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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 못가 '집콕' 중인 당신…안방 생중계는 어때요?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예정된 공연들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공연계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을 기다려온 관객은 물론, 오래 전부터 무대를 준비해온 창작자들의 시름도 나날이 커져가는 상황이다.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몇몇 예술기관이 공연 실황 생중계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무대에서 직접 공연을 보는 생생함까지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고 공연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연극 ‘아랫것들의 위’ 실황 중계 장면(사진=네이버TV 캡처).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 공연들의 실황 중계를 네이버TV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무용 ‘스완 레이크; 더 월’의 공연을 생중계했다. 오는 6일에는 무용 ‘히트 앤 런’,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의 생중계를 진행한다.문예위는 공연장에 찾아오기 힘든 관객들을 위해 대표적인 창작지원 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 작품들의 공연 실황 중계를 진행해오고 있다. 라이브로 이뤄지는 공연 특성상 단 한 번만 생중계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공연장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긴 만큼 일부 작품은 ‘다시보기’ 서비스로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또한 지난달 생중계를 진행한 연극 ‘마트료시카’ ‘아랫것들의 위’는 약 한 달간 다시보기 서비스로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마트료시카’는 오는 2일부터 4월 1일까지, ‘아랫것들의 위’는 4일부터 4월 3일까지 네이버TV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문예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보지 못하는 관객은 물론 공연 기회가 줄어드는 예술단체를 배려해 실황 중계 ‘다시보기’ 서비스를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며 “실황 중계 예정에 없는 작품들도 추가적으로 중계할 수 있는 방안을 단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연극 ‘마트료시카’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돈화문국악당은 공연기획사 거인아트랩과 공동기획으로 준비한 대금 연주자 정소희의 공연 ‘신화와 현실의 어딘가에, 대금’을 지난달 29일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시설 운영을 중단하라는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현장 공연을 취소한 대신 관객 없는 무대를 따로 마련해 생중계로 선보였다. 정소희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을 통해 “방송인도, 유튜버도 아니지만 침체된 공연예술계에 이러한 시도가 미미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예정돼 있는 기획공연 ‘운당여관 음악회’도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지속할 경우 생중계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통예술 단체 입과손스튜디오, 음악그룹 나무, 불세출, 소리꾼 장서윤, 가야금 연주자 서정민 등이 참여하는 시리즈 공연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관계자는 “창작진들도 오래 전부터 공연을 준비해온 만큼 무작정 공연을 취소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생중계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서울돈화문국악당 대금 연주자 정소희 ‘신화와 현실의 어딘가에, 대금’ 공연 생중계 장면(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 "투표 잘하자" 공지영, 검찰 고발 당해.."코로나19 관련 TK 비하"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와 사망자의 전국 분포도와 지방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 결과 현황도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리며 “투표 잘합시다”라고 한 공지영 작가가 고발당했다.