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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용두사미'규제개혁 안되려면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윤석열 정부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출범시키며 규제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안에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가 되어 정책적, 정무적 판단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통상 총괄·사회 분야, 경제분야를 담당했던 국무조정실 1, 2차장도 모두 규제개혁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로 임명했고, 부처에서도 자체적인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지난 20년 간 보수정권, 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야심차게 칼을 빼들었던 초기의 의욕과는 달리 성과는 미미했다. 그 폐해와 필요성, 시급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번 정권은 다를까? 작금의 대내외적 경제환경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10위권의 성숙한 경제력을 이룩해 더 이상 선진국 베끼기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고령화로 성장동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생존 자체가 숙제이고, 그 답 또한 난망하다. 역대 정부의 실패 이유는 규제개혁이 전 국민의 시대적, 국가적 의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정권이 규제개혁을 외쳐도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뿐 초당적 협력으로 호응하지 않았고 관료들은 보신주의에 입각해 눈치만 보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총체적 지대추구 행위로 기득권 지키기의 전방위적 저항과 관전자의 부화뇌동의 종착점이었다. 속칭 ‘시간은 간다. 끌면 이긴다’의 정신 승리다. 그렇게 시간이 2, 3년 지나면 정권 초반의 강력했던 동력은 점차 사그라들고 대통령의 외침은 점점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가고 마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이익 집단의 속성들이다. 그래서 ‘자율’이란 단어는 태생적 한계이며 도착 할 수 없는 길이 된다. 타율의 힘이 아니고는 자정과 변화는 연목구어이다. 규제개혁을 과연 할 생각이 있는지? 단순히 정치적 수사인지? 혹은 100년 대계의 대한민국을 꿈 꾸며 내린 용단인지? 어떤 길로 가게 될 지는 정부의 ‘선택’을 보면 미리 알 수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누가’ 주체가 될 것인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소비자측 인사가 책임과 결정을 맡도록 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세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 갈래는 입법차원으로 규제의 뼈대가 되는 법률을 과감히 개정, 폐기하는 것이다.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의 생사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우리 국회는 이 중대한 법률제정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첫 국회였던 13대 국회가 938개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20대 국회는 25배나 많은 2만4141개의 법률안을 발의 했다. 기업은 법률에 딸린 시행규칙 하나에도 벌벌 떠는데 이토록 많은 법률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많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양산되겠는가? 아울러 파킨슨의 법칙처럼 공무원의 증가와 사회비용 증가는 필연적으로 후행하며 이는 개인의 자유의 제한과 비용부담(세금) 증가로 귀결된다. 시대에 맞지 않은 법률,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법률들은 과감히 개정하거나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초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야당도 정치적 이유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경제의 성장이라는 대의에 공감하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규제! ‘원인 투 아웃’(하나의 규제를 만들려면 두개의 규제를 없애는 정책)이라니, 일몰제라는 미세 조정들은 5739건의 법령이란 백사장에서 모래 한 알갱이 줍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행정부 차원의 개혁. 얼핏 보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지시하면 바로 규제개혁에 나설 것 같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법률이나 시행령과 같은 명시적인 조문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만 규제가 아니다. 기업에 대한 권고, 자율 지침, 구두지시, 행정지도와 같은 ‘그림자 규제’가 지자체 등 현장 일선에서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 통제가 어렵다. 관료제 특성상 공무원들은 이러한 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확장하려 하고 동시에 문책을 회피하기 위해 규제를 기본값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보이지 않는 행정부 차원의 규제개혁을 위해선 개혁 아젠다가 1,2년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5년 내내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된다는 시그널을 공직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선 대통령이 5년 내내 ‘한 놈만 패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아님 전봇대 하나 움직이는데 5년을 허송세월 하거나 규제 하나 고치는데 400일 소요되는 전철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갈래는 추진 동력 확보이다. 새마을운동은 경제발전이라는 과제에 전 국가적 동력과 자원을 하나로 모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직과 인력과 여론이 한데 모여야 한다. ‘수출 100억불 목표달성’, ‘1000불 소득 이룩하자’는 경제성장과 관련된 표어나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표어로 기억되는 산아제한도 성공한 정부정책이다. 이들의 성공에는 시대적 여론과 국민 개개인의 꿈이 맞아 떨어져 국가가 움직일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도달할 목표와 시간, 같은 생각, 같은 방향에 대한 국민적 동감을 이끌어낸 ‘정신적 합일’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이젠 경제 생산성 향상이 국가의제로 자리잡아야 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지 않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관료들의 편의만을 위한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입법 차원, 행정부 차원, 그리고 정서적 공감이 뒷받침 된 추진 동력 확보라는 세가지 방향에서의 개혁을 통해 이번 정부에서 만큼은 꼭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규제개혁에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시간은 간다. 개혁은 타이밍이다.
