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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하면 '억대연봉', 까딱하면 '빚더미'…재건축 조합장의 세계
-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전국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바라며 이 노래를 부르는 사업장은 2981곳(2022년 구역 지정 기준)에 이른다. 앞으로 사업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전폭 지원을 약속했고, 서울시도 규제를 대폭 풀어버린 상태다. 환경이 갖춰지더라도 각자 자기 노래만 부르면 잡음에 그친다. 노래가 조화로운 합창이 되려면 누군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의 꽃으로 불리는 이 역할은 조합장에게 주어진다.조합장 명암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조합장이 이해 당사자 사이 화음을 조율하지 못하면 합창은 소음으로 전락한다. 사업이 좌초한다는 의미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지휘자(조합장)는 ‘스타’로 조명받지만 화려한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민·형사 시비에 상시로 노출돼 있고 안팎으로 발생하는 분쟁을 이겨내야 하는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연륜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이뤄지는 세대교체 기류도 감지된다.◇ 은퇴한 마당발 자리 꿰찬 30대 전문가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2981곳) 종사자는 최소(5명 기준) 약 1만4900명에서 최대(14명 기준) 4만17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처음부터 조합일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 정비사업 연한(30년) 안팎에 이르른 사업장에서 모인 주민 삼삼오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모임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주민 사이에서 얼굴을 익히는 이들이 잠재적인 조합 종사자로 추려지고, 최일선에 나선 이가 조합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사업을 하려면 설문 조사, 동의서 걷기, 안전진단 추진 등 단계를 밟아야 하기에 의지보다 안면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민과 유대가 있는 인물이 추진위원장으로 나서거나, 혹은 주변에서 추대받는다. 재건축이면 아파트 동대표가, 재개발이면 지역 통장·부동산중개인·종교인이 흔히 해당한다.물론 조합장 자격에 명시적인 허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와 금치산자만 아니면 사업대상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하면 최소한 요건은 통과된다. 징역을 살은 전과자라도 형이 확정되고 2년이 지나면 상관없다. 주로 퇴직자에게 조합장은 인생 2막을 도전해볼 만한 영역으로 꼽혀왔다. 은행원, 공무원, 교직원(교수·교사), 대기업(건설사) 임원 등 출신이라는 적당한 사회적 지위와 은퇴에 따른 연륜은 주민 사이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데 거름이 됐다. 능력만 인정받으면 2년마다 선거로 연임할 수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팔순이 넘도록 근무했고, 개포주공4단지 조합장은 2020년 2월 해임되기까지 24년을 일했다.정비업체 관계자는 “십수 년 동안 이어지는 사업 동안 고정적인 근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퇴한 이들에게 조합장 자리 같은 노후대책도 없다”고 말했다.이른바 ‘스타 조합장’의 탄생은 조합장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평가는 엇갈리더라도 이들이 받은 억대 연봉과 성과급이 조명받으며 물꼬를 텄다. 강남 재건축 조합장 연봉이 수억 원대라는 것은 공공연하다. 비록 반대가 거세 무산됐지만, 최근 경기 안양 재개발조합장 성과급으로 50억원이 거론됐다.고임금 시장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연령 문턱이 내려간 것이다. 최근에는 80년대생(35~44세) 조합장도 흔히 눈에 띈다. 금융·회계·법률, 인테리어·건축·설계 등 전문성을 내세워 지지를 받은 사례다. 조합장 나이가 연소화하면서 앞으로 서너 차례 이상 하는 ‘직업인 조합장’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건축업에 종사했던 서울의 70년대생 조합장은 “정비사업 성패는 속도에 달렸기에 조합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전문성”이라며 “7080년 세대로 이뤄진 임원진은 의사결정도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조합대신 보증섰다가 수십억 빚더미화려한 이면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금전적·육체적 자기희생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특히 사업 초기 들어가는 자기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다. 주민 상대로 이뤄지는 설문 조사, 우편 발송, 홍보물 제작 등 작업에는 비용이 든다. 사업 걸음마 단계에는 사업 주체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업비를 빌리기도 여의찮다. 나중에 추진위원회가 생기면 비용을 보전받고 이후 예산으로 감당하면 되지만, 그전까지는 대부분 자비 부담이다.양천구의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사업을 7년 동안 추진하면서 지출한 개인 비용은 모두 보전받지 못했기에 현재로서는 적자를 보고 있다”며 “경비 처리가 안 된다고 해서 조합원 경조사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용역계약 과정에서 사실상 강제 받는 ‘연대보증’은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해 경남의 재건축조합 임원 10명은 건설사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해 26억원을 배상하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조합과 건설사가 계약을 맺을 당시 연대보증을 요구해서 응했던 게 화근이었다.늘 형사소송에 휘말릴 위험도 상존한다. 2022년까지 최근 19년 동안 접수된 도정법위반 고소고발 사건은 1만9267건이다. 