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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어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수연의 아트버스]<11>
- 제임스 앙소르의 ‘음모’(1890). 해학적 가면을 쓰고 익명성에 기대 위선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시대를 풍자한 작품이다. 근대회화에 표현주의란 용어가 생기기도 전 표현주의적인 그림을 그린 선구자로 꼽히는 앙소르는 ‘인간의 숙명’이라 불리는 세상을 냉소와 허무의 눈과 붓으로 풀어놨다. 캔버스에 유채, 90×150㎝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소장.까마득히 오래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린 동굴벽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술의 기원’이란 것을 말입니다. 문자를 대신한 소통이 예술의 목적, 그 전부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내 예술은, 또 미술은 다른 날개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종교를 달고, 휴머니즘을 달고, 상상력을 달았습니다. 20세기쯤 오자 미래를 내다보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과학과 기술을 딛고 서서 인간의 꿈이 도달할 그 너머를 꿈꿨던 겁니다. 이제 현대미술은 영역의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NFT에다가 메타버스에까지 닿아 있지 않습니까. 오랜시간 현대미술의 진격을 지켜봐온 이수연 학예연구사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비로소 가능했던, 예술의 창조적인 경계의 확장을 가져온 미술거장의 삶과 작품 읽기를 통해 예술로 꾸는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그 드넓은 ‘아트버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흔히 우리말로 ‘음모’(1890)라고 번역하는,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1860∼1949)가 그린 작품의 원제는 ‘랭트리그’(L’Intrigue), 영어로는 ‘인트리그’(The Intrigue)다. 원어의 의미나 그림에 얽힌 뒷이야기에 비춰봤을 때 그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한국어 작품명 ‘음모’로는 조금 아쉽다. 차라리 ‘호기심’ 혹은 ‘뒷담화’쯤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만큼 작품은 그로테스크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일품인 19세기 말 플랑드르 지역의 걸작이다. 도대체 무슨 호기심과 뒷담화길래 이토록 냉소적인 제목과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작품에는 얼굴에 가면을 쓴 11명이 등장한다. 중앙에 꽃 꽂은 모자를 쓴 여자와 이 여자가 팔짱을 낀 정장모자의 남자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눈은 온통 이들 커플에 꽂혀 있다. 심지어 붉은 옷을 입은 유모 품에 안긴 아기조차 턱을 들고 이들 커플을 올려다볼 정도다. 어찌 보면 짙은 화장을 한 듯한, 가면에 칠한 요란한 색과 마스카라 선이 이들의 표정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정장모자 남자의 뒤쪽으로 선 두 사람, 그러니까 밀짚모자를 쓴 허수아비 같은 인물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옆의 볼 빨간 인물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정장모자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다. 꽃 모자 여자의 뒤로는 특이한 입모양을 가진 두 명의 여인이 서 있는데, 그 입에는 뭔가 말하고 싶은 마음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맨 앞의 아기 안은 유모는 아예 대놓고 손가락질 중이다. ◇가면, 얼굴 가린 보호구이자 욕망의 포장사실 이들 모두는 막 결혼한 앙소르의 여동생과 그녀의 중국인 아트딜러 남편의 가십을 이야기하지 못해서 안달복달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온 중국인과의 약혼은 오랫동안 벨기에 오스탕드지역에 살던 앙소르 가족의 고향에서 큰 스캔들이 됐고, 가족들은 호기심과 비웃음에 가득 찬 마을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됐다. 앙소르의 가족은 축제용품을 파는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축제에 쓰이는 물품 중 특히 가면은 인파 속에서 얼굴을 가리는 역할이자 동시에 자신의 특징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였으며, 앙소르는 그림에 바로 그 가면을 차용했던 것이다. 화장과 가면은 익명의 군중에 숨어서 떠들어대고 싶은 마을 사람들의 보호구면서 그 욕망을 극대화해 과장되게 표현한 포장인 셈이다. 앙소르는 사람들의 못된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어두운 주제를 따뜻하고 밝은 색감으로 그려내 괴이함을 더했다. 이처럼 밝은 색감은 19세기 말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 아방가르드였던 프랑스 인상주의 화파를 떠올리게 한다. 앙소르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새로운 미술의 흐름을 선구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20인회’(Les XX)를 결성, 당시 인상주의 화가이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오딜롱 르동,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전시를 브뤼셀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색채 실험과 활기찬 도시의 일상을 주로 그렸던 인상주의와는 달리 앙소르의 작품에서 색채는 불안하고 공포에 찬 감정을 상징한다. 밝고 선명한 색채 뒤에 가려진 인간의 두려움과 위선, 폭력적인 본성을 예견하는 앙소르의 그림은 과학과 산업이 발전하고, 소란스러운 도시가 생겨나던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말부터 1차대전 발발 전까지 ‘아름다운 시절’을 일컫는 말)의 명암을 보여준다. 가면 쓴 인간의 위선을 화려한 색채로 풍자한 또 다른 화가도 있다.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 활동하던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1880∼1938)다. 키르히너는 좀더 대담한 붓질과 표현주의 기법으로 20세기 초 변화의 중심에 선 베를린의 불안을 표현했다. 키르히너의 ‘베를린 거리 풍경’(1913)에는 멀리 흘러다니는 군중을 뒷배경으로 삼은 여러 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보라색 옷과 푸른 옷을 입고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두 명의 여자는 몸을 팔러 나온 거리의 여인이며, 등을 돌리며 선 잘 차려입은 남자들은 작가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 또 베를린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들로 보인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베를린 거리 풍경’(1913). 1913년부터 1915년까지 베를린 거리를 소재로 제작한 12점 중 한 점이다. 광포한 도시, 그 속에서 비틀어지고 우울하기만 한 도시인의 내면을 대담하고 빠른 붓질,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선, 격렬하고 침울한 색채에 담아냈다. 지방 시골마을에서 대도시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 키르히너에게 떨어진 문화적·정서적 충격이 짙게 배어 있다. 캔버스에 유채, 120.6×91.1㎝,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이들은 마치 전체 사진의 일부를 잘라낸 듯한 구도로 공간감 없이 거리에서 마주친 순간으로 묘사됐는데, 화려한 옷차림과 달리 표정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그림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에 따르면, 두 명의 여인 곁에서 흘깃거리는 남자들의 모습이 성적인 욕망을 표현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비웃음과 조소, 자기경멸과 같은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이들의 욕망을 추정할 수 있는 장치는 인물들을 둘러싼 정염의 불꽃과도 같은 핑크색 배경뿐이다. 