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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어둠, 그것이 인간의 본성<11>
  • 밝은 어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수연의 아트버스]<11>
  • 제임스 앙소르의 ‘음모’(1890). 해학적 가면을 쓰고 익명성에 기대 위선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시대를 풍자한 작품이다. 근대회화에 표현주의란 용어가 생기기도 전 표현주의적인 그림을 그린 선구자로 꼽히는 앙소르는 ‘인간의 숙명’이라 불리는 세상을 냉소와 허무의 눈과 붓으로 풀어놨다. 캔버스에 유채, 90×150㎝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소장.까마득히 오래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린 동굴벽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술의 기원’이란 것을 말입니다. 문자를 대신한 소통이 예술의 목적, 그 전부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내 예술은, 또 미술은 다른 날개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종교를 달고, 휴머니즘을 달고, 상상력을 달았습니다. 20세기쯤 오자 미래를 내다보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과학과 기술을 딛고 서서 인간의 꿈이 도달할 그 너머를 꿈꿨던 겁니다. 이제 현대미술은 영역의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NFT에다가 메타버스에까지 닿아 있지 않습니까. 오랜시간 현대미술의 진격을 지켜봐온 이수연 학예연구사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비로소 가능했던, 예술의 창조적인 경계의 확장을 가져온 미술거장의 삶과 작품 읽기를 통해 예술로 꾸는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그 드넓은 ‘아트버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흔히 우리말로 ‘음모’(1890)라고 번역하는,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1860∼1949)가 그린 작품의 원제는 ‘랭트리그’(L’Intrigue), 영어로는 ‘인트리그’(The Intrigue)다. 원어의 의미나 그림에 얽힌 뒷이야기에 비춰봤을 때 그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한국어 작품명 ‘음모’로는 조금 아쉽다. 차라리 ‘호기심’ 혹은 ‘뒷담화’쯤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만큼 작품은 그로테스크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일품인 19세기 말 플랑드르 지역의 걸작이다. 도대체 무슨 호기심과 뒷담화길래 이토록 냉소적인 제목과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작품에는 얼굴에 가면을 쓴 11명이 등장한다. 중앙에 꽃 꽂은 모자를 쓴 여자와 이 여자가 팔짱을 낀 정장모자의 남자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눈은 온통 이들 커플에 꽂혀 있다. 심지어 붉은 옷을 입은 유모 품에 안긴 아기조차 턱을 들고 이들 커플을 올려다볼 정도다. 어찌 보면 짙은 화장을 한 듯한, 가면에 칠한 요란한 색과 마스카라 선이 이들의 표정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정장모자 남자의 뒤쪽으로 선 두 사람, 그러니까 밀짚모자를 쓴 허수아비 같은 인물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옆의 볼 빨간 인물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정장모자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다. 꽃 모자 여자의 뒤로는 특이한 입모양을 가진 두 명의 여인이 서 있는데, 그 입에는 뭔가 말하고 싶은 마음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맨 앞의 아기 안은 유모는 아예 대놓고 손가락질 중이다. ◇가면, 얼굴 가린 보호구이자 욕망의 포장사실 이들 모두는 막 결혼한 앙소르의 여동생과 그녀의 중국인 아트딜러 남편의 가십을 이야기하지 못해서 안달복달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온 중국인과의 약혼은 오랫동안 벨기에 오스탕드지역에 살던 앙소르 가족의 고향에서 큰 스캔들이 됐고, 가족들은 호기심과 비웃음에 가득 찬 마을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됐다. 앙소르의 가족은 축제용품을 파는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축제에 쓰이는 물품 중 특히 가면은 인파 속에서 얼굴을 가리는 역할이자 동시에 자신의 특징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였으며, 앙소르는 그림에 바로 그 가면을 차용했던 것이다. 화장과 가면은 익명의 군중에 숨어서 떠들어대고 싶은 마을 사람들의 보호구면서 그 욕망을 극대화해 과장되게 표현한 포장인 셈이다. 앙소르는 사람들의 못된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어두운 주제를 따뜻하고 밝은 색감으로 그려내 괴이함을 더했다. 이처럼 밝은 색감은 19세기 말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 아방가르드였던 프랑스 인상주의 화파를 떠올리게 한다. 앙소르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새로운 미술의 흐름을 선구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20인회’(Les XX)를 결성, 당시 인상주의 화가이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오딜롱 르동,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전시를 브뤼셀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색채 실험과 활기찬 도시의 일상을 주로 그렸던 인상주의와는 달리 앙소르의 작품에서 색채는 불안하고 공포에 찬 감정을 상징한다. 밝고 선명한 색채 뒤에 가려진 인간의 두려움과 위선, 폭력적인 본성을 예견하는 앙소르의 그림은 과학과 산업이 발전하고, 소란스러운 도시가 생겨나던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말부터 1차대전 발발 전까지 ‘아름다운 시절’을 일컫는 말)의 명암을 보여준다. 가면 쓴 인간의 위선을 화려한 색채로 풍자한 또 다른 화가도 있다.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 활동하던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1880∼1938)다. 키르히너는 좀더 대담한 붓질과 표현주의 기법으로 20세기 초 변화의 중심에 선 베를린의 불안을 표현했다. 키르히너의 ‘베를린 거리 풍경’(1913)에는 멀리 흘러다니는 군중을 뒷배경으로 삼은 여러 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보라색 옷과 푸른 옷을 입고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두 명의 여자는 몸을 팔러 나온 거리의 여인이며, 등을 돌리며 선 잘 차려입은 남자들은 작가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 또 베를린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들로 보인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베를린 거리 풍경’(1913). 1913년부터 1915년까지 베를린 거리를 소재로 제작한 12점 중 한 점이다. 광포한 도시, 그 속에서 비틀어지고 우울하기만 한 도시인의 내면을 대담하고 빠른 붓질,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선, 격렬하고 침울한 색채에 담아냈다. 지방 시골마을에서 대도시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 키르히너에게 떨어진 문화적·정서적 충격이 짙게 배어 있다. 캔버스에 유채, 120.6×91.1㎝,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이들은 마치 전체 사진의 일부를 잘라낸 듯한 구도로 공간감 없이 거리에서 마주친 순간으로 묘사됐는데, 화려한 옷차림과 달리 표정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그림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에 따르면, 두 명의 여인 곁에서 흘깃거리는 남자들의 모습이 성적인 욕망을 표현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비웃음과 조소, 자기경멸과 같은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이들의 욕망을 추정할 수 있는 장치는 인물들을 둘러싼 정염의 불꽃과도 같은 핑크색 배경뿐이다. 그나마도 어둠이 삼켜 곧 사라질 테지만. ◇‘아름다운 시절’이라지만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아기쁨이나 슬픔 등의 어떤 감정도, 심지어 성적인 긴장감도 느낄 수 없는 그림 속 인물들의 관계는 스쳐 지나가지만 결코 진심으로 만나지 않는 도시인들의 특징을 그대로 닮았다. 실제로 키르히너는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거리풍경은 1911∼1914년 고민했던 주제이다. 그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때였다.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 낮에는 사람과 마차가 가득찬 길을 정처 없이 걸었고, 밤이면 잠 못 든 채 긴 거리를 홀로 배회했다.” 앙소르와 마찬가지로 키르히너도 ‘다리파’란 그룹을 결성해 독일 미술의 전위적인 움직임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이다. 다리파는 원초적인 원색과 자연스럽지 않은 형체, 추상에 대한 반감 등을 특징으로, 자유로운 색채표현을 중시했던 프랑스의 야수주의와 닿아 있었다. 키르히너 또한 과거의 전통에서 벗어나 당대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회화스타일을 추구했는데, 그 덕에 그의 스튜디오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삶을 추구하는 젊은 예술가가 모여드는 둥지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분출하는 욕망과 환상을 드러낼 수 있는 기법을 찾아헤맸고, 바로 거기서 독일 표현주의의 전통이 탄생했다. 그 중심에 섰던 키르히너는 생동하는 색채와 형체가 부서지는 ‘베를린 거리 풍경’을 그려냈지만, 막상 그가 표현한 감성은 앙소르 못지않게 어둡고 외로웠던 것이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베를린 거리 풍경’(1913)과 제임스 앙소르의 ‘음모’(1890)의 부분. 대상을 표현한 기법은 다르지만 가면 쓴 인간의 위선이 풍겨내는 냉소·허무·불안 등을 오히려 밝은 색채로 끌어낸 역설적인 방식은 다르지 않다.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1차대전 이전까지의 빛나는 유럽을 살면서 앙소르와 키르히너는 어째서 그토록 비관주의적인 감정에 빠져 있었을까. 1890년대에 앙소르는 깊은 좌절과 싸우며 스튜디오를 팔기까지 했고, 키르히너는 1차대전에 참전했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화가의 그림은 100년을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들이 그림에서 말한 위선과 자기경멸, 소외와 외로움이 삶의 본질이자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일까. 인간이 비관과 우울의 결말을 향해 가는 길목에는 빠져나갈 다른 샛길은 없는 것일까. 과연 누가 그 답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토록 쓸쓸한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행복한 그림은 줄 수 없는 또 다른 공감과 위안이 다가서기도 한다는 것, 그 공감과 위안이 냉소적인 오스탕드 사람들이나 냉랭한 베를린 거리의 사람들과 달리 우리 인생의 길목에서 발맞춰주는 동지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 사실은 분명하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1979년 생. ‘문자보다 이미지’였다. 이미지의 가능성, 이미지를 읽어내는 방식에 자꾸 관심이 갔다.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방향을 틀었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백남준 퍼포먼스 연구’란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후 미술전문기획사 사무소(SAMUSO) 등을 거쳐 200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면서 전문영역이 선명해졌다. 무빙이미지·영화·인터넷 등 미디어기술의 발전이 미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든 일이다. 내친김에 미국 코넬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미디어기술을 입은 시각문화가 끝없이 진화하는 현장을 학술연구와 연결하는 일에까지 욕심을 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올 가을에 열 ‘백남준 효과’ 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2022.07.01 I 오현주 기자
