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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관통하는 콘텐츠…컴백, 셰익스피어
- ‘셰익스피어는 영원하다.’ 내년 타계 400주년을 맞아 새롭게 변주한 굵직한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왼쪽부터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5월 7~9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할 오태석 연출의 ‘템테스트’, 명동예술극장의 올해 첫 제작공연인 연극 ‘리어왕’에서 리어로 변신한 배우 장두이, 예술의전당 제작 연극 ‘페라클레스’에서 열연하는 배우 유인촌이다. 유인촌은 극중 늙은 페리클레스와 해설자 1인2역을 소화한다(사진=부산국제연극제·명동예술극장·예술의전당).[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광기 서린 셰익스피어 대사의 힘은 배우의 말로 관객을 울린다”(보이스연출가 류미). “내가 떠나기 전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무대에 올리고 싶다”(연출가 임영웅). “철학적이면서도 시적이다. 셰익스피어 고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배우 유인촌).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연극계에서 여전한 화두다. 400년 넘게 숱하게 공연했지만 세월의 힘에 지지 않고 시대를 꿰뚫는다. 뛰어난 상상력과 특유의 통찰로 쓴 희곡들은 문화·언어를 뛰어넘어 지금껏 무대에 오른다. 내년 타계 400주기를 앞둔 올해 국내 무대에도 굵직한 셰익스피어 연극은 이어진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연극의 주제는 국가와 문화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셰익스피어는 다르다. 시대를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다”며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 배우·연출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변주할 수 있는 것도 묘미”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상상 그 이상…‘리어왕’ “불어라, 바람아! 내 뺨이 찢어지도록. 폭우야 쏟아져라. 태풍아 몰아쳐라… 이 세상 둥근 땅덩이를 때려 창조의 모태를 부수고 배은망덕한 인간의 씨를 말려버려라.” 명동예술극장이 올해 첫 제작연극으로 선보인 ‘리어왕’ 중 한 장면. 믿었던 두 딸에게 배신 당해 황야로 내쫓긴 뒤 백발을 쥐어뜯으며 사나운 비바람과 싸우는 리어가 광기와 분노에 저주를 내뱉는다(사진=명동예술극장).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 연극 ‘리어왕’(5월 10일까지) 무대. 리어왕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황야에서 울부짖었다. 2t 분량의 빗물이 무대 위로 쏟아져 내리고 뿌리째 뽑힌 나무와 바닥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리어왕을 연기한 배우 장두이의 입에서는 저주가 흘러나왔다. 셰익스피어가 작가로서 가장 성숙했던 41세 즈음에 쓴 비극이다. 희극·사극·로맨스를 두루 섭렵한 후 무르익은 필치로 써 ‘셰익스피어 비극의 정수’로 불린다. 노쇠한 리어왕이 한순간의 실수로 막내딸 코딜리어를 내치고 믿었던 두 딸에게 배신을 당해 결국 미쳐가다 죽는다는 이야기. 인간본성에서부터 빈부격차, 세대간 갈등, 노인·관습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통한 인간과 삶, 사회에 대한 각성을 담고 있다. 희곡을 번역한 윤광진 연출이 2개월 동안 7차례를 작품수정을 해 재탄생시켰다. 윤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 유독 현대감각이 돋보인다. 굳이 현대어로 바꾸지 않고 원전에 충실했다”며 “요즘의 상황과 연관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이거나 변주이거나…‘페리클레스’‘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쓴 ‘4대 로맨스극’ 중 하나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처드 3세’ ‘햄릿’ 등과 함께 가장 인기를 모았던 레퍼토리다. 5월 1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예술의전당의 제작연극 ‘페리클레스’ 중 1인2역을 맡은 배우 유인촌의 연습장면(사진=예술의전당).스스로를 ‘셰익스피어를 사모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양정웅이 연출을 맡고, ‘셰익스피어 매력에 대극장 무대 복귀를 결심했다’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배우로 나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유인촌은 극중 해설자 ‘가우어’ 역과 ‘늙은 페리클레스’ 역을 맡는다. 그는 “대사 하나하나가 시적이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대사를 썼을까 감탄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대사는 요즘 어법에 맞게 손보되 원작의 시적 표현을 최대한 살렸다. 양 연출은 “우리가 겪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게 기가 막히다. 지금도 있을 법한 잔혹한 현실을 다루지만 희망과 낭만,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진화하는 셰익스피어…부산국제연극제5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12회 부산국제연극제의 올해 주제는 ‘웰컴, 셰익스피어’다. 초청한 6개국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하나씩을 올린다. 김동석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은 “고전 중 고전인 셰익스피어야말로 연극 본연의 의미와 재미를 느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시대와 국가, 언어를 초월하는 고전을 세계 각국에서 어떤 식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는지 확인하자는 게 기획의도”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내달 7~9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태석 연출의 연극 ‘템페스트’ 중 1막 불이 난 갑판 위 장면(사진=부산국제연극제).삼국유사와 만난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가 앙코르공연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셰익스피어가 말하려 한 연극의 허구성과 삶의 무상함이 강렬하게 담겼다. 여기에 생략과 비약, 의외성과 즉흥성, 백중놀이와 만담, 씻김굿 등 오태석 특유의 연출법을 더했다. 우리말의 3·4조, 4·4조의 운율을 살린 것도 특징. 이외에 러시아 발틱하우스의 ‘맥베스’, 미국 캠트 극단의 ‘마리오네트 햄릿’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맥베스’에는 전라 장면이 있어 19금 작품이 됐다. ‘마리오네트 햄릿’은 인형극이다. 마리오네트가 조종당하는 것처럼 주인공이 자신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표현했다 .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내달 2~5일까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체코 인형극 ‘마리오네트 햄릿’(사진=부산국제연극제).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세익스피어의 고전문학을 재해석했다. 5월 9일과 10일 이틀간 부산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사진=부산국제연극제).
