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6건
- 尹대통령 “협력 잠재력 무궁무진” 마타렐라 “필수 파트너십”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을 국빈 방문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식 만찬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윤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부오나 세라”(Buona sera·좋은 저녁입니다)라는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건넨 뒤 “한국과 이탈리아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정서, 문화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기질,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이 서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작년에 역대 최고의 교역액을 기록했다”며 “양국은 우수한 제조 기술과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협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첨단기술과 K-컬처를 기반으로 세계 청년 교류의 허브가 되고 있다”며 “양국이 서로에게 문화적·과학적 영감을 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마타렐라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이탈리아는 비슷한 여정을 걸었다”며 “역사의 격변기를 함께 겪으며 성장하고 새롭게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또한 “양국이 법치와 독립, 민주주의와 평화 등 심오한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우호 관계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마타렐라 대통령은 “한국이 불과 수십 년 만에 고도 발전을 이룬 여정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대한민국은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매우 견고한 양자 관계 안에서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협력하고자 한다”며 “한국과 이탈리아는 단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 반도라는 지형적 특성에서 사회 각지에 뿌리내린 창의성과 근면성에 이르기가까 많은 부분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서 마타렐라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998년부터 경기도 성남의 노숙인 무료 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 중인 이탈리아인 김하종 신부는 양국 정상과 함께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이날 만찬에는 버섯 잡채, 제주 옥돔구이, 궁중 갈비찜 등 한식 메뉴가 나왔다. 만찬주로는 우리나라의 오미자로 만든 건배주와 이탈리아산 와인이 제공됐다.이탈리아에서 열린 파파로티 성악콩쿠르 대상을 받았던 테너 손지훈의 공연도 이어졌다. 첼로·가야금 합동 연주도 있었다.이날 마타렐라 대통령은 개 식용 종식에 적극 나선 김건희 여사를 다룬 이탈리아 언론의 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마타렐라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는 사람과 똑같다”며 “개 식용은 생각하기도 싫은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이어 자신이 취임식 때 반려견과 함께 등장했으며 예전에는 강아지·고양이를 모두 키웠다면서 “김 여사를 응원하고 지지한다”꼬 했다.만찬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등도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이 자리했다.이탈리아 측에서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딸인 라우라 마타렐라 여사, 에드몬도 치리엘리 외교부 부장관 등이 참석했다.한편 김 여사는 만찬 전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딸인 라우라 마타렐라 영애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환담했다.김 여사는 “한국과 이탈리아는 문화적·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양국 국민들이 더 많이 교류해 깊은 우정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이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지난 5월 경복궁에서 개최한 패션쇼를 언급하며 “한국과 이탈리아, 전통문화와 현대문화 간 협력이 시너지를 발휘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김 여사는 “실력을 갖춘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K-패션이 더욱 활발히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김 여사는 또 라우라 영애가 9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기대감을 보이자 “불교와 유교 문화가 어우러진 한국만의 독특한 미술 양식이 있다”며 “팔만대장경이라는 한국의 우수한 세계유산을 꼭 둘러보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건희 여사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의 딸 라우라 마타렐라 영애를 영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누구도 읽을 수 없다, 4000개 한자 모조리 '가짜'[정하윤의 아트차이나]<18>