 부산의 '리우 예수상', 전쟁의 상흔까지 품어내다
  • [여행] 부산의 '리우 예수상', 전쟁의 상흔까지 품어내다
  • 한국의 ‘리우 예수상’으로 불리는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의 예수상. 저 멀리 영도까지 아우르는 이색적인 바다 풍광과 두팔을 벌려 부산항과 부산항 대교를 품은 동항성당 예수상의 형상은 이색적이고 멋스럽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의 리우 예수상’이라고 들어보셨어예?” 오래된 부산 지인의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코르코바도산 정상 해발 710m에 자리잡은, 일명 ‘리우 예수상’이 있다. 돌로 만든 조각상 자체 높이만 28m, 양팔 너비 28m에 무게는 1145t에 달하는 예수상.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과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탑’처럼, 이 예수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산 정상까지 설치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 중국의 만리장성과 함께 ‘신(新) 7대 불가사의’(2007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 매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 모습을 보려고 브라질로 향한다. 그런데 국내에, 그것도 부산에 이 예수상에 버금가는 예수상이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품은 ‘부산의 리우 예수상’부산 남구의 우암동.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목적지는 이 마을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동항성당’. 이 성당의 주 건물 위에 ‘부산의 리우 예수상’으로 불리는 예수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성당이 아닌, 성당 뒤편의 골목길로 들어서야 한다.최근까지 성당 뒤 전망대까지 바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길이 막혔다. 대신 마을 골목길로 가야 한다. 안내판을 따라 들어선 골목은 미로처럼 구불구불하면서도 좁다. 전형적인 부산 달동네의 모습. 그래도 골목 사이로 푸른 바다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지겹지 않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우암동의 좁은 골목길. 일제 시대 소막사가 있을 당시 소들이 지나다녔던 길이 지금은 이곳 주민들이 다니는 골목길로 변신했다.골목 끝에 전망대인 ‘우암동 마실길 포토존’이 있다. 이 전망대가 예수상과 부산의 미항을 한데 담는 게 가능한 소위 ‘핫스폿’이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부산항과 부산항대교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동항성당 지붕 위의 예수상이 딱 눈높이만큼 올라와 있다. 물론 리우의 예수상과는 크기도 다르고 풍경도 다르다. 하지만 저 멀리 영도까지 아우르는 이색적인 바다 풍광과 두팔을 벌려 부산항과 부산항 대교를 품은 동항성당 예수상의 형상은 이색적이고 멋스럽다. 특히 낮보다 밤풍경이 더 낭만적이다. 밤바다를 밝게 비추는 부산의 야경과 함께 화려한 부산항대교의 불빛은 리우의 그것보다 더 빼어나고 아름답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한국의 ‘리우 예수상’이라고 불리는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의 예수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과는 크기도 다르고, 풍경도 다르다. 저 멀리 영도까지 아우르는 이색적인 바다 풍광과 두팔을 벌려 부산항과 부산항 대교를 품은 동항성당의 예수상의 형상은 이색적이고 멋스럽다전망대를 나와 동항성당으로 발길을 향한다. 예수상이 바라보는 부산의 바다도 아름답지만, 성당 내 정원도 아담하면서 예쁘다. 빛과 냄새에 모두 초록이 물씬 묻어나는 잔디밭과 정갈하게 단장한 수목, 그리고 성모마리아상도 더 성스럽게 모셔져 있다. 여기에 하나하나 남다른 의미를 가진 조각상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동항성당은 부산 근대 역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1957년 12월 5일 건립된 이 성당에 이듬해 독일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가 부임한다. 몬시뇰 신부는 ‘판자촌의 성자’로 불리는 인물. 그는 평생을 한국에서 사제로 생활하면서 부산의 빈민 구제 사업에 앞장섰다. 개인 재산을 털어 밀가루와 옷을 사들여 피란민에게 나눠주고 전쟁고아를 돌봤다는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1965년에는 후원받은 재봉틀 10대를 기반으로 기술학원도 설립했는데, 이 학원이 지금은 부산문화여고로 이름을 바꾼 한독여자실업학교의 모태가 됐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남구 우암동을 하늘에서 본 모습. 일제 시대 한우를 반출하기 위해 만든 소막사에 피란민들이 모여 살며 지금의 우암동으로 발전했다몬시뇰 신부가 평생을 돌본 마을은 성당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마을인 우암동은 부산에서도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동네. 타임머신을 타고 1960년대나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그래도 좁은 골목과 낮은 건물은 부산항의 마천루와 대비되며 정겹고 포근한 풍경을 선사한다. 몬시뇰 신부가 생전 하루도 빠짐없이 보았을 풍경이다. 성당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정취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동항성당의 성모마리아상◇영화 ‘친구’의 준석이 뛰어놀던 동네의 골목길을 걷다“부산시 남구 우암동 189번지”.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준석(유오성 분)이 재판 중 본적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 영화 대사에 나오는 ‘우암동 189번지’는 허구가 아닌 실제 주소다. 한국전쟁 당시 곽 감독의 아버지가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와 정착한 동네가 바로 우암동이다.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산기슭에 자리한 마을. 사실 이 마을로 피란민이 터를 잡은 것은 사연이 있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우암동에 설치된 황소 조형물우암동은 우리말로 ‘소바우 마을’이다. 소가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의 바위가 있었다고 해서 붙었다. 이름 때문이었을까. 우암동은 일제강점기 이후 소막마을로 불리게 된다. 여기에도 아픈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해마다 전국의 소를 일본으로 빼돌렸다. 그들은 소의 검역과 관리를 위해 소막(牛舍)과 검역소를 우암동에 뒀다. 조선의 소 70%가 우암동 소막을 거쳐 일본으로 반출됐다. 당시 우암동에는 소 60마리를 수용할 수 있었던 소막이 19개 동이 있었다. 이곳에서만 연간 1만 2000여마리가 반출됐다.지금도 소막 지붕과 환기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소막사가 아닌 소막집으로 불린다. 소 대신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어서다. 그중 그나마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던 소막사(1942년 건립)가 2018년 등록문화재(제715호)로 지정했다. 남부중앙새마을금고 버스정류소에서 우암번영로로 꺾어 들어가면 ‘소막마을 이야기’ 안내판 바로 옆에 파란 지붕의 소막집이다.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소막주택을 복원한 모습소막에 사람이 살게 된 것은 광복 후부터. 당시에는 귀환 동포들의 임시 거처로, 한국 전쟁 이후엔 ‘적기수용소’라 불리면서 피란민 수용소로 사용됐다. 폭 5칸(약 9m), 길이 15칸(약 27m)의 소막사 1동에는 수십가구의 피란민이 부대끼며 살았다. 소 1마리가 머물렀던 3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 피란민들의 안식처였던 셈이다. 우암동 골목을 거닐다 보면 당시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전깃줄이 얼기설기 엉켜 있고, 한 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실핏줄 같은 미로가 이어진다.우암동 대로변 건물벽에 그려진 소막사 풍경7부두 버스정류장에서 동항로를 따라 오르면 피란민수용소가 있던 마을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 40여동을 지어 임시 거처로 만들어 준 것이다. 건물이 일본식 표현으로 ‘나래비 섰다’고 해서 주민들은 ‘수용소 나래비집’ 또는 하모니카처럼 생겼다고 해서 ‘하모니카집’으로 부른다. 지금도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 가운데 슬레이트 지붕이 그대로인 곳이 더러 있다. 우리 근현대사의 쓰리고 아픈 흔적이 지금까지 문신처럼 아로새겨져 있는 듯하다.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던 부산의 진짜 속살이다.소막마을로 불리는 부산 우암동에는 아직도 소막사의 흔적들이 집집마다 남아있다◇여행메모우암동에는 ‘부산의 라라랜드’로 불리는 도시숲 공원이 있다. 최근 뜨는 야경 명소다. 공원 정자 아래에는 도시숲의 메인인 달빛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라라랜드’의 명장면 중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을 추는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고 해서 ‘부산의 라라랜드’로 불리게 됐다. 여기에 보름달 조형물 뒤편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덤이다. 바다 위로 부산항대교가 더 가까이 보이고, 동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영도 봉래산, 제7 부두까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부산의 라라랜드’로 불리는 도시숲 공원의 달빛 조형물
2022.06.24 I 강경록 기자
윤리위 앞둔 이준석…"이례적 많은 익명 인터뷰, 무슨 의도인가"
