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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내달 100회 공연
  •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내달 100회 공연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가 오는 11월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100회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2009년 5월 시작한 ‘정오의 음악회’는 우리 음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기획한 국립극장 대표 상설공연이다. 올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월·4월·9월 공연이 미뤄지면서 오는 11월 비로소 100회 무대를 올리게 됐다.지난 11년간 ‘해설이 있는 브런치 콘서트’를 표방하며 친근한 국악 길라잡이가 돼왔다. 지금까지 약 300곡의 국악관현악 작품을 연주했다. 황병기·원일·임재원 등 국립국악관현악단 전임 예술감독을 비롯해 오정해·박정자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해설을 맡아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해설자로 나서고 있다.다양한 장르의 스타와의 협연도 ‘정오의 음악회’를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요인이다. 안숙선·박애리·송소희 등 소리꾼을 비롯해 안치환·한영애·남경주·마이클 리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와 뮤지컬배우들이 ‘정오의 음악회’를 찾았다.국립극장에 따르면 ‘정오의 음악회’의 누적 관객수는 7만 2000명이다. 국립극장 측은 “11년째 같은 객석에서 매 공연을 보는 오랜 고정 관객도 있고 한 시즌 전 공연을 관람하는 ‘정오 마니아’까지 생겼다”며 “국악관현악의 매력을 더욱 많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 관객과의 적극적 교감을 통해 일궈낸 성과다”라고 평가했다.이번 100회 공연에서는 뮤지컬배우 민영기가 ‘정오의 스타’ 코너에 출연한다. 창작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중 ‘달의 노래’, 창작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 그리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를 국악관현악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또한 동요 ‘섬집아기’와 ‘오빠생각’, 타악 파트의 김인수 단원이 장구 독주로 나서는 김성국 작곡의 사물놀이 협주곡 ‘사기’, 작곡가 성화정의 위촉 초연곡 ‘흔적’, 노관우 작곡의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등을 연주한다. 티켓 가격은 전석 2만원이며 국립극장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한편 국립극장은 무관중 녹화 중계로 진행한 ‘정오의 음악회’ 10월 공연을 오는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유튜브를 통해 상영한다. 소리꾼 송소희가 출연해 ‘아리라리’ ‘매화타령’ ‘태평가’ 등을 들려준다.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2020.10.28 I 장병호 기자
문정혁x유인나 아찔한 첩보전?…'나를 사랑한 스파이' 스릴만점 스틸
  • 문정혁x유인나 아찔한 첩보전?…'나를 사랑한 스파이' 스릴만점 스틸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정혁과 유인나의 뜻밖의 공조(?)가 포착됐다.(사진=MBC ‘나를 사랑한 스파이’) MBC 수목미니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연출 이재진, 극본 이지민, 제작 글앤그림) 측은 2회 방송을 앞둔 오늘(22일), 첩보전에 제대로 휘말린 전지훈(문정혁 분)과 강아름(유인나 분)의 모습을 공개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MBC 새 수목극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첫 방송부터 달콤하고 짜릿한 로맨틱 첩보물의 진가를 선보여 호평을 이끌었다. 유쾌한 웃음과 짜릿한 설렘, 스릴 넘치는 첩보 액션까지 넘나들며 펼쳐진 다이내믹한 전개가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유쾌한 터치의 액션까지 가미한 이재진 감독의 폭넓은 연출력과 첫 드라마에서 능숙한 완급 조절을 보여준 이지민 작가의 시너지도 완벽했다. 무엇보다 ‘로코장인’ 문정혁, 유인나, 임주환의 케미스트리는 차원이 다른 로맨틱 첩보물의 서막을 짜릿하게 열었다.이날 방송에서는 전지훈과 강아름의 운명적인 첫 만남부터 이혼, 첩보전에 휘말리게 되는 기막힌 재회가 그려졌다. 5년 전, 작전 수행 중이던 전지훈이 위기에 처한 강아름을 구해주며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시작됐다. 뜨거운 사랑으로 결혼에 성공한 전지훈과 강아름. 하지만 둘은 결국 이혼해 남남이 됐다. 시간이 흘러 추억이 깃든 성당에서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 “이 순간을 기다렸었다”는 전지훈의 내레이션과 “이 순간을 피하고 싶었다”는 강아름의 엇갈린 감정은 5년 동안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강아름은 외교공무원으로 위장한 산업스파이 데릭 현(임주환 분)과 결혼해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또다시 마주친 전지훈과 첩보전에 휘말릴 것이 암시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임무 수행 중 재회한 전지훈과 강아름, 그리고 산업스파이 비밀조직 ‘헬메스’의 핵심 인물이자 강아름의 현 남편 데릭 현이 어떻게 얽히게 될지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사랑을 위해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는 두 남자와 이들의 비밀을 꿈에도 모르는 강아름의 로맨틱 첩보전에 뜨거운 기대가 쏠렸다.그런 가운데 공개된 사진 속, 사라진 안소피(윤소희 분)를 찾아 나선 전지훈과 강아름의 모습이 포착됐다.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전지훈의 예리한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웬수 같은 전 남편 전지훈과 함께 안소피의 흔적을 쫓는 강아름. 오랜만의 재회에서 서로 ‘으르렁’거리기 바빴던 전지훈과 강아름의 뜻밖의 공조(?)가 흥미를 유발한다. 강아름의 친구 안소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전지훈이 찾고 있던 정보원이었다. 목적은 달라도 안소피를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두 사람. 공공의 목표가 생긴 전지훈과 강아름의 신박한 공조(?)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더한다. 이어진 사진 속, 엉망이 된 몰골로 모습을 드러낸 안소피의 모습이 긴장감을 유발한다. 중요 국책 사업의 책임자인 안소피는 결혼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었다. 산업스파이 임무를 청산하고자 인터폴의 정보원이 된 안소피. 하지만 그는 정보원 활동이 발각되며 위기를 맞았다. 전지훈과 안소피의 의미심장한 눈빛 교환이 심상치 않은 사건을 예고하는 듯하다. 여기에 전지훈이 인터폴 비밀경찰인지 꿈에도 몰랐던 강아름이 그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된다.오늘(22일) 방송되는 2회에서는 전지훈과 강아름의 예측 불가한 공조(?)가 시작된다. 안소피의 존재는 전지훈과 강아름에게 큰 변화를 불러오는 변수가 될 전망. ‘나를 사랑한 스파이’ 제작진은 “전지훈과 강아름의 짜릿한 첩보전 속, ‘스릴만점’ 시크릿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첩보전에 휘말린 강아름의 변신도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 2회는 오늘(22일) 밤 9시 20분 방송된다.
