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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분기에도 반도체 수출 악화…“자금난 등 고민 여전”
-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기업들이 전망하는 수출 경기를 나타내는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Export Business Survey Index)가 세 분기 만에 상승했다. 국내 기업의 수출 부진이 오는 2분기엔 다소 완화하리란 분석이다. 다만, 여전히 수출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수출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21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90.9로 지난 1분기(81.8) 대비 9.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세 분기 만의 오름세로, 수출 부진 전망이 다소 완화되리란 예상이다. 그러나 2분기 EBSI는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어 2분기 수출이 1분기 대비 부진하리란 전망은 이어졌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치인 100을 웃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해 전 분기보다 개선되리라고 예상하고 밑돌면 악화하리라고 예상한다는 뜻이다. EBSI는 최근 5분기 연속 100을 밑돌면서 수출기업의 체감 경기는 꾸준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품목별로 △선박 △플라스틱·고무·가죽 △석유제품 △가전 △자동차·부품 등에 대해선 전 분기 대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반도체 △전기·전자 △농·수산물 등에 대해선 지난 1분기보다 수출이 악화하리라고 내다봤다. 특히, 반도체는 EBSI 52를 기록해 조사 품목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수출실적 50만달러(약 6억원) 이상인 무역협회 회원사 2000곳을 조사한 결과, 오는 2분기 수출대상국 경기(79.8), 국제수급(83.0), 자금 사정(85.3) 등이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수출 상담·계약(95.4)은 지난 분기(92.0) 대비 지수가 상승하면서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또 국내 수출기업들은 수출 애로 요인으로 원자잿값 상승(22.7%), 수출대상국의 경기 부진(16.1%), 원화 변동성 확대(12.7%)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중 개도국 시장 잠식, 선진국과 경쟁 심화, 바이어 수입선 전환 등을 응답한 기업이 늘어 여러 국가와의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원가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지만, 3분기 만에 EBSI 지수가 90을 웃돈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여전히 자금난과 통상 마찰 우려, 채산성 악화 등 기업들의 고민이 깊은 만큼 수출기업을 위한 금리부담 완화, 신용보증 확대 등의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인터뷰]"SVB 사태 후 금리는…성장주 투자 적기 다가온다"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성장주는 미국 금리 인상 종결 컨센서스가 굳혀지는 시점이 투자 적기가 될 것입니다. 이르면 4~5월이 예상됩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당장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낮아 보여 금리 고점 전망 변화를 유의하길 권합니다. 가격 매력도가 중요한데, 인공지능(AI), 2차전지 등은 단기 가격 부담을 유의해야 합니다.”송준혁 베어링자산운용 국내주식 성장본부장은 최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3년 현대투자신탁(현 한화자산운용)에 입사한 이후 푸르덴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 등을 거쳐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성장주를 중심으로 운용을 담당해 왔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송준혁 베어링자산운용 국내주식 성장본부장 인터뷰◇ “성장주 투자, 美금리인상 마무리 봐야…금융리스크 변수”송 본부장은 “성장주는 2020~2021년 급격히 오른 이후 2022년 투자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고 입을 열었다. 가격 부담에 더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냉각과 경기 우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 둔화와 맞물리면서다. 성장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고용 지표 △미국 경기를 꼽았다. 최근 SVB 사태 이후엔 금리 전망에도 변화가 생겼다. 