-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책이 한 권 펼쳐져 있다. 근데 어째 글자가 하나도 없다. 오직 픽토그램과 이모티콘뿐이다.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한번 시도해보자. 알람이 울리고, 해가 뜨고, 알람을 듣고, 눈을 뜨고, 불을 켠다. 어라 읽힌다! 누군가의 아침 일과로구나! 쭉 읽어보니 아침으로는 계란과 식빵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엄청 막힌 길을 뚫고 출근했나 보다. 신기하다. 아무 글자도 없지만, 스토리는 누구라도 읽을 수 있다. 문맹이라도 말이다. 이 신통방통한 책은 쉬빙(徐氷·68)의 작품 ‘지서’(2003∼)다. 쉬빙은 중국 태생의 스타, 아니 슈퍼스타 작가다. 국제화 시대니 만큼 슈퍼스타는 비행기를 타고 다닐 일이 많을 터. 쉬빙은 수많은 여행길에서 ‘지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좌석에 앉아 탑승 안내문을 읽던 어느 날, 종이를 가득 채운 픽토그램이 새삼스럽게 다가온 거다.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쉽게, 누구하고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자’라는 사실에 무릎을 쳤다. 그 길로 작품을 만들었다. 땅으로부터 올라온 책 ‘지서’다. 쉬빙의 ‘지서’(Book from the Ground·2003∼) 중 하나. ‘지서’는 ‘그림과 문자의 경계 허물기’로 이해할 수 있다. 소통력을 가진 픽토그램 형식을 가져다가 일상을 다루는 문자기호로 고안해, 문화·언어에 상관없이 누구가 해독할 수 있게 했다. 쉬빙은 이를 위해 껌종이, 공항 표지판, 화장실 안내판, 온라인 이모티콘 등 2500여개의 보편적 기호를 수집했다. 대부분 컴퓨터로 제작되며 디지털 특성을 띤다. 혼합재료, 가변크기, ⓒ쉬빙·더페이지갤러리 제공.이전부터도 쉬빙은 문자, 또 문자로 이뤄진 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이름을 중국 안팎에 널리 알린 첫 작품인 ‘천서’(1987∼1991) 또한 문자와 관련된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벼락이 친 자리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문양을 ‘천서’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글이란 뜻이다. 쉬빙은 그 의미를 빌려 작품에 ‘천서’라는 제목을 달았다. ‘천서’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지서’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책인 것과는 완전히 반대다.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책,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책‘천서’를 이루는 글자는 중국어처럼 생겼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도 읽을 수가 없다. 쉬빙이 글자 하나하나를 전부 가짜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원래 있는 한자의 획을 빼거나 더하고,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을 대칭해 세상에 없는 글자를 고안한 것이다. 한글로도 자음과 모음을 이상하게 조합해 없는 글자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쉬빙도 한자를 가지고 장난을 좀 친 거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글자가 한두 개가 아니다. 무려 4000자가 넘는다. 그가 만든 4000여개의 가짜 한자에는 단 한 글자도 진짜가 없다. 한자는 그 양이 어마어마해 중국어 원어민조차 모든 한자를 외우지 못한다. 너무 다양해서 획을 하나 더 긋거나 빼내더라도 어딘가 존재할 법한 한자가 되기 쉽다. 그런데 쉬빙이 고안한 가짜 한자는 모두가 진정한 가짜인 거다. 놀라운 치밀함, 완벽한 완성도다.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거기에 더해 쉬빙은 그 모든 글자를 직접 목각으로 팠다. 마치 팔만대장경을 만들 듯 2년여를 홀로 골방에 틀어박혀 글자를 만들고, 목판에 새겼다. 판화를 전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조수도 없이 그 모든 글자를 만들고 새겼다는 것은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었으리라. 정성을 다해 만든 글자를 보여주는 방식도 중요할 터. 지혜로운 작가 쉬빙은 그 글자들을 종이에 찍어 ‘책’의 형태로 발표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양한 책의 형태를 두루 만들었다. 천장에는 옛 중국에서 사용하던 두루마리, 바닥에는 선비들이 읽던 책, 벽에는 마오쩌둥 시기에 성행하던 대자보까지. 중국에서 대대로 사용하던 ‘책’들을 섞었다. 그런데 그 모든 책에 정작 내용은 없다니! 어이가 없다. 아니 대체 누가 이렇게 정성 들여 가짜를 만든단 말인가. 쉬빙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쉬빙은 1955년 베이징에서 나고 자랐다. 마오쩌둥이 집권한 기간이 1949년부터 1976년까지니, 스무 살까지 마오의 강한 영향력 아래 지낸 거다. 쉬빙의 아버지는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 어머니는 도서관 사서였다. 모두 글과 책과 연관된 직업이었다. 옛 중국에서 ‘문인’은 존경받는 대상이었지만, 마오쩌둥의 중국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글쟁이, 그러니까 마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식인은 노동자·군인으로부터 참지식을 다시 배워야 하는 부르주아 집단’일 뿐이었다. 쉬빙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연히 직장을 잃었고, 재교육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한편 쉬빙은 학교에서 글자를 잘 쓴다는 이유로 환대를 받았다. 당을 선전하기 위한 대자보를 쓰기 위해 글자를 잘 쓰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쉬빙은 헷갈렸다. 글을 잘 안다는 이유로 부모는 고통을 받았는데, 같은 이유로 자신은 환영을 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글은 나쁜 건가, 좋은 건가. ‘천서’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쉬빙의 예술적 대응이다. 말도 안 되는 문자로 구성한 말도 안 되는 책을 만들어 ‘글자’ ‘글’ ‘학식’에 부여된 온갖 무거운 의미와 이념을 모두 증발시킨 것. 알고 보면 상당히 젠틀하게 날린 통쾌한 한방이다. ◇알파벳 조립, 한자 닮은꼴 만들어…문화융합 시도1989년 쉬빙은 미국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톈안먼사태 이후 중국 미술계에 불어닥친 검열과 얼어붙은 분위기가 그를 떠나게 했다. 새로운 땅에서 쉬빙은 ‘영어’란 문자에 맞닥뜨렸다. 이 경험은 ‘새로운 영어 서예’(1994∼2018)란 작품을 탄생시켰다. 제목 그대로 ‘영어로 쓴 서예’다. 영어알파벳을 꼭 한자의 서예처럼 쓴 거다. 이게 무슨 말이냐. 중국어에는 ‘병음’이란 시스템이 있다. 수세기 전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에 왔을 때,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발음기호다(예를 들어 쉬빙은 병음으로 ‘Xu Bing’이라 쓴다). 쉬빙은 이 병음, ‘알파벳’을 이상하게 조립해 한자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한자를 알파벳화한 것을 다시 한자처럼 만든 거다. 치밀한 쉬빙은 자신이 만든 ‘한자+영어 글자’를 읽는 방법을 매뉴얼로도 만들었다. 그것만 숙지하면 한자처럼 보이는 영어를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굳이 매뉴얼을 익히지 않더라도 ‘오브’(of) 또는 ‘더’(The)와 같은 글자는 금방 알아볼 수 있지만. 