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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여사에 "표절은 '정신적' 도둑질", 사과 요구한 당사자
-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표절 논란 논문 피해자인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사가 “정신적 도둑질”이라며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했다.사진=뉴시스구 교수는 11일 KBS ‘사사건건 플러스’와의 스튜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자신의 표절 피해를 공개하며 김 여사 논문에 대한 국민대의 ‘연구부정 아님’ 결론에 이의를 제기했던 구 교수는 이날 TV에 직접 출연해 이번 결정의 부당성을 호소했다.구 교수는 먼저 사안이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데 따른 부담을 묻는 질문에 “부담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 저는 제 몫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구 교수는 “표절이라는 것은 남의 글이나 생각 또는 방법론, 이런 것들을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로 몰래 따오는 것, 이것이 표절”이라며 “그러면 김건희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을 펴놓고, 제 논문을 펴놓고 나란히 비교했을 때 이것이 몰래 따 왔느냐, 아니냐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출처가 있느냐 없느냐, 이것을 확인하면 되겠다”고 지적했다. 표절의 기준을 본다면 김 여사 논문은 명백히 표절이라는 주장이다. 구 교수는 “인용은 출처를 밝혀서 따오면 칭찬을 받는다. 반면에 출처를 숨기면 정신적 도둑질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극과 극의 평가를 받게 된다”며 논문에서 인용이 아닌 표절이 문제되는 이유도 설명했다. 구 교수는 “김건희 박사의 석사 논문 같은 경우는 40~50%의 표절률을 보이고 있고 박사 논문 같은 경우, YTN 조사 결과로는 29%,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15%의 표절률이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어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비교해 봤을 때 2장 1절의 경우에는 한 3쪽에서 4쪽 정도 되는데, 100% 똑같았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그대로 베껴 썼다”고 지적했다.구 교수는 “심지어는 각주까지도 똑같고, 제 논문에는 본문에 있던 것을 각주로 가져와서 마치 자기가 직접 쓴 글인 것처럼 위장도 했다고 보이는 부분이 있다”며 김 여사 논문의 표절 정황이 뚜렷함을 거듭 강조했다.구 교수는 “단순 실수일 수 없다. 짜깁기라는 것은 제 논문의 위에 있는 것을 아래로, 아래에 있는 것을 위로, 여러 가지 섞어가지고 이렇게 하나의 조각조각 맞춘, 마치 조각보를 맞추듯이 짜가지고 하나의 옷을 맞춘 거니까 전체를 가져다가, 훔쳐다가 자기 글처럼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단순 표절 실수, 이렇게 볼 수는 없다”며 김 여사 논문의 표절 의도성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KBS 캡처구 교수는 국민대가 표절 아님 판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국민대의 표절 검증을 박사 학위 불량 검증 사건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 국민대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구 교수는 “일부 표절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 이건데, 일단 학계 어느 곳에서도 일부라도 표절하는 것을 용인하는 교수님, 학자가 있으면 한번 나와보시라고 하시라”며 국민대가 출처 표기 없는 인용, 곧 표절을 인정하고도 연구 부정은 아니라고 주장한 결론을 비판했다.또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수준 범위 안에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국민대는 박사 학위를 주는 검증 기관일 뿐만 아니라 수여 기관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위를 주는 이런 기관에서 마치 일부 표절이 있더라도 문제가 없다, 이렇게 얘기한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대의 현재 이 발언은 반드시 취소가 좀 되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구 교수는 “김건희 여사의 리스(RISS), 학술 연구 서비스 내려받기 조회 수가 1만 1000건이 넘었더라. 그러면 끊임없이 제 논문이 표절당한 이 사례가 아무런 피해 구제 없이 계속 퍼뜨려지고 있는 것인데, 이런 걸 막지 않는다면 누가 피해를 그러면 막아줄 것이냐”며 “김건희 여사가 먼저 표절 당사자로서 사과를 좀 하고 더 나아가서 이제 지도교수 또 심사위원들, 국민대 모두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도 요구했다.
- "샌드박스, 크리에이터 위한 '기회의 장'으로 만들 것" [인터뷰]
- 김학준 샌드박스네트워크 CCO(사진=김태형 기자)[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크리에이터가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겠습니다.”김학준 샌드박스네트워크 CCO(최고콘텐츠책임자)는 JTBC 룰루랄라스튜디오 CP로 재직 당시 박준형의 ‘와썹맨’, 장성규의 ‘워크맨’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흥행시키며 웹콘텐츠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계의 대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샌드박스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 CCO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고, 그 결과 샌드박스는 막강 콘텐츠 라인업을 구축하며 ‘콘텐츠 허브’로 도약할 수 있었다. OTT 플랫폼 왓챠에서 만날 수 있는 ‘노키득존’을 비롯해 ‘응사이트’(김응수), ‘힙합흑수저’(조나단), ‘좀비트립’(정찬성)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히트 콘텐츠가 모두 샌드박스가 내놓은 작품들이다.