- `거야` 민주당, 안전운임제+납품단가 연동제 입법 드라이브
-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을 예고한 가운데, 안전운임제 확대와 납품단가 연동제 등 후반기 국회 입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의 여파가 일상 전반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민생 경제를 살피겠다는 취지인데, `거야`가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를 두고 또다시 `입법 독주`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상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오른쪽 세 번째)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직 민생!”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30일 오전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적용 대상 확대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일몰제 폐지와 적용 대상 대폭 확대다. 현재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은 특수자동차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으로 전체 사업용 화물차량의 6%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적용 대상을 특수자동차 뿐만 아니라 일반화물차까지 포함시키고, 교통사고 발생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환적 컨테이너 △시멘트 원료 △철강재 △위험물질 △자동차 △곡물 및 사료 △택배 지간선차 등 7개 품목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민생우선실천단 측은 “확대 대상 품목들은 업계 특성상 저운임 구조가 만연해 과속·과적·과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큰 품목들”이라면서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개정안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 문제 역시 조속히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사업자와 하청업체 간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대·중소기업이 분담하자는 취지로, 민주당은 지난해 이미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입법 토론회에서 “우리 경제에 가해지는 전방위적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납품단가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 원가 상승으로 인한 손해까지 오롯이 떠안고 있다”면서 “이번 위기를 못 넘기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 대한민국 모두가 흔들린다. 불공정을 해결해 중소기업이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신중한 모습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 “중기부 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기업과 간담회를 열었으나 중소기업의 상황 인식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강력한 법으로만 연동제를 현실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감대와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성과를 분석한 다음, 일몰 폐지 또는 연장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민주당,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품목 확대 법 개정 나선다
-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선다.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품목 확대를 위한 법제화 추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산하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팀`(팀장 최인호 의원)은 30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화물연대본부와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발의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회견에는 팀장 최인호 의원을 비롯해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팀 소속 의원들과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종료 후 참석자들은 함께 국회 의안과에 개정안을 제출한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대폭 확대다. 현재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은 특수자동차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으로 전체 사업용 화물차량의 6% 수준에 불과하다. 개정안은 적용 대상을 특수자동차 뿐만 아니라 일반화물차까지 포함시키고, 2개 품목에서 7개 품목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출입 및 환적 컨테이너, 시멘트 및 시멘트 원료, 철강재, 위험물질, 자동차, 곡물 및 사료, 택배 지간선차 등이다. 민주당은 하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이번 개정안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법 통과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 14일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합의한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와 운송료 합리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다. 민생우선실천단 측은 “최근 파업 사태에서 봤듯이 일몰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일몰 기한을 조금 더 연장한다 해도 일몰 기한이 도래할 때마다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현행 법률에 부칙으로 들어가 있는 일몰 기한을 삭제하고 일몰제를 폐지해 안전운임제가 운송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됐다.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것으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고 종료하는 3년 일몰제를 적용했다.
