보홀의 드넓은 밀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드럽고 둥근 능선이 송곳 같은 더위도 잠시 무디게 만든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가 지금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수많은 커플이 인증샷을 남긴다.안경원숭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타르시어. 고작 10~12㎝의 작은 몸에 얼굴에 얼굴이 반이다. 맑고 투명하게 튀어나온 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손바닥보다 작은 안경 원숭이에 반하다. 초콜릿 힐에서 울창한 밀림을 끼고 남쪽으로 한참을 달려가면 귀여운 원숭이도 만날 수 있다. 목적지는 일명 안경원숭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타르시어 보호센터다. 초콜릿 힐만큼이나 보홀의 유명세를 알리는데 한몫한 이 원숭이는 손바닥보다 작다. 고작 10~12㎝의 작은 몸에 얼굴에 얼굴이 반이다. 맑고 투명하게 튀어나온 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김새부터 특이하다. 눈이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목을 180도 회전할 수 있다. 수명은 20년 정도지만 11∼3월 짝짓기를 한 다음 6개월 임신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만 낳는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 나비 등을 사냥한다.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을 많이 해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진귀한 동물이다. 성질이 매우 온순한 데다 공격성이 없어 묶어 놓지 않아도 나무에 얌전히 있다. 편하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동공이 민감해 플래시는 반드시 꺼야 한다.보홀에서 가장 큰 로복강에서는 특별한 투어를 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며 맛있는 필리핀식 뷔페를 즐길 수 있다.◇울창한 강따라 여유 즐기고초콜릿 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보홀에서 가장 큰 로복강에서는 특별한 투어를 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며 맛있는 필리핀식 뷔페를 즐길 수 있다. 배를 타고 수목이 울창한 강을 따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유원지의 셔틀 보트처럼 개방적이고 평면적인 모양의 배는 잔잔한 물살을 거스르며 아마존 같은 원시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로복 출신의 음악가들이 함께 탑승해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도중에 소년들이 아름드리 나무에 매달리거나 다이빙을 해 눈길을 끈다. 강줄기는 모두 21㎞이지만 투어는 선착장에서 폭포가 있는 3㎞ 구간만 가능하다.바클레욘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보홀 중심지인 탁빌라란의 바클레욘에서는 수많은 역사 유적을 볼 수 있다. 필리핀 국보 바클레욘 성당, 1853년에 만들어진 바클레욘 메인 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바클레욘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도 불린다. 1595년에 짓기 시작해 1727년 완공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하늘을 보는 예수상과 성모 마리아상, 로욜라의 성 이그나티우스 유물, 물소와 양가죽에 라틴어로 적힌 성가 등 16세기 귀중한 장식물과 종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보홀의 에메랄드빛 바다◇여행메모보홀공항이 새 단장을 마쳤다. 인천에서 마닐라나 세부를 거쳐 필리핀 국내 항공편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세부퍼시픽항공에서 인천~세부 노선을 주 3일(월·목·금요일) 운항한다. 필리핀 9번째 섬 세부에서 10번째 섬 보홀로 여객선을 타고 방문하는 길은 ‘1+1’ 상품처럼 쏠쏠하다. 여객선이 시간대별로 있으며 1시간 30분 거리다. 대체로 파고가 높지 않다. 울릉도 가는 뱃길에서 마주하는 멀미를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2022.10.01 I 강경록 기자
바다 더하기 산과 밀림…신이 편애한 세부&보홀
  • 바다 더하기 산과 밀림…신이 편애한 세부&보홀[여행]
  • 세부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탑스 힐 전망대’[세부·보홀(필리핀)=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필리핀에서 마닐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섬인 ‘세부’. 천혜의 자연과 높은 빌딩, 대형 쇼핑몰까지 갖추고 있어 다양한 도시를 잇는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즐겨 찾던 대표적인 휴양지였다. 느긋한 휴양과 아름다운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부와 달리 보홀은 자연에 가까운 섬이다. 계획되고 정비되지 않은, 원래 섬의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말이다. 보홀 남쪽의 팡라오 섬에는 세부보다 더 낭만적인 바다가, 섬 한복판에는 ‘초콜릿 힐’과 같은 기이한 경관이, 멸종위기 동물 보호구역에서는 아이 주먹보다 더 작은 귀여운 안경원숭이도 만나 볼 수 있다.◇산 중턱에 구석구석에 보석을 숨겨둔 ‘세부’세부는 약 75%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산에는 그동안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몰랐던 보석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대표적인 곳이 말루복 부사이산 일대를 일컫는 ‘하이랜드’다. 소위 ‘인증샷’ 명소가 즐비한 곳으로, 대부분 해발 800~900m에 자리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부사이 바랑가이(부사이 마을)로 불린다. 구글에서 ‘부사이 하이랜드 투어’(Busay Highland Tour)로 검색하면 현지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세부 시내에서 바다를 등지고, 고불고불한 좁은 길을 20여분 차를 타고 오른다. 첫 목적지는 부사이산 중턱의 ‘레아 사원’. 2012년에 지은 이 사원의 또 다른 이름은 세부의 타지마할이다. 물론 그 규모나 역사성, 건축미 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이 사원이 지어진 사연 만은 타지마할과 비슷하다. 