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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인]코로나 진단 키트, 경험·기민함·당국 지원 3박자에 '번개 개발'
- [이데일리 노희준 박일경 기자] 26만1335건(국내) VS 1만1079건(미국)14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누적 검사인원은 미국(12일 기준)의 누적 검사 인원의 23배를 넘는다. 세계 제약시장의 40%를 차지하는 1위 미국이 글로벌 제약 톱50위(매출 기준)에 단 한 곳도 없는 한국이 뚝딱 해치우는 진단 건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물론 각국의 방역 정책과 중국과의 근거리성 등 단순히 진단 능력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배경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감염증 진단 능력이 부각되는 건 사실이다. 미 의회에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미 행정부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는 데 국내 진단 역량을 끌어들이는 건 이제 단골 메뉴가 됐다. K바이오의 코로나19 진단 경쟁력을 주도하는 전위대에는 바이오벤처기업 4인방이 있다. 지난 4일 가장 먼저 보건당국의 진단 키드 사용 승인을 받은 코젠바이오와 씨젠(096530)(12일), 솔젠트 및 SD바이오센서(27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진단 방식은 모두 DNA 및 유전자 분석 등을 일컫는 ‘분자진단법’이다. 흔히 알려진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RT-PCR)방법이다. 진단 방법은 이렇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 콧물이나 가래 등의 검체를 채취한다.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껍데기를 걷어내 실 같은 한 가닥의 유전 물질을 뽑아낸 뒤 여기에 진단 시약을 넣어 극미량의 유전 물질을 증폭한다. 그 결과를 전용 진단 장비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적인 염기서열과 비교해 판정을 내린다. 이렇게 하면 기존(판코로나 검사법)에 하루가 걸리던 결과가 6시간 이내로 나온다. 흔히 바이러스 진단키트 업체란 이 진단 과정에서 쓰는 진단 시약을 만드는 회사다. 우재형 솔젠트 공동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짜빠구리로 치면 라면 재료인 ‘진단 시약’”이라며 “라면을 끓이는 전용 냄비(진단 장비)는 글로벌 회사들이 판매하고 있다. 진단 키트의 핵심은 진단 시약”이라고 말했다.국내 검사능력이 해외의 호평을 받으면서 덩달아 진단키트 업체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생산량은 대부분 국내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수출 요청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씨젠은 이탈리아, 독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솔젠트 역시 중국, 베트남, 미국, 중동, 중남미 등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팔고 있다. SD바이오센서도 중국, 유럽,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 14개여 국가와 수출을 협의중이다.이들이 국내 진단키트 개발에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뭘까. 무엇보다 경험과 빠른 의사결정, 기술 및 제도적 뒷받침 등이 원동력으로 꼽힌다. 우선 경험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요인은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거치면서 쌓은 감염병 진단 키트에 대한 개발 경험이다. 백묘아 코젠바이오텍 상무는 “과거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 때 진단 키트를 개발하면서 시스템이 갖춰졌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스케일업(대량생산) 양산 시스템, 품질 관리 시스템, 연구개발 대응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코젠바이오텍은 2009년 신종 플루와 2015년 메르스 발생 때에도 진단 제품을 개발해 국가기관과 의료기관에 공급한 바 있다. 씨젠 같은 경우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스템을 꼽았다. 씨젠 관계자는 “AI 컴퓨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개발에 3개월은 걸렸을 것”이라며 “AI 컴퓨터가 100명의 전문가가 3개월 동안 할 일을 불과 3시간 만에 끝내줬디”고 말했다.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 때의 경험은 보건 및 방역당국이 제도 정비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감염병 진단검사를 점담하는 감염병분석센터도 신설돼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조직이 구축됐다. 달라진 질본은 1월말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 검사법을 구축, 국내 시약제조 기업에 진단키트 제조를 위해 검사법을 공개했다. 또한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긴급사용승인제도가 도입됐다. 이를 통해 이번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통상 1년 걸리는 승인절차가 1주일 만에 끝났다. 긴급사용승인제도는 감염병의 대유행 시 진단 시약 등 긴급한 사용이 필요하지만 허가 받은 시약이 없는 경우 개발 시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국내 진단키드 회사의 기민한 의사결정도 빠른 진단키트 개발에 한몫했다는 평이다. 새로운 감염병이 터졌을 때 이 감염병 진단 시약 개발에 뛰어들지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재형 솔젠트 공동대표는 “유럽이나 미국이 개발 실력이 없어서 진단 키트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덩치 큰 해외 기업은 얼마나 제품이 판매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속도의 차이인 거 같다”고 말했다. 덩치가 작고 유연한 국내 바이오벤처 진단키트 업체가 이런 면에서는 더 유리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진단키트 개발 기업은 국내에 확진 환자가 단 한명도 없었을 때 개발에 나섰다. 씨젠의 경우 지난 1월 16일부터 천종윤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160개의 진단시약을 만드는 씨젠은 현재 코로나19 진단시약에만 매달리고 있다. 