그나마도 어둠이 삼켜 곧 사라질 테지만. ◇‘아름다운 시절’이라지만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아기쁨이나 슬픔 등의 어떤 감정도, 심지어 성적인 긴장감도 느낄 수 없는 그림 속 인물들의 관계는 스쳐 지나가지만 결코 진심으로 만나지 않는 도시인들의 특징을 그대로 닮았다. 실제로 키르히너는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거리풍경은 1911∼1914년 고민했던 주제이다. 그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때였다.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 낮에는 사람과 마차가 가득찬 길을 정처 없이 걸었고, 밤이면 잠 못 든 채 긴 거리를 홀로 배회했다.” 앙소르와 마찬가지로 키르히너도 ‘다리파’란 그룹을 결성해 독일 미술의 전위적인 움직임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이다. 다리파는 원초적인 원색과 자연스럽지 않은 형체, 추상에 대한 반감 등을 특징으로, 자유로운 색채표현을 중시했던 프랑스의 야수주의와 닿아 있었다. 키르히너 또한 과거의 전통에서 벗어나 당대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회화스타일을 추구했는데, 그 덕에 그의 스튜디오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삶을 추구하는 젊은 예술가가 모여드는 둥지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분출하는 욕망과 환상을 드러낼 수 있는 기법을 찾아헤맸고, 바로 거기서 독일 표현주의의 전통이 탄생했다. 그 중심에 섰던 키르히너는 생동하는 색채와 형체가 부서지는 ‘베를린 거리 풍경’을 그려냈지만, 막상 그가 표현한 감성은 앙소르 못지않게 어둡고 외로웠던 것이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베를린 거리 풍경’(1913)과 제임스 앙소르의 ‘음모’(1890)의 부분. 대상을 표현한 기법은 다르지만 가면 쓴 인간의 위선이 풍겨내는 냉소·허무·불안 등을 오히려 밝은 색채로 끌어낸 역설적인 방식은 다르지 않다.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1차대전 이전까지의 빛나는 유럽을 살면서 앙소르와 키르히너는 어째서 그토록 비관주의적인 감정에 빠져 있었을까. 1890년대에 앙소르는 깊은 좌절과 싸우며 스튜디오를 팔기까지 했고, 키르히너는 1차대전에 참전했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화가의 그림은 100년을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들이 그림에서 말한 위선과 자기경멸, 소외와 외로움이 삶의 본질이자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일까. 인간이 비관과 우울의 결말을 향해 가는 길목에는 빠져나갈 다른 샛길은 없는 것일까. 과연 누가 그 답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토록 쓸쓸한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행복한 그림은 줄 수 없는 또 다른 공감과 위안이 다가서기도 한다는 것, 그 공감과 위안이 냉소적인 오스탕드 사람들이나 냉랭한 베를린 거리의 사람들과 달리 우리 인생의 길목에서 발맞춰주는 동지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 사실은 분명하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1979년 생. ‘문자보다 이미지’였다. 이미지의 가능성, 이미지를 읽어내는 방식에 자꾸 관심이 갔다.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방향을 틀었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백남준 퍼포먼스 연구’란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후 미술전문기획사 사무소(SAMUSO) 등을 거쳐 200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면서 전문영역이 선명해졌다. 무빙이미지·영화·인터넷 등 미디어기술의 발전이 미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든 일이다. 내친김에 미국 코넬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미디어기술을 입은 시각문화가 끝없이 진화하는 현장을 학술연구와 연결하는 일에까지 욕심을 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올 가을에 열 ‘백남준 효과’ 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 [여행] 부산의 '리우 예수상', 전쟁의 상흔까지 품어내다
- 한국의 ‘리우 예수상’으로 불리는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의 예수상. 저 멀리 영도까지 아우르는 이색적인 바다 풍광과 두팔을 벌려 부산항과 부산항 대교를 품은 동항성당 예수상의 형상은 이색적이고 멋스럽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의 리우 예수상’이라고 들어보셨어예?” 오래된 부산 지인의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코르코바도산 정상 해발 710m에 자리잡은, 일명 ‘리우 예수상’이 있다. 돌로 만든 조각상 자체 높이만 28m, 양팔 너비 28m에 무게는 1145t에 달하는 예수상.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과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탑’처럼, 이 예수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산 정상까지 설치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 중국의 만리장성과 함께 ‘신(新) 7대 불가사의’(2007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 매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 모습을 보려고 브라질로 향한다. 그런데 국내에, 그것도 부산에 이 예수상에 버금가는 예수상이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품은 ‘부산의 리우 예수상’부산 남구의 우암동.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목적지는 이 마을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동항성당’. 이 성당의 주 건물 위에 ‘부산의 리우 예수상’으로 불리는 예수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성당이 아닌, 성당 뒤편의 골목길로 들어서야 한다.최근까지 성당 뒤 전망대까지 바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길이 막혔다. 대신 마을 골목길로 가야 한다. 안내판을 따라 들어선 골목은 미로처럼 구불구불하면서도 좁다. 전형적인 부산 달동네의 모습. 그래도 골목 사이로 푸른 바다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지겹지 않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우암동의 좁은 골목길. 일제 시대 소막사가 있을 당시 소들이 지나다녔던 길이 지금은 이곳 주민들이 다니는 골목길로 변신했다.골목 끝에 전망대인 ‘우암동 마실길 포토존’이 있다. 이 전망대가 예수상과 부산의 미항을 한데 담는 게 가능한 소위 ‘핫스폿’이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부산항과 부산항대교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동항성당 지붕 위의 예수상이 딱 눈높이만큼 올라와 있다. 물론 리우의 예수상과는 크기도 다르고 풍경도 다르다. 하지만 저 멀리 영도까지 아우르는 이색적인 바다 풍광과 두팔을 벌려 부산항과 부산항 대교를 품은 동항성당 예수상의 형상은 이색적이고 멋스럽다. 특히 낮보다 밤풍경이 더 낭만적이다. 밤바다를 밝게 비추는 부산의 야경과 함께 화려한 부산항대교의 불빛은 리우의 그것보다 더 빼어나고 아름답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한국의 ‘리우 예수상’이라고 불리는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의 예수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과는 크기도 다르고, 풍경도 다르다. 저 멀리 영도까지 아우르는 이색적인 바다 풍광과 두팔을 벌려 부산항과 부산항 대교를 품은 동항성당의 예수상의 형상은 이색적이고 멋스럽다전망대를 나와 동항성당으로 발길을 향한다. 예수상이 바라보는 부산의 바다도 아름답지만, 성당 내 정원도 아담하면서 예쁘다. 빛과 냄새에 모두 초록이 물씬 묻어나는 잔디밭과 정갈하게 단장한 수목, 그리고 성모마리아상도 더 성스럽게 모셔져 있다. 여기에 하나하나 남다른 의미를 가진 조각상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동항성당은 부산 근대 역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1957년 12월 5일 건립된 이 성당에 이듬해 독일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가 부임한다. 