바로 절절한 사랑이 담긴 가슴 아픈 이야기로, 현지 사업가인 테오도리코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것이다. 세부의 타지마할 ‘레아신전’신전 앞 마당 중앙에는 상앗빛 분수가 자리하고 있다. 그 앞으로 세부의 도심과 코발트 빛 바다가 펼쳐진다. 신전 안에는 구슬픈 바이올린 연주가 추모의 분위기를 더한다. 신전 중앙에는 테오도리코의 아내인 레아의 금색 동상이 서 있다. 신전을 찾는 관광객 중 유독 연인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부사이산 정상(900m)에는 ‘탑스 힐 전망대’가 있다. 시내 전경을 넓고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어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커다란 구름 아래 놓인 탑스 힐과 세부의 거리낌 없는 풍광이 발아래에 펼쳐진다. 특히 낮보다 밤이 더 환상적인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인 여행객에게도 제법 알려진 곳이다. 인천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세부에 도착하면 밤이 늦어 대개는 숙소에서 잠을 청하지만, 경험 많은 관광객은 호텔에 도착한 이후 이곳을 찾아 세부의 밤을 즐길 수 있어서다. 세부 최고의 노을과 야경이 있고, 광장을 둘러싼 바에서는 안주와 술을 먹으며 이국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세부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탑스 힐 전망대’‘인스타’ 감성 가득한 정원도 하이랜드에 있다. 리틀 암스테르담 꽃 정원이라 불리는 ‘시아로가든’이다. 애초 이 정원은 꽃 농장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 승무원이었던 엘레나 시추아는 필리핀의 추석인 만성절을 맞아 세부와 다른 지역의 꽃을 판매할 목적으로 5000㎡에 네덜란드산 셀로시아(맨드라미)를 심었다. 그러다 한정적인 기간이 아닌 일 년 내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원하게 되면서, 지금의 정원을 조성했다. 지금은 1.2㏊ 경사지에서 셀로시아를 비롯해 해바라기, 백합, 금잔화, 코스모스, 물망초 등 수백만 종의 다양한 꽃과 식물이 자란다. 베트남 다낭의 바나산 골든 브리지에서 가져온 듯, 한 손 모양 전망대와 알록달록한 풍차가 운치를 더한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 숨 막히는 풍경이 펼쳐진다.세레니티 팜 앤 리조트1부사이산 중턱에는 세부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인 ‘톱 오브 세부’가 있다. 이 레스토랑은 음식보다 숨 막히는 전경으로 더 유명하다. 세부 시내는 물론 저 멀리 막탄섬까지 펼쳐진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시작으로 어둠이 찾아오면서 도시 불빛과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여기에 파스타, 피자 등 양식 요리와 필리핀 전통 요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2019년에 문을 연 ‘세레니티 팜 앤 리조트’는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뷰 맛집’이다. 원래는 숙박시설지만, 식사만 즐기러 갈 수도 있다. ‘레엘스 키친’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에서는 필리핀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 레스토랑의 대표적인 요리는 생선과 생강 및 채소를 넣고 끓인 수프인 ‘시남팔로캉 탕기기’, 튀긴 돼지 족발 ‘크리스피 파타’, 채소 볶음인 ‘파낙뱃’, 필리핀식 시금치 볶음인 ‘카모테’, 닭찜인 ‘치킨 아도보’ 등이 있다.◇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섬, 보홀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인 보홀은 세부 바로 아래 자리했다. 보홀에 공항이 생겼지만 한국에서 직항편이 많지 않아 세부에 도착한 뒤 비행기로 30분 또는 배로 두 시간 남짓 가는 경로를 많이 이용한다. 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만, 세부보다 자연에 가까운 곳이다. 보홀을 대표하는 곳 중 가장 이름난 곳은 ‘초콜릿 힐’이다. 초콜릿 힐은 보홀 섬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1268개의 언덕이다. 미국의 한 정치인이 건기(12∼5월) 때 모습을 보고 은박 포장지의 유명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초콜릿 언덕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여름의 초록 언덕이 아닌, 겨울 갈색 초지로 뒤덮인 언덕의 모습이 특히 더 닮았다.보홀을 대표하는 고중 가장 이름난 ‘초콜릿 힐’어떻게 이런 언덕이 생긴 것일까. 사실 이곳은 200만년 전까지 얕은 바닷속이었다. 이후 지면 위로 솟아오르면서 육지가 됐고 산호층이 엷어지면서 초콜릿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이곳에 전해지는 얘기도 애잔하다. 아주 오래된 옛날 ‘아로고’라는 거인이 있었다. 거인은 ‘알로야’라는 처녀를 사랑하게 됐다. 알로야는 이미 약혼자가 있어 거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거인은 밤중에 알로야를 보쌈해 갔다. 하지만 너무 세게 안은 바람에 알로야는 숨을 거뒀고 거인은 며칠밤을 새워가며 죽은 알로야를 안고 울었다고 한다. 거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초콜릿 힐이 됐다고 한다.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른다. 이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은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의 의미를 담아 214계단이다. 전망대에 서자 보홀의 드넓은 밀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드럽고 둥근 능선이 송곳 같은 더위도 잠시 무디게 만든다.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가 지금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수많은 커플이 ‘인증샷’을 남긴다.보홀에서 초콜릿 힐만큼이나 유명한 ‘안경원숭이’초콜릿 힐에서 울창한 밀림을 끼고 남쪽으로 한참을 달려가면 귀여운 원숭이도 만날 수 있다. 목적지는 일명 안경원숭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타르시어의 보호구역다. 초콜릿 힐만큼이나 보홀의 유명세를 알리는데 한몫한 이 원숭이는 손바닥보다 작다. 고작 10~12㎝의 작은 몸에 얼굴이 반이다. 