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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파란 호수 위 푸른 산 겹겹이...'산수화' 속으로 걸어가다
- 충주호의 장쾌한 경관을 보는 명소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장회나루 길건너에 서 있는 제비봉이다. 제비봉은 빼어난 조망으로 익히 알려진 곳.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는 데다 바윗길에 놓인 몇 개의 철계단에서 굽어보는 충주호 일대의 경관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단양=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단양은 산수의 고장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을 따라 흐른 물은 강으로 이어진다. 물길이 막힌 자리엔 호수도 생긴다. ‘내륙의 바다’ 충주호(청풍호)도 그중 하나다. 충주호는 우리나라 호수 가운데 가장 큰 인공호수. 단양은 물론 제천과 충주까지 넓게 자락을 펼쳤다. 원래는 남한강 물줄기인 바로 앞 장회탄(長淮灘)이라는 작은 천이 흘렀던 곳. 1985년 충주댐 건설 이후 잔잔한 호수로 변했다. 산군의 중심부에 고인 호수인 만큼 주변에 빼어난 경승지들도 잔뜩 매달고 있다. 새 명소로 떠오른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굽어본 풍경은 장쾌하고, 이발소 달력 속 그림처럼 이질적인 도담삼봉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신록이 꽃보다 더 예쁜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충주호의 장쾌한 경관을 보는 명소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장회나루 길건너에 서 있는 제비봉이다. 제비봉은 빼어난 조망으로 익히 알려진 곳.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는 데다 바윗길에 놓인 몇 개의 철계단에서 굽어보는 충주호 일대의 경관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제비봉에서 충주호의 장쾌한 풍광을 내려보다충주호 장회나루 길 건너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제비봉까지 충주호를 등지며 오를 수 있다.충주호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편한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제천 청풍나루와 단양의 장회나루를 오가는, 장회나루를 출발해 되돌아오는 유람선이 있다.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 옥순봉 등 기암절벽 사이로 하늘과 바람, 산과 물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또 다른 방법은 가까운 산정에 올라 호수의 풍광을 한눈에 조망하는 방법이다. 제비봉(710m)은 충주호의 장쾌한 풍광을 눈에 담기 가장 좋은 곳이다. 단양읍의 서쪽에 솟은 제비봉은 월악산 자락이 일으켜 세운 봉우리. 제비봉을 충주호 쪽에서 보면 부챗살처럼 펴진 바위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펴 나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장회나루 앞 제비봉공원지킴관리소가 들머리다. 여기서 정상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충주호를 등지고 오르는 산길은 초입부터 된비알이다. 밭은 숨결 내뱉으며 통나무계단에 올라서면 다시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가며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만만찮다. 허벅지는 뻐근하고 숨은 턱에 찬다. 계단 끝자락에 서면 비로소 시야가 터지며 충주호가 발아래로 굽어 보인다. 왼쪽으로 구담봉이 우뚝하고 정면으로는 말목산, 가은산 등의 산자락이 굳센 자세로 서 있다. 구담봉은 강물에 비친 기암절벽이 거북 무늬를 띠고 있다는 뜻의 구담(龜潭)에서 비롯된 이름이다.장회나루를 휘감아 흐르는 남한강 줄기가 유려하다. 검푸른 물결은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제비와 닮았다. 충주호의 조망을 즐기겠다면 굳이 정상까지 다녀올 필요는 없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만 오르면 첫 번째 전망대가 있다. 여기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충주호가 발아래로 굽어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면 암봉의 칼날 같은 능선 구간에 다시 계단이다. 그 끝이 최고의 조망포인트다. 더 오른다 해도 이만한 풍경을 보여주는 자리는 없다.고도를 높일수록 풍경도 따라 변한다. 그렇게 조금씩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산 가장 높은 곳에서 맞는 세상은 딱 ‘한 편의 그림’이다. 만지면 묻어날 듯한 파란 하늘, 그 아래 첩첩한 산들이 어우러져 티 없이 맑은 풍경을 만들었다.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다.월악산 물줄기가 남한강으로 흐르는 장소에 있는 선암계곡. 이 계곡에 단양팔경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세 바위가 있다. 사진은 옛 선인들이 학과 같이 맑고 깨끗한 사람이 유람하기에 좋은 장소라 노래한 ‘상선암’.◇월악산 물줄기 따라 이어진 기암괴석의 향연바위를 타고 넘는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는 ‘중선암’충주에서 단양으로 향하는 33번 국도. 이 도로는 선암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다. 