쉬빙의 ‘새로운 영어 서예’(New English Calligraphy 혹은 Square Word Calligraphy·1994∼2018) 중 2014년 발표작 중 부분. 중국 서예와 서양의 영어알파벳을 결합해, 직접 개발한 네모꼴 단어(스퀘어 워드)로 옮겨 썼다. 낙관을 찍고 서예작품 특유의 여백을 가진 작품은, 겉으론 한자처럼 보이지만 속은 영문이다. ‘천서’가 읽을 수 없는 ‘가짜 문자’인 데 반해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진짜 문자’로, 처음 공개됐을 때 중국과 서양 각각의 문화권에 있던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혼합재료, ⓒ쉬빙·더페이지갤러리 제공.쉬빙은 이 영어와 한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문자를 1994년에 전격 공개했고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이 워낙 재미있고 완성도도 높았지만 때도 잘 탔다. 바야흐로 1990년대 초,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에 문을 열 때였다. 미지의 세계에 가깝던 중국에 한창 관심을 갖던 서구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중국인 미술가’ 쉬빙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국적이면서도 접근가능한 작가라니! 게다가 1990년대는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며 지구촌이란 말이 유행할 때였다. 쉬빙 작품의 주제가 정확히 ‘문화융합’이 아니던가. 가히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더군다나 쉬빙의 작품은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충분히 이국적인 ‘한자’란 소재, 그러면서도 익숙한 영어의 조합! 적당한 온도의 놀라움이었다. 대륙의 작가다운 거대한 스케일은 화룡점정. 여기에 완벽한 작품의 디테일까지.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 쉬빙은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2008년 베이징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여전히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쉬빙의 작업은 점잖다. 그러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경박하지 않은 지적인 유머다. 무조건 믿고 보는 작가 쉬빙이 다음엔 또 어떤 예의 있는 농담으로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 ‘창사 60주년’ SK이노베이션, 울산에 나무 18만 그루 심는다
-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오는 10월 13일 ‘창사 60주년’을 맞아 핵심 사업장이 있는 울산 지역에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의지를 담은 ‘SK 울산 행복의 숲’을 조성한다. 유재영(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총괄, 이순걸 울주군수,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이성훈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26일 울산 울주군 대복리 산불피해 현장에서 열린 ‘SK 울산 행복의 숲’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096770)은 26일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함께 울산 울주군 산불 피해지역에서 ‘SK 울산 행복의 숲’ 식수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이순걸 울주군수,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유재영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총괄을 포함한 SK 구성원 20여명도 함께 자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0년 산불로 훼손된 울산 울주군 산림 60헥타르(ha)에 산벚나무 18만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비용 10억원은 SK이노베이션이 후원한다. SK이노베이션 주력사업 발상지인 울산의 아픔을 치유하고, 지난 60년간 SK이노베이션의 발전과 성장을 응원해온 울산시와 울산시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숲이 조성될 지역은 동해고속도로 울주 분기점에서 남쪽으로 약 1.5킬로미터(km) 떨어진 이름 없는 야산이지만, 주변에 회야강과 자연습지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봄이면 진달래 등 여러 꽃이 어우러진 가운데 산 정상에선 울산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2020년 3월, 산불로 축구장 727개 면적과 맞먹는 519ha의 숲이 잿더미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심을 주요 수종은 산벚나무다. 산벚나무는 물관이 나이테에 골고루 퍼져 나무 수분 함유율이 일정한 수종이다. 화재에 강한 것으로 평가돼 조선 효종 땐 북벌을 계획하며 활을 만들고자 대대적으로 심기도 했다. 고려 때인 1237~1252년까지 제작된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팔만대장경)의 전체 경판 8만1258장 중 약 3분의 2에도 산벚나무가 쓰였다. 조림은 혹한기를 피해 올해 10~11월과 내년 2~3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SK이노베이션은 식수 적기에 숲 조성을 위한 나무 심기 봉사활동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후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은 심은 나무가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사후 관리와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피해복구에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시와 SK이노베이션, 울주군이 협력해서 울산의 미래 60년과 SK이노베이션의 미래 60년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SK는 인재와 숲을 사랑하는 회사로, 선대회장께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우고 인재를 키우듯 숲을 가꾼다는 철학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며 “울산의 사랑과 동행으로 커온 SK이노베이션이 앞으로의 60년도 울산과 더 큰 상생과 행복을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유재영(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총괄,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이성훈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 이순걸 울주군수가 26일 울산 울주군 대복리 ‘SK 울산 행복의 숲’ 조림 예정지에서 첫 나무를 심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김두겸(왼쪽) 울산광역시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6일 울산 울주군 대복리 ‘SK 울산 행복의 숲’ 조림 예정지에서 함께 심은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문화재청, 2023년 예산 1조2935억원…전년 대비 7.7%↑[2023 예산안]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문화재청이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증액했다.