  • 윤리위 앞둔 이준석…"이례적 많은 익명 인터뷰, 무슨 의도인가"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자신의 징계를 다룰 윤리위원회를 향해 “이례적으로 익명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는데, 무슨 의도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이 대표는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익명으로 나오는 말들이어서 (윤리위) 나의 다수가 그런 얘기를 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소수 위원이 인터뷰 하는 것은 자신의 뜻을 (징계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봐야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CCTV 공개 예고에 대해서도 “그런 것이 있으면 다 공개하라”며 “제가 거기(대전 유성관광호텔)에 숙박했다는 건 이미 이야기 했고, 그게 무슨 상관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거 없이 단순이 무슨 CCTV를 공개한다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토사구팽’ 당하는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이 대표는 “토사구팽이라고 한다면 그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날 갈등을 빚었던 배현진 최고위원을 향해선 “다소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보면 ‘혁신위가 (이준석) 사조직이다’라고 하는데, 혁신위 구성을 보면 사조직과 전혀 거리가 멀고 특히 장을 맡으신 최재형 의원 같은 경우에는 공명정대로 유명한 분인데, 그분에게 ‘이준석의 말을 따르는 사조직’이라는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이야기를 막 던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보통 사안에 대해 저에 대해 모두가 공격을 하는 것들이 과도한 시점에 (충돌) 하는 것이지, 당내 인사에 대해 먼저 공격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배 최고위원이) 공격을 자제하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한편 최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김 여사가 했던 행보 중 ‘봉하마을을 갔고, 김정숙 여사를 봤다’ 이런 것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할 요소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왜 사적인 인물과 동행했느냐’부터 해서 좀 지엽적인 지적들을 해서 흠이 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민주당에서도 그걸 그렇게까지 부각시켜서 하는 것은 정쟁의 의도가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지인의 아들이라는 분은 저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분은 애초에 굉장히 역량이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을 선거 기간 중에 여러 위치에서 보좌했고 주변에서 평가도 굉장히 좋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을 지인의 아들이라고 배제한다고 하는 것은 나름의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비서진을 뽑는 데 있어서는 때로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 때로는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이 두루 기용된다”고 말했다.
2022.06.21 I 박기주 기자
“인천시민 우롱하는 신창현 매립지공사 사장 사퇴하라”
  • “인천시민 우롱하는 신창현 매립지공사 사장 사퇴하라”
  • 인천 검단환경지킴이 등 5개 주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검단환경지킴이 제공)[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주민단체들이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인천 검단환경지킴이, 수도권매립지연장반대 범시민사회단체협의회, 서구단체총연합회 등 5개 주민단체 회원 15명은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0만 인천시민, 매립지 주민을 우롱하는 신창현 사장은 퇴진하라”고 밝혔다.이들은 “신 사장이 매립지 영구화를 위해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매립지 자체가 대체매립지이다, 매립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였다, 4매립장 먼저 사용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인천시민을 우롱하면서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항성 검단환경지킴이 회장은 “30년간 매립지로 인해 각종 환경오염 시설이 난립해 환경개선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서구임에도 (신 사장은) 2042년까지 공사의 존립만을 위해 주민을 조롱하고 있다”며 “이제 수도권매립지를 2025년 종료하고 쾌적한 환경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김선홍 수도권매립지연장반대 범시민사회단체협의회장은 “신 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30년 동안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 행사를 못하면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기다려온 지역주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수도권 2500만명이 먹고 쓰고 버린 쓰레기를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했고 여기서 발생하는 악취, 미세먼지, 분진, 침출수 때문에 건강피해와 토양오염, 수질오염 등의 피해를 서구주민이 몽땅 떠안았다”고 주장했다.인천 검단환경지킴이 등 5개 주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검단환경지킴이 제공)김 회장은 “수도권매립지 주변 주민은 1992년 매립 초기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며 “매립이 시작되면서 매립지 입구 사월마을 주변에 대형 순환골재처리장, 건설폐기물처리장, 불법 적치된 1500만톤 건설폐기물 등이 들어서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이보영 서구단체총연합회장은 “매립지가 조성되면서 주변에 환경오염시설이 하나둘 건설됐다”며 “금호마을로부터 200~300m 부근에 아스콘공장 11곳 등이 들어서 환경여건에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임종성(경기 광주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발의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자원순환을 빌미로 매립지를 영구화하려는 꼼수이다”며 “법률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022.06.14 I 이종일 기자
이원욱 "盧 찾은 김건희, 자기정치 하는 것"
  • 이원욱 "盧 찾은 김건희, 자기정치 하는 것"
  •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친명(親이재명계)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수박 설전’을 벌였던 이원욱 의원은 14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통합을 말하며 자신 팬클럽을 키우는 영부인, 이러니 대통령 뒤 진짜 대통령은 김 여사라고 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김건희 여사가 봉하마을을 찾아 13일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말하며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찾아 통합을 얘기했다. 이는 내조가 아닌 ‘김의 정치’”라며 김 여사의 권양숙 여사 예방을 비판했다.그는 “김 여사가 대선 전과 달리 매일 공식 행보를 보이며 약속은 뭉개고 맘대로 행보하고 있다”며 “김 여사가 유권자 앞에서 한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영화 ‘브로커’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이어 화살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돌려 “국민은 민생의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대통령은 소통 미명 하에 ‘쇼통 중’”이라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보다 아내의 남편 역할에 충실하다. 빵 구매와 영화관람 아내의 접견실 설치 등 국민의 대통령직보다 영부인 김건희라는 여성의 남편직을 수행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아내는 말뿐인 통합을 언급하고 남편은 국회패싱을 실천하고 있다. 국세청장 임명이 국회존중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취운전과 논문중복게재 등 자격이 빵점인 교육부장관도 여차하면 임명할 태세”라며 김창기 국세청장의 청문회 패싱 임명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의지를 싸잡아 비판했다.그는 “쇼정치는 쉽게 끝나지 않겠지만 그 효용이 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언젠가 쇼가 있던 무대의 막은 내리게 된다”며 “반지성주의의 길을 걷는 대통령과 멋대로 행보가 조용한 내조라 여기는 영부인을 국민이 언제까지 눈감아 줄 것이라고 생각지 말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2022.06.14 I 김화빈 기자
순간 17.2% 자체 최고로  종영…'우블'이 선사한 인생 메시지
  • 순간 17.2% 자체 최고로 종영…'우블'이 선사한 인생 메시지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자”는 따뜻한 삶의 메시지와 함께 자체 최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가 지난 12일 뜨거운 호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3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15.7%, 최고 18.6%,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4.6%, 최고 17.3%로,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tvN 타깃인 남녀 2049시청률 역시 수도권 기준 평균 6.3%, 최고 7.6%, 전국 기준 평균 6.6%, 최고 7.7%로, 역시 자체 최고치이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기록이다. 최종회가 선사한 묵직한 울림은 안방극장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평생에 걸쳐 엄마 강옥동(김혜자 분)을 원망한 이동석(이병헌 분)은 엄마가 죽고 나서야 자신이 엄마를 미워했던 게 아니라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강옥동은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이동석이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만 끓여 놓고 떠났다. 그것이 강옥동이 남긴 사랑의 의미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강옥동이 죽은 뒤에야 이동석은 엄마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끌어안으며 오열했다.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가까이 머물러 있었다. 뒤늦게 원망을 풀고 화해한 모자의 모습이 눈물과 함께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리고,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삶은 변함없이 계속됐다. 푸릉마을 체육대회를 위해 제주에서 뭉친 ‘우리들의 블루스’ 주인공들과 행복한 모습과 함께, 모든 출연진이 등장해 엔딩을 장식했다.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제작진은 ‘우리는 이 땅에 괴롭고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드라마의 마지막 여운을 더했다. ◇노희경 작가 표 ‘옴니버스 드라마’‘우리들의 블루스’는 “모두의 삶은 가치가 있고 행복해야 한다”는 노희경 작가의 기획의도에 따라, 15명 주인공을 세워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냈다. 9개의 에피소드에 다양한 삶을 녹여냈고, 덕분에 시청자는 넓은 시야로 인간을 보고, 드라마가 전하는 울림을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다.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엄정화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옴니버스 형식이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지만, 다른 에피소드의 주변인으로도 등장해 서사를 쌓아가는 배우들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안기기도 했다. 노희경 작가는 개별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의 몰입도를 끌어올려 후반부까지 뒷심을 발휘했다. 여기에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한 김규태-김양희-이정묵 세 감독의 협업도 시너지를 이뤘다.◇열다섯 배우들의 ‘다채로운 인생 열연’평생 엄마를 원망하며 그리워했던 트럭만물상 동석(이병헌 분), 우울증에 갇혀 있던 선아(민선아 분), 가장의 무게를 짊어졌던 기러기아빠 한수(차승원 분), 가족들 부양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생선장수 은희(이정은 분),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를 둔 해녀 영옥(한지민 분), 바다 같은 사랑을 보여준 순정파 선장 정준(김우빈 분). 