이게 대부분 조합장을 향하고 있다. 잘못한 사례도 있지만, 무혐의 처분도 상당수다. 이 과정에서 무죄를 증명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이런 이유에서 조합장을 기피하고, 그래서 정비사업을 못하는 사례도 적잖다.설계업체 관계자는 “추진위까지 활동하고 조합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발을 빼는 사례가 상당하다”며 “대부분은 조합 업무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때문”이라고 했다.‘억대 연봉과 성과급’은 서울 강남 사업장 등 소수에 국한된 얘기일 수 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조사해보니, 지난해 전국 조합장 66.7%는 3600만~4800만원을 연봉(세전)으로 받는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대졸 초봉(3805만원·2021년 기준) 수준 정도밖에 안 된다. 협회가 제시하는 조합장 표준급여는 연봉 최대 6000만원 수준이다. 현업을 뿌리치고 전업으로 조합장에 뛰어들 만한 보상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현장 체감이다.앞서 서울의 70년대생 조합장은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려면 조합 임원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능한 이들이 한창 경제 활동할 시기에 조합에 전임하려면 상당한 대우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총선 D-7' 한동훈 충북·강원·경기 훑었다…2030 공략(종합)
- [충주·제천·원주·춘천=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22대 총선을 7일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북, 강원, 경기를 돌며 강행군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한 위원장은 유권자에게 표심을 호소하는 ‘읍소’, ‘큰절’ 전략을 거부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향한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청년청’ 신설을 공약으로 발표하며 대표적인 스윙보터(부동층)인 2030 표심 잡기에 주력한 한 위원장은 경기분도, 서울편입의 동시 추진도 함께 약속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춘천신협 앞에서 열린 한기호 춘천철원화천양구을, 김혜란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의 선거 지원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인구부 산하’ 청년청 신설…與 스윙보터 공략한 위원장은 이날 충북 충주를 시작으로 충북 제천, 강원 원주·춘천, 경기 포천·동두천·파주·고양 등을 방문하며 각 지역구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돌입했다. 충주·제천, 포천·동두천은 현재 국민의힘이 모두 의석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원주·춘천의 경우 총 4개 지역구 중 절반만 차지하고 있다. 여당에게 험지로 불리는 파주·고양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독식 중이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에게 취약한 지지층인 2030세대를 공략하며 인구부 산하에 ‘청년청’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청년의 정치 참여와 청년의 권익을 맨 앞에 두겠다”며 청년청에서 청년 정책을 포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부는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통합하는 부처로 국민의힘은 인구부를 신설해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조국혁신당의 지지세력인 4050세대를 공략하고 있는 조국 대표를 향해 ‘갈라치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2일) 조 대표가 “정치권이 지금껏 청년, 여성, 아동 등을 대상으로 정책을 추진했지만 4050세대는 늘 소외되어 왔다”고 말한 데 따른 반응이다. 한 위원장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6번 김준형 후보의 자녀 국적 논란과 13번 백선희 후보의 학점 특혜 논란을 파고들었다. 김 후보의 경우 세 자녀 모두 미국 국적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고, 백 후보의 경우 서울신학대 교수 시절 이사장의 조카에게 학점 특혜를 주며 ‘정유라 사건’을 연상케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런 위선들, 청년들은 괜찮나”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춘천신협 앞에서 열린 한기호 춘천철원화천양구을, 김혜란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의 선거 지원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편입·경기분도’ 동시 추진…韓 “원샷법”경기에서 한 위원장은 서울편입과 경기분도 정책을 언급하며 ‘동시 추진’을 약속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서울편입을, 민주당은 경기분도를 주장해왔는데 한 위원장은 정당 구분 없이 두 정책을 모두 원샷법으로,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포천·동두천은 경기분도로, 파주·고양은 서울편입으로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그는 경기 북부 유권자를 향해 “경기북부는 수도 서울의 안보나 방위 등을 이유로 여러 가지 군사 규제 등 불합리한 규제와 희생을 감내해왔다”며 “군사의 포의 사정거리나 군사기준 많이 바뀌어서 여기나 서울이나 다를 바 없다. 강력한 억제력으로 적극 방어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편입이 화두로 떠오른 일산에서 그는 “드디어 봄이 왔다. 드디어 일산이 서울이 될 수 있는 시간이 왔다”며 “사전투표로 범죄자들에게 이 나라를 넘길 수 없다는 우리의 기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선 판에 등장한 상황을 두고 한 위원장은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에게 문재인 정권 시절 국민의 고통을 다시 기억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 소부장 특화단지에 5년간 5067억원 투자