문화재청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5%(921억원) 늘어난 1조2935억원으로 편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전체 예산의 70%가량인 8983억원을 문화유산 보존관리와 보호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분야별로는 문화재 보존에 6814억원, 청와대 시설관리(218억원)를 포함한 궁능원 관리에 1526억원, 문화재 보호에는 643억원이 투입된다. 또한 문화유산활용에 1316억원, 국제교류 및 세계 유산관리에 560억원, 문화유산 교육연구에 779억원이 각각 사용된다.주요 증액사업으로는 국보·보물 등 문화재 보수 정비에 594억원, 문화유산 기반 시설 구축에 433억원, 궁능문화재 관리에 133억원, 유물 발굴에 95억원이 각각 늘었다.내년 신규 사업으로는 문화재 사찰 보존 지원에 54억원, 마한·탐라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에 30억원, 무형유산 전승공동체 육성에 16억원, 팔만대장경 디지털 DB 구축에 11억원, 한국의갯벌 2단계 등재 기초조사에 6억원 등이 배정됐다.문화재청은 재정 규모가 확대된 것에 대해 “‘국민과 동행하는 문화유산 보존·활용’이라는 문화유산 관련 국정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새 정부의 의지를 예산에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여행] 천년의 지혜가 담긴 '팔만대장경', 그 경이에 빠지다
- 경남 합천 가야산 자락의 자리한 해인사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인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 법조전 내부의 모습. 이 건물에는 팔만대장경을 수백년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던 우리 선조들의 정성과 지혜가 담겨 있다.[합천(경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오랜 역사와 내용의 완벽함, 고도로 정교한 인쇄술의 극치를 엿볼 수 있는 세계 불교 경전 중 가장 중요하고 완벽한 경전이다.” “ 장경판전은 대장경의 부식을 방지하고 온전한 보관을 위해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보존과학의 소산물이다.”국보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두 국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이렇게 평가했다.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보유 중인 경남 합천 해인사는 지난해부터 그 일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주지인 현응 스님의 결단에서다. 그는 “법보이자 세계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팔만대장경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아직도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보는 것은 주말(토·일요일)에 단 10~20명에게만 허락된다. 언제 다시 관람이 중단될지 모르는 만큼 지금이 이 국보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해인사로 향했다.◇팔만대장경판 620여년간 보관한 장경판전“대장경판을 절대 만지면 안됩니다. 벽이나 경판에 꽂힌 판가에 기대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합니다. 특히 라이터 등 화기는 절대 안됩니다. 카메라를 제외한 가방 등은 보관함에 두시길 바랍니다. 사진 촬영은 허락된 곳에서만 가능합니다.”해인사팔만대장경연구원 보존국장 일한 스님은 당부 또 당부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 말에 마음을 가다듬고 엄숙하게 장경판전으로 들어섰다. 그만큼 해인사와 이곳 스님들은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귀하게 여긴다.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20명 미만으로 제한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탐방에서 팔만대장경을 보는 시간은 고작 20여 분. 이 시간 동안 대화를 최소화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장경판전은 해인사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해인사의 주요 건물들을 지나야만 장경판전에 이를 수 있다. 일주문에서 봉황문, 해탈문, 구광루를 지나 해인사의 중심 건물인 대적광전 뒤로 돌아가면 해인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해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해인사 경내에서 가장 위쪽에 자리한 건물이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이다장경판전은 ‘ㅁ’자 형태다. 북쪽 법보전과 남쪽 수다라장, 동서로 동사간판전과 서사간판전 등 4개 건물이 이어져 있다. 이중 공개하는 곳은 화엄경 등 대승불교 경전이 새겨진 판본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전. 조심스럽게 그 내부로 들어섰다.마치 오래된 도서관처럼 가지런히 정리된 경판들이 나무로 된 5층 판가에 빼곡히 꽂혀 있었다. 경판 수만 8만 1258장, 목판에 새겨진 글씨는 총 5272만 자에 달하는 팔만대장경이었다. 꼬박 20년 이상을 읽어야 하는 방대한 양이었지만, 7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한장의 경판도 썩거나 뒤틀리지 않았다.대장경 연구원이 장갑을 낀 손으로 경판 하나를 꺼내 들어 보였다. 순간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팔만대장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 수백 년의 숨결을 품은 경판이 오롯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운 순간이었다.