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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국제사회 휴전 요구에도 ‘모르쇠’…민간인 피해 확산
  • 이스라엘-하마스, 국제사회 휴전 요구에도 ‘모르쇠’…민간인 피해 확산
  •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더 이상 민간인 희생자를 내선 안된다며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과의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아랑곳 않고 상대를 겨냥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로켓 120발…42명 사망 ‘피의 일요일’16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날 “토요일(15일) 저녁 7시부터 일요일(16일) 오전 7시까지 120발의 로켓을 발사했으며 이 중 11발은 가자지구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 번에 여러 대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를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두 차례 공습으로 어린이 8명을 포함해 최소 43명의 사망자가 보고됐으며 5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양측 간 충돌이 시작된 지난 10일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또 이날 보고된 사망자 중엔 1살짜리와 3살짜리 어린 아이도 있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전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는 어린아이 58명, 여성 34명을 포함해 총 197명으로, 부상자 수는 1225명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측 사망자는 10명, 부상자는 약 200명으로 전해졌다. CNN은 “가자지구에서 펼쳐지는 공포의 풍경이 끝나질 않고 있다. 최악의 날”이라고 평가한 뒤 “구급요원들이 수색작업을 진행할 수록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은 지난 7일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자, 하마스가 예루살렘 등에 로켓 공격을 가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러시아를 통해 국제사회의 휴전 제안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이를 거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AFP)◇국제사회, 충돌 중단 촉구…유엔 안보리 첫 공개회의 소집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여론과 함께 휴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 중단 방안을 위한 첫 화상 공개 회의를 소집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을 향해 “최근의 폭력 사태는 죽음, 파괴 그리고 절망의 순환을 지속시킬 뿐”이라며 “공존과 평화를 위한 희망을 밀어내고 있다. 충돌은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사람이 다쳤고 너무 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그 중엔 많은 아이들도 있다.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증오와 복수가 가져오는 게 무엇인가. 상대방을 파괴해 진정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양측 간 대화를 촉구했다. 미국과 영국, 스페인, 프랑스, 스의스 등 세계 곳곳에서는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시위자들은 민간인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쟁이 아닌 학살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 국가가 반대해 안보리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가 비공개회의를 진행한 지난 10일과 12일에 이어 공개회의를 진행한 이날도 미국 반대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교적 관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무슬림 명절을 기념하는 행사에 사전 녹화된 영상을 보내 “나의 행정부는 지속적 진정 상태를 위한 협력 차원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역내 다른 파트너들과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또한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주민이 동등하게 안전 속에 살고 자유와 번영, 민주주의의 동등한 조치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아랑곳 않는 이·팔, 서로 “네탓”…강경대응 입장 고수국제사회 휴전 요구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며 충돌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하마스는 민간인을,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를 목표로 한다”고 주장했다.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은 무장 도둑”이라며 “우리 집에 침입해 우리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워싱턴DC나 뉴욕 등지에 로켓 2900발이 떨어졌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 그냥 상상해 보라. 우리는 국경일인 ‘예루살렘의 날’에 공격을 받았다. 어떤 국가든 자위권을 가진다. 자신을 방어할 타당한 권리다. 우리 국민의 안보와 억지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했다.(사진=AFP)
2021.05.17 I 방성훈 기자
'역사왜곡 범벅' 조선구마사 폐지 '촬영분 폐기는?'
  • [슈팅스타]'역사왜곡 범벅' 조선구마사 폐지 '촬영분 폐기는?'
  •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슈팅스타는 한 주간 화제를 모은 인물, 스타를 재조명합니다.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지 4일 만에 폐지를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 방송 직후부터 역사를 왜곡했다는 의견이 나왔다.1회에서는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장동윤 분)이 의주 근방의 명나라 국경 부근에서 구마 전문 신부 요한(달시 파켓)과 통역 담당 마르코(서동원)를 접대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 장면에서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오리 알을 석회 등이 함유된 진흙, 왕겨 등에 넣어 삭힌 것) , 중국식 만두, 중국풍 설정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충녕대군이 역관에게 무시당하거나 태종(감우성)이 아버지 이성계의 환시를 보다가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까지 등장하면서 조선건국사를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태종이 백성들을 도륙하는 장면 (사진=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제작진은 드라마 장면 속 중국풍 소품과 음식이 사용된 것에 대해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 중심으로 제작지원, 광고에 참여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이에 호관원을 시작으로 LG생활건강, 코지마, 에이스 침대, 반올림 피자, 금성침대, 블랙야크, 등 모든 협찬사가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광고 지원까지 끊기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SBS는 24일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만큼 더욱 세세하게 챙기고 검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또 다음 주 방송을 결방하고 내용을 재정비하겠다고 전했다. SBS 사과에도 논란은 이어졌고 결국 방송사 측은 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SBS는 26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자문한 역사학자 “우려 표하고 지적까지 했다”드라마 폐지는 예견된 수순이었을까.제작진은 역사학자에게 문제가 될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음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구마사의 역사 논란이 불거지자 역사 자문을 한 학자에게 불똥이 튀었다.이에 대해 이규철 박사는 “역사학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원칙대로 자문했다”며 “현재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고, 그 외 다른 부분도 다양하게 지적을 했다”고 한 매체에 전했다. 이어 “방영 전 최종 결과물을 볼 수 없었고, 역사자료에 입각한 학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이 안 돼 아쉬움이 크다”며 “현재는 저도 제작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현필 한국사 강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깔아뭉개려는 의도 수준이 아니라 중국 역사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방원이 이성계 환영을 보고 백성들의 목을 쳤다. 태종을 ‘폭군’ 취급한 것”이라며 “충녕대군의 등장은 말에서 떨어지고 외국인 신부 심부름하는 어리바리한 인물로 그려졌다. 외국인 신부를 접대하기 위해 찾은 기생집에서 충녕대군을 욕보이는 장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 강사는 “조선구마사가 그리는 시기는 중국에도 외국인 신부가 등장하지 않았을 때”라며 “드라마에 등장한 칼도 중국식, OST도 중국 악기, 무녀 옷도 중국식이었으며 조선 대궐은 붉은색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사극에서, 그것도 공영 방송의 드라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화가 난다. 방영돼선 안 될 드라마다. 누구나 다 함께 분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제작사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중단할 것” 누리꾼 ‘촬영물 전량 폐기’ 촉구사진=말레이시아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플릭스’드라마 폐지가 답이 아니다. 문제는 해외 수출과 스트리밍 서비스다. 대중들이 촬영물 전량 폐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역사 왜곡 드라마가 해외로 퍼졌을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고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제작진 역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 이런 시기에는 더 조심했어야 한다.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돼 정말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 우리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로 IT(정보기술)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인 위티비(WeTV)와 텐센트가 자산 인수한 말레이시아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플릭스에는 조선구마사를 소개하면서 ‘북한이 세워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드라마’라 적었다. ‘바티칸이 불교 국가인 고려를 대체하기 위해 북한 건국을 지지했다’는 황당한 문구도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제작진은 “번역 오류로, 플랫폼에 수정을 요청했다”고 해명한 후 “악령에 대한 판타지 드라마”라는 설명으로 수정했다.누리꾼즌들은 드라마 폐지 발표 후 촬영분을 전량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26일 SBS 상암동 사옥에서는 이와 관련한 트럭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결국 제작사는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해외 판권 계약 건은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이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국제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는 조선구마사를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한국네티즌들은 업로드를 요청하는 해외 팬의 청원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는 방법을 공유하며 또 한 번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 청원은 한국과 한국 역사에 대한 존경심 하나 없는 일부 무지한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을 바탕을 두고 있다.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한국사를 왜곡해 방송사와 이미 제작사가 방영을 중단하고 관련 스트리밍을 전면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무지한 팬들이 이 무례한 탄원을 올렸다. 일시 중지하라’라는 글을 올리며 신고에 동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남의 나라 역사에 말 얹지 마라. 너희 역사도 왜곡되어봐라”, “넷플릭스에서 ‘킹덤’이나 봐”, “이래서 촬영분 전량 폐기처분 해야 한다. 스트리밍 될 여지를 주면 안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구마사’ 넷플릭스 업로드 요청 청원. 사진=체인지닷오아르지
2021.03.27 I 정시내 기자
손절 러시→존폐 기로 선 '조선구마사'…배우들은 무슨 죄
  • 손절 러시→존폐 기로 선 '조선구마사'…배우들은 무슨 죄 [스타in 포커스]
  • (사진=SBS ‘조선구마사’ 포스터)[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역사왜곡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조선구마사’가 결국 폐지설까지 휩싸였다. 폐지는 아직 확정 전으로 관련 회의를 거쳐 이날 오전 중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의 여파로 모든 제작지원이 중단되고 드라마의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에 방송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폐지로 결론이 난다면, ‘조선구마사’ 출연진들의 정신적, 물질적 타격이 특히 클 전망이다. 이미 출연 배우와 제작진이 참여한 기업 광고와 영화, 드라마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보이콧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배우들 개인 SNS마저 해명을 요구하는 항의 댓글로 도배 중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의 전작에 참여한 배우들까지 질타를 받으며 불매 운동 피해를 입는 등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조선구마사’ 존폐 기로…“오전 내 결정”지난 22일 첫 방송 뒤 중국풍 소품 사용, 역사왜곡 의혹으로 심판대에 오른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폐지설은 지난 25일 밤 드라마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일간스포츠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드라마가 방송 2회 만에 폐지 기로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실제 폐지로 결정된다면 업계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선구마사’의 신경수 PD는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단독]‘조선구마사’ 신경수 PD “폐지 확정 아직...내 손 떠난 문제”(인터뷰))를 통해 “아직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새벽 회의가 있을 거고, 내일(26일) 오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또 배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폐지를 통보했다는 일간스포츠 기사 내용에 관해서는 “회의가 진행되기 전 수십명의 배우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렸다”고 인정하면서도, “혹시나 기사가 나가서 그것을 통해 배우분들이 알게 되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았다. 제작이 중단될지 안 될 지는 모르지만,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게 배우에 대한 연출의 예의라 전화를 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다.앞서 지난 22일 첫방송을 시작한 ‘조선구마사’는 1회 방송 만에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 여파로 지난 23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2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6.9%를 기록, 전날 방송된 1회 시청률(8.9%)보다 하루 만에 2%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조선구마사’의 중국풍, 역사왜곡 논란은 첫방송 당시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기생집에서 외국인 구마 사제인 요한 신부(달시 파켓 분)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과정에서 중국식 월병과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등장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태종(감우성 분)이 이성계의 환영을 본 뒤 백성을 학살하고, 충녕대군이 역관에 무시를 당하는 장면 등이 조선 왕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고, 이를 두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려는 중국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는 일침을 가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2회 방송 직후인 24일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등장했고, 이 국민청원 게시글은 게시된 지 이틀 만인 26일 오전 현재 19만 3794명을 기록 중이다. 이에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란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다만 예민한 시기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고 향후 방송 제작에도 유의하겠다”는 사과 입장을 밝혔다.SBS 역시 “중국풍 미술과 소품(월병 등) 관련하여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시청에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며 “구마 사제 일행을 맞이하는 장면 중 문제가 되는 씬은 모두 삭제하여 VOD 및 재방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또 다음주 결방을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 하겠다고도 약속했다.그럼에도 해당 청원글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심각성을 인지한 광고계도 지원을 철회하고 드라마 방영 시간에 광고배치를 없애는 등 재빠른 선긋기에 나섰다. 