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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3년물 국채 평균 금리, 11년래 최고…역대급 금리 인상에 수시로 '발작'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는 채권시장 역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평균 1.4% 수준에서 3.2% 수준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 인상에 나서자 국고채 시장은 하루 만에 20bp(1bp=0.01%포인트) 이상씩 오르며 수시로 발작 수준의 패닉장이 연출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도 7조원 가량의 국고채를 매입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3년물 금리, 1년 새 두 배 넘게 올라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에 3.719%에 최종 호가됐다. 전 거래일보다 5.1bp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장기, 단기 할 것 없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급락했던 금리의 되돌림 장세가 연출됐다. 2년물도 3.1bp 상승한 3.809%를 기록했고 5년물은 6.9bp 오른 3.745%를 보였다. 10년물은 5.3bp 올라 3.726%를 기록했다. 전일부터 10년물과 3년물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된 모습이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6.1bp, 6.4bp 오른 3.685%, 3.683%를 기록했다. 올해 국고채 금리는 연중 내내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10월 중순 이후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연말을 앞두고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3년물 금리를 올 평균으로 보면 3.197% 올라 작년(1.392)보다 두 배 이상 급등했다. 1995년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이미 작년에도 40.9% 급등해 역대급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이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3.317%, 3.366%로 작년(1.719%, 2.067%)보다 93%, 63% 상승했다. 역대급 상승세가 국고채가 발행되더라도 이를 받아줄 매수 주체가 상실되는 등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또 일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은 이미 채권 투자를 통해 크게 손실을 본 터라 북클로징을 조기에 마감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기도 했다. ◇ 하루에 20bp 넘게 오르며 패닉장3월 28일께 2년물, 3년물, 5년물 등 중단기물이 일제히 20bp 넘게 급등했다. 미국 정책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다. 우려는 현실이 된 것이다. 6월 13일엔 장단기 금리 구분 없이 20bp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당시 미국의 5월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어 8.6%를 찍으면서 물가 공포가 한국 채권시장까지 덮친 것이다. 결국 미 물가 공포는 긴축 공포로 연결되며 투자 심리를 모조리 망가뜨렸다. 시장에선 금리 상단 예측이 무의미하다며 아우성을 쳤다. 실제로 국고채 금리는 10월 중순까지 치솟았다. 한은은 7월과 10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한은도 환율이 급등하자 금리 인상폭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9월말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10월 중순까지 번지면서 단기자금시장이 빠르게 위축됐다. 3년물과 10년물은 9월~10월 연고점을 경신했다. 3년물 금리는 9월 26일 4.548%를 기록하며 2009년 10월 26일(4.62%) 이후 최고치를 썼다. 10년물 금리는 10월 21일 4.632%는 2011년 3월 9일(4.6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시장의 발작이 수시로 나타나자 한은은 2월, 4월, 9월에 걸쳐 각각 2조원, 2조원,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에 나서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규모 자체가 미비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역대급으로 빠른 금리 인상 속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번지면서 10년물-3년물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지난 달 21일 10-3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한 달 넘게 역전 현상이 벌어지다 전일부터 역전 현상이 해소됐다. 10년물 금리는 3.3% 수준까지 빠졌는데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하락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고물가와 이를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빠른 금리 인상으로 작년와 올해 국고채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면 내년에는 금리 인상 후폭풍이 본격화되며 경기침체 우려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 ‘중꺾마’ 월드컵 16강 진출에 열광…러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위기 지속
- [편집자주] 2022년에도 대한민국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다. 코로나19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 회복에도 속도가 붙었다. 지난 3월9일 제20대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용산 시대’를 연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불과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지난 10월29일 밤 대한민국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이 몰린 이태원동 일대. 해밀턴 호텔 옆 좁은 골목에 밀집된 인파가 뒤엉키며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러시아가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사흘 만에 함락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결사항전으로 버티고 있다. 세계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신냉전 체제는 더 굳어졌다.‘중국몽’을 앞세워 2012년 집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16일 개막한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했다. 1980년대 확립된 중국 지도자의 ‘10년-2연임’ 규정을 깨고 장기 집권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5월 22년 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6∼11월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보수·우익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7월8일 거리 유세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숨을 거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9월8일 96살을 일기로 숨졌다. 