송 본부장은 “SVB 사태 이후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에서 완화적 기조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SVB 사태 이전 금리 고점 전망은 5.75%였는데 다른 은행 연쇄 부실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5.25%로 낮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에 따라 연준이 자연스럽게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증시에도 부정적”이라며 “다만 미국은 과거 금융위기 경험을 감안해 적극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에 성장주에는 단기적인 조정 요인 정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 종결은 6월이나 늦어도 7월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개별 접근할 시점은 이러한 컨센서스가 상당한 확률로 형성되는 오는 4~5월께가 유효하다”며 “금리 인상 정점을 예측할 수 있는 시기가 성장주 투자에 가장 적합한데, 무엇보다 살 만한 가격대인지 판단해야 한다. 기업별 편차가 있겠지만, 현재 성장주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I·2차전지株, 장기 성장성에도 단기 가격 부담 유의”연초엔 인공지능(AI), 2차전지 등 성장주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거시경제가 워낙 불안하고 기업 실적 전반이 하향 조정되다 보니, 단기보다 5년, 10년 후 장기 성장 전망이 투자자 손길을 끌었다”는 진단이다. 모두 성장성이 유망한 메가 트렌드로 장기 긍정적이지만, 가격 부담을 유의하라고 조언했다.송 본부장은 “AI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기업별로는 빅테크 성과가 ‘챗 GPT’와 같이 하나둘 가시화되는 반면,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시간이 걸리는 영역”이라며 “AI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성장성은 밝지만 테마성으로 투자하기에 현재는 부담되는 가격대”라고 했다. 2차전지 업종에 대해서는 “2차전지 종목에 배제하고 주식을 투자하기에 어려운 시대가 왔다”고 했다. 초기 성장을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성숙기로 가는 국면에서 과도하게 성장 프리미엄이 부여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송 본부장은 “2차전지, 전기차는 정말 장기적인 트렌드인데, 상당 기업들이 고평가됐다”며 △배터리 성능 발전 △태동기인 리사이클링을 포함한 배터리 원재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을 주목했다. 신재생에너지 업종에서는 기업별 해외 매출을 주목했다. 송 본부장은 “유럽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가장 빨랐지만 성장 둔화 국면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지원책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에서 생산 가능한 기업을 봐야 한다. 중국은 현지 기업들이 장악해 국내 기업들의 진출 여지가 적다”고 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송준혁 베어링자산운용 국내주식 성장본부장 인터뷰◇ “年코스피 2300~2700P…내년 반도체 등 이익 반등 부각”그는 올해 연간 코스피 예상밴드를 2300~2700포인트로 제시했다. 미국 금리 인상 마무리와 내년 국내 기업이익 증가 전망이 부각되는 하반기 긍정적 흐름을 점쳤다. 금융 리스크 확산 여부는 변수다. 특히 내년 이익 증가는 반도체 섹터의 턴어라운드 영향이 클 것이라고 봤다. 올해 IT 수요 부진, 재고 문제가 심화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상반기에 D램·낸드 가격이나 기업 재고 수준 등 반도체 업황 반등의 시그널이 하나둘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송 본부장은 “지난해 말 기업들이 재고를 낮은 가격에 해소한 이후 1~2월 수요가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최근 미미하게나마 전월비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있다”며 “1분기 실적 부진에 메모리 가격도 더 하락할 여지가 분명해 주가 변동성은 예상되지만, 반도체 주가와 흐름이 유사한 재고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향후 업황 반등에 앞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와 더불어 인터넷·모바일 기업들의 인건비, 마케팅 등 비용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내년도 국내 기업 이익 증가 폭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종·종목별 판단이 어렵다면 성장주를 담은 펀드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성장주 투자에 있어 바텀업 방식의 ‘하이 컨빅션(High Conviction)’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송 본부장은 “시장 벤치마크에서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닌 투자 기업 확신에 따라 펀드 내 투자 비중을 결정한다”며 “과도한 성장 프레임이 부여된 기업은 적극적인 매도가 필요할 때가 있고 성장주일수록 실적이나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펀드는 성장성이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에 유효한 수단”이라고 했다.