현재 ‘조선구마사’의 광고를 맡았던 기업들은 전부 지원을 철회한 상황이다. (사진=SBS ‘조선구마사’ 방송화면)◇도 넘는 비난 수위…배우 보이콧까지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들 때문에 ‘조선구마사’의 방영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을 보내는 상황이다. A 제작사 대표는 이를 두고 “이미 드라마를 향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에서 아무리 내용을 수정하고 재정비를 한다 한들 한 번 꺾인 이미지를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무엇보다 드라마의 제작 예산 회수에 반드시 필요한 광고 매출이 다 빠지고, 촬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소, 의상 지원 등 제작 지원 기업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라 방송을 이어나가기 사실상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씁쓸함을 표했다. 논란의 여파로 덩달아 도를 넘는 수위의 비난과 보이콧을 겪고 있는 배우들과 촬영 스태프들이 겪을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작품을 집필한 작가, 제작진 뿐 아니라 대본을 읽고 작품을 택한 배우들도 부족한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기에 이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들도 일각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에 출연 중인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들의 명단이 정리된 리스트들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 중이다. 이 배우들이 등장하는 기업 광고나 출연 작품들은 소비하지 말자는 일종의 ‘보이콧’인 셈이다. 또 ‘조선구마사’의 주요 배역을 맡은 감우성(이방원 역)과 장동윤(충녕대군 역), 박성훈(양녕대군 역), 김동준(벼리 역), 정혜성(도무녀 무화 역) 등 배우들의 개인 SNS와 소속사 공식 SNS 역시 이들의 캐스팅 결정을 비판하며 하차 및 해명을 요구하는 항의 댓글들이 빗발치고 있다.비난의 화살은 급기야 ‘조선구마사’를 넘어 박계옥 작가의 전작인 tvN ‘철인왕후’에 출연한 배우들에게까지 튀고 있다. 최근 한 ‘철인왕후’ 출연진이 광고 모델로 참여한 제품 브랜드의 경우, 박계옥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이 배우를 모델로 발탁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이에 대해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그저 답답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소속사 입장에서 배우와 관련해 어떤 입장이든 밝혀야 하나 싶다가도 무엇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배우들은 그저 열심히 주어진 대본을 따라 연기한 죄밖에 없다. 이 상황을 겪어내야 할 배우들이 겪을 정신적 피해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부주의함으로 인해 역사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 지적받아야 하고 반성, 개선되어야 할 사안임은 맞지만 제작진을 향한 도 넘은 비난이 앞으로 등장할 작품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헌식 평론가는 “대중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일부 장면만으로 작품 자체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한다는 식의 주장은 비약의 위험성이 있고, 고유한 창작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비난을 위한 비난들이 지속될 경우, 사극 등 특정 장르의 제작 열기가 위축될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1.03.26 I 김보영 기자
'빈센조'→'조선구마사'…反中 보이콧이 거세지는 이유
  • '빈센조'→'조선구마사'…反中 보이콧이 거세지는 이유 [스타in 포커스]
  • (왼쪽부터)SBS ‘조선구마사’, tvN ‘빈센조’ 포스터.[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난해 말 PPL(제품 배치 간접 광고) 논란을 시작으로 드라마 시장에 불어닥친 대중의 반중(反中) 정서가 역사 왜곡, 중국풍 논란으로까지 확대되자 일부 작품들을 중심으로 제작지원 철회, 시청 보이콧 등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복 및 김치 등 우리 전통 문화를 겨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를 향한 반발이 커지자 드라마 극 중에 등장하는 중국 제품 PPL 및 중국풍 소품, 문화 묘사를 향한 반감도 거세진 것이다. 최근에는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와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가 역사 왜곡 및 PPL 논란의 정점에 오르며 심판대 위에 섰다. 특히 지난 22일 방영을 시작한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 만에 중국풍 논란에 작가의 역사 왜곡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제작 지원에 참여한 지자체와 기업들까지 ‘선 긋기’에 나서는 등 역풍이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모양새다. 중국풍 논란으로 뭇매를 맞게된 SBS ‘조선구마사’ 속 한 장면. (사진=SBS ‘조선구마사’)◇‘조선구마사’ 중국풍·왜곡 논란…시청률 하락·광고 손절까지 지난 22일 첫방송을 시작한 ‘조선구마사’는 1회 방송 만에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 여파로 지난 23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2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6.9%를 기록, 전날 방송된 1회 시청률(8.9%)보다 하루 만에 2%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지자체와 기업들도 일제히 제작지원 및 광고를 철회하며 빠른 ‘손절’에 돌입했다. 이는 앞서 최근 중국산 비빔밥 PPL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빈센조’가 겪은 후폭풍보다도 치명적인 상황이다. ‘조선구마사’의 장소 사용을 승인했던 나주시는 24일 “‘조선구마사’와 관련 대행사 측에 장소 사용 취소를 통보했고 엔딩에 삽입되는 나주시 관련 사항의 삭제를 요청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광고계도 심각성을 인지한 뒤 빠른 대응에 나섰다. 윤성원 반올림피자샵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논란중인 드라마와 관련하여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우선 저희는 해당 드라마에 제작지원을 하지 않으며, 단순 광고편성이 해당 시간대에 된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현재는 해당 드라마 시간대에 광고가 편성되지 않도록 조치해놓은 상황이다. 앞으로 광고편성에 있어서도 더욱 세심히 살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LG생활건강, 코지마, 호관원, 금성침대 등 기업들도 광고 철회를 선언했고, 이외 다른 제작지원에 참여한 기업들 역시 지원 취소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선구마사’의 제작지원에 참여한 A기업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조선구마사’의 광고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A기업도 함께 불매하겠다 등 항의, 민원성 문의들이 빗발쳤다”며 “이전 다른 드라마들이 겪었던 반중 정서 때와는 확실히 다르고 거세서 많은 기업들이 긴장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방송 당시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기생집에서 외국인 구마 사제인 요한 신부(달시 파켓 분)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과정에서 중국식 월병과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등장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중국풍’ 논란이 일었다. 이후 태종(감우성 분)이 이성계의 환영을 본 뒤 백성을 학살하고, 충녕대군이 역관에 무시를 당하는 장면 등이 조선 왕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역사왜곡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이에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란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다만 예민한 시기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고 향후 방송 제작에도 유의하겠다”는 사과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사과에도 뿔난 여론…서경덕 교수 “빌미 제공한 셈”그럼에도 성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동북공정 논란을 제기하며 방송을 중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선구마사’의 전작인 tvN 드라마 ‘철인왕후’로 이미 올초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박계옥 작가를 향한 비난도 거센 불매운동에 한몫했다. 박계옥 작가는 ‘철인왕후’ 당시 일부 대사가 조선왕조실록과 실존 인물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뭇매를 맞았고, 극 중 인물의 가문을 풍양조씨에서 풍안조씨로 임의 변경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꼬집으며 “제작진도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욱 조심했어야 한다.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돼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모자란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조선구마사’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특히 큰 것은 허구에 기반했지만, 실제 시대적 배경과 소스를 일부 활용한 ‘픽션 사극’이라는 점, 최근 중국의 전통 문화 가로채기 시도가 노골화된 시점과 맞물린 게 컸다는 반응이다. 시청자 황선희(33)씨는 “앞서 tvN ‘여신강림’과 ‘빈센조’ 등이 민감한 시기에 중국 제품 PPL을 버젓이 보여준 것부터 우려스러운 지점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허구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일부 차용하는 ‘사극’이라면 보다 이런 정서에 민감하고 주의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사진=tvN ‘빈센조’)◇PPL부터 불거진 反中…일각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실제로 드라마 시장이 반중 정서에 부딪힌 것은 ‘조선구마사’가 처음이 아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방영을 시작해 지난 2월 막을 내린 tvN ‘여신강림’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중국 제품 광고, 극 중 인물들이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 등 중국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노출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역시 주인공들이 중국식 인스턴트 비빔밥 제품을 먹는 장면을 PPL로 내보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김치와 한복을 자신의 문화라 주장하는 중국에 한국의 또 다른 전통 음식인 비빔밥까지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할 명분과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에 제각각 우려섞인 시선들을 보내고 있다. B제작사 대표는 “PPL의 경우는 사실 콘텐츠의 해외 시장 수출을 위해서도 그렇고 불어나는 제작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 입장에서 퍽 난감하다”고 하소연하면서도 “다만 동북공정 논란 등 민감한 시기, 정서 등을 고려했을 때 민감한 논란을 일으킬 듯한 제품들은 어느 정도 가릴 수 있는 신중함도 보여야했다는 인식에는 내부에서도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김헌식 평론가는 “대중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일부 장면만으로 작품 자체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한다는 식의 주장은 비약의 위험성이 있고, 고유한 창작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비난을 위한 비난들이 지속될 경우, 사극 등 특정 장르의 제작 열기가 위축될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1.03.25 I 김보영 기자
마크 피터슨 '위안부, 다시 한국을 자극하는 일본'
  • [전문]마크 피터슨 '위안부, 다시 한국을 자극하는 일본'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일본은 왜 아직도 배우지 못했을까? 아니면 뭔가 숨은 의도를 갖고 일부러 한국인들을 도발하는 것일까? 무슨 이유이든 2차 세계대전 당시 행위를 두둔하는 일본의 추한 모습이 2021년에도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다.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브리검영 대학교 명예교수최근 논문을 흉기로 삼아 한국인의 눈을 찌른 장본인은 하버드 법대 교수다.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인 램지어 교수는 일본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2년 전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을 받았다. 그는 일본 사람은 아니지만 그간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대내외적으로 일본을 홍보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 법대에서 나온 논문으로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며 또 다시 한국인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댔다.얼마 전 내 동료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MBA를 마친 한 젊은 친구는 램지어 교수의 ‘하버드 논문’에 대한 의견을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그는 ‘하버드 박사 출신이라면 당연히 이 논문에 대해 의견을 밝혀야 한다’며 자기는 너무 화가 나서 전날 밤 한숨도 못 잤고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적잖은 사람들로부터도 이 논문에 대해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 그만큼 이 문제는 감정이 격해지는 사안이다. 일본은 언제나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입장을 고집해왔으며 매번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딱지를 떼어내 버린다.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나는 1980년대 후반 부산에 살았던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집에는 강한 경남 사투리를 쓰는 60대 후반의 가사도우미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나는 그녀에게서 제2차 세계대전 무렵 그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경남 서부에서 태어난 그녀는 십대 초반에 부모님에 의해 중국 하얼빈에 있는 삼촌 집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당시 하얼빈은 일제 하에 있었고 삼촌은 일본군 장교였다. 부모는 왜 어린 딸을 머나먼 타지로 보내는 결정을 하게 됐을까? 자기 딸이 길거리에서 납치당하거나 천황을 위해 봉사하는 ‘위안부(comfort women corps)’로 징집될까 두려웠던 것이다.이런 생각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강제로 잡혀갔거나 속아서, 혹은 궁지에 몰려서 위안부로 징집된 여자들의 이야기는 당시 한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있었던 한국의 한 고등학교 교사의 사연도 가슴 아프다. 그 교사는 ‘군 위안부’에 대해 USO(미국위문협회, United Service Organization)처럼 다과를 접대하는 곳 정도이며 여자들도 전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신이 들은 대로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그래서 자기 학교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여학생 다섯 명을 선발해 군위안부로 보냈다. 그는 나중에 위안부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뒤에서야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다고 한다.이번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강제로, 또는 속아서 위안부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며 변호사들만 읽을 수 있는 알기 힘든 법적인 주제로만 국한시켰다는 점이다. 램지어 교수는 매춘제도의 법적인 구조(legal structure)에만 초점을 맞춰 일제의 해외 전쟁터에 설치된 ‘위안소’에 채용된(recruited) 매춘부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제로 끌려왔거나 납치되어 혹은 속아서 잡혀온 여자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서 ‘동원됐는지(dragooned)’에 대해 균형 있게 다루지 않은 채 ‘동원됐다’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나는 저자가 이 문제에 대해 ‘다 좋았고 잘 됐다’고 말하려고, 혹은 그런 암시를 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법률 용어를 엄격하게 사용한 점과 하버드 법대의 담론 부재가 드러나는 그의 논문에는 그 ‘계약’을 맺은 여자들에 대한 감정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문제는 전쟁 당시 일본이 합법적으로 운영한 유곽(legal brothels)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국 정부와 양국 국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일제 강점기에 겪은 핍박의 상처를 다시 한 번 후벼 판 것으로 여긴다.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마땅히 보여야할 사죄와 동정과는 ‘멀찍이(far-country mile away)’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점에서 독일과 다르다. 독일은 자국의 전쟁 범죄에 대해 결코 두둔하지 않는다. 나치, 히틀러, 그리고 이들을 수동적으로 지지했던 대중들은 독일에게 있어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애틀랜타 일본 총영사, 오사카 시장 등 일본 관료들은 끊임없이 “그들은 창녀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국가가 허가한 유곽에서 이뤄진 합법적인 매춘에 관한 법적인 문제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오로지 법적 잣대만을 들이대는 그의 논문은 마치 소독약처럼 냉정하며 무관심하다. 저자와 학술지 모두 정치적 세심함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미국 TV드라마에서 “사실만 말하세요”라고 말하던 경찰관 조 프라이데이(Joe Friday)같다. 