천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엔 없었지만 중국에서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피해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머잖아 한국으로도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솔젠트의 경우도 지난해 12월말 호흡기 바이러스와 폐렴 진단키트를 팔고 있던 중국 대리점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만들어줄 수 없느냐는 의뢰를 받았다. 회사는 바로 1월 둘째주부터 진단키트 설계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체 유전자가 밝혀지기 시작한 무렵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1월 20일이다. 이밖에 잘 갖춰진 건강보험도 국내 진단 능력을 올리고 벤처가 진단 키트 개발에 과감히 뛰어들게 한 인프라로 평가된다. 정승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최대 16만원만 지불하면 코로나 19 진단이 가능지만 일본은 2배인 35만원 수준”이라며 “공보험으로 보험수가를 적용하지 않는 미국은 무료 진단이 불가능하고 진단에만 2000달러(243만원)~3000달러(370만원)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 [박일경의 바이오 돋보기]“6개월 내 코로나19 치료제 나온다”…美·유럽 제약강국 속도는
-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6개월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내놓겠다고 선언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개발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없는지` 문의에서 통상 18개월가량 소요되는 치료제 개발 기간을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는 비법이 무엇인지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셀트리온그룹에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백신명가’ GC녹십자 역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뛰어들자 국내 상황을 넘어 미국·유럽 등 해외 전통적인 제약강국에선 치료제·백신 연구가 어느 단계까지 도달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백신의 경우 정부나 관계기관의 협조가 있다면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 향후 1~2년 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일자를 달리 정한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 약국 앞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쌀쌀한 날씨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U, 치료제 개발지원 ‘패스트트랙’…3월초 시행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단기간 백신과 치료제를 상용화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 기존 치료제의 적응증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는 유전정보가 리보핵산(RNA)으로 이뤄진 RNA바이러스다. RNA바이러스는 변형이 수시로 일어나 백신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존슨앤존슨을 비롯한 8개 제약바이오기업과 미국 국립보건원(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등 3개 연구기관이 코로나19 백신개발 착수를 공식 발표한 상태다. NIH는 ‘단일클론 항체’ 개발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단일클론 항체란 항원결정기(항체가 결합하는 항원 부위) 하나에만 항체반응을 하는 항체를 뜻한다.지난달 25일 NIH는 오마하 네브래스카대 의료센터에 입원한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상대로 길리어드 신약후보물질 ‘렘데시비르’ 효능 평가에 들어갔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렘데시비르 임상을 허가했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지만, 코로나19와 같은 RNA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지난 13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89포인트(3.43%) 떨어진 1771.44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유럽 혁신 의약품 이니셔티브(IMI·Innovative Medicines Initiative)는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IMI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약품산업협회(EFPIA) 회원사들이 공동 출자한 바이오 헬스케어 부문 세계 최대 민·관 협력 파트너십이다.IMI는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4500만 유로(한화 59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을 위한 제안 요청서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이달 초부터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연구 분야로 △항바이러스 제제 및 기타 유형 치료제 개발 △현재는 물론 미래 코로나 바이러스를 해결할 치료제 개발 △신속 진단제품 개발 △감염이 의심되는 유증상자와 전파자를 탐지하는 빠르고 안정적인 도구 개발 등을 설정했다.(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규모 R&D 자금력 ‘관건’…“민·관 분담해야”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and Innovation) 또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CEPI는 감염성 질병에 대한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고, 감염병 백신에 관한 공정·공평한 접근을 가능케 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다.라사열(Lassa fever), 마버그열(Marburg fever), 중동호흡기증후군(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등 바이러스 발생을 예방하는 데 기여해왔다.연구 자선단체 웰컴트러스트(Wellcome Trust), 빌게이츠재단,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과 같은 비영리 재단뿐 아니라 노르웨이·독일·일본·인도 등 정부를 통한 후원을 받고 있다.