김 CCO는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샌드박스에는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갖춘 450여 팀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는데, 이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담아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샌드박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유튜브를 넘어 OTT에도 진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김학준 샌드박스네트워크 CCO(사진=김태형 기자)◇자체 프로덕션 강화… 입소문 타고 날개“처음엔 MCN에 대한 물음표로 가득했죠.”김 CCO는 샌드박스에 대한 첫인상을 이같이 표현했다. 오랜 시간 방송사 PD로 재직했던 터라 김 CCO는 MCN이란 단어 자체가 무척 생경하게 느껴졌다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니 MCN이란 단어 세 글자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담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방송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흐름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부가적으로 IP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협업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라인업도 다채롭다. 도티, 유병재, 조나단, 최희, 슈카, 승우아빠, 풍월량, 옐언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인정받은 450여 팀의 크리에이터가 매일 같이 새로운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네트워크와 자체 프로덕션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청층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진출과 커머스 사업, 크립토 사업 등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와 열정은 참 대단합니다. 어떨 땐 PD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때도 있죠. PD들은 각자 생각한 틀 안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크리에이터들은 틀을 과감히 깬 결과물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또 시청자와의 소통도 활발하고, 시청자의 니즈를 즉각 콘텐츠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김 CCO는 샌드박스에 합류 후 가장 먼저 한 일로 킬러 콘텐츠 확충을 꼽았다. 샌드박스가 크리에이터 집단인 만큼, 자산과도 같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결과 샌드박스는 숏폼, 미드폼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샌드박스의 콘텐츠는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다각화를 이뤄냈다. 실제로 오리지널 콘텐츠 ‘노키득존’은 OTT 플랫폼 ‘왓챠’에 진출했고, 올해 기획·제작 중인 콘텐츠 중에서도 OTT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노키득존’은 왓챠에서 톱2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콘텐츠가 됐다는 거죠. 보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합을 짜곤 하잖아요. 하지만 ‘노키득존’은 짜여진 시나리오가 아닌 리얼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코미디로 승부수를 뒀고,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좀비트립’은 샌드박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사장될 뻔한 아이디어를 밸류업시켜 지금의 ‘좀비트립’으로 완성해냈거든요. 보통 ‘이 아이디어 별로’라고 말하면 그 이후로 끝인데, 샌드박스는 ‘좀 더 새로운 아이디어 없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고 지금의 ‘좀비트립’을 만들어냈어요.”김학준 샌드박스네트워크 CCO(사진=김태형 기자)◇“크리에이터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회사”김 CCO는 샌드박스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크리에이터 친화적인 회사’라고 답했다. 소속된 크리에이터만 450여 팀에 달하지만, 각 크리에이터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나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샌드박스는 전통적인 매니지먼트와는 결이 다르다. 전통적인 매니지먼트는 기획사가 주도하는 방식이라면, 샌드박스는 회사와 크리에이터와 수평적으로 관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차별점이다.김 CCO는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방향성을 지지하는 회사”라며 “그래서인지 더욱 깊은 신뢰관계를 쌓게 되고,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자랑했다.그러면서 김 CCO는 샌드박스 구성원들의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주니어 PD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듣다 보면 눈이 번쩍 떠진다고.“샌드박스에는 머리 좋은 친구들이 참 많아요. ‘노키득존’과 ‘좀비트립’도 주니어 PD 의견에 확장해서 만든 사례죠. ‘좀비트립’의 경우 첫 기획안은 ‘파이터를 찾아서’였는데요. 거듭된 회의를 거쳐서 UFC 챔피언인 정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정찬성이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일반인 싸움꾼을 만나는 구성으로 확장해 나갔어요. 