선암계곡은 월악산 물줄기가 남한강으로 흐르는 장소에 있다. 단양팔경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세 곳이 이 계곡에 자리한다. 세 바위를 묶어 삼선계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팔경의 다른 곳들이 기암괴석으로 그 모습을 자랑하지만, 사람들이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곳은 이 세 곳뿐이다. 단양 방면 국도를 따라 계곡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경관은 하선암으로 세 조각으로 덧붙인 듯한 바위는 백척 넓이를 자랑한다. 마치 너른 마당을 보는 듯 편안함이 있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미륵바위라고도 불린다.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김수증이 많은 글씨를 남긴 장소가 하선암에서 이어지는 중선암이다. 바위를 타고 넘는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삼선암 중 가장 깊은 계곡으로 자리하는 상선암은 크고 넓은 바위는 없지만 작은 바위들이 저마다의 멋을 자랑하며 모여 있다. 국도를 연결하는 아치형 다리와 어울리는 모습으로 인공과 자연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룬다. 옛 선인들은 학과 같이 맑고 깨끗한 사람이 유람하기에 좋은 곳이라 상선암을 노래했다. 상선암 위편으로 옛 상선암의 모습과 흡사한 계곡이 생겨나 특선암이라 부른다. 이 도로를 따라 삼선암을 감상하며 달리는 드라이브도 멋지다.너른 마당을 보는 듯 편안함이 있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미륵바위라고도 불리는 ‘하선암’선암계곡에서 사인암도 그리 멀지 않다. 단양팔경 중 하나로 푸른 계곡을 끼고 있는 70m 높이의 기암절벽이다. 고려 말의 학자 우탁(1263~1343년) 선생이 정4품 ‘사인재관’ 벼슬에 있을 때 휴양하던 곳이라 해서 사인암이라 불리게 되었다. 기암절벽 위에 서 있는 노송이 멋스러우며 우탁 선생이 직접 새긴 ‘뛰어난 것은 무리에 비유할 것이 없으며 확실하게 빼지 못한다. 혼자서도 두려운 것이 없으며 세상에 은둔해도 근심함이 없다’는 뜻의 글씨가 암벽에 남아 있다.사인암 앞으로 운선계곡, 또는 운선구곡이 흐른다. 단양팔경 계곡 중 빼어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그린 단원화첩에도 빼다 박은 듯한 사인암과 계곡의 절경이 남아 있다. 실제로 사인암 아래 앉아 기암절벽을 싸고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면 옛날 선비들이 이 자리에 앉아 시 한 수 읊었을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바위를 타고 넘는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는 ‘중선암’◇여행메모△가는길= 제비봉을 가려면 하진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적성대교를 건넌 뒤 물길을 따라 나란히 난 36번 국도를 따라간다. 충주호 유람선이 뜨는 장회나루에 차를 대면 나루터 바로 뒤편이 제비봉 등산로 초입이다.△잠잘곳= 단양에는 호텔급 숙소가 거의 없다. 단양읍 삼봉로에 단양관광호텔 에델바이스와 소노문 단양이 유이하다. 호텔스테이는 가곡면의 가곡 한옥펜션 우산정사와 단성면의 단촌서원고택이 있다. 이 외에 모텔과 펜션, 게스트하우스는 제법 많은 편이다.단양팔경 중 하나로 푸른 계곡을 끼고 있는 70m 높이의 기암절벽 ‘사인암’
- '막말'로 무너진 민경욱·차명진·김진태 페이스북 상황
-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결국 4·15 총선에서 낙선을 면치 못했다.왼쪽부터 미래통합당 민경욱, 차명진, 김진태 후보 (사진=뉴시스)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한 것은 세월호 관련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미래통합당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였다. 차 후보는 막말 논란으로 제명됐다 부활해 완주했으나 큰 표차로 낙선했다.차 후보는 15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부천에서의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그는 “죽을 용을 써서 잠깐 빤짝하는 듯 했지만, 텃밭의 뿌리 깊은 속성을 바꾸기 힘들었다”며 “이제 이곳 부천 소사에서의 정치를 접겠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득표율은 아마 예상보다 10% 정도 더 줄어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자신을 둘러싼 막말 논란을 의식한 듯 “후보 자격 시비로 설왕설래했으니…”라고 했다.그러면서 “다음 선거 때 정치환경은 더 좋아지겠지만 같은 곳에서 3번 낙방한 제가 또 나서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기대를 부어 넣을 수 있는 의욕 충만한 우파의 새 기수, 새 선수를 발굴하던지 혹시 자발적으로 나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차 후보는 지난 8일 지역방송 후보자 토론회에서 “○○○사건을 아시냐”며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상대 후보가 건 현수막을 보고 자신이 발언한 ‘○○○’에 빗대는 등 세월호 텐트를 거듭 언급했다.그보다 앞서 지난해 참사 5주기 때에는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라고 힐난하면서 공분을 샀다.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는 1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또 송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그러면서 “유권자는 언제나 현명하시다.