- 근원물가 떨어지고 있나요?[BOK워치]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을 정점으로 둔화되는 흐름이 뚜렷하지만 근원물가는 그 흐름이 명확하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 못지 않게 ‘근원물가’가 화두다. 근원물가 흐름을 둘러싸고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소비자 물가상승률(헤드라인 물가)이 기저효과로 3월 4.5% 밑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근원물가가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금통위의 고민도 커질 수 있다. 물가상승 둔화가 단순히 기저효과 때문인지, 국제유가가 떨어진 영향인지, 아니면 금리 인상이 수요 둔화를 넘어 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요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만 별도로 집계한 근원물가의 향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출처: 통계청◇ “금리 인상이 물가 얼마나 둔화시키고 있는지 불분명”통계청에 따르면 한은이 2% 물가목표제의 지표로 활용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전년동월비 6.3%를 정점으로 6개월째 5%대를 기록하더니 2월 4.8%로 하락하며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한은에선 3월엔 물가상승률이 4.5%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작년 3월부터 물가가 4%대로 오른 터라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다. 물가상승세는 계속해서 둔화, 연말이면 3%대에 달할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그런데 수요측 영향을 많이 받는 ‘근원물가’ 흐름은 불분명하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작년 8월 4.0%를 기록한 후 11월 4.3%까지 상승폭이 커졌으나 올 2월 4.0%로 하락, 전월(4.1%)보다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는 올 1월 5.0%까지 오르다가 2월 4.8%로 떨어졌는데 이는 작년 10~12월 4.8% 수준이다.한은이 목표로 하는 물가는 ‘소비자 물가’이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억제시켰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물가가 ‘근원물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이 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지 여부가 상당히 불확실하다. 한은은 모형분석을 통해 1년반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 영향에 올해 물가상승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모형분석일 뿐 실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 금통위원은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수요측 상승 압력 완화를 통해 물가 오름세를 얼마나 둔화시키고 있는지 모형분석 결과만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에선 근원 상품물가와 서비스 물가 추이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원 서비스 물가는 오름폭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상품 물가는 오름폭 축소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근원(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서비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작년 9월, 10월 4.2%를 정점으로 하락, 올 1, 2월 3.8%를 기록했다. 반면 근원 상품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4.6%로 정점을 찍고 12월 4.4%, 올 1월 4.5%, 2월 4.3%를 보이고 있다.노동시장이 타이트한 미국에선 근원 서비스 물가가 근원 상품 대비 덜 떨어지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 등 근원 서비스 물가는 둔화하지만 근원 상품의 하락세는 더디다는 평가다. 실제로 가공식품은 2월 10.4%로 2009년 4월(11.1%)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물가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최근 높았던 수입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요 압력이 높아서 근원물가가 덜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비근원 물가가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지금처럼 비근원 물가가 높은 상황에선 근원물가를 수요 압력과 연관지어 평가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한국은행◇ 근원물가 뚜렷한 하락세 보일까, 말까 의견 분분근원물가는 앞으로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이나 근원물가 향방에 대해선 금통위원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일단 한은이 추정한대로 근원물가가 4%대 초반에서 점차 둔화돼 연말에는 2%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승헌 부총재로 추정되는 한 금통위원은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근원 상품물가가 수입가격 하락 시차를 두고 둔화하는 데다 근원 서비스물가 상승 압력도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 부담, 주택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더욱 약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3개월 이동평균 근원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근원 상품 물가도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쳐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기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2월 의사록에서 “국제유가, 공공요금 상승이 여타 상품,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고 근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이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Tightness·빈일자리/실업자)에 비해 상당폭 높게 나타나는 것도 2차 파급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근원 품목의 확산지수, 조정평균 물가상승률 등 최근 통계에서도 근원물가가 올라가거나 또는 예상보다 지속성이 높을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 위원은 “지정학적 분쟁, 글로벌 수요 회복, 분절화로 인해 생산 비용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비근원 품목 가격이 과거와 같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근원물가 2차 파급 효과 등으로 인해 방향성이 돌아서지 않거나 지속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금융안정까지 불안해진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효과가 소기의 목적인 물가 안정까지 제대로 파급되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유행어처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다. 금리 인상 효과가 물가 안정을 향해 뻗어나갈 때까지!