아마도 이것이 샌드박스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2% 부족한 아이디어도 다 함께 머리를 맞대서 밸류업을 해낸다는 점에서, 이처럼 좋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김학준 샌드박스네트워크 CCO(사진=김태형 기자)◇유니버설뮤직과 손잡고 아이돌 론칭 계획도샌드박스는 유니버설뮤직과 손잡고 아이돌 그룹 론칭도 계획 중이다. 김 CCO는 기존의 K팝 아이돌 데뷔 흐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마도 유튜브에서 최초로 탄생한 아이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연습생이 여섯 명 정도 있는데요. 유튜브로 먼저 아이돌 그룹의 탄생기를 담은 콘텐츠를 공개하고, 데뷔조가 최종 확정되면 첫 싱글앨범을 발매하는 흐름이 될 것 같아요. 기존 방송사는 ‘경쟁’을 강조한다면, 저희는 ‘리얼리티’를 추구해요. 아마도 영화 ‘싱 스트리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곧 오픈될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하하.”엔데믹 시대를 겨냥한 오프라인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소위 말해 ‘화면을 뚫고 나온’ 크리에이터가 시청자가 현실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김 CCO는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모여서 오프라인에서도 소통 가능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며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우리 오리지널 콘텐츠가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대형화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그러면서 김 CCO는 IP 비즈니스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샌드박스가 진행 중인 IP 비즈니스로는 △상품화 사업(MD 라이센싱, 자체 제작, 온·오프라인 유통), △디지털 사업(게임 등 APP 개발/컬래버레이션, 이모티콘 등 디지털 상품 개발 및 라이센싱), △콘텐츠 공급 사업(케이블, IPTV, OTT 등 플랫폼 내 콘텐츠 공급,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 제작 및 공급) △오프라인 사업(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 사업, 전시회, 오프라인 유통) 등이 있다. 실제로 샌드박스 소속 크리에이터 민쩌미는 가수에 이어 뮤지컬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민쩌미는 내달 15일까지 ‘민쩌미’ IP를 활용한 뮤지컬 ‘민쩌미 : 사랑해요 엄마!’로 관객들을 만난다.“이제는 콘텐츠 하나로 끝나는 시대가 아닙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해당 콘텐츠 IP를 활용한 비즈니스도 중요한 시대죠. 그동안은 아이돌 그룹 같은 사람의 IP를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많았다면, 샌드박스는 콘텐츠 IP를 활용한 비즈니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 베르베르 “한국인 최고의 독자…시선 늘 미래 향해 있어”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30년간 무려 한국어판 누계 ‘3000쇄’(2021년 12월 기준)를 찍은 인기 작가다. 쇄(刷)는 같은 저작물을 인쇄한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3000쇄 돌파는 그만큼 꾸준히 인기리에 읽혀왔다는 의미다. 특히 35개국에서 2300만부 이상 팔려나갔는데, 이중 절반 이상(1250만부)이 한국 독자다.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외국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1)다. 그가 신간 장편소설 ‘행성’(전 2권·열린책들)을 들고 돌아왔다. 2018년 국내 출간한 ‘고양이’와 2021년 ‘문명’에 이은 ‘고양이 시리즈’ 3부작으로,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 모험의 완결편이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퍼져나가던 2020년 프랑스에서 먼저 발표된 이 작품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디스토피아적 색채가 강하다.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외국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열린책들 제공).베르베르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3부작의 완결인 ‘행성’은 코로나19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고양이 3부작 통해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지능을 가진 유일한 존재가 아니며, 인류가 사라진 뒤에 고양이가 살아남아 문명을 세울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불멸의 존재라고 믿는 인간이란 종의 취약성에 대한 인식”이 연작을 관통한다고 말했다.그는 “3부작에서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는 것은 페스트와 내전인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재난이 오늘날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면서 “인류가 직면할 위협인 바이러스와 인류 자신을 향한 공격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역설했다.이번 소설의 배경은 뉴욕이다. 전쟁과 테러, 감염병에 인구가 8분의 1로 줄고, 시스템이 마비된 도시는 쓰레기와 쥐들로 덮여있다. 주인공 바스테트는 쥐들이 없는 세상을 찾아 뉴욕으로 향하지만, 이 역시 쥐군단이 점령했고 살아남은 약 4만명의 인간만이 쥐를 피해 200여개 고층 빌딩에 숨어 산다. 베르베르에게 초고층의 뉴욕은 “쥐들에 쫓겨 공중에 고립된 인류를 구현해줄 도시”였다. “하늘에 닿을 듯한 빌딩들이 숲을 이룬 뉴욕이야말로 지상을 점령한 쥐들에게 쫓겨 높은 곳으로 올라간 인류의 모습을 그리는 데 적절한 무대”였다는 것이다.