아들과 남처럼 지냈던 시한부 옥동(김혜자 분), 하나 남은 아들을 잃을 뻔했던 춘희(고두심 분), 절친한 친구에게 상처 입었던 미란(엄정화 분),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인권(박지환 분), 보란 듯 딸을 잘 키워보고 싶었던 호식(최영준 분), 원수 아버지들 사이 사랑을 키운 현(배현성 분)과 영주(노윤서 분), 동생이 그리울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는 영옥의 다운증후군 언니 영희(정은혜 분), 제주에 갑자기 떨궈진 춘희의 손녀 은기(기소유 분).제주 푸릉마을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들의 각양각색 인생은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상처와 사연이 있는 삶을 그려낸 15명 배우들의 다채로운 열연은 극을 가득 채웠다. 배우들은 제주 사투리를 실감나게 구현하는가 하면, 삶의 애환이 묻어난 진한 감정 연기로 매회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노희경 작가는 방송에 앞서 “그들에게 어울리는 배역, 능숙한 배역이 아닌,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에서 잘 안 했던 역할을 주자. 배우들이 고민하게 하자.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그 배우들을 새롭게 보게 하자”라며, 연기를 관전포인트로 꼽은 바. 자신의 인생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들은 연기력으로 주목받으며 호평을 얻었다.◇우리를 위로한 이야기, ‘인생 드라마’무엇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절망, 상처에 머무르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희망, 위로, 용기를 그려나갔다. 극 중 인물들은 버겁고 힘든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야.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게”, “태풍처럼 모든 게 지나갈 거야”,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잖아”라고 말해주며 위로를 전했다. 이웃, 친구, 남녀, 부녀, 자매, 모자 등 다양한 관계 속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의지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따스한 온기를 선사했다. ‘살아있는 모두 행복하라!’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뭉클하게 각인시켜준 ‘우리들의 블루스’는 시청자들에게 오래 기억될 인생 드라마로 남게 됐다.한편,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 12일 2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22.06.13 I 김보영 기자
대한상의부터 먹자골목까지 누빈 추경호…`민간주도경제`에 군불
  • 대한상의부터 먹자골목까지 누빈 추경호…`민간주도경제`에 군불
  •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 역동성을 되살려 저(低)성장의 고리를 끊어냅시다.”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달 10일 취임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민간 중심의 성장으로 경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대대적인 규제·세제 개편을 예고하고 현장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추경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국수제조업체를 찾아 소상공인의 애로사항 청취 및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공급망 차질과 주요국 긴축 정책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은 커지는데 물가는 치솟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심화하며 국민 부담을 키우는 상황이다. 조만간 발표될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 위기를 타개할 묘안이 담길지 관심이 모인다.◇“민간·기업·시장 중심 성장” 외친 秋, 현장으로기재부 관료 출신이자 재선 국회의원인 추 부총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민간·기업 중심의 경제 활성화를 주문한 인물이다. 부총리로 지명됐던 지난 4월 10일에는 즉각 기자들을 만나 “경제 활력 회복에 재정·정부 중심으로 해법을 찾기보다는 민간·기업 중심으로 작동되도록 하겠다”며 정부주도성장이 막을 내렸음을 알리기도 했다.추 부총리는 지난달 10일 취임 후 지난 한 달 간 현장을 다니며 기업인과 소상공인 등을 만나 정책 방향을 짜는데 주안점을 뒀다. 그가 처음으로 찾은 현장은 먹자골목과 시장이다.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한 후 지난달 16일 서울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찾아 소상공인들의 애로 상황을 살폈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 지원금 등 추경안 내용을 설명하고 국수와 빈대떡을 사며 직접 물가 상황도 점검했다.소비자물가 상승폭이 5%를 넘는 등 고물가가 지속되자 이달 5일에는 서울의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가 생활물가 현장을 둘러보고 “민생안정 관련 대응방안들을 지속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기업인들과도 적극 만나면서 규제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달 18일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곳이 중소기업”이라며 “중소기업 현장 어려움을 해소하고 성장을 적극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달 2일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6대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추 부총리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법인세 등 세제 개편을 통해 기업 주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며 규제·세제 개혁 방침을 재차 시사했다.추경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기업 활성화의 핵심은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해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며 반도체 투자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지난 3일에는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벤처기업인들을 만나 역동적인 벤처 생태계 조성을 약속했다. 금융기관장들과는 지난달 27일 만나 민간과 기업, 금융 중심의 경제 운영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저성장·고물가 발목 “全부처 물가 안정 최우선”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맞이한 엄중 경제 상황 대응에도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10일 취임 후 곧바로 경제 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신설을 지시했다. 경제 상황을 종합 점검하고 필요시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TF를 가동하면서 인수위 시절부터 준비했던 코로나19 피해계층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2차 추경안도 곧바로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추경 규모는 정부안 59조원에서 62조원으로 확대돼 소상공인 최대 1000만원 지급 등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윤석열 대통령의 1호 공약이기도 했던 추경안 제출 후에는 경제 위기 대응에 집중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첫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가 이제 막 출범했지만 전열을 가다듬을 여유도 없이 비상한 각오로 바로 출발해야 한다”며 경각심을 나타냈다.추경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식료품·식자재 원가 부담 완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1주택자 보유세 부담 2020년 수준으로 회귀 등 민생 안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그러나 5월 소비자물가가 13년 9개월만 최고치인 5.4%를 기록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잇따라 낮추는 등 경기 하방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공급망 교란, 주요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등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물가 상승은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추 부총리는 이날 열린 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민생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고물가에 따른 민생경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회복세 둔화와 물가의 큰 폭 상승 전망 등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며 “모든 부처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관 분야 물가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정부는 다음 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경제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추 부총리는 “민간의 역동성을 제고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하겠다”며 “5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경로를 업그레이드하고 당면 현안인 물가와 민생 안정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06.09 I 이명철 기자
'찾아가는 전국민 희망콘서트', 11일 충남 서천서 팡파르
  • '찾아가는 전국민 희망콘서트', 11일 충남 서천서 팡파르
  •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2022 찾아가는 전국민 희망콘서트’가 오는 11일 충남 서천에서 막을 올린다.대한가수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2 찾아가는 전국민 희망콘서트’는 11일 오후 4시 충남 서천군 한산전통시장을 첫 행선지로 개막된다.이번 공연은 만능 엔터테이너 손헌수가 MC로 나선다. 트롯 여왕 김수희, 레전드 가수 전영록, 라이브의 여왕 김용임, 국민 가수 박상민 등 스타급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떠오르는 신예 혜진이 신선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찾아가는 전국민 희망콘서트’는 전국의 문화소외지역을 직접 방문, 대중음악을 통해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코로나19와 일상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다.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2021년 코로나19로 일상에 지친 국민들을 위한 찾아갔던 전국민 희망콘서트 사업이 2022년 활력 넘치는 무대로 다시 열리게 되어 매우 뜻깊고 감사하다”며 “첫 공연지인 국내 유일의 전통 섬유 축제 도시 충청남도 서천군은 희망찬 마을이자 행복한 군민이 계시는 곳이라고 들었다. 지난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를 잘 견뎌준 국민들을 위해, 2022년에도 일상 회복과 행복한 웃음, 활기를 되찾는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알찬 무대를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한다”고 전했다.‘찾아가는 전국민 희망콘서트’는 대한가수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 ‘대가수 TV’로 생중계된다.