이성적이고, 학술적이라는 논문의 형식은 외려 일본인들의 불감증을 감성적으로 강화시키고, 한국인들에게는 ‘거짓말쟁이 사기꾼 일본인’뿐만 아니라 하버드가 지금 자신들과 반대편에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감정을 배제한 채 ‘계약상 합의 내용’이었다는 논리로 일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합법적이고 냉정하며 공식적이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이제 넘어가자는 식이다. 그러나 그는 법적인 문제 외에 위안부들에 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논문은 ‘난징대학살(난징 강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최악의 전투 중 하나로, 일제의 침략에 거세게 저항하다 도시 전체가 강간과 파괴로 얼룩지게 된 사건이다. 일본군은 전투를 치른 뒤 여자들을 강간하고 사람들을 죽이며 난동을 부렸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자국 병사들의 성욕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위안소 운영을 강화하게 됐다. 일본의 위안소 운영 확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난징대학살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것은 다른 범죄를 대신하기 위해 자행한 또 다른 전쟁 범죄다.램지어 교수의 논문에서 위안부 여자들과 위안소 사이의 관계는 ‘사무적인’ 법적 합의사항(‘matter-of-fact’ legal arrangement)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의 논문은 여자들이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줬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잠시 쉬었다는 이유로, 손님을 언짢게 했다는 이유로, 병을 옮기거나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여자들을 난폭하게 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포주 역할을 했던 유곽의 주인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위안소 제도의 이 같은 잔인한 면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어렵다, 위험하다(difficult, dangerous)’ 정도로 적힌 것이 전부다. 저자는 엄격한 법률 용어를 사용하면서 정작 위안소의 적나라한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하게 말하고 있다.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매춘부와 일본 정부 간 계약에 대해 말하고 있는 단조로운 법학 논문이다. 그는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간 필리핀 여자들에 대해서도, 중국 및 동남아 여자들에 대해서도, 네덜란드 여자들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았다. 심지어 위안부로 끌려간 네덜란드 여자들 중 몇 명은 오늘날 인도네시아로 알려진 옛 네덜란드 동인도 지역에서 아이들을 키우던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일본이 전시에 저지른 여성 착취 범죄 상황 전반에 대해서는 논하고자 하지 않는다.이처럼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논문은 굉장한 폐해를 낳고 있다. 물론 법학자는 전쟁 시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 다룰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거 어느 때 혹은 시간과는 무관하게 오늘날 이슈의 전례가 되는 법률 문제에 대해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논문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과 이미 작고한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서로 골이 깊어진 두 이웃 국가 간의 불신과 증오에 불을 지피는 것이라면, 또 그로 인해 양국 간 악의적인 감정이 재발하는 것이라면 이 논문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저자는 솔직히 이 문제가 아직 다뤄지지 않은 법학 역사의 흥미로운 일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논문이 끼칠 대혼란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 논문이 양국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고통스러운 기억의 불씨에 불을 지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을 수도 있다. 램지어 교수는 이런 고통이나 악의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의 논문은 일본에 대한 한국의 오랜 반감, 불신, 증오에 불을 질렀다.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 ‘하버드 논문‘은 모든 한국의 모든 매체를 뒤흔들었고, 마치 살을 뚫고 나가는 총알처럼 해묵은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았다. 과연 언제쯤 일본과 일본을 대표하는 모든 이들이 20세기 초 자국이 저지른 전범 행위에 대해 정당화를 그만두고 그저 “미안하다”고 말할까?●칼럼을 쓴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 대학 명예교수는 하버드 대학 동아시아학 박사 출신으로 브리검영 대학에서 30년 이상 한국 역사를 강의했으며 2018년 은퇴했다. 현재 ’우물 밖 개구리(The Frog Outside the Well)‘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1.02.18 I 윤종성 기자
"위안부 비하 논문, 日 추한 모습 다시 고개 들었다"
  • "위안부 비하 논문, 日 추한 모습 다시 고개 들었다"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한국학 전문가인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브리검영대학 명예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폄하한 마크 램지어(J. Mark Ramseyer) 하버드 법대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칼럼을 정부 대표 다국어포털 ‘코리아넷’에 기고했다.마크 피터슨 명예교수피터슨 교수는 17일 코리아넷에 게재한 ‘위안부, 다시 한국을 자극하는 일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강제로 또는 속아서 위안부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고 변호사들만 읽을 수 있는 법적인 주제로만 국한시켰다”면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행위를 두둔하는 일본의 추한 모습이 2021년에도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들의 사연은 한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며 일제강점기 때 위안부 강제동원을 피하려고 하얼빈의 삼촌집으로 보내진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국가가 허가한 유곽에서 이뤄진 매춘에 관한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 외에는 위안부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하려 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피터슨 교수는 일제가 저지른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일본군은 전투를 치른 뒤 여자들을 강간하고 사람들을 죽이며 난동을 부렸다”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 병사들의 성욕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위안소 운영을 강화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학자는 전쟁 시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 다룰 수 있지만, 이 논문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과 이미 작고한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서로 골이 깊어진 두 이웃 국가 간의 불신과 증오에 불을 지피는 것”이라며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굉장한 폐해를 낳고 있으며, 그의 논문은 일본에 대한 한국의 오랜 반감, 불신, 증오에 불을 질렀다”고 비판했다. 피터슨 교수는 램지어 교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는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이고, 일본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2년 전에는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일본 사람이 아니지만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본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해 왔으며, 이번에는 하버드 법대에서 나온 논문으로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며 다시 한국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의 행태와 관련해서는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입장을 고집해왔으며 매번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딱지를 떼어내 버렸다”면서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보여야 할 사죄와 동정과는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연 언제쯤 일본과 일본을 대표하는 모든 이들이 20세기 초 자국이 저지른 전범행위에 대한 정당화를 중단하고 ‘미안하다’고 말할까”라며 글을 끝맺었다.한편 피터슨 교수는 1987년 하버드대에서 동양학 박사 학위를 받고 브리검영대학에서 30년 이상 한국학을 가르쳤다. 2018년 은퇴 후 ‘우물 밖 개구리(The Frog Outside the Well)’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1.02.18 I 윤종성 기자
①후한말 무정부 시대, '위·촉·오' 삼국 낳았다
  • [위대한 생각]①후한말 무정부 시대, '위·촉·오' 삼국 낳았다
  • ◇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워-스트래티지(WarStrategy)전쟁은 무기의 질, 병력의 수보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전략과 작전을 바탕으로 전투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페르시아 전쟁 등 인류사의 향배를 결정지은 수많은 전쟁과 이에 얽힌 전략적 사유를 통해 개인과 국가의 행위를 이해하는 폭을 넓힌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중앙대에서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육군 및 해군 발전자문위원. ‘전쟁과 미술’ 발간. ‘현대군사명저를 찾아’, ‘군사고전 다시읽기’, ‘역사속의 군사전략’ 등 기고 중.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워-스트래티지’ 8강 ‘삼국대전과 전략적 순간들 상(上)’ 편을 강의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유현욱 기자]“속지 말자 화장발, 잊지 말자 조명발.” 역사에도 이런 분칠이 있다면, 중국의 삼국시대를 빼놓을 수 없다. 나관중(1330~1400년)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를 필두로 만화, 드라마, 영화, 게임 등 2·3·4차 창작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매번 서두를 장식하는 ‘도원결의’(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밭에서 형제의 의리를 맺음)조차 허구라니 허망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극적 이야기에 더 열광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집콕’(집에 콕 머무는 생활)족(族)이 늘면서 넷플릭스로 95부작 삼국지 드라마를 다시 보는 이들이 생겼고, 이에 질세라 출판사들도 재개정 판을 내놓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학동네는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을, 창비는 ‘소설가 황석영이 옮긴 삼국지’를 잇달아 재출간했다.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위대한 생각 : 워-스트래티지’ 여덟 번째 강연의 주제 역시 ‘삼국대전과 전략적 순간들’로 정해졌다. 등장인물이 많고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고려해 상·하로 나눠 풀어본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삼국지연의는 팩트(사실)에 픽션(상상으로 꾸민 이야기)을 더한 팩션”이라며 “보다 정확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진수(233~297년)의 ‘삼국지’, 배송지(372~451년)의 ‘삼국지주’, 사마광의 ‘자치통감’(1084년) 등 정사를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진수의 ‘삼국지’는 위서 30권, 촉서 15권, 오서 20권, 총 65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삼국(위·촉·오)시대의 개막최 교수는 삼국시대를 ‘황건적의 난’이 발발한 184년부터 전국이 통일된 280년까지로 규정했다. 위나라(220~265년), 촉나라(221~263년), 오나라(222~280년) 세 나라가 패권을 다투던 시기다. 이 때문에 가장 먼저 위나라가 세워진 220년을 삼국시대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후한의 영제(167~189년), 헌제(189~220년)가 집권하던 때를 포함한 이유는 삼국의 형성과정에서도 여러 의미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 교수는 “얼핏 지도를 보면 위, 촉, 오 삼국의 영토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서 “당시 인구밀도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위에 살았다. 촉이나 오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국력(힘)의 주요 척도 중 하나로 꼽는 오늘날과 달리, 과거에는 머릿수가 더 중요했다. 국제관계학에서도 인구의 증감이 국력(군사력)의 증감과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다시 말해 “오와 촉의 힘을 합쳐도 위에 열세였다. 현격한 국력 차가 존재했다”는 것이다.(자료=강사 제공)◇ 손견, 조조, 유비…군웅할거이런 삼국을 세우는 데 기틀을 닦은 건 손견(155~191년), 조조(155~220년), 유비(161~223년)이다. 손견과 조조는 동갑내기이며 유비는 이들보다 여섯 살 아래다. 최 교수는 “손견은 강동 양주에서 대대로 명망 있는 집안 출신”이라며 “20대 초반에 황건적의 난에서 큰 역할을 해 장사태수, 요즘 군수 정도의 벼슬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정후’라는 작위를 받았으며 190년에 ‘반(反) 동탁연합’이 낙양을 공격할 때에도 동참했다.조조는 환관 조등의 양자인 조숭의 아들이다. 184년 황건의 난이 일어나자 기도위(수도수비대의 관직)로 임명돼 반란군 진압에서 공을 세웠다. 반 동탁연합의 기수로서 전국적 명망을 떨쳤다. 유비는 변변찮은 지방 출신으로 노식 선생 문하에서 수학했다. 유비는 황건적의 난 때 조조·손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약이 미미했다. 이후 사형인 공손찬에 의탁하는 처지가 된다. 최 교수는 “명문가 자제인 손견과 조조는 20대 초반에 주목을 받았으나, 유비는 멍석을 만들어다 팔아야 할 정도로 미천한 집에서 나고 자랐다”며 “유비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세워 손견, 조조와 경쟁했는지는 삼국지를 읽는 좋은 포인트”라고 권했다. ◇ 황건적의 난, 십상시의 난…혼란을 겪다세 사람의 운명이 처음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황건적의 난이다. 삼국지의 출발점이다. 한말 외척과 환관의 정쟁이 끊이질 않았고 백성들은 벼슬아치의 가렴주구로 허덕이고 있었다. ‘창천이사 황천당림 세재갑자 천하대길’(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푸른 하늘은 이미 죽었고 누런 하늘이 일어나 갑자년에 천하가 흥할 것이다) 태평도의 구호로, 오행설에 따라 푸른 하늘은 한나라를 뜻하며 누런 하늘은 새 나라를 의미한다. 장각의 태평도가 중심이 된 농민봉기에서 황색 두건을 머리에 두른 이유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가이 포크스 가면처럼 저항의 상징을 내세운 효시 격이다. 황건적의 난은 난세에 영웅의 등장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지만 황실 외척과 10명의 환관이 대립한 ‘십상시의 난’, ‘동탄의 권력 장악’으로 이어지며 혼란은 계속됐다. 동탁이 영제를 폐위한 뒤 헌제를 즉위시키고 태후를 살해하는 등 악행을 저지르자 반 동탁연합이 결성되기에 이른다. 동탁은 협공을 피해 황실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천도한다. 최 교수는 “어린 황제가 독재자의 꼭두각시가 돼 버리면서 중앙권력이 지방권력을 통제할 수 없는 사실상의 무정부(아나키) 상태였다”면서 “이에 전국의 군웅들이 할거했다.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현상타파 세력의 등장”이라고 설명했다.◇ 원소·원술 대립구도에 제후들 이합집산 거듭중앙이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힘이 있는 자가 곧 법이자 정의가 되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최 교수는 아나키적 상황에서 형식상 황제인 헌제의 거취를 놓고 두 차례 전략적 순간을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가장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던 발해태수 원소, 기주자사 한복 등은 새로운 황제를 모시자고 주장한 반면 남양태수 원술, 서주자사 도겸 등은 반역 세력을 처단해 정통성을 회복하는 데 만족하자고 반박했다. 원소와 원술 형제 사이에 대립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는 현대 정당정치에서 온건파, 급진파 간의 노선 차이에 견줄 수 있겠다.맹주인 두 사람을 사이에 놓고 제후들끼리 이합집산이 벌어졌다. 원소의 책사 저수는 기·청·유·병 4주를 평정한 뒤 장안의 황제를 맞이하고 낙양의 종묘를 부활시키라는 대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맞서 원술 측은 공손찬, 도겸, 손견 등과 손잡은 채 조조를 쳤으나 패퇴하고 만다. 최 교수는 “원술이 초반 구도를 잘 잡았지만, 몇 번의 전투에서 패배함으로써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했다.오히려 조조는 동에 서주, 남에 원술과 손견, 서에 동탁(후에 이각·각사) 등 적으로 둘러싸여 경우에 따라 존립이 어려울 수 있었지만 난관을 극복해낸다. 192년 청주의 황건적 잔당을 토벌해 자신의 군대에 편입시키더니 193년 가족의 원수인 도겸이 있는 서주를 공격한다. 그러나 복수심에 눈이 먼 듯 조조는 대학살을 자행하고 마는데 이는 두고두고 그의 잔혹함을 묘사하는 흑역사가 된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조는 서서히 세력을 키워나간다.195년 헌제가 낙양으로 도망치는 유랑 생활 중에 그의 신변을 두고 또다시 역사는 변곡점을 맞이한다. 정당성 확보를 위해 헌제를 품으라는 저수의 간언을 원소는 귀찮은 일로 치부하며 무시했다. 이에 반해 조조는 반대를 무릅쓰고 헌제를 옹립한다. 천자를 모시고 제후를 호령하려는 의도였다.(협천자영제후·挾天子領諸侯)최 교수는 “명목상의 통치권자이긴 하나 한나라의 황제를 품는다는 건 자신의 행위에 정치적 권위를 확보하는 일”이라며 “정치가 무력이나 칼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말발(명분)도 서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결단으로 조조의 영향력은 한층 커진다. 정국의 핵심은 ‘원소-원술’에서 ‘원소-조조’로 변화한다.이후 조조는 원소와 결전에서 승리하며 화북 지역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는다. 조조로부터 달아나 형주에 와 있던 유비. 그가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군사(군대의 우두머리)로 맞아들이면서 정세는 다시 요동친다. 최 교수는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융중대)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음 시간을 기대해 달라”고 이날 강의를 끝맺었다.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워-스트래티지’ 8강 ‘삼국대전과 전략적 순간들 상(上)’ 편을 강의하고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는 사실에 기반한 허구다. (사진=김태형 기자)◇‘위대한 생각’은…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2021.02.10 I 유현욱 기자