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and Innovation) 로고.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전염병 백신 항원보강제 플랫폼기술을 제공하며 CEPI와 협력하고 있다. CEPI는 백신개발 고도화를 목표로 4개의 코로나 관련 프로젝트에 펀딩 중이다. 호주 퀸즐랜드대 재조합단백질 전임상에 1100만 달러(약 130억원), 미국 모더나 테라퓨틱스와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의 핵산 전임상 6500만 달러(700억원), 독일 큐어백 핵산 전임상에는 4200만 달러(500억원)를 각각 펀딩했다. 전체 펀딩 규모만 우리 돈 1330억원에 달한다.결국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투입될 막대한 자금 동원력이 속도전의 관건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항체 연구개발(R&D)에 1차로 200억원을 투자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상용화까지 3000억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 회장은 지난 12일 웹캐스팅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단 자체 R&D 비용으로 조달에 최선을 다하겠으나 정부와 기업이 분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과감한 정부 지원과 함께 연구 성과가 실제 제품 개발과 출시로 이어지는 등 과제의 실효성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민·관 협력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정부, 코로나19 대응 동참하는 ICT 기업 지원 강화한다
-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코로나19 대응에 동참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대해 고성능컴퓨팅 자원 우선 지원, 데이터 바우처 사업 지원 강화, 재택근무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지원 등에 나선다.과기정통부는 12일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하고 있는 인공지능(AI)·데이터·클라우드 기업들에 대한 신속 지원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국내 의료 AI 특화 스타트업과 글로벌 ICT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상황 및 대응정보 제공, 환자 진단·선별, 치료제 발굴·개발, 위기 극복을 지원할 ICT 서비스 개발 등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와이즈넛·네이버(클로바)는 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종합상황 신속 공유하고 있고, 데이블과 다음소프트는 코로나 19 관련 미디어 트렌드나 검색 키워드 분석·제공에 나서고 있다. 씨젠·뷰노·JLK 인스펙션은 AI를 활용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엑스레이(X-ray) 영상판독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치료제 개발에 나선 디어젠·아론티어는 AI를 활용해 치료제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KT·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NHN·코스콤 등 클라우드 기업들은 현재 민간의 38개 개발팀에 코로나19 관련 공적 마스크 판매정보를 알려주는 앱과 웹서비스의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과 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ICT 기업들의 이 같은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우선 코로나19 대응 관련 AI 알고리즘이나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관과 기업에게 고성능컴퓨팅 자원의 우선 지원을 추진한다. 지난 2월 완료된 1차 신청에 이어 2차는 4월 10일부터 접수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관련 AI 개발을 위한 기관이 오는 16일부터 추가로 AI허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3일 이내 심사 완료 후 지원할 방침이다. 또 기존 사업이 1개월 단위 10·20·40TF의 지원 프로그램인 반면, 코로나19 대응 관련해서는 2개월 100TF으로 상향한다.감염병 진단, 예방·관리, 치료 등과 관련한 데이터 활용 및 가공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데이터 바우처 사업 지원도 강화한다.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올해 575억원 규모로 총 1400여건을 지원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50억원 규모의 별도트랙을 신설하고 대학 연구팀·연구기관의 참여도 허용한다.기업들의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업, 화상회의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지원도 기존 5월에서 3월말로 앞당겨 시작한다. 최소 30%였던 기업부담금도 면제해 준다.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질병관리본부는 과기정통부와 국토부가 공동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오는 16일부터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운영할 예정이다.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는 일선 현장에 있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AI·데이터·클라우드 등 각종 지원사업 추진과정에서 코로나 19 대응에 필요한 사항들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항암제 개발·실적개선에...바이오株 '내 갈길 간다'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있지만 유독 바이오주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주요 바이오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이달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주요 바이오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항암제 개발에 나선 중소 바이오업체들도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등 주가 반등의 모멘텀이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KRX 헬스케어 지수 이달 6.37 포인트 상승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바이오업종의 주가를 대표하는 한국거래소(KRX)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10일 2859.40을 기록해 전일 대비 3.17 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6.37포인트 올랐다. 