몬시뇰 신부는 ‘판자촌의 성자’로 불리는 인물. 그는 평생을 한국에서 사제로 생활하면서 부산의 빈민 구제 사업에 앞장섰다. 개인 재산을 털어 밀가루와 옷을 사들여 피란민에게 나눠주고 전쟁고아를 돌봤다는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1965년에는 후원받은 재봉틀 10대를 기반으로 기술학원도 설립했는데, 이 학원이 지금은 부산문화여고로 이름을 바꾼 한독여자실업학교의 모태가 됐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남구 우암동을 하늘에서 본 모습. 일제 시대 한우를 반출하기 위해 만든 소막사에 피란민들이 모여 살며 지금의 우암동으로 발전했다몬시뇰 신부가 평생을 돌본 마을은 성당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마을인 우암동은 부산에서도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동네. 타임머신을 타고 1960년대나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그래도 좁은 골목과 낮은 건물은 부산항의 마천루와 대비되며 정겹고 포근한 풍경을 선사한다. 몬시뇰 신부가 생전 하루도 빠짐없이 보았을 풍경이다. 성당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정취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동항성당의 성모마리아상◇영화 ‘친구’의 준석이 뛰어놀던 동네의 골목길을 걷다“부산시 남구 우암동 189번지”.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준석(유오성 분)이 재판 중 본적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 영화 대사에 나오는 ‘우암동 189번지’는 허구가 아닌 실제 주소다. 한국전쟁 당시 곽 감독의 아버지가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와 정착한 동네가 바로 우암동이다.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산기슭에 자리한 마을. 사실 이 마을로 피란민이 터를 잡은 것은 사연이 있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우암동에 설치된 황소 조형물우암동은 우리말로 ‘소바우 마을’이다. 소가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의 바위가 있었다고 해서 붙었다. 이름 때문이었을까. 우암동은 일제강점기 이후 소막마을로 불리게 된다. 여기에도 아픈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해마다 전국의 소를 일본으로 빼돌렸다. 그들은 소의 검역과 관리를 위해 소막(牛舍)과 검역소를 우암동에 뒀다. 조선의 소 70%가 우암동 소막을 거쳐 일본으로 반출됐다. 당시 우암동에는 소 60마리를 수용할 수 있었던 소막이 19개 동이 있었다. 이곳에서만 연간 1만 2000여마리가 반출됐다.지금도 소막 지붕과 환기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소막사가 아닌 소막집으로 불린다. 소 대신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어서다. 그중 그나마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던 소막사(1942년 건립)가 2018년 등록문화재(제715호)로 지정했다. 남부중앙새마을금고 버스정류소에서 우암번영로로 꺾어 들어가면 ‘소막마을 이야기’ 안내판 바로 옆에 파란 지붕의 소막집이다.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소막주택을 복원한 모습소막에 사람이 살게 된 것은 광복 후부터. 당시에는 귀환 동포들의 임시 거처로, 한국 전쟁 이후엔 ‘적기수용소’라 불리면서 피란민 수용소로 사용됐다. 폭 5칸(약 9m), 길이 15칸(약 27m)의 소막사 1동에는 수십가구의 피란민이 부대끼며 살았다. 소 1마리가 머물렀던 3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 피란민들의 안식처였던 셈이다. 우암동 골목을 거닐다 보면 당시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전깃줄이 얼기설기 엉켜 있고, 한 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실핏줄 같은 미로가 이어진다.우암동 대로변 건물벽에 그려진 소막사 풍경7부두 버스정류장에서 동항로를 따라 오르면 피란민수용소가 있던 마을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 40여동을 지어 임시 거처로 만들어 준 것이다. 건물이 일본식 표현으로 ‘나래비 섰다’고 해서 주민들은 ‘수용소 나래비집’ 또는 하모니카처럼 생겼다고 해서 ‘하모니카집’으로 부른다. 지금도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 가운데 슬레이트 지붕이 그대로인 곳이 더러 있다. 우리 근현대사의 쓰리고 아픈 흔적이 지금까지 문신처럼 아로새겨져 있는 듯하다.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던 부산의 진짜 속살이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우암동에는 아직도 소막사의 흔적들이 집집마다 남아있다◇여행메모우암동에는 ‘부산의 라라랜드’로 불리는 도시숲 공원이 있다. 최근 뜨는 야경 명소다. 공원 정자 아래에는 도시숲의 메인인 달빛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라라랜드’의 명장면 중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을 추는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고 해서 ‘부산의 라라랜드’로 불리게 됐다. 여기에 보름달 조형물 뒤편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덤이다. 바다 위로 부산항대교가 더 가까이 보이고, 동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영도 봉래산, 제7 부두까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부산의 라라랜드’로 불리는 도시숲 공원의 달빛 조형물
- 윤리위 앞둔 이준석…"이례적 많은 익명 인터뷰, 무슨 의도인가"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자신의 징계를 다룰 윤리위원회를 향해 “이례적으로 익명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는데, 무슨 의도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이 대표는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익명으로 나오는 말들이어서 (윤리위) 나의 다수가 그런 얘기를 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소수 위원이 인터뷰 하는 것은 자신의 뜻을 (징계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봐야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CCTV 공개 예고에 대해서도 “그런 것이 있으면 다 공개하라”며 “제가 거기(대전 유성관광호텔)에 숙박했다는 건 이미 이야기 했고, 그게 무슨 상관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거 없이 단순이 무슨 CCTV를 공개한다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토사구팽’ 당하는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이 대표는 “토사구팽이라고 한다면 그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날 갈등을 빚었던 배현진 최고위원을 향해선 “다소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보면 ‘혁신위가 (이준석) 사조직이다’라고 하는데, 혁신위 구성을 보면 사조직과 전혀 거리가 멀고 특히 장을 맡으신 최재형 의원 같은 경우에는 공명정대로 유명한 분인데, 그분에게 ‘이준석의 말을 따르는 사조직’이라는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이야기를 막 던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보통 사안에 대해 저에 대해 모두가 공격을 하는 것들이 과도한 시점에 (충돌) 하는 것이지, 당내 인사에 대해 먼저 공격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배 최고위원이) 공격을 자제하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한편 최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김 여사가 했던 행보 중 ‘봉하마을을 갔고, 김정숙 여사를 봤다’ 이런 것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할 요소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왜 사적인 인물과 동행했느냐’부터 해서 좀 지엽적인 지적들을 해서 흠이 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민주당에서도 그걸 그렇게까지 부각시켜서 하는 것은 정쟁의 의도가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지인의 아들이라는 분은 저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분은 애초에 굉장히 역량이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을 선거 기간 중에 여러 위치에서 보좌했고 주변에서 평가도 굉장히 좋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을 지인의 아들이라고 배제한다고 하는 것은 나름의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비서진을 뽑는 데 있어서는 때로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 때로는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이 두루 기용된다”고 말했다.