-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소부장 특화단지에 5년간 5067억원을 투자해 소부장 기술 혁신과 공급망의 핵심기지로 육성한다. 또한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에 우주·항공, 방산, 수소 분야를 신설해 기존 150대 기술을 200대 기술로 확대한다.제2기 소부장 특화단지 맞춤형 지원방안.(자료=산업부)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첫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부장 특화단지 맞춤형 지원방안’,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확대 개편안’ 등 7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3일 밝혔다. 먼저 소부장 특화단지 맞춤형 지원방안을 심의·의결했다. 2021년2월 선정한 1차 단지에 이어, 작년 7월 5개(충북오송·광주·대구·부산·경기안성) 지역을 2차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했고 이후 정부는 앵커기업, 지역 대학 및 연구소, 해당 지자체 등과 특화단지별 미션을 구체화하고 지원방안을 촘촘히 마련했다.충북 바이오 특화단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 배지 등 바이오 소부장에 대한 수요-공급기업 공동 기술개발(R&D) 지원과 함께 바이오 의약품 소재·부품 실증지원센터도 구축해 글로벌 규격(美FDA, EUEMA) 공인시험 분석 지원까지 일괄 추진한다.대구 모터 특화단지의 경우 전기차용 희토 영구자석 순환 생산시스템을 위한 R&D와 함께 ‘모터 성능인증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광주 자율주행 특화단지는 자율주행차 인지·제어·통신 통합제어시스템을 개발하고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와 연계한 국제 인증·신뢰성 장비를 구축한다.또 부산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는 ‘8인치 SiC 전력반도체 제조·패키지센터’를 설립하고 1700V급 고전압용 전력반도체 소자 등 기술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안성 반도체 장비 특화단지는 반도체 연마장비인 CMP 장비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아울러 정부는 특화단지별로 인력양성, 규제 개선 등도 병행 지원한다. 안성 특화단지는 폴리텍 대학 내 반도체 장비실증센터를 구축하고, 대구 특화단지에는 모빌리티 대학을 설립한다. 광주 특화단지는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오송 특화단지는 입주기업과 규제기관이 협력하는 지원단을 운영하여 규제 개선과 함께 R&D 단계부터 인허가 컨설팅을 제공한다. 정부는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을 150대 기술에서 200대 기술로 확대하는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개편안도 의결했다. 기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7개 분야에 우주ㆍ항공(20개), 방산(2개), 수소(18개) 등 3개 분야를 신설하고 40개 기술을 지정했다. 또한 바이오 소부장 기술도 기존 5개에서 원료의약품, 기능성 소재, 초고속ㆍ대량생산 공정장비 등의 기술을 추가 지정해 19개 기술로 확대했다. 이번 확대 기술은 과기부(우주항공청), 방위사업청 등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마련되었다. 특히 방산 분야는 방위사업청이 민간 파급효과가 큰 민군 겸용 기술을 제시하고, 산업부가 소부장 기술로 연계하는 등 양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방산 소부장 기술을 추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소부장은 첨단산업의 근간이자 소부장 파워가 공급망 강국으로 가는 지렛대로 정부는 소부장 산업의 초격차 혁신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 尹,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첫 점검…"240개 과제 결정"(종합)
-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민생을 챙기는 정부’를 주제로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사회 분야)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민생토론회 실천 과제의 신속한 이행과 향후 계획을 점검하고, 개선된 정책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토론회에는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 배석했다.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의 후속 조치 추진 현황 발제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결정한 과제 240개”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민생토론회를 한 결과, 정부가 후속 조치를 결정한 과제가 총 240개”라며 “이렇게 찾아낸 과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처음 시작한 후 지난달 26일까지 3개월 동안 전국의 현장을 찾아 총 24번의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매주 1~2회 정도 열린 셈이다. 이날 회의는 그간의 민생토론회를 통해 정부가 결정하고 추진해온 과제 중 사회 분야의 정책들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해 오면서 반복해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검토하겠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검토한다는 말은 사실상 안 한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게 돼 있다”며 “그래서 검토만 하지 말고 빠르게 행동에 옮기는 것을 민생토론회의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두 번째는 벽을 허물자는 것”이라며 “부처 사이에 벽이 높으면 여기저기 일만 많아지고 실제로 해결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민생토론회는 준비 단계부터 아젠다 중심으로 주제를 정하고 여러 부처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고 역설했다.