시민단체 자유법치센터, 자유대한호국단 등으로 구성된 선거농단감시고발단은 3일 오후 서초구 대걸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 작가와 누리꾼 7명을 공직선거법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이들은 지난달 28일 공 작가의 SNS 게시물을 지적하며 “정당이나 후보자 등과 관련해 특정 지역 사람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 모욕해선 안 된다고 정한 공직선거법에 의해 처벌해야 할 행위”라고 주장했다.이어 “페이스북이나 포털 사이트 카페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악의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허위사실을 드러내거나 대구·경북 지역을 비하하는 글을 게시한 누리꾼 7명을 선별해 공직선거법 위반 또는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앞서 공 작가는 지난달 28일 SNS에 대구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강조한 전국 ‘코로나19 지역별 현황’과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그래픽을 붙인 이미지를 올리고 “투표 잘합시다”, “투표의 중요성. 후덜덜”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사진=공지영 작가 트위터이 같은 공 작가의 게시물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비판과 더불어 화제가 됐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29일 공 작가의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을 링크하면서 “공지영. 드디어 미쳤군. 아무리 정치에 환장해도 그렇지. 저게 이 상황에서 할 소리인가?”라고 비난했다.그는 “정치적 광신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영혼이 완전히 악령에 잡아먹힌 듯. 멀쩡하던 사람이 대체 왜 저렇게 됐나요?”라고도 했다.공 작가는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일 “제 페북의 앞뒤, 제 트윗의 앞과 뒤는 이 포스팅을 보완하는 여러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포스팅만 똑 따서 이렇게 악마화 시키는 데 이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세월호를 겪으면서 메르스를 겪으면서 정치란 우리 밥상에 오르는 농약의 농도, 우리 아이들의 최저임금, 우리 아들의 병역일수, 내 딸의 귀가길 안심, 내 노후연금의 안전보장, 우리 공기 중의 방사능 수치를 결정하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더욱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권이었다면 최소 박근혜 정권이 아니었다면 세월호 아이들 적어도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그때 아이들이 죽어간 것이 내가 투표를 잘못해서였는지도 모른다고 (결국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니 제가 누구에게 투표를 했든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니까요) 여러 번 자책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도 박근혜 정부하였다면 더욱 엉뚱한 국면으로 가서 희생자가 더 많았을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 작가는 “대구경북의 시장과 도지사는 세월호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고도 아무 반성도 안한 박근혜 정권을 아직도 옹호하는 사람들 아닌가”라며 “게다가 박근혜 정권은 이만희에게 국가 유공자 표창까지 줬고 그는 죽으면 국립묘지에 묻힌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어 “서울시장은 신천지 이만희를 고발하는데 가장 긴박해야 할 대구시장은 사이비 종교단체에 호소를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뽑은 투표의 결과가 이런 재난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하고 지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야당 시절 문재인 대표는 메르스 때 추경 예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나서기도 했었다. 이들이 모두 어느 당이었나”라며 “대구 경북 도지사와 시장이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아 더욱 많은 확진자가 퍼지고 있다는 말을 이렇게 왜곡해서 악마화시키는 것은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덧붙였다.