2022.06.08 I 윤기백 기자
'우블' 이병헌·김혜자, 모자의 마지막 여행…14.2% 자체 최고
  • '우블' 이병헌·김혜자, 모자의 마지막 여행…14.2% 자체 최고
  • (사진=tvN 방송화면)[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우리들의 블루스’가 애증의 모자(母子) 김혜자와 이병헌의 마지막 여행 시작을 알리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6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 18회 시청률은 수도권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13.2%, 최고 15.1%로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과 함께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전국 가구 시청률도 평균 12.5%, 최고 14.2%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4.8%, 최고 5.7%, 전국 기준 평균 5.1%, 최고 5.9%로, 역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 대미를 장식할 에피소드인 ‘옥동과 동석1’의 막이 올랐다. 시작은 이동석(이병헌 분)이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강옥동(김혜자 분)의 소식을 접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평생 원망의 대상이었던 엄마의 시한부 소식에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 이동석에게 강옥동은 계속 연락을 했다. 첩살이로 들어간 두 번째 남편의 제사를 가야 한다며, 목포에 데려가 달라는 연락이었다. 이동석은 그 연락을 받지 않았다.이동석의 무심함에 푸릉마을 누나, 형들이 나섰다. 정인권(박지환 분)은 “어멍(엄마)이 말기 암이라는데. 네가 인간이면 당장 찾아 뵙고 지난날 용서 빌고 효도해야지”라며 쓴소리를 했고, 정은희는 “화내는 것도 어멍 건강하실 때나 할 수 있다. 네가 져라. 어멍 소원 들어줘. 목포 가”라고 말하며 달랬다.이동석은 강옥동이 왜 이러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마 노릇한 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 아들 노릇을 바라는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엄마가 죽어서 후회를 해도 나중에 하겠다며 버텼다. 이동석은 누나, 형들에게 “남 일이라고 말도 참 쉽게 하시네”라고, “내가 여자를 만나도 결혼 생각을 안 한 이유가 뭔 줄 알아? 어멍, 아니 강옥동 여사랑 닮았을까 봐 두려워서. 내 어멍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뭘 이해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이와 함께 이동석은 상처가 된 매정했던 강옥동과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동석은 강옥동이 아빠의 친구이자, 자신의 친구였던 종우, 종철 아빠의 첩으로 살러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그때 강옥동이 한 말은 ‘이제 어멍이라 부르지 마라. 작은 어멍이라 부르라’는 것. 강옥동은 싫다는 어린 동석의 뺨을 쳤고, 이동석은 그때부터 시키는 대로 강옥동을 ‘작은 어멍’이라 부르며 살았던 것이었다. 종우, 종철에게 맞고 있을 때도, 금붙이를 털어 집을 나갈 때도, 같이 나가자고 할 때도, 울며 말리기는커녕 덤덤히 바라만 보던 강옥동의 모습은 이동석의 가슴 속 응어리가 됐다.이동석은 민선아(신민아 분)에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앞서 아들을 향한 민선아의 깊은 모정에 이동석은 ‘엄마 강옥동은 어땠을지’라고 의문을 띄우기도 했던 바. ‘따질 수 있을 때 따지고, 물어볼 수 있을 때 물어보라’는 민선아의 조언에 그는 결심했다. 이동석은 “좋다. 붙어보자. 내가 싹 다 물어볼 거야. 그때 왜 그랬는지. 그때 날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어멍을 어멍이라 부르는데 왜 때렸는지”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렇게 강옥동과의 목포행을 결심했지만, 이동석은 그 와중에 강옥동의 속을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에 화가 슬슬 올라왔다. 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강옥동은 집 청소에 종우, 종철에게 줄 반찬까지 챙겼다. 여기에 현춘희(고두심 분)까지 의식을 찾은 아들 만수를 보러 간다며 합류했다.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는 두 어멍 때문에 이동석은 열불이 터졌고, 이미 배가 떠난 뒤 항구에 도착했다.방송 말미, 쉽지 않은 여정을 직감하는 이동석의 모습이 이들의 여행을 궁금하게 했다. 화를 참는 이동석을 향해 현춘희는 “커피”라고 툭 요구했고, 강옥동은 “아침 먹고 커피 마셔”라고 태평하게 말했다. 이동석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평생 엄마의 뒷모습을 원망스럽고 그립게 바라보던 이동석과, 입을 꾹 다문 채 사연 많은 눈빛을 하고 있는 강옥동. 사랑하지만 침묵과 미움을 품어왔던, 애증 가득한 두 모자는 묵은 앙금을 풀 수 있을까. 김혜자, 이병헌의 명연기와 함께 빛날 ‘옥동과 동석’ 에피소드에 기대감이 치솟는다.한편, 마지막 여행을 떠난 두 모자의 이야기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19회 ‘옥동과 동석2’은 6월 11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2022.06.06 I 김보영 기자
민주당 "송영길이 역전, 0.73%p 차이로 이긴다!"…총결집 읍소
  • 민주당 "송영길이 역전, 0.73%p 차이로 이긴다!"…총결집 읍소
  •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6·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출동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피날레 유세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송 후보의 `인물론`을 부각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1)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송 후보의 마지막 유세 연단에 함께 올라 막판 표심 이끌기에 나섰다.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의 의미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을 마지막 유세 현장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두 위원장은 송 후보의 역량을 추켜세우며 서울 시장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윤 위원장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송영길이 역전한다”며 “송 후보는 정말 노력하는 정치인, 진실한 정치인이다.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 자기 자신의 사리사욕을 단 한 번도 챙겨본 적 없는 국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송 후보의 대표 부동산 정책인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송영길의 실력. 그 실력이 서울에도 필요하다”며 “`누구나집 프로젝트`는 이미 시범 사업까지 다 끝냈다. 이 검증된 정책으로 서울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시장이 바로 송영길”이라고 평가했다.박 위원장도 “(송 후보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일자리를 준비하는 20대 청년들에게 청년 출발 자산 `3000만원 무이자 대출`을 공약했고 `강변북로-올림픽도로 지하화` 공약도 많은 후보가 말했지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정당은 오직 민주당”이라며 “서울이 새롭게 거듭나려면 오세훈 후보로 안 된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려면 크고 원대한 마인드를 가진 송영길 필요하다”고 호소했다.윤석열 대통령과 오 후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냈다.윤 위원장은 “이제 20일밖에 안 된 윤 대통령이 정신을 못 차리고 오늘도 1인당 150만원짜리 한정식을 먹으면서 폭탄주 마시고 있을지 모른다”며 “윤 대통령이 올바로 국정을 수행하도록 서울 시민 여러분이 똑바로 투표해달라”고 말했다.박홍근 원내대표도 “(오 후보는) 지난해 (4·7) 보궐선거 당선 이후 시민들께 내걸었던 공약 중 달랑 12개를 지켰다. 계산해보니 지킨 공약과 추진중이 공약이 6.43%에 불과하다”며 “이런 무능한 사람이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해서 되겠나”라고 지적했다.이어 “(오 후보는) 아이들 밥그릇 뺏기부터 시작해 홍수를 방치하고 돈만 펑펑 써대는 사업을 벌리다 시민들에게 쫓겨났던 기억이 있다”며 “서울 과거의 서울 아니다. 런던, 파리, 뉴욕과 어깨를 겨루는 글로벌 중심도시다. 서울 시민의 눈높이 맞는 시장을 뽑아달라”고 전했다.13분 가량의 연설을 준비한 송 후보는 대선 패배의 가장 핵심 이유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송 후보는 “최종적으로 서울시장 출마 결심하게 된 마지막 이유도 서울의 부동산 문제 해결할 수 있는 강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재개발·재건축 공약을 통해 임차인이 쫓겨나지 않게 하고 집값의 10%만 있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10년간 살다가 최초 분양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도록 해 주거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또한 “구룡마을에 1만2000세대 (규모의) 집을 만들어 개발이익 27조원 중 약 10조원을 떼서 서울시민 모두에게 100만원씩 쏴주겠다”고 전했다.그는 “지난 3·9 대선 밤의 그 눈물을 기억하느냐”며 “더말고 0.73%p (차이로)로 이기자.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자”고 읍소했다.