윤미향 “국민 납득할 때까지 소명할 것”…기자회견문 전문
  • 윤미향 “국민 납득할 때까지 소명할 것”…기자회견문 전문
  •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1일간의 침묵을 깨고 자신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윤 당선인은 29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에 불거진 부정 의혹 등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다음은 윤 당선자 입장문 전문.지난 26일, 또 한 분의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먼저, 30년의 수요시위의 버팀목으로병마와 시달리면서도전 세계를 돌며 참혹했던 피해를 증언했지만,가해국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도 못받고 돌아가신일본군‘위안부’피해자 분들의 영령에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정대협의 30년은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 여러분,세계 시민이 함께 하셨기에 가능했습니다.믿고 맡겨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상처와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몰아치는 질문과 의혹제기, 때론 악의적 왜곡에 대해더 빨리 사실관계를 설명 드리지 못한 점도진심으로 죄송합니다.피해자를 넘어 인권운동가로정대협 운동의 상징이 되신피해 할머니의 통렬한 비판에서 비롯되었기에더욱 힘들었습니다.30년, 평탄치 않았던 정대협 운동 과정에서더 섬세하게 할머니들과 공감하지 못한 점,한시라도 더 빨리,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피해자 분들의 명예를 회복해 드려야겠다는 조급함으로매 순간 성찰하고 혁신하지 못한 저를돌아보고 또 점검하고 있습니다.30년의 수 많은 사실을 재정리하는 일이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저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게 해드려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지금부터는 국민여러분들께서궁금해 하시는 사항들에 대해말씀드리겠습니다.이미 정의연 등에서 사실관계를 소명하여,알고 계시는 사항은가급적 중복을 피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오늘 다 소명되지 않은 내용은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국민들께서 충분하다고 판단하실 때까지,한 점 의혹없이 밝혀 나가겠습니다.다만,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세세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릴 수 없음을미리 양해 드립니다.먼저“모금한 돈을 할머니한테 안쓴다. 전달하지 않는다” 는지적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정대협은 그동안 전체 피해자들을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세 차례 진행했습니다.1992년 운동의 시작 단계에서피해자들의 생활이 너무나 힘들어 보여국민모금을 한 차례 진행했고,그 모금액은 당시 신고한 피해자들에게균등하게 250만원 씩 나눠드렸습니다.두 번째는 일본정부가 법적배상이 아닌민간위로금 모금을 통한아시아 여성평화국민기금을 조성,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할 때,이에 할머니들과 함께 적극 반대하였고,시민모금에 더해 한국 정부가아시아여성국민기금에 상응하는지원금 약 4천 3백만 원을 전달했습니다.세 번째, 2015 한일합의를 무효화하고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국민모금을 진행했고,10억엔을 거부하는 할머니들에게모금액 1억 원씩을 전달하였습니다.정의연은 이미 5월 8일에2017년 국민 모금한 1억원을 전달한 영수증과1992년 당시 모금액을 전달한 영수증을공개한 바 있습니다.이용수 할머니의 여러 지적과 고견을깊게 새기는 것과 별개로, 직접 피해자들에게 현금지원을 목적으로모금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기본적으로 정대협·정의연은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일본정부에게 1. 역사적 사실 인정, 2 진실규명,3. 공식사죄, 4. 법적배상,5. 역사교과서에 기록하고 교육,6.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7.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활동하고 있습니다.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정대협은 생존자복지 활동을 포함하여문제 해결을 위한 다방면의 활동을공개적으로 해왔으며이러한 활동 모두가 할머니들의 명예와인권회복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활동해왔습니다.물론, 지금도 매월 피해자 방문, 전화,생활에 필요한 지원 등을 하고 있고,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지역에도함께 지원하는 조직들이 있습니다.한편, 할머니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등 복지사업의 경우이미 30여년 전부터 정대협 주도의 입법운동으로1993년‘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및 기념사업지원법’이 제정되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왜 성금을 전부 할머니에게 지원하지 않느냐는일부의 비난은그간의 성과와 정대협·정의연 운동의 지향을살피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아무쪼록 30년간의 운동사를폭넓게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1. 정의연(정대협) 활동에 관한 문제가. 안성 힐링센터 (안성쉼터)안성힐링센터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매입과정,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업 평가,매각 배경과 과정 등은정의연에서 이미 상세히 발표한 바 있습니다.시간 절약을 위해 왜 4월 23일에 손해를 보고매각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완 설명 드리겠습니다.먼저, 안성힐링센터 매입과 관련하여,일부 언론은 정대협이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 주택’을시세보다 4억 이상 비싸게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의혹을 제기했습니다.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안성시 금광면 상중리 주택’은실 평수 60평의 신축 건물이었습니다.당시 주택 소유자는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이 넘는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고,토목 및 건축공사에 총 7억 7천만 원이 들었다면서9억에 매물로 내놓았던 것입니다.당시 매도희망가를 최대한 내려보기 위하여 노력하였고,매도인은 힐링센터의 설립 취지를 듣고‘좋은 일 한다’면서 최종적으로매매가격을 7억 5천만원으로조정하는데 동의하여, 매매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이 과정에서‘이규민 당선인의 소개로 힐링센터를높은 가격에 매입하여 차액을 횡령하였다’는의혹을 제기하나,이 또한 명백히 사실이 아닙니다.2013년 6월 당시 정의연 관계자들은힐링센터 매입을 위해 경기도 인근을 둘러보던 중,소식을 들은 당시 안성신문 대표였던 이규민 당선인이지인을 통해 부동산을 소개하여 준다고 하여‘안성시 금광면 상중리 주택’을 답사하게 되었습니다.당시 해당 주택이 신축건물인 점,조경이나 건물 구조가 힐링센터 목적과 부합하였던 점,교통이 편리하였던 점을 평가해 매입을 결정했습니다.거래가 성사되고 나서 정대협이 이규민 당선인에게중개수수료 등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한 일 또한전혀 없었습니다.그 후 2015년 9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안성힐링센터에 대한 중간평가를 하였고,그 해 12월 30일에는 공문을 통해정대협에‘사업중단 및 사업비 잔액반환,힐링센터 매각’을 요청하였습니다.그래서 2016년부터 정의연은안성힐링센터를 시중에 매물로 내놓게 된 것입니다.매각 당시 주택의 감가상각,오랫동안 매수희망자가 없어 시간이 흐르면서건물가치가 하락한 점,주변 부동산 가격변화 등 형성된 시세에 따라매매가격이 결정되었고그 결과 4억 2천만원에 매도하였습니다.5년째 매수 희망자가 없어사업비를 반환하지 못한 상태라어렵게 성사된 계약 자체를더는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설명 드린 바와 같이 안성힐링센터는시세와 달리 헐값에 매각된 것이 아니라,당시 형성된 시세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오랜 시간 매각이 지연되는 점으로 인해결과적으로 기부금에 손해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안타깝게 생각합니다.그러나 힐링센터 매입 및 매각 과정에서제가 어떠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분명하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일부 언론에서는 안성 힐링센터 거래 후저희 부부와 이규민 당선인이베트남 나비기행에 참여했다는 이유로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안성 힐링센터 거래와 나비기행은전혀 관련이 없으며참가자 전원이 개인 경비를 부담하여진행한 것입니다.나. 2015년 한일합의 내용 인지 관련2015 한일합의 내용을 제가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이를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할머니들에게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그러나 누차 밝힌 바처럼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닙니다.이런 사실은 외교부의 입장발표를 통해서도확인되었습니다.지난 5월 12일 외교부 대변인은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검토 결과 보고서에“‘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구절이 있다”고브리핑한 바 있습니다.또한 당시 2015년 한일정부 간 합의 후제가 할머니들의 일본정부가 주는위로금 수령을 막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이 또한 정의연이 수차례 충실히 해명한 것처럼,모든 할머니들에게 수령의사를 확인하였으며온전히 각자의 뜻에 따라수령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였습니다.당시 저는 할머니들이 위로금을 수령한다고 해서그 할머니들을 2015 한일합의에 동조한 것으로매도해서는 안되며,오히려 이 문제의 근본적 책임은양국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피해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일방적으로 밀실에서 합의를 강행한외교당국자들이 잘못된 합의의 책임을정대협과 저에게 전가하는 점에 대해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다. 남편의 신문사, 정의연 신문 제작 등 관련제 남편의 신문사가 정의연의 일감을 수주하여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의혹에 대해 말씀드립니다.정의연은 1년에 1회, 창립월인 11월에그해 활동을 보고하고,향후 주요 사업방안을 제시하는내용의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2019년 정의연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수원시민신문을 포함하여4개 업체에 견적을 확인하였고,당시 최저금액을 제시한 수원시민신문에소식지 디자인과 편집, 인쇄를 맡긴 것입니다.소식지 제작 등 과정에서 남편이나 제가어떠한 이득을 취한 일은 전혀 없습니다.라. 류경식당 해외 여종업원 월북 권유 관련제가 류경식당 탈북 종업원들에게월북을 권유하거나동조하였다는 의혹에 대해 말씀드립니다.피해자 할머니들께서는 성폭력 피해자,인권운동 관련 당사자, 활동가를 초청하여식사하고 교류회를 통해밥상공동체를 형성하는 만남을 종종 가져왔습니다.마리몬드 직원들과 자장면 데이, 평화나비들과 모임,세계무력분쟁지역 생존자들을 초청하여여성인권운동선배로서할머니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활동 등이같은 취지의 교류 모임이었습니다.2018년 11월 남편과 장경욱 변호사는저와 정대협측에,‘탈북종업원들이 할머니들을 만나는 것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내용으로 만남을 제안하였고,이를 길원옥 할머니께 전달했더니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2018년 11월 17일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에류경식당 탈북 종업원들을 초대해활동가들이 직접 지은 음식으로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담소를 나눴습니다.평양이 고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는길원옥 할머니와 탈북종업원들은,‘탈북종업원들이 남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학교공부가 끝난 후 밤늦도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등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입니다.저와 정대협이 탈북종업원들에게‘금전을 지원했다, 월북을 권유했다’는 등일부 언론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닌 허위임을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힙니다.2. 본인의 개인 계좌와 정대협 활동 관련가. 개인명의 후원금 모금 관련다음으로, 제가 저의 개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후원금을 모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정대협 활동을 하면서 제 개인명의 계좌 네 개로모금이 이루어진 사업은 총 아홉 건입니다.전체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닐 경우,대표인 제 개인 계좌로 모금을 했습니다.특별한 경우라서, 이제보니,제 개인 명의 계좌를 사용한 것이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다만 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금의 경우,법적 지위가 없는 시민장례위원회가 장례를 주관하기에정대협 명의 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고,관행적으로 개인 명의 계좌가 많이 활용되어제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습니다.최초 모금은 2012년부터 이루어진전시성폭력피해자 지원을 위한‘나비기금’이었습니다.그 외에도 길원옥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미국, 유럽 캠페인을 위한 모금,베트남 빈딘성 정수조 지원을 위한 모금,베트남 빈호아 학살 50주년위령제 지원을 위한 모금,안점순,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금 등이 있었습니다.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장례비를 모금하기 위해단체 대표자 개인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고,저도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금액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행동한 점은 죄송합니다.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남은 돈을 정대협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나름대로 정산을 하여 사용하여 왔지만최근 계좌이체내역을 일일이 다시 보니허술한 부분이 있었습니다.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하지만 제 개인계좌를 통하여 모금하였다고 해서,계좌에 들어온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최근 문제제기 이후 모금계좌로 이용된네 개 계좌의 거래 내역을하나하나 다시 살펴보았습니다.그 결과, 계좌 내역 상 아홉 건의 모금을 통해약 2억8,000만원이 모였고,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된 돈은 약 2억 3천만 원이며,나머지 약 5천만 원은 정대협 사업에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계좌이체를 하면서 적요란에이체 이유를 거의 모두 부기해 놓았고,각 거래내역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그에 따라 총수입과 총지출을 비교한 결과로파악된 사항입니다.2014년부터 6년이 넘는 기간 동안수많은 거래내역이 있기에 세부적인 내용을이 자리에서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고발된 사실 중 하나이므로구체적으로 조사과정에서 자세히 소명하겠습니다.나. 주택 매매 관련현재 제가 살고 있는 수원 권선구금곡 엘지아파트의 경매 매입을 포함하여가족들이 현금으로 주택 5채를 구매했는데,제가 정대협의 자금을 횡령해 사용한 것 아니냐는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런 일은 단연코 없습니다.이번 일을 계기로 저와 남편 계좌의과거 현금 흐름을다시 한 번 세세히 살펴봤습니다.먼저 저희 부부의 주택 관련입니다.세 채는 이미 매각한 제 명의의명진아트빌라, 한국아파트와현재 살고 있는 엘지금곡아파트를말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1993년 저와 남편은 돈을 합쳐전세자금 1,500만원으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1994년부터 1997년까지 친정부모님이 사시던교회 사택에서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돈을 모았고,그 사이 1995년에 명진아트빌라를4,500만원에 취득했습니다.1999년 저와 제 남편의 저축과제 친정 가족들의 도움으로한국아파트를 7,900만원에 샀습니다.명진아트빌라는2002년 3,950만원에 매각했습니다.2012년 지금의 수원금곡엘지아파트를경매로 취득하게 되었습니다.당시 남편이 암수술을 받은 다음이라조금 더 편한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했습니다.칠보산이 가까운 지금 아파트 단지를 가보고마음에 들어 했지만 시세가 너무 비쌌습니다.남편은 세대수가 많은 단지라서경매물건이 있을 수 있겠다면서경매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그래서 지금 아파트를 경매로취득하게 된 것이었습니다.취득가액은 2억2,600만원이었습니다.한 차례 유찰된 후 2회차 경매에서저희만 단독으로 입찰하였습니다.저는 경매과정을 모르고, 남편이 진행했습니다.자금은 제가 가지고 있던 예금, 남편 돈,가족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해결했습니다.저의 개인계좌와 정대협 계좌가 혼용된 시점은2014년 이후의 일입니다.현재 아파트 경매 취득은2012년에 있었던 일입니다.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주장은전혀 맞지 않습니다.기존에 갖고 있던 한국아파트는2013년에 매각되었는데14년 동안 시세가 1억1,000만원 올라매각금액은 1억8,950만원이었습니다.이 돈으로 빌린 돈을 변제하고일부 남은 돈은 저축하였습니다.남편 명의의 함양 소재 빌라에 대해 말씀드립니다.시누이 명의의 농가주택에 사시던 시부모님은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2017년에 1억 천만원에 팔고,시어머니가 혼자 살기에 편한 함양 시내 빌라를남편 명의로 8천5백만원에 매입했습니다.잔액은 배우자가 보유하다2018년 4월 19일에 저의 계좌로 입금했습니다.저의 친정아버지 소유 아파트입니다.