여왕은 70년7개월 동안 국왕 자리를 유지하며 전후 영국이 겪은 온갖 영욕을 함께한 최장수 국왕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데일리가 꼽은 국내외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되돌아봤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용산 시대’ 열어올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내세운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취임사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정치신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후 그해 6월 정치참여 선언을 하며 파죽지세로 제1야당의 대선후보까지 꿰찼다. 후보시절부터 제왕적 이미지를 벗고 소통 중심의 친근한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그 결과물로 청와대를 나와 용산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며 ‘용산시대’를 열었다.[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이재용 회장 승진…‘뉴 삼성시대’ 막올라“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올해 10월27일 이재용(사진)의 ‘뉴 삼성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1991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31년만,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만, 선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후 2년만,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 이후 4년 만이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인재·기술 중시 경영으로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이건희 회장의 가치를 계승하되, 글로벌 현장 경영, 특유의 임직원 소통 등을 통해 초격차 확보를 위한 미래비전·경영전략 마련해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책임 강화를 녹여 ‘뉴 삼성’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이재용발’ 뉴삼성 비전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삼성의 취약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은 숙제다. 삼성은 2018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지만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사진=삼성전자)◇‘돈맥경화’ 불러온 레고랜드 사태강원도가 춘천 테마파크 레고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설립한 강원중도개발(GJC)을 회생신청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CJC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가뜩이나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말라가기 시작한 가운데 지방정부가 보증한 PF에서도 지급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금조달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PF ABCP 금리는 두자릿수로 치솟았고, 차환이나 만기연장도 어려워졌다. PF에 대출해줬던 증권사들도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사태를 겪었다. 회사채, 특수채, 국고채 금리도 줄줄이 급등했다.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방안을 발표하면서 국고채 시장부터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단기자금시장으로 온기가 퍼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진=뉴시스)◇‘핼러윈 비극’…이태원 참사로 158명 희생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8명이 인파에 짓눌려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 일대에만 30만명의 사람들이 모이면서 발생한 사고다. 참사 현장인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은 폭 3.2m의 내리막길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꼽혔다.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발생한 가장 큰 인명피해이며 피해자 대부분이 10~20대로 젊은 층이라는 점에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진상규명에 나선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경찰과 구청, 소방 등 과실이 모여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기관별 안전대책의 미비, 미흡한 사고 대처와 부실한 보고체계 탓에 참사 발생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까지 수사가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국회 국정조사 등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연말 앞둔 이태원 추모현장◇다시 대~한민국…투혼 보여준 태극전사들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며 2002년 한일 월드컵 포함해 통산 세 번째를 기록했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가나와 2차전에서 2-3으로 패했지만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조 2위로 16강에 안착했다. 브라질에 져 8강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우루과이와 가나,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상대로 값진 결과를 냈다. 안와골절상을 당해 안면 보호대를 쓰고 전 경기를 뛴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부상에서 회복이 더뎌 조별리그 두 경기를 못 뛰었으나 포르투갈전에서 16강행을 책임진 황희찬 등 태극전사들이 보내온 승전보는 한국 축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한은, 사상 첫 6회 연속 금리 인상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올려 연 3.25%로 높였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은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까지 6회 연속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1999년 콜금리 목표제가 시행된 이후 사상 첫 ‘6회 연속 금리 인상’이다. 특히 7월과 10월에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처음 단행했다. 물가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5%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고물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42.2원까지 치솟은 것도 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7대 우주강국 도약6월 21일 국산 로켓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7번째로 1톤 이상 실용 인공위성을 스스로 우주로 쏘아올린 국가가 됐다. 2010년부터 1조 9572억원을 투입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의 결실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연소 불안정, 악천후, 클러스터링(엔진 묶음) 기술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켜 국민의 자긍심을 높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우주개발로드맵’,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라 2032년 달착륙, 2045년 화성 탐사를 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누리호 발사 장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화물연대 16일 간 총파업 ‘빈손 복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16일 간 총파업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이 다가오자, 일몰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운송 거부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집단 운송거부에 참여한 화물연대 소속 운수 종사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두 차례에 걸쳐 발동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고수했다. 