2022.05.31 I 이상원 기자
구씨·추앙 신드롬 남긴 '나의 해방일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
  • 구씨·추앙 신드롬 남긴 '나의 해방일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
  • ‘나의 해방일지’(사진=JTBC)[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나의 해방일지’가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다.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 제작 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가 지난 29일 뜨거운 호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7.6%, 전국 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 한 번 운명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염창희(이민기 분)는 장례지도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언제나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오던 염미정(김지원 분)은 마침내 내면을 사랑으로 가득 채웠다. 행복하면 더 큰 불행이 올까 두려워했던 구씨(손석구 분)는 조금씩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며 변화했다. 염기정(이엘 분)은 조태훈(이기우 분)과 끝까지 행복을 지키며 설렘을 안겼다. 염씨 삼 남매와 구씨는 그렇게 인생을 이어나갔다. 고되고 어려운 인생에도 한발 한발 나아가는 이들의 변화는 가슴 뭉클한 감동과 위로를 남겼다.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 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저마다의 인생에서 ‘해방’을 꿈꿨던 인물들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았다. 마침내 해방감을 느끼며 미소 짓는 네 사람의 얼굴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봄을 불러왔다. 삶은 계속되고 또다시 겨울은 오겠지만, 인생을 환대하는 법을 배운 염씨 삼 남매와 구씨는 삶을 견뎌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다음 문장을 열어두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나의 해방일지’는 시작부터 차원이 다른 감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 마을에 사는 염씨 삼 남매는 리얼한 일상으로 공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이들 각자가 품고 있는 고민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들이었다. 삼 남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시청자도 울고 웃었다. 그러다 불쑥 낯선 설렘이 찾아왔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꺼낸 염미정의 “날 추앙해요”라는 고백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서로를 구원하며 변화해나가는 염미정과 구씨의 특별한 사랑은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염창희와 염기정의 이야기도 공감과 함께 유쾌한 웃음을 더했다.구씨와 염미정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함께 드러난 구씨의 과거사, 서울로 돌아가게 된 구씨, 삼 남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팀장과 친구의 불륜에 휘말린 염미정, 염창희의 퇴사 등 모든 인생이 그러하듯 이들에게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찾아왔다. 이를 통해 ‘나의 해방일지’는 시청자들에게 인생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여운을 남겼다.‘나의 해방일지’는 회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추앙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드라마 화제성 지수 차트를 싹쓸이 하는 등 열띤 반응이 쏟아졌다.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과 따스한 시선으로 작은 감정선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낸 김석윤 감독과 박해영 작가의 명불허전 시너지에 찬사가 이어졌다.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은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인생캐’를 다시 썼다. 이민기는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로 주목받았고, 김지원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짙은 감성연기로 몰입을 이끌었다. 손석구는 전무후무한 ‘구씨’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매회 화제의 중심에 섰고, 이엘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 안에 진솔함을 녹여내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천호진, 이기우, 박수영, 정수영, 전혜진, 이경성, 김로사, 이지혜 등 연기 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천호진과 이경성은 현실 아버지, 어머니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이기우, 박수영, 이지혜는 ‘해방클럽’이란 힐링조합으로 사랑받았다. 정수영, 김로사는 리얼한 연기로 매 장면 감칠맛을 더했고, 전혜진은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나의 해방일지’는 막을 내렸지만, 인물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삶이 계속되는 한 삼 남매와 구씨는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해방일지’를 완성해나갈 것.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행복하기 어려운 삶에서 잠시나마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준 ‘나의 해방일지’는 오래 기억될 드라마로 남았다.
2022.05.30 I 김가영 기자
송영길 "서울시민에 1인당 100만원씩 돌려드릴 것"
  • 송영길 "서울시민에 1인당 100만원씩 돌려드릴 것"
  •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6·1 지방선거를 나흘 앞둔 가운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자신의 대표 부동산 공약인 `구룡마을 개발` 재차 강조하며 “구룡마을 개발 예상이익 중 10조원을 1000만 시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1)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와 개발업자가 가져가던 부동산 개발이익을 시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에 최대 용적률 500%를 적용한 공공 재개발을 진행해 1만2000호를 공급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서울시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계획이다.앞서 송 후보는 지난 18일 부동산 정책 기자회견에서 구룡마을 개발에 소요될 약 9조원의 재원을 `서울시민펀드`를 조성해 시민으로부터 조달하고 이를 코인으로 시민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구룡마을 개발 이익을 시민에게 배분하겠다고 약한 바 있다.김진욱 선대위 공보실장도 이날 논평에서 “개발이익 27조원 중 절반인 13조원가량은 시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고, 나머지는 공공기관과 공공사업에 재투자할 것”이라며 “(구룡마을 공공 재개발은) 대기업과의 동행, 토건 친화적인 오세훈표 기획보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용적률 500% 개발은 현실성이 없다`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겨냥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라고 비판했다.그는 “용적률 500%로 짓는다고 무조건 60층이 되지 않고, 대모산보다 높아지지 않는다”며 “이미 수원 화서역의 파크푸르지오는 용적률 500%에 건폐율 23%이지만 높이는 143m로 대모산의 해발고도인 263m에 한참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이어 “이곳은 입주 전 오세훈 캠프와 같은 우려가 있었지만 미분양 없는 인기 좋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됐다. 거주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한다”라며 “구룡마을 대지 크기는 26만6502㎡다. 화서역 파크푸르지오가 6만1701㎡임을 고려하면 1만2000세대 공급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송 후보는 이날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세가 짙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을 누비며 막판 지지에 나섰다. `강북 노후화` 발언 논란 이후 강북 민심 회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강북 북한산우이역, 도봉구 도봉가든아파트 북서울 꿈의 숲, 노원구 상계중앙시장 등을 방문해 강북 집중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강북 지역의 교통 인프라 구축 확대를 강조하며 “서울시장이 돼 신강북선과 강북횡단선을 조속히 추진하고 경전철을 확대해 어디든 걸어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강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022.05.29 I 이상원 기자
세 할머니의 웃픈 인생 담은 '그대는 봄' 네번째 앙코르
  • 세 할머니의 웃픈 인생 담은 '그대는 봄' 네번째 앙코르
  • 연극 ‘그대는 봄’(사진=극단 마음같이)[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가슴 시리면서도 유쾌한 세 할머니의 ‘웃픈’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연극 ‘그대는 봄’(김정숙 작, 현대철 연출)이 네 번째 앙코르 공연에 돌입한다. ‘그대는 봄’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2주간 서울 대학로 소극장 스튜디오76에서 막을 올린다.‘그대는 봄’은 2020년 5월 초연 이후 그해 6월과 7월 연이은 앙코르 공연까지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50여 년을 한 마을에 산 세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들은 피붙이나 다름없는 생의 벗들이다. 아들 자랑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정철이네, 식구라고는 강아지 하나밖에 없는 장계네, 아웅다웅 그칠 줄 모르는 이 둘 사이에 낀 민관이네.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 살지만 그들은 오늘도 함께하는 낙으로 산다.이 작품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고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유쾌한 작품이다. 공연 내내 관객들을 웃기는 유머 속에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뭉클함으로 오랜만에 따뜻한 인간미와 사람 내음을 선사한다.민관이네는 류지애, 장계네는 박무영, 정철네는 한혜수가 각각 연기해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사로잡는다.대본을 쓴 김정숙 작가는 가족 이야기에 남다른 깊이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홍시 열리는 집’, ‘눈 오는 봄날’, ‘그 집에는’, ‘복동이’ 등의 작품으로 가족과 이웃, 사랑의 의미를 전파한 김정숙 작가는 ‘눈 오는 봄날’로 2010년 전국연극제 대상(대통령상)을 비롯해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등 주요 상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현대철 극단 마음같이 대표는 “템포가 빠르고, 코믹하면서도 찐한 울림이 ‘그대는 봄’의 인기 비결”이라며 “‘그대는 봄’을 통해 자식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에게 ‘우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살자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살아 있는 나날들이 언제나 봄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문화평론가 오대혁(시인)은 “‘그대는 봄’은 여성 버디 연극의 면모를 갖추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처럼 세 여성의 우정, 그리고 성장의, 한국적 서사가 나타난다”며 “연극이 연출해내는 세 할머니들의 퍼포먼스는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 세 사람의 율동은 배꼽을 잡게 한다. 그들의 늙음은 결코 슬프거나 허탄하지 않고, 활기차며 아름답다”고 평했다.