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의 출입문은 수다라장.◇8만여 경판에 5200여 만자로 부처의 말을 새기다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 때 강화도에서 만들어졌다. 부처의 힘으로 몽골군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불심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고려인들의 염원이었다.그 만큼 경판에는 놀라울 정도의 정성이 스며 있었다. 나무 선택부터가 그랬다. 글자를 촘촘히 새겨야 하니 목판의 재질은 너무 단단해서는 안됐다. 그렇다고 무른 재질의 나무를 쓰면 글 획의 시작이나 끝부분이 마모되거나 떨어져 나갔다. 깎기는 쉽지만, 새겨놓은 글 획은 흐트러지지 않아야 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낸 나무가 우리 산야에 널리 있었던 산벚나무와 돌배나무였다.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중인 팔만대장경경판을 만드는 작업도 까다로웠다. 우선 나무를 베어내 갯벌에 2년 이상 묻어두는 것에서 시작했다. 갯벌에서 건져낸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뒤 소금물에 삶았다. 마른 뒤에도 비틀림이 없고 보풀도 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또 1년이 걸렸다. 나무를 베어내고 도합 3년이 지나야 목재를 경판으로 쓸 수 있을지 감별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골라낸 나무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새긴 뒤 손잡이에 해당하는 마구리를 붙이고, 옻칠까지 마쳐야 비로소 경판이 완성됐다.글자를 새길 때도 정성을 가득 담았다. 글자 한 자를 새길 때마다 절을 세 번씩 했다. 무려 5200만자가 넘지만 오자와 탈자가 없을 정도. 그것도 마치 한 사람이 새긴 것처럼 글자가 동일하게 느껴질 만큼 지극정성이었다. 경판마다 빽빽하게 새겨진 이 글씨를 보고 있노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원을 바쳤는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팔만대장경이 수백년 동안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선조들의 지혜와 정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의 출입문인 수다라장은 해마다 춘분과 추분이면 둥근 문과 지붕의 기와 그림자가 중첩되면서 연꽃 모양의 그림자가 지는 것으로 유명하다.◇수백년 동안 팔만대장경은 어떻게 보전되었나팔만대장경은 조선왕조가 세워진 이후 지금의 해인사로 옮겨졌다. 그때 만들어진 건물이 장경판전이었다. 1488년 조선 성종 때 완공됐다. 길이 61m, 폭 9m. 장식도 기교도 없는 소박한 목조건물이지만, 여기에는 팔만대장경을 완벽하게 보존할 건축기술이 담겨 있다.먼저 장경판전의 자리를 세심하게 선정했다. 해인사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자, 서남향에 자리를 선택했다. 이유가 있었다. 태양의 고도와 일조량을 계산해보니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고, 겨울에는 햇빛이 풍부하게 드는 천혜의 장소였다.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은 습도·온도·바람을 치밀하게 계산해 설계했다. 오늘날의 첨단 건축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건축물이다.건물 구조는 바람의 방향을 고려했다. 건물 남쪽은 아래쪽 창문이 더 크지만, 건물 북쪽은 위쪽 창문이 더 크다. 동남쪽에는 부는 바람이 건물 내부를 돌아 공기를 순환시키는 구조다. 경판을 보관하는 판가는 건물의 길이 방향으로 배치해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가 되게 했다. 이는 목판이 썩거나 틀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직접 가서 보면 아래위 크기를 달리한 창문과 문살 하나하나가 신비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오늘날의 첨단 건축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바닥에는 소금, 횟가루, 숯을 차례로 깔았다. 경판을 보존하는데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장마철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할 때는 수분을 내보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게 한다.지붕도 마찬가지. 과거 장경판전의 지붕은 청기와가 덮여 있었다. 청기와는 상당한 고온에서 구워지기 때문에 백금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낙뢰가 떨어져도 청기와가 피뢰침 역할을 해 목판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세기 건축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장경판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해인사가 수차례 화재로 소실되는 동안 장경판전은 한 번도 불이 난 일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불법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해인사 입구에 있는 김영환 장군 공적비◇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구한 김영환 대령사실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항상 안전했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전쟁의 위기를 비켜나가지 못한다면, 파괴되고 마는 것이 또 역사다. 가장 큰 위기는 6·25 한국전쟁이었다. 당시 가야산 자락은 빨치산이 활동하던 주요 무대였다. 해인사 인근에서도 여러번에 걸쳐 격전이 벌어졌다. 이에 미군은 해인사 일대를 폭격하기로 했다. 그 임무는 고 김영한 대령이 맡았다. 공군 폭격기 조종사였던 그는 명령을 받고 해인사로 출격했다. 하지만 그는 차마 해인사를 폭격할 수 없었다. 해인사에 소중한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해인사 폭격을 멈췄다. 단지 기관총만으로 가야산 일대에 숨어 있던 적군을 소탕했다. 대장경테마파크 천년관에는 팔만대장경 제작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김 대령이 문화재에 대한 식견과 보존의식을 갖춘 군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김 대령이 아니었다면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해인사 앞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잠시 그 비석 앞에 서서 김 대령의 용기에 감사를 전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공개를 했지만, 일반인이 장경판전의 팔만대장경은 만나기는 여전히 힘들다. 