저의 아버지는 약 22년간 교회 사찰집사로 근무하면서,교회사택에 사셨습니다.주택비용이 안드는 만큼 더욱 알뜰히 저축하셨고,22년 근무한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아현재 사시는 아파트를 4천 7백만원에 매입했습니다.저와 저희 가족의 주택 매입은어떤 경우에도 정대협 활동과 무관합니다.3. 가족 의혹 (딸 유학자금) 관련딸 미국 유학에 사용된 돈의 출처가 정대협이고,제가 정대협 돈을 횡령하여 딸 유학자금을 댔다는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딸 미국 유학에 소요된 자금은거의 대부분 남편의 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에서충당되었습니다.그 외 부족한 비용은제 돈과 가족들 돈으로 충당하였습니다.참고로 남편과 저희 가족들이 받은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은총 약 2억4,000만원입니다.저는 급여를 받으면저축하는 오랜 습관이 있습니다.주택 마련과 딸의 학비그리고 조금이라도 안정된 삶을 꿈꾸기 위한제 나름대로의 최소한의 생활방편이었습니다.그리고 정의연.정대협 활동을 통해강연, 원고, 책 인세 등 특별수입은 기부해왔습니다.지금까지 쏟아진 의혹에 대해부족하나마 진솔하게 말씀드렸습니다.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겠지만현재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다시 한번 양해 바랍니다.■ 마무리 말씀다시 한 번 국민들과피해 할머니들의 기대와 응원에부합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30년 정대협 운동의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철저히 소명하겠습니다.잘못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습니다.다만, 피해자와 국민들, 정대협/정의연이 함께 이룬 성과와일본군‘위안부’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폄훼와 왜곡은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이제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는열일곱 분 뿐입니다.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진실규명과 일본정부의 책임 이행,재발방지를 위해국민 여러분과 해외각지에서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과 함께최선을 다하겠습니다.저는 제 의정활동에 얽힌실타래를 풀어가는 노력과 함께김복동 할머니와 김학순 할머니 등여성인권운동가로 평화운동가로 나서셨던할머니들의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지난 30여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습니다.다시 새어나오는 2015 한일 위안부 합의가정당했다는 주장을 접하며,다시는 우리 역사에 그런 굴욕의 역사가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전시 성폭력 재발방지의 길도 모색하겠습니다.부족한 점은 검찰조사와 추가 설명을 통해,한 점 의혹없이 소명하겠습니다.국민 여러분께서 납득하실 때까지 소명하고,책임있게 일하겠습니다.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0.05.29 I 김소정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투기등급까지 매입한다지만…문턱 높아 실효성 의문
  •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다음은 21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 -투기등급까지 매입한다지만…문턱 높아 실효성 의문-“올해 경제성장률 0.2% 그칠 것 재정건전성 위해 증세 논의해야”-현대차 직진 본능 최악 판매절벽에도 미래차 투자 늘려-세입자 보호 위해…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화한다-[사설]주먹구구 공시가에 의한 세금 승복하겠나-[사설]코로나 사태에서 ‘공정경제 3법’ 속도 조절해야 △줌인&-사장이 큰절하고, 후분양·리츠 파격 공약…‘강남 대표 부촌’ 자존심 결투-‘나눔의 집’ 후원금으로 대표 건보료 냈다 △제4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저신용기업 자금 숨통” 기대 반…“기준 빡빡해 대상 극소수” 걱정 반-기안기금, 제주항공·에어부산은 지원받을 듯-한시가 급한데…공공부문 일자리 공급 빨라야 7월 시행△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막판 벼락치기에도 법안 처리율 37%…“가장 일 안한 국회” 오명-네이버·카카오 등 불법 음란물 삭제·차단 의무 부여-형제복지원·한국전 민간인 학살 등 진상규명 물꼬-통신3사 천편일률 요금제 다양화…선택폭 넓어질 듯-인증시장 경쟁 토대…생체인증·블록체인 등 활성화 전망 △2중·3중 발열 체크하고, 가림판 두고 수업해도…“반갑다 친구야”-고3 확진자 2명 나온 인천, 66개교 귀가 조치 확진자 동선파악 안된 안성, 9개교 등교 중지-클럽·병원발 ‘N차감염’ 우려에…방역당국 노심초사 △중국 양회 오늘 개막-‘800조원+α’ 슈퍼부양책 풀고, 코로나 성과 부각…인민 마음 달랠까-“모더나 백신 못 믿어” 의혹에…뉴욕증시 롤러코스터 장세△정치-“野, 법사위·예결위 다 뺏길 바엔 모든 상임위 포기하는 게 낫다”-박병석, 국회의장 사실상 확정…계파색 옅고 對中외교통-與 “윤미향, 사실 확인 먼저” 정의당 “與, 검증 책임 있어”-‘총선 패배 반성문’ 첫발도 못뗀 통합당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 포함-與 “한명숙은 檢 강압수사 피해자”△경제-“최악 상황 땐 -1.6% 역성장…한은, 기준금리 0% 수준으로 낮춰야” -코로나에도 소비 늘어난 전남, 왜?-21년만에 한자리 모인 노사정 코로나 고통 분담 ‘동상이몽’ △금융-과잉진료 통한 재난지원금 ‘현금깡’ 기승…실손보험 손해율 더 치솟나-‘신협 영업권역 확대’ 개정안 결국 불발-아이폰도 뒷면 버튼만 누르면 터치결제 끝 △산업&기업-위기 속 닥공 투자…정의선 미래차 선봉 자신감-부친 정도경영 이어받은지 2년 구광모號 ‘뉴LG’ 돛 펼치고 순항-‘-98%’ 성적표 받은 허태수…GS 사업 포트폴리오 대수술 나서나-SK엠팩, 美에 코로나 의약품 원료 공급 -서서히 열리는 해외노선…항공업계 기지개△산업·바이오-“디지털 뉴딜 핵심”…돈 몰리는 빅데이터 스타트업-‘선택과 집중’ 갤노트20, ToF 모듈 뺀다-“오프라인 기업, ‘디지털 전환 솔루션 최강 자부”-메디톡신 허가취소에 의사들 반발…“안전성 문제 없었다”△소비자생활-‘1인용 텐트 장만할까’…코로나가 부른 ‘혼캠핑’ 바람-‘인기몰이’ 닭껍질튀김 전국 매장서 맛보세요-앱서 결제하나 매장서 결제하나…큰 차이 없네-제일기획, 중남미 첫 대규모 수주…‘니베아’ 디지털 광고 맡는다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중견기업, 대기업 협력사 넘어…벤처기업처럼 R&D 혁신해야 생존”-“코로나로 제조업 중요성 절감…정부, 리쇼어링 정책 적극 펼쳐야”△증권&마켓-어느새 700선 회복한 코스닥…“중소형株 강세 이어질 것”-이제는 필수 아이템 마스크株 다시 주목-코로나 여파에 ‘건기식’ 인기…실적 업고 주가 날개△증권-‘대어 SK바이오팜 떴다’…IPO시장 기지개-국제유가 반등에도 정유화학株는 ‘미지근’-신한금투, 라임 투자자에 “원금 최대 70% 보상할것”-코스닥150서 신라젠 빠지고…대신 편입될 종목은? △문화-“삶에서 마주친 따뜻한 순간…조곤조곤 이야기했죠”-자아 붕괴된 인간의 허망한 몸짓 그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흥행 보증수표 ‘대작 뮤지컬’ 납시오 △스포츠-고진영 ‘컴퓨터 아이언샷’vs‘장타 드라이브샷’ 박성현-매각설 휩싸인 두산베어스…예비 FA 10명 붙잡을 수 있을까-KPGA 코리안투어 7월 2일 개막-‘2경기 연속 멀티골’ 터뜨린 주니오…‘K리그1’ 2주 연속 MVP-‘리얼돌 논란’ FC서울에 제재금 1억 중징계 △부동산-3가구 뽑는데 26만명 몰렸다 -전월세 거래하면 30일 이내 신고 30년 넘은 영구임대 재개발 추진-9개월 새 1억 4000만원 껑충…불붙은 일산 집값 -포스코건설 “이촌현대 조합장 미행한 적 없어…법적대응 검토”△피플-WHO 집행이사 맡아 “K방역 경험 전세계 알릴 것”-“꼰대역 김응수 선배와 연기호흡 찰떡”-고공강하·신병훈련…軍 ‘부창부수’ 부부 화제-강신호 동아쏘시오 명예회장 제1회 대한민국 약업대상-경찰, 서지현 검사 등 13명 ‘여성안전 자문단’ 위촉-KB캐피탈, 적십자사에 코로나 성금 1000만원 전달 △오피니언-무관중 야구가 보여준 원격의료의 가능성-외래병해충 검역, 시민 참여 절실하다 △전국-감염병 대응 7단계 세분화…서울시 ‘K방역 새 표준’ 만든다 -잇따른 인명피해 사고에도…안전관리 손놓은 대산공단-남산 1호터널 안에서도 GPS 안 끊기네△사회-‘코로나 업무폭탄’ 맞은 질본·복지부…1년간 100명 이상 긴급인력 충원-‘법외노조’ 통보 적법했나…전교조vs고용부, 치열한 공방-“우린 머슴 아니라 이웃” 거리로 나선 경비원들 -시민단체 ‘정의연’ 윤미향 10번째 고발-“스쿨존 사고, 억울한 운전자 없도록 노력”-대기질 빅데이터 학습한 AI로 ‘오존예보 정확도’ 높인다
2020.05.20 I 원다연 기자
文대통령 “헌법에 ‘5·18’ 새기는 것, 대한민국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
  • [전문]文대통령 “헌법에 ‘5·18’ 새기는 것, 대한민국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를 통해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광역시 5·18 민주 광장(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2018년, 저는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라며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촛불혁명까지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줄기를 헤쳐왔다”라며 “5·18의 완전한 진실을 향한 국민의 발걸음도 결코 되돌리거나 멈춰 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어 “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다음은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전문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오월 광주로부터 40년이 되었습니다.시민과 함께 하는 5·18, 생활 속에서 되살아나는 5·18을 바라며, 정부는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망월동 묘역이 아닌, 이곳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거행합니다.5·18 항쟁 기간 동안 광장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랑방이었고, 용기를 나누는 항쟁의 지도부였습니다.우리는 광장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대동세상을 보았습니다.직접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도 주먹밥을 나누고, 부상자들을 돌보며, 피가 부족하면 기꺼이 헌혈에 나섰습니다. 우리는 독재권력과 다른 우리의 이웃들을 만났고,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았습니다.도청 앞 광장에 흩뿌려진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난 40년, 전국의 광장으로 퍼져나가 서로의 손을 맞잡게 했습니다. 드디어 5월 광주는 전국으로 확장되었고, 열사들이 꿈꾸었던 내일이 우리의 오늘이 되었습니다.그러나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오늘 우리에게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더 많은 광장이 필요합니다.우리는 오늘 5·18 광장에서 여전히 식지 않은 오월 영령들의 뜨거운 가슴과 만납니다.언제나 나눔과 연대, 공동체 정신으로 되살아나는 오월 영령들을 기리며, 그들의 정신을 민주주의의 약속으로 지켜온 유공자,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와 존경의 마음을 바칩니다.‘오월 정신’을 키우고 나눠오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 광주를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국민들께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국민 여러분,‘오월 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입니다.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여 정의로운 정신이 되었습니다.광주시민들의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과 나눔이, 계엄군의 압도적 무력에 맞설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광주는 철저히 고립되었지만, 단 한 건의 약탈이나 절도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인 없는 가게에 돈을 놓고 물건을 가져갔습니다.그 정신은 지금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습니다.‘코로나’ 극복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저력이 되었습니다.병상이 부족해 애태우던 대구를 위해 광주가 가장 먼저 병상을 마련했고, 대구 확진자들은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오월 어머니’들은 대구 의료진의 헌신에 정성으로 마련한 주먹밥 도시락으로 어려움을 나눴습니다.‘오월 정신’은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며 지금도 살아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되었습니다.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칼에 이곳 전남도청에서 쓰러져간 시민들은 남은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 믿었습니다.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가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산 자들은 죽은 자들의 부름에 응답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했습니다.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 되었고,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가 되었습니다.“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그 대답이 무엇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우리는 그날의 희생자들에게 응답한 것입니다.사람이 사람끼리 서로 공감하며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만들어내듯, 우리는 진실한 역사와 공감하며, 더 강한 용기를 얻고, 더 큰 희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국민입니다.‘오월 정신’은 더 널리 공감되어야 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한 청년이 말했습니다.“5·18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아직 5·18정신이 만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5·18을 겪지 않은 세대가 태어나고 자라 한 가정의 부모가 되고,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그날 광주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함께 광주를 겪었습니다. 그렇습니다.‘오월 정신’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오월 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들에게 용기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재발견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오월 정신’이 우리 마음에 살아 있을 때 5·18의 진실도 끊임없이 발굴될 것입니다. ‘오월 정신’을 나누는 행사들이 5·18민주화운동 40년을 맞아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어려운 시기,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저와 정부도 ‘오월 정신’이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되고, 미래세대의 마음과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언제나 함께할 것입니다.서로 돕고 나눌 수 있을 때, 위기는 기회가 됩니다.위기는 언제나 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합니다.우리의 연대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고, 그들이 일어날 수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의 힘도 더 강해질 것입니다.오늘 ‘경과보고’와 ‘다짐’을 낭독해준 차경태, 김륜이 님과 같은 미래세대가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연대의 힘을 더 키워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들은 아픔을 넘어서는 긍지로 5·18의 명예를 소중히 지켜왔습니다.광주 밖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광주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정부도 5·18의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5월12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왜곡과 폄훼는 더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입니다.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입니다.처벌이 목적이 아닙니다.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입니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5·18 행방불명자 소재를 파악하고, 추가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에 있어서도 단 한 명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지난해 이준규 총경에 대한 파면 취소에 이어, 어제 5·18민주화운동으로 징계받았던 퇴직 경찰관 21명에 대한 징계처분 직권취소가 이뤄졌습니다.경찰관뿐만 아니라 군인, 해직 기자 같은 다양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진상규명의 가장 큰 동력은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들입니다.우리 국민들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촛불혁명까지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줄기를 헤쳐왔습니다.5·18의 완전한 진실을 향한 국민의 발걸음도 결코 되돌리거나 멈춰 세울 수 없습니다.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입니다. 2018년, 저는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합니다.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한 광주시의 결정이 매우 뜻깊습니다. ‘오월 정신’은 도청과 광장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날 것입니다.전남도청의 충실한 복원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정의로운 항쟁의 가치를 역사에 길이 남길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40년 전 광주는 숭고한 용기와 헌신으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광주를 떠올리며 스스로 정의로운지를 되물었고 그 물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으며, 민주주의를 향한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습니다.광주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더 많이 모으고, 더 많이 나누고, 더 깊이 소통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우리에게 각인된 그 경험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이제 우리는 정치·사회에서의 민주주의를 넘어 가정, 직장,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하고, 나누고 협력하는 세계질서를 위해 다시 오월의 전남도청 앞 광장을 기억해야 합니다.그것이 그날, 도청을 사수하며 죽은 자들의 부름에 산 자들이 진정으로 응답하는 길입니다.감사합니다.