- 바이러스 청정세상을 끌어다놓다
- 펜티 사말라티의 ‘솔로브키, 러시아’(1992·위). 해 기우는 ‘백해’를 배경으로 묵묵히 눈밭을 걷는 한 사람과 앞서 길을 헤쳐가는 개 한 마리를 서정적으로 포착했다. 아래는 이정록의 ‘아이슬란드’(2019). 구멍 뚫린 검은 땅 사이 얼음 녹아 갈라진 푸른 물길에 노란 나비떼를 띄웠다. 원시적 자연에 감도는 생명의 에너지를 ‘빛’으로 끌어냈다(사진=공근혜갤러리·갤러리나우).[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러시아의 작은 도시 솔로브키. 한 해의 절반은 바다까지 얼어붙어 ‘백해’(White Sea)란 별칭이 더 친숙한 곳. 여기에도 누군가는 산다. 그 추위에도 눈밭을 묵묵히 걷는 한 사람이 있고 그 길을 앞서 헤쳐가는 충직한 개 한 마리도 있다. 하늘마저 얼린 듯한 저 서편으로 해 기우는 시간. 저들은, 또 저들을 바라보는 이는 무엇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뗐나. #2. 불과 얼음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땅 아이슬란드. 들끓는 용암이 수천년을 얼린 빙하를 덮치는, 원시성 물씬 풍기는, 그래서 감히 범접하기 힘든 저 땅에도 꿈틀하는 움직임이 있다. 구멍 숭숭 뚫린 검은 땅 사이 얼음 녹아 갈라진 푸른 물길에 노란 나비떼가 날아오르고 있으니. 사람도 동물도 흔적조차 없던 땅. 저곳에 어떤 이는 어찌 발을 들였으며 어찌 빛을 끌어냈을까. 바이러스 따위는 얼씬도 못할 무균질의 세상. 태초의 하늘과 땅, 눈과 얼음이 엉키듯 번진 그곳에 다녀온 이들이 있다.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말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70)와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이정록(49). 자신의 예술인생을 걸고 세상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을 찾아 앵글을 들이대는 이들이다. 펜티 사말라티의 ‘마데이라, 포르투갈’(2010).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위태로운 비행을 하는 갈매기를 애처롭게 붙들었다. 전시작 중 가장 큰 30×24㎝ 크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나라 안팎이 바이러스 횡포에 짓눌린 요즘. 때마침 두 사진작가가 동시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사말라티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 공근혜갤러리에 펼친 ‘바람을 너머’(Beyond the Wind) 전, 이정록이 강남구 언주로 갤러리나우에 연 ‘에너지의 기원’(The Origin of Energy) 전이다. 사말라티는 2016년 한국 첫 개인전 때 촬영했다는 ‘서울, 한국’(2016)을 앞세워 러시아·라트비아·우크라이나·인디아 등에서 촬영한 신작과 대표작 50여점을 걸었다. 이정록은 오롯이 아이슬란드에서 건진 성과물로만 꾸몄다. 낯선 풍광에서 스멀스멀 뻗어나오는 초자연적 기운을 뽑아낸 16점을 내놨다. 굳이 테마를 만들자면 ‘한국에 온 북유럽작가, 북유럽으로 간 한국작가’라고 할까. 이정록의 ‘아이슬란드’(2019). 바위가 무너져내린 검붉은 흙산. 생명줄처럼 길게 이어진 물길을 따라 빛길을 놓았다. 카메라렌즈를 오래 열어두고 어둠이 내릴 때부터 플래시를 계속 터뜨리며 순간광을 쌓아 만든 빛이다(사진=갤러리나우).꾸준히 독보적인 사진작가를 발굴·소개해온 두 갤러리가 특별히 조명한 작가들이다. 배경·여건이 달랐듯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현저히 다른 결이다. 그럼에도 둘 사이엔 묘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투명한 청정화면을 빼내는 일에선 토 달 여지가 없다는 것, 그 작업을 위해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를 고수한다는 것, 그 한 컷을 위해 수많은 시간 스스로 무균상태가 되도록 벗기고 또 벗겨낸다는 것. 사각 프레임으론 가둘 수 없는 열정이 결국 삐져나왔다고 할까. △순간포착한 서정성…‘전통 흑백사진’ 펜티 사말라티사말라티. 세상을 앵글로만 들여다본 노장. 그 세월이 반세기다. 남들 다 갈아타는 디지털카메라에 한 번쯤 혹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저 남의 집 일이려니 했나 보다. 여전히 카메라에는 필름을 넣고 암실에 틀어박혀 은염인화까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니. 고집을 부리는 게 하나 더 있다. 흑백사진이다. 그래서 얻은 타이틀이 ‘전통 흑백사진 장인.’ 펜티 사말라티의 ‘웨스턴케이프, 남아프리카’(2002). ‘까부는 새와 대치한 점잖은 개’란 스토리가 배어나오는 작품. 애정을 기울여 오래도록 지켜보며 얻어냈을 장면이다. 필연보다 더한 우연이다(사진=공근혜갤러리).