- 세수확보 비상에 유류세 인하폭 줄인다는데…고물가 자극은 부담
-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2021년 11월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해 작년 한 해 동안 감소한 세수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국제유가 불확실성, 국내 고물가 기조 등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인하폭의 단계적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배경이다. 전문가들도 고물가 속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되, 세수 감소를 완충하는 수준에서 단계적 축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내달 말로 다가온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을 앞두고 인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사진은 20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말로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월부터 시행될 개정안에는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적용되는 각각 25%(205원), 37%(212원)의 인하율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시장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인해 올해 세수 사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로 감당해야 하는 세수 감소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국세 수입 실적을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11조1164억원으로 2021년 실적 대비 5조4820억원(-33.0%) 감소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올해 1월 국세수입(42억9000억원)은 전년 대비 6조8000억원 감소하며 연초부터 세수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최근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당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로 국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발발한 은행 위기로 인해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2~16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8.3달러로 전주보다 4.3달러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가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축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단계적 조정 시 2019년 시나리오 재현?유류세는 휘발유·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과거에도 정부는 기름값이 치솟으면 유류세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물가 안정화를 꾀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에 그랬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국제 유가 상승과 서민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11월부터 6개월간 유류세율을 15% 인하했다. 이후 5월부터 3개월간 인하폭을 절반 수준인 7%로 낮춘 뒤, 유류세를 정상화했다.윤석열 정부도 5월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면서 완충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를 한꺼번에 환원시킬 경우 에너지요금이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지난 겨울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파동’으로 들끓었던 민심을 저소득층 지원 확대 및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기조를 앞세워 간신히 식힌 상태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도 석유류 가격이 1.1% 하락하면서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다.정부 안팎에서는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을 휘발유 수준(25%)으로 낮춘 뒤, 서서히 인하 폭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파장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휘발유·경유·LPG부탄 인하폭을 20%로 일괄 축 등을 예상하고 있다.◇고물가 부담 여전…고환율·국민 반발 우려도다만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태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국제유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국민의힘 신임 지도부가 본격 추진하는 민생 행보도 국내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민생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가칭)를 출범시키고 위원장에 조수진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김기현 의원이 여당 대표 취임 후 처음 만든 당내 특위인 만큼, 사실상 증세 효과를 내게 될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방침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전문가들은 유류세 정상화까지 단계적 조치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상수지 적자 여부 등에 따라 현재 1300원선을 오가는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여지도 있고, 이는 휘발유값을 다시 올려 물가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반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류세는 모든 국민에게 전부 골고루 부담시키는 세금”이라며 “소득과 관계 없이 거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더 어려울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저항을 키우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 연장과 단계적 정상황에 무게를 실었다.