정부의 원칙 대응에 파업은 동력을 잃었고, 여론이 악화하자 화물연대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종료했다.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 무효화 등 안전운임제 일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지난 4일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차량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뉴스1)◇삼척·울진 산불에 전국 물 폭탄까지3월에는 4일부터 13일까지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에서 일어난 동해안 산불이 거대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산불은 213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서울 면적(6만500㏊)의 3분의 1에 달하는 산림 2만4900여㏊가 소실됐다. 정부는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로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본 울진, 삼척, 강릉, 동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8월에는 8일 서울을 시작으로 13일까지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 충청, 경북, 전북 일대에 하루 100∼30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서울 일부 지역은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넘어 8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기준으로 서울 8명 등 모두 14명이 사망하고 2280명의 이재민과 약 1만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지난 3월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지는 가운데 삼척시 원덕읍 옛 7번 국도 주변 산림이 불에 타고 있다.(사진=연합뉴스)◇대한민국이 멈췄다…카카오 먹통 사태지난 10월 15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대한민국의 ‘일상’을 멈춰 세웠다. 메신저, 택시, 페이, 지도 등 카카오 자체 서비스는 물론 카카오 인증을 연동한 서비스까지 몽땅 불통이 됐다. 완전 복구까지 걸린 시간은 127시간 33분. 불이 나더라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한 SK C&C의 데이터센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이중화 시스템 미흡)’ 카카오의 실책이 겹쳐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 사태로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취임 7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놨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사과까지 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사례만 10만5000여 건에 달했다. 카카오는 서비스를 안정화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투자를 3배 늘리겠다고 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끝없는 우크라이나 전쟁…뉴노멀된 인플레이션[2022 10대 뉴스]
- 러시아가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사흘만에 함락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결사항전으로 버티고 있다. 공급망 붕괴로 유가는 치솟고 인플레이션은 심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5월 22년만에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6~11월 네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 고점은 지났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 이데일리가 꼽은 10대 글로벌 뉴스를 통해 올 한해를 되돌아 봤다.[편집자주]△우크라이나 전쟁2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의 탈(脫)나치화를 주장하며 침공을 단행했다. 전쟁 시작 전까지만 해도 수일 내에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점쳐졌으나, 미국과 유럽의 지원과 효과적인 전술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가 선전하며 전쟁은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서방 진영은 개전 직후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에 대해 금융 제재를 시작으로 경제, 수출, 여행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고, 러시아는 돈바스 등 자체 영토에 병합한 우크라이나 지역 4곳을 돌려줄 수 없단 입장으로 종전 협상 개시에 난항을 겪고 있다.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탱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AFP)△역대급 인플레이션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이 실시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과 물류교란·공장 폐쇄 등에 따른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30~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덮쳤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최고 9.1%(6월)까지 기록했으며, 영국은 10.7%(11월)까지 치솟았다.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은 역대급 물가를 잡기 위해 상반기 중에 모두 긴축으로 돌아섰다. 미국은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0.25%이던 기준금리 상단을 8차례에 걸쳐 4.2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을 우려한 선진국과 신흥국들도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테슬라의 추락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수직 낙하했다. 3대1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초에는 1200달러를 돌파했던 테슬라는 올해 들어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전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트위터 인수 등의 악재로 70% 급락했다. 