2020.05.18 I 김영환 기자
  • 중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100일 여행기
  •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배낭여행에 재미를 붙였다. 다음 여행지를 찾아보던 중에 중앙아시아가 눈에 들어왔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분명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름 말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주변에도 중앙아시아에 가봤다는 사람도 없고, 인터넷에 정보도 별로 없었다. 구글에 검색된 사진을 보니 때묻지 않은 자연이 아름다워 보이긴 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자연이 아름답다? 다음 여행지로 손색이 없었다.그래서 첫 여행 다녀온 지 2년 만에 중앙아시아로 떠났다. 100일 동안 중앙아시아 5개국을 도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역시나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시작한 여행은 상상도 못했던 장소들을 거쳐서 베를린에서 끝나게 됐다. 100일이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중앙아시아 여행 전반부가 자연에 취하는 시간이었다면, 후반부는 역사에 빠지는 시간이었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중앙아시아 ? ?끗한 자연에 실크로드 역사를 더하다중앙아시아 여행의 시작은 꽤 순조로웠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시작해서 산과 계곡, 호수를 가리지 않고 트레킹, 승마, 캠핑, 온천 등 여행자가 체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경험했다. 아프리카 여행 때는 그렇게 만나기 힘들던 한국인들도 만나서 같이 트레킹도 하고 밥도 얻어먹었다. 키르기스스탄의 자연도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어서 만족스러웠다. 딱히 힘든 게 없는 나날이었다.하지만 타지키스탄으로 넘어가면서 여행이 조금 드라마틱해졌다. 원래는 타지키스탄의 유명한 ‘파미르 하이웨이’를 자전거로 여행할 계획이었는데, 자전거 탄 지 하루 만에 한계를 느끼고 자전거를 버렸다. 그리고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대중교통은커녕 차도 거의 안 다니는 곳이라서 히치하이킹이 될까 싶었는데, 그게 됐다. 아무런 친분도, 돈도 없이 엄지손가락만 치켜든 여행자에게 하루 한 대 이상의 차들이 꼬박꼬박 호의를 베풀어줬다. 그리고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다른 여행자들을 사귈 수 있었는데, 그들이 소개해준 장소들이 정말 취향저격이었다. 생각도 못한 타지키스탄의 아름다운 자연에 카메라 셔터가 쉴 틈이 없었다. 눈 정화는 덤이었다.그 다음에 향한 우즈베키스탄은 역사여행의 맛을 알려준 곳이었다. 아프리카 여행 때부터 줄곧 여행의 목적은 아름다운 자연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즈벡에서 천 년 전 이슬람 사원, 학교, 무덤 등을 접하면서 여태 책으로만 배웠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너무나 단편적이고 건조했던 역사는 그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천 년 전 우즈벡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보며 삶이란, 역사란 무엇인가, 지금의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사색할 기회를 가졌다. 한식당이 많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한식을 먹던 것은 우즈벡 여행의 큰 기쁨 중 하나였다.그렇게 중앙아시아 여행은 자연의 풍성한 아름다움에 취하고, 역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도 얻는 알찬 시간이 됐다. 조로아스터교 성지와 세계 최초 기독교 국가 등 코카서스 3국은 개성이 넘치는 곳들이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코카서스 3국 ? 조로아스터교? 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아프리카 여행 때도 그랬는데, 중앙아시아 여행 한 달 반 정도를 넘기니 전에 없던 권태감이 찾아왔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도 없고, 무얼 봐도 이전에 봤던 것 같았다. 몸에 힘도 없었다. 우즈벡 여행을 마쳤을 때가 딱 그랬다. 원래 계획대로면 카자흐스탄을 둘러봐야 하는데, 이렇게 아무런 감흥 없이 카자흐스탄 여행을 계속하는 건 시간낭비로 보였다.그래서 지도를 뒤적거리던 중에 카자흐스탄 서쪽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른바 코카서스 3국을 발견했다. 처음 듣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움이 새로운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예정에 없던 전혀 새로운 여행인데.’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컸고, 그렇게 카스피해를 건너서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도박을 감행했다.도박은 성공했다. 코카서스 3국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독특함이 있었다. 우선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 있는 세계 3대 조로아스터교 성지 ‘아테시카 사원’에선 이름으로만 접했던 조로아스터교에 대해 배워볼 수 있었다. 2만 년 전 암각화가 가득한 고부스탄(Qobustan), 대장장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 라히즈(Lahij), ‘칸사라이 궁전’과 옛 실크로드 대상들의 숙소가 남아 있는 쉐키(Shaki)까지. 아제르바이잔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곳이었다.세계 최초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도 새롭긴 마찬가지였다. 중앙아시아부터 아제르바이잔까진 계속 이슬람 문화권이라서 이슬람 양식, 분위기에 익숙했는데, 아르메니아에선 모든 게 달랐다. 구경하는 건축물도 모스크, 마드라사에서 수도원, 교회로 바뀌었고 그에 맞춰서 사람들과 도시, 자연의 분위기까지 달라진 느낌이었다. 새로 알게 된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의해 아르메니아인이 150만 명 이상 학살당했단 사실은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 기념관’을 가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를 이어주는 조지아는 ‘동유럽의 스위스’라고 불릴 만큼 경이로운 자연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비록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를 오갈 때 잠시 머물기만 해서 여행은 못했지만, 나중에 꼭 제대로 여행을 해봐야겠다 싶은 곳이 바로 조지아였다.계획에 없던 코카서스 여행은 결국 성공적이었다. 여태껏 알던 범주를 벗어나는 다양한 매력이 숨어 있는 곳이 바로 코카서스였다. 이왕 경로에서 이탈한 거, 어디까지 갈지 이젠 감도 안 잡혔다. 다만 현재의 여정은 확실히 즐거웠다. 아프리카에서 맺은 인연은 나를 유럽으로 이끌었다. 리투아니아에서 과분한 대접을 베풀어줬던 비타와 프란체스코.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유럽 ? 여행이 이어준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준 여행코카서스 여행을 마친 뒤의 발걸음은 유럽으로 향했다. 사실 유럽은 예전부터 끌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행도 많이 가고,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안 나서 재미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유럽엔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같이 교회를 다니던 지인 한 명은 오스트리아에,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여행할 때 만났던 커플은 리투아니아에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같은 기숙사에 살았던 동창이 독일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 사람들을 직접 찾아갈 기회가 지금이 아니면 있을까 싶어 유럽으로 향했다.오스트리아에서의 일정은 지인 찬스 덕에 굉장히 편했다. 뭘 구경할지 안 찾아봐도 되고,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이곳저곳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거칠 일도 없었다. 지인이 데려가주는 대로 가고, 먹여주는 대로 먹으면 됐다. 마침 지인이 건축학도라서 성당이나 궁전을 데려가면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설명을 곁들여주기도 했다.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그리고 비엔나를 여행하는 내내 엄청난 힐링을 받았다. 여행이 이렇게 편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나미비아에서 만났던 커플, 비타와 프란체스코를 리투아니아에서 재회했을 땐 정말 감동이었다. 나미비아에서 차도 없고 투어도 못 구한 채 사막에 못 가고 끙끙대던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게 바로 그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동행했던 3박4일은 아프리카 여행 전체에서 가장 달콤한 추억으로 남았다. 은인이나 다름없던 그들을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들은 변함없이 친절했고 나를 진심으로 대해줬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주고, 생일파티도 함께 즐겼다. 1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자신들의 집에 편하게 머물도록 배려해주기까지 했다. 한국도 아닌 곳에서 이런 따뜻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유럽의 마지막은 졸업 7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가 장식해줬다. 비록 졸업 이후로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지만, 베를린 지하철역에서 다시 만났을 땐 어색함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어제 같이 놀다가 다시 만난 것 같았다. 친구를 잘 둔 덕에 베를린은 아주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과거 동독, 서독이었던 지역이 현재까지 어떻게 느낌이 다른지, 수제버거는 어디가 맛있는지, 영화 <베를린>은 어디서 촬영했는지 등을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줬다. 또 친구가 자취방에서 직접 끓여준 설렁탕과 부대찌개는 여행 중에 먹었던 어떤 한식보다도 더 맛있었다. 짧은 재회의 시간이었지만 다시 만난 반가움과 베풀어준 친절의 감동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만남이었다.사람들과 함께 한 유럽에서의 시간은 확실히 이전과 달랐다.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이나 시행착오는 없어도,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쳤던 마음이 다시 회복됐다. 오히려 고마움과 감동으로 더 많이 채워졌다. 어딜 가서 뭘 보고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남들 다 가는 유럽이라고 안 갈 줄 알았는데, 결국 사람 보러 갔다. 중앙아시아 여행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사진=공태영 인턴기자)베를린 공항까지 배웅을 나와준 친구와 인사를 하고 인천행 비행기를 타러 갔다. 시작할 땐 중앙아시아 5개국만 돌자던 여행이 베를린에서 끝이 날 줄 누가 알았을까? 역시 여행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너무 재미있었다. 이번 여행은 아마 정리하기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걱정 반 즐거움 반의 마음으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스냅타임
2019.08.11 I 공태영 기자
한국, ‘노 치킨’에도 첫날 종합 1위…우승 청신호(종합)
  • [펍지 네이션스컵]한국, ‘노 치킨’에도 첫날 종합 1위…우승 청신호(종합)
  • 2019 펍지 네이션스컵 한국 대표팀 선수단. 사진=노재웅 기자[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대한민국 배틀그라운드 대표팀이 치킨 없이도 교전 능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킬 포인트를 쌓으며 네이션스컵 첫날을 종합 1위로 마무리했다. 한국 대표팀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피오’ 차승훈이 하루에만 도합 16킬을 쓸어 담는 맹활약을 펼치며 이를 견인했다.한국과 함께 우승후보 중 하나로 분류됐던 핀란드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진 사이 ‘다크호스’ 베트남이 종합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9일 펍지 주최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의 국가대항전 e스포츠 대회인 ‘2019 펍지 네이션스컵’ 1일차 경기에서 한국이 중간점수 50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1라운드는 미라마 맵에서 진행됐으며, 비행기는 남서쪽에서 동북쪽으로 이동했다. 한국은 맵의 정 가운데인 페카도에서 홀로 시작하면서 초반을 수월하게 보냈다.경기 초반 브라질과 터키, 일본, 러시아, 중국은 자기장 바깥 남쪽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터키는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고 일본 선수들을 차례로 잘라냈고, 12분 일본이 가장 먼저 탈락했다.한국은 영국의 뒤를 노리고 진격했지만, 호주가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과감한 호주의 진격에 한국은 피오와 ‘아쿠아5’ 유상호를 잃었다. ‘이노닉스’ 나희주가 21분 호주와 핀란드의 협공 사이에서 4킬을 쓸어담았지만, 결국 다섯 번째 탈락 국가가 됐다.경기 후반 5개 팀이 남은 상황 속 독일이 건물 안에서 지키는 플레이를 하는 사이 베트남과 태국이 교전에서 활약하며 남쪽에서 캐나다와 핀란드 등을 쓸어담았다. 특히 베트남은 ‘바실’을 중심으로 16킬을 올리며, 최후 교전에서 대만과 독일을 마무리 짓고 1라운드의 치킨을 뜯었다.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미라마 맵에서 열린 2라운드는 팀의 에이스인 ‘샘티’가 차량 사고 실수를 저지르면서 핀란드가 초반부터 빠르게 무너졌다. 핀란드의 남은 2명은 한국의 피오가 한 번에 마무리했다. 피오는 이어 일본을 제물로 삼아 킬 포인트를 추가했다.20분 이노닉스가 앞장서고 나머지 선수들이 차량으로 뒤따랐지만, 1라운드에 이어 호주가 또 한 번 이노닉스를 잡아내며 한국에 태클을 걸었다.이노닉스를 잃었지만 한국의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피오가 영국의 뒤를 완벽하게 잡고 수류탄을 명중시킨 뒤 학살하며 킬을 쓸어 담았다.경기 막바지 고지대를 점한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호주가 양쪽에서 합공을 펼쳤다. 피오가 9킬을 완성하며 끝까지 분전했지만 양공을 버티지는 못했다. 한국이 빠진 상황에서 호주가 중국을 마무리 지으면서 5킬로 2라운드를 우승했다.2019 펍지 네이션스컵 대회장 전경. 사진=노재웅 기자1·2라운드 베트남과 호주가 우승한 데 이어 3라운드 역시 특별히 우승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던 러시아가 우승하는 이변이 이어졌다.초반부터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던 미라마와 달리 에란겔에서는 모든 팀이 조심스러운 운영을 펼쳤다. 15분이 넘도록 단 한 팀도 탈락하지 않은 채 경기가 흘렀다.자기장의 위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뀌면서 탈락 국가가 쏟아져 나왔다. 17분 일본은 한국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집 안으로 정면돌파를 강행했다.한국은 반대로 ‘로키’ 박정영과 아쿠아5가 수류탄, 화염병을 차례로 명중시키며 침착하게 일본을 전멸시켰다. 하지만 한국을 향해 곧바로 들어온 캐나다까지는 막아내지 못하면서 여섯 번째 탈락 국가가 됐다.경기 막바지 핀란드와 미국, 베트남이 서로 교전을 펼치며 힘을 빼는 사이 러시아가 적절하게 뒤를 노리며 8킬로 3라운드 치킨을 가져갔다.4라운드 에란겔 전장의 가장 북쪽에서 출발한 한국은 돌산과 평지로 둘씩을 나눠 다른 팀들의 동선을 폭넓게 파악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자기장이 한국 팀에 불리하게 줄어들면서 핀란드와 중국에 포위를 당하게 됐다.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은 차근차근 킬 포인트를 쌓아올리며, 자기장 중앙 위치로 과감하게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이 과정에서 피오가 유려한 오토바이 운전과 무빙샷으로 활약했다. 피오는 2라운드에 이어 일본 선수들을 제물로 삼아 킬 포인트를 쌓았다. 26분에는 웅덩이 속에서 발이 묶인 대만을 향해 수류탄 세례를 퍼부으며 홀로 대만 선수 4명을 요리했다.하지만 최종 우승은 한국과 대만이 치열한 교전을 펼친 뒤를 노린 태국의 몫으로 돌아갔다.한국은 앞선 1~4라운드에서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던 아쿠아5가 이번 라운드에서는 3킬을 올리며 활약했다. 자기장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면에 자리한 브라질을 노렸지만, 이를 뒤에서 급습한 캐나다에 휩쓸리며 경기 초반에 탈락했다.맵의 가장 고지대인 돌산을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캐나다, 호주가 맞붙었고, 삼파전 속에서 러시아가 먼저 탈락했다.교전 없이 올라온 아르헨티나가 다시 합류하면서 3개 국가가 돌산에서 최후의 결전을 펼쳤다. 아르헨티나의 ‘포메’가 호주 선수 4명을 모두 잡는 맹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본인도 쓰러졌고, 팀의 중심을 잃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 캐나다가 어부지리로 5라운드 치킨을 가져갔다.한국은 5라운드도 아쉽게 치킨을 놓쳤지만, 킬 포인트에서 크게 앞서며 중간집계 50점으로 대회 첫날 종합 1위를 기록했다.한편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의 국가대항전 e스포츠 대회인 ‘펍지 네이션스 컵’은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번 네이션스 컵에는 대만·독일·러시아·미국·베트남·브라질·아르헨티나·영국·일본·중국·캐나다·터키·태국·핀란드·호주·한국(가나다순) 등 총 16개 국가가 참여해 총상금 50만달러(약 6억원)와 우승의 영예를 걸고 대결을 펼친다.2019 펍지 네이션스컵 대회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사진=노재웅 기자
2019.08.09 I 노재웅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신문]간편송금 스타트업 4년 만에 은행 도전