- “인천시민 우롱하는 신창현 매립지공사 사장 사퇴하라”
- 인천 검단환경지킴이 등 5개 주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검단환경지킴이 제공)[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주민단체들이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인천 검단환경지킴이, 수도권매립지연장반대 범시민사회단체협의회, 서구단체총연합회 등 5개 주민단체 회원 15명은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0만 인천시민, 매립지 주민을 우롱하는 신창현 사장은 퇴진하라”고 밝혔다.이들은 “신 사장이 매립지 영구화를 위해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매립지 자체가 대체매립지이다, 매립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였다, 4매립장 먼저 사용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인천시민을 우롱하면서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항성 검단환경지킴이 회장은 “30년간 매립지로 인해 각종 환경오염 시설이 난립해 환경개선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서구임에도 (신 사장은) 2042년까지 공사의 존립만을 위해 주민을 조롱하고 있다”며 “이제 수도권매립지를 2025년 종료하고 쾌적한 환경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김선홍 수도권매립지연장반대 범시민사회단체협의회장은 “신 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30년 동안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 행사를 못하면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기다려온 지역주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수도권 2500만명이 먹고 쓰고 버린 쓰레기를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했고 여기서 발생하는 악취, 미세먼지, 분진, 침출수 때문에 건강피해와 토양오염, 수질오염 등의 피해를 서구주민이 몽땅 떠안았다”고 주장했다.인천 검단환경지킴이 등 5개 주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검단환경지킴이 제공)김 회장은 “수도권매립지 주변 주민은 1992년 매립 초기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며 “매립이 시작되면서 매립지 입구 사월마을 주변에 대형 순환골재처리장, 건설폐기물처리장, 불법 적치된 1500만톤 건설폐기물 등이 들어서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이보영 서구단체총연합회장은 “매립지가 조성되면서 주변에 환경오염시설이 하나둘 건설됐다”며 “금호마을로부터 200~300m 부근에 아스콘공장 11곳 등이 들어서 환경여건에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임종성(경기 광주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발의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자원순환을 빌미로 매립지를 영구화하려는 꼼수이다”며 “법률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순간 17.2% 자체 최고로 종영…'우블'이 선사한 인생 메시지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자”는 따뜻한 삶의 메시지와 함께 자체 최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가 지난 12일 뜨거운 호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3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15.7%, 최고 18.6%,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4.6%, 최고 17.3%로,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tvN 타깃인 남녀 2049시청률 역시 수도권 기준 평균 6.3%, 최고 7.6%, 전국 기준 평균 6.6%, 최고 7.7%로, 역시 자체 최고치이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기록이다. 최종회가 선사한 묵직한 울림은 안방극장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평생에 걸쳐 엄마 강옥동(김혜자 분)을 원망한 이동석(이병헌 분)은 엄마가 죽고 나서야 자신이 엄마를 미워했던 게 아니라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강옥동은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이동석이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만 끓여 놓고 떠났다. 그것이 강옥동이 남긴 사랑의 의미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강옥동이 죽은 뒤에야 이동석은 엄마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끌어안으며 오열했다.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가까이 머물러 있었다. 뒤늦게 원망을 풀고 화해한 모자의 모습이 눈물과 함께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리고,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삶은 변함없이 계속됐다. 푸릉마을 체육대회를 위해 제주에서 뭉친 ‘우리들의 블루스’ 주인공들과 행복한 모습과 함께, 모든 출연진이 등장해 엔딩을 장식했다.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제작진은 ‘우리는 이 땅에 괴롭고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드라마의 마지막 여운을 더했다. ◇노희경 작가 표 ‘옴니버스 드라마’‘우리들의 블루스’는 “모두의 삶은 가치가 있고 행복해야 한다”는 노희경 작가의 기획의도에 따라, 15명 주인공을 세워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냈다. 9개의 에피소드에 다양한 삶을 녹여냈고, 덕분에 시청자는 넓은 시야로 인간을 보고, 드라마가 전하는 울림을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다.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엄정화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옴니버스 형식이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지만, 다른 에피소드의 주변인으로도 등장해 서사를 쌓아가는 배우들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안기기도 했다. 노희경 작가는 개별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의 몰입도를 끌어올려 후반부까지 뒷심을 발휘했다. 여기에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한 김규태-김양희-이정묵 세 감독의 협업도 시너지를 이뤘다.◇열다섯 배우들의 ‘다채로운 인생 열연’평생 엄마를 원망하며 그리워했던 트럭만물상 동석(이병헌 분), 우울증에 갇혀 있던 선아(민선아 분), 가장의 무게를 짊어졌던 기러기아빠 한수(차승원 분), 가족들 부양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생선장수 은희(이정은 분),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를 둔 해녀 영옥(한지민 분), 바다 같은 사랑을 보여준 순정파 선장 정준(김우빈 분). 