참으로 올드패션한 별칭이 아닌가. 그런데 그 ‘직함’ 아래 꺼내놓는 작품이 간단치 않다는 거다. 그중 한 점. 그이가 유일하게 한국에서 촬영했다는 ‘서울, 한국’을 보자. 어스름 해질녘 청와대 춘추관 담장 위 소나무 언저리서 까치가 보였나 보다. 작품은 가지에 걸터앉아 마주보며 담소를 나누는 두 마리, 그 아래서 하늘을 가르듯 날아가는 또 한 마리를 절묘한 타이밍으로 잡아냈다. 그런데 설명은 참 편한 이 구도가 말이다. 시간을 멈추지 않고선, 사람 손만으로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거다. 날아가는 까치의 날개 속살조차 소나무에 매달린 솔방울처럼 정교하니까. 펜티 사말라티의 ‘서울, 한국’(2016). 사말라티가 한국에서 촬영한 유일한 작품이다. 배경은 해질녘 청와대 춘추관 담장. 그 위로 뻗은 소나무 가지에서 담소를 나누는 까치, 그 아래로 하늘을 가르듯 나는 까치를 마치 수묵화처럼 절묘하게 담아냈다(사진=공근혜갤러리).사실 여기에 ‘사말라티 사진’의 정수가 있다. 그이의 작품에는 자연과 동물이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한 ‘다정한 서정성’과 그들을 헤집듯 들여다본 ‘지독한 디테일’이 녹아 있다. 그림자가 긴 시간 ‘까부는 새와 대치한 점잖은 개’란 구도를 잡아낸 ‘웨스턴케이프, 남아프리카’(2002),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는 오리의 외로운 전진을 응원한 ‘항코, 핀란드’(2014),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위태로운 비행을 하는 갈매기를 애처롭게 붙든 ‘마데이라, 포르투갈’(2010) 등등, 어느 하나도 ‘공식 아닌 공식’을 벗어난 게 없다. 이 결정적 순간포착을 위해 작가는 감성촉 하나 세운 채 무수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린단다. 크기가 25×20㎝, 15×20㎝ 남짓한 작품이 대다수다. 액자 안으로 머리와 눈을 깊이 들이밀어야 뭐든 보인다는 뜻이다. 대신 숨은 묘미는 따로 있다. “흑과 백 사이에 켜켜이 쌓인 입체감에 주목해 보라”고 공근혜 대표가 귀띔한다. 현실에선 절대 안 보이는 세상이 그제야 튀어나온다는 얘기다. 전시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 공근혜갤러리에 펼친 펜티 사말라티의 ‘바람을 너머’ 전 전경. 2016년 한국 첫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여는 사말라티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원시자연에 빛 꽂아…‘사진 그리는’ 이정록‘사진을 그린다.’ 이정록 작가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광활한 풍경에 강렬한 시각적 요소를 심어내니까. 단순히 ‘그림 같은 사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연 자체보다 더한 격한 에너지까지 뿜어낸다는 소리다. 어떻게? ‘빛’이다. 마치 신이 빚은 듯한 신비로운 빛을 씌워 현재의 공간을 태고의 우주로 되돌리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7∼9월 석 달간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해 얻은 연작 ‘아이슬란드’(2019)가 그 답이다. 그간 작가가 애써 찾아다닌 장소는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 ‘자신만의 성소’였다. 그런데 뜨거운 용암과 차가운 빙하가 “포효하듯 뒤엉킨” 아이슬란드가 ‘아, 바로 여기!’더란 얘기다. 검붉은 흙산, 무너져 내린 바위언덕, 이끼가 꿈틀대는 벌판, 무엇을 품었는지 알 수가 없는 물 등이 차례로 작가의 카메라에 소환됐다. 이정록의 ‘아이슬란드’(2019). 태곳적 땅이 이랬을 거다. 이끼가 꿈틀대는 벌판이 끝없이 펼쳐졌다. 마치 작가만의 성소를 가리킨 듯 아우라처럼 퍼져나간 빛무리가 신비롭다(사진=갤러리나우).15년 전부터 시작한 연작 ‘신화적 풍경’이 첫 단추란다. 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움찔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봤던 게 계기라는데. 다음 단계는 그 에너지를 어떻게 눈앞에 끌어내는가였던 거고. 수년간 실험과 시행착오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렇게 찾아낸 것이 ‘빛’이었단다. 자연광, 플래시의 순간광, 서치라이트를 총동원한 작업이다. 카메라렌즈를 오래 열어두고 어둠이 내릴 때부터 플래시를 계속 터뜨리며 순간광을 쌓는 과정이 기본. 아날로그 필름에 찰나의 섬광이 내는 흔적을 입히는 식이다. 그렇게 만든 빛을 나무에 매달아 연작 ‘생명의 나무’(2009)를 만들고, 공기 중에 흩뿌려 연작 ‘나비’(2016)도 만들었다. 초자연적인 영적 교감에도 중노동은 필수다. 어렵게 대상을 찾아 구도를 잡고 하루 4∼8시간 촬영은 보통. 한 컷을 얻는 데 40∼50분이 걸리고 한 점 완성에는 2주도 우습단다. 이래도 정말,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하겠는가. 전시는 8일까지.