2022.05.24 I 김은구 기자
문재인·노무현 5년 만의 재회…여야, 13주기 추도식 `동상이몽`
  • 문재인·노무현 5년 만의 재회…여야, 13주기 추도식 `동상이몽`
  •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임기 동안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스스로의 다짐대로 재임 중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22일 노무현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임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지난 9일 퇴임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5년 만에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을 찾는 셈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패배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다시 찾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 한 모양새가 됐다.6·1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이날 추도식에는 여야 지도부도 총출동할 예정이다. 정부 측에서는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한다. 국민의힘 측은 한 총리 인준안 통과 이후 통합 행보를 가속화 해 중도층 표심 공략 등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 11주기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지난해 김기현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에 이어 3년 연속 참석이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윤호중·박지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도부 대다수가 총출동한다.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문희상 전 국회의장,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전 총리 등 친노·친문 원로들도 자리할 예정이다. 당 지지율 하락세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 추도식이 핵심 지지층을 재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공화국`의 공포 정치, 정치 보복이 노골화 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서거했다는 점에서, `검찰 공화국` 프레임이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전 대통령 등 야권 핵심 인사들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201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김민석 공동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봉하(추도식이) 지나고 나면 격전지·경합지에서 맹렬한 추격 시작하려 한다”면서 “대선 이후 우울함이나 정치로부터의 거리감을 호소하는 지지자들의 막판 결집을 호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라의 균형을 잡기 위해 다시 한번 결집해 달라, 투표장에 나가달라고 할 것”이라면서 “(그래야)민주주의가 역행하고 평화가 뒤로 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절박하게 결집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을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한준호 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추도식 참석을 총리 인준 여부와 연계해 흥정의 카드처럼 만든 것은 협치에 대한 모독”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협치와 통합은 협박과 정략의 다른 말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2022.05.23 I 이성기 기자
"재명아, 정신차리고 학교 가거라"…이준석이 올린 2컷 만화
  • "재명아, 정신차리고 학교 가거라"…이준석이 올린 2컷 만화
  •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겨냥한 내용이 담긴 2컷 만화를 공개했다.지난 18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전에 민주당은 선거 때 생태탕 같은 걸 그래도 치밀하게 만들어서 했는데 이번 선거는 막 던지네요”라며 “이재명 후보 민영화 선동 말고 제대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공부하러 학교가세요”라고 일갈했다.(사진=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함께 공개한 사진 속엔 ‘계양 입주 11일차’란 제목의 만화에서 한 남성이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그 남성이 엄마에게 “어머니도 민영화 반대죠?”라고 묻자 어머니는 “재명아 정신 차리고 학교 가거라”라고 일침했다.이 대표는 윤형선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와 이 위원장을 비교할 때 “계양구에 25일 산 후보와 25년 산 후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저격한 바 있다.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민영화 반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에서부터 비롯됐다.(사진=연합뉴스)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비서실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0% 정도를 민간에 팔 의향이 있느냐”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이에 이 위원장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등 민주당 의원들은 SNS에 ‘민영화 반대’ 메시지를 올렸으며, 특히 이 위원장은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같이 싸워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반면 국민의힘은 민영화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영화를 내걸 계획이 전혀 없다”며 “허위 선동을 통해 ‘제2의 광우병 사태’·‘제2의 생태탕 논란’을 일으키려는 정치공학적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2022.05.20 I 권혜미 기자
김민석 "한미 정상회담, 文정부 노력 없었으면 안 됐을 것"
  • 김민석 "한미 정상회담, 文정부 노력 없었으면 안 됐을 것"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은 18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 정부에서 초석을 깔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한미 정상회담이 이렇게 일찍 안 됐을 것이란 걸 전 세계가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회관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문 정부를 잘 계승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 덕을 보고 급속 출세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유례없이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 이는 최근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향후 대외 정책이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균형감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현 미국 대통령의 바람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이 있게 한 문재인 정부의 수고를 칭찬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훼손하지 말고 잘 준비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 북한의 안보 및 코로나 위기 변수 생겼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실패했듯 인도적 지원과 안보상황을 연계하는 우를 범해 북에 있는 헌법상 우리 국민에게 대의량 피해 가져오고 막 코로나 피해 벗어난 대한민국에 제2의 보건 위기를 예방해주길 바란다”며 “아마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보는 이유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김 의원은 ‘K-방역’에 대한 계승도 당부했다. 그는 “K-방역을 (국민의힘이) 그토록 비판했지만 K-방역 덕에 임기 초 국정 운영의 안정성이 담보되고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내고 윤석열 정부로 계승시킨 (바이오) 사업이 부주의하게 망신되지 않도록 해달라”꼬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평가가 있지만 코로나 초기 정은경 전 질병청장의 진정성 있는 헌신적 소통이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됐다”며 “훙륭한 일을 한 인재들의 중용을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라고 해서 다 내다버리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2.05.18 I 박기주 기자
尹대통령실 "이재명 막말 퍼레이드, 대통령, 정쟁 대상 아냐"
  • 尹대통령실 "이재명 막말 퍼레이드, 대통령, 정쟁 대상 아냐"
  •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6·1 재보궐 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주장이 쏟아진 가운데, 대통령실 측은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대통령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마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대내외적인 위기 속에서 국정 안정을 해쳐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정치적 행보라고 꼬집었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말인 1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막말 퍼레이드 같았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후보는 이날 인천 계양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 개소식에는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겨냥해 “진짜 도둑이 누구냐,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이에 앞선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을 언급하며 “진짜 누가 도둑인지 모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천과 연고가 없는 이 후보의 출마를 ‘도피성 출마’라며 왜 대장동 지역에 출마하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천으로 출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 후보는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 이후 출마 정당성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 후보에게 “정치를 크게 봤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검찰독재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쪽이 됐으면 범죄독재의 조짐이 보였을 것”이라고 반박한 뒤지금 ‘범죄공화국’ 만들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을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윤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이 후보를 죽이려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같은 말들을 막 쏟아내는 심리적 상태가 매우 불안해 보인다”고 일축한 뒤 “이들은 마치 일본 가미가제 특공대 같다”고 비판했다.이 관계자는 여야 협치가 이뤄지면 이같은 불안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 새 정부는 ‘절대로 죄짓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모토’”라며 “민생추경과 상생의 협치를 강조한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을 하면 저런 불안감과 초조감도 눈 녹듯이 사라질 수 있는데, 왜 협치와 민생을 거부하고 불안과 초조감을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한편,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이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광장시장과 한옥마을 등을 둘러보며 민심행보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첫 대외행보로 금융상황을 점검하며 민생경제 안정에 주력했다.
2022.05.14 I 송주오 기자
오세훈 "서울 10년 청사진 그렸다…꼭 계속 일하게 해달라"
  • 오세훈 "서울 10년 청사진 그렸다…꼭 계속 일하게 해달라"
  •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현역 서울시장으로 연임에 도전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13일 “서울의 10년 뒤를 바라본 청사진을 그렸다. 꼭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오 후보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4선에 도전한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따지고 보면 지난 3선 동안 일한 기간이 6년 정도 됐고,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한 게 1년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서울비전 2030’을 제시하며 “이제 한 70개 정도 사업이 막 발동이 걸렸다”며 “이게 다시 뒤집히고 흔들리지 않도록 쭉 밀고 나가서 시민들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이어 “또 제가 1호 공약으로 내놓은 게 저소득 취약계층 보호 4종 세트, 생계·주거·교육·의료에 대한 정책들을 최근에 다 시동을 걸거나 발표했다”면서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정말 진심을 다해서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담았다”고 강조했다.전날 출마선언을 서울 구로동 개봉3구역 노후주택가에서 한 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오 후보는 “이제 빈 땅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내에는 대규모 택지개발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허물고 새로 짓는 방법으로 신규주택 숫자를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며 “ 그래서 53개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속도를 내고 있고 예정대로 한다면 2025년까지 8만 7000 가구가 추가 공급되면서 주택시장 안정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그는 “최근 새 정부 들어서 규제 완화의 기대감 때문인지 약간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해졌지 않나”라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정교하게 속도조절을 하자는 논의를 했고, 앞으로도 그런 타이밍에 맞춘 그때 주택수급 사정에 맞춘 속도 조절은 계속 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주택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내곡동, 구룡마을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그 지역들을 활용할 수 있는 건 사실이나 송 후보가 이야기하듯 몇 만 가구씩 넣게 되면 굉장한 무리가 따르는 지역들”라며 “서울 사정에 밝지 않으시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과장된 말씀도 하시고 기대만 섞인 희망사항을 말씀하시는 경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또 버스와 지하철 연장운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택시로 돌려 공급을 늘리자는 송 후보의 제안에도 “현실을 알면 녹록지 않다. 택시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코로나 2년 동안 배달업계로 옯겨간 기사 분이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옮겨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 한편 오 후보는 TBS(교통방송)을 교육방송 형태로 개편하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교통방송 기능이 거의 사라졌지만 이미 받아놓은 주파수를 반납하긴 아깝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이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인터넷과 방송이 융합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그런 구상 하에 기능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05.13 I 이지은 기자