- 文정부서 높인 사회적가치 배점 줄인다…공공기관 재무평가 강화
-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경영평가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재부)[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했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평가 비중을 줄이고, 재무성과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공공기관 경영여건 변화, 정책환경 변화 등을 종합 감안해 경영평가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경평이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기관 운영과정에서 효율성 및 수익성이 균형 있게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 구성을 재설계한단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가치 지표의 비중을 낮추고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확대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경영평가 개편을 되돌리는 방향이다. 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안에서 `사회적 가치 평가 강화`에 방점을 찍고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과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 지표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전체 경영평가 점수 100점 중 7점이었던 일자리 창출, 사회 통합, 안전·환경,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 지표 점수는 문 정부에서 25점까지 확대됐다. 반면 10점이었던 재무성과 관리지표 점수는 5점까지 줄었다. 정부는 사회적 가치 지표들 가운데 일정 수준 달성된 지표 등을 중심으로 지표 비중을 줄이고, 경영성과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재무성과 지표의 배점 비중은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만경영 방지 차원에서 조직과 인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표도 실효성을 강화한단 방침이다. 또 기능과 인력 구조조정 등 생산성을 높이거나 민간 혁신 지원 노력과 같은 공공기관의 혁신노력 성과를 핵심지표로 설정하고, 개선도가 높은 공공기관에는 성과급을 더 준다는 방침이다. 현행 경영평가에 따라 공공기관별로 등급을 산정하고 이를 성과급과 연계하는 방식은 재검토한다. 공공기관의 주요 사업 지표는 그동안의 환경 변화와 사업 추진 상황 등을 고려해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현재 주요 사업 지표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으로, 기관별 주요 사업 지표 구성의 적정성과 목표의 도전성 등을 살펴본단 방침이다. 아울러 기관의 평가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유사·중복 지표는 축소하고, 정부 정책 권고사항은 일몰제를 도입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멸하도록 한다. 정부는 민관 합동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7~8월 중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2022년도 경영평가편람부터 이 같은 개편 방안을 반영한다.
- 화물연대 파업 끝났지만 …산업계 '우려' 더 커졌다
-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박민·함지현 기자] 자칫 대한민국 산업시계를 멈춰 서게 할 뻔한 화물연대 파업이 8일 만에 종료됐지만,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첫 시험대가 된 화물연대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되긴 했지만, 강경한 대응을 통해 해법을 내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가 결국은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화물연대 파업기간 산업계는 이미 추정치로만 2조원, 실제로는 이를 크게 웃도는 손실을 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파업의 발단이 된 ‘안전운임제’는 그대로 유지, 기업들은 부담을 떠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특히 국가 물류를 볼모로 한 파업을 통해 화물연대가 원하는 바를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될 경우 산업계만 손실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손실만 남긴 파업…정상화에도 ‘어려움’15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인 14일 밤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7일 자정부터 화물운송 거부에 나선 화물기사들은 이날부터 현업에 복귀했고, 철강·시멘트·석유화학·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물류 운송 차질도 정상화에 돌입했다. 다만, 8일간 운송이 멈추고 공장 가동이 중단된 만큼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8일간 손실액은 집계된 것만 2조원을 넘어선다. 이는 철강 5개사, 화학 8개사 등 대표 기업만을 집계한 것으로 현장에서 손실은 2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이날부터 시멘트 출하 재개에 나섰다. 출하 봉쇄가 풀리게 된 만큼 평소보다도 30~40%가량 더 많은 양의 시멘트를 내보내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수량을 조금씩 보충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의 1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누적 손실액만 1060억원에 이른다.시멘트를 공급받게 된 레미콘사들도 즉각 공장 재가동에 돌입했다. 시멘트 재고가 부족해 사실상 생산을 중단했던 레미콘 업체들은 이날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을 속속 재개하는 모습이다. 다만 완전히 비어 있는 재고를 보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상화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레미콘사들이 이번 파업으로 본 피해액은 약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대표 5개사 기준 1조1500억원이 넘은 손실을 본 철강업계도 이날부터 철강재 육송 출하를 재개했다. 포스코의 경우 지금껏 육송 출하가 지연된 물량은 약 30만톤(t)에 달한다. 밀렸던 물량을 모두 출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달 말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번 파업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포항제철소 선재공장 4곳과 냉연공장 1곳은 16일부터 모두 정상 가동할 계획이다.◇파업 철회 환영하지만, ‘불씨’ 여전히 남아 산업계에서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철회를 환영하면서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정부가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을 연장하기로 합의한데다 안전운임 적용 품목도 확대 논의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화물연대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 보장을 통해 과로·과적·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적정임금을 법으로 규정해 놓은 제도다. 2020년에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12월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시행해달라고 요구해온 반면 화주와 운송사업자는 예정대로 올해 말 제도를 종료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실제로 화주와 운송사업자 측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품목별로 운임이 30~40% 올랐다고 주장한다. 