- ‘코로나19’ 사태 길어지자…자영업자도 '알바생'도 "한숨"
- [이데일리 박순엽 김은비 기자] “지난주 일요일 매출이 10만원이었는데, 고작 이거 벌어선 가게 임대료랑 직원들 임금도 못 줘요.”인천 부평종합시장 인근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업주 김모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지난달 23일 인천시가 발표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부평종합시장이 포함되면서 최근 매출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매장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들의 근무시간을 줄였다.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 달 넘게 이른바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식당, 커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난 한 달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당장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해고하기 시작하자 아르바이트생 등 또 다른 취약계층도 생계가 곤란해지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지난달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종합시장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확진자 지나간 길…손님 뚝 끊긴 인근 식당·커피 전문점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40여일이 지나면서 식당과 커피 전문점 등을 찾는 대중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이나 회식 등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조사’에서도 업소 600곳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전과 비교해 음식점 고객 수는 평균 32.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손님이 줄어들다 보니 매출 역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강원도 원주시의 혁신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업주인 김정동씨는 “평소 직장인 단체 회식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공공기관·기업 등에서 회식을 줄이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최소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며 “인건비나 음식 재료비도 안 나올 정도로 힘들지만, 일단 직원들에겐 함께 버텨보자고 말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나간 이동 경로 주위에 놓인 식당·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손님이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자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분식집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양승엽(43)씨는 “하루에 두세 팀 정도 오는 수준이라 가게 문을 열어도, 닫아도 모두 손해”라며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두 명 있었지만, 당분간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아울러 코로나19 확산 탓에 대학 개강이 늦어지면서 대학가 인근 식당·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경남 김해시 인제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황민규(27)씨는 “요새 주변 가게에선 오후 10시만 돼도 문을 닫고, 그나마 우리 가게만 문을 열고 있는 편인데도 평균 매출이 4분의 1 토막 났다”면서 “개강이 늦어지면서 안 그래도 비수기가 길어졌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설상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근로시간 줄어든 알바생 ‘생활비 걱정’…정부 “노동법 위반”이처럼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자 시간제 근로자들의 근심도 함께 늘고 있다.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인건비 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매달 들어오는 임금으로 생활비 등을 충당해 왔던 일부 시간제 근로자들은 당장 다음 달 일상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김모(26)씨는 가게 측 요청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였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주휴수당 문제로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며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는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처지에서 당장 생활비 걱정이 된다”고 언급했다.또 혹시나 일하는 업소에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매출이 감소해 업소 문을 닫을까 우려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독서실 아르바이트생 김모(29)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독서실에 새로 등록하는 사람이 없고, 기존 이용자들은 이용을 중지하고 사용 기간을 연기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줄어 독서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시간제 근로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단순히 매출 감소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해고하는 행위는 현행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자료를 통해 “코로나19의 간접적 영향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휴업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비율을 높이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장병호의 PICK]익숙한 드라큘라, 무대서도 섹시하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 ‘드라큘라’의 한 장면. 드라큘라의 저택을 찾아온 조나단이 세 여성 흡혈귀 ‘뱀파이어 슬레이브’의 습격을 받는다. 침대 위에 묶인 조나단이 세 여인에게서 피를 빨리는 모습이 마치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듯 관능적으로 펼쳐진다.뮤지컬 ‘드라큘라’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지난달 11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드라큘라’는 한 마디로 ‘섹시한 뮤지컬’이다. 그만큼 뱀파이어 장르물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뱀파이어 장르물을 대표하는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충실하게 옮겼기 때문이다. 기괴함과 음산함, 여기에 관능미와 로맨스까지 더해진, 기존 뮤지컬에서는 보기 힘든 매력들이 녹아 있어 흥미롭다.사실 ‘드라큘라’의 스토리는 뱀파이어 장르물이 대중화된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클리셰에 가깝다.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고뇌하는 드라큘라, 드라큘라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매료되는 미나, 그리고 드라큘라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복수에 나서는 반 헬싱 교수 등 인물들의 관계 설정도 극의 전개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도식적이다. 