- [e주말] 볼 만한 연극
- 연극 ‘유도소년’의 한 장면(사진=스토리피).[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헐레벌떡 달려왔더니, 덥석 ‘봄’이다. 이쯤 되면 고단한 몸 추스리고, 한 번쯤 뒤돌아볼 때다. 때마침 ‘힐링’되는 연극들이 많다.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인생’이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연극판 ‘응답하라 1997’이라 불리는 ‘유도소년’이 관객들을 맞는다. 한국 초연 45주년이자 산울림소극장 개관 30돌을 기념해 ‘고도를 기다리며’도 개막했다. 내 인생의 ‘고도’를 떠올릴 수 있는 기회다. 지친 일상을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연극 5개를 추려봤다.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 포스터(사진=공연기획 동감).△‘두근두근 내 인생’(~5.25/동숭동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어린 부모와 늙은 아들의 이야기다. 김애란의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 선천성 조로증으로 17세에 신체나이 80세의 노인이 되는 ‘한아름’이 주인공이다. 송혜교, 강동원 주연으로 영화로 옮겨지기도 했다. 뮤지컬 ‘빨래’로 유명한 연출가 겸 극작가 추민주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오용, 전문성, 이규형, 최정인, 곽선영 등이 출연한다. 러닝타임 100분. 4만~5만원. 1644-1702.△‘고도를 기다리며’(~5.17/서교동 산울림소극장)공연횟수 2000여회, 관객 수로 치면 50만명이 다녀갔다. 1969년 초연 이후 국내 무대에 선보인 지 45주년을 맞았다. 원로연출가인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의 대표작으로 그동안 이 연극을 거쳐간 13명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한국판 고도’의 45년 역사를 갈무리한다. 정동환, 정재진, 송영창, 안석환, 이영석, 한명구, 박상종, 정나진 등 역대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3만~4만원. 02-334-5915.△‘3월의 눈’(~3.29/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연극 ‘3월의 눈’의 한 장면. 배우 신구와 손숙(사진=국립극단).배삼식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손진책 연출가의 전제된 연출이 눈에 띈다. 신구와 손숙이 재개발로 인해 정든 한옥집을 떠나야 하는 노부부의 삶을 그린다. 삶과 죽음을 뛰어넘은 내밀한 대화와 담담한 고백이 무대 위에 오롯이 펼쳐진다. 2만~5만원. 러닝 타임은 총 80분이다. 1688-5966.△‘유도소년’(~5.3/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뻔한 듯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명랑 스포츠 순정만화’라 불릴 만큼 웃음과 감동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 UP의 ‘뿌요뿌요’, 삐삐,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삼선슬리퍼 등 90년대 음악과 소품들이 추억에 잠기게 해 연극판 ‘응답하라 1997’라는 별칭도 붙었다. 주인공 경찬 역으로 박해수, 박훈, 홍우진이 열연한다. 전석 4만원. 02-744-4331.△‘슬픈인연’(~4.5/회현동 명동예술극장)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보러 와요’의 김광림 연출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시대와 사회로부터 받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강신일, 남기애, 방은진, 최용민 등이 출연한다. 2만~5만원 선. 1644-2003.