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의 오만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민 후보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 기사회생했다. 막말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자 컷오프됐다가 통합당 최고위원회의 재의·경선을 통해 부활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 성향이 짙어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연수을에서 막판까지 격전을 벌였지만 끝내 패했다.민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씨XX 잡 것들아!”로 시작하는 시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을 비난했다.그 밖에 페이스북에 쓴 여러 글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5월 헝가리 유람선 사고 때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 타임은 기껏해야 3분”, 강원산불 때는 “불이 왜 이렇게 많이 나냐?”, 지난해 11월 모친상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노년의 어머니를 출세한 아들이 함께는 아니더라도 근처에 모시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을까?”라고 했다.통합당 김진태 후보도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에서 낙선했다. 김 후보는 선거 전날 마지막으로 표심을 호소한 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그의 지지자들만 “어떻게 보수우파의 보배인 김진태 의원님을 낙선시킬 수 있나”, “이건 분명 조작된 투표”라며 선거 결과에 한탄하는 글을 남겼다.앞서 김 후보는 지난해 2월 이종명·김순례 의원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에 앞서 지난 2015년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말자.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여러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 [임규태의 코덱스]기후의 역습, 팬데믹
- [임규태 공학박사·전 조지아공대 교수]기후변화는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달라진 환경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한다. 지금 세계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지구온난화’라는 환경변화에 적응하려는 변이의 산물이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은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주목할 시기는 13세기 초반부터 17세기 후반까지의 ‘소빙하기’이다. 13세기 초 소빙하기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중앙아시아 목초지대가 급격히 감소한다.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몽골 지도자 칭기즈 칸은 정복 전쟁을 시작한다. 금나라를 정복한 칭기즈 칸은 이슬람 제국을 멸망시키고 유럽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결국 아시아와 유럽을 뒤흔든 칭기즈 칸의 신화는 기후변화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몽골군은 성문을 걸어잠근 이슬람과 유럽 군대를 공략하기 위해 전염병으로 사망한 시체를 성안으로 던졌다. 이때 몽골이 사용한 전염병이 바로 흑사병이다. 흑사병은 중앙아시아의 나무가 없고 풀이 많은 스텝 지대에서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생존을 위해 변이한 전염병이 기후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복전쟁을 펼친 인간 숙주를 따라 전 세계에 퍼진 것이다.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도 소빙하기는 이어졌고, 흑사병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흑사병 앞에 성직자도, 왕족도, 귀족도 속수무책이었다. 자신들과 똑같이 흑사병으로 죽어나가는 성직자들을 지켜본 평민들은 평등사상을 깨우치기 시작한다. 흑사병은 중세 유럽을 지배한 가톨릭 중심의 권력체제를 붕괴시키는데, 그 시발점은 1517년 독일 수도사 마틴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이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신실한 가톨릭 수도사였고, 신구교간의 물리적 충돌을 막으려 노력했다. 종교개혁을 종교전쟁으로 확대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은 분노한 농민들이었다. 기근으로 고통 받던 독일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신교 세력에 흡수된다. 결국 신구교간에 벌어진 30년 전쟁에서 패배한 신성로마제국이 붕괴하고, 베스트팔렌에서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한다.13세기에 시작된 소빙하기는 17세기까지 지속된다. 1627년 중국에서 이상 기온에 의한 대기근이 발생하고 역병이 창궐한다. 쇠락하던 명나라 조정은 백성을 돌볼 능력도, 의지도 상실했다.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괴롭히자 반발한 농민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 세력 중 우뚝 선 인물이 이자성이다. 