2020.10.22 I 김보영 기자
서울시오페라단, 푸치니 '토스카' 선봬
  • 서울시오페라단, 푸치니 '토스카' 선봬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오페라단이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Tosca)’를 오는 11월 11~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토스카’는 작곡가 푸치니의 3대 오페라이자,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 중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푸치니는 여러 작품에서 사실주의적 스타일을 사용했는데, ‘토스카’에서는 로마에 실존하는 건물인 성 안드레아 발레 성당, 파르네세 궁전, 성 안젤로 성 등을 배경으로 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원작에 충실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최지형은 나폴레옹의 승보를 전하는 마렝고 전투의 시간적 배경을 ‘토스카’의 디테일로 삼아 사실적 연극 장치를 부여한다. 또 정치범의 도피, 연인들의 만남, 웅장한 미사 장면을 다이내믹하게 펼칠 예정이다. 무대 디자이너 오윤균은 철저하게 원작에 기반해 오페라의 배경이 된 성당과 궁전을 무대로 옮겨 올 예정이다. 그는 회전무대의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무대에 변화를 주고, 영상을 통해 공간을 확장시킬 생각이다. 관람료는 3만~12만원. 한편 서울시오페라단은 작품을 좀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도록 두 차례 강연을 준비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나이트 위드 토스카’(Night with Tosca)는 로마의 역사와 예술작품들을 윤상인 도슨트의 해설로 만나는 자리다. 내달 2일에는 조은아 교수가 과거 유럽대륙을 강타한 흑사병에 맞섰던 음악의 저항을 ‘성 안젤로, 감옥에서 그리는 별의 노래’로 강연한다. ‘토스카’ 공연 티켓 구입 시 수강료는 무료.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포스터(사진=세종문화회관)
2020.10.21 I 윤종성 기자
①신전서 시작된 은행업…‘뱅크’ 어원은 탁자
  • [위대한 생각]①신전서 시작된 은행업…‘뱅크’ 어원은 탁자
  •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Ⅱ’ 은행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 ‘인더스토리’(INDUSTORY)현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정치·문화·기술·경제 등 복합적인 시선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기른다.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된 ‘철’(鐵)과 ‘사’(沙·모래)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약’(藥), ‘의’(醫) 등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다룬다.☆ 임규태 공학자·교육자·기업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 조지아공대 부설 전자설계연구소 부소장, 조지아공대 기업혁신센터 국제협력 수석고문. 국제 통신표준화 의장. 빅데이터·소프트웨어·게임·블록체인·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참여.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성전이었던 지구라트[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현대 자본주의 시대는 금융이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은행업은 첨단 수학과 IT 기술을 집약한 광대한 스펙트럼의 금융 상품들이 유기적으로 엮여있다. 하지만 은행업이 처음부터 이렇게 정교하고 방대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은행업은 이성(理性)과는 거리가 먼 신(神)과 함께 시작했다.은행업과 관련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4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기록에는 농한기 돈을 빌린 농부가 곡식을 수확한 뒤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조항이 나와 있다. 농한기 농부에게 곡식을 빌려준 주체는 다름 아닌 신전이었다. 제정일치 사회였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수확한 곡물의 일정량을 성전에 바쳐야 했고 성전은 그 제물을 바탕으로 상당한 잉여 자산을 축적하고 있었다. 임규태 박사는 “신을 모시는 신전이야말로 은행의 시발점이었다”며 “신전을 운영하는 제사장이나 귀족들은 재화를 일반인에게 대출해주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암살당하는 카이사르◇ 시이저를 죽음으로 이끈 고리대금업, 유대인 생존전략이 되다로마 삼두정치의 거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공화정 파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카이사르는 경쟁자 폼페이우스를 제거하고 종신독재관에 오르면서 황제에 오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공화파였던 브루투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했다.하지만 임 박사의 해석은 달랐다. 브루투스는 당시 로마 속주에서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하던 대표적인 금융업자였다. 고리대금업이 횡행하면서 백성의 삶이 피폐해졌고, 이는 로마 지도자들에게 큰 문젯거리였다. 카이사르가 독재관에 집권하자 위기감을 느낀 고리대금업자들이 카이사르와 가까운 브루투스를 사주해 암살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임 박사는 말했다.폭군으로 널리 알려진 네로 황제 또한 고리대금업자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인물이다. 그는 데나리우스 은화의 은 함유량을 8% 줄이는 일종의 화폐개혁을 진행했다. 화폐개혁은 기존 화폐를 다량으로 보유한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즉, 은화의 형태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던 고리대금업자들은 네로에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리대금업자들은 네로의 악행을 퍼뜨렸고 그는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유대인들이 로마 제국에 끝까지 항전했던 마사다 요새네로 황제 사후 시작된 유대-로마 전쟁 역시 고리대금업자들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당시 로마 점령군은 예루살렘 성전을 약탈했다. 단순히 성전의 재물을 노린 것이 아니라 성전을 중심으로 고리대금업을 일삼던 유대 사제들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유대인들은 천혜의 요새 마사다에서 4년을 버티며 항전했지만 결국 모두 스스로 죽음을 택했고, 나머지 유대인들도 고향 땅을 떠나야 했다. 이것이 유대인의 집단 이주, ‘디아스포라’다.서기 306년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공인하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기독교인의 고리 대금업 금지는 레위기·시편을 근거로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리대금업의 폐해를 우려한 콘스탄틴 대제의 고민이 있었다. 이후 등장한 이슬람교 역시 구약 성서와 꾸란에 따라 금융업을 금기시했다. 반면 유대인들은 신명기의 ‘타국사람에게 이자를 받아도 된다’는 구절을 인용해 비유대인이었던 기독교인, 이슬람인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고리대금업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유대-로마 전쟁의 패배로 터전을 잃고 유럽 전역에 흩어졌던 유대인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금융업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금융업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차 십자군 전쟁◇ 최초의 다국적 은행 ‘성전 기사단’예수 그리스도 사후 1000년이 지나자 기독교 국가들은 고민에 빠졌다. 성경에서 약속한 ‘천년왕국’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동의 이슬람 제국이 기독교 성지인 예루살렘을 장악하고, 동로마 제국을 위협하고 있었다. 서유럽의 기독교 국가들은 성지 탈환을 위해 십자군을 조직해 1096년 원정길에 올랐다.1차 십자군 원정은 성공적이었고 예루살렘 왕국이 세워진다. 하지만 역시 예루살렘을 성지로 삼는 이슬람 제국의 재침공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국 유럽은 예루살렘 왕국을 수호하기 위해 또다시 십자군을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 십자군 원정 때마다 많은 기사단이 설립됐는데 그중에서 주목해야 할 기사단이 바로 성전 기사단이다. 성전 기사단1차와 2차 십자군 원정 사이에 만들어진 성전 기사단은 결성 당시만 해도 전투 집단이었지만 갈수록 역할이 변했다. 성전 기사단은 십자군 원정을 떠나 영지를 비워야 했던 영주들의 재산을 관리했다. 또한 서유럽과 예루살렘 곳곳에 지부를 설립해 성지 순례를 떠나는 기독교인들의 환전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순례자가 자국의 자산을 성전 기사단 유럽 지부에 맡기고 자산 증명서를 발급해주면 예루살렘 지부에서 이에 해당하는 현지 화폐로 바꿔주었다. 결국 성전 기사단은 인류 최초의 다국적 은행이었다.여기에 교황 인노켄티우스 2세가 성전 기사단에 ‘완벽한 선물’을 제공한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성전 기사단에 세속 국가들의 법과 세금 의무를 면제해준 것이다. 교황의 완벽한 선물로 자유를 얻은 성전 기사단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그들에게 빚을 진 영주들은 반발하기 시작한다. 그들 사이에서는 고리대금업을 할 수 없었던 교황이 성전 기사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재산을 증식한다는 의심이 퍼져갔다.필리프 4세결국 프랑스 왕 필리프 4세는 1307년 성전 기사단 체포령을 내리고 기사단을 해체했다. 명분은 악마 숭배였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십자군 원정에서 진 빚을 청산하고 기사단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봉건 영주들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성전 기사단이 체포된 10월 13일의 금요일은 지금도 서양에서 흉일로 인식되고 있다.성전 기사단을 제거한 필리프 4세는 교황청도 그대로 놔둘 수 없었다. 그는 이탈리아 아나니의 별장에 있던 교황 보나파키우스 8세를 습격한다. 보나파키우스 8세는 분에 못이겨 사건 한 달 만에 죽었고 이어 즉위한 클레멘스 5세를 시작으로 약 70년 동안 교황들은 프랑스 아비뇽에 거주하며 필리프 4세의 눈치를 봐야 했다. ‘아비뇽 유수’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교황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세속 군주의 힘은 세졌다.임 박사는 “아비뇽 유수와 성전 기사단 해체는 신의 영역이던 금융이 점차 세속으로 넘어오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메디치 가문 문장◇금융 가문, 권력과 역사를 바꾸다글로벌 금융 조직이던 성전 기사단은 영국과 프랑스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지중해를 통해 동과 서를 잇는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십자군 원정이 한창이던 1157년 이탈리아에선 베니스 은행이 문을 열면서 지중해의 맹주인 이탈리아가 금융업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이탈리아 금융업자들은 항상 탁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는데, 이 탁자를 가리키는 이탈리아어 ‘방코’(Banco)가 훗날 은행을 뜻하는 영어 ‘뱅크’(Bank)의 어원이 된다.이때부터 은행업으로 부를 축적한 귀족 가문이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유력한 가문이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교황청에 영향을 행사해 3명의 교황을 배출했다. 또 유럽 각국의 왕실과 교류하며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다양한 예술가들을 후원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것도 메디치 가문의 힘이었다. 야코프 푸거교황청이 메디치 가문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갈 때 세속 군주의 대표인 ‘신성로마제국’은 독일 은행가 야코프 푸거와 손을 잡았다.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푸거는 조상으로부터 받은 재산을 바탕으로 은행·광산 등에 손을 대 크게 성공하면서 유럽 영주들의 물주 노릇을 했다. 특히 그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와 카를 5세가 황제 자리에 오르는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푸거의 돈을 빌린 사람 가운데 마인츠 대주교 자리를 노리던 알브레히트가 있었다. 푸거의 돈으로 대주교 자리를 차지한 그는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당시 교황 레오 10세에게 ‘면죄부’를 팔 것을 제안한다. 성당 건립 기금이 필요했던 레오 10세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금융가에 휘둘리는 교황청에 반발한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하면서 ‘종교개혁’이 시작됐고, 유럽은 신구교간의 종교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결국 은행가의 농간이 인류사를 바꾼 대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여왕한편 해상 강국이던 스페인은 오히려 금융업이 쇠퇴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당시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를 차지하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재정복 운동(레콩키스타)이 한창이었다.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이 결혼까지 맺어가며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하는데 성공한다. 레콩키스타에 성공한 이사벨 여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알람브라 법’을 공표한다. 이슬람 지배의 비호 아래 금융업을 장악한 유대인들은 기독교로 개종을 강요당했고, 개종하지 않은 유대인은 이베리아 반도를 떠나야 했다. 임 박사는 “이사벨 여왕은 정책은 단순히 종교적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시행된 것”이라고 평했다.이베리아 반도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은 현재 베네룩스 3국이 위치한 프랑스 북부의 플랑드르 지방에 터를 잡게 된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금융 허브로 떠올랐고 1609년 암스테르담 은행이 설립된다. 암스테르담 은행은 예금 수취, 결제 서비스, 독자적 화폐 발행 등 현재 중앙은행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현대 금융업의 뿌리가 된다.◇‘위대한 생각’은…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2020.10.19 I 김무연 기자