미국은 물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종목 1위인 테슬라의 폭락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반면 2020년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를 시작할 때부터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며 공매도를 해온 ‘테슬라 베어’(테슬라 주가 하락론자)들은 수익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CEO가 회사 경영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추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AFP)△ 美, 中 기술 견제 본격화 미국 상무부는 10월 중국 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미 정부는 일본·네덜란드 등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맹국을 상대로 이들 국가의 동참을 설득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 중국 국영 반도체 선두 업체인 YMTC(양쯔메모리) 등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 통제 목록에 추가했다. 8월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또한 자국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에너지 위기 확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올해 3월부터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인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로 유가가 급등했고, 러시아의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공급을 중단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원유의 27%, 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해오던 유럽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비싸진 에너지 가격 때문에 개발도상국·저소득 국가도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도식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에서 백지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中, ‘제로 코로나’ 폐기 중국이 지난 3년 동안 고수했던 엄격한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12월 사실상 폐기했다. 상반기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도시의 전면 혹은 부분 봉쇄가 반복됐다. 11월 다시 감염자가 늘어나자 중국 당국은 고강도 ‘봉쇄식 방역’으로 대응, 이에 반발하는 ‘백지 시위’가 중국 전역에서 발생했다. 경기 침체와 재정 정부 부담이 가중되자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폐기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하지만 충분한 대비 없이 방역을 완화하면서 감염자가 폭증해 올 겨울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아베 피격사망 기시다 지지율 급락 일본 최장수 총리를 지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아베 전 총리가 이끌던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수장을 잃고 당내 세력이 약해졌다. 살해범은 경찰 조사에서 통일교에 대한 막대한 헌금으로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고, 아베 전 총리가 그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수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통일교와 유착한 사실이 드러나 일본 정가가 대혼란에 빠졌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했고,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일본 사회 전체로 통일교 논란이 확산했다.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장례식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웰링턴 아치를 향해 운구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엘리자베스 여왕 별세, 트러스 총리 퇴진 영국 역사상 최장기 군주인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9월8일 향년 96세로 서거했다. 올해 73세인 찰스 왕세자가 국왕 자리를 이어받았다. 1926년에 태어난 여왕은 1952년 25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70년간 영국 군주와 영연방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섣부른 감세안 추진으로 큰 혼란을 일으키고 10월24일 49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 영국 역사상 최단임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후임인 리시 수낵 총리는 만 42세로 최연소 총리이자, 영국 역사상 첫 유색인종(인도계) 총리가 됐다.△美중간선거…레드웨이브는 없었다바이든 행정부의 중간 평가로 볼 수 있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공화당이 승리하고, 상원은 민주당이 겨우 과반을 차지했다. 하원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3석으로 공화당이 4년 만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상원은 민주당 51석, 공화당이 49석을 차지했다. 공화당과 여론조사기관들은 공화당이 압도적인 차이로 대승할 것이라는 ‘레드웨이브’(Red Wave)를 예상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라이벌로 불리는 로널드 디온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당장 수정안 투표를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시진핑, 3연임 성공…1인 지배 체제 강화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개최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했다.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장기집권의 시대가 열렸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새롭게 임명된 4인 모두 시 주석의 측근으로,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의 정치적 숙청을 통해 상하이방은 자체적으로 와해된 데다 상징적인 인물인 장쩌민 전 주석이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났고, 공산주의청년단파(공청당)의 핵심 인물인 후춘화는 상무위 진입에 실패하면서 시 주석을 견제할 세력은 지도부에서 사라졌다.
- 올해도 CES 관련주 오를까…메타버스株는 '잠잠'