실례로 소설 속 102개 인간 집단 대표자들은 프리덤 타워에 모여 총회를 열고, 쥐를 없애기 위한 방법론으로 핵무기를 거론하는 등 자구책을 논의한다. 마치 사회 축소판처럼 이곳에서도 이민자 문제, 인종차별, 성문제 갈등과 반목이 존재한다.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행성 1·2’. 고양이 시리즈 3부작의 완결편이다.(사진=열린책들).“이번에 제가 눈여겨본 것은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처하는 인류의 새로운 방식이었어요. 과거에는 대부분 국가적, 국지적 차원에서 감염병에 대응했다면, 이번은 달랐습니다. 아마도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한 최초의 감염병으로 기록될 겁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국제적 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베르베르는 그러면서 “인류는 공동의 적 바이러스 출현으로 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계적 차원의 연대를 보여줬다”면서 “인간이란 존재는 역경이 닥치면 단결하고 행복 상태에선 분열하는 본성을 지녔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책은 지금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쥐가 아니더라도 분명히 다른 동물이 우리를 공격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당장 바꿔야 할 인간의 삶의 방식으로 ‘산아제한’을 거론했다. 그는 “산아 제한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구상의 인간들은 지구의 능력을 뛰어넘는 소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도저히 살 수 없는 행성을 물려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요즘 천착하는 관심사도 ‘물’이다. “미래에는 물, 특히 식수 문제가 인류에게 아주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고양이 시리즈의 완결편인 신작 장편소설 ‘행성’을 들고 나온 프랑스 출신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생전 모습(사진=열린책들 제공).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이유를 묻자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독자들”이라며 치켜세웠다. 베르베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늘 미래로 향해 있다”면서 “미래에 대해 말하는 내 책의 메시지가 과거에 잡혀 있거나,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다른 나라들보다 한국에서 훨씬 큰 반향을 일으킨다”고 봤다. 이어 “한국에서의 성공은 뛰어난 출판사와의 협업 덕분”이라며 잊지 않고 출판사에 공을 돌리기도 했다. “어떤 책이 성공하려면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출판사를 만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품질에 대한 출판사의 엄격함과 고집이 한국 독자들에게 알려진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자신이 쓴 소설의 힘은 무엇인지 묻자 “유머가 없으면 모든 게 너무 무겁고 심각해진다”며 “이런 차원에서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애쓴다”고 답했다.좋은 소설의 요건으로는 독창성, 서스펜스(미결정·걱정·불안 등을 의미), 유머 3가지를 꼽았다. “기존의 책들과 다른 책이어야 해요. 또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서스펜스가 유지돼야 하고요. 독자들을 문득문득 미소 짓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합니다.”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구조부터 견고하게 짜야 한다”며 자신을 가리켜 “이야기의 뼈대에 방점을 두고 글을 쓰는 작가”라고 했다. 그는 “소설의 힘은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의 얼개에서 나온다고 믿는다”며 올여름 한국의 온라인플랫폼 ‘패스트캠퍼스’를 통해 이같은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낼 계획도 소개했다.글을 쓰는 원동력은 단연 ‘독자’다. “동력은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독자들 입니다. 팬데믹(대유행)으로 해외 독자들을 찾아갈 기회가 없어져 너무나 아쉽더군요.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가능한 한 빨리 한국을 찾아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 “학생증 10만원에 빌려드려요”… 돈벌이 된 대학 축제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코로나19 이후 3년여 만에 열리는 대학 축제들에 유명 연예인 공연이 곁들여지자 무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학생증을 거래하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25일 SNS에 ‘한양대 학생증’을 검색하면 나오는 양도 관련 게시글들. (사진=트위터 캡처)각 대학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까지 중앙대와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시내 대학들에서 5월 맞이 봄 축제가 열린다. 각 대학은 이번 축제에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도 준비했다. 싸이, 걸그룹 에스파, 잔나비, 지코, 다이나믹 듀오 등 인기 연예인들이 축제 무대에 선다.대학들은 재학생들이 무대 앞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게 우선권을 부여키로 했다. 지역 주민, 특정 연예인의 팬들까지 대거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일종의 ‘재학생 혜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양대 총학생회의 경우 학생증을 보여주면 재학생용 팔찌와 스탬프를 통해 먼저 입장이 가능한 ‘한양존’ 등을 운영키로 했다.