관리와 안전상의 이유로 한정적으로 탐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장경테마파크에서는 실물과 똑같은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대장경 제작 과정을 담은 디오라마와 대장경을 제작한 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옮기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해인사 소리길’은 여름철 걷기 좋은 길이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흐르는 물조차 붉다’고 해 홍류동이라 이름 붙은 계곡을 따라 6.2km의 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흐르는 물·바람 소리와 함께 내면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명상의 길이자, 해탈의 길이다.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홍류동계곡을 따라 이어진 해인사 소리길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돈만 퍼주다…인구대책 골든타임 놓쳤다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다음은 7월 29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 △1면-돈만 퍼주다…인구대책 골든타임 놓쳤다-美 2.5% > 韓 2.25%-반도체로 버틴 삼성전자 “멀리 보고 투자 계속”-불법 공매도 수익·은닉재산 박탈한다-[사설] 수상한 외환거래…내부 통제·감시 입으로만 했나-[사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과도한 불안보다 차분한 대응을△줌인&-OTT ‘쩐의 전쟁’ 격화에 자금난…시장 재편 본격화-현장애로 해소 속도 내는 尹정부 규제 개선 ‘1.6조 투자 창출’ 기대-스타벅스 ‘굿즈 발암물질’ 인정…한국 진출 이후 최대 위기△부동산 세제개편 파장-종부세 완화로 쌓였던 급매 줄겠지만…꽁꽁 언 시장 녹이기엔 역부족-보유세 줄어드는 집주인, 임차인에 ‘세 전가’ 줄 듯-금리 인상 부담 커져…“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지속”△한미 기준금리 역전-연준, 금리 속도조절 고민…물가·경기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자본유출 가능성 낮다지만…中 경기 둔화·우크라 사태 등 곳곳 악재-긴축공포 누그러져 코스피 일단 상승…증권가 “당분간 주의” 당부-美 금리 3.12% 인상 시 韓 3.65%까지 오를 수도△인구절벽 본격화-한 명이라도 더 낳으라고 380조 풀었는데…엉뚱한 사교육비로 새나가-6명 중 1명 노인…정년연장·계속고용 논의 급하다-생산성 제고 ‘키’ 쥔 외국인…고부가 첨단산업 유입 관건△종합-유연한 재고관리, 고용량·고부가 제품 중심 공급…수익성 확보 집중-韓-인니, 수도 이전·니켈 공급망 등 ‘경제안보 협력 강화’ 합의-대법 “사내하청 직고용” 포스코 쇼크에 재계 비상-개인 공매도 담보비율 120%로 인하…금투업 규정 개정△정치-이재명·박용진·강훈식 ‘당권 3파전’…‘어대명’맞설 단일화 급물살-정조대왕함 진수식 참석한 尹대통령 “강력한 해양안보 구축”-폴란드 하늘 수놓은 태극 문양 블랙이글스, 방산수출 축하비행-김진표 “尹대통령 만나 개헌 포함 모든 현안 논의할 것”△경제-실질임금 감소에 구인난까지…中企 임금인상 압력 커지나-5·7급 공무원 응시, 내후년부터 18세도 가능해진다-“금리 인상에 주택 매매·전세가격 하방압력 커질 것”-추석 전 물가 더 오를라 머리 맞댄 정부·유통사△금융-경기침체 우려에…고개드는 ‘금리 천장론’-3대 지방금융지주 순익 1조 훌쩍-청문회같았던 정무위 데뷔전…금융당국 수장 ‘진땀’-덩치 커진 인터넷은행…자산 5년새 10배 급증△Global-디지털 광고시장 불황에 메타 분기 매출 첫 감소…3분기가 더 암울-美 상원 ‘반도체 지원법’ 통과…中 경제에 365조원 투입-시진핑 “인민 위해 봉사” 3연임 야심 드러내-펠로시, 亞순방 일정서 대만 제외하나-日사도광산 ‘자료 불충분’ 내년 세계유산 등록 불발△산업-조코위 대통령 따로 만난 정의선 회장…“첨단 미래 분야로 협력 확장”-태양광 흑자…한화솔루션 분기 최대 실적-LG전자, 美사운드하운드와 ‘車 AI 음성인식’ 공동 개발-SK온, 유럽 배터리 공장 투자자금 ‘2.6조’ 조달 성공-LG화학·GS칼텍스, 친환경 합심 바이오연료 ‘3HP’ 세계 첫 생산 도전△소비자생활-식물성 캔햄으로 승부…신세계푸드 “대안육으로 시장 선도”-‘동원샘물’ 페트병 경량화 年 1200t 플라스틱 절감-中시장 고전 아모레·LG생건 2분기 실적 악화-靑 개방에…서촌·북촌 음식점 매출 1년새 50% 쑥△이수연의 아트버스-흥겨운 색채 과감한 변주 이토록 경쾌한 걸작-앙리 마티스 ‘리드미컬한 야수의 색’△증권-7부능선 넘었다지만 불안 여전…‘車·IT·2차전지’로 방어-외인구단이 돌아왔다 삼성전자 순매수 1위-코로나 재확산에…여행·항공株 다시 거리두기△증권-레드오션된 ETF 시장…이색 파생상품 ‘두둥실’-공무원연금, 대체투자풀 넓힌다-대출상환 연장 거절당한 메쉬코리아 “투자 좀 해주세요”-펀드 환매·교체 고민 그만…알아서 척척 ‘메리츠펀드마스터랩’△부동산-‘재개발 대어’ 한남2구역, 대우·롯데·삼성 3파전 될까-국토부, ‘자본잠식 은폐 의혹’ 이스타항공 수사 의뢰-맥못추는 서울 아파트값 26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LH, ‘동탄2·수원 호매실 지구’ 교통대책 마련 추진△프로야구 40주년-경제가치 1.4조원 韓최대 스포츠리그 발돋움…구단 자생력 확보는 숙제-로봇 심판·빅데이터·NFT 등 신기술에서 길을 찾자-원년 최고 연봉은 2400만원 2022년 최고 연봉은 81억원-야구장을 행복한 기억으로 신규 팬 유입 사활 걸어야△여행-천년의 지혜가 담긴 팔만대장경, 그 경이로움 속으로-빨갛고 노랗고 파란 파프리카…피자·버거·키토파샐로 변신△지속가능경영 힘쏟는 기업-디자인·공간·온도 다 갖춘 에어컨-사회공헌으로 글로벌 상생 앞장-스마트 세이프티 구현 위해 디지털 전환·열린 혁신 가속-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의무화 ESG 경영 뿌리내리기 박차-기업시민현장 선포3년 미래경영 모범 자리매김-지분투자·동반 해외 출장 협력사와 상생 생태계 앞장-디지털 기술 홍보관 운영 글로벌 비즈니스 혁신 나서△오피니언-수소버스·화물차 지원 이대로는 안된다-개방적인 중동국가 바레인-‘수상한 외환거래’ 은행만 탓할 일 아냐△피플-“블랙홀 존재 확신도…과학적 호기심에서 시작”-“팬데믹 겪으면서 더욱 사실적인 재난영화돼”-“추모의 벽은 한미동맹의 영원한 상징”-“네이버 방문한 美국무차관 ”한국과 파트너라 자랑스럽다“-프롭테크 업계 만난 원희룡 ”고품질 공공데이터 개방 노력“-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특별상 만장일치로 고 송해 선정△사회-아파도 못 쉬는 ‘자율방역’…백경란 ”송구하다“-尹정부 첫 대법관 후보에 오석준 임명 제청-전체 경찰회의 이틀 앞두고 무기한 연기-吳, 싱가포르·베트남에 ‘동행·매력市 서울’ 알린다-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백종천·조명균 유죄 확정-”가게 문닫고 왔는데“…모바일 운전면허증 오류에 분통-무면허·음주측정 거부·경찰 폭행 장제원 아들 노엘, 2심도 징역 1년