경기북부, 코로나19 집단감염 화약고 되나
  • 경기북부, 코로나19 집단감염 화약고 되나
  •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최근 의정부와 동두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경기북부지역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화약고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1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의정부시 호원2동에 소재한 재활전문 마스터플러스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이곳에서만 총 5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보건당국은 환자, 보호자, 간병인, 의료진, 직원 등 565명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진행했으며 이중 약 20% 달하는 인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지난 5일 오전 병원 5층 입원 병동에서 환자 등 10명에게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자 자체적으로 진단 검사를 의뢰한 결과 6일 새벽에 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날 오후 18명에 이어 다음날인 7일에도 9명이 추가로 확진되면서 이틀 사이 35명이 확진된 것이다.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일부 입원 환자가 추석 연휴를 전후해 집에 다녀온 것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감염경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병원 내 확진자 중 수시로 외부를 출입하는 간호사나 간병인에 의한 확산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펼치고 있다.당국은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 없는 병원 특성상 근접한 공간 안에 환자와 의료진, 간병인이 밀집한데다 해당 병원이 재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보니 환자와 간병인 또는 보호자 간 접촉이 많아 코로나19가 삽시간에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의정부 재활병원 집단감염과는 별도로 동두천에서 모임을 가졌던 친구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가 확산되고 있다.동두천시에 따르면 친구모임과 관련된 확진자는 모두 20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 9일 4명의 확진자가 나온것을 시작으로 10일 3명, 11일 4명, 12일 5명, 13일 4명 등 첫 환자 발생 뒤 매일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다.더욱이 동두천 친구모임 관련 확진자가 동두천은 물론 양주와 포천, 의정부, 고양 등 인근 지자체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동두천 13명과 양주 4명, 포천·의정부·고양 각 1명 등으로 그동안 동두천시에 국한됐던 확진자가 12일 이후부터 5개 시로 확대되고 있다.의정부 재활병원과 동두천 친구모임 관련 집단감염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앞서 지난 8월과 7월에는 고양의 교회와 성당에서 각각 8명의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2020.10.14 I 정재훈 기자
최송현 "웨딩촬영 아직 못해…결혼은 12월 초"
  • 최송현 "웨딩촬영 아직 못해…결혼은 12월 초"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송현이 12월 초 결혼한다.(사진=최송현 SNS)최송현은 10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비디오스타’ 출연했을 때 ‘올해가 2020년이니 10월 10일에 결혼할까봐요’ 했던 말에 오늘 결혼 기사가 났네요”라고 운을 뗐다. 앞서 최송현은 지난 8월 MBC에브리원 예능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던 공개연인 이재한과 10월 10일 결혼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최송현은 방송에서 언급한 날짜가 아닌 12월 초에 결혼을 하게되었다면서 “저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했었고 신혼집을 새로 얻거나 혼수를 준비하는 등의 과정이 없기 때문에 아무 날이나 정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신이와 예랑이는 준비해야할 것들이 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은 전국 곳곳을 돌며 셀프 웨딩촬영을 하고 싶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된 이후에 제게도 코로나블루가 찾아왔고, 업무와 관련된 일이나 정말 필요한 만남이 아니면 거의 외출하지 않고 지냈다”며 “결론은 유일하게 결혼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웨딩촬영을 아직 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송현은 “8월에는 양가 부모님 모시고 상견례를, 9월에는 오빠(이재한)가 세례를 받았다”며 “12월 초에 성당에서 가족과 증인만 참석하는 혼배성사로 결혼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최송현은 “기사보고 축하해주시는 분들 많은데 두 번 축하받게 되었다”면서 “하객 모시는 결혼식을 안하는 저희도 코로나19로 속상한 일들이 많았는데 결혼식 미루고 마음 고생하신 예비 부부님들 모두 응원한다. 모두들 어렵고 힘든 시간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고 잘 흘려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20.10.10 I 김현식 기자
 '여기였어?…영화·드라마 속 서울을 찾아가다
  • [한양구경] '여기였어?…영화·드라마 속 서울을 찾아가다
  •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한 ‘낙산공원’[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보름달처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 추석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을 찾아가기도, 여행을 가기도 조심스럽기만 한 시기다. 이에 가까운 서울 도심에서 자연과 더불어 위안과 휴식을 느낄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온 서울이다. 올 추석은 드라마와 영화도 감상하고 그 속에 담긴 아름다운 장소를 눈여겨보며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드라마 ‘이태원클라스’에서 박새로이가 동료들과 함께 운영하던 술집 ‘단밤’◇청춘들의 ‘힙’한 반란의 중심이 된 ‘이태원’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국내외의 호응을 얻은 ‘이태원 클라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넷플릭스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로 꼽힐 만큼 한류 확산에 크게 일조했다. 녹사평역 육교에는 평일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찾아와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 무심히 지나다니는 일상 속 장소였던 육교가 드라마 속 의미있는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젊은 세대와 한류 트렌드를 반영하는 장소로 거듭난 셈이다. 육교에 올라서면 해방촌과 이태원을 가로질러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사평대로의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자동차가 도로를 따라 쉴새 없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의 일상에 스스로 위로의 말을 건네게 된다. 육교를 지나 이태원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드라마 주인공인 박새로이(박서준 역)가 동료들과 함께 운영하던 술집 ‘단밤’이 나타난다. 이태원의 중심가로 연결되는 길목에 있는 만큼 이태원의 정취를 느끼기도 좋다. 영화 ‘열혈사제’에서 김해일이 사제 생활을 이어간 구담성당의 배경이 된 ‘약현성당’◇영화 ‘열혈사제’의 배경이 된 ‘약현성당’2019년 상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열혈사제’. 주인공인 김해일(김남길 역)은 여수에서 사고를 치고 서울로 올라와 구담성당이라는 곳에서 사제 생활을 이어간다. 극 중의 구담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중림동 약현성당에서 촬영했다. 조선 후기 한반도에 들어온 천주교는 포교 과정에서 기해박해와 병인박해로 수많은 순교자를 낳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해를 겪던 천주교는 1886년 한불수호조약을 체결하고, 선교활동을 보장하면서 교세를 확장하면서 약현성당을 세웠다. 약현(藥峴)이라는 이름은 약재를 거래하던 서대문 밖 언덕을 말하는 지명에서 따왔다 한다. 붉은 벽돌을 쌓고 뾰족한 첨탑을 세웠으나 지붕이 높지 않고 내부 창도 크게 낸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절충된 건축으로 평가받는다. 성당 내부는 화려한 장식이나 웅장한 규모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영롱한 빛이 더욱 성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성당에서 정문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작고 아담한 숲길이지만 아늑함이 스며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과 지은탁이 처음 마주치는 장면을 촬영한 ‘감고당길’◇도깨비 신드롬이 시작한 ‘감고당길’ 드라마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의 사연 많은 이야기를 때론 재밌게, 때론 슬프게 풀어내 전국에 ‘도깨비 신드롬’을 일으켰다. 많은 비가 쏟아지던 돌담길에서 도깨비 김신(공유 역)과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역)이 처음으로 마주치는 장면은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였는데, 그 장면의 촬영장소가 바로 덕성여고 돌담길이다. 이 길을 감고당길이라고 부르는데 인사동을 지나 덕성여고와 덕성여중 사이에 놓인 돌담길을 따라 북촌으로 이어진다. 숙종의 계비인 인현왕후의 친정집인 감고당이 있던 곳이라 감고당길이라 이름이 붙었다. 인현왕후는 후궁 장희빈에 의해 폐서인이 된 후 6년간 감고당에 갇혀 살았다. 감고당은 덕성여고 서쪽에 있었는데 덕성여대 공관으로 옮겨졌다가 현재는 여주로 이전되었다. 덕성여고 사이에 난 골목길로 빠져나가면 윤보선길과 만난다. 이곳은 극 중에서 지은탁이 돌의자에 앉아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다. 감고당길이 담장을 끼고 있는 너른 길이라면, 윤보선 길은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늘어선 소담한 길이다.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구대영과 백수지가 등산하던 장면을 촬영한 ‘안산’.◇안산에서 올라 로맨스를 싹 틔우다 1인 가구들의 삶을 먹을거리와 함께 풀어낸 ‘식샤를 합시다2’에서 구대영(윤두준 역)과 백수지(서현진 역)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등산하는 장면이 있었다. 서울의 풍경을 근사하게 내려다보며 로맨스를 싹 틔우던 장소는 바로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이다. 봉수대가 있는 안산 정상에 도착하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정면에는 인왕산의 등줄기가 쏟아지고, 발아래로는 서대문 독립공원을 시작으로 광화문 일대가 펼쳐진다. 고개를 돌려 남산타워를 지나면 저 멀리 한강의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산과 강을 품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뷰 포인트인 셈이다. 푸른 하늘을 가려왔던 높은 빌딩들이 미니어처처럼 눈아래 있고 도시의 소음도 닿지 않으니 안산은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아늑한 지상낙원이나 다름없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도민준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던 ‘학림다방’◇동화 같은 달콤 발랄 로맨스의 무대 ‘학림다방’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역)은 외계인이기 때문에 늙지 않고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그는 옛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데, 오래된 다방에서 그의 조력자 변호사 장영목(김창완 역)과 함께 차를 마시며 장기를 두곤 한다. 그 촬영장소가 바로 대학로에 자리한 학림다방이다. 학림다방은 1956년부터 무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커피를 팔아왔다.