상황이 이렇자 ‘학생증’이 거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한양대 학생증’, ‘학생증 양도’ 등을 검색하면 날짜별로 학생증을 대여해줄 수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증을 빌리고 싶다는 글도 물론 있다.축제를 앞둔 지난 24일부터 25일 사이 학생증의 하루 대여 가격은 5만~1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었다. 오는 26일 학생증 대여 의사를 밝힌 한양대 학생 A씨는 “지금까지 최대 10만원을 제시 받았다”며 “2~3만원 정도만 더 얹어주면 바로 거래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 B씨는 “25일(싸이 공연), 26일(에스파, 잔나비 공연)은 7만원에 빌려줬다”며 “27일은 5만원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당일 학교에 찾아와서 연락하면 학생증을 빌려주고, 같이 입장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트위터로 하루 5~6건의 양도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학생증 거래 의사를 밝힌 이들은 “축제에 관심이 없어서 안 가려고 했고, 필요한 사람에게 양도하는 건 내 자유”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달라진 대학 축제 풍경에 씁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학생들 중심의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학생증도 돈벌이 수단이 됐는데 총학(총학생회)에서 검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트위터에 학생증 양도 글 올린 사람들은 제재할 수 없냐”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한양대 졸업생인 송모(30)씨는 “학생증 거래까지 이뤄지는 줄은 몰랐다”며 “예전엔 축제 때 같이 놀고 추억을 쌓았는데 이젠 개인적인 ‘용돈벌이’ 기회가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 한석봉 '의열사기'·대형 '대안문'…조선 '현판'을 만나다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조화로움을 기르다’(양화당), ‘선왕의 뜻을 받들어 어진 정치를 펼치다’(인정문), ‘만수무강을 받들다’(봉수당).조선시대 현판의 다채로운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5월 19일부터 8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이다.조선시대 글자나 그림을 새겨 문이나 벽에 달았던 현판(懸板)은 건물 이름을 알려주는 명패 혹은 정보를 담은 게시판 역할을 했다. 전각 명칭이 조각된 현판은 건물의 얼굴과 같은 역할을 했기에 정성스럽게 제작했다. 국립고궁박물관 궁중 현판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궁궐 건물이 훼손될 때 철거됐고, 여기저기를 떠돌다 2005년부터 박물관 소장품이 됐다.1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설명회에서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현판은 수량이나 가치 면에서 손꼽히는 유물로 조선시대 궁궐건축의 화룡점정과도 같다”며 “대규모 궁중 현판 전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고 설명했다.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18일부터 8월 15일까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현판’ 특별전을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사진=김태형 기자).◇83점 현판 중점적으로 소개현판은 궁궐 건축물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이지만, 박물관 전시에서 주인공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 전시는 현판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현판 775점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된 조선왕조 궁중 현판 81점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현판 2점까지 83점을 선보인다. 국보 ‘기사계첩’과 각자장(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장인) 작업 도구 등을 포함하면 출품 자료가 100점을 넘는다. 출품 현판 중 ‘대안문’(大安門·아주 편안함) 현판이 가장 크다. 가로 374㎝, 세로 124㎝이다. 근대사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던 경운궁(현 덕수궁)에 걸렸던 것이다. 1904년 큰 화재가 나자 고종의 명으로 ‘대한문’(大漢門)으로 교체됐다. 지금은 덕수궁 정문에 ‘대한문’ 현판이 걸려 있다. 크기가 비슷한 ‘인화문’(仁和門) 현판은 대안문 이전에 덕수궁 정문으로 사용된 문이다. 인화문과 대안문 현판 모두 글자 새김 솜씨가 매우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18일부터 8월 15일까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현판’ 특별전을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사진=김태형 기자).1부 ‘만들다’에서는 현판 제작 기법과 장인을 소개했다. 명필 한석봉이 쓴 ‘의열사기’(義烈祠記) 현판(1582년)은 박물관이 소장한 현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의열사기 현판에는 백제 의자왕과 고려 공민왕 시기 충신을 모시기 위해 세운 충남 부여 의열사 내력을 새겼다. 조선시대 현판은 각자장과 단청장 등이 만들었고, 글씨는 당대 명필뿐만 아니라 내시 등 다양한 사람이 썼다. 창덕궁 대은원(戴恩院) 중수 내용을 새긴 현판이 내관이 쓴 대표적 유물이다.2부 ‘담다’는 현판 내용을 성군(聖君)의 도리, 백성을 위한 마음, 신하와의 어울림, 효(孝) 등 왕도 정치 이념이 투영된 네 가지 주제어로 살핀다. 이어 3부 ‘걸다’는 다양한 기능의 현판 20점을 벽면에 걸어 관람객이 압도되는 느낌을 받도록 연출했다. 왕이 신하에게 내린 명령과 지침, 국가 행사 날짜를 새긴 현판 등으로 꾸몄다. 임지윤 학예연구사는 “조선 왕실과 지배층은 국가를 번성시키고 조화로운 정치를 펼치기 위한 소망을 현판에 담았다”며 “오늘날 자산의 공간에 대한 꿈을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