- 인수위, 신라 황룡사·백제 미륵사 복원 방안 검토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보급 문화재인 신라 황룡사 및 백제 미륵사의 복원을 방안을 검토했다.황룡사 복원 가상도. (사진=이데일리DB)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29일 문화재청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이날 업무보고에는 사회복지문화분과의 임이자 간사 및 김도식, 안상훈, 배경란 인수위원과 전문·실무위원, 문화재청 차장을 비롯한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업무보고에서는 현 정부의 문화재 분야 중요 정책을 평가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연계해 새 정부에서 추진할 주요 국정과제를 검토했다. 윤 당선인은 문화재 공약으로 ‘전통문화유산을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고 가치를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신라 황룡사 및 백제 미륵사 등 국보급 문화재 복원 방안 검토다. 황룡사와 미륵사는 각각 신라와 백제를 대표하는 대규모 사찰이었으나 현재는 그 터만 남아 있다. 인수위와 문화재청은 황룡사, 미륵사의 복원 방안 외에도 △문화유산의 포괄적 관리체계 전환 및 전담조직 신설 △팔만대장경 등 전통문화유산 디지털화 구축 지원 방안 등 전통문화유산과 전통사찰 보존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문화재 관리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문화재 영향평가제도 도입 △구역별·유형별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체계 전환 △미래 문화유산 발굴 및 관리의 포괄 관리체계 전환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의 국가부담과 공공문화재 발굴기관 확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이밖에도 지역 관련 문화재 보존 연구기능 강화방안, 무형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문화재재단 기능 강화 등을 논의했다. 대구 경상감영 복원, 울산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 직지금속활자 세계화 사업 추진, 경북지역 유네스코 지정 신청·홍보 방안, 제주 해녀의 전당 등에 대해서도 함께 점검했다.인수위 관계자는 “오늘 업무보고 내용을 토대로 향후 문화재청 및 관계기관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당선인의 문화재 분야 국정철학과 공약을 반영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이행계획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여행] 지친 일상 속, ‘나무의 여왕’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 강원도 인제의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인제(강원)=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눈처럼 하얀 나무를 본 적이 있나요?”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고 싶지 않은 곳, 자작나무숲 이야기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깊은 산속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숲이 있다. 이 숲에는 수령 30년이 넘은 수십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있다. 한대성 수종의 자작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귀한 나무다. 하얀 옷을 입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풍경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이국적이다. 단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황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숲이다.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함마저 감돈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은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출입이 통제되지만 그외 기간에는 언제든 찾악도 마음에 위안을 얻기 제격이다. 올해 희망 여행지 리스트에 올려놓고 언제라도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오지 중의 오지에 자리한 동화 속 순백의 세상원대리는 오지 중의 오지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은 이 마을의 산속 깊은 곳에 있다. 원대봉 능선을 따라 자그마치 4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자작나무 숲은 왜 이곳에 조림된 것일까. 사실 자작나무는 국내에서는 그 군락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작나무는 추운 북쪽 지방에서 자생하는 탓이다. 가난했던 시절, 원대리 사람들은 오랫동안 민둥산이었던 원대봉 능선에 벌목용으로 자작나무를 심었다. 그때가 1990년대 초반이다. 그렇게 주민들이 손으로 심은 자작나무는 원대봉 능선을 따라 뿌리를 내렸고, 국내 최대규모의 자작나무 숲이 됐다. 이 숲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이 자작나무 숲은 인제의 자랑이 됐고,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는 멋진 이름표도 달았다.자작나무라는 이름은 나무가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었다. 대개 20m 높이로 자라지만, 깊은 산속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있다. 특히 자작나무는 수피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수피 겉면은 흰색의 기름기 있는 밀랍가루 같은 것으로 덮여 있다. 안쪽에는 갈색으로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이 껍질은 불에 잘 타면서도 습기에 강한 특성이 있다. 자작자작 소리가 나는 이유도 불에 잘 타기 때문이다.강원도 인제의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자작나무는 한자로 ‘자작나무 화’(樺) 자를 쓴다. 때로는 ‘빛날 화’(華) 자를 쓰기도 한다. 지금도 결혼식을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하고, 결혼 축의금 봉투에는 ‘축화혼’(祝華婚)이라고 쓰는데, 이는 전깃불이 없던 시절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 대용으로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쓰임새도 많다. 