- "6% 최종금리 안 간다…만장일치 대신 매·비둘기 더 싸워야"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안에서 매파와 비둘기파가 더 논쟁해야 할 때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과 함께 발을 맞추는 것도 좋지만, 지금 시점에서 만장일치 결정은 없어야 합니다.”앨런 블라인더 전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사진=미국 정치·사회과학 아카데미 제공)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화상 특별인터뷰에서 ‘연준에게 최근 통화정책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1994년 6월~1996년 1월 연준 부의장으로 일했던 ‘대선배’다. 당시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함께 미국 경제를 이끌었던 빅샷이다.그가 최근 연준의 만장일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비판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블라인더 교수가 인용한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11.2%(계절조정·연율환산) 폭등했다. 그러나 하반기는 1.9% 로 연준 목표치(2.0%)를 하회했다. 반기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상반기(-0.8%) 이후 가장 낮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8.0%, 2.1%를 기록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연준이 할 일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지 경제를 침체로 모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 파월 의장을 따라 목소리가 큰) 매파들이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 연장선 상에서 금리 인상 중단 논의도 얼마든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앨런 블라인더 전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분명한 하락 추세에 있다”며 “최종금리가 6%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연준 최종금리 6%까지 안 간다”-지난 1년 연준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연준은 (지난해 3월보다) 금리 인상을 훨씬 더 빨리 시작했어야 했다. 그것은 실수였다. 그 이후 그들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렸다. 시작이 늦었으니 빠르게 따라잡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는 파월 의장이 그렇게 한 것에 대해 많은 신뢰가 있다. 그 이후 소통과 투명성 측면에서도 잘해낸 것 같다.-연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연준이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모두 예상한 그대로였다. 그러나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소’(somewhat) 완화했다는 문구는 너무 온건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이 뚝 떨어졌는데, 연준은 이것을 무시했다. 지금은 더 많은 이견들이 나와야 한다.-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내 얘기는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사라졌다는 게 아니다. 지금 시점에 적어도 금리 인상 중단을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FOMC 내부에서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 훨씬 더 많은 논쟁이 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매파들의 목소리가 커져) 경제는 바로 불황에 빠질 수 있다.-6% 이상 최종금리를 올릴까.△그렇지 않다. 연준은 (현재 4.50~4.75%에서) 금리를 더 올릴 것이다. 이럴 때 시장은 극단으로 움직인다. 어떨 때는 너무 낙관적이고, 또 어떨 때는 너무 비관적이다. 시장이 원래 그렇다. (수치가 높게 나왔던) 올해 1월 물가 보고서(CPI, PCE 등)를 보면 ‘아, 연준이 6% 넘게 올리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겨우 한 달이다. 나는 지금 인플레이션의 분명한 하락 추세를 보고 있다. 6%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은데.△그렇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이 마치 놀라운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을 보면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항상 상품 인플레이션보다 높았다.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 향상 때문이다. 기술은 좋은 가격을 만든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그렇지 않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서비스 물가가 주거비인데, 신규 임대료 상승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단기간에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임대료 물가는 내려갈 것으로 본다.-연준이 올해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일한 시나리오는 올해 매우 심각한 경기 침체(nontrivial recession)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은 하겠지만, 나는 그 반대편에 베팅하겠다.◇“금리 인상 중단 논의 가치 있다”-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바꾸자는 주장이 있다.△나는 목표치를 3.0~3.5%로 하는데 호의적이다.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이른바 ‘제로 하한’(zero lower bound)에 도달하기 전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목표치를 높이는 것은 시장과 대중에 대한 중앙은행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지금 연준 내부에서는 그것을 논의도 하고 있지 않다. 2% 목표치를 달성한 이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꽤 논쟁의 여지가 있고, 나는 그것에 찬성하는 입장에 있다. 그런데 지금 (목표를 이루지도 못한 상황에서) 3%로 올린다면, 또 인플레이션이 왔을 때는 다시 4~5%로 상향할 것이다.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연준의 공격 긴축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은 정책을 할 때 미국 외에 세계 전반의 경제 상황까지 검토하는가.△아주 조금 그렇다.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 외 나머지 지역과의 수출입, 금융시장 움직임 등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준은 그것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고, FOMC를 할 때마다 그와 관련한 광범위한 보고서를 받는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연준은 법에 정해진 책무(mandate)가 있다. 미국 경제의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다. 내가 연준에 있었을 때 역시 비슷한 물음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우리가 미국 외 경제까지 고려한다면 그것은 법률 위반이다’라고 말하고는 했다. 미국 경제를 보는 게 우선이다.-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데, 앞으로를 전망한다면.△잘 모르겠다. 내가 연준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금융 분야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순위로 매긴다면 가장 위에 달러화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 달러화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미리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인들은 달러화 가치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달러화와 원화의 가치 차이에 예민하겠지만, 미국인들은 달러화 가치 자체를 잘 모른다. ◇앨런 블라인더 교수는…△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학사 △런던정경대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프로몬토리 파이낸셜그룹 공동 창업자 △프린스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