위험물 등 품목이나 업종에 따라 중복할증이 붙는 경우 70% 이상 물류비가 급등한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만약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더라도 안전운임제 산정, 운영 방식 등은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래미콘업계는 이번 안전운임제 연장에 따른 제품가격 연동 인상을 우려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시멘트 가격에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비용을 포함해 지불해 왔다”며 “그러나 예정했던 대로 일몰(폐지)되지 않고 계속되면 추가적인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물류 무기 삼는 행태 반복할까 두려워”…“강경 대응 필요”특히 이번 타결에서 안전운임제를 얼마나 한시적으로 연장할 것인지, 또는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매듭을 짓지 못한 ‘미봉책 연장’이어서 불씨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다시 화물연대가 파업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화물연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사 간 갈등 상황에서 파업이나 불법, 부당행위 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물류와 같은 산업 근간을 무기 삼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의 보다 강경하고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화물연대 사태는 코로나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고통만을 남겼다”며 “새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불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화주연합회가 있는 한국무역협회는 “시장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운임제도의 지속 추진은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매번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국가산업과 경제를 볼모로 하는 이번과 같은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실력행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화물연대 파업 어렵사리 끝났지만…노동계 하반기 투쟁 본격화 우려
-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대규모 파업인 화물연대 총파업이 어렵사리 종료됐지만, 노동계가 하반기에도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정부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격해질 노동계의 투쟁은 치솟는 물가로 인한 임금 인상 요구와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화물연대의 총파업 8일째인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국토교통부와 협상을 마친 화물연대 김태영 수석부위원장(가운데) 등이 회의실을 나와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1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내달 2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통해 △최저임금 업종 차등 적용 저지, 대폭 인상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할 예정이다.민주노총은 이번 대회에 7만명이 모일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노동자대회 전체 참가 규모인 8000명에 10배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경찰과 민주노총이 정면으로 부딪쳤고, 경찰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올해는 방역 상황이 개선되면서 대규모 집회가 가능해졌지만, 그럼에도 경찰과 충돌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오는 8월에는 민주노총, 9월에는 공공운수·보건의료노조, 10월에 다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노동계가 계획한 연속된 투쟁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요구와 함께 정부가 추진할 노동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먼저 임금 단체협상이 몰려 있는 여름에 노동계의 투쟁이 집중되는 이른바 ‘하투’(夏鬪)부터 노사갈등이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임금이 대폭 올려야 된다는 게 대기업 노조들의 입장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4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소득 분배구조 개선을 위해 월 기본급 14만2300원을 정액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가 진행 중인 최저임금도 갈등의 불씨다. 현재 최임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과 인상률 심의를 앞두고 있다. 노동계는 치솟는 물가에 맞춰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된다며 인상이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오히려 업종별로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사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대법원이 지난달 26일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한 노조의 임금피크제 개선·폐지 요구도 갈등 요소다. 한국노총은 이미 산하 조직에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 대응 방향’이란 지침을 내려보내 “신규 임금피크제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도입을 저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파업을 종료한 화물연대도 정부와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화물 기사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격인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를 주장하지만, 정부·여당은 일몰 연장을 제시하고 있다.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정책들도 노동계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새 정부는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할 의사를 국정과제 등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을 구체화하는 식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를 막고자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노동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악과 무력화를 시도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며, 법의 엄정한 집행과 중대재해 감소의 근본대책 마련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