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는 낡은 계단을 올라 2층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70~80년대의 다방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목재 위주의 인테리어와 빛바랜 소파, 머리가 닿을 듯 말듯한 복층 구조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하다. 젊은 세대에겐 다방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하고 있지만, 낭만적인 분위기가 찻잔 위로 넘실거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금세 마음을 빼앗긴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수년이 흘렀지만 한류 열풍의 주역이었던 덕에 지금도 학림다방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영화 ‘하녀’에서 도우미 은미가 찾아간 한약방의 배경이 된 ‘수연산방’◇문인이 모이는 산속의 집 ‘수연산방’영화 ‘하녀’에서 해라(서우 역)는 도우미 은이(전도연 역)가 자신의 남편의 아이를 밴 사실을 알고 낙태를 위한 한약을 짓기 위해 한약방으로 찾아간다. 이때 등장하는 곳이 성북동에 있는 수연산방이다.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에서도 한국사 수업을 받는 장면에 수연산방의 아늑한 방이 등장한 바 있다. 성북동은 옛 문인들부터 근대 예술인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머물다 간 곳이다. 그들의 자취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작게나마 추억할 수 있는 공간들이 몇 군데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연산방이다. 수연산방(壽硯山房)은 ‘문인이 모이는 산속의 집’이라는 뜻으로 소설가 상허 이태준 선생이 13년간 집필 활동에 몰두했던 가옥이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을 품은 고택이 고즈넉한 모습을 드러낸다. 번잡한 도심 속에 숨겨 놓은 나만의 아지트 같은 느낌을 준다. 수연산방은 현재 전통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옥이 주는 특유의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차 향기와도 잘 어울린다.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즐기고 있으면 낡은 창살문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 한옥을 더욱더 아늑하게 만든다.구불구불 늘어선 성곽과 아름다운 야경 덕분에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낙산공원’◇한국의 라라랜드로 불리는 ‘낙산공원’낙산공원은 굴곡진 산등성이를 따라 구불구불 길게 늘어선 성곽과 아름다운 야경 덕분에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에 자주 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에서 남녀 주인공이 LA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공원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비슷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이 낙산공원이라 하여 한국의 라라랜드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이화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낙산공원은 산의 모습이 낙타의 등을 닮았다 하여 낙산이라 이름 붙었다. 성곽과 어우러진 마을의 풍경이 낮에도 충분히 멋있지만, 낙산공원은 어둠이 내리고 성곽을 밝히는 가로등이 켜지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성곽에 설치된 조명들은 밤하늘을 밝히고 성곽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은은하게 빛을 뿜어낸다. 마치 지중해 연안에 있는 절벽 마을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로 로맨틱하다.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승민과 서연이 만났던 정릉 초입 숲길◇아련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정릉’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엄태웅, 이제훈 역)과 서연(한가인, 수지 역)은 건축학개론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내준 동네 풍경 관찰하기 과제를 위해 각자 정릉으로 향한다. 정릉동에 살던 승민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정릉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서연을 만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영화 속 정릉은 풋풋했던 대학생 시절의 추억의 공간이자, 첫사랑을 떠나보낸 아련함이 깃든 곳. 영화 속에서 교수님이 서연에게 “정릉이 누구 능이야”라고 묻는데, 서연이 “정조? 정종? 정약용?”을 읊으며 답을 고민하는 코믹한 장면이 나온다. 정답은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능이다. 좁은 골목을 따라 얕은 언덕길을 오르면 정릉이 나타난다. 정릉에 들어서면 홍살문부터 정자각까지 소박한 풍경이 펼쳐진다. 북한산을 타고 온 맑은 계곡과 우거진 숲이 어우러진 정릉의 산책로는 근심과 걱정을 잠시 잊고 편안히 걷기 좋다. 자료=서울관광재단
2020.10.01 I 강경록 기자
'소상공인 성공모델' 백년가게·소공인 법제화 추진
  • '소상공인 성공모델' 백년가게·소공인 법제화 추진
  • 지난 6월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빵집 태극당이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2018년부터 모범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지정하고 있는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 법제화를 추진한다. 오랜 기간 지역상권에서 경쟁력과 기술력을 검증받은 소상공인들을 집중 육성해 ‘소상공인 성공모델’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에 따르면 소진공은 ‘(가칭)혁신형 소상공인 육성에 관한 법률’ 마련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을 ‘혁신형 소상공인’이라는 개념으로 묶어 법제화해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혁신형 소상공인에는 백년가게·소공인을 포함해 ‘명문장수기업’ 등 중기부와 소진공이 기존에 추진하던 다양한 소기업·소상공인 모델이 포함될 예정이다.소진공 관계자는 “백년가게나 백년소공인 등을 정책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업지속성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라며 “지역상권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으며 소상공인 성공모델이 된 이들 사례를 벤치마킹해 전파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백년가게는 중기부와 소진공이 지난 2018년 6월부터 선정하기 시작해 지난 8월 기준 총 485개가 선정됐다. 업력 30년 이상 소상공인 점포를 대상으로 △경영자 혁신의지 △제품·서비스 차별성 △영업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백년가게로 선정되면 현판식 개최, 확인서 발급, 국내 유명 O2O 플랫폼(식신)과 언론 홍보 등을 지원한다. 서울 ‘태극당’, 군산 ‘이성당’, 부산 ‘내호냉면’ 등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점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백년소공인은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서 15년 이상 업력을 이어온 소공인 가운데 숙련기술과 성장역량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최근 아마존 쇼핑몰에서 호미 열풍을 일으킨 ‘영주대장간’과 일본·프랑스에 한지를 수출하는 ‘성일한지’가 대표적이다. 선정된 백년소공인에게는 백년가게와 마찬가지로 현판과 확인서를 제공하고, 스마트공방 기술보급(1000만원 한도), 작업환경개선(500만원 한도) 등 소공인 특화지원사업 우대와 정책자금 금리 인하(0.4%p) 등 혜택을 제공한다. 중기부와 소진공은 오는 2022년까지 백년소공인 총 1000개사를 발굴할 예정이다.이와 관련, 중기부는 본격적인 백년가게·소공인 육성을 위한 예산 59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처음으로 반영했다. 그간 정책자금 우대지원이나 홍보 수준에만 그쳤던 백년가게·소공인을 정책화하고 경영 컨설팅이나 판로 개척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오랜 기간 지역상권에서 영업하며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는 백년가게·소공인을 위한 별도 지원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적지 않다. 때문에 영세 소상공인이 혁신형 소상공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세밀한 단계별 지원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은 “백년가게·소공인 제도를 법제화해 소상공인 성공사례로 확산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혁신형 소상공인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보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지역상권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단계별·맞춤형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09.21 I 김호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여부, 이번주 내 최종 판단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여부, 이번주 내 최종 판단
  •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9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주말까지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여부에 대해 이번주 내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확진자 추세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수도권에 대한 연장 여부는 이번 주 내로는 결정이 될 것 같다”면서 “전국적인 수준에서의 확진자 수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에서의 확진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전국적으로 확진자수는 100명대, 수도권은 평균 90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는 100명대 후반이었고, 2주 전에는 200명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은 점차 확연한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교회뿐 아니라 절과 성당 등 다른 종교시설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추가 조치를 고려중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윤 방역총괄반장은 “서울시로부터 아직 관련 건의를 받지는 않았고 계속 논의 중”이라면서 “역학조사를 통해 위험도 평가를 한 다음 추가 조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조치가 필요하면 조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020.09.09 I 안혜신 기자
  • [사설] 종교 자유 내세운 교회의 방역 훼방 개탄스럽다
  • 사설-종교 자유 내세운 교회의 방역 훼방 개탄스럽다지난 주말 일부 교회들이 현장 대면 예배를 강행해 많은 국민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회를 통한 코로나 집단감염이 우려되니 2주 정도 대면 예배를 중단하라는 것이 정부의 지침이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명령이었다. 그런데 인천·부산·충남에서만 전체 교회의 16%인 1400여 개 교회가 대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6만여 개로 추정되는 전국 교회 가운데 대면 예배를 강행한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조사된 바 없어 정확히 알 길이 없다.그래도 대다수 교회는 대면 예배를 자제하는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기독교 교인들이 무엇보다 중시하는 주말 대면 예배를 중단함으로써 방역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정치적 극우 세력과 손잡은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들이 문제다. 그들은 예배가 종교의 자유에 속하며 교인들이 교회에 모여 함께 예배하는 것을 금지한 행정명령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런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그러나 종교의 자유와 생명의 안전이 충돌할 때는 당연히 생명의 안전이 우선이다. 대면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 자신의 생명만 위협받는 경우라면 그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 대면 예배는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행위이고, 교인의 감염은 가정과 지역사회에 2차·3차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3단계로 높일 것을 고려할 정도로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사랑제일교회뿐만 아니라 용인 우리제일교회와 인천 갈릴리장로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청주 중앙순복음교회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교회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하철은 교회보다 사람들이 더 밀집한데”라든가 “성당이나 절은 놔두고 왜 교회만”이라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과연 교회에서 나온 목소리인지 의심스럽다. 과거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절에 핍박받는 국민에게 등불 역할을 해준 교회는 어디로 갔는가. 존경받는 교계 지도자가 있다면 나서줘야 할 때다.