- 아이비·최정원…뮤지컬 '유린타운' 10년만에 컴백
- 10년만에 재공연되는 뮤지컬 ‘유린타운’에 캐스팅된 아이비(왼쪽), 최정원 배우(사진=신시뮤지컬컴퍼니).[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뮤지컬 ‘유린타운’이 10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뮤지컬 ‘유린타운’이 오는 5월 17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고 17일 밝혔다.유린타운은 우리말로 하면 ‘오줌 마을’이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 마을이 배경이다.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 기업과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제는 무겁지만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으로 2002년 토니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이중 연출·극본·작곡상 등 주요 3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국내서는 2002년 초연됐으며 이듬해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 외국 뮤지컬상’을 받았다. 이어 2003년, 2005년 지속적으로 재공연을 이어갔다.이번 무대는 2002년 초연 멤버였던 배우 성기윤, 이경미, 이동근 외에 김승대, 정욱진, 그리고 아이비가 새롭게 캐스팅됐다. 아이비는 여자 주인공 ‘호프’ 역을 맡았으며 ‘바비 스트롱’ 역에는 김승대와 정욱진이 연기한다. 배우 최정원은 ‘페니와이즈’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일 예정이다.2015년 버전은 여성 신예 연출 이재은의 입봉작이기도 하다. 연극 ‘푸르른 날에’와 ‘가을소나타’,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서 각각 임영웅, 고선웅 연출을 보좌했다. 또 뮤지컬 ‘맘마미아’ ‘헤어스프레이’에서는 해외 연출과 작업했다.이재은 연출은 “유린타운은 인간이 최소한 누려야 하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남용과 피지배계층의 아픔, 물질만능주의 등 사회 속 거시적인 문제들을 꼬집고 있다”며 “삶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극본·작사 그레그 코티스, 작곡·작사 마크 홀맨, 음악 김문정, 안무 샘 비브리토, 무대디자인 인혜란이 맡았다. 티켓 가격은 4만~10만원 선이다. 1544-1555.
- 최다출연 한명구 "연극 '고도' 만남, 행운이었다"
- 한국 초연 45주년을 맞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 역으로 최다 출연한 배우 한명구가 12일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doorim@)[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도가 오늘은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데요” 해질 무렵. 고도의 전령인 소년의 말을 750여 차례 들은 이가 있다. 바로 배우 한명구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에만 20년 간 750여번 출연했다. 1969년 초연 뒤 45년간 무대에 오른 배우 가운데 가장 많은 최다 출연이다.배우 한명구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이하 고도)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고도’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며 한국 초연 45주년이자 소극장 산울림 개관 30돌 기념 무대에 오르는 소회를 밝혔다.그는 “몰랐다. 지나고 보니까 그렇더라. 20년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과 궁합이 잘 맞았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행운이었다. 작품 자체가 좋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없이 줄곧해왔던 것 같다”며 운을 뗐다.고도를 처음 연기했을 때의 어려움도 전했다. 한명구는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다.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는 작품이 아니다. 느닷없는 상황이 많다. 작품 연습에 들어가면서 임영웅 선생님의 해석을 들으며 명쾌하고 뚜렷한 주제 속에서 (연기가) 잘 이뤄졌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초창기와 달라진 점과 관련해서는 “각 인물의 특성이 있는데 어렸을 때는 ‘블라디미르’를 진지하고 무겁게만 생각했다. 점점 회를 거듭하면서 아, 이들이 50년간 붙어 살았는데 한 사람은 진지하고, 한 사람만 유머러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로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활기 있고, 그러면서도 생각이 많은 인물로 달리 접근한다”고 설명했다.이번 공연은 남다르다. 그는 “매번 공연 때마다 고민이 많다. 놀이적 행동과 사고형 인물 중 무엇을 부각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이번에는 의미가 큰 만큼 사고형 인물에 치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막상 ‘고도를 기다리며’를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많은데 그의 생각은 어떨까. 포조 역의 이호성 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호성은 “이들 대사를 가만히 보면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매일 하는 것들이다. 갈등 사기 이기심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며 “사실 일상이 부조리 아니냐”고 되묻자 한명구도 거들었다. 그는 “(대사에) 의미가 너무 많아서 의미가 없어 보이는 거다. 의미의 다의성이다”고 덧붙였다. 에스트라공으로 450여회 출연한 배우 박상종은 “대사의 의미를 쫓지 말고 이 상황을 쫓으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라며 ‘고도’를 읽고 보는 팁을 전했다.한명구는 “작가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코미디다. 굉장히 재밌다. 재미있는데 문득 문득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며 “작가 역시 작품에서 인생의 철학이나 사상을 논하지 말고 웃고 즐기다가 집에 돌아가서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자유라고 말했듯 지나고 나면 계속 머릿 속에 남아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서울 산울림 소극장. 정동환 정재진 이호성 박용수 송영창 안석환 이영석 한명구 박상종 김명국 정나진 박윤석 김형복 등 13명의 ‘고도’ 출신 배우들이 무대에 다시 선다. 02-334-5915.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언론 시연회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와 에스트라공을 맡은 배우 박상종(사진=한대욱 doorim@).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언론 시연회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조 역의 이호성, 럭키를 맡은 정재진, 에스트라공의 박상종, 블라디미르 역의 배우 한명구(사진=한대욱 doorim@).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언론 시연회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맨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조 역의 이호성,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 럭키를 맡은 정재진, 에스트라공의 배우 박상종(사진=한대욱 doorim@).