아울러 “우리 공직자들의 일하는 방식도 민생토론회를 거쳐가며 크게 바뀌었다”며 “무엇보다 현장의 문제들을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부처 간 벽을 허물어 머리를 맞대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에서도 높았던 벽이 무너지면서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지역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영업자 청소년 신분증 확인 개선돼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즉각 해결한 과제로, 지난 2월 8일 열 번째 민생토론회 당시 청소년의 위조 신분증에 속아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한 자영업자의 사연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해결을 지시해 곧바로 공문 발송 조치가 이뤄졌고,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다.이외에도, 민생토론회를 통해 국민이 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규제를 풀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면서 단말기유통법 폐지를 예로 들었다. 법 폐지 방침을 정한 이후 단말기 구입 지원금이 확대되고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되는 등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고 윤 대통령은 설명했다. 또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의 불편을 개선하기로 한 후 서울 동대문구가 평일 휴업으로 바꿨고, 부산시는 5월부터 동참하기로 했다며 더 많은 지자체가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정부가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분야의 많은 과제들을 찾을 수 있었고, 이를 반영한 정책들을 만들어 신속하게 추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정책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나도록 각 부처는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전개해 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민생토론회, 박정희 수출진흥전략회의 벤치마킹…더 발전시켜야”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이후 부처별로 △원스톱 행정서비스 △대형마트 영업규제 △게임이용자 권리 강화 △단말기유통법 폐지 △늘봄학교 △청소년신분증 확인 개선 등 우수 성과사례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모든 토론이 끝난 이후에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개선된 정책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대국민 정책 소통 계획’에 대해 보고했다.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수요자인 국민 중심에서 정책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민생토론회를 계속 진행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도록 다 같이 노력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이런 방식은 재작년 정부가 출범한 후 한 가을 무렵,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약 180여 회 직접 주재한 ‘수출진흥전략회의’를 벤치마킹해서 시작한 것”이라며 “우리가 더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으로는 경제 분야 후속 조치를 점검할 계획이다.
- 영화 '파묘' 속 풍수 관심, '서향과 경사지는…'사옥 흥망보니
-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영화 ‘파묘’(사진=쇼박스)땅에도 기운이 있어서 거스르면 화를 입고, 업으면 복을 얻는다고 여기는 풍수(風水).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자 기업과 자산가들은 풍수를 엇갈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예 무시하기에는 께름칙하지만, 절대적으로 의사결정 변수일 수 없다는 반응도 뒤따른다.◇“지는 기운의 서향·경사지는 사옥 비선호”과거 한보건설은 은마아파트 상가를 본사로 썼다. 재계 순위 10위권 덩치가 무색하게 사옥에 인색했던 이유는 풍수에 심취한 정태수 회장이 고집해서다. “목수가 자기 집을 지으면 망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IMF를 거치며 쓰러졌으니 낭설이었을까. 벽산건설이 2014년 파산하자 ‘정태수의 저주’가 회자됐다. 1991년 벽산빌딩(게이트웨이 타워)을 사옥으로 지은 게 화근이라는 것이다.옛 한보건설 본사의 현재 모습. 지금은 ‘은마종합상가’ 간판이 보인다.(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벽산건설의 파산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벽산건설을 포함해 서울역 인근에 모인 대우그룹(대우빌딩), STX그룹(STX남산타워)은 모두 도산하는 곡절을 겪은 기업이고, 본사가 모두 서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근처 동자동에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주상복합)을 서향으로 지은 동부건설은 2016년 매각됐다.이웅렬 더빌딩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서향으로 지은 빌딩은 해가 저무는 것처럼, 기운도 기운다는 게 풍수의 해석이라서 기업 사옥으로서 선호하는 대상은 아니다”며 “경사지에 있는 빌딩도 마찬가지 이유로 비선호 대상”이라고 말했다.법무법인 태평양 본사 이전은 ‘경사지 풍수’의 사례로 꼽힌다. 태평양은 1998~2022년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을 임차해 사옥으로 삼았다. 이곳은 선릉역에서 강남역으로 이어진 내리막길 중간에 평지로 위치한다. ‘흘러내리던 재물이 머무른 터’라고 한다. 공교롭게 태평양이 국내 로펌 순위 2위를 다투는 데까지 사세를 키운 시기는 ‘역삼동 시절’이다.