맑고 투명하게 튀어나온 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김새부터 특이하다. 눈이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목을 180도 회전할 수 있다. 수명은 20년 정도지만 11∼3월 짝짓기를 한 다음 6개월 임신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만 낳는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 나비 등을 사냥한다.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을 많이 해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진귀한 동물이다. 성질이 매우 온순한 데다 공격성이 없어 묶어 놓지 않아도 나무에 얌전히 있는다. 편하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동공이 민감해 플래시는 반드시 꺼야 한다.로복강투어초콜릿 힐에서 1시간 거리에는 보홀에서 가장 큰 로복강이 있다. 이곳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수목이 울창한 강을 따라 느긋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유원지의 셔틀 보트처럼 개방적이고 평면적인 모양의 배는 잔잔한 물살을 거스르며 아마존 같은 원시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여기에 배 위에서 필리핀식 뷔페를 즐기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다.로복 출신의 음악가들이 함께 탑승해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도중에 소년들이 아름드리 나무에 매달리거나 다이빙을 해 눈길을 끈다. 강줄기는 모두 21㎞이지만 투어는 선착장에서 폭포가 있는 3㎞ 구간만 가능하다.필리핀의 국보인 ‘바클레욘 성당’.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도 불린다보홀 중심지인 탁빌라란의 바클레욘에서는 수많은 역사 유적을 볼 수 있다. 필리핀 국보 바클레욘 성당, 1853년에 만들어진 바클레욘 메인 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바클레욘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도 불린다. 1595년에 짓기 시작해 1727년 완공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하늘을 보는 예수상과 성모 마리아상, 로욜라의 성 이그나티우스 유물, 물소와 양가죽에 라틴어로 적힌 성가 등 16세기 귀중한 장식물과 종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보홀의 에메랄드빛 바다◇여행메모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필리핀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무려 200만명에 달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로 기록될 정도였다. 이제는 코로나19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 여행객 또한, 자연스레 회복되는 추세다. 이에 세부퍼시픽은 이달 9일부터는 기존의 주 2회 운항에서 매주 월·목·일요일 주 3회 운항으로 증편하면서 한국 여행객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최근 보홀공항이 새 단장을 마쳤다. 인천에서 마닐라나 세부를 거쳐 필리핀 국내 항공편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세부에서 보홀로 여객선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여객선이 시간대별로 있으며 1시간 30분 거리다. 대체로 파고가 높지 않아 배멀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2022.09.30 I 강경록 기자
경콘진, '오르:빛 재인폭포' 실감콘텐츠 전시 사전예약 28일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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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인 연천 ‘재인폭포’의 주상절리를 무대로 한 야외 실감콘텐츠 전시를 오는 10월 7일부터 11월 6일까지 약 한 달간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사진=경기콘텐츠진흥원)이번 전시명 ‘오르:빛 재인폭포’는 영어단어 ‘orbit(천체의 궤도를 돌다)’와 ‘빛’이란 단어를 합성한 것으로, ‘빛이 경험한 대지의 시간’을 주제로 우주를 돌던 빛이 재인폭포에 떨어져 자연경관에 정착하는 과정을 담았다. 전시를 보고 난 관객은 빛이 정착하여 좌표로 표기된 재인폭포 공간을 현실과 떨어진 하나의 행성처럼 느낄 수 있게 구성된다.(사진=경기콘텐츠진흥원)이번 전시에서는 재인폭포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이 높이 18m 너비 30m의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로 표현된다. 관객들은 주상절리 절경에 비춰진 미디어 파사드를 영상에 맞춰 제작된 음악과 함께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10월 7일 금요일 저녁 개막식에는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한 미디어 파사드와 함께 라이브 야외 디제잉 공연이 펼쳐진다. 폭포 소리와 어우러진 미디어 파사드 디제잉은 관객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천 재인폭포의 첫 야간 개장 행사로 마술 버스킹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마련된다.경콘진 관계자는 “이번 가을 가족나들이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연천 ‘재인폭포’를 무대로 청각적 요소를 통해 감각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실감콘텐츠 전시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번 전시는 ‘2022년 지역연계 실감콘텐츠 실증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해당 사업은 경기도와 경콘진에서 경기도 문화 자원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특화 콘텐츠 확산을 위해 추진된다. 전시는 무료로 진행되며 네이버 사전예약 시 무선 헤드셋과 재인폭포 바로 앞 공간에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2022.09.27 I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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