아들과 남처럼 지냈던 시한부 옥동(김혜자 분), 하나 남은 아들을 잃을 뻔했던 춘희(고두심 분), 절친한 친구에게 상처 입었던 미란(엄정화 분),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인권(박지환 분), 보란 듯 딸을 잘 키워보고 싶었던 호식(최영준 분), 원수 아버지들 사이 사랑을 키운 현(배현성 분)과 영주(노윤서 분), 동생이 그리울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는 영옥의 다운증후군 언니 영희(정은혜 분), 제주에 갑자기 떨궈진 춘희의 손녀 은기(기소유 분).제주 푸릉마을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들의 각양각색 인생은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상처와 사연이 있는 삶을 그려낸 15명 배우들의 다채로운 열연은 극을 가득 채웠다. 배우들은 제주 사투리를 실감나게 구현하는가 하면, 삶의 애환이 묻어난 진한 감정 연기로 매회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노희경 작가는 방송에 앞서 “그들에게 어울리는 배역, 능숙한 배역이 아닌,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에서 잘 안 했던 역할을 주자. 배우들이 고민하게 하자.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그 배우들을 새롭게 보게 하자”라며, 연기를 관전포인트로 꼽은 바. 자신의 인생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들은 연기력으로 주목받으며 호평을 얻었다.◇우리를 위로한 이야기, ‘인생 드라마’무엇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절망, 상처에 머무르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희망, 위로, 용기를 그려나갔다. 극 중 인물들은 버겁고 힘든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야.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게”, “태풍처럼 모든 게 지나갈 거야”,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잖아”라고 말해주며 위로를 전했다. 이웃, 친구, 남녀, 부녀, 자매, 모자 등 다양한 관계 속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의지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따스한 온기를 선사했다. ‘살아있는 모두 행복하라!’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뭉클하게 각인시켜준 ‘우리들의 블루스’는 시청자들에게 오래 기억될 인생 드라마로 남게 됐다.한편,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 12일 2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우블' 이병헌·김혜자, 모자의 마지막 여행…14.2% 자체 최고
- (사진=tvN 방송화면)[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우리들의 블루스’가 애증의 모자(母子) 김혜자와 이병헌의 마지막 여행 시작을 알리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6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 18회 시청률은 수도권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13.2%, 최고 15.1%로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과 함께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전국 가구 시청률도 평균 12.5%, 최고 14.2%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4.8%, 최고 5.7%, 전국 기준 평균 5.1%, 최고 5.9%로, 역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 대미를 장식할 에피소드인 ‘옥동과 동석1’의 막이 올랐다. 시작은 이동석(이병헌 분)이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강옥동(김혜자 분)의 소식을 접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평생 원망의 대상이었던 엄마의 시한부 소식에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 이동석에게 강옥동은 계속 연락을 했다. 첩살이로 들어간 두 번째 남편의 제사를 가야 한다며, 목포에 데려가 달라는 연락이었다. 이동석은 그 연락을 받지 않았다.이동석의 무심함에 푸릉마을 누나, 형들이 나섰다. 정인권(박지환 분)은 “어멍(엄마)이 말기 암이라는데. 네가 인간이면 당장 찾아 뵙고 지난날 용서 빌고 효도해야지”라며 쓴소리를 했고, 정은희는 “화내는 것도 어멍 건강하실 때나 할 수 있다. 네가 져라. 어멍 소원 들어줘. 목포 가”라고 말하며 달랬다.이동석은 강옥동이 왜 이러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마 노릇한 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 아들 노릇을 바라는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엄마가 죽어서 후회를 해도 나중에 하겠다며 버텼다. 이동석은 누나, 형들에게 “남 일이라고 말도 참 쉽게 하시네”라고, “내가 여자를 만나도 결혼 생각을 안 한 이유가 뭔 줄 알아? 어멍, 아니 강옥동 여사랑 닮았을까 봐 두려워서. 내 어멍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뭘 이해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이와 함께 이동석은 상처가 된 매정했던 강옥동과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동석은 강옥동이 아빠의 친구이자, 자신의 친구였던 종우, 종철 아빠의 첩으로 살러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그때 강옥동이 한 말은 ‘이제 어멍이라 부르지 마라. 작은 어멍이라 부르라’는 것. 강옥동은 싫다는 어린 동석의 뺨을 쳤고, 이동석은 그때부터 시키는 대로 강옥동을 ‘작은 어멍’이라 부르며 살았던 것이었다. 종우, 종철에게 맞고 있을 때도, 금붙이를 털어 집을 나갈 때도, 같이 나가자고 할 때도, 울며 말리기는커녕 덤덤히 바라만 보던 강옥동의 모습은 이동석의 가슴 속 응어리가 됐다.이동석은 민선아(신민아 분)에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앞서 아들을 향한 민선아의 깊은 모정에 이동석은 ‘엄마 강옥동은 어땠을지’라고 의문을 띄우기도 했던 바. ‘따질 수 있을 때 따지고, 물어볼 수 있을 때 물어보라’는 민선아의 조언에 그는 결심했다. 이동석은 “좋다. 붙어보자. 내가 싹 다 물어볼 거야. 그때 왜 그랬는지. 그때 날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어멍을 어멍이라 부르는데 왜 때렸는지”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렇게 강옥동과의 목포행을 결심했지만, 이동석은 그 와중에 강옥동의 속을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에 화가 슬슬 올라왔다. 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강옥동은 집 청소에 종우, 종철에게 줄 반찬까지 챙겼다. 여기에 현춘희(고두심 분)까지 의식을 찾은 아들 만수를 보러 간다며 합류했다.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는 두 어멍 때문에 이동석은 열불이 터졌고, 이미 배가 떠난 뒤 항구에 도착했다.방송 말미, 쉽지 않은 여정을 직감하는 이동석의 모습이 이들의 여행을 궁금하게 했다. 화를 참는 이동석을 향해 현춘희는 “커피”라고 툭 요구했고, 강옥동은 “아침 먹고 커피 마셔”라고 태평하게 말했다. 이동석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평생 엄마의 뒷모습을 원망스럽고 그립게 바라보던 이동석과, 입을 꾹 다문 채 사연 많은 눈빛을 하고 있는 강옥동. 사랑하지만 침묵과 미움을 품어왔던, 애증 가득한 두 모자는 묵은 앙금을 풀 수 있을까. 김혜자, 이병헌의 명연기와 함께 빛날 ‘옥동과 동석’ 에피소드에 기대감이 치솟는다.한편, 마지막 여행을 떠난 두 모자의 이야기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19회 ‘옥동과 동석2’은 6월 11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 구씨·추앙 신드롬 남긴 '나의 해방일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