수위권 시행사의 대표는 “물이 재물을 불러온다는 것은 풍수의 정설”이라며 “한남동과 압구정동이 부촌인 이유는 전형적으로 물이 고이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물이 고이면 재물도 머문다”한강은 동에서 서로 에스(S) 자로 흐르기 때문에 물이 천천히 흐르는(고이는) 지역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게 북쪽으로 용산구 한남동·이촌동이고 남쪽으로 강남구 압구정·청담동과 서초구 방배동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용산구는 백두대간에서 뻗어온 한북정맥의 기운을 담은 남산을 끼고 있어 배산임수 명당으로 꼽힌다.다만 ‘물이 고이는’ 강남이 길지(吉地·좋은 일이 생기는 터)라는 데에 반대 시각도 있다. 청계천과 중랑천의 한강 합류지점 정남 쪽에 강남이 있기 때문이다. 시내를 관통한 오·폐수가 한강에 쏟아져 들어와 강남으로 고여 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에서 자산가들은 강남이 아닌 집터를 찾아 나선다.앞서 시행사 대표는 “분당 남서울파크힐에 사는 재벌 회장이 지관을 대동하고 집터를 보러 왔다가 전형적인 ‘용의 머리’ 터라는 조언을 듣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서울 시내 주요 풍수 관련 지역.(사진=네이버 지도 캡쳐)정부 건설·토목 정책은 풍수와 연관이 있을까. 박정희 정부 시절 지은 광화문 정부청사와 이순신 장군 동상, 과천 정부청사 위치는 당대 유력한 지관이 선정했다는 것이 관가에 내려오는 풍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서울시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도시계획 업무를 전담해왔으나 풍수지리를 변수로 의사결정을 내린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시행·건설업계도 길지를 골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여긴다. 사업 성패를 가르는 입지의 가치는 도로·교통, 상업·교육 등 주변 환경과 규제의 정도에 좌우된다. 현실적으로 사업성 있는 공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주된 이유다.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에 대지는 가격이 적정한지를 따지는 게 우선이지, 기운이 좋고 나쁜지를 잴 겨를이 없다”며 “외려 사업 상대방이 풍수상 역정보를 흘리면 사업을 그르칠 수 있어 경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K-콘텐츠' 키운다더니 게임은 외면?…총선 공약서도 홀대
-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 ‘효자’로 꼽히는 게임업계가 여전한 홀대 속에 신음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규제에 골몰하는 가운데, 9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공약에서도 여당과 야당 모두 게임산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1일 여야가 공개한 총선 공약집에 따르면 두 당 모두 ‘K-콘텐츠’ 산업 진흥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웹툰, 뉴미디어, K팝, 영상 등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 동향’에 따르면 게임산업 수출 규모는 34억4600만달러(약 4조6500억)로 전체 수출액의 64%를 차지했다. 타 콘텐츠 산업과 비교하면 음악(3억8780만달러) 대비 8.9배, 방송(2억9398만달러)에 비해 11.7배 크다. 출판(2억2170만달러) 보다는 무려 15.6배다.그러나 전체 콘텐츠 수출 액수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 산업에 대한 공약은 전무하다. 먼저 국민의힘은 △만화·웹툰 산업 집중 지원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신설 △글로벌 킬러 콘텐츠 지원 △재제작 제반 지원 확대 △슈퍼 지식재산권(IP) 확보 집중 지원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일몰제 연장 추진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더불어민주당은 △연구개발(R&D) 세제지원 확대 △제작비 세액공제 상설제도화 추진 △집약적 콘텐츠 육성을 위한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 △저작물 보호 △K팝 국제콘서트 개최, 공연장 2곳 조성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게임과 관련된 공약은 e스포츠 육성이 유일하다. 여당은 게임 이용자와 팬들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불법 게임 핵이 없는 환경을 구축하고,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의 국내 개최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균형 e스포츠 여건 구축도 언급했다. 야당은 부산을 e스포츠 성지로 육성하기 위해 ‘e스포츠진흥재단’ 설립, 국제 경기 유치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이를 바라보는 국내 게임업계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외산 게임들의 영향력 확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와 같은 규제의 영향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표심을 잡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과 관련해 단기간에 긍정적 여론을 형성할 수 있고, 효과가 눈에 보이는 e스포츠에만 집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불만도 반복됐다. 그간 게임산업을 ‘핵심 산업’이라고 추켜세워 왔을 뿐 이번에도 실질적 지원책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달 예정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도 업계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계획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문체부가 수립·시행하는 5개년 정책이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2008년, 2014년, 2020년에 이같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발표가 당장 다음 달로 예정돼 있지만 관련해서 들리는 소식은 없다”며 “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을 당시 ‘킥오프’ 자리에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모은 적은 있지만, 그 이후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