2020.08.25 I 김상헌 기자
<10> 이토록 색다른 빛, 집요한 관찰이 빚었다
  • [이주헌의 혁신@미술]<10> 이토록 색다른 빛, 집요한 관찰이 빚었다
  • 클로드 모네가 그린 ‘루앙대성당’(Rouen Cathedral) 연작 중 두 점.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루앙에 위치한 대성당의 풍경을 맑은 날 햇볕이 쏟아질 때(왼쪽·1894)와 해가 질 무렵(오른쪽·1894)에 각각 잡아냈다. 이전까지 서양미술이 총체적이고 일반적인 ‘사실적 묘사’에 공을 들였던 데 반해 모네는 마주친 대상을 그 순간 ‘보이는 대로’ 그리려 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효과를 관찰·구상해 시간별·계절별로 그려낸 연작은 그렇게 나왔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영국 카디프 국립박물관 소장.미술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밥으로만 채울 수 없는 풍요와 평화를 안겨줬으니까요. 그림의 힘이고 조각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할이 이뿐이라 한다면 미술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문명을 이끌고, 의식을 뒤집고, 결정적으로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것을 못 본 겁니다. 미술의 사조와 양식이 탄생할 때마다 세계경제에는 ‘변화의 그림’이 걸렸습니다. 바로 ‘혁신’을 주도했던 겁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미술로 이룬 혁신’의 현장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주헌 미술평론가] 윌리엄 블레이크, 요한 볼프강 괴테, 길버트 체스터턴, 토머스 하디, 브론테 자매, 미하일 레르몬토프, 앨프레드 테니슨, 존 로널드 톨킨, 브루노 슐츠, 헤르만 헤세, 헨리 밀러. 이들 문인의 공통점은? 모두 그림을 그려 본 사람들이란 것이다. 이들은 뛰어난 관찰력을 보여준 문인이고, 그들의 그런 능력과 미술작품 제작의 경험은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미술이 관찰능력을 향상시켜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물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이 보고 또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만년을 기록한 필름 중에는 모네가 지베르니정원에서 연못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있다. 20세기 초에 촬영한 무성 흑백필름이어서 움직임이 약간 빨라 보이기는 하지만, 1분 15초 동안 모네는 무려 23차례나 연못 쪽을 바라봤다. 그리는 것보다 보는 데 시간을 더 들인 셈이다. 모네는 그토록 집요한 관찰자였고, 바로 그 관찰능력으로 근대미술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인상파 화가들, 그리는 것보다 보는 데 시간 더 들여 모네뿐 아니라 인상파 화가들은 대부분 관찰의 대가였다. 그런 점에서 인상파 미술은 진정한 관찰이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생생히 가르쳐주는 미술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관찰은 단순히 사물의 외양을 파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물의 질서를 꿰뚫어보고 오리지널한 시각에서 그 질서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이끈다. 인상파 미술은 바로 그 특질을 선명히 드러내 보인 미술이라 할 수 있다. 인상파 회화는 흔히 ‘빛의 회화’라고 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빛을 묘사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 이전 화가들이 빛의 표현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옛 화가들은 빛과 대상을 분리해 사고했다. 대상은 대상대로 존재하고 빛은 그 위에 덧씌운 막처럼 인식했다. 옛 화가들에게 궁극의 주제는 언제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인상파 화가들의 인식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대상이 아니라 빛이 그림의 주제였다. 그들은 우리의 눈이 지각하는 게, 대상이 아니라 대상에 반사돼 나온 빛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시각예술로서 미술은 당연히 다른 무엇보다 빛을 표현해야 했다. 그것이 인상파 화가들의 생각이었다. 인상파 화가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전의 그 어떤 화가들보다 야외에서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선배 화가들에 비해 자연을 훨씬 깊이 관찰했고, 빛의 성격과 특질에 대해서도 근원적인 성찰을 했다. 인상파 이전의 서양화가들은 대부분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풍경화조차 말이다. 물론 처음 구상을 위해서는 야외로 나가 종이에 스케치를 하곤 했지만, 본격적인 유화 작업은 작업실로 돌아와 시작했다. 그래서 인상파 이전의 풍경화는 빛을 관념적으로 혹은 상투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네·르누아르·피사로…같은 빛 관찰하고도 저마다 뚜렷한 개성 반면 인상파 화가들은 심지어 눈비를 맞아가면서도 현장에서 그렸다. 모네는 겨울이면 손난로를 준비해 나갔고, 바람이 드센 벼랑에서 그릴 때는 줄로 이젤과 몸을 바위에 묶었다. 대작을 그리느라 윗부분을 칠하기 어려울 때는 땅에 참호를 파 캔버스를 그 안에 내린 뒤 그리기도 했다. 이처럼 늘 치열하게 눈앞의 상황을 보고 그렸다. 야외작업에 경계가 없던 모네는 심지어 배 위에서도 그림을 그렸다.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그린 ‘보트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는 모네’(1874)다. 독일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소장.이 과정을 통해서 인상파 화가들은, 빛 하면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떠올리는 평온한 날의 날빛뿐 아니라 온갖 표정의 자연빛을 관찰하고 표현하게 됐다. 빛을 그리며 그들이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빛은 끝없이 변하고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모네는 ‘루앙대성당’ 연작을 30여점 그렸는데, 성당은 같은 건물이어도 풍경 속의 빛은 새벽, 아침, 한낮, 오후, 해질 무렵, 안개 끼었을 때, 비가 올 때, 봄, 여름, 가을, 겨울, 순간순간 다 다르다. 그런 까닭에 이 시리즈의 진정한 주제는 성당이 아니라 빛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자연의 빛을 똑같이 관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화가들의 그림이 서로 매우 달라졌다는 것이다. 모네와 르누아르(1841∼1919), 피사로(1830∼1903), 드가(1834∼1917), 세잔(1839∼1906)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은 저마다 뚜렷한 표현의 차이와 개성을 보여준다. 동일한 빛을 관찰하고 표현했는데, 왜 이런 개성과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이들이 그만큼 진득하고 진정한 관찰을 했다는 데 있다. 진득한 관찰은 차이와 차별화를 낳는다. 창의력 연구가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객관적 관찰은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들에 따르면 관찰자는 자신이 지닌 정신적 편견과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인 이유다. 관찰이 진득하게 진행되면 될수록 관찰자는 그만의 고유한 편견과 경험에 따라 남이 못 보는 것을 보게 되고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창조와 혁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비타민C를 발견한 생화학자 알베르트 스젠트 기요르기(1893∼1986)의 경험을 든다. 기요르기는 색채를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는데, 그의 이런 성향이 그로 하여금 무언가를 관찰할 때 자꾸 색채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상할 때 색깔이 변하는 과일(바나나 등)과 그렇지 않은 과일(오렌지 등)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그는 식물의 폴리페놀이란 화합물이 산소와 작용해 과일을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색깔이 변하지 않는 과일은 또 왜 그리된 걸까. 폴리페놀이 산소와 작용해서 산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다른 화합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비타민C였다. 결국 색채의 차이에 대한 그의 관심이 비타민C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그가 만약 색채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면 이 위대한 발견의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관찰은 이처럼 관찰자의 개인적 경험과 성향에 따라 ‘유니크’한 결과를 내놓게 만든다. △“혁신가는 본질적으로 관찰자”…관찰, 가장 나다운 혁신 가능케 해 우리가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 테이프도 관찰자의 취향과 주의 깊은 관찰이 어우러져 탄생한 상품이다. 스위스의 전기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1907∼1990)은 사냥을 무척 좋아했다. 어느 날 토끼를 잡으러 숲에 갔다가 옷에 산우엉가시가 잔뜩 붙어버렸다. 옷을 털어도 보고 세게 흔들어도 보았으나 가시는 잘 떨어지지 않았다. 사냥꾼답게 집요한 관찰자였던 그는 결국 확대경까지 들이댔다. 아니나 다를까. 가시의 모양이 갈고리 형태여서 한 번 들러붙으면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를 확인한 순간, 그의 머리에는 갑자기 이 원리를 응용한 기능성 테이프 상품이 떠올랐다. 바로 벨크로 테이프였다. 이렇게 해서 지퍼와 단추, 끈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한 벨크로 테이프가 탄생했다. GE는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많은 디자이너의 관찰 덕에 CT 촬영기를 어린이 친화적으로 ‘진화’시킬 수 있었다. 어린이는 CT 촬영을 대부분 두려워한다. 한 병원에서 CT 촬영기 앞에서 오열하는 아이를 본 GE의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팀을 데리고 어린이 미술관 등 어린이 시설로 찾아가 아이들이 사물에 접근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CT 촬영실을 해적의 방으로 꾸미고 촬영기를 해적선으로 변모시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방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어린이 환자 중 80%가 진정제를 투여받고 CT 촬영을 했는데, 이후 그 숫자는 20%로 줄어들었다. 이 사례를 언급하며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교수인 할 그레거슨은 “혁신가는 본질적으로 관찰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찰은 대상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행위인 동시에 나 자신의 잠재력과 독창성을 확인하는 행위다. 관찰은 가장 나다운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젤·캔버스 등 짐을 잔뜩 메고 야외작업에 나서는 세잔. 인상파 화가들의 주제는 ‘빛’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 빛을 좇아 그들은 늘 현장으로 떠났다. 선배 화가들에 비해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빛의 성격·특질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야외에서 오랜시간 그림을 그린 덕이다.※ 인상파 회화 & 인상주의 미술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색채나 색조, 질감에 관심을 두는 ‘인상주의(Impressionism) 미술’을 추구한 화가의 무리를 ‘인상파’라고 부른다. 인상파·인상주의란 용어는 1874년 파리의 한 전시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술계의 이단아던 모네·파사로·시슬레·드가·르누아르 등이 연 ‘화가·조각가·판화가 무명예술가협회 제1회전’이다. 8회까지 이어진 전시는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는데, 이전까지의 엄격한 형식이나 균형·구도가 아닌 강렬한 색상, 거친 붓질로 그저 그런 평범한 풍경·일상을 담아낸 작품이 줄지어 나섰기 때문이다. 그 첫 전시에서 현장을 목도한 이들 중 기자 루이 르루아가 있었다. 전시를 비딱하게 본 그는 전시작 중 한 점인 모네의 ‘인상, 해돋이’(1872)에서 딴 ‘인상’이란 말로 ‘인상파의 전시’란 비아냥거리는 글을 쓰게 됐는데, 오늘날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인상파는 바로 이 조롱에서 탄생한다. 당시 인상파 회화가 발전하는 데는 뜻밖의 조력자가 나서기도 했는데, ‘물감튜브’와 ‘증기기관차’다. 빛을 좇는 야외작업을 하는 화가들을 작업실 밖으로 이끌고 이동시킨 결정적 도구이자 동기였다는 것이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로 삶을 보고 세상을 읽는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통해 일상의 풍요를 누리도록 글 쓰고 강연하는 일이다.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발단이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돌연 일간지 기자가 되면서다. 그림에 관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막은 생계 때문이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그리자 했다. 하지만 ‘투잡’은 쉽지 않았다. 미술담당 기자생활에서 얻은 필력과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나왔다. 미술을 대중과 제대로 연결하는 미술평론가의 ‘진정한’ 역할, 그것을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나아트 편집장을 하고, 학고재 관장을 오래 한 뒤 서울미술관 초대관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양현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온전히 글과 강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이 수십 권이다. 굳이 대표작을 꼽자면 ‘신화의 미술관’(2020), ‘리더의 명화수업’(2018), ‘역사의 미술관’(2011), ‘지식의 미술관’(2009),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1·2’(2005) 등이 있다.