박달나무처럼 단단해 가구를 만들기 좋다. 또 수피는 예부터 종이 대용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적는 데 썼다. 그래서 옛날 그림 도구나 물감, 염료 등을 파는 가게를 ‘화피전’이라고 불렀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자작나무로 만들었고, 경주 천마총 말안장을 장식한 천마도의 재료도 자작나무 껍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경주에는 자작나무가 나지 않았다.이 자작나무는 어디서 온 것일까? 사실 자작나무의 원산지는 백두산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 물론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도 자작나무 군락지가 있다. 태백이나 횡성 등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 볼 수 있다. 그중 인제는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로 꼽힌다.강원도 인제의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북유럽 숲에 들어온 듯, 자연이 주는 힐링을 경험하다이제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갈 차례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려면 약간의 발품은 필요하다. 안내소에서 임도를 따라 3.2km가량 올라야만 한다. 길은 산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데, 남녀노소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도록 길이 잘 정리돼 있다.지방도와 마주한 초입에서 멀어질수록 사방은 조용해진다. 사브작사브작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뽀얀 속살 같은 하얀 살을 대범하게 드러낸 자작나무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땀이 송골송골 맺힐 무렵 순백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작나무 숲 군락이다. 자작나무 사이로 비친 햇살이 새하얀 수피에 반사돼 반짝거릴 때면 북유럽 숲에 들어온 듯하다. 숲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그동안 숨 막혔던 일상의 답답함이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다.숲 군락에는 수천 그루의 자작나무들이 하얀 눈 사이를 채우고 있다. 금방이라도 요정이 여기저기서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풍경이다. 왜 자작나무를 ‘나무의 여왕’이라고 하는지, 자작나무 숲을 ‘숲의 백미’라고 부르는지 이 숲에 들어서면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강원도 인제의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숲 내에는 여러 탐방코스가 서로 연결돼 있다. 코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1㎞ 내외다. 코스마다 이름도, 특징도 다르다. 코스에 구애받지 말고 자작나무 숲을 거닐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래도 자작나무 숲에 들어섰다면 자작나무의 고운 표피를 만져보길 권한다. 또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채운 자작나무의 높디높은 코끝을 바라보는 것도 놓치지 말자. 사진을 좋아한다면,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경을 품은 자작나무 숲은 그 자체로 휴식과 치유를 선물한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골치 아픈 생각들은 저절로 사라진다. 말로만 듣던 ‘자연이 주는 힐링’이다.한참을 자작나무 숲에 머물다 돌아가는 길.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아쉽지만 지금부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짧은 휴식기에 들어간다. 사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5월 중순부터 10월 말, 11월부터 3월 1일까지 관람객에게 그 자태를 드러낸다. 올봄이 지나 여름 문턱에 들어설 무렵, 자작나무의 속삭임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자작나무의 꽃말처럼, ‘나무의 여왕’이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일상 속 또 다른 세계가 돼 그동안의 지친 마음과 몸을 가만히 어루만져 줄 것이다.강원도 인제의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 한복·경복궁 등 올해 홍보유산 선정…"SNS에 집중 홍보"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복과 경복궁 등 우리 문화유산이 SNS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간다.문화재청은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올해의 대표 홍보 문화유산’으로 한복, 경복궁, 팔만대장경, 백제역사유적지구, 조선왕조 궁중음식과 떡 등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대표 문화유산은 2000여 명의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시행한 선호도 조사와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됐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통해 유형별로 10개의 문화유산을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생각함’에서 내국인 1000여 명의 의견을 수렴해 5개의 문화유산이 최종 결정됐다.이번에 선정된 5개 대표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세부 홍보계획을 수립해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집중적인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발적으로 ‘입소문 홍보(바이럴마케팅)’가 되어 세계인의 의식에 스며들 수 있도록 중점을 둘 예정이다.문화재청은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표 문화유산을 선정해 홍보 활동을 펼쳤다. 화제성 있는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감각적인 영상을 제작해 SNS를 통해 세계인과 소통하고, 해외 주요도시 전광판에 직접 송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해 왔다.문화재청의 ‘올해의 대표 홍보 문화유산’에 선정된 한복(왼쪽부터 시계방향), 경복궁, 팔만대장경, 백제역사유적지구, 조선왕조 궁중음식과 떡(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