-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내년 1월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를 앞두고 관련주 주가가 상승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초에는 로봇 관련 주가 CES 효과로 강세를 기록한 바 있다. 내년 CES 관전 포인트는 ‘메타버스’가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주 주가는 잠잠한 상황이다.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는 자이언트스텝(289220) 주가는 한 달 사이에 5.83%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1만8850원에서 이날 1만7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이언트스텝 외에도 기간 증강현실(AR) 플랫폼 기업 맥스트(377030)는 1% 내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내년 초 열리는 CES 2023의 5가지 대표 테마는 △오토모티브 △디지털 헬스케어 △웹 3.0 △메타버스 △지속가능성과 모두를 위한 인간안보다. 이번 CES는 코로나19 이후 대폭 축소됐던 행사 규모가 정상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CES가 다가올수록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올해 1월 CES 2022를 앞두고 대기업들이 로봇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로봇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로봇주 주가가 상승했다. 에브리봇(270660) 주가가 12월 한 달 사이 78.33%오르고, 로보스타(090360)(47.50%),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52.10%), 로보로보(215100)(99.01%) 등 로봇주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관련 비전 공유, 신규 플랫폼 소개, 확장 현실(XR) 신제품 공개 등이 행사의 가장 큰 관심사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메타버스로 가는 길목, 그 중심에 XR이 있다”며 “CES 2023 행사를 기점으로 XR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증권은 CES 관련주로 LG전자(066570), LG이노텍(011070), 뉴프렉스(085670), 나무가(190510)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가상현실(VR)과 AR이 합쳐진 개념인 혼합현실(MR)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MR은 기존 VR에 카메라를 탑재해 현실과 가상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관련 MR 기술 전시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소니와 애플 등 글로벌 IT 업체도 MR 신제품 출시 계획이 있어 MR 시장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카메라 부품 업종과 연성회로기판(FPCB)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 ‘자본시장 올해가 최악이라고?’…내년이 더 우울한 이유
-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개인이나 회사나 이때쯤이면 올 한해를 복기해본다. 각자 좋았던 기억과 아쉬웠던 일이 머리를 스칠 시기다. 설령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면 ‘내년은 다를 것’이라며 심기일전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내년은 다를 것이다’는 덕담을 건네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올해를 ‘최악의 한 해’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게 중론이다. 긍정보다 의심에 익숙한 시장 특성도 있지만, 최근 10~20년 새 이렇게 어려웠던 시기가 있나 싶었다는 말도 나온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올해를 ‘최악의 한 해’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게 중론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우울한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쩌면 흐름이 이어지는 것을 넘어 올해보다 더 척박하고 우울한 시장이 전개될 수도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식은땀을 흘리는 이유도 어쩌면 가늠이 안 되는 내년 시장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상상조차 못했다. 2021년 한 해 국내에서 이뤄진 M&A(인수합병) 거래규모가 6년 만에 50조원을 넘어서며 탄력을 받았다. 넘치는 유동성에 자신감을 더한 투자가 시장에 쏟아졌다. 올해 1조원 넘는 초대형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목표수익률만 제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만들겠다는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시장 주요 변수였던 코로나19는 저 멀리 연을 띄워 보낸 듯 했다. 그런데 올해 예기치 못한 시장이 펼쳐지면서 일 년 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장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수급 악화와 가격 상승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전쟁도 없었고 각종 원자재들이 무리 없이 유통됐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초강력 ‘퍼펙트 스톰’을 몰고 온 장본인은 기준 금리다. ‘원금에 대한 이자율 기준’을 뜻하는 이 네 글자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올렸다.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7차례 연속으로 올린 결과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오죽 올랐으면 0.50% 금리 인상 결정을 두고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안도하고 있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4.25~4.50% 올렸다. 현재 금리인 3.75%~4.00%보다 0.50%포인트 인상하며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 됐다.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 금리 안내문. (사진=연합뉴스)혹자들은 아니라 하겠지만, 국내 기준 금리는 미국의 기준 금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양국 간 기준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국제 무역이나 교역 등에서 빚어질 우려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한·미 모두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치솟은 물가를 단속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또 올린 상황에서 현재 3.25%인 국내 기준금리는 연초에 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무난하게 3.50%를 찍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로금리가 언제였나’를 곱씹어볼 겨를도 없이 껑충 뛴 금리를 보면서 시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남의 돈을 모아 투자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치러야 할 차입금 이자는 일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자본시장에 따르면 연초 연 4% 수준이던 인수금융 조달 금리는 최근 연 8~9%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자가 두 배가 되면 수익은 줄고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PEF 운용사에 뭉칫돈을 떡하니 건네던 공제회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시장 분위기가 변했는데, 자칫 거금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면 어떻게 하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정서적인 부분까지 변하는 순간이다. 돈을 빌릴 데가 줄면서 조 단위 펀드를 만들겠다던 PEF 운용사들도 자취를 감췄다. 더 큰 문제는 보유 중인 투자처를 시장에 팔아야 하는 PEF 운용사들이다. 실적을 끌어올려 넉넉한 가격에 팔자는 계획이 있었을 텐데 급제동이 걸렸다. 매각 타이밍을 놓치면 ‘시간을 더 달라’며 투자자들에게 차입한 자금 연장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돌아오는 것은 두 배 혹은 그보다 훌쩍 넘게 붙은 차입금 이자일 것이다. 사방이 위기인 상황에서 ‘과감한 베팅’ 따위는 남의 얘기다. ‘지금 당장 죽게 생겼는데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생존의 기로에 직면했다면 보수적 기조를 세울 수밖에 없다. 