  •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다음은 12일자 이데일리신문 주요 기사다. △1면-간편송금 스타트업 4년 만에 은행 도전-700여 기업 머리 맞댄 대덕 단지...고용, 수출 시너지 발휘-법무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안 마련검찰 수사, 입찰담합 및 시효 1년 미만 사건만-국회에 수소충전소 설치...규제샌드박스 1호 사업 물꼬-[사설]‘518망언’ 암초에 부딪친 자유한국당-[사설]애물단지 평창올림픽 시설 그대로 둘 건가△줌인&-부총리급 의전받는 ‘중통령’...정계 진출 등용문 되기도-먼지털이식 별건수사 못하게...檢 예규에 안전장치 마련키로△인터넷은행 도전 나선 토스-①인증서 없앤 혁신성 ②타업종과 함께 성장 ③성과만큼 보상 화끈-“금융서비스 확장 한계” vs “빅데이터 경쟁력 충분”-신한금융 ‘자금력’+토스 ‘혁신성’...인터넷은행 판도 흔드나△규제샌드박스 1차 사업 승인-서울 도심 4곳에 수소충전소...시내버스는 LED광고판 달고 달린다-비의료기관서도 암, 파킨슨병 유전자 검사-정의선 ‘2030년 수소차 年 50만대 생산’ 로드맵 속도△제약 바이오 클러스터를 가다-서울서 20분...벤처/대기업 한데 모여 선진국식 혁신 클러스터 실현-지식 교류의 장 열었더니...투자, 협력도 하더라-“판교와 궁합 딱 맞아...회사 옮기고 매출 5배 성장”△부동산 ‘갭투자’ 부메랑-전세가 하락에 보증금 반환 힘들자...급매물 내놔 집값 하락 부채질-2억짜리 울산 아파트 2년새 ‘깡통전세’ 신세...정부 ‘핀셋 대책’ 언제 나오나-서울 전셋값 내렸는데 전세가율은 올랐다고?△新외감법 도입 마무리 국면-‘최소 감사시간’ 없애고 적용그룹 세분화...표준감사시간 초안보다 완화-“감사시간 늘어...비용 두 세배 뛰는 건 예사”△정치-지지율에 취해...계파 분열, 극우성향 ‘고질병’ 도진 한국당-홍준표 불출마 선언...전당대회 ‘황교안 추대식’ 될라-예산정국, 선거개혁에 틀어졌던 범여권...오랜만에 ‘훈풍’-靑 “권태오, 이동욱, 5·18조사위원 미달”-文대통령 “70년 불신의 바다 건너는 미북 지도자 결단에 경의”△경제-최저임금은커녕...특수고용직 월소득 ‘102만원’-청년 눈물 흘리면...체감경기 악화된다-성장하지 않는 시대...‘채권왕’ 무릎 꿇다△금융-저축銀, 캐피털 ‘P2P 상품 투자’ 허용...법제화도 적극 추진-부산銀, 해양금융부 신설 “조선, 해운산업 지원 강화”-‘조직 다이어트’ 금감원, 국제협력국엔 힘실은 이유-기업銀, 자회사 ‘IBK서비스’ 출범...파견, 용역직 ‘정규직화’ 속도△산업&기업-노사갈등, 고임금에...‘무늬만 국산차’ 날뛴다-삼성전자, R&D 투자 세계 1위 등극-“대우조선 매각 취소 안 하면 파업”노조 암초 만난 ‘조선 빅딜’-기아차, 전기차 고객 충전소까지 챙긴다-노선 확대 제주항공 상반기 300명 뽑는다-네이버 노조 “사측 태도 변화 없으면 파업”△산업-대법 “퀄컴, 휴대폰 제조사별 조건부 리베이트는 불공정”-고객 주행스타일따라 타이어 빌려드립니다-‘수소차’ 확대에...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공장 증설-폴리실리콘값 급락 직격탄...OCI, 지난해 실적 ‘털썩’△소비자생활-“비싸도 안심 먹거리”...프리미엄 식자재 마켓 북적북적-아이키, 체중관리 스마트폰으로 OK-“본전 뽑고도 남아요”...호텔 멤버십 ‘가성비 전쟁’-정체된 H&B업계, 특화매장으로 ‘숨통’ 튼다△건강-남은 명절음식 처리 땐 ‘나트륨 과다 섭취’ 주의-노인층 면역력 높이려면 예방접종 필수-서울성모병원 ‘비만수술 협진클리닉’ 개설13개 임상과 고도비만 수술 협진 수술 후 1년 내 목표 체중에 도달△증건&마켓-코스닥 랠리 타고...되살아나는 중소형주펀드-배당주 투자, 수익률만 따지나요-‘CJ헬로 인수’ 호재에도...LG유플러스株 시들, 왜△증권-패션 불황에 매각 불발...중소업체들, 법정행 ‘땡처리’ 잇달아-우본, 해외 인프라에 최대 2억달러 출자-KG제로인 ‘2019 대한민국 펀드어워즈’ 대상 박재희 NH아문다운용 대표“100세 시대 ‘인덱스펀드’ 장기투자로 걱정 더세요”-대체거래소 설립 논의 다시 본격화△문화-연극 ‘대학살의 신’으로 1년 만에 컴백...26년차 배우 이지하“가식 벗어던진 난장판 싸움...폭죽같은 에너지 쏟아부어”-국민 문화예술 관람률 15년 만에 80%대 진입-윤대녕, 소설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출간“삶이 주는 상실감...날 버티게 한 건 글”△스포츠-오심 내린 심판 보란 듯...손흥민 60m 질주 골-서울, 부산 제치고 2032 하계올림픽 남측 유치 신청 도시로-신치용 신임 촌장 “국민 앞에 자랑스러운 선수촌 만들겠다”-작년 한일 투어서 준우승만 네번...황중곤의 각오“준우승도 좋지만...올해는 우승할래요”△피플-“전원주택에 취미 공간 반영...트렌드 읽으니 고객들 따라와”-응급, 외상의료체계 마련한 고 윤한덕 센터장 ‘LG의인상’-공정위 상임위원에 김재신 경쟁정책국장-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이한준 중앙대병원장-‘공석’ 인천지법원장에 양현주 서울고법 부장판사 임명-이충훈 LG화학 연구위원 ‘2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오피니언-[목멱칼럼]청년실업, 고졸 취업 활성화에서 길찾자-[생생확대경]강사법 혼란 피하려면-[기자수첩]통계청 ‘물타기 통계’ 언제까지-[e갤러리]박미례 ‘무작위의 기술’△부동산-“임대주택 稅혜택 받으려면 8년전 세입자 신분증도 내라고요?”-서울 아파트 사는 세입자, 주거비로 월 90만원 쓴다-지난해 인천 청약자 10명 중 7명 ‘서구’에 몰린 까닭- 1~2인 가구 급증세에...50m2미만 ‘꼬마아파트’ 덩달아 인기△사회 -의사들은 업무량 2배로 일하는데, 진찰 못받는 환자 수두룩...손 모자란 응급실, 의사도 환자도 못 살릴 판-‘혐의만 47개’ 양승태 구속기소전직 대법원장 첫 피고인 오명-대법, ‘사법농단’ 연루 판사 추가 징계한다-시민단체 ‘518 비하’ 김진태 의원 등 고발-‘카풀반대’ 세 번째 분신...택시 불 붙여 국회 돌진-‘국정농단’ 박근혜, 최순실 재판 전원합의체 심리
2019.02.11 I 강신우 기자
 과자는 마음이다 외
  • [200자 책꽂이] 과자는 마음이다 외
  • ▲과자는 마음이다(윤영달│264쪽│지에이북스)50년간 과자에 빠져서 산 크라운제과 회장의 경영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 한국인이 즐겨 먹는 과자인 ‘죠리퐁’과 ‘버터와플’ 등을 발명한 저자는 크라운제과의 경영위기를 경험한 뒤 북한산에 올랐다가 대금소리를 듣고 음악의 치유력에 눈뜨면서 예술경영을 시작했다. ‘줄탁동시’ ‘선택 후 집중’ ‘목계’ 등 8개 키워드에 따라 시기별로 삶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구멍투성이 과학(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332쪽│리얼부커스)과학에는 절대 오류가 없다는 왜곡된 관점의 허상을 폭로했다. 진자운동의 방정식을 요즘은 손쉽게 다루지만 그 과정이 단순했던 건 아니었다. 진자는 갈릴레오 때부터 뉴턴을 비롯해 영리했던 시계제작자들에게 연구의 대상이었다. 2세기에 걸친 실패의 기록이 오히려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는 것. 과학은 송송 뚫려 있는 구멍을 들여다보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강릉 바다(김도연│320쪽│교유서가)강원 대관령 출신의 소설가 김도연의 세 번째 산문집. 평창동계올림픽 관전평을 비롯해 18년 차 작가의 농익은 글들을 실었다. ‘세월은 약이 아니다’ ‘우리 모두 따사로이 가난했던 시절’ ‘성화대의 불은 꺼지고’ 등 41편을 소개한다. 오래전 누이들에게 자기 방을 빼앗긴 한 산골소년 이야기를 비롯해 소쩍새 울음소리에 공감하는 순박한 남자, 경기현장의 열기 등을 담았다. ▲남원성(고형권│290쪽│구름바다)1597년 정유재란 당시 4000명의 병력으로 6만명의 왜군에 맞서 싸웠던 ‘남원성 전투’ 이야기를 담았다. 성 안에서 항쟁했던 1만명의 군인과 민간인은 무참하게 학살당했다. 하지만 일본은 공식 사료에서 ‘바람 한번 훅 부니 남원성이 넘어갔다’며 치욕적인 패전의 기억을 지우려 한다. 목숨을 걸고 남원성을 지켰던 조선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거친 항쟁을 담았다.
2018.10.24 I 이윤정 기자
손보미 작가 "언제나 글쓰는 작가로 기억됐으면"
  • 손보미 작가 "언제나 글쓰는 작가로 기억됐으면"
  • 손보미 작가(사진=문학과지성사).[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예전에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다. 지금도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언제나 쓰고 있는 작가’로 기억됐으면 좋겠다.”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면서 서른 두 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이후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을 받았고 주목할 단편 작품을 뽑는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상’ 수상자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손보미(38) 작가에게 ‘재능 있는’ 작가란 말이 따라붙는 이유다. 2013년 첫 번째 단편집 ‘그들에게 린디합을’과 지난해 장편소설 ‘디어 랄프로렌’에 이어 최근 두번째 단편집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문학과지성사)을 냈다. 제46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산책’과 제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시교사’ 등 그간 사랑받았던 단편소설 9편을 수록했다. 손 작가는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그 세계에 머물고 싶게 만드는 소설을 좋아한다”며 “내 작품도 계속해서 질문이 남는 소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작가의 소설들은 주로 어떤 존재나 사건이 일상으로 ‘침입’해오는 순간에 전개된다.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에 자꾸 담을 넘어 들어오는 고양이들을 퇴치하러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다. ‘산책’은 밤마다 외출을 나가는 아버지의 집에 딸네 부부가 느닷없이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상자 사나이’는 누구에게나 일생에 한 번은 꼭 배달되는 ‘상자’를 모티프로 삼았다.“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상적인 것들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평범하고 사소해보이는 일도 그 안에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령 ‘노크’라는 행위도 하나의 침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인간관계도 생겨나고 사랑도 피어날 수 있다.”평소 영화나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다. 일상적인 것에서 받는 영감이나 이미지는 고스란히 소설에 투영된다. “어릴 적부터 ‘대부’를 좋아해 몇번이나 돌려봤다. 좋아하는 미드 ‘매드맨’을 보고는 ‘죽은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썼다. 1960년대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남자들이 배경인데 중절모를 쓴 어떤 남자를 써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소설 ‘디어 랄프 로렌’에선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읽었던 책의 내용 일부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작가가 꿈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였다. 영화든 소설이든 곱씹게 되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차기 작품에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연애 등 가벼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걸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이 풍부해진다. 좋아하는 것의 리스트를 많이 늘려서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2018.09.18 I 이윤정 기자
 끊긴 철길 위로, 폐허 노동당사 사이로…평화의 바람이 불다
  • [여행] 끊긴 철길 위로, 폐허 노동당사 사이로…평화의 바람이 불다
  • 경관 조명이 꺼진 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 위로 아름다운 은하수가 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 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 대신 이제 평화의 바람이 분다. 평화의 물꼬를 튼 것은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 단일팀. 그 뒤를 이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온 국민을 눈물짓게 만든 이산가족 상봉까지…. 바야흐로 한반도는 평화의 물결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한반도 평화 관광지’라는 주제로 5곳의 가볼 만 한 곳을 특별추천했다. ‘안보’라는 이미지에서 ‘평화’와 ‘관광’의 상징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이하 DMZ)다.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남북 사이를 가로지르는 물길 너비는 불과 2~3km밖에 되지 않는다.◇가장 가까이서 북녘땅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는 한반도에서 북녘을 가장 가깝게 바라보는 평화 여행지다. 강화도 최북단인 양사면 철산리 민통선 지역에 세워졌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물줄기가 서해와 만나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다. 물길의 너비는 불과 2~3km 안팎이다. 헤엄쳐 건널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이곳 수역은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와 같다.북한 땅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해설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매시 정각(10~16시)에 진행한다. 주변 지역을 설명하고 장소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해 관람 시간이 더욱 풍부해진다. 태양광 시설처럼 보이는 것이 슬레이트 지붕을 단 신식 거주지라는 이야기, 해마다 이곳을 찾아오는 실향민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다 보면 분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에 설치한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 너머로 북한 땅이 선명하게 보인다건물 밖에는 강화 출신 작곡가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와 망배단이 관람객을 맞는다. 왠지 모르게 서글픈 분위기에 마음이 아릿해진다. 해마다 이곳을 찾아 고향 땅을 바라보는 제(祭)를 지내는 실향민의 심정을 헤아리면 걸음을 떼기 힘들다. 남북의 강물이 하나가 되어 흐르는 이 땅에 사람들은 분단이라는 족쇄에 묶여 자유로이 오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민통선 지역에 있어 검문소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화이야기투어(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강화역사박물관→강화자연사박물관→강화 하점면 부근리 지석묘→(숙박)→강화평화전망대→교동도(대룡시장)경기 파주시 임진강평화누리 공원 전경◇평화와 셀피의 명당, ‘임진각평화누리’경기 파주시의 임진각국민관광지. 한국전쟁의 상흔을 증언하는 장소다. 이곳에 2005년 임진각평화누리가 들어섰다.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9만 9000여㎡(3만 평) ‘음악의언덕’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설치 작품도 들어섰다. 대나무로 엮은 3~11m 인물상이 땅에서 솟으며 차례로 나아가는 최평곤 작가의 ‘통일 부르기’와 3000여개 바람개비가 알록달록 무리를 지은 김언경 작가의 ‘바람의 언덕’, 녹슨 철로 솟대 모양의 창이 하늘과 겹쳐진 이경림 작가의 ‘솟대 집’…. 작품 하나하나마다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본 ‘내일의기적소리’임진각은 임진각평화누리와 주차장 뒤에 있다.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로 실향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징적인 장소다. 맞은편은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내일의기적소리’ 방면이다. 독개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옛 경의선 상행 철도다. 오랜 시간 남은 5개 교각을 길이 105m, 폭 5m 스카이워크로 재단장했다. 경의선 증기기관차 객차를 재현한 과거 구간, 철로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현재 구간, 2층 스카이워크의 미래 구간으로 이어진다.경기 파주시 임진각 장단역 증기기관차 안에서 자란 뽕나무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78호)도 만날 수 있다. 반세기 넘도록 DMZ에 방치한 것을 이곳으로 옮겨 왔다. 1020발이 넘는 총탄 자국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그 곁에는 뽕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기차 화통에서 자란 뽕나무를 옮겨 심었다. 평화의 나무이자 희망의 나무다. 자유의다리도 바로 옆이다. 휴전협정 뒤 국군과 유엔군 포로가 건너오고, 7·4남북공동성명 때 남북회담 대표가 오갔다. 임진각평화누리→임진각→내일의기적소리→제3땅굴→도라전망대→숙박→벽초지문화수목원→마장호수흔들다리빛공해가 적은 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는 별관측하기에도 좋다◇전쟁의 공간에서 평화의 공간으로, ‘노동당사’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철원이 북한 땅이던 1946년,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었다. 소련 군정 아래 있다 보니 소련식 건축양식을 따랐다. 현관에 돌로 만든 원기둥 두 개를 세우고, 전면은 상승감을 강조한 아치 장식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건축물이라는 지금의 평가와 달리, 당시 주민에게 네모반듯한 3층 건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많은 반공 인사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빈 성냥갑처럼 외벽만 간신히 남았다. 그렇다고 그 안에 담긴 역사가 사라진 건 아니다. 2002년 5월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강원 철원군 노동당사의 ‘빛의사원’ 내부 전시공간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등 다양한 평화 기원 행사도 이곳에서 열렸다. 지난 6월에는 노동당사와 고석정, 월정리역을 오가며 열린 ‘2018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도 성황리에 끝났다. 2017년에는 정우성과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강철비’ 촬영지로 잠시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노동당사 여행은 경원선 평화열차 DMZ 트레인이나 통근 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백마고지역에서 노동당사를 오가는 버스를 타면 금방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신망리~대광리 구간 교량 공사로 연천역까지 단축 운행한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12월 1일까지 연천역~백마고지역 구간을 무료로 운행하는 연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동당사→소이산생태숲녹색길→도피안사→노동당사 야경→숙박→제2땅굴(안보 견학)→고석정→직탕폭포→철원 승일교→삼부연폭포청정한 자연이 살아있는 강원 양구군 두타연◇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두타연’강원 양구군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이룬 깊고 푸른 소(沼)를 일컫는다. 내금강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이 바위를 만나 굽이굽이 휘감아 돌다가 높이 10m 폭포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로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 등을 볼 수 있는 청정 지대다. 한국전쟁 후 출입을 금지했다가, 지난 2004년 50여년 만에 빗장을 열었다.두타연 주위로 생태 탐방로와 조각 공원을 조성했다. 생태 탐방로는 두타연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정자,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두타교), 관찰 데크 등을 마련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근사하다. 한반도 모양으로 흘러가는 물살이 소에 떨어지며 하얗게 부서진다. 두타연 상류에 놓인 징검다리는 한여름 물이 불어나면 잠기기도 하지만, 그 외 계절에는 대부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생태 탐방로 옆으로 지뢰 체험장이 나온다.강원 양구군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펀치볼마을걷기를 좋아한다면 ‘평화누리길’을 추천한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총 12km 걷기길이다. 계곡을 끼고 이어져 호젓하고, 숲을 통과하는 구간은 새소리가 들려 평화 그 자체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주차장은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자전거와 도보만 허용한다. 두타연→펀치볼마을→국립DMZ자생식물원→산양증식복원센터→국토정중앙천문대→숙박→파라호 한반도섬→양구선사박물관→박수근미술관강원 고성군의 DMZ박물관에서는 한국전쟁과 DMZ에 관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금강산으로 가는 희망의 길 ‘통일전망대’강원 고성군의 통일전망대. 1984년 분단의 아픔과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금강산과 가까운 현내면 마차진리에 설치했다. 휴전선의 동쪽 끝이자,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 10km 지점이다.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한국군과 북한군 초소가 대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불과 600m 거리다. 남과 북이 철책으로 갈라선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풍경이다.시선을 돌려 해안선을 따라가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산 1만 2000봉우리 가운데 아홉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구선봉과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이다. 해마다 약 50만 명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북녘을 바라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고배율 망원경을 이용하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북녘을 세세히 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 옆에 해돋이통일전망타워 건설이 한창이다. 지상 3층 건물을 완공하면 더 쉽게 북녘의 산하를 바라볼 수 있다. 9월 준공 예정이다.멀리 금강산이 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강원 고성군의 통일전망대주차장 끝은 한국전쟁 체험전시관이다. 전시관에는 북한의 남침, 피란길, 학살 등 전쟁의 순간순간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컴컴한 전쟁체험실은 고성에서 치러진 야간 공방전을 재현했다. 포탄이 쏟아지는 소리와 총소리가 울려 퍼져 현장감을 더한다. 통일전망대로 가려면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출입 신고서에 탑승자와 차량 정보를 기재하고 입장료(3000원)를 지급하면 출입증을 준다. 시청각 교육 후 정해진 시각에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통일전망대→DMZ박물관→대진등대→화진포→숙박→건봉사→고성왕곡마을→김하인아트홀→청간정