 한 사람 아닌 모두를 위한 '청와대'를 가다
  • [여행] 한 사람 아닌 모두를 위한 '청와대'를 가다
  • 지난 10일 완전 개방된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이 대정원을 통과해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관람객들은 청와대 경내의 건물과 문화재, 그리고 산책로를 돌아보는 등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를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하루에만 무려 2만 5000명의 시민들이 청와대를 관람했다.[청와대(서울)=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의 주소지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 권력의 심장이자, 수뇌부였던 곳. 자연스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이자 한편으로는 경외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대상이었다. 이곳을 거쳐 간 역대 대통령의 드라마 같은 영욕의 세월만 봐도 그렇다. 그랬던 청와대가 지난 10일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면서다. 한국 현대사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권력의 중심에서 국민의 곁으로 자리를 바꾸는 순간이었다.청와대 춘추관의 청와대 안내문◇청와대 관람 사전신청에 112만명이 몰린 이유청와대가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첫날. 무려 2만 5000명이 줄을 서서 청와대를 관람했다. 이번 청와대 개방에 사전 신청인원만 무려 112만명에 달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아마도 최고 권력자의 삶과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전까지 내부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그 실체는 철저한 보안 대상이었다.비록 최고 권력자는 떠났지만, 그 집을 구경하려는 이들로 청와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청와대 앞을 지날 때면 느껴졌던 위압감은 거의 없었다. 같은 공간일지라도, 그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그 가치와 무게감이 달라진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주인이 바뀌면서 누구나 편히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청와대를 지키는 이들에게선 여전히 경계의 눈빛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을 둘러보는 새 주인들의 눈빛에는 새집을 둘러보듯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청와대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가 열리거나 국빈이 방문했을 때 오찬이나 만찬 등 공식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청와대는 언제 이곳에 들어선 것일까. 잠깐 그 역사를 살펴보자. 이 자리는 원래 고려시대 왕가의 별궁이 있던 자리였다. 고려 숙종 때는 이곳에 처음 궁궐터를 조성했고,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고종은 이곳에 경무대라는 전각을 세우고 과거 시험장과 무예 연습장으로 사용했다.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관저가 세워졌다. 일제는 경무대를 허물고 이곳에 관저를 세웠다. 조선 총독은 이곳에서 머물며 조선의 왕궁을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치욕스러운 역사였던 셈이다. 광복 후인 1948년 8월. 당시 대한민국 단독 정부가 수립되면서, 다시 경무대(景武臺)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이후 1960년대에 ‘청기와 지붕 건물’이라는 뜻의 ‘청와대’로 개명됐다. 지난 100년간 외세의 침탈에 몸살을 앓았던 우리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겪어온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1993년에 이르러서야 일제 총독관저가 철거되면서 우리의 아픈 상처도 막 아물어가고 있다는 것이다.청와대 본관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관람객들청와대는 이후 수많은 국가원수의 일터이자, 쉼터로 기능해왔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관저’와 대통령이 집무를 보거나 외빈을 접견하는 ‘본관’, 외국 대통령이나 수상을 맞이했던 ‘영빈관’, 다채로운 야외행사가 열렸던 ‘녹지원’,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이자 청와대 출입 기자의 사무실인 ‘춘추관’ 등 많은 시설이 이곳에 들어섰다. 이렇게 개방되고 보니 청와대는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청와대 녹지원의 탁 트인 공간에 눈에 띄는 것은 한 그루의 나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산 반송. 17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고목이다.◇국민 품으로 완전히 돌아온 청와대를 거닐다 청와대 입구는 총 3곳이 있다. 정문과 양옆의 영빈문, 춘추문 등이다. 삼청동으로 간다면 춘추문을, 효자동에선 영빈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삼청동에서 정문으로 향한다면 색다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왼쪽으로는 경복궁 돌담이, 오른쪽으로는 청와대 건물이 놓여 있다. 조선시대 궁의 운치와 대한민국 정부의 위엄이 공존한다. 이제는 누구의 제지도 없이 마치 마을 돌담길을 걷듯 편한 마음으로 거닐 수 있게 된 거리다.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세 곳의 출입문 중 춘추문으로 들어서면 춘추관이다.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하는 청와대의 프레스센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역사를 기록하는 관서인 춘추관에서 이름을 따왔다.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청와대 소정원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시민들춘추관 옆은 헬기장이다. 알록달록한 그늘 의자들이 예쁘게 놓여있는데, 누구든 편하게 들어가 쉴 수 있도록 했다. 헬기장을 지나자 탁 트인 녹지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탁 트인 공간에 눈에 띄는 것은 한 그루의 나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산 반송. 17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고목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기념일에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녹지원 뒤편의 상춘재는 청와대 경내에 지어진 최초의 한옥 건물이다. 1983년 내외빈 접객을 위해 지어졌다.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해 정성들여 지은 건물. 덕분에 외국 귀빈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한옥을 소개할 수 있었다. 상춘제를 본 외국의 수많은 정상은 우리 한옥의 정갈한 기품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청와대 경내 산책로에 있는 ‘침류각’본관으로 가는 길에는 구 본관 터를 만날 수 있다. 1993년 옛 총독관저가 철거된 후 터만 남아 있다. 구 본관 터를 지나면 이제 청와대의 상징 같은 건물, 푸른 기와의 본관을 마주하게 된다. 본관은 의외로 역사가 깊지 않다. 1991년에 완공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건물 외부는 전통적인 왕궁 건축기법을 토대로 설계했다. 팔작지붕의 처마 끝에 올려진 열한개의 잡상이 왕실의 건축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접견실이 있었다. 그 밖에도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 소규모 연회장으로 이용되는 인왕실, 외빈을 만나는 집현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 외교에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의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 곳들이다.청와대 경내 산책로에 있는 문화재인 ‘오운정’영빈관은 2층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다. 열여덟 개의 기둥들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특히 전면에 배치된 네 개의 돌기둥은 바위 하나를 통째로 깎아내어 이음새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대규모 회의가 열리거나 국빈이 방문했을 때 오찬이나 만찬 등 공식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마지막으로 본관 앞 대정원과 소정원, 그리고 침류각과 오운정,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불여래좌성)로 이어지는 경내 산책로도 청와대에서 봄나들이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들이다.청와대 경내 산책로에 있는 문화재인 보물 제1977호인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2022.05.13 I 강경록 기자
우려하던 출근길 버스대란 피했다…경기·대구 등은 추가 불씨 여전(종합)
  • 우려하던 출근길 버스대란 피했다…경기·대구 등은 추가 불씨 여전(종합)
  • 서울 시내 버스 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26일 예정됐던 전국 버스노동조합 파업이 유보·철회되면서 출근길에 우려됐던 최악의 교통대란은 피하게 됐다. 다만 경기, 대구 등은 당장 시내버스를 정상운행하기로 했지만 추가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 파업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서울 버스업계 등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역에서는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6일 버스 총파업을 예고한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전북, 경남, 창원, 제주 등 전국 8개 지역 버스업계 노사의 협상 결과 각 지역별로 협상 결과가 엇갈렸다. 서울·부산 등 5개 지역 노사는 첫차 운행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타결했고, 경기·대구 등 일부 지역 노사는 조정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먼저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이날 새벽 1시 30분까지 10시간여 동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결과, 극적으로 입금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노사 양측이 임금 5%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게 됐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 1차 사후조정에서 협상을 타결한 26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조장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당초 노조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임금 32만2276원(4호봉 기준 8.09%) 정액 인상, 고용 안정 협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 버스회사들의 임금은 지난 2020년 2.8%가 인상된 이후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에는 동결됐다. 사측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승객 감소 등에 따른 재정 악화를 이유로 임금 동결을 주장했지만 결국 막판에 임금 5% 인상에 합의했다. 만약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 서울 버스노조는 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 서울 시내버스 61개사 7222대 시내버스, 조합원 약 1만7000명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는 전체 서울 시내버스의 98%에 해당한다.경기도의 경우 전체 버스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36개 버스업체가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사측과 벌인 막판 협상에서 파업 유보를 결정했다. 당초 노조는 이날 협상이 결렬될 경우 26일 오전 4시 첫차부터 경기도 전체 버스의 43%에 달하는 7000여대의 운행을 멈추고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이로써 버스는 정상 운행하지만 추가로 협상할 여지를 남겨뒀다. 경기도와 사측이 노조의 입장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기로 한데다 지방선거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된 김은혜 의원도 노조원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하면서 노조가 조정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26일 오전 부산 금정구 금정시내버공용차고지에서 버스들이 운행을 나서고 있다. 부산 시내버스 노사가 총파업 1시간여 앞두고 장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인 타결을 했다.(사진=뉴스1)부산 시내버스 노사는 첫차 운행을 1시간여 앞둔 시점에, 제주 준공영제 7개 버스업체 노사는 파업을 불과 50분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부산버스 노조는 이날 새벽 3시15분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임금 5% 인상안으로 최종 합의했다. 또 마을버스 노사도 임금 3.8% 인상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전날 오후 2시부터 마지막 쟁의조정 회의에 돌입한 지 13시간여 만이다.전북과 경남, 창원, 제주 지역 버스 노사도 협상을 완료해 정상운행 중이다. 전북자동차노동조합과 시내·농어촌버스사,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11시간에 걸쳐 노동쟁의 2차 조정 회의를 벌인 결과 임금을 2% 인상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다만 전주시 2개 업체는 ‘민주노총’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다음달 10일까지 조정 기한을 유보하기로 했다. 대구 시내버스 노사는 제2차 쟁의 조정회의 마감 시간을 26일 오후 6시까지 연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다시 만나 조정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2.04.26 I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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