과감한 투자나 M&A가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M&A 시장에 국한해 언급하고 있지만, 거대 차입금으로 지탱하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주택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금리가 언제까지 오르겠느냐. 결국 금리가 내리면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내년 시장 전망의 핵심일 수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 주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최대한 건조하게 시장을 바라보자. 기준 금리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다만 문제의 본질이 ‘더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가 이제는 아니라는 점에 관심을 둬야 한다. 이미 금리가 너무 올라 부담감이 차오를 대로 차오른 상황에서 언젠가 내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금리 동결만 해도 ‘이제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며 환호할 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1년 전 수준의 기준 금리 회귀를 논하기엔 한참이나 앞서 간 ‘희망회로’다. 설령 금리 인하 구간에 들어섰다 하더라도 앞선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할 정도의 과감한 금리 인하가 일어날 것이냐의 대답도 회의적이다. 이례적이었던 자이언트 스텝보다 더 파격적인 자이언트 ‘백’스텝이 일어나야만 지금의 부담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8~9%대 이자가 반 토막이 나려면 자이언트 ‘백’스텝을 몇 번이고 넘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어쩌면 현재 상황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앞서 언급했던 전쟁이 막을 내리고 모든 원자재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인플레이션 국면이 잠잠해진다면 금리는 결국 내릴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경제 공황이 찾아온다면 중앙은행은 돈을 풀 수밖에 없고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그 시기가 내년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현상 유지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내년 시장 전망을 묻는 말에 한 자본시장 관계자의 짧은 답변으로 끝을 맺으려 한다. “이렇게 좋지 않나 싶었던 시기가 있었나 싶네요, 안 좋았다가 반등하는 게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번에는 좀 다를 것 같아요. 내년에는 놀고 싶어서 노는 게 아니라 강제로 놀아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추경호 "美 연준 빅스텝 예상 수준…금융시장 안정 최선"
-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이어 인상폭을 좁힌 만큼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가 나오지만, 여전히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 자금조달, 금융기관 유동성 등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팀은 분야별 집중 점검 등을 통해 기업 자금조달을 뒷받침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 보증규모를 확대하는 등 금융 지원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美 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국내 금융시장도 안정세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위원장 등과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뒤 기준금리를 현행 3.75~4.0%에서 4.25~4.5%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연준이 지난 네 번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가 이번에 인상 폭을 줄인 데 대해 “지난달 미국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낮은 7.1%를 기록하는 등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추 부총리는 “이번 금리인상 폭은 당초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은 제한적인 모습”이었다면서도 “향후 추이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최근 국내 금융시장도 미국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 정부의 시장안정조치 등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신용등급 A1 기준 기업어음(CP) 금리 91일물은 전날(5.52%)보다 1bp(1bp=0.01%포인트) 내린 5.51%를 기록했다. CP 금리는 지난 12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회사채 금리(3년물, AA-)도 9월말 5.280%에서 10월 21일 5.736%, 지난달 말 5.445%를 기록하고 지난 14일 5.272%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월말 1430.2원에서 10월 21일 1439.8월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말 1318.8원으로 내려갔고 14일에는 1296.3원에 마감했다.추 부총리는 “CP 금리는 10월 초 이후 최초로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회사채 금리도 하향 안정화되는 가운데 발행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최근 1200원 후반대까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尹 경제팀, 기업 자금조달·유동성 지원 등 금융시장 안정 총력다만 향후 주요국 물가 및 통화긴축 향방, 경기둔화 속도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경제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 소통·협력하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등 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최근 현안인 기업 자금조달, 금융기관 유동성, 부동산금융 분야 등에 대해 기존 ‘50조원+α’ 대책과 분야별 집중점검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정부는 총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탈콜을 내년 1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또 내년 초부터 5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을 가동해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할 예정이다.금융기관 유동성 지원도 강화한다.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증권사의 3조원 규모 유동성 지원과 함께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로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PF 사업자 보증규모를 5조원 추가 확대한 데 이어 5조원 규모 미분양 PF 대출보증도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 공급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앞으로도 경제·금융팀은 더욱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이 확고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