- ‘나의 해방일지’(사진=JTBC)[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나의 해방일지’가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다.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 제작 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가 지난 29일 뜨거운 호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7.6%, 전국 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 한 번 운명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염창희(이민기 분)는 장례지도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언제나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오던 염미정(김지원 분)은 마침내 내면을 사랑으로 가득 채웠다. 행복하면 더 큰 불행이 올까 두려워했던 구씨(손석구 분)는 조금씩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며 변화했다. 염기정(이엘 분)은 조태훈(이기우 분)과 끝까지 행복을 지키며 설렘을 안겼다. 염씨 삼 남매와 구씨는 그렇게 인생을 이어나갔다. 고되고 어려운 인생에도 한발 한발 나아가는 이들의 변화는 가슴 뭉클한 감동과 위로를 남겼다.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 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저마다의 인생에서 ‘해방’을 꿈꿨던 인물들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았다. 마침내 해방감을 느끼며 미소 짓는 네 사람의 얼굴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봄을 불러왔다. 삶은 계속되고 또다시 겨울은 오겠지만, 인생을 환대하는 법을 배운 염씨 삼 남매와 구씨는 삶을 견뎌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다음 문장을 열어두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나의 해방일지’는 시작부터 차원이 다른 감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 마을에 사는 염씨 삼 남매는 리얼한 일상으로 공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이들 각자가 품고 있는 고민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들이었다. 삼 남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시청자도 울고 웃었다. 그러다 불쑥 낯선 설렘이 찾아왔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꺼낸 염미정의 “날 추앙해요”라는 고백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서로를 구원하며 변화해나가는 염미정과 구씨의 특별한 사랑은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염창희와 염기정의 이야기도 공감과 함께 유쾌한 웃음을 더했다.구씨와 염미정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함께 드러난 구씨의 과거사, 서울로 돌아가게 된 구씨, 삼 남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팀장과 친구의 불륜에 휘말린 염미정, 염창희의 퇴사 등 모든 인생이 그러하듯 이들에게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찾아왔다. 이를 통해 ‘나의 해방일지’는 시청자들에게 인생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여운을 남겼다.‘나의 해방일지’는 회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추앙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드라마 화제성 지수 차트를 싹쓸이 하는 등 열띤 반응이 쏟아졌다.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과 따스한 시선으로 작은 감정선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낸 김석윤 감독과 박해영 작가의 명불허전 시너지에 찬사가 이어졌다.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은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인생캐’를 다시 썼다. 이민기는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로 주목받았고, 김지원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짙은 감성연기로 몰입을 이끌었다. 손석구는 전무후무한 ‘구씨’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매회 화제의 중심에 섰고, 이엘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 안에 진솔함을 녹여내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천호진, 이기우, 박수영, 정수영, 전혜진, 이경성, 김로사, 이지혜 등 연기 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천호진과 이경성은 현실 아버지, 어머니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이기우, 박수영, 이지혜는 ‘해방클럽’이란 힐링조합으로 사랑받았다. 정수영, 김로사는 리얼한 연기로 매 장면 감칠맛을 더했고, 전혜진은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나의 해방일지’는 막을 내렸지만, 인물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삶이 계속되는 한 삼 남매와 구씨는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해방일지’를 완성해나갈 것.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행복하기 어려운 삶에서 잠시나마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준 ‘나의 해방일지’는 오래 기억될 드라마로 남았다.
- 세 할머니의 웃픈 인생 담은 '그대는 봄' 네번째 앙코르
- 연극 ‘그대는 봄’(사진=극단 마음같이)[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가슴 시리면서도 유쾌한 세 할머니의 ‘웃픈’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연극 ‘그대는 봄’(김정숙 작, 현대철 연출)이 네 번째 앙코르 공연에 돌입한다. ‘그대는 봄’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2주간 서울 대학로 소극장 스튜디오76에서 막을 올린다.‘그대는 봄’은 2020년 5월 초연 이후 그해 6월과 7월 연이은 앙코르 공연까지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50여 년을 한 마을에 산 세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들은 피붙이나 다름없는 생의 벗들이다. 아들 자랑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정철이네, 식구라고는 강아지 하나밖에 없는 장계네, 아웅다웅 그칠 줄 모르는 이 둘 사이에 낀 민관이네.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 살지만 그들은 오늘도 함께하는 낙으로 산다.이 작품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고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유쾌한 작품이다. 공연 내내 관객들을 웃기는 유머 속에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뭉클함으로 오랜만에 따뜻한 인간미와 사람 내음을 선사한다.민관이네는 류지애, 장계네는 박무영, 정철네는 한혜수가 각각 연기해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사로잡는다.대본을 쓴 김정숙 작가는 가족 이야기에 남다른 깊이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홍시 열리는 집’, ‘눈 오는 봄날’, ‘그 집에는’, ‘복동이’ 등의 작품으로 가족과 이웃, 사랑의 의미를 전파한 김정숙 작가는 ‘눈 오는 봄날’로 2010년 전국연극제 대상(대통령상)을 비롯해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등 주요 상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현대철 극단 마음같이 대표는 “템포가 빠르고, 코믹하면서도 찐한 울림이 ‘그대는 봄’의 인기 비결”이라며 “‘그대는 봄’을 통해 자식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에게 ‘우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살자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살아 있는 나날들이 언제나 봄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문화평론가 오대혁(시인)은 “‘그대는 봄’은 여성 버디 연극의 면모를 갖추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처럼 세 여성의 우정, 그리고 성장의, 한국적 서사가 나타난다”며 “연극이 연출해내는 세 할머니들의 퍼포먼스는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 세 사람의 율동은 배꼽을 잡게 한다. 그들의 늙음은 결코 슬프거나 허탄하지 않고, 활기차며 아름답다”고 평했다.