2020.08.21 I 오현주 기자
전시회·결혼식 금지되고 예배는 비대면…내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 전시회·결혼식 금지되고 예배는 비대면…내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정부가 내일(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 조치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모이는 사적·공적 모임이나 행사가 금지된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 사적인 모임도 금지돼 일상생활에 제약이 상당해질 전망이다.◇전시회·콘서트 금지…교회는 비대면 예배로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8일 “수도권에서 환자 발생이 계속 증가하면서 집단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2단계 방역조치에서 유보됐던 것들을 전면적으로 실시키로 했다”고 말했다.가장 먼저 오는 19일 0시부터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 모임에 대해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전시회나 박람회, 콘서트는 물론 결혼식이나 동창회, 야유회, 돌잔치, 계모임까지도 대상이 된다.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확진자 발생시 입원·치료비나 방역비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고위험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도 시행된다. 현재 고위험시설은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GX 등), 뷔페, PC방,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 300인 이상 대형학원 등이다.다만 유통물류센터는 필수산업시설로 집합금지 조치에서 제외된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유통물류센터는 필수산업시설의 성격을 고려해 방역수칙을 준수하기로 하고 운영한다”면서 “그 외 모든 고위험시설은 집합금지명령을 발동한다”고 설명했다.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사항(회색 부분은 19일부터 새롭게 적용하는 조치, 자료: 보건복지부)이밖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및 소속·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시설의 운영도 중단된다.교회는 수도권의 경우 비대면 예배만 허용된다. 교회가 주관하는 모든 대면 모임과 행사, 단체 식사 등도 금지하는 행정조치를 실시한다.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교회는 고위험시설은 아니지만 오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집합금지에 가까운 조치”라면서 “비대면 예배를 어길 경우 벌금 300만원을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계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비대면 예배는 우선 교회에만 적용된다. 성당이나 절 등 다른 종교시설은 기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예배가 가능하다.◇결혼식 등 사적모임 금지…“국민 협조 당부”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사적 모임이다. 특히 이미 오래 전부터 예약을 진행하고 당장 이번주 말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의 경우 결혼식 취소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손 전략기획반장은 “현재 상황이 엄중해 50인 이상 모임 자체가 스스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걸 조정하면서 발생하는 피해 등에 대해서는 국민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방역수칙을 어기고 결혼식을 강행한다면 주최측을 포함한 모든 참석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입원이나 치료비는 물론 방역비에 대한 구상권도 청구될 수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손 전략기획반장은 “집합금지 고위험시설에 대한 비용 보조 문제나 집합모임 행사에 대한 금지로 인한 피해로 인해 중재 방안이 가능한지난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모색할 예정”이라면서 “아직은 그런 것이 갖춰지지 못해 현재는 국민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윤 방역총괄반장은 “시급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모든 사항을 다 고려해서 조치하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수 없다”면서 “벌금 등 벌칙과 상관없이 국민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행동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거리두기 3단계 상향은 ‘아직’다만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3단계 조치 자체가 일상생활이 마비될 정도의 강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3단계 상향 기준은 현재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더블링(숫자 두 배 증가)을 거쳐 하루 400∼500명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상황이 더 악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위험시설은 물론 중위험시설까지도 운영이 중단된다.손 전략기획반장은 “3단계 조치는 굉장한 대유행을 상정하고 들어가는 조치로 국민 생활에 큰 여파가 있다”면서 “일반 사람이 많이 접하고 있는 미용실, 상점 등 대부분 시설이 운영을 중단하는 긴박한 조치인만큼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한편 정부는 앞으로 2주간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한 뒤 오는 30일 다시 한 번 위험도를 평가해 향후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0.08.18 I 안혜신 기자
군산 ‘이성당’, 서울 ‘진주회관’ 등 80곳 백년가게로 선정
  • 군산 ‘이성당’, 서울 ‘진주회관’ 등 80곳 백년가게로 선정
  •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알려진 전북 군산의 ‘이성당’, 콩국수로 유명한 서울 중구 ‘진주회관’,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된 부산의 ‘내호냉면’ 등 전국의 80개 점포가 백년가게로 선정됐다.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우수 소상공인 80개사를 ‘백년가게’로 추가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8년 6월부터 선정해온 전국의 백년가게가 모두 485개로 늘었다.백년가게는 30년 이상(국민 추천 시 2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해온 소상공인 점포 중 중기부가 △경영자의 혁신의지 △제품·서비스의 차별화 △영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백년가게로 선정되면 100년 이상 생존·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가 컨설팅,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홍보 등을 제공한다.이번에 선정된 80곳 백년가게의 업종은 음식점업 44곳, 도소매업 14곳, 서비스업 11곳, 제조업 10곳, 숙박업 1곳 등이다. 군산의 ‘이성당’, 서울의 ‘진주회관’ 등 음식점업이 43개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떡 방앗간, 자동차 공업사, 제면소, 호스텔 등이 선정되면서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업종의 ‘백년가게’가 발굴됐다. 특히 지난 2월 처음 도입된 국민이 직접 추전하는 업체 30곳이 추가로 선정돼 국민추천제 백년가게는 총 49곳으로 늘었다.중기부는 이번 백년가게 선정과 함께 경품 이벤트를 이달 1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3주간 진행한다. ‘백년가게’를 찾은 손님이 방문 사진을 백년가게 홈페이지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컴퓨터, 온누리 상품권 등 푸짐한 경품을 지급할 예정이다.중기부 관계자는 “그동안 소상공인들이 켜켜이 쌓아온 시간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와 전통”이라며 “백년가게 브랜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백년가게가 다른 소상공인들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0.08.09 I 박민 기자
佛 낭트 대성당서 방화 추정 화재…"노트르담 보다 피해 작아"
  • 佛 낭트 대성당서 방화 추정 화재…"노트르담 보다 피해 작아"
  • [이데일리 이재길 기자] 프랑스 북서부 낭트의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AFPBB News)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관 100명이 현장에 출동했다.불길은 오전 10시께 잡혔지만 대성당 내 그랜드 오르간이 불타고 정문 쪽 스텐인드 글라스 창문이 완전히 부서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명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현지 방송 매체는 건물 밖으로 연기가 나오는 화재 상황을 중계했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면서 “지난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과 같은 시나리오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화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검찰은 이번 화재가 대성당 내 3곳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으며, 범죄 행위로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고딕양식의 소중한 건물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소방관들을 응원한다”고 적었다.장 카스텍스 총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만 그전에 낭트 시민들과의 연대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장 카스텍스 총리와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이날 오후 낭트 대성당을 방문할 예정이다. 낭트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앞서 2차 세계 대전 당시인 1944년 폭격으로 일부가 파괴됐고, 1972년에는 화재가 발생해 지붕이 완전히 소실됐다.오래된 목조 지붕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체하는 데 13년이 소요됐다.앞서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난해 4월 15일 발생한 화재로 18세기에 복원한 첨탑이 무너지고 12세기에 세워진 지붕의 목조 구조물이 대부분 붕괴하는 큰 피해를 봤다.