특히 극의 중심에 놓인 드라큘라와 미나의 로맨스는 감정의 변화가 급작스러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그럼에도 ‘드라큘라’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스토리의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한 다양한 무대예술 기법이다. 특히 공연 내내 무대가 돌아가는 4중 회전 턴테이블 무대는 ‘드라큘라’의 전매특허다. 무대에 등장하는 20개의 거대한 기둥 중 9개의 기둥이 마치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시시각각으로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드라큘라 저택에서 병원, 묘지, 런던 시내 등 무대 바닥이 돌아갈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 공간이 서사의 빈약함을 채운다.‘드라큘라’를 이야기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다. 김준수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다소 날카로운 톤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데스노트’의 L, ‘엘리자벳’의 죽음처럼 판타지의 느낌이 강한 캐릭터와 만날 때 그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드라큘라’도 그 연장선에 있다. 초연부터 출연해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 빨갛게 물들인 머리로 드라큘라의 공포, 섹시함, 순정을 넘나들며 무대를 사로잡고 있다.서정적인 음악은 ‘지킬 앤 하이드’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길이 빚은 결과물이다.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가 2014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2016년 재연 이후 약 4년 만의 무대다. 김준수 외에 류정한, 전동석이 드라큘라 역을, 조정은, 임혜영, 린지가 미나 역을 맡았다. 강태을, 손준호, 이충주, 진태화, 이예은, 김수연 등이 함께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6월 7일까지.뮤지컬 ‘드라큘라’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뮤지컬 ‘드라큘라’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뮤지컬 ‘드라큘라’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 [슈팅스타] '대구 힘내라' 아이유→방탄소년단 슈가 ★ 기부행렬
- 아이유(왼쪽),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 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슈팅스타는 한 주간 화제를 모은 인물, 스타를 재조명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대한민국이 코로나 공포에 휩싸였다. 가수, 배우 등 셀럽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 후 40일 만에 3000명을 돌파했다. 2월29일 오후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3150명, 사망자수는 17명으로 집계됐다.특히 대구·경북지역 확진자는 총 2724명으로 총 확진자에 86%에 육박한다. 이같이 지역감염 확산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타들은 따뜻한 선행을 펼치며 국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스타 릴레이 선행 ‘고액 기부에 방호복까지 지원’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영애, 홍진영, 슈퍼주니어 등이 기부금과 마스크 지원을 하며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이후 봉준호 감독, 송강호, 김연아, 유재석, 이병헌, 김혜수, 정우성, 신민아, 김우빈, 박서준, 공유, 수지, 혜리, 강호동, 염정아, 소유진, 정려원, 김고은, 서장훈, 이서진, 이승기, 송중기, 김수현, 전지현, 최수종·하희라, 권상우·손태영, 설경구·송윤아 부부 등이 각각 1억원을 기부하며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탰다.연예계 대표 기부천사인 가수 아이유는 ‘굿네이버스’에 1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에 1억원 어치의 방호복을 지원하며 훈훈함을 더했다. 아이유는 “의료진이 착용할 방호복 물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측은 “아이유가 보낸 방호복이 대구와 경북지역에서의 코로나19 치료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근무교대하는 방역 관계자. 사진=연합뉴스김희선도 2억원의 통큰 기부를 했다. 그는 서울대병원과 굿네이버스에 각각 1억원을 기부하며 “어머니가 대구 출신이기도 해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게 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대구 지역 출신 스타들은 아픔에 공감하며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배우 손예진,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은 “대구는 나고 자란 고향이자, 부모님이 살고 계시기에 저에게는 더욱 특별한 곳이라 뉴스로 전해지는 소식에 가슴 아팠다”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저소득층과 코로나 치료와 방역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대구에 각각 1억원을 쾌척했다.◇ 마스크 전쟁 ‘정부 대응에 쓴소리’ 정부 방침은?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 앞에 마스크 품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과 관련 미흡한 정부의 대응에 쓴소리를 내는 연예인들도 잇따르고 있다. 배우 한상진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시국에서 마스크 수급과 가격도 콘트롤 못하면 어찌하라는 건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외교상 불이익을 생각해서 초반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했다면 최소한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기본 방역 용품을 국가가 관리해주는 균형감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또 “마스크 생산량을 최대치로 늘리고 국민들이 마스크 때문에 겪는 최소한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는 게 아닐까. 진정 사람이, 국민이 먼저인 나라가 되자”라고 강조했다.가수 조장혁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데 그냥 선거 유세 문구였느냐”며 “국가에 대한 섭섭함이 드는 기분, 저만 그런 것이냐”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27일 마스크 품귀현상과 관련 마스크 생산량 50% 이상 공적판매, 해외 유출방지를 위한 수출제한을 실시하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하루 공급 목표량은 대구·경북지역 100만개, 우체국 50만개, 농협 하나로마트 50만 개, 공영홈쇼핑·중소기업유통센터 10만개, 약국 240만개, 의료기관 50만개 등이다.정부는 또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 엄중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물가안정에 관한법률상 매점매석 행위 시에는 2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8일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생산 및 판매업체의 공급 물량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게 하려는 조치”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 편승하여 부당한 사리사욕을 챙기는 행위는 엄정하게 사법처리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