이달 초 잠시 반등세를 보이다가 급락세로 전환한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11일) 코스피 지수는 1908.27로 마감하며 지난달 대비 2.78%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595.61로 거래를 마쳐 전월 대비 3.93% 떨어졌다. KRX 헬스케어 지수가 증시 폭락에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주요 업체들의 실적 개선과 코로나19 관련 수혜 기대에 기인한다. 여기에 항암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계획 등이 발표되면서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살아나게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석원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바이오업종으로 등록된 업체들이 200개가 넘으며 영역도 다 다르지만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진단업체, 미국에서 관련 제품을 수입한다는 호재가 있는 회사들이 주도한 것 같다”며 “진단키트 제조업체 씨젠(096530)의 경우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꽤 있는 기업인데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총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주가가 빠져도 전체적으로 오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 키트 생산 업체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이달 들어 61.64% 급등했다. 이 업체는 또 최근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실적 개선기대감까지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이 업체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나섰다.대표 바이오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은 실적 개선 덕분에 증시 폭락에도 아랑곳않고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42% 올랐고, 셀트리온도 같은 기간 2.94%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0.43% 급증했다. 셀트리온도 생산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의 실적 개선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53% 늘었다. 두 업체는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9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주가가 오른 것은 호실적 영향이 크다”면서 “작년 4분기 실적이 잘 나오면서 올해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밸류에이션(기업가치)도 리레이팅(주가수익비율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가의 견조한 흐름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암제 개발업체 학회 연기로 제동 신라젠(215600)을 비롯한 항암치료제 개발업체들의 연구개발(R&D) 및 임상시험은 올해도 계속된다.신라젠은 현재 미국 바이오기업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와 공동연구 중인 신장암 병용 치료 임상 연구를 국내에 이어 미국에서도 확대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항암치료제 및 당뇨합병증 치료제 개발업체 압타바이오(293780)는 지난 2일 체코에 이어,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에 임상 시험계획서(IND) 신청을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회사는 유럽 4개국 총 22개 기관에서 140명의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파멥신(208340)도 항암제 올린바시맵과 기존 치료제 키투루다와의 병용임상에 대한 중간결과를 오는 5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 젬백스(082270)는 알츠하이머치료제 임상 2상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제넥신(095700)은 신약후보물질, 지트리비앤티는 안구건조증에 대한 임상시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오는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되는 ‘2020 미국암연구협회(AACR) 학술대회’가 연말로 연기됨에 따라 이 자리에서 연구 결과 발표를 예정했던 업체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ACR은 전세계 회원 4만명이 활동 중인 미국의 3대 암 학회 중 하나다. 매년 2만여명 이상의 연구자가 모여 암에 대한 임상결과 보고, 혁신기술 소개, 최신 암 치료 동향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면역항암제 개발기업 투비소프트(079970)는 항암병용치료제로 리포지셔닝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전임상 효능 시험 결과를 당초 이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비상장사인 엔지켐생명과학도 신약물질 EC-18의 면역항암제 병용효과와 구강점막염 연구성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통상 바이오주의 큰 이벤트로는 임상발표와 라이센싱(기술이전) 계약으로 나뉘기 때문에 이번 학회 취소가 다른 학회 취소로 확산된다면 항암제 개발업체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서 연구위원은 “바이오주는 학회 모멘텀도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학회가 취소된 영향으로 오늘(11일) 대부분 업체들의 주가가 빠졌다”며 “실적주는 견고하게 주가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신약개발업체들의 경우 향후 다른 모멘텀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4시간 '1만 8000원'에 가능한 '코로나19' 진단 체험해보니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11일 기초과학연구원의 한 실험실. 검체 채취실에서 개인정보 동의서를 쓰고, 알파벳 ‘Q’를 부여받았다.