2020.07.18 I 이재길 기자
광주 고시학원도 방문판매발 집단감염…카자흐스탄 폐렴 급증 "예의 주시"(종합)
  • 광주 고시학원도 방문판매발 집단감염…카자흐스탄 폐렴 급증 "예의 주시"(종합)
  •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광주 고시학원 코로나19 집단감염도 방문판매 모임관련 n차 감염으로 확인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광주고시학원과 SM사우나와의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됐다”면서 “광주고시학원 역시 광주 방문판매 모임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된 성당 (사진=연합뉴스)두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는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광주 134번)이다. 이 여성은 SM사우나를 방문하는 한편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사우나 매점 직원(광주 120번)과 자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120번 확진자는 광주사랑교회 확진자의 접촉자다. 광주 134번은 광주고시학원의 강사로 일하면서 강의 과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광주 방문판매 모임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121명이 됐다. 광륵사 관련이 13명, 금양빌딩 관련 25명, 여행 모임 관련 5명, 광주사랑교회 관련 17명, CCC아가페실버센터 관련 7명, 한울요양원 관련 9명, 광주일곡중앙교회 관련 20명, SM사우나 관련 6명, 티월드(휴대폰매장) 관련이 6명, 광주고시학원 관련이 15명이다.대전에서는 서구 더조은의원 관련 5명이 추가로 확진되면서 총 17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재 확진자 간의 역학적 연관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정 본부장은 “더조은의원 관련 추가 확진자는 병원에 방문했던 외래 환자의 보호자”라면서 “여기서 지인이나 동료 등 2차 전파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대전 서구 일가족과 관련해서는 지표환자가 방문한 성애의원 의사 등 두 명, 지표환자의 가족 및 가족의 접촉자 등 세 명이 확진돼 누적 확진자는 6명이 됐다. 지표환자는 지난 6일 처음 발생했고, 7일 4명 8일 한 명이 추가됐다.한편 지난 8일 확진된 대전 조달청 직원과 관련해 정부 대전청사 내 접촉자 36명에 대한 검사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서울에서는 롯데 미도파 광화문 빌딩에서 지난 6일 지표환자 확진 이후 5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총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감염경로에 대한 조사와 접촉자 검사가 진행중이다.또 강남구 사무실(온수매트 사업 관련) 집단감염은 총 12명, 수도권 방문판매 모임과 관련해서는 총 35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방역당국은 또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PCR 분석 결과 음성인 약 2만8000여 명의 폐렴환자가 병원에 입원치료 중이다. 전년 대비 급증한 수치로 원인에 대해서는 카자흐스탄 보건당국이 조사 중이다.정 본부장은 “카자흐스탄에서의 원인불명 폐렴이 급증했다는 상황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정보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카자흐스탄 입국자 중에 확진자 중에서는 PCR(유전자증폭검사) 양성인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다수 발견이 되고 있지만 폐렴으로까지 진행되는 사례는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20.07.10 I 안혜신 기자
복지관·경로당 등 7개 시설, 20일부터 단계적 운영 재개
  • 복지관·경로당 등 7개 시설, 20일부터 단계적 운영 재개
  •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1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20일부터 복지관 등에 대해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방자치단체는 휴관 중인 복지관(노인, 장애인, 사회), 경로당, 노인주간보호, 장애인직업재활,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등 7개 시설에 대해 사전준비사항 점검 완료 후, 확진자 발생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오는 20일부터 단계적으로 운영 재개할 수 있게 된다”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오는 13일부터 1주간 사회복지 이용시설에 대해 운영재개를 위한 준비사항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파티마 평화의 성당에 대한 출입이 폐쇄돼 있다.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지난 2월부터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네 달이 지난 현재 총 11만537개 시설 중 73.5%(8만1279개)의 시설이 휴관 중이다.하지만 휴관이 장기화되면서 어르신과 장애인의 돌봄 공백이 커지고 있으며 여름철을 맞아 경로당,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시설을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분들의 쉼터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운영 재개 전 △시설 소독 및 방역계획 수립 △단계별 프로그램 운영방안 마련 △방역물품 확보 △감염병 관리대책 점검 등을 확인해야 한다.특히 고위험자인 노인이 이용하는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이용자 수를 최소화하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무더위 쉼터로만 운영하는 경우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한다.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는 시설이 협소하고 밀집도가 높아 운영 재개보다는 긴급돌봄 위주로 운영하기로 했다.윤 방역총괄반장은 “사회복지 이용시설은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생활 속 거리 두기) 에서는 운영 재개할 수 있고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발령되면 운영을 중단하게 된다”면서 “다만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은 지자체의 판단하에 휴관 연장 조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20.07.10 I 안혜신 기자
  • [사설] 코로나 바이러스의 생활 속 침투 막을 수 있는가
  • 코로나 사태의 종식 기미가 좀체 안 보이는데도 방역당국은 뾰족한 대책 없이 대증요법을 남발하는 모양새다. 어제만 해도 해외유입 22명을 포함해 50명이 신규 확진됐다고 한다. 이달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가 평균 50명을 넘어섰고, 60명대를 넘어선 것도 4차례다. 한때 10명 이내로 확 줄면서 사태 종식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기도 했으나 이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로 되돌아간 느낌이다.오늘 오후부터 전국 교회에서 정규 예배를 제외한 소모임과 행사, 단체식사 등이 일체 금지된다는 사실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정규 예배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수칙이 비교적 잘 준수되지만 그렇지 않은 소모임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성당이나 사찰 등의 모임을 조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형평성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다.당국은 필요할 경우 성당과 사찰에 대해서도 조치를 내릴 방침이라지만 이런 식의 사후약방문으론 사태를 끝장내기 어렵다. 교회 소모임이 문제라면 성당과 사찰 등도 집단감염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허둥대기보다 사전적 조치가 바람직하다. 전국 교회의 소모임을 제대로 단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코로나 감염 못지않게 사회적 우울증을 불러일으키는 ‘코로나 블루’ 현상도 걱정이다. 이에 따른 국민의 피로도가 한계에 이른 분위기다. 이럴수록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집단감염의 재확산을 막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K방역’ 성과는 방역당국의 노력과 함께 국민들의 수준 높은 보건의식과 의료진의 희생적 헌신 덕분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방역당국이 단계별로 지침을 내려준다면 국민들로서는 따를 태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 속으로 점점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공기로 전염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우려를 더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자가 격리를 이탈하거나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구상권 행사 등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생활 속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20.07.10 I 허영섭 기자
<4> 낯설게 보라…시선을 비틀면 길이 있다
  • [이주헌의 혁신@미술]<4> 낯설게 보라…시선을 비틀면 길이 있다
  • ‘이상적인 도시’(Ideal City).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화가이자 건축가인 루치아노 라우라나가 1470년경 그린 것으로 전한다. 광장바닥의 선이 건물 주 기둥선과 일치하는, 르네상스의 공간이라 할 ‘원근법’의 질서를 완벽하게 들였다. 작품명 그대로 ‘이상적인 세계’를 상징하며, 원근법이 그 상징을 현실구조로 만들어내고 있다. 나무패널에 템페라로 그렸다. 67.7×239.4㎝. 이탈리아 우르비노 마르케국립미술관 소장.미술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밥으로만 채울 수 없는 풍요와 평화를 안겨줬으니까요. 그림의 힘이고 조각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할이 이뿐이라 한다면 미술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문명을 이끌고, 의식을 뒤집고, 결정적으로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것을 못 본 겁니다. 미술의 사조와 양식이 탄생할 때마다 세계경제에는 ‘변화의 그림’이 걸렸습니다. 바로 ‘혁신’을 주도했던 겁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미술로 이룬 혁신’의 현장입니다. 3D 컴퓨터그래픽에까지 이어지는 이집트 미술, 스페이스X 민간우주선의 근원인 그리스 미술, 대량생산의 개념을 만든 목판화, 메디치가문의 부가 만든 피렌체 미술,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인상파 미술 등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혁신의 아이콘’까지.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주헌 미술평론가] ‘코로나 19’의 위력이 사그라질 줄 모른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크게 위축시켜 놓았다.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양식마저 전면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돼도 일상과 비즈니스가 예전과는 다른 양태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이른바 ‘뉴노멀’의 도래다. ‘언택트’가 내내 화두로 남아, 비대면 서비스와 원격진료, 온라인 스포츠 등이 크게 부상하는 등 디지털 문화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삶과 세계에 대한 관점(perspective)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대전환의 시기에는 더 이상 과거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관점을 변화시키려면, 우선 시선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중시해왔던 것들로부터 눈길을 돌려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우리의 망막에는 새로운 원근법(perspective)이 형성된다. 새로운 관점이 생기는 것이다. △접착제는 강력할수록 좋다?