- 문재인·노무현 5년 만의 재회…여야, 13주기 추도식 `동상이몽`
-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임기 동안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스스로의 다짐대로 재임 중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22일 노무현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임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지난 9일 퇴임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5년 만에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을 찾는 셈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패배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다시 찾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 한 모양새가 됐다.6·1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이날 추도식에는 여야 지도부도 총출동할 예정이다. 정부 측에서는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한다. 국민의힘 측은 한 총리 인준안 통과 이후 통합 행보를 가속화 해 중도층 표심 공략 등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 11주기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지난해 김기현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에 이어 3년 연속 참석이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윤호중·박지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도부 대다수가 총출동한다.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문희상 전 국회의장,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전 총리 등 친노·친문 원로들도 자리할 예정이다. 당 지지율 하락세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 추도식이 핵심 지지층을 재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공화국`의 공포 정치, 정치 보복이 노골화 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서거했다는 점에서, `검찰 공화국` 프레임이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전 대통령 등 야권 핵심 인사들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201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김민석 공동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봉하(추도식이) 지나고 나면 격전지·경합지에서 맹렬한 추격 시작하려 한다”면서 “대선 이후 우울함이나 정치로부터의 거리감을 호소하는 지지자들의 막판 결집을 호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라의 균형을 잡기 위해 다시 한번 결집해 달라, 투표장에 나가달라고 할 것”이라면서 “(그래야)민주주의가 역행하고 평화가 뒤로 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절박하게 결집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을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한준호 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추도식 참석을 총리 인준 여부와 연계해 흥정의 카드처럼 만든 것은 협치에 대한 모독”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협치와 통합은 협박과 정략의 다른 말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 [여행] 한 사람 아닌 모두를 위한 '청와대'를 가다
- 지난 10일 완전 개방된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이 대정원을 통과해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관람객들은 청와대 경내의 건물과 문화재, 그리고 산책로를 돌아보는 등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를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하루에만 무려 2만 5000명의 시민들이 청와대를 관람했다.[청와대(서울)=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의 주소지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 권력의 심장이자, 수뇌부였던 곳. 자연스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이자 한편으로는 경외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대상이었다. 이곳을 거쳐 간 역대 대통령의 드라마 같은 영욕의 세월만 봐도 그렇다. 그랬던 청와대가 지난 10일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면서다. 한국 현대사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권력의 중심에서 국민의 곁으로 자리를 바꾸는 순간이었다.청와대 춘추관의 청와대 안내문◇청와대 관람 사전신청에 112만명이 몰린 이유청와대가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첫날. 무려 2만 5000명이 줄을 서서 청와대를 관람했다. 이번 청와대 개방에 사전 신청인원만 무려 112만명에 달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아마도 최고 권력자의 삶과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전까지 내부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그 실체는 철저한 보안 대상이었다.비록 최고 권력자는 떠났지만, 그 집을 구경하려는 이들로 청와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청와대 앞을 지날 때면 느껴졌던 위압감은 거의 없었다. 같은 공간일지라도, 그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그 가치와 무게감이 달라진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주인이 바뀌면서 누구나 편히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청와대를 지키는 이들에게선 여전히 경계의 눈빛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을 둘러보는 새 주인들의 눈빛에는 새집을 둘러보듯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청와대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가 열리거나 국빈이 방문했을 때 오찬이나 만찬 등 공식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청와대는 언제 이곳에 들어선 것일까. 잠깐 그 역사를 살펴보자. 이 자리는 원래 고려시대 왕가의 별궁이 있던 자리였다. 고려 숙종 때는 이곳에 처음 궁궐터를 조성했고,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고종은 이곳에 경무대라는 전각을 세우고 과거 시험장과 무예 연습장으로 사용했다.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관저가 세워졌다. 일제는 경무대를 허물고 이곳에 관저를 세웠다. 조선 총독은 이곳에서 머물며 조선의 왕궁을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치욕스러운 역사였던 셈이다. 광복 후인 1948년 8월. 당시 대한민국 단독 정부가 수립되면서, 다시 경무대(景武臺)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이후 1960년대에 ‘청기와 지붕 건물’이라는 뜻의 ‘청와대’로 개명됐다. 지난 100년간 외세의 침탈에 몸살을 앓았던 우리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겪어온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1993년에 이르러서야 일제 총독관저가 철거되면서 우리의 아픈 상처도 막 아물어가고 있다는 것이다.청와대 본관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관람객들청와대는 이후 수많은 국가원수의 일터이자, 쉼터로 기능해왔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관저’와 대통령이 집무를 보거나 외빈을 접견하는 ‘본관’, 외국 대통령이나 수상을 맞이했던 ‘영빈관’, 다채로운 야외행사가 열렸던 ‘녹지원’,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이자 청와대 출입 기자의 사무실인 ‘춘추관’ 등 많은 시설이 이곳에 들어섰다. 이렇게 개방되고 보니 청와대는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청와대 녹지원의 탁 트인 공간에 눈에 띄는 것은 한 그루의 나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산 반송. 17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고목이다.◇국민 품으로 완전히 돌아온 청와대를 거닐다 청와대 입구는 총 3곳이 있다. 정문과 양옆의 영빈문, 춘추문 등이다. 삼청동으로 간다면 춘추문을, 효자동에선 영빈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삼청동에서 정문으로 향한다면 색다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왼쪽으로는 경복궁 돌담이, 오른쪽으로는 청와대 건물이 놓여 있다. 