1644년 이자성의 반란군이 만리장성을 넘어 베이징을 점령하자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조선도 명나라를 무너뜨린 소빙하기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종 11년(1670년) 이상 기온이 발생하면서 경신대기근이 일어난다. 현종실록에 지진, 역병, 냉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당시 조선 인구 1200만 중 90만~15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수치는 70년 전 임진왜란 사망자의 4배가 넘는다.칭기즈 칸의 손자 홀라구 칸의 군대가 1258년 바그다드를 함락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이슬람 역사가 라시드 앗 딘의 책에 실린 삽화다. 몽골의 침략으로 이슬람의 아바스 왕조는 최후를 맞는다. (사진=프랑스국립도서관 홈페이지 캡처)25년 후인 1695년(숙종 21년) 을병대기근이 또다시 조선을 덮친다. 대기근에 고통 받던 평민과 천민들은 앞다투어 양반으로 신분을 바꾼다. 그들이 양반으로 신분 세탁한 이유는 입신양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양반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조선을 지탱하던 신분체제가 무너지면서 세수가 급격히 줄어든 조선 왕조는 이때부터 쇠락의 길을 걷는다.인류 역사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이 권력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니다. 각국 수뇌부는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지키는 한편, 이번 사태가 정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은 3월 개최 예정이던 양회 일정을 4월로 연기했다. 1978년 양회가 정례화 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은 코로나19를 ‘보이지 않는 적’으로 지칭하며 전시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와 유가폭락으로 자신의 자랑거리인 경제 부흥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는 지난 2월 코로나 특별대책반을 구성하고, 매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1월 브렉시트를 성사시켜 주가를 올린 보리스 존스 영국 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최초 국가수반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코로나 환자가 탑승한 유람선의 본토 상륙을 거부하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올림픽 개최에 집착했지만, 결국 1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적 의료 시스템을 유지해 왔던 유럽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사망자 숫자는 3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수의 40%를 차지한다. 코로나 사태가 유럽 정치 지도를 바꾸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사실 코로나19에 의한 정치적 파장이 가장 큰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서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정치적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는 코로나 사태로 더욱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무후무한 국가적 위기에 전문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정치적 선동만 난무하고 있다. 그들이 던지는 달콤하거나 살벌한 주장들 어디에도 국민의 안위는 보이지 않는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바이러스이다. 다만 기존 생태계에 처음 선보였을 뿐이다. 이번 팬데믹을 거치면 살아남은 인류는 면역성을 갖게 되고, 신종 코로나는 ‘신종’이라는 접두어를 떼고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생태계에 정착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각 국가들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새 시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승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 크루즈 실태 고발 日 의사 "일본, 美·유럽보다 감염통제 훨씬 잘 돼"