…관점 깬 3M 포스트잇 관점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포스트잇 노트’의 개발 일화가 잘 말해준다. 포스트잇은 3M에 다니던 두 연구원 스펜서 실버와 아서 프라이가 개발했다. 원래 실버가 만들려던 것은 초강력 접착제였다. 그러나 갖은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은 저(低)점착성 접착제였다. 사물에 충분히 붙어있을 만한 점착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떼면 또 잘 떨어졌다. 실버는 이 접착제가 나름의 용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사내 세미나도 여러 차례 열고 토론회도 가졌지만 접착제는 강력할수록 좋다는 관점에서 아무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관점을 깬 사람이 프라이였다. 당시 프라이는 교회 성가대원이었는데, 악보를 표시하기 위해 책갈피를 꽂아놓으면 자꾸 떨어져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해결책을 찾던 그의 눈에 실버의 접착제가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그 접착제는 책갈피용 접착제로 딱이었다. 잘 붙어있고 뗄 때도 악보에 흠을 주지 않는 책갈피. 그렇게 새로운 관점이 형성되자 그의 아이디어는 붙였다 뗐다 하는 메모지로 진화했다. 3M은 이를 상품으로 출시했고, 우리가 알 듯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인기 문구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관점의 변화는 이처럼 ‘아무런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것’에서 엄청난 가치를 찾게 해준다. 서양미술사에서 관점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게 만든 대사건 중 하나가 원근법의 창안이다. 영어 단어 자체가 드러내듯 관점을 뜻하는 영어 ‘퍼스펙티브’(perspective)는 사실 원근법이라는 뜻도 함께 지니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 원근법이 창안됨으로써 미술가들은 전혀 새로운 관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차별화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표현하게 됐다. 원근법을 창안한 이는 15세기 피렌체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다. 건축도면 가운데 투시도는 건물을 완성했을 때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를 평면 위에 미리 보여주는 그림이다. 투시도를 그리려면 원근법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 원근법을 몰라 그때까지의 건축가들은 자신이 설계한 건물이 완성된 뒤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정확히 그릴 수 없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브루넬레스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거울처럼 사물이 반사되는 은판이 들려 있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생각했다. “다 지어진 건물을 한 지점에서 보이는 그대로 그린 뒤 이것을 원래의 설계 도면과 비교해 보면 새로 지을 건물의 정확한 투시도를 그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그렇게 은판을 거리 한가운데 고정해 세워놓은 브루넬레스키는 거기에 반사된 건물의 모습을 그 판 위에 윤곽을 따라 정확히 그렸다. 몸을 움직이면 판 위의 건물도 움직이므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려낸 뒤 브루넬레스키는 사물이 멀어지며 축소될 때는 수학적 비례에 따라 줄어든다는 사실과 사물이 줄어드는 각도대로 선을 그어보면 모든 선들이 한 점, 곧 소점(소실점)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철로가 일정한 폭을 지녔음에도 멀어질수록 한 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가 바로 이 원근법의 원리다. △보는 것처럼 공간을 평면에 표현…서양미술사 대혁신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루치아노 라우라나(1420?∼1479)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상적인 도시’(1470년경)는 브루넬레스키가 그렸을 피렌체 거리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다. 화면 왼쪽과 오른쪽의 건물들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줄어드는 각도에 따라 선을 그으면 한 점에서 만나리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화면 한가운데 커다란 건물이 있어 그 만나는 점, 곧 소실점을 가렸다. 원근법의 원리를 잘 드러내 보이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브루넬레스키의 발견은 서양미술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공간을 평면 위에 실제 우리가 보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박진감 넘치는 공간 묘사가 서양미술을 압도하게 됐다. 거대한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화가 카미유 피사로(1830∼1903)가 그린 ‘몽마르트르 거리’(1897). 파리의 한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본 몽마르트르 거리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은 연작 14편 중 한 점, ‘구름 낀 아침’이다. 평행하게 시작한 앞쪽 두 선이 저 멀리 한 점에서 만나는 원근법을 따르고 있다. 73.0×92.0㎝.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국립미술관 소장.원근법에 대한 지식이 없던 먼 옛날에는 그림을 그릴 때 ‘위계에 따른 배치’가 중요했다. 중요한 대상이면 화면의 위나 중앙에 놓고 중요하지 않은 대상은 주변에 배치했다. 물론 중요한 대상은 크게 그리는 경우도 많았다. 제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중요하지 않은 대상이면 주변에 작게 그렸다. 그러니까 시각적 원근이 아니라 심리적·정서적·이념적 원근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는 수직적인 사회질서에 대한 관념을 반영하는 것으로, 개인이 아니라 전체, 그 가운데서도 지배층의 관점을 대변하는 표현이라 하겠다. 물론 고대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어느 정도 사실적인 공간 표현이 이뤄졌지만, 원근법이 보여주는 것 같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표현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이 사회문화적으로 크게 의미 있는 부분은, 이 법칙이 기본적으로 개인·주체를 중시하는 사회의 관념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양문명이 개인에 대한 관념과 개인주의를 고도로 발달시킨 문명이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문명에서는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과 같은 법칙을 창안한 적이 없다. 물론 개인주의도 서양만큼 발달하지 않았다. 원근법은 왕이 보든, 걸인이 보든 동일한 유기체로서 인간이 볼 때 지각하는 똑같은 현상을 묘사한 것이다. 거기에는 심리적·이념적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모든 것 위에 있다는 관념이 발달하지 않고는 조형적으로 ‘원근법=관점’을 의식하고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니까 원근법은 전체나 집단, 지배층의 관점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을 중시하는 태도의 반영인 것이다. △다른 관점, 다른 시각, 다른 아이디어가 창조의 원동력이런 의식이 깔린 원근법이 발달하면서 서양에서는 개인의 관점을 중시하는 태도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개인은 저마다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중시하게 됐다. 전체의 관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도 개인의 관점에서는 다양한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차이를 통해 다른 관점, 다른 시각, 다른 아이디어, 다른 생각이 부각돼 새로운 창조와 혁신의 기회가 생겨난다.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가 혁신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로는 새로운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관점을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우선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문제에 부딪쳐 기존의 관점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예술과 새로운 스타일의 여가를 즐길 필요가 있다.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혁신이 일어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가 말한 창조적 파괴와 그에 따른 혁신도 근본적으로는 지속적인 관점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 창조와 궤를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1446)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에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돔’을 바라보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가를 나열할 때 가장 앞줄에 세운다. 고전을 모티브로 비잔틴·이슬람 건축기법을 융합한 15세기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로 꼽힌다. ‘첫’이란 의미도 적잖은데, 명성에 걸맞은 건축물까지 줄지어 세웠다. 고향 피렌체를 무대로 한 ‘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1429), ‘산 로렌초 성당’(1421~1446), ‘파치 가 예배당’(1430) 등이 있다. 하지만 그중 압도하는 작품은 흔히 ‘피렌체 대성당’이라 부르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에 들인 거대 ‘돔’(1436)이다. 건축사에 길이 남을 이들 업적도 모자란듯, 미술사에도 대단한 족적을 찍었는데 ‘원근법’의 창안이 그것이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3차원 입체를 2차원 평면에 표현하는 기하학적·수학적 방법론. 공간의 깊이를 들여다본 ‘회화의 혁명’이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거다. 이후 소실점을 한 곳으로 고정한 선적 원근법은 서양회화의 표준이 됐고, 그림은 대부분 인간의 눈과 소실점을 잇는 높이로 그려졌다. 그에게 원근법이 필요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축을 의뢰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미리 보여주기 위해서, 이른바 ‘투시도’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로 삶을 보고 세상을 읽는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통해 일상의 풍요를 누리도록 글 쓰고 강연하는 일이다.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발단이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돌연 일간지 기자가 되면서다. 그림에 관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막은 생계 때문이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그리자 했다. 하지만 ‘투잡’은 쉽지 않았다. 미술담당 기자생활에서 얻은 필력과 생각을 가지고 현장으로 나왔다. 미술을 대중과 제대로 연결하는 미술평론가의 ‘진정한’ 역할, 그것을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나아트 편집장을 하고, 학고재 관장을 오래 한 뒤 서울미술관 초대관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양현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온전히 글과 강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이 수십 권이다. 굳이 대표작을 꼽자면 ‘리더의 명화수업’(2018), ‘역사의 미술관’(2011), ‘지식의 미술관’(2009),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1·2’(2005) 등이 있다.
2020.07.10 I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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