- [현장가다] '고도를 계속 기다리는' 임영웅과 13人
-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가운데)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 4층 연습실에서 배우 송영창(왼쪽부터), 정나진, 이영석, 박상종과 함께 소극장 산울림 30주년 기념공연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연습 중 작품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연횟수 2000여회, 관객 수로 치면 50만여명이 다녀갔다. 국내 무대에 선보인 지 45년, 총 40명의 배우가 출연했고, 받은 상만 15개다. 원로연출가인 임영웅(79) 극단 산울림 대표가 소극장 산울림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그의 대표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올린다. 한국 초연 45주년이자 임 연출의 연극인생 60년을 동시에 기념하는 자리다.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선 그동안 ‘고도를 기다리며’를 거쳐간 13명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한국판 고도’의 45년 역사를 갈무리한다. 정동환, 정재진, 이호성, 박용수, 송영창, 안석환, 이영석, 한명구, 박상종, 김명국, 정나진, 박윤석, 김형복 등 이른바 ‘임영웅 사단’이다. 다만 초연배우였던 함현진, 김무생은 이미 타계해 무대에 서지 못한다. 오지 않는 고도를 영원히 기다리는 프랑스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3년 세계 초연한 명작이다. 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우연하게도 바로 그해 임 연출이 처음 국내에 소개해 한국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원로연출·명배우들의 뜨거운 열기“거기서 금방 울지 말고, 대사 끝내고 조금 더 사이를 뒀다가 울기 시작하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울지 말고”(임영웅 연출). “아, 네. 알겠습니다”(럭키 역 배우 정나진). 1973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사진=극단 산울림).지난 3일 오후 소극장 산울림 4층 ‘고도를 기다리며’ 연습 현장. 임 연출이 배우들의 움직임과 대사 톤을 차근차근 살피자 송영창, 이영석, 방성종, 정나진 등 연극계를 주름잡는 대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정나진은 곧바로 임 연출의 지시대로 대사 사이에 간격을 두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상종(에스트라공 역)과 이영석(포조 역)이 재빨리 대사를 받아친다. “운~다” “불쌍히 여기는 모양이니 위로해주시지. 자 어서 눈물을 닦아줘요.”20년 만에 블라디미르 역을 맡은 송영창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며 “정말 난해한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송영창은 “20대 처음 할 때는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예순이 됐으니 이젠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동환 선배조차 여전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대사가 전혀 연관성 없고 분량도 많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돼 배우에게는 매우 힘든 작품”이라며 “하지만 늘 고도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같이 해보자는 제안에 모두들 바로 오케이한 이유”라고 귀띔했다. 배우들이 느끼는 임 연출과의 호흡은 어떨까. 송영창은 “시선 하나, 동선 하나, 감정 하나를 정확하게 계산해 지시하기 때문에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며 “배우들은 연출가의 ‘고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완벽주의 연출가지만 예전보다 느슨해지긴 했다”며 “술 좀 드시면 더 재미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영웅 연출이 지난 3일 서울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 1층 찻집에서 60년 연기생활의 소회를 말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임영웅의 꿈 “셰익스피어 제대로 올리는 것” 임 연출은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한 이래 ‘고도를 기다리며’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챙!’ ‘가을소나타’ 등 60년간 작품활동을 해온 연극계 거장이다. 특히 ‘임영웅=고도’란 등식이 나올 만큼 그의 대표작은 단연 ‘고도를 기다리며’다. “내 생애 절반 이상을 고도와 함께했다. 용케 여기까지 왔다”며 소회를 밝힌 임 연출은 “복잡한 현대인의 모습을 잘 그린 작품이다. 매번 할 때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다”고 의미를 뒀다. 연극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고도’와 함께할 거라는 임 연출에게도 꿈은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대로 해보는 것. “한 번도 셰익스피어를 안 했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엉성하게 셰익스피어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감춰둔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초 많이 아팠다. 2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다들 임영웅이 떠나는구나 했단다. 나이 탓에 올릴 수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하.” 지난 3일 찾은 소극장 산울림 30주년 기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연습현장. 벽면의 노란 테이프가 연극의 전체 배경이 되는 나무 한 그루를, 바닥에 붙인 검정색 테이프는 무대라는 표시를 해주고 있다. 임영웅(오른쪽) 연출이 연습 중에 배우 이영석(왼쪽부터)과 송영창, 박상종, 정나진에게 연기지시를 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 데뷔 60년 거장이 연출한 베르히만의 작품, <가을소나타>