2018.09.07 I 강경록 기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함께하는 힘 배워가요"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함께하는 힘 배워가요"
  • ‘제1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인 우간다 출신 국제여성인권운동가 아칸 실비아 오발 (사진=이윤화 기자)[사진·글=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처음 뵌 순간 전쟁으로 잃어버린 저의 가족 같았습니다. 전쟁으로 겪은 아픔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드렸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서는 안됩니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1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식장에서 만난 우간다 출신 국제여성인권운동가 아칸 실비아 오발(39)은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거리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오발은 시민단체인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김복동 평화상’의 첫 수상자다. ‘김복동 평화상’은 정의기억연대가 지난해 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자 여성인권활동가의 삶을 살아온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만든 상이다. 김 할머니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처음으로 밝히고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일조했다. 오발은 “첫 수상자로 선정돼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전쟁 피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동시에 우간다에서 전쟁 피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발은 수상식 하루 전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만났다. 오발은 “코소보와 콩고 전쟁 피해 생존자인 바스피예 블레어, 타티아나 무카니레와 함께 할머니들을 처음 만나는 순간 꼭 나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 같았다”며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할머니들을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발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연대해 일본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꾸준히 요구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밝혔다. 오발은 “우간다에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은 한국의 전쟁 피해자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연대해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우리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이러한 한국의 연대 문화를 본받아 우간다의 전쟁 피해와 여성인권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을 포함해 한국에 와서 보고 느낀 사랑과 친절, 연대의 힘은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오발은 또 전쟁 재발방지를 위해 세대 간 연대를 통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발은 “위안부 피해 등 전쟁으로 겪은 상처는 단 한 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까지 경각심이 이어져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우간다에서 문맹 퇴치와 인권의식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발은 1995년 우간다 북부와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군사집단 ‘신의 저항군’이 일으킨 내전에서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 아버지는 전쟁 중에 살해됐고 어머니는 반군에 납치돼 생사를 알 수 없다. 오발의 언니도 내전 때 학살당했다. 오발 역시 그들에게 고문을 당했던 아픔이 있다. 그러한 비극 속에서도 오발은 좌절하지 않고 2011년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Golden Women Vision In Uganda·GWVIU)’라는 구호단체를 꾸렸다. 오발은 지난 9년 동안 노르웨이 난민협의회(NRC), 세계식량계획(WFP) 등과 협력해 전쟁 피해자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고 다친 여성과 아이들을 치료·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왔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6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국제심포지엄’ 행사에 우간다 대표로 참석한 오발이 상패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윤화기자)
2018.08.15 I 이윤화 기자
KAL기 폭파 사건 유족들 "주범은 전두환… 조만간 고소"
  • KAL기 폭파 사건 유족들 "주범은 전두환… 조만간 고소"
  • KAL 858기 가족회와 KAL 858기 진상규명 대책본부가 27일 전두환씨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윤화 기자)[이데일리 이윤화 권오석 기자] 대한항공 KAL858기 폭파 사건의 유족들이 “주범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KAL858기 실종자 가족회와 KAL 858기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27일 오전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KAL858기 가족회가 전두환에게 묻는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이들은 “주범은 전두환이고 김현희는 종범에 불과하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KAL858기 사건은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가던 대한항공 KAL858기가 공중폭파해 타고 있던 115명 전원이 숨진 사건이다. 정부는 유해와 유품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북한 당국의 지령을 받고 폭파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당시 한국으로 압송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1990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연사로 나선 김호순 KAL858기 가족회 대표는 “그 당시 115명의 유족들은 한사람이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유품을 찾아주면 인정하겠다고 요구했으나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 하나 찾아주지 않았다”면서 “조종사들이 위급신호 하나 보내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그 비행기 안에 폭탄이 있었다는 뜻이며 전두환에 의해 철저히 조작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을 7월 중 고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책본부 총괄팀장인 신성국 신부는 “이 사건은 안기부(옛 국정원)의 무지개 공작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사건”이라며 “회고록에 KAL858기 사건과 관련 허위사실을 기재한 전두환을 비롯해 김현희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준비한 성명서를 낭독한 뒤 전 전 대통령에게 질의서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문틈으로 질의서를 두고 가라’는 경찰의 말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대신 전씨 집 대문 손잡이에 질의서를 올려두고 나왔다.KAL기 사건의 유족이자 가족회 초대회장인 차옥정씨(81)는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전두환의 집에 누가 드나드는지 다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냐. 집안에 이것을 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순 가족회 대표는 “사건 당시 안기부 직원들이 우리 집에 직접 찾아와 사면 탄원서에 서명을 요구한적이 있다”며 “절대 도장을 찍어 줄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도 증언했다. 김 대표는 “내가 여기서 죽으면 자살이 아니라 당신들이 나를 죽인 것이라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연서명을 돌려놓는 것으로 응수했다”고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KAL기 사건의 유족 차옥정씨(81)와 KAL858대책본부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가 전두환 씨 자택 대문 앞에서 질의서 전달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이윤화 기자)
2018.06.27 I 권오석 기자
제주 4.3사건 유족 '어머니께 드리는 글'에 김정숙 여사 눈물
  • 제주 4.3사건 유족 '어머니께 드리는 글'에 김정숙 여사 눈물
  •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3일 제70주년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부인 김정숙 여사가 희생자 유족이 낭독한 ‘어머니께 드리는 글’에 눈물을 흘렸다.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행방불명인 묘역과 추모비를 참배한 뒤 유족을 위로했다.이번 추념식에서 가수 이효리는 4.3사건을 추모하는 이종형의 ‘바람의 집’과 이산하의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등의 시를 낭독했다.이어 이관석 희생자의 유족 이숙영 씨가 ‘어머니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이 씨는 4.3사건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가 총살당하고 큰 오빠가 행방불명되면서, 한을 품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편지를 읽었다.4.3사건 최고령 생존자 등과 함께 이 씨의 낭독을 듣고 있던 김 여사는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도 지그시 눈을 감았다.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 이관석 희생자의 유족 이숙영 씨가 ‘어머니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른쪽은 최고령 생존자 현경아 씨 (사진=연합뉴스)이어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제주 4.3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발생해 1954년까지 7년간 이어진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당시 약 30만 명의 제주도 인구 중 3만 명 이상이 희생된 사건이다.다음은 이숙영 씨가 낭독한 ‘어머니께 드리는 글’ 전문이다.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늘 제 가슴 속에 살아계신 어머니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픈 계절 4월에 하늘에서 내려다봤수까굳은 신념과 열정으로 교육에 헌신하던 아버지가 4.3사건으로 끌려가 사라봉 기슭에서 소나무에 묶여 총살당하시던 날 산등성이에 맴돌던 까마귀 구슬픈 울음소리를 저 하늘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착한 사람을 왜 학살했는지 밝혀달라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마흔네 살 어머니는 시부모 모시랴 어린 것들 키우랴 울 틈 없어 안으로 불러든 울분을 밤이 되면 쏟아내는 흐느낌‘어머니 밤에 무사 울언?’ 이 한 마디를 묻지 못하고 여섯 살 막내는 서러움으로 철이 들며 자랐습니다.제주도 최초로 한악대를 창간하며 음악교육에 앞장선 큰 오빠가 예비검속에 끌려가 수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아이고 집안에 주춧돌이 무너졌다. 우리 어떻게 살아갈꼬’ 땅을 치던 어머니의 애끓는 통곡을 저 바다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짧은 운명 대신하여 오빠의 비석 옆에 어머니가 심어놓은 무궁화는 시대의 아픔을 잠재우며 해마다 피어나는 오빠의 영혼4.3사건, 예비검속, 행방불명 그리고 연좌제 이 아픈 단어들을 가슴에 새긴 채 숨죽이며 살아온 70년. 이제 밝혀지는 4.3의 진실! 바로 세워지는 4.3의 역사 앞에 설움을 씻어내며 부르게 될 우리들의 희망찬 노래죄없이 가신 님들이시여,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 긴 세월 마디마디 맺힌 한을 풀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2018.04.03 I 박지혜 기자
"자슥헌테도 말 못했제.. '빨갱이'라 잡아감서"
  • [제주4.3사건]"자슥헌테도 말 못했제.. '빨갱이'라 잡아감서"
  • 홍춘호 할머니가 마을 지도를 가르키며 제주4.3사건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정현 기자)[제주=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동광마을은 속칭 잃어버린 마을이다. 제주 방언으로 ‘무등이왓’이라 불리던 곳이다. 한때 130여 호가 모여 살던 마을이었으나 제주4.3사건 이후 터만 남았다. 집들은 사라지고 한참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잡초가 무성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이 길과 집터를 겨우 구분했다. “그 마을에 살았다는 이유로 다 죽여부렀는기 어찌 돌아와 다시 살꽈. 딴데서 살지.”지난달 24일 동광마을 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홍춘호(81) 할머니는 70년 전에 겪은 비극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당시 11세 소녀였던 그다. “갑자기 들이닥친 군과 경찰이 마을에 살던 사람들을 폭도라 부르며 무자비하게 죽였다”며 “나는 겨우 살아났지만 동생들은 영양실조로 죽었고 마을 사람들도 사라져 30여 호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홍 할머니는 터만 남은 고향 마을을 걸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한때 거리서 뛰놀던 마을 동무들과 이웃들이 살던 집들이 눈에 선하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마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복원 지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 기억을 되살렸다. 동광마을의 비극은 1948년 11월 15일에 시작했다. 광평리에서 작전을 벌이고 내려온 토벌대는 마을을 포위한 채 주민을 집결시켰고 집단 총살을 시작했다. 집이 불타고 사람들이 학살되자 주민은 마을 인근으로 숨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토벌대의 추격에 붙잡혀 죽임을 당했다. 시신을 수습하려다 잠복해있던 이들에게 잡혀간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붙잡힌 이들은 서귀포 정방폭포 부근에 있던 수용소에 갇혔고 며칠 뒤 집단 총살당했다.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 따르면 동광리에서만 166명이 희생당했다. 대부분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들이었다. 동광마을과 같은 사연을 가진 마을이 제주도에 109곳이다.홍춘호 할머니는 학살을 피해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다. 그는 부모의 손을 붙잡고 동굴에 피신했다. 영화 ‘지슬’에서 나온 그 동굴이다. 제주 사람들은 동굴을 ‘궤’라고 불렀다. 좁은 궤 안에서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40여일간 동란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토벌대에 들킬까 불을 피우지도 못했다. 갈증이 나면 억새를 빨대처럼 이용해 동굴에 고인물을 마셨다. 주린 배는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가 구해오는 곡식 몇 톨로 채웠다. 당시를 놓고 홍 할머니는 “언제 죽을지 몰라 배가 고픈지도 몰랐다”며 “짐승보다 못한 생활이었다”고 돌이켰다. 살아남은 이들도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마을에 돌아갔다가는 또 몹쓸 짓을 당할까 두려웠다. 가족과 이웃, 친구가 목숨을 잃은 곳이라는 트라우마가 이들을 지배했다. 홍 할머니는 “어떤 할머니는 돼지우리에 숨어 혼자 살아났지만 이후 평생을 후회했다”며 “살아남은 모든 이들이 자책 속에 살아야했다”고 말했다.제주도 주민들은 섬 밖에서 온 사람들을 ‘뭇것들’이라 낮잡아 불렀다. 예전부터 본토와 거리를 두는 생활이었지만 제주4.3사건 이후 괴리가 심해졌다. 악랄했던 토벌대의 대부분이 육지에서 온 군경이나 서북청년단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홍 할머니는 “경찰을 피해 산으로 도망다녔는데 난리가 끝난 후에는 그래도 착한 경찰을 만나 식모살이를 하며 끼니를 해결했다”며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고 했다.“당시 토벌대가 마을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했다하데. 우리는 공산주의가 뭔지도 몰랐지. 먹고 살기 바쁜디 어찌 그칸데. 제주4.3은 자슥들한테도 말을 못했어. 잡혀갈까봐. 허지만 세월이 지났서도 못 잊어븐다. 명이 기니까 이르케 뭇사람들 만나서 이야그허네. 많이 좋아졌지. 세상이 더 좋아져야지게. 그래야말구.”홍춘호 할머니한때 사람이 살았던 동광마을터. 주민들은 사건 이후 마을에 돌아오지 않았고 현재는 잡초만 무성하다.(사진=이정현 기자)홍춘호 할머니홍춘호 할머니홍춘호 할머니
2018.04.03 I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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