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며 설압자로 혀를 누르고, 면봉으로 편도 부분을 10회 정도 긁었다. 긁은 면봉은 다시 용액이 담긴 튜브에 20여 차례 담갔다빼고, 봉인한 튜브를 연구자에게 제출했다. 이 작업만 수행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검사대상자가 할 일은 마친 셈이다. 이후 연구자들의 실험과 분석이 이뤄지면 4시간안에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샘플 1개당 재료비는 1만 8000원 수준이다. 일반적인 코로나19 진단비용이 최소 16만원 이상이고, 유전자 검사에 6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편리하고 싸다. 검채채취실(왼쪽)과 RNA 추출 과정(오른쪽).<사진=강민구 기자>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인지사회성연구단장팀이 이같은 코로나19 검출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대학, 연구기관에서 보유한 생물안전 2등급 시설을 활용해 코로나19 진단 비용과 시간을 줄일 방안을 제시했다.연구팀은 검사대상자의 조직샘플에서 추출한 RNA를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로 상보적 DNA로 변환하고, 코로나19 대조군과 비교해 ‘음성’ 여부를 판별토록 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만 특이하게 존재하는 DNA 부위를 증폭시킬 수 있는 프라이머 서열 아홉 세트를 개발하고, 실제 실험에서 특정 DNA 4개 부분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사대상자의 샘플 분석결과 4개 DNA 중 한 부분이라도 양성 반응이 있으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고 모두 음성반응이 나오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다. 연구는 분자진단 키트와 같은 진단 도구가 아닌 실험 방법을 활용해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실생활에 접목하기 위해선 질병관리본부 등 감독기관의 허가와 국가 재난상황에 따른 실험실 변경 사용 허가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인건비 등을 반영하면 진단 가격도 높아질 수 있다. 이창준 단장은 기존 대학, 연구기관에서 보유한 연구시설이 국민에게 활용되고, 진단 방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이 단장은 “공익적 차원에서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면서 “대학·연구기관 등 주변의 실험실에서도 쉽게 무증상자를 대상으로 음성 여부를 판별 가능하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유행성 바이러스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들이 채취한 검체를 분석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코스닥 마감]3.93% 하락…7개월만에 600선 붕괴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11일 코스닥 지수는 4%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이에 7개월 만에 600선으로 후퇴했다. 유동성 공급, 급여세 인하 등 미국이 각종 부양책을 내놨지만 코로나19 확산·유가 하락 등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를 막지 못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36포인트(3.93%) 내린 595.61에 마감했다. 장초반 620선을 회복해 622까지 올라갔지만 이내 하락 전환해 점진적으로 낙폭을 확대했다. 오후 들어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에 600선도 붕괴됐다. 591선까지 떨어졌지만 막바지 낙폭을 줄이면서 596선에서 마무리됐다. 3월11일 코스닥 추이(표=신한HTS)미국이 대규모 재정부양 정책을 내놨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약속했던 부양 패키지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 결과 미국 금융시장은 하락했는데, 재정부양 패키지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한 결과”라면서 “가시화 여부 지켜봐야 할 정책 공조”라고 말했다. 수급 주체별로는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26억원, 2606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3240억원 순매수했다. 프로그램별로는 차익과 비차익을 합쳐 2823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업종별로도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 신성장기업이 8.21% 하락한 가운데 기계장비, 제약, 비금속, 일반전기전자, IT부품, 제조, 반도체 등이 4%대 하락세를 보였다. 종이목재, 디지털컨텐츠, 음식료담배, 소프트웨어 등도 3%대 빠졌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하락세였다.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3.08% 하락했으며, 에이치엘비(028300)(-5.14%), CJ ENM(035760)(-5.38%), 펄어비스(263750)(-3.64%), 스튜디오드래곤(253450)(-2.88%), 케이엠더블유(032500)(-1.98%), 에코프로비엠(247540)(-4.62%), SK머티리얼즈(036490)(-3.23%) 등 일제히 내렸다.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씨젠(096530)만 7.86% 올랐다.개별 종목은 재료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신규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마이크로젠(29.94%), 엘컴텍(037950)(8.78%), 오상자이엘(053980)(5.63%) 등이 오름세를 보여줬다. 관리종목에서 해제된 이에스브이(223310),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취하함에 따라 거래가 재개된 한프(066110), 15분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출용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힌 휴마시스(205470) 등은 30% 가까이 올랐다. 이날 거래량은 15억3849만주, 거래대금은 8조2134만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5개를 포함해 113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개를 포함해 1199개 종목이 내렸다. 34개 종목은 보합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