- △이와타 겐타로 고베대학교 교수가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대형 유람선(크루즈) 다이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의료진으로서 승선해 봤던 크루즈 내 실상을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승선했으나 쫓겨났으며 크루즈 선 내는 제대로 된 방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각각 일본어와 영어로 이뤄진 유튜브 영상은 합계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이와타 교수는 “목적이 달성했다”며 이 유튜브 영상을 삭제했다. [사진 =이와타 교수의 유튜브 방송 캡처][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수도 도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도시 봉쇄’(락 다운) 위기에 처해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지금까지 도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기 위해 검사를 소극적으로 해 확진자 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타 겐타로 고베대학교 감염증 내과교수는 “이는 여러 측면에서 틀린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3500여명이 탄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의료진으로 승선해 그 실태를 고발한 인물이다.◇“코로나19 전수파악 할 필요 없다…비효율적”이와타 교수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애초에 일본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전수파악을 목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일본 정부는 의료 현장 붕괴를 우려해 검사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가벼운 증상자에게는 자택요양을 권하고, 37.5도 이상 발열이 사흘 이상 계속되는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만 병원을 찾으라고 요청하고 있다.이에 대해 이와타 교수는 “행정검사나 보건진료나 국가는 기본적으로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를 진단, 입원, 격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검사 전략을 짜고 있다”며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같은 방침에 따르지 않고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온 무증상자도 검사를 하거나 무증상 양성자를 입원 격리하는 등 일관성 있는 조치를 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불안과 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8일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검사현황은 38만 7925건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2만 8464건에 머무른다. 인구는 약 2배 정도 일본이 많은데 검사 건수는 한국이 18배 많은 셈이다. 이에 대해 이와타 교수는 “감염자가 (신천지 등을 중심으로) 한번 급증한 한국에서는 그 지역과 주변을 집중적으로 검사하지 않으면 안됐다”면서 “일본에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났으면 검사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는 축구시합에서 상대 팀은 슬라이딩어택을 50번 했는데 왜 이 팀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꼴”이라며 한 사회의 질병 확산 정도를 추정하는 방식은 샘플링을 통한 모수 추계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이와타 교수는 “일본에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뉴욕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감염자 수가 파악되지 않아도 감염관리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잘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혈청검사 통해 도쿄 감염상황 검증해야”다만 이와타 교수는 지금까지는 잘해왔지만, 앞으로는 다를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검사를 주문했다. 그는 “특히 우려되는 것은 도쿄”라며 “감염자가 늘어난 것 자체가 아니라 클러스터를 형성하지 않고 추적이 안 되는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28일 도쿄도의 확진지 수는 63명이 추가됐다. 지난 25일부터 3일 연속 40명대 신규 감염자가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는 60명대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도쿄도의 총 확진자 수는 362명이 됐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감염폭발이 일어날지 중대 국면에 있다”며 외출 자제와 재택 근무 등을 요청했다.이와타 교수는 “후생노동성의 기준에 너무 얽매여 있으면 현상 자체를 오독할 수 있다”며 “도쿄도의 어떤 점이 검사 건수를 낮추는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애물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도쿄도의 총 검사 건수는 2269건이다.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실패를 두 번 다시 밟지 않기 위해 ‘플랜A’에 고집하지 말고 오류와 실패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프린세스 다이아몬드는 ‘2차 감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가 ‘2차 감염이 일어났을 리가 없다’의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승객들의 하선을 허용했다”며 “‘감염폭발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가 ‘감염 폭발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가 되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침했다.