조선시대 궁의 운치와 대한민국 정부의 위엄이 공존한다. 이제는 누구의 제지도 없이 마치 마을 돌담길을 걷듯 편한 마음으로 거닐 수 있게 된 거리다.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세 곳의 출입문 중 춘추문으로 들어서면 춘추관이다.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하는 청와대의 프레스센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역사를 기록하는 관서인 춘추관에서 이름을 따왔다.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청와대 소정원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시민들춘추관 옆은 헬기장이다. 알록달록한 그늘 의자들이 예쁘게 놓여있는데, 누구든 편하게 들어가 쉴 수 있도록 했다. 헬기장을 지나자 탁 트인 녹지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탁 트인 공간에 눈에 띄는 것은 한 그루의 나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산 반송. 17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고목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기념일에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녹지원 뒤편의 상춘재는 청와대 경내에 지어진 최초의 한옥 건물이다. 1983년 내외빈 접객을 위해 지어졌다.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해 정성들여 지은 건물. 덕분에 외국 귀빈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한옥을 소개할 수 있었다. 상춘제를 본 외국의 수많은 정상은 우리 한옥의 정갈한 기품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청와대 경내 산책로에 있는 ‘침류각’본관으로 가는 길에는 구 본관 터를 만날 수 있다. 1993년 옛 총독관저가 철거된 후 터만 남아 있다. 구 본관 터를 지나면 이제 청와대의 상징 같은 건물, 푸른 기와의 본관을 마주하게 된다. 본관은 의외로 역사가 깊지 않다. 1991년에 완공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건물 외부는 전통적인 왕궁 건축기법을 토대로 설계했다. 팔작지붕의 처마 끝에 올려진 열한개의 잡상이 왕실의 건축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접견실이 있었다. 그 밖에도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 소규모 연회장으로 이용되는 인왕실, 외빈을 만나는 집현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 외교에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의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 곳들이다.청와대 경내 산책로에 있는 문화재인 ‘오운정’영빈관은 2층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다. 열여덟 개의 기둥들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특히 전면에 배치된 네 개의 돌기둥은 바위 하나를 통째로 깎아내어 이음새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대규모 회의가 열리거나 국빈이 방문했을 때 오찬이나 만찬 등 공식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마지막으로 본관 앞 대정원과 소정원, 그리고 침류각과 오운정,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불여래좌성)로 이어지는 경내 산책로도 청와대에서 봄나들이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들이다.청와대 경내 산책로에 있는 문화재인 보물 제1977호인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 우려하던 출근길 버스대란 피했다…경기·대구 등은 추가 불씨 여전(종합)
- 서울 시내 버스 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26일 예정됐던 전국 버스노동조합 파업이 유보·철회되면서 출근길에 우려됐던 최악의 교통대란은 피하게 됐다. 다만 경기, 대구 등은 당장 시내버스를 정상운행하기로 했지만 추가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 파업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서울 버스업계 등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역에서는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6일 버스 총파업을 예고한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전북, 경남, 창원, 제주 등 전국 8개 지역 버스업계 노사의 협상 결과 각 지역별로 협상 결과가 엇갈렸다. 서울·부산 등 5개 지역 노사는 첫차 운행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타결했고, 경기·대구 등 일부 지역 노사는 조정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먼저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이날 새벽 1시 30분까지 10시간여 동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결과, 극적으로 입금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노사 양측이 임금 5%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게 됐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 1차 사후조정에서 협상을 타결한 26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조장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당초 노조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임금 32만2276원(4호봉 기준 8.09%) 정액 인상, 고용 안정 협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 버스회사들의 임금은 지난 2020년 2.8%가 인상된 이후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에는 동결됐다. 사측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승객 감소 등에 따른 재정 악화를 이유로 임금 동결을 주장했지만 결국 막판에 임금 5% 인상에 합의했다. 만약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 서울 버스노조는 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 서울 시내버스 61개사 7222대 시내버스, 조합원 약 1만7000명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는 전체 서울 시내버스의 98%에 해당한다.경기도의 경우 전체 버스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36개 버스업체가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사측과 벌인 막판 협상에서 파업 유보를 결정했다. 당초 노조는 이날 협상이 결렬될 경우 26일 오전 4시 첫차부터 경기도 전체 버스의 43%에 달하는 7000여대의 운행을 멈추고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이로써 버스는 정상 운행하지만 추가로 협상할 여지를 남겨뒀다. 경기도와 사측이 노조의 입장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기로 한데다 지방선거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된 김은혜 의원도 노조원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하면서 노조가 조정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26일 오전 부산 금정구 금정시내버공용차고지에서 버스들이 운행을 나서고 있다. 부산 시내버스 노사가 총파업 1시간여 앞두고 장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인 타결을 했다.(사진=뉴스1)부산 시내버스 노사는 첫차 운행을 1시간여 앞둔 시점에, 제주 준공영제 7개 버스업체 노사는 파업을 불과 50분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부산버스 노조는 이날 새벽 3시15분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임금 5% 인상안으로 최종 합의했다. 또 마을버스 노사도 임금 3.8% 인상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전날 오후 2시부터 마지막 쟁의조정 회의에 돌입한 지 13시간여 만이다.전북과 경남, 창원, 제주 지역 버스 노사도 협상을 완료해 정상운행 중이다. 전북자동차노동조합과 시내·농어촌버스사,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11시간에 걸쳐 노동쟁의 2차 조정 회의를 벌인 결과 임금을 2% 인상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다만 전주시 2개 업체는 ‘민주노총’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다음달 10일까지 조정 기한을 유보하기로 했다. 대구 시내버스 노사는 제2차 쟁의 조정회의 마감 시간을 26일 오후 6시까지 연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다시 만나 조정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