- "/>연극 <가을소나타>가 지난 22일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극단 산울림 대표이자 원로연출가인 임영웅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을소나타> 제작진은 공연에 앞서 22일 낮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가을소나타>는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1978년 선보였던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피아니스트 샬롯과 그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딸 에바가 7년 만에 재회한 후 일어나는 일들을 치밀한 심리극으로 담아냈다. 임영웅 연출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작품을 위해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를 비롯해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 한명구, 서은경 등이 모였다. 최근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함께 출연했던 손숙과 서은경이 샬롯과 에바 모녀를 연기하고, <챙!>의 한명구가 에바의 남편 빅토르로 분한다. 이날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연에 앞서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해 최근 공연했던 <챙!>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임영웅 연출은 연출을 오래 했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60년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연극을 계속 봐주신 관객들과 함께 했던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는 소회를 전했다. 평생을 매진해온 연극에 대해 “연극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하면서 나도 인생에 대해 배웠고, 또 관객들에게도 삶의 지혜와 방법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다운 삶을 살려고 하는 모든 분들에게 내 연극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임 연출은 60주년 기념작으로 <가을소나타>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 “6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작품을 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자는 뜻이 있었다. 스웨덴의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모녀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임영웅 연출, 박명성 대표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도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가을소나타>까지 다섯 번째로 임 연출과 함께 하게 된 그는 “이렇게 어른들을 모시고 공연할 때마다 연극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깨우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연극을 만들지 고민하게 된다. 나도 연극에 입문한지 30년 됐지만, 임영웅 선생님은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연극을 지켜오시지 않았나 싶다.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영광이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이자 데뷔작부터 임영웅 연출과 함께 해온 손숙 역시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남다른 감상에 잠겼다. 손숙은 “연극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이 돌아가신 이해랑 선생님과 임영웅 선생님이다. 얼마 전 임영웅 선생님이 크게 아프셨는데, 그 때 ‘다시 연극 하셔야죠’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다시 일어나시더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셨고, 연극 연습을 할수록 건강이 좋아지시더라. 그 모습을 보며 대체 선생님의 인생에서 연극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숙, 한명구,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은 또한 “99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연극을 하자고 하시더라.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커서 이런 마음으로는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 답했더니 배우가 무대에 서는 데 뭐가 필요하냐고 하셨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다시 무대에 섰고, 그 이후로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는 일화를 밝히며 “선생님은 모든 위기 상황에서 나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분이다. 아마 저 세상에 가더라도 같이 연극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임영웅 연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챙!>에 이어 <가을소나타>까지 연달아 임 연출과 함께 작업하게 된 한명구는 “선생님이 그간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셨고 열악한 와중에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해내신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1987년 임 연출의 <숲속의 방>을 통해 데뷔한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선생님과 28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앞으로 40, 50년째 계속 하고 싶다. 선생님을 통해 연극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전막 시연이 펼쳐졌다. 한적한 교외의 저택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에바는 7년간 보지 못한 엄마 샬롯에게 편지를 보내 집으로 초대하고, 여러 도시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피아니스트 샬롯은 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쉼 없이 떠들어댄다. 에바는 여전히 자기 중심적인 샬롯에게 실망하고, 이후 모녀의 깊은 갈등과 가족사가 차례로 드러나게 된다. 자식보다 자신이 소중한 엄마, 그런 엄마에 대한 원망을 마음에 켜켜이 쌓고 자란 딸의 갈등은 이들이 한밤중 거실에서 마주하면서 폭발한다. 술에 취해 과거의 상처를 들춰내는 에바 역의 서은경과 고집스레 자신을 방어하는 샬롯 역의 손숙은 치열한 호흡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택 창 밖으로 훤칠한 나무들이 낙엽을 흔드는 무대 풍경도 아름답다. 공연은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