이와타 교수는 ‘만성적 팬데믹’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시했다. 통상 우리는 감염이 일정한 정점이 이른 후, 다시 감소세로 접어드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이번에도 그럴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도쿄 등의 감염 상황을 명확하기 파악하기 위한 ‘혈청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혈청검사는 PCR 검사보다는 결과 판독이 느리지만, 반대로 더 정확하다. 그는 “2009년 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 런던이 혈청검사를 해 독감이 기존 예측보다 10배 넘게 확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항체 검사는 사후적으로 행해야 할 일이지만 만성적 팬데믹이 될 가능성이 큰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지금’이야 말로 검증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이와타 교수는 “과학이라는 것은 언제나 반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수정하는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플랜B를 이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올 어바웃 '오유']⑥세기의 캐릭터, 누가 맡았나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금까지 공연된 뮤지컬 중에서 가장 많은 입장권 수익을 올린 작품은 무엇일까.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다. 이 한 작품을 전 세계 39개국 188개 도시에서 1억 4000만명이 넘게 봤으며, 60억 달러(약 7조5400억원) 이상의 티켓 매출을 기록했다. 뮤지컬사(史)에 한 획을 그은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도 꼽힌다. 2013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에서 주역을 맡은 조나단 록스머스(유령), 클레어 라이언(크리스틴), 맷 레이시(라울)의 모습(사진=에스앤코)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관객들을 사로 잡는 ‘세기의 캐릭터’로 유명하다. 7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은 조나단 록스머스(Jonathan Roxmouth)와 클레어 라이언(Claire Lyon), 맷 레이시(Matt Leisy) 진용으로 꾸려졌다.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역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품에서 6편이나 주역을 맡은 조나단 록스머스가 출연한다. 2011~ 2012년 월드투어에서 영어 프로덕션 역대 최연소 유령으로 화제가 됐던 조나단은 브로드웨이 월드 어워드(Broadway World Award)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미녀와 야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카고’, ‘스위니 토드’ 등의 작품에서도 주역을 맡았다. 특히 조나단은 유령 역할을 비롯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유다), ‘캣츠’(멍커스트랩), ‘에비타’(체), ‘선셋 블러바드’(조),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 드림코트’(파라오) 등 웨버의 작품 6편에 출연하면서 “웨버의 작품 세계와 음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배우”로 평가받는다. 월드투어에서 두 번째 유령을 맡은 조나단은 더욱 깊어진 캐릭터 표현과 작품에 대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 열린 ‘25주년 기념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 클레어 라이언은 ‘크리스틴’(Christine Daar) 역으로 다시 한번 한국 관객과 만난다. 조나단과는 2012년 월드투어에 이어 두 번째 호흡. 호주 국립오페라단의 ‘애니싱 고즈’와 ‘피가로의 결혼’, ‘박쥐’ 등 다양한 오페라 작품에 출연한 클레어는 호주 오페라계 대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솔로 공연 ‘송스 프롬 스테이지 앤 스크린’(Songs from Stage & Screen)은 큐나드(Cunard) 등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유람선에서 열려 주목받았다. 2013년에는 브로드웨이와 헐리우드의 히트곡을 부른 솔로 앨범 ‘클레어 라이언-온 스테이지’(Claire Lyon-On Stage)를 발매했다. 클레어는 아름다운 외모와 청아한 목소리로 매력적인 ‘크리스틴’을 보여준다. 첫 사랑 크리스틴을 잊지 못하는 귀족 청년 ‘라울’(Raoul) 역은 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맷 레이시(Matt Leisy)가 맡았다. 온, 오프 브로드웨이를 오 가며 ‘스위니 토드’, ‘젠틀맨스 가이드’, ‘오만과 편견’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깊이 있는 연기와 탄탄한 발성의 노래가 장점인 맷 레이시는 크리스틴을 향한 라울의 사랑과 열정을 제대로 전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좌로 부터 맷